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30일 금요일

브리츠 BR-1800 Classic, 긁어 부스럼 만들기

신호 입력용 RCA 단자 2조 중에서 A의 왼쪽 채널용에 접촉 불량이 있었다. 어떤 상태인지 확인을 하기 위해 열어 보았으나 단자 틈새로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듬뿍 발라놓은 물질을 제거하지 않으면 단자대를 PCB에서 떼어낼 수가 없는 구조였다.

작은 일자 드라이버를 이용하여 대부분 제거해 낸 것은 좋았는데...



아주 작은 저항(갈-흑-주황, 10K)의 리드가 끊어진 것을 뒤늦게 확인하였다. 바로 위 사진을 클릭하여 확대한 뒤 기판에 R002라고 인쇄된 것을 보면 끊어진 모습이 보인다. 드라이버로 쑤시다가 그렇게 된 것 같다. 재조립을 한 뒤에도 전혀 모르고 있었으나, 이 사진을 밴드에 올렸더니 어떤 회원께서 예리한 매의 눈으로 발견을 해 주었다.

저항 다리가 끊어진 결과로 B 입력의 왼쪽 채널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에혀... 괜히 일을 만들고 말았다.

당장 RCA 단자를 구입해서 수리할 생각은 없다. RCA 단자 내부에서 일어나는 접촉 불량이라서 플러그를 잘 꽂아두면 소리는 난다.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교체용 부품(엘레파츠 RCA 401)을 나중에 사게 되면 작업 전에 회로나 따 두어야 되겠다. 저항과 캐패시터만으로 이루어진 passive tone control 관련 회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렉트릭 기타와 일반 오디오 앰프에서 쓰는 방식이 약간 다를 것이다.

부품 교체 후에는 무엇을 녹여서 막아야 할까? 양초가 적당할 것 같다.

2023년 6월 28일 수요일

브리츠 BR-1800 Classic 스피커(중고)를 구하다

방 한 칸에 불과한 오피스텔에 살면서 음악 감상/작업 환경을 두 곳(TV 주변 및 책상 위)에 둔다는 것은 사실 매우 비합리적인 일이다. 책상 위에서 음악 감상 또는 작업을 할 때에는 곁에서 TV를 보는 아내를 방해하지 않도록 헤드폰을 쓰는 것이 옳다.

언젠가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 본다거나 제대로 된 녹음을 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몇 가지 악기를 비롯하여 고만고만한 수준의 장비는 대략 갖추었으나, 헤드폰을 제외한 모니터링 시스템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 마침 삼아스토어에서 프리소너스 Eris 제품군을 6월 30일까지 할인 판매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책상 위에 별도의 스탠드를 쓰지 않고도 놓을만한 우퍼직경 3~4인치급의 모니터링용 스피커를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어차피 내가 찾은 대상에서는 진지한(따라서 값비싼) 수준의 스피커는 없다. 관심을 가진 대상은 다음과 같았다.

  • PreSonus Eris E3.5
  • Mackie CR3-X
  • Artesia M200
  • Edifire MR4
  • ESIO nEar03 Classic2(단종)

그러면 기껏 장만한 하만카돈(AD-68) 스피커와 액티브 서브우퍼(Sherwood ASW-185)는 어떻게 하고? 메인 스피커가 최대 4인치급이라면, 액티브 서브우퍼의 활용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검색 끝에 갑자기 내 눈에 뜨인 것은 브리츠 BR-1800 Classic(다나와)이라는 제품이었다. 2001년에 출시된 스테디셀러 BR-1000A(현재 판매되는 것은 BR-1000A 2)의 상위 기종 개념으로 발매된 것을 알고 있다. 방열판이 외부에 돌출되어 있고, 저음용 포트가 전면에 나와 있다는 점이 BR-1000과 다르다. 물론 스피커 유닛도 다르다. 상세한 사양은 2004년 작성된 글(세비지의 IT 이야기 - Britz BR-1800 Classic)를 참조하자.

이 시점에 중고 PC/멀티미디어 스피커라니... 과거 T&V Vertrag라는 2채널 액티브 스피커를 구입하여 조금 쓰다가 앰프부를 들어내고 패시브 스피커로 개조(왜 그랬었지? 무엇이 부족해서?) -> 우퍼 교체 -> '폐기'라는 비운의 경로를 밟은 일이 있다. 순전히 호기심을 충족하려고 정말 미련한 짓을 했었다. T&V Vertrag는 브리츠 BR-1000A보다 약간 나은 수준의 액티브 스피커로 알고 있다. 그런데 역시 엇비슷한 수준의 PC/멀티미디어 스피커를 새로 들여서 만족할 수 있을까?

이렇게 크고 무거운 줄은 미처 몰랐다.


전기용품안전관리법에 의한 표시사항.

2005년 11월에 제조된 중고 액티브 스피커를 지하철을 타고 다섯 정거장이나 떨어진 곳에 가서 무겁게 들고 올 가치가 있었을까? 지불한 금액을 생각하면 작동 상태가 어떻든 크게 미련한 짓을 한 것 같지는 않고, 앞으로 활용해 내가면서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2조가 배치된 RCA 단자(A, B 중 A는 고음을 4.5 dB @10 KHz로 더욱 증폭해 준다나?) 중 A의 왼쪽 채널에서는 약간의 접촉 불량이 있었고, 일체형 전원 케이블도 본체와 접속된 곳에서 외피가 찢어져 있었다. 먼지를 닦아내고 전면 그릴도 분리하여 샴푸로 깨끗이 세척하였다. 

BR-1800 Classic의 크기는 160(W) x 190(D) x 280(H) mm, 무게는 9.5 kg. 우퍼의 재질은 케블라라고 한다.


뒷면 전체를 찍어 보았다. 2조의 RCA 입력 단자 중 'A'가 약간의 접촉불량 증세를 보인다.


RCA 단자 전체를 핫멜트 같은 재질로 막아버린 것은 인클로저 전면의 저음용 포트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막기 위함일 것이다.

TV 좌우에 놓인 음악감상용 '메인' 스피커(아이와 제품; 5인치 우퍼)와 크기 비교. 

증폭용 소자는 LM1875. 각 채널에 하나씩 들어 있다.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는 225 필름 캐패시터(2.2 uF) 하나가 쓰이는 아주 단순한 구조다.


동일한 소스(볼루미오를 설치한 라즈베이 파이 + USB DAC)를 최근 제작한 6V6 싱글 앰프 + 아이와 스피커 시스템 및 브리츠 스피커에 같이 연결하여 번갈아 들어 보면서 비교를 해 보았다.
얼마 전 만든 RCA 신호 분기 시스템이 이럴 때 쓸모가 있다.


우퍼 크기에 따른 저음의 차이 말고는 특별히 소리가 더 나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스피커를 받아 온 전날 저녁, 바닥에 둔 상태로 테스트했을 때에는 고음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혹시 트위터 유닛이 나간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는데 청취 위치를 귀 높이에 맞추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음악 감상용으로는 일단 합격점을 주겠다. 건반이나 기타 하나를 연결하여 녹음 모니터링을 하는 정도로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액티브 서브우퍼가 공존한다 해도 왼쪽 스피커(밀폐형)가 오른쪽 스피커와 같은 수준의 소리가 나기는 어렵지 않을까?

오디오 기기를 직접 만들어서 음악을 들어야만 보람이 있다는 고집을 이제는 꺾을 때가 되었다. 자작에 너무 정신과 자원을 소모할 것이 아니라 실용의 범주 내에서 음악을 듣고 만드는 즐거움 자체를 추구할 때이다.



2023년 6월 26일 월요일

BioPerl script "bp_genbank2gff3.pl"은 어디로 갔나?

생성형 AI가 판을 치는 2023년 여름에 (Bio)Perl이라니... BioPerl의 최신 버전은 2021년 2월 2일 공개된 1.7.8이다. BioPython은 어떤가? 올해 2월에 공개된 1.81이 최신이다. 2년 동안이나 새로운 버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옳을까? 나는 이미 충분히 완성도가 높아져서 별로 바꿀 것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BioPerl은 여전히 tarball을 다운로드하여 압축을 풀고 설치하는 고전적인 방법을 제공한다.

CPAN 모듈을 사용하여 'cpan>' 프롬프트에서 설치하는 방법은 이보다 조금 더 세련되어 보인다. 물론 배포판에서 BioPerl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고, bioconda 채널로도 제공되므로 conda를 이용하여 설치해도 된다.업무용 PC의 Oracle VirtualBox에 Xubuntu를 설치해 놓고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다. 약 4년 전부터 작성해 온 미생물 생명정보 분석 매뉴얼을 위키 문서로 정리하면서 전체적인 점검을 겸하고 있는데, bp_genbank2gff3.pl 스크립트가 도대체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를 모르겠다. bioperl 및 bioperl-run 데비안 패키지가 설치되어 있고, 'perldoc Bio::SeqIO'가 잘 작동하므로 분명히 설치가 된 것은 맞는데...

$ bp_genbank2gff3.pl
bp_genbank2gff3.pl: command not found

이것이 무슨 조화인가? /usr/bin/과 같이 뻔한 위치에 설치된 것이 아니었나? 'dpkg -L bioperl'을 실행해 보면 분명히 매뉴얼 파일이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다고 나오는데, 스크립트 실물이 없을 수가 있나?

'dbkg -L bioperl'의 출력물을 다시 위로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스크립트 이름의 확장자('.pl')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언제부터 이렇게 바뀌었을까? 'man bl_genbank2gff'를 입력했을 때 나오는 매뉴얼의 첫머리에는 여전히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는데 말이다.

SYNOPSIS bp_genbank2gff3.pl [options] filename(s)

본질은 바뀐 것이 없는데 단지 세 글자를 더 키보드로 두드리는 것이 번거로워서 이렇게 이름을 바꾼 것인지, 또는 Perl script임을 보이기 싫어서 바꾼 것인지? 어차피 'bp_'라는 접두어가 BioPerl을 의미하는 것인데.

  

2023년 6월 20일 화요일

Ubuntu에 Mendeley를 설치하려다가 만난 AppImage

64비트용 generic Linux를 위한 Mendeley Reference Manager를 다운로드해 보았다. 리눅스 서버 쪽에서 PDF 라이브러리를 동기화하기 위함이었다. 받은 파일은 'AppImage'라는 매우 생소한 확장자를 갖고 있었다. 실행 권한을 준 뒤 그냥 명령어처럼 취급하면 된다는데, libfuse.so.2라는 라이브러리가 없어서 작동을 하지 못한다는 에러 메시지가 나왔다.

$ ./mendeley-reference-manager-2.92.0-x86_64.AppImage 
dlopen(): error loading libfuse.so.2

뭐가 더 필요한 것인가? 역시 구글의 힘을 빌려 보았다.

[ubunlog] AppImage는 무엇이며 Ubuntu에 설치하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deb 말고도 snap, flatpak 및 AppImage라는 새롭게 떠오르는 패키지 형식이 있다고 한다. AppImage는 설치, 파일 추출 또는 추가 작업을 수행하지 않고 AppImage 파일과 함께 실행된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설치'라는 용어는 AppImage 형식에 적합하지 않다니? 그럼 파일 매니저에서 더블클릭을 하거나 이 긴 명령어를 command line에서 입력하고 엔터를 치면 된다는 뜻인가...

AppImage는 아무 준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루트가 아닌 사용자가 파일시스템 마운트를 하게 도와주는 Filesystem in Userspace(FUSE)라는 것을 먼저 설치해야 한다. 참 생소하다, 생소해..

Fuse를 설치한 뒤 다시 Mendeley의 AppImage를 실행해 보았다.



이러한 사용법이 편리한 면도 있으나 우분투의 Dash 환경에서 응용프로그램 이름 처음 몇 글자를 넣어서 실행하게 하는 것은 조금 불편하다. Dash에서는 응용프로그램이 아니라 파일의 일종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All References -> Make available offline을 선택하여 2020개의 PDF 파일을 다운로드하기 시작하였다. 다운로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도대체 PDF 파일이 어디에 저장되는지 알 길이 없다. Windows 버전에서는 preference에서 로컬 머신의 PDF 파일 저장 공간을 설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Linux는 그렇지가 않았다. 검색에 의하면 다음 위치라고 하는데, 이런 디렉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 local/share/data/Mendeley Ltd./Mendeley Desktop/

프로그램을 종료했다가 다시 실행하니 나머지 파일에 대한 다운로드가 재개되었다. 

20:20:19.721 › Getting file from s3 2a2c14d6-0cfb-ff2d-17df-1b44f1d49ead
20:20:21.321 › File downloaded: {
  fileId: '2a2c14d6-0cfb-ff2d-17df-1b44f1d49ead',
  downloaded: true,
  error: false
}

명령어를 실행했던 커맨드 창에 이런 메시지가 흐르는 것을 보니 분명히 Amazon S3 cloud로부터 열심히 파일을 내려받는 것은 맞는데, 도대체 어디에 갖다 두는 것일까? 메시지에 포함된 fileId를 이용하여 홈 디렉토리를 뒤져보니 놀랍게도 다음의 디렉토리에 '2a2c14d6-0cfb-ff2d-17df-1b44f1d49ead.pdf'라는 파일이 있었다.

~/.config/Mendeley Reference Manager/userfiles

그렇다. All References -> Make available offline라는 기능은 사용자를 위해서 친절하게 파일명을 예쁘게 바꾸어서 저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오프라인 상태에서 Mendeley 프로그램 안에서 PDF를 열게 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 내가 원했던 것은 다음과 같은 Export PDF(with Annotations) 기능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레퍼런스 파일을 하나씩 선택해서 진행해야 한다.

Windows용 Meneley에는 PDF 파일에 대한 batch export 기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혹시 최신 버전에서는 그 기능이 빠지지는 않았을까? 'How can I export my library?' 도움말을 보면 BibTeX, RIS 및 Endnote XML library의 전체 export는 되지만 PDF 파일에 대해서는 그 기능을 막은 것처럼 보인다. 프로그램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기 위한 기발한, 그러나 당연한 방법이다.

2023년 6월 18일 일요일

중고로 구입한 셔우드 ASW-185 액티브 서브우퍼의 외부 스피커 입출력 기능은 정상이었다

이번에 구입한 중고 액티브 서브우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신호를 입력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법(low level connection)은 '직접입력'이라 표시된 2채널 RCA 단자에 라인레벨의 신호를 넣으면 된다. 앰프에 서브우퍼를 위한 출력 단자가 있거나 프리-아웃 단자가 있다면 이것과 직접입력 단자 사이를 인터케이블로 연결하면 그만이다. 일반적인 리시버 앰프라면 이러한 출력 단자는 마땅히 갖추고 있을 것이고, 서브우퍼용 출력의 경우 컷오프 주파수를 조절하는 노브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앰프의 서브우퍼 출력단자는 하나이고 액티브 서브우퍼의 직접입력 단자는 좌우 한 쌍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다음 그림과 같이 신호를 1:2로 배분하는 Y형 케이블을 써야 한다. 프리-아웃 → 직접입력의 경우는 전부 2채널이므로 일반적인 RCA 인터케이블을 쓰면 된다.

벨덴 Y우퍼케이블 3m 제품(그림 출처: G마켓, 링크).

하지만 내가 쓰는 앰프에는 그 어떤 것에도 이런 보조용 출력 단자가 없다. 그래서 Behringer Xenyx 802 앰프를 통해서 control room out과 main out 출력을 별도로 뽑은 뒤, 이를 각각의 앰프로 보내는 번거로운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 써 보다가 더욱 간단한 구성을 위해서 다음 사진과 같은 분기용 케이블을 자작하기도 하였다.

소스기기의 출력을 둘로 나누는 회로기판을 만들어 보았다. 저급 RCA 인터케이블('막선' 수준)의 실드선은 반 정도가 회색으로 변질되어 납이 도무지 붙지를 않았다. 힘들여 만들었지만 채 24시간도 쓰지 않고 잡동사니 상자로 돌아갔다. 바로 아래에서 설명하는 하이 레벨 연결 기능을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액티브 서브우퍼로 입력신호를 보내는 두 번째 방법(high level connection)은 '외부 스피커 입력'과 '외부 스피커 출력' 단자를 이용하는 것이다. 구입 직후 테스트를 잘못하는 바람에 하이 레벨 연결 기능이 망가진 것으로 착각을 했었다. 아마 출력과 입력의 의미를 잘못 생각하여 반대로 연결했었던 것 같다. 앰프의 스피커 출력과 액티브 서브우퍼의 외부 스피커 입력을 연결한 뒤, 마지막으로 액티브 서브우퍼의 외부 스피커 입력과 실제 외부 좌우 스피커를 연결하면 된다.

셔우드 ASW-185 액티브 서브우퍼의 뒷면.

하이 레벨 결선 방법은 여분의 스피커 케이블만 있으면 된다. 신호 처리의 지연이 적고 위상(phase) 문제도 없으므로 더욱 자연스런 저음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How to connect a subwoofer to speaker level output 중 Why connect a subwoofer to speaker level outputs? 참고). 앰프 쪽에서 별도의 신호 출력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매우 편리한 방법이기도 하다. 

오늘 두 번째 방식의 접속 방법을 다시 테스트하여 정상적으로 소리가 잘 남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단지 서브우퍼의 로우 레벨 신호 전달을 위해서 번거롭게 믹서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외부 스피커 입력과 외부 스피커 출력이 서브우퍼 앰프 내에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며칠 전에 뒤 패널을 열어보려고 나사못을 다 풀어냈지만 패널은 전혀 분리되지 않았다. 밀폐를 위하여 인클로저와 접착이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멀티미터로 두 단자 사이를 찍어 보니 검정색 단자끼리는 0 옴이 측정되므로 직결이 되어 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빨간색 단자끼리는 그렇지 않았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캐패시터가 내부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두 단자는 하이 패스 필터를 통해서 연결이 되고 있는 것일까? 만약 그러하다면, 조절 가능한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여기에도 적용되고 있을까? 액티브 서브우퍼의 전원이 꺼져도 외부 스피커 입력으로부터 외부 스피커 출력으로 통하는 신호 경로는 작동해야 한다. 이런 것을 다 감안해서 회로를 만들어 넣었을 것 같지는 않다. 만약 그러하다면 제조 비용이 크게 올라갈 것이다. 단순한 'pass thru'일 것 같은데, 저항이 0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최소한 수동 소자가 중간에 들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만약 단순히 입력된 신호를 내보내는 것이라면, 앰프의 스피커 출력 단자에 케이블을 하나씩 더 달아서 좌우 스피커와 액티브 서브우퍼(외부 스피커 입력)로 연결하는 것이나(어떤 액티브 서브우퍼는 외부 스피커 입력 단자가 없으므로 이렇게 연결해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액티브 서브우퍼를 중간에 두고 중계하는 것이나 결과는 똑같아야 한다.

영문 사이트 위주로 검색을 해 보았으나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나도 잘 모르겠다. 대충 사용하자!

며칠 동안의 노력으로 나만의 독특한 2.1 채널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나쁘지 않다. 단, 액티브 서브우퍼의 설치 위치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 책상에 앉아서 음악을 들을 때와 조금 거리를 두고 벽에 붙어서 들을 때의 청감이 동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좌우 스피커가 너무나 작아서 소리가 가장 편안하게 들리는 각도는 다소 협소한 편이다.

재활용 하만카돈 AD-68 스피커에 케이스를 입히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할 단계이다. 예를 들자면 이 스피커를 판매하는 곳에서 이런 DIY 케이스(링크)도 적절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3D 프린팅용 도면을 설계하여 공개한 사례(링크)도 있으니 참고를 해 볼 일이다. 아울러서 너무나 작고 가벼워서 케이블에 질질 끌려 다니는 블루투스 앰프 모듈에도 뭔가를 입히거나 바닥에 붙여서 책상 위에 얌전히 놓아 둘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애 보자.


2023년 6월 15일 목요일

STMicroelectronics의 STA540이라는 집적회로

계획에 없었던 액티브 서브우퍼를 구입하고, 6LQ8 SE 앰플리파이어를 마무리하자마자 이번에는 6LQ8-6П6С SE 앰플리파이어의 왼쪽 채널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니, 며칠 듣지도 않았는데... 진공관의 초기 불량인가, 스크류 터미널이 풀렸나! 뚜껑을 열고 온갖 테스트를 할 일이 생겼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전기도 적게 먹고 가벼운 이런 앰프 보드도 있는데... 물론 이런 주변 부품으로도 만족할 수준의 소리가 나오는지는 알 수 없다.

이걸 뜯어서 쓰느니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완성 보드를 새로 사고 말겠다. TDA2030의 호환품으로는 UTC2030이라는 것이 있다.

사진에서 보인 초소형 앰프 보드를 사용한 테스트를 소개한다. 아래 동영상의 앞부분은 TDA2050의 다리에 직접 부품을 납땜하여 만든 앰프를, 중반에서는 JCLPCB에서 공급한 PCB를 사용한 TDA2030A 앰프 보드의 주변부 배선(3:40~) 및 사운드 테스트(4:36~)를 보여주고 있다. 계측기를 이용한 성능 측정 리뷰는 여기를 참고하라.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칩 자체의 성능보다는 주변 부품(너무나 작은 방열판, 커플링 캐패시터의 용량 등)에 의한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당분간 쉬어야 되겠다고 글을 쓴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았는데 또 다음번 장난감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STMicroelectronics의 class-AB audio power amplifier IC인 TDA2030A이다. National Semiconductor에서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던 LM1875 혹은 상위 등급의 IC와 완전히 맞먹을 등급은 아니겠지만, 가격 경쟁력이라는 큰 장점이 있다. TDA2030A도 이미 단종된지 오래 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STMicroelectronics에서 TDA2003·TDA2030A·TDA2040·TDA2050을 단종한 것을 애도하는 2013년도의 글이다.

[diyAudio] A sad daty for 5 pin chip amp

그리고 class D 앰플리파이어가 점점 세상을 잠식하고 있다. Bruno Putzeys의 2017년 Sound & Vision 인터뷰 기사를 인용해 본다("Bruno Putzeys: Head of the Class (D, That is)", 링크).

STMicroelectronics의 웹사이트("class-AB audio power amplifiers")에는 오늘 날짜로 총 14개 제품이 존재한다. 내가 갖고 있는 TDA7265와 TDA7266은 아직도 생산 중인데, 가장 위에 올라와 있는 STA540(4 x 13 W dual/quad power amplifier)이라는 것이 눈에 뜨였다. TDA로 시작하는 모든 제품의 형번 중에서 당당하게 STA로 시작하고 있다. 이 제품 카테고리 안에서는 가장 최신 IC인 것으로 여겨진다. 영국의 Electro-dan이라는 웹사이트에서 STA540과 TDA7375를 위한 DIY 가이드를 제공하기에 흥미롭게 훑어보았다(링크). 설명에 의하면 매우 다재다능하게 쓰일 수 있다고 한다. 단일 전원(single rail power supply)을 사용하므로 제작도 매우 간편하다. 채널이 4개라서 브리지 모드로 묶으면 당연히 스테레오 또는 2.1 채널 앰프를 만들 수 있다. 출력쪽에 DC 차단용 캐패시터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스트립보드를 이용한 회로 패턴까지 공개를 해서 나중에 직접 제작을 하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PCB를 집에서 만드는 방법은 여기를 참고하자.

Sparkfun이라는 곳에서 제조한 앰프 키트도 있다. 국내 판매점 중 가격이 가장 싼 곳은 여기.

노트북 컴퓨터용 파워 서플라이를 이용하여 STA540을 이용한 앰프를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생각만 챙겨 두도록 하자. 아아, 궁리는 이제 그만!


2023년 6월 16일 업데이트

6LQ8-6П6С SE 앰플리파이어의 한쪽 채널 작동 불량(갑자기 소리가 나지 않거나, 전원을 투입하면 정상 작동하는 듯하다가 드드드드....하는 잡음이 섞임)은 테스트 결과 출력관의 이상으로 보인다. 제작 과정에서 실수로 접속을 잘못하여 내부에 단락이 일어나게 만들고, 급하게 동일한 소련제 출력관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하였으나 얼마 쓰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다. 진공관의 초기 불량으로 여겨진다. 흔한 일이라고는 보기 어려우나, 참 이렇게 운이 없을 수가 있을까. 갑자기 진공관에 대한 신뢰성이 뚝 떨어졌다.

뼈대 모양으로 앰프를 만드는 것이 유행인가... 출처: How to make TDA2030 stero amplifier(유튜브).

2023년 6월 18일 업데이트

문제가 생겼던 출력관을 나무판 위에 대도 몇 번 두드려준 뒤 다시 소켓에 꽂은 이후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고 있다. 참 희한한 일이다.


6LQ8 SE amplifier의 개선 - 상판 바꾸기(SMPS 설치 및 게으른 마무리)

히터 전원 공급용으로 JM Display에서 주문한 12V 3A SMPS(링크)가 배송되었다. 금속 케이스에 들어있는 SMPS를 마지막으로 쓴지도 꽤 오래되었다. 미디라이프 반주기 ML-20를 분해했을 때 만났던 것이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관련 글 링크). 당시 여기에 들어있던 MIDI 사운드 보드에서 소리를 만들어 내려고 무척 애를 썼었다. 전자공학 전공자가 아니니 디지털 회로의 ABC도 모르는 상태에서 커뮤니티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만 했다.

SMPS는 참 작고 가벼웠다. 중국에서 제조한 물품이지만 전기용품안전인증(KC인증)을 받았으니 안심하고 써도 될 것이다. 앞으로는 히터 점화용으로 코드형 어댑터를 사서 전선을 잘라버릴 것이 아니라 이러한 스타일의 SMPS를 구입해서 써야 되겠다.

이번에 구입한 JM Display의 12V 3A SMPS. 모델명은 CL-36-12. 크기는 85 x 58 x 34mm.

크기가 매우 작아서 6LQ8 싱글 앰프의 플라스틱 케이스에 넉넉하게 넣을 수 있었다. 고정용 볼트를 체결할 구멍을 또 뚫기가 귀찮아서 양면 테이프로 붙여 버렸다.


케이스를 닫고 소리를 들어 보았다. 다시 나사를 풀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스피커에 귀를 바싹 들이대도 잡음이 들리지 않는다. 이만하면 됐다!

"영어에서 'Good job'보다 나쁜 말은 없지"

아마추어는 그렇게 해도 된다. 정상적으로 작동함을 확인하고 드디어 마지막 단계로서 RCA 단자를 붙여 버렸다. 새 단자를 1조 구입해 두었으나, 구멍을 뚥고 납땜을 하기가 이제는 너무나 귀찮아져서 핫멜트를 사용하여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 RCA 단자는 엘레파츠에서 예전에 구입해 놓은 RCA 401(품번 EPX33T9T데이터시트)의 반을 갈라서 다듬어 놓은 것. 나는 450원짜리 저가 부품을 이렇게 활용한다.

반으로 쪼개진 RCA-401 단자는 나뉘어서 두 앰프가 사이좋게 나누어 가졌다.

이것으로 2023년 상반기의 오디오 자작 프로젝트는 대략 마무리가 되었다. 당분간은 좀 쉬면서 액티브 서브우퍼를 가지고 놀아야 되겠다.


2023년 6월 12일 월요일

초보자의 건강보험 비급여대상 해석은 어렵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비급여대상)제1항은 [별표 2]를 통해서 요양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들을 나열하였다. 2022년 10월 13일에 일부개정된 [별표 2] 비급여대상의 뼈대만을 추려서 나열해 보았다.

  1. 다음 각목의 질환으로서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실시 또는 사용되는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
  2. 다음 각목의 진료로서 신체의 필수 기능개선 목적이 아닌 경우에 실시 또는 사용되는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
  3. 다음 각목의 예방진료로서 질병·부상의 진료를 직접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실시 또는 사용되는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
  4. 보험급여시책상 요양급여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및 그 밖에 건강보험급여 원리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경우로서 다음 각목에서 정하는 비용·행위·약제 및 치료재료
  5. 삭제
  6. 영 제21조제3항제2호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질병군에 대한 입원진료의 경우에는 제1호 내지 제4호(제4호 하목을 제외한다), 제7호 에 해당되는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 다만, 제2호아목, 제3호아목 및 제4호 더목은 다음 각 목에서 정하는 경우에 한정한다.
  7. 건강보험제도의 여건상 요양급여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8. 약사법령에 따라 허가를 받거나 신고한 범위를 벗어나 약제를 처방·투여하 려는 자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절차에 따라 의학적 근거 등을 입증하여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 다만, 제5조제4항에 따라 중증환자 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 중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약제는 건강 보험심사평가원장의 공고에 따른다.

여기에서 제4호를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제4호는 가~더목까지 꽤 긴 내용을 담고 있다. 목 단위의 조문은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구조를 하고 있다.

%%법|규칙 제#조제#항에 따라 ... 한 경우. 다만, @@법|규칙 제$조제$항에 따라 ...한 경우는 비급여대상에서 제외한다. 

파란색 문구는 비급여 대상을 의미한다. 그러면 그 뒤에 따르는 빨간색 문구의 의미는? 참고로 법령 해석에서 '다만'으로 시작하는 부분을 '단서'라고 한다(링크). 비급여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급여란 말인데... 나중에 나오는 목 단위 문구에서는 그냥 '제외한다'라고만 해 두었다. 일반적으로 급여 대상이 되려면 안전성, 유효성, 경제성(대체 가능성 및 비용효과성) 등 까다로운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보험급여원리와 건강보험재정상태까지 고려해야 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조의2에서 요양급여 대상의 여부 결정에 관한 원칙을 선언하였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등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사회적 편익 및 건강보험 재정상황 등을 고려하여 요양급여대상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약제를 제외한 행위·치료제료의 급여 목록은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따른다고 전제를 깔아 놓은 상태에서 포지티브 리스트를 같이 관리하고 있다(정확히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님). 비급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건강보험 입장에서는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 다시 말하여 사안을 하나씩 따지지 않고 단지 비급여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급여화한다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매우 필요한 것을 인정했다는 뜻이 된다.

[별표 2]의 제4호에서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하목을 인용해 보자.

2022년 10월 13일 일부개정된 현행 [별표 2] 비급여대상. 괄호 안의 문구는 2015년 9월 평가 유예 제도가 도입되면서 새롭게 등장하였다. [별표 2] 2015년 9월 21일 일부 개정판(보건복지부령 제352호)부터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제외'라는 것이 두 번 나온다. 가목에서 '비급여대상에서 제외한다'라는 표현이 최초로 나오고, 그 뒤에는 그냥 '제외한다'로만 표현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전부 비급여대상에서 제외, 즉 급여 대상으로 그대로 읽어버리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제외의 위치에 따라서 의미가 약간 다르기 때문이다. '제외'가 가리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본문 중에 있는가, 혹은 괄호 안에 있는가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비급여대상에서 제외하였으니 급여! 그러나 급여목록에는 없는 이상한 신분이 되고 만다...

하목의 전반부에서는 요양급여대상 또는 비급여대상으로 결정·고시되기 전의 행위와 치료재료는 비급여대상이라 하였다. 단, 괄호 안에서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도 비급여대상임을 덧붙였다.

하. ....의 행위·치료재료(...평가 유예 신의료기술을 포함하되, ....는 제외한다).

괄호 안의 '제외'는 가목 마지막에 나오는 '비급여대상에서 제외한다'와 같은 의도로 쓰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목 괄호 안의 '제외'는 바로 앞에 나오는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즉,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비급여대상) 중 같은 같은 규칙(「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제3조제3항에 따라 서류를 송부받은 경우와 같은 규칙 제3조의4에 따른 신의료기술평가 결과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는 제외한다는 뜻이다. 괄호 안의 해석에는 임철희 변호사께서 도움을 주셨다.

그러면 제외된 의료기술은 어떻게 되는가? 비급여대상에서 제외하였으니,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제2항1호에 따라 자동으로 급여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별표 2]에서는 어떤 자격이 없어서 비급여대상에서 제외를 하였는데(비급여대상이 되는데 무슨 자격이 필요한가... 마치 '장학금면제'와 같은 느낌), 이를 통하여 도리어 급여대상이 되어야 한다. 2015년 9월에 [별표 2]를 개정한 사람은 아마 이러한 결론이 내려지기를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의료기술평가 신청에 오르지 않은 의료행위, 그리고 평가를 하였으나 안전성와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는 어떻게 하라는 뜻인가? 비급여대상에서 제외되었으니, 대원칙에 따라 급여로 하란 말인가? 상식적으로 이렇게 할 수는 없다. 요즘 슬슬 나오고 있는 의견에 따르면 이를 특별히 의료현장에서 하면 안되고, 비용을 받아도 안된다고 명시적으로 금지한 법령은 없다고 한다. 의료기술평과와 관계 없이 의학적 필요성을 충분히 환자에게 설명하여 비급여로 실시하고 합당한 비용을 받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음으로 하목의 후반부를 살펴보자. 여기에서도 '제외한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이 문구는 비급여 대상에서 제외, 즉 급여로 실시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 같다. 관련된 조항을 살펴보자.

  • 제11조(행위·치료재료에 대한 요양급여의 결정) ⑨제1항에 따른 행위·치료재료가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되어 고시된 경우에 제1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청기간 내에 신청하지 않은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제10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날부터 소급하여 요양급여대상으로 적용한다.
  • 제13조(직권결정 및 조정 등) ①보건복지부장관은 법 제41조의3제4항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치료재료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제11조(행위 및 인체조직의 경우에는 제11조제3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은 제외한다)의 절차를 준용하여 요양급여대상 또는 비급여대상으로 결정하여 고시하며,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한 경우에는 상대가치점수 또는 상한금액과 선별급여 본인부담률을 함께 정하여 고시해야 한다. 이 경우 결정·고시된 요양급여대상은 제10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날부터 소급하여 요양급여대상으로 적용한다.

첫 번째 것은 충분히 그럴 만한 내용이다. 그러면 두 번째는? 다음 각 호가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하기에 비급여대상 제외를 할 만한 사항인가?

  1. 대체가능한 진료·치료 방법이 없는 경우
  2. 환자의 진료·치료를 위하여 긴급한 도입이 필요한 경우
  3. 「의료기기법 시행령」 제13조의2제4항제1호에 따른 의료기기 중 보건복지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료기기
  4. 그 밖에 행위·치료재료의 내용·금액과 환자에 대한 진료·치료 의 성격·경위 등에 비추어 보건복지부장관이 직권으로 요양급여대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내용을 읽어보니 이것도 고개가 끄덕끄덕... 급여로 처리해야 할 정도로 시급함이 느껴진다.

6LQ8 SE amplifier의 개선 - 상판 바꾸기(히터 전원 교체 중 난관을 만나다)

트랜스포머에서 나오는 전원을 직류로 정류하여 히터에 공급하던 기존의 회로가 험 발생의 원인이라는 결론에 따라 별도의 12V 2A급 DC 어댑터로 교체하는 실험을 수행하였다. 

외부 어댑터를 이용하여 히터를 점화하는 테스트 모습.


그에 따라서 잡음이 사라짐을 확인하였기에 앰프 케이스 안에 넣어 버릴 어댑터를 장만하였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계속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까워서 새로 사지는 못하고 잡동사니 상자를 뒤져어 예전에 수집해 놓은 어댑터를 찾아냈다. 이것은 외장용 HDD 케이스에 쓰이던 것(5V + 12V)을 주워 놓은 것이었다. 어댑터의 케이스를 부수어서 내용물을 끄집어낸 뒤 입력과 출력선을 납땜한 다음, 포맥스 판과 기판 지지대를 사용하여 앰프 케이스 내에 넣을 수 있게 만들었다.


배선은 별로 깔끔하지 못하다. 


조립을 완료한 뒤 뚜껑을 닫고 전원을 넣었다. 어라? 마치 귓가에서 모기가 날아드는 것 같은 '앵~'하는 새로운 잡음이 기기 내부에서 들리기 시작하였다. 틀림없이 새로 조립해 넣은 어댑터에서 나는 소리였다. 부품이 케이스 안에 오밀조밀하게 모인다고 해서 전에는 나지 않던 잡음이 이런 방식으로 날 수는 없다. 서로 간섭을 해서 스피커 출력으로 약한 잡음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번의 잡음은 어댑터 자체가 비명을 지르는 수준이다. 

어댑터를 감싸고 있던 케이스를 부순 뒤 이미 버렸기 때문에 겉에 인쇄되어 있던 전류 용량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1.5 암페어는 충분이 되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컴퓨터나 HDD용 전원의 경우 12V에 비해 5V가 요구하는 전류량이 훨씬 높다. 매우 오래된 물건이라서 작동 상태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직렬로 연결된 6LQ8 두 알의 히터에 충분한 전류를 공급하기 힘들고, 이에 따라 어댑터가 허덕이면서 비명을 지르는 것으로 판단된다.

새 DC 어댑터를 사야 할 이유가 생기고 말았다. 이번에는 다음 사진에서 보이는 형태의 전원장치를 구매하고 싶다. 앰프 케이스가 비좁아서 코드형 어댑터는 줄을 끊고 플라스틱 외함을 부수어서 기판부를 꺼내야 하는데 왠지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아래의 것도 그렇게 작지는 않지만 제품을 직접 훼손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출처: 네이버쇼핑 JM Display



2023년 6월 11일 일요일

갑자기 중고 액티브 서브우퍼(Sherwood ASW-185)를 구입하다니...

1월말에 하만카돈 AD-68 스피커 세트(중고; 20W 급으로 1.24" 트위터 및 2" 미드우퍼 채용)를 구입하여 책상 위 음악감상용으로 종종 사용하였다. 구입과 관련한 글은 여기에 있다. 중저음을 담당하는 스피커 드라이버의 직경이 워낙 작으니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달려있다 해도 풍성한 저역을 담당하기는 어렵다. 갑자기 액티브 서브우퍼가 있으면 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였다. 현실에서 느끼는 약간의 불편함에 이보다 몇백 배가 더 큰 호기심이 더해져서 서브우퍼의 모든 것을 알아보는 여정에 돌입하였다. 특히 다음의 글이 무모한 도전을 하는데 큰 용기를 주었다.

[와싸다닷컴 HIFI게시판] 하이파이에서 서브우퍼 쉽게 사용하기

AD-68 및 이를 구동하는 초저가 class D 앰프.


며칠 동안 검색을 하다가 8인치 우퍼를 채용한 셔우드(인켈) 브랜드의 ASW-185를 구입하게 되었다.

갑작스런 호기심에 저지른 일임을 부정하긴 어렵다. 영화를 보기 위한 목적으로라도 서브우퍼 구매를 생각해 본 적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내가 활동하는 제이앨범 밴드에서는 큰 우퍼를 갖춘 스피커 시스템이 없는 경우 - 심지어 진공관 앰프를 쓰는 상황에서 - 별도의 서브우퍼를 쓰는 것에 대한 논의가 종종 있었지만 심각하게 당시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도대체 연결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보통의 리시버 앰프라면 서브우퍼를 위한 단일 채널 출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요즘 나오는 사운드바 + 서브우퍼 제품은 심지어 블루투스로 연결이 된다고 한다. 보통의 액티브 서브우퍼는 스테레오 앰프로 들어가는 신호를 그대로 액티브 서브우퍼로 보내거나, 스피커 단자에서 선을 빼서 연결해도 된다고 한다.

액티브 서브우퍼에 입력 신호를 연결하는 방법. 인터넷 어디선가 퍼 온 것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하여 순식간에 중고 액티브 스피커를 구입하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 고무발이 경화되어 마치 먹처럼 검은 것이 묻어나는 것을 제외하면 외관은 양호하였고, RCA 단자를 통해 입력신호를 넣으니 저음이 잘 나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음량과 크로스오버 주파수(high cut) 조절 노브(50-180 Hz)도 잘 작동하였으나, 위상 전환 스위치는 작동 전후에 소리가 달라지는 것을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계측기가 없다면 정확히 세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릴을 벗겨낸 모습. 전면 모서리의 밝은 회색 테이프(접착시트지?)는 상처를 가리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떼어내고 보니 끈끈이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왜 붙였을까?

해태전자로 사명이 바뀐 것은 1988년. 이트로닉스로 다시 운영 법인명이 바뀐 것은 2000년이라 한다. 그러면 이 물건은 1990년대 막바지의 생산품일까? 제조년월 표시('0105...')에서 2001년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해 본다.

스프링 클립식 터미널에 하이 레벨 신호를 넣어 보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 나중에 분해할 일이 있으면 점검을 해 보도록 하자. 매뉴얼에서는 '본 기기의 스피커 입력단자를 다른 앰프나 리시버의 스피커 출력단자에 연결하거나 다른 스피커를 스피커 출력 단자에 함께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액티브 서브우퍼로 보낼 신호를 만들기 위해 믹서를 사용하였다. 좌우 스피커, 액티브 서브우커 및 class D 앰프의 가격을 다 합친 것보다 Behringer Xenyx 802 믹서가 더 비싸다! 격이 잘 맞지 않는 기기들이지만 서로의 성능을 갉아먹는 것은 전혀 아니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믹서를 통해서 손으로 노브를 돌려 조절하는 잔재미도 있다. 소스(컴퓨터에 연결한 USB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연결할 곳은 2-Track과 스테레오 채널(3/4 또는 5/6) 전부 가능하다. 스테레오 채널에 연결하면 3-밴드 이퀄라이저를 사용할 수 있다.



서브우퍼가 있으니 분명히 대중음악을 듣기에 좋은 것은 맞는데,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사용하려면 볼륨을 얼마나 올려야 할지, 어떻게 설치를 해야 할지 알기가 어렵다. 서브우퍼 바닥에 놓는 갖가지 재료(오석, 스파이크, 흡음재...)에 서브우퍼 구입가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돌처럼 딱딱해진 고무발부터 바꾸는 것.

오늘 테스트를 하면서 스피커의 좌우 극성이 뒤바뀐 것을 발견하였다. 대부분 앰프의 스피커 출력 터미널 극성은 (+, -, -, +)로 되어 있어서 나의 상식에 따라 연결을 했었다. 터미널의 극성이 색깔로 구별이 되어 있는 앰프였다면 혼동할 일이 없다. 그런데 오늘 액티브 서브우퍼의 하이 레벨 입력이 작동하는지 점검을 하기 위해 케이블을 준비하면서 확인을 해 보니 앰프에는 (+, -, +, -)로 인쇄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언제부터 한쪽 스피커 채널이 반대로 꽂혀 있었을까? 그래서 저음이 더욱 빈약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스피커 출력 단자의 극성을 제대로 확인하여 연결하지 않으면 이상한 소리가 난다.


유튜브의 스피커 테스트 동영상을 이용하여 AD-68 스피커 단독으로 얼마나 낮은 주파수까지 재생이 가능한지 알아 보았다.



흠...거의 50 Hz까지도 들린다. 패시브 라디에이터의 힘인가... 믹서의 이퀄라이저를 이용하여 저음을 부스트하니 더욱 강한 저음을 들을 수 있었다. 

Xenyx 1202/1002/802/502 user manual에 나오는 EQ 특성. 모노 및 스테레오 채널이 전부 동일하다.


그렇다면 믹서만 이용하여도 충분한 저음을 얻을 수 있었다는 뜻이 될까? 사인파 재생에 대해서는 단순히 수치를 이용하여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저음 재생의 질이나 박력에 있어서 액티브 서브우퍼를 능가하지는 못할 것으로 믿는다. 아니, 어차피 구입을 하였으니 그럴 것으로 믿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TV로 영화를 볼 때에도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

궁금해 죽지 말고 해 본 다음에 후회하자! 요즘 내가 종종 하는 말이다.

변방의 우퍼 소리 / 변방의 서브우퍼 소리

오디오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런 닉네임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2023년 6월 9일 금요일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목록 관리 방식에서 비롯된 규제 회색 지대 -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은 어디로 가야 하나? -

어제 쓴 글('국민건강보험 공부하기 - 어려운 몇 가지 핵심 용어')에 이어서 오늘은 요양급여 대상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하여 써 보고자 한다.

잠깐,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어제 쓴 글의 제목이 올바른지 고민해 보기로 한다. '-'(하이픈/대시, 또는 순화된 우리말로는 붙임표)는 영문과 국어에서 용법이 조금 다르다. 다음 표는 IT 글쓰기와 번역 노트의 -(붙임표, 하이픈)에서 가져왔다. 컴퓨터 자판으로 입력을 할 때에는 보통 마이너스 키로 하이픈을 대신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르다. 가로 막대 모양으로 생긴 구두점은 통틀어서 줄표(위키피디아)라고 한다.

하이픈/대시와 붙임표 비교. 출처: IT 글쓰기와 번역 노트 중 -(붙임표, 하이픈).


어제 쓴 글의 제목에서 뒷부분의 '어려운 몇 가지 핵심 용어'는 일종의 부제목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쓰는 것이 맞다.

국민건강보험 공부하기

- 어려운 몇 가지 핵심 용어 -

하이픈이 하나 더 들어가서 부제목의 앞과 끝을 닫아야 한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국문 논문을 찾아보면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제목이 무척 많다. 요즘 영문 논문에서는 ':'(콜론)을 쓰는 경우가 무척 많은데, 국문 논문에서도 이를 조금씩 흉내내는 경향이 있다.

엇, 그런데 위키피디아의 줄표 설명을 보면 부제의 앞뒤에 쓰는 줄표 중 뒤의 것은 생략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내가 쓰는 방식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가서...

요양급여 대상을 목록으로 정하고, 나머지 모든 것은 비급여로 취급하는 것은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에 해당한다. 이와는 반대로 급여가 아닌 것, 즉 비급여 대상을 목록으로 정하고 나머지는 전부 급여로 취급하는 것은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역사를 통해서 요양급여 목록 방식이 조금씩 바뀌어 왔는데, 최초 제도 도입 당시에는 어땠는지 조사하지는 못하였다. 의약분업이 실시된 것이 아마도 2000년도였던가? 이때에는 행위·치료재료·약제 전부 네거티브 목록 방식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하면 급여 대상이 많아지므로 국민 입장에서는 많은 혜택을 받게 되지만, 건강보험 재정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2006년에 의약품은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를 선별등재제도라고 불렀다.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은 급여제외목록방식이라고 부른다.

2018년 의약뉴스 기사(링크)에서 의약품 선별등재제도의 의미와 도입 배경을 잘 설명해 놓았다.

우리나라에서 행위 및 치료재료는 여전히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인가? 원론적으로는 그러하지만,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섞어서 운용하는 매우 독특한 방식이다. 주요 국가는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을 보자.

제41조(요양급여) ①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요양급여를 실시한다.

1. 진찰ㆍ검사

2. 약제(藥劑)ㆍ치료재료의 지급

3. 처치ㆍ수술 및 그 밖의 치료

4. 예방ㆍ재활

5. 입원

6. 간호

7. 이송(移送)

② 제1항에 따른 요양급여(이하 “요양급여”라 한다)의 범위(이하 “요양급여대상”이라 한다)는 다음 각 호와 같다. <신설 2016. 2. 3.>

1. 제1항 각 호의 요양급여(제1항제2호의 약제는 제외한다): 제4항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비급여대상으로 정한 것을 제외한 일체의 것

2. 제1항제2호의 약제: 제41조의3에 따라 요양급여대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결정하여 고시한 것

③ 요양급여의 방법ㆍ절차ㆍ범위ㆍ상한 등의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개정 2016. 2. 3.>

④ 보건복지부장관은 제3항에 따라 요양급여의 기준을 정할 때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에 대한 치료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은 요양급여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항(이하 “비급여대상”이라 한다)으로 정할 수 있다. <개정 2016. 2. 3>

제41조제1항에서 요양급여 대상을 원칙적으로 선언하고, 제2항1호에서는 비급여대상으로 정한 것을 제외한 일체를 요양급여 대상으로 한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약제는 제외함이 분명히 나타난다. 그리고 비급여 대상은 같은 조 제4항에서 규정하였고, 구체적인 목록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 2>에 실려 있다(같은 규칙 제9조제1항을 거친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에 해당한다. 그런데 제41조제3항에서 요양급여 기준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의미한다.

처음에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를 접하였을 때, 왜 약제만 다른 운명을 걷게 되었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위에서 언급한 의약뉴스 기사를 찾아 본 다음에 비로소 그 의의를 이해하게 되었다. 새로운 약이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 일단 비급여로 판매할 수 있고, 보험 등재를 원한다면 절차를 거쳐서 임상적·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아 급여 대상에 오르면 된다.

의료 행위도 이와 마찬가지로 전면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되는 것 아니었을까? 비급여 대상(일상 생활이나 업무에 지장이 없는 것 등)을 정하여 여기에 속하지 않으면 일체의 것이 급여 대상이라 해 놓고서 급여 대상은 별도로 정한다니 말이다. 당시에는 그런 방식으로 법령 개정을 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현행법 위주로 검색을 하여 공부하는 초보자 입장으로서는 그러한 배경을 도무지 알기가 어렵다. 법은 스스로 분명하게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제정 혹은 개정 취지는 조문 내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법은 시(詩)가 아니다. 지은이를 불러놓고 '이것은 무슨 뜻으로 지은 글인가요?'하고 묻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 자체로서 충분히 취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법령 체계가 이러하니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은 급여도, 비급여도 아니라는 이상한 상태가 된다. 그 어느 목록에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기술과 정말 다른지 확인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청하여 확인을 거쳐야 한다. 기존 기술이라면, 병원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비용을 받으면 된다. 물론 급여일 수도 있고 비급여일 수도 있다. 

기존기술 확인 결과 새로운 의료기술로 판정되면? 그러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의료현장에서 쓸 수 없다는 것이 그동안의 통념이었다. 사실 신의료기술평가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보험급여 자격이 있는지를 점검하는 초입의 과정이다.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건강보험 급여가 아니라고 해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당연히 비급여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비급여 목록을 별도로 관리하므로 여기에도 들어 있지 않은 상태가 된다. 이렇게 까다롭게 관리하는 이유는 복지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이 논리대로라면, 해 보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맞다. '하던 대로만 해!'

최근 들어서 이는 법령의 해석 문제로서 신의료기술평가를 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의사 단체나 의료기기업계의 민원 차원에서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이번에는 법조인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문제에 대한 법조인들의 논의는 실은 더 복잡하지만, 나는 일반인 수준에서 오늘의 글을 작성해 보았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롭게 지켜 보아야 되겠다.

2023년 6월 8일 목요일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개혁하자는 기사가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6월 7일 매일경제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혁신 의술·첨단 의료기기 규제수단 전락한 '신의료기술'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신의료기술(여기서는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이라는 뜻)'은 환자에게 돈을 받고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오랜 믿음이었다. 그런데 의료법과 관련 규칙을 검토한 결과 허가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내용이다. 2007년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도입 이후 16년 동안 국가적 규모로 오해를 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기사에서 인용한 의료법의 해당 조항 번호가 잘못되었다.

의료법 제45조 3항은 '신의료기술이라 함은 새로이 개발된 의료기술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의료법을 들여다보자. 이 내용은 제53조 제2항에 있다.

제53조(신의료기술의 평가) ①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의료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54조에 따른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신의료기술의 안전성ㆍ유효성 등에 관한 평가(이하 “신의료기술평가”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개정 2008. 2. 29., 2010. 1. 18.>

②제1항에 따른 신의료기술은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안전성ㆍ유효성을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6월 8일(오늘) 경향신문에는 비슷한 취지의 기사가 실렸다.

신의료기술평가의 대못을 뽑아주세요

여기에서는 의료법의 관련 조항 번호가 더욱 이상하게 변질되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의료법 제45조의3은, ‘신의료기술이라 함은 새로이 개발된 의료기술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는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라고 규정한다.

잘못된 조항 번호였던 제45조 제3항이 제45조의3으로 둔갑하였다. 이건 완전히 잘못되었다. '제M조 제N항'을 '제M조의N'으로 오해한 것 같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르다. 실제로 의료법 제45조의 구조를 보자. '제M조의N'은 법률 개정을 통해 새로운 조를 신설할 때 쓰는 방법이다.



그리고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것을 규정한 의료법 제4장은 이러하다.


기자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https://www.law.go.kr/)에서 해당 법령을 확인해 보시고 기사를 써 주세요... 취재 과정에서 인터뷰 대상자가 잘못 말했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국민건강보험 공부하기 - 어려운 몇 가지 핵심 용어

보통 '급여'(給與)라고 하면 일을 하고 그 보수로 받는 돈을 떠올린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이 표제어를 찾아보자.

급여(給與)「명사」 돈이나 물품 따위를 줌. 또는 그 돈이나 물품.

어라? 물품으로도 급여를 줄 수 있구나! 그러면 의미를 확장하여 물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급여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요양'(療養)이라는 낱말을 알아보자. 이 낱말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번잡한 도시를 떠나 공기 좋은 한적한 곳에 만들어진 시설에 머물면서 병을 치료하는 모습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사전에서도 '휴양하면서 조리하여 병을 치료함'이라고 뜻풀이를 하였다.

그러면 국민건강보험법에서 말하는 '요양급여'는 뭔가? 국민건강보험법에는 요양급여를 정의하지 않고, 다만 제41조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제41조(요양급여) ①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요양급여를 실시한다.

1. 진찰ㆍ검사

2. 약제(藥劑)ㆍ치료재료의 지급

3. 처치ㆍ수술 및 그 밖의 치료

4. 예방ㆍ재활

5. 입원

6. 간호

7. 이송(移送)

쉽게 말해서 병원에서 받는 의료 서비스의 일부가 요양급여이다. 우리나라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의해 모든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역시 한적한 곳에 위치한 요양소를 떠올리면 안 됨)으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모든 병원에서 요양급여를 실시한다. 요양급여비용 중 환자는 전체의 10~30%를 낸다. 병원이나 처방을 받아서 약국에 내는 비용이 바로 이것으로서, 본인부담금이라 한다. 

의료 서비스 중 일부는 요양급여가 아니다. 예를 들자면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실시하는 행위는 건강보험 급여가 아니므로, 환자가 100%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것을 모아서 비급여대상 목록으로 고시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 2]). 근거 법령은 같은 규칙 제9조제1항(비급여대상). 진료비 또는 약제비 영수증을 보면 내가 지불한 금액(본인부담금)과 공단부담금이 각각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다(NECA [알쓸상식] 건강보험의 급여, 비급여). 민간의료보험은 본인부담금까지 지급을 해 준다. 이것이 전체 의료비를 늘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 즉 우리나라에는 하나뿐인 공보험의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우려가 높다.

자료 출처: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역할 정립을 위한 쟁점. 보건복지포럼(2017.6)


(정확히 말하자면 병상 수에 따라 병원과 의원을 구분해야 하지만, 위에서는 편의상 이를 통틀어서 '병원'이라고 하였다.)

오래전 의료보험법에에서는 보험급여를 요양급여, 장제급여 및 분만급여로 나누었지만, 현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장제급여를 제외하고 전부 요양급여라는 개념에 포함시켰다. 예전 의료보험법에는 이런 규정이 있다.

①보험의료기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보험의료기관에서 행한 요양급여에 소요된 비용(이하 “診療報酬”라 한다)을 보험자에게 청구한다.

현 국민건강보험법 기준으로 고쳐 말하자면 보험의료기관은 요양기관, 한자로 표현한 진료보수(診療報酬, 일본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알고 있음)는 요양급여비용으로 바꾸어야 한다. '요양급여에 소요된 비용'이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요양급여는 돈의 형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건강보험)수가'(酬價)는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보수로 주는 대가'라고 하였다. 국민건강보험법 자체에는 수가라는 낱말은 나오지 않는다. 건강보험에서 수가란, 의료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의미한다. 아주 복잡한 과정과 협상(매년 5월 진행)을 통해서 결정된다. (수가) = (요양급여비용)라고 보아도 되는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해 두자. 특정 의료행위의 건강보험수가는 (상대가치점수 x 환산지수 x 종별가산율 + 정책수가)라는 복잡한 공식을 따른다. 

진료의 대가로 의료공급자에게 지불되는 보상 방식을 '진료비지불제도'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행위별수가제와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및 정액수가제가 같이 쓰이고 있다. '진료'는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내가 작년에 쓴 글 '의료와 진료는 무엇이 다른가? 보건은?'을 참조하라.

개인부담, 공단부담, 비급여 등에 대해서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 요양급여 대상을 정하는 방법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 약제·치료재료(이것은 건강보험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인데 정확히 정의조차 되어 있지 않음)·의료행위에 서로 다른 방식이 적용됨 - 를 알지 못하면 현 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모든 의료 서비스가 전부 건강보험 급여인 것도 아니다. 의사는 최선의 진료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 이외의 행위를 하고 환자로부터 비용을 받으면, '사기죄'로 처벌 받을 수도 있(었)다! 지금은 판례에 의해 의학적으로 필요한 행위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아직 규제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의' 시행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는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