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3일 수요일

승용차의 잡소리

지난 봄에 교통사고를 겪은 후 자동차에서 잡소리가 많이 늘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냥 참고 지내고 있다. 그 원인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잡소리를 그냥 참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잡소리 중 하나는 엔진오일 교체를 위해 차체를 들어올린 뒤 비로소 원인을 알게 되었다. 라디에이터 바로 아래에 이물질 유입을 막기 위한 용도로 보이는 검정색 플라스틱판이 길게 덧대어 있는데, 이를 차체에 고정하는 구멍 부분이 부러져서 유격이 생겼고 이로 인해 판 자체가 움직이면서 '삐그덕'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또 하나의 잡소리는 조수석 아래에서 난다. 출발할 때와 정지 시 관성에 의해 무슨 물체가 움직이거나 멈추면서 부딛히는 듯한 '턱' 소리가 나고 있다. 처음에는 조수석을 앞뒤로 이동시키는 장치가 헐거워졌거나 혹은 차체 바닥쪽에서 어떤 고정장치가 풀린 것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그러나 의심이 되는 부위를 아무리 더듬어 보아도 헐거워지거나 풀린 부속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뒷자리에 앉아있던 아들이 말했다. 뒷좌석쪽에 있던 재떨이가 안보인다고. 아들이 가끔 쓰레기통 대용으로 쓰던 재떨이가 제자리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 이것이 빠져서 굴러다니고 있는 것일까? 이것이 괴 소음의 정체일까?

바로 어제, 회의 참석을 위해 유성 인터시티 호텔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아예 마음을 먹고 원인을 찾기로 했다. 조수석 밑으로 손을 넣어서 더듬기 시작. 아하! 텀블러가 하나 나왔다. 이것이 출발 혹은 정차 시 구르면서 조수석 지지대에 부딛혀 소리가 난 것이로구나~

지난주에 손세차를 맡겼었는데, 세심하게 작업을 했다면 이것 정도는 찾아내서 좌석 위에 얹어 둘 수 있지 않았었을까? 그건 그렇다 해도 뒷자리의 재떨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텀블러를 꺼낸 이후로 두번째의 잡소리는 더 이상 나지 않는다.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러 하지 않고 몇 달을 그냥 지낸 내가 한심하다. 오늘따라 앞유리에 선명하게 나 있는 고양이들 발자국이 볼썽 사납다. 이녀석들은 지하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놀이터 삼아 미끄럼을 타는가?

2013년 11월 11일 월요일

휴대폰 뽐뿌질 - 모토로라 레이저와 HTC 센세이션

올 봄에 박스 신품으로 산 리액션폰을 잘 쓰고 있었다. 중고로 한두개씩 모은 단말기도 몇개 있고 해서 더 이상 단말기 바꿈질을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는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딸아이의 아트릭스는 충전 단자의 상태가 나빠져서 일반 마이크로 USB 단자 형태의 충전기로는 충전이 되지 않고 오로지 멀티미디어 독에 끼워서만 가능하다. 멀티미디어 독에 끼우면 쥐는 방향도 불편하고 작동 화면이 아마도 시계 상태로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다(물론 시계 기능으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지난번에 깨진 액정을 8만원인가를 주고 수리했는데 또 돈을 들이기는 싫다.

그러던 중 별 생각없이 휴대폰 뽐뿌를 들어가 보니 SKT 사용자를 위한 기기변경 또는 타 통신사로부터 번호이동으로서 모토로라 아트릭스와 레이저, 그리고 HTC 센세이션을 일년 약정으로 팔고 있었다. 위약금은 7만원 수준이고 기기 값은 없다. 요금제는 기본 혹은 기존 요금제 그대로 진행된다.

나는 2년의 약정 기간이 내년 2월에 끝난다. 약정에 따른 위약금은 7천 몇백원 정도 남아 있는 상태이고 딸아이는 지난 5월에 모든 약정이 끝났다. 내 단말기(현재 딸이 쓰는 아트릭스)에 대한 할부금은 이번 기회를 통해 기기 변경을 하면 12개월로 연장된다고 한다.

기존 단말기가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국 두 개를 주문하고 말았다. 나는 레이저, 딸은 센세이션(화이트). 대리점마다 정책이 조금 달라서, 레이저는 기존 유심을 그대로 쓰면 된다고 하고, 센세이션은 개통을 해서 보내니 유심 비용을 별도로 물어야 한단다. 심하게 따져들고 소비자 권리를 들먹이면 추가 비용 없이 기존 유심을 쓸 수 있겠지만, 그냥 단말기 값이라 생각하고 수용하기로 했다.

단 불량이 나더라도 교환은 곤란하고, 사후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들었다. 모토로라와 HTC는 이미 오래전에 국내의 휴대폰 시장에서 철수를 하였고 수리도 매우 제한적으로 서비스된다고 알고 있다. 그래도 일년은 잘 버티지 않겠는가?

현재의 자본주의가 뜻하지 않은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출시된지 2년이 넘은 악성 재고를 어떻게 해서든 처분하고 싶을 것이다. 최신 성능의 휴대폰에 목숨을 걸지 않는 일반적인 사용자라면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결국 남는 것은 폐 단말기(아직 기능을 하는)와 악세사리들이지만.

이제 대부분의 국민들은 스마트폰을 쓰고 있고,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시장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앞으로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은 어떻게 해서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 계속 신제품을 만들어서 약정이 끝난 고객으로 하여금 새 단말기를 사게 만든다? 그래 봐야 통신사 바꿈질 말고는 별 대안이 없지 않은가? 아니면 속도 향상을 이유로 기본 요금의 수준을 슬금슬금 올리기?

아마 이에 대해서 제조사나 서비스 제공자들은 나와 같은 일반인보다 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시기는 이미 지났고, 어떻게 해야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새로운 투자를 해 나갈 것인지...

2013년 11월 10일 일요일

영화 '그래비티'를 보다

다른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것과 달리 영화표를 예매하는데 별도의 수수료가 든다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할인을 적용해 보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3D 영화의 표를 사느라 네 식구를 위해 무려 48,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야 했다. 괜찮은 영화라는 입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우주에서 미아가 된다는 스토리가 뭐 그렇게 매력을 끌 만한 것이 있겠나 싶기도 하였다.

그냥 흔한 SF 영화 중의 하나일 것이라 생각하고 입체 안경을 착용하였다. 영화 시작 전 롯데시네마의 홍보영상(공교롭게도 이 영상에서도 우주를 날아가는 로켓이 나온다)부터 3D라는 것이 이채로왔다. 지구가 내려다보이는 광활한 무중력의 우주공간. 너무나 아름답고 자유로운 공간이지만 우주복이나 우주선과 같은 장비의 보호 없이는 단 일초도 버틸 수 없는 극한의 공간이다. 갑자기 날아드는 인공위성의 잔해물, 위와 아래를 구분할 수 없고 지지물이나 추진장치 없이는 꼼짝도 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것이 이렇게 긴박감과 공포감을 준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무중력 상태를 완벽하게 재현했을까? 영상은 마치 우주선에 동승한 일인의 카메라맨에 의해 다큐멘터리 형태로 촬영된 것처럼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때로는 주인공 산드라 불록의 헬멧 속 관점으로 들어가서 긴장과 산소 부족으로 흐릿해져 가는 시야를 보여주기도 한다. 우주공간을 떠다니는 물체, 그리고 죽을 고비를 거쳐서 소유즈까지 이동했으나 이를 추진할 동력이 없음을 알고 절망하여 흐르는 눈물은 구슬처럼 산드라의 눈을 이탈하여 관람객 앞으로 다가온다.

너무 상세하게 쓰면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니 이 정도에서 멈추련다. 주인공은 절망스런 상태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하지만 결국 삶에 대한 불굴의 의지로서 엉망진창이 된 중국의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한다. 물 속에 떨어진 우주선을 힘겹게 탈출하여 물 밖으로 나오니 무중력 상태에서 적응해 온 그녀에게 지구의 중력은 너무나 힘겨워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진다. 그러나 그러한 중력(그래비티)와 손에 잡히는 모래는 바로 그녀가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음을 의미하는것 아니겠는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끼고 있는 산소와 중력이 이렇게 고맙다고 느낀 순간은 없었을 거ㅅ이다.

매우 독특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기술적으로도 완벽한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삶에 대한 의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구로 돌아온 여주인공도 대단하지만, 진정한 영웅은 조지 클루니가 아닌가 싶다. 

2013년 11월 5일 화요일

Geneious Pro R7 구입

아직까지는 사용자가 수고스럽게 소스 파일을 받아 빌드하여 사용하는 커맨드 라인 인터페이스의 생물정보분석용 프로그램이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공개 소프트웨어라서 비용이 들지 않는다. 대신 개발자로부터 직접적인 지원을 받기는 어려운 상태이고, 커뮤니티 사이트에 질문을 올리면 자발적인 답변에 의해 지식을 확장해 나가는 방식으로 사용상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게 된다. 이를 위해 SEQanswers라는 탁월한 웹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반면 상용 GUI tool들은 어떤가? 복잡한 리눅스 환경을 거치지 않고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생물정보분석도구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나는 CLC Genomics Cell을 여러해 동안 쓰면서 bacterial NGS data, 특히 de novo assembly 기능을 매우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이 도구가 만능은 아니다. 부족한 기능을 서로 보충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비교적 염가의 프로그램인 Geneious Pro R7을 구입해 보았다. 홈 페이지에서는 다음과 같이 특징을 나열해 놓았다.


  • Visual sequence alignment and editing
  • Sequence assembly with a clear graphical interface
  • Comprehensive molecular cloning, made easy
  • World class software for phylogenetic analysis
좀 더 상세한 특징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일단은 데스크탑이 아니라 사양이 좋은 리눅스 컴퓨터(AMP Opteron 6176 48 코어, 256 GB 메모리)에 설치해 보았다. 1 유저 라이센스라서 동시에 두 유저가 구동을 하지는 못한다. 대신 CLC Genomics Workbench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 유전가 플러그인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풍부한 튜토리얼을 제공한다는 것도 눈에 뜨이는 특징이다.

가장 먼저 해 볼 것은 플러그인 기능으로 구현된 gene prediction(Glimmer)과 InterProScan이다. 얼마나 간편하게 실시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2013년 11월 3일 일요일

네이버 초등학교 동창 밴드 - 일주일을 보내며

현재는 글이 너무 많아서 동창 밴드의 새글 혹은 답글에 대한 푸시 알림을 해제해 놓은 상태이다. 가끔씩 필요한 때에만 앱을 열어서 필요한 것만 읽고 있다. 그래도 밴드를 쓰기 이전보다는 휴대폰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고, 아내는 가뜩이나 '혼자 놀기' 좋아하는 남편을 빼앗겼다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모바일 공간과 PC를 통한 전달은 약간 다르다. 글을 짧고 함축적이어야 한다! 구글 플러스는 개인적인 공간이므로 아무리 길고 복잡한 글을 써도 상관이 없지만, 밴드는 멤버를 통해 공유된 공간이라서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친구들이 있다. '시조' 한 편을 쓴다 생각하고 정리된 사상을 기록해 올린다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간혹 글로만 의사를 전달하게 되면 더욱 감정적으로 흐르고 오해를 사기 쉽다. 만약 서로 대면을 한 자리에서 장난삼아 '야 이 새x야'라 해도 별 문제는 없지만, 모든 회원이 다 조회할 수 있는 게시판에 이런 글을 남기면 당장 설전이 벌어질 것이다. 설전이 아니라 손가락전이 맞겠다.

데이터를 많이 쓰게 만드는 것도 문제다. 평소에는 메일 확인이나 가끔 할 뿐, 모바일 웹은 거의 쓰지 않았다. 그런데 밴드에 가입한 이후에는 친구들이 올린 사진을 별 거리낌 없이 보게 되니, 평소보다 월등히 많은 데이터를 쓰게 된다. 이는 어쩌면 통신사의 꼼수일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유의할 점은,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대상이 정말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친구가 맞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실명 인증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해당 학교를 그 해애 졸업했는지 사전에 인증하는 것도 아니다. 어디서 프로필 사진만 하나 구해서 타인 행세를 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일인이역을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또한 개인 정보를 알아낸다거나 자기 영업을 위해 회원들을 이용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아이러브스쿨이나 싸이월드 모두 인터넷이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획기적인 서비스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의식은 새 기술을 좋은 면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 같다. 아이러브스쿨은 완전히 실패한 사업이 되어 버렸고, 불륜 조장(?)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으며, 싸이월드 역시 예전만 같지 않다. 이러한 좋은 기술을 좀 더 바람직한 면으로 쓸 수는 없는 것일까?

동창밴드의 활용은 특정 모임을 만든 회원들의 철학과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공식 동창회일 필요도 없고, 오프라인 모임을 강요하거나 일괄적으로 휴대폰 번호나 직업과 거주지 등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를 모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서로 온라인 상에서의 예의를 지키는 자유롭고 유쾌한, 구속됨이 없는 공간이면 충분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