2017년 8월 20일 일요일

모나미의 초저가 만년필 올리카 EF

더위가 물러가던 주말, 아내와 함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다시 찾았다. 살림터를 돌아다니다가 모나미 컨셉스토어를 발견하였다. 맨 왼쪽 유리를 출입구라고 생각하고 들어가려다 이마를 쾅 부딛히고 말았다. 그 창피함이란... 예전에 근무하던 대덕연구단지 안의 한 건물 유리창에 꿩이 날아들다가 부딪혀서 부상을 입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것을 본 일이 있다. 내가 바로 그 꼴이었다.

입구쪽에는 모나미의 대표 필기구이자 장수 모델인 153 볼펜의 각 부품을 자기 입맛대로 골라서 만들 수 있는 소위 DIY 153 볼펜 코너가 있었다. 예전에는 검정, 빨강. 파랑의 잉크 색깔에 맞춘 몇가지 되지 않는 단순한 디자인 중에서 골라야 했지만 여기에서는 훨씬 다양한 색깔의 잉크와 부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된다. 이런 색깔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잉크, 그리고 부품이 있었다. 하나의 153 볼펜에는 잉크 심을 제외한 부품은 총 4개에 지나지 않지만 색깔의 종류가 무척 많아서 고르는 일이 즐거웠다. 물론 스프링은 오직 한가지뿐이다.

연두색 잉크를 선택한 나만의 153 볼펜과 더불어서 초저가 만년필인 올리카(OLIKA)도 하나 구입하였다. 만년필과 카트리지 잉크 3 개가 포함된 패키지가 3천원, 리필용 카트리지만 5개가 들어있는 별도의 묶음도 역시 3천원. 만년필 본체는 완전히 투명한 것과 잉크 색깔에 맞추어 색이 입혀진 반투명한 것 두 가지가 있었다. 다양한 색깔 중에서 보라색 계통의 것을 골라 보았다.

모나미 올리카 만년필과 직접 만든 153 볼펜.
내용물을 꺼내 보았다. 투명한 플라스틱 판에 만년필과 잉크 카트리지가 얌전히 들어있다. 닙은 EF였다(올리카 EF 출시 뉴스). 2016년에 올리카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F 닙 한가지만 있었던 것 같다.


이날 구입한 모나미 필기구와 평소에 늘 사용하는 워터맨 필레아(Phileas)를 같이 놓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러면 시필()을 해 보자. 국산 브랜드의 비슷한 제품으로는 모닝글로리의 '캘리캘리'가 있다. 캘리캘리는 매우 부드럽게 잘 써지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자면 일반 필기용이 아니라 캘리그래피 전용 펜이라 해야 맞다. 너무 두꺼운데다가 잉크 공급방식도 보통의 만년필과는 다르다.

플래티넘의 프레피 만년필을 여러번 사용한 경험과 비교하면 올리카가 약간 더 저가 제품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쥐는 느낌과 필기감은 올리카가 더 좋다고 느껴졌다. 펜의 직경을 직접 측정하지는 않았으나 다소 두툼하게 잡히던 프레피에 비해서는 올리카가 더 편하다. 아마 가운데를 약간 오목하게 만들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종이 위에 글씨를 쓸 때 프레피는 약간 사각거리는 느낌이 드는데 올리카는 좀 더 부드럽게 미끄러진다.

총평: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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