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1일 일요일

올바른 케이블(커넥터)의 선택 - 합주 연습을 하는데 왜 베이스의 소리가 작을까?

믹서 + 파워앰프의 조합을 파워드믹서(Samson XML610)으로 바꾼 뒤 일렉트릭 베이스의 소리가 다른 악기의 소리에 묻힌다는 느낌이 들었다. 30 dB의 이득을 제공하는 액티브 DI box를 써서 파워드믹서에 연결을 하고, 믹서 채널의 레벨을 최대로 올려도 다른 악기에 비해서 음량이 조금 부족하다. 왜 그런지 그 원인을 알아보기로 하였다.

별도의 믹서(Behringer Xenyx 802)를 쓸 때에는 DI box의 출력을 마이크로폰 전용의 1~2번 채널에 연결한 뒤, 추가적인 게인을 올리는 노브(아래 그림의 주황색 네모)를 돌려서 베이스의 음량을 높여서 사용하였었다. 처음에는 DI xbox와 믹서를 연결하기 위해 XLR-XLR 케이블을 사용하다가 나중에 XLR-TRS(1/4 인치)을 구입하여 교체하였다. 그렇게 되었던 이유는 1/2번 채널을 두 대의 마이크에 내어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는 노브를 돌려서 추가 게인을 얻기는 어려웠지만, 음량이 그렇게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스테레오 전용의 채널 중 L 채널에만 베이스를 연결할 경우 모노로 인식이 되고, balanced 케이블 접속은 여전히 가능하다.


Samson 파워드믹서의 마이크로폰 전용 채널(1~4번)에는 별도로 게인을 올리는 노브가 없다.. 그리고 매뉴얼에 나오는 사양을 비교해 보아도 프리부의 최종적인 게인은 Behringer의 것보다 다소 낮다. 

채널의 레벨을 최대로 올려도 음량이 부족하다면, 3-band EQ의 중저음부를 올려서 일렉트릭 베이스의 음량을 최대 15 dB까지 끌어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EQ를 이런 목적으로 쓰는 사람은 없겠지만. 만약 Main mix에 적용되는 7-band EQ를 매만지면 추가적으로 게인을 확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두 장비의 블록 다이어그램을 비교하면서 혹시 다른 차이가 없는지 알아보았다.

XML610의 5~10번 채널에는 balanced cable을 꽂을 수는 있지만, ring(cold)를 그라운드에 직결해 놓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6 dB만큼 신호가 줄어든다. 그것은 Xenyx 802도 마찬가지이다. Balanced cable을 꽂을 수 있을 뿐, balanced connectione다운 작동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XLR 단자와 병렬로 연결된 1/4 인치 커넥터는 라인 레벨의 출력이 아니라면 쓰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그림에도 적나라하게 보였듯이, XML610이나 Xenyx 802 전부 1/4 인치 커넥터에는 PAD(pre-attenuation device, 빨간 별 표시)가 연결되어 있다. XML610에서 버튼으로 작동되는 PAD와는 따로 작동한다. 라이브에서 PAD를 쓰는 이유는 야마하 미국 웹사이트의 Using PAD in live sound를 참고하기 바란다.

오늘 오후에는 우리 밴드의 공연 전 마지막 연습이 있을 예정이다. 일렉트릭 베이스 -> active DI box -> XML610의 1~4번 입력 채널 중 XLR 단자를 이용하되, 3-band EQ의 중저음을 조금 올려서 원하는 수준으로 올리는 실험을 해 봐야 되겠다. Xenyx 802는 3개 밴드에 대하여 +/- 15 dB 조절이 가능하지만, XML610은 미드레인지에 대해서는 +/- 12 dB로 제한되어 있다. 7-band graphic EQ에서도 +/- 12 dB 범위에서 조절 가능하다. Xenyx는 각 채널의 레벨 조절 노브 눈금에 -∞..15 dB의 범위가 인쇄되어 있으나 XML610은 0..10으로만 표시하였다.

오디오 믹서의 사양표에 나오는 게인은 이퀄라이저를 통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게인은 제외하고 표시하는 정상일까? 나도 말 모르겠다.

공연 현장에서 믹서를 2개 이상 사용하는 일도 흔히 있다고 한다. Xenyx 802에 지금까지의 방법으로 내 베이스를 연결하고, 메인 믹스 출력을 XML610에 연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비 구성을 단순화하기 위하여 파워드믹서를 구입한 것이 아니었던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해서 장비 구성을 복잡하게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두 개 이상의 믹서를 연결하는 법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자.

https://kettnercreative.com/audio-mixer/connect-audio-mixers-together/ (동영상 링크)


2024년 7월 22일 업데이트

Active DI box와 파워드믹서 사이를 XLR-XLR 케이블로 연결하고 3-band EQ를 살짝 올려서 충분한 수준의 베이스 음량을 얻을 수 있었다.

2024년 7월 18일 목요일

K-BDS에 데이터를 등록하는 작업 자체가 새로운 차원의 창작이 될 수도 있다 - 데이터의 복원

게놈 고물상 영업 차원에서 과거 연구 기록물을 뒤져서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국가바이오데이터스테이션(K-BDS)에 등록하느라 짬짬이 등록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연구과제 보고서, 논문, 그리고 논문에 부속된 염기서열 등 정보를 GenBank 등 공개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한 것. 이 세 가지는 연구 과정을 돌아볼 수 있는 무수한 자료 중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K-BDS는 NGS 등 raw data의 등록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나는 이보다 더 나아가서 연구 노트와 컴퓨터에 남아 있는 중간 형태의 자료를 정리하여 K-BDS에 등록하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그 '정리' 작업이라는 것이 상당히 고통스럽다. 그 자체가 리서치 수준에 버금가는 노고와 지적 활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연구 노트를 뒤적이면서 큰 줄거리만 다시 파악하여 ReadMe 파일을 만들려고 하지만, '이때 왜 이런 PCR을 했었지?'와 같은 세부적인 사항도 가끔씩은 꿰뚫어 봐야 하기 때문이다. 대장균 BL21(DE3)의 유전체 해독처럼 온갖 기법의 시퀀싱 기법을 동원하여 완수했던 프로젝트는 더욱 그렇다. 데이터가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애벌레에서 번데기를 거쳐서 나비 성체가 나오듯이 급격한 변화를 겪는 순간들이 있는데, 연구 노트를 다시 펼쳐서 밑줄을 그어 가면서 읽어도 당시의 상황이 쉽게 재구성이 되지 않는다. 2005~2006년의 노트와 컴퓨터에 남은 파일을 대조해 가면서 거의 새로운 수준의 연구를 하는 셈이다.

심지어는 파일 자체를 고쳐야 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서 어느 ace 파일을 consed에서 열었더니 이런 메시지가 나온다. 

exception thrown: could not open PHD file ../phd_dir/ED229-230_229.1.ab1.phd.2
...
exception thrown: PHD file timestamp mismatch:  ace file says Wed Mar 8 10:40:30 
2006 but PHD file says Fri Nov 24 10:25:49 2006 for read ED100-101_100.1.ab1
Did you use the phredPhrap perl script?  You should.  Click on help in the 
aligned reads window for documentation

두 가지의 예외 상황에 맞닥뜨렸다. 앞의 것은 phd.2 파일(총 42개)이 없다는 것이다. Phd.1은 phred를 처음 실행했을 때 만들어지는 것이고(consed에서 Add New Reads를 실행했을 때도 포함), phd.2부터는 consed에서 크로마토그램의 피크를 직접 보면서 편집을 한 것이 기록된다. ace 파일을 보관하기 위해서 복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실수가 남은 것이다. 뒤의 것은 52개의 크로마토그램에 대해서 phd 파일과 ace 파일에 기록된 timestamp가 맞지 않다는 뜻이다. 어떤 이유로 원본 phd 파일이 삭제되고, 이를 나중에 phred로 다시 만들다 보니 이미 존재했던 ace 파일과 불일치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Phd 파일과 ace 파일 둘 중의 하나를 고쳐야 한다. K-BDS에 등록하기 위해 데이터 파일에 '침습적'인 가공을 거쳐야 하다니!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예외 상황 1은 복구 불가, 그러나 예외 상황 2는 약간의 스크립트를 써서 복구 가능... 자, 이를 어찌할 것인가? 예외 상황 1은 완전히 복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원본 크로마토그램은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누구든지 이를 Add New Read로 넣어 보면 된다. 2번 상황만 고쳐 놓은 뒤, 1번에 이르는 과정은 직접 실습해 볼 수 있게 설명을 잘 달아 놓으면 될 것이다. 

박물관의 유물 복원실에서 늘 하는 일을 상상해 보자. 아무리 철저히 고증을 거친다 해도, 복원은 일종의 창작을 수반하지 않을 수 없다. '손상된 데이터의 복원'에도 이처럼 많은 조사와 궁리, 그리고 구체적인 복원에 따르는 창작 수준의 노력이 들어가야 함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시도하는 복원 그 자체는 데이터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러면 2번 예외 사항에 대한 수정을 해 볼까? 파일로 리다이렉션한 화면 출력을 살펴보니...

more errors, but will not report them

아이고, 어쩌면 52개만 수정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닌것 같다. 이 ace 파일 전체에 수록된 430개의 read에 대한 phd file timestamp를 ../phd_dir에 현재 남아 있는 phd 파일의 그것으로 바꿔야 하겠다. 생각보다 일이 점점 많아진다.

모니터 앞에서 점심 도시락 먹으면서 bash BASH/Perl 스크립트로 간단히 해결하였다. 얼마 만에 돌려 보는 regular expression인가! 

2024년 7월 16일 화요일

눈알의 해부학

아이디어 회의를 겸한 점심 모임에서 ETRI 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렇게 도입부를 써 놓고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른바 존대어 범람시대(참고할 글: 접미사 '-분', '-님', 고객분, 고객님, '손님'인가, '손님분'인가)가 되어 어색한 표현이 너무 많아진 것에 대하여 나도 매우 비판적이다. 

아이디어 회의를 겸한 점심 모임에서 ETRI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렇게 쓰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일까? 만약 그 대상에 기관장 등 주요 경영진이 포함되어 있다면? 아,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모임에서 떠오른 여러 화제 중 인조 눈(眼)을 구현하는 방법도 포함되어 있었다. 주로 망막에 맺히는 상을 어떻게 전기 신호로 전환할까에 대한 것이 관심사였는데, 나는 이에 대한 보다 실제적인 문제를 제기하였다. 망막을 전자 회로로 대체하고 이를 전기 케이블로 연결하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 마치 헤어 드라이어의 전원 케이블이나 휴대폰 충전기 케이블이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연결 부위가 쉽게 망가지듯이 계속되는 안구의 움직임에도 잘 견디는 특수한 전도성 케이블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울 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냈다.

그랬더니 '망막은 고정되어 있는 것 아닌가요? 아니, 생물학자 아니셨던가요?'하는 반문을 들었다. 어? 정말 그런가? 순간적으로 나는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었는데, 모임을 마치고 와서 생각해 보니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 카메라를 생각해 보자. 카메라가 움직이면 필름도 따라 움직인다. 빛의 다발이 카메라를 통과해서 카메라 뒤편의 고정된 필름에 상이 맺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눈알도 이와 같은 방식이 아니었던가? 단지 좁은 공간 안에서 쉽게 회전할 수 있도록 구형으로 생겼을 뿐.

갑자기 눈알의 해부학이 궁금해졌다. 눈알은 얼마나 큰가? 시신경과 근육은 어떻게 눈알에 붙어 있나? 안구는 멋지고 예의 바른 낱말이고, 눈알은 그렇지 않은 낱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 안구의 평균 지름은 24 mm로, 골프공(42.67 mm)이나 탁구공(40 mm)보다 훨씬 작다.

바로 위의 글은 한겨레신문에 실린 해부학 실습 참관기 '조심스레 적출한 안구는 탁구공보다 작았다'에서 인용한 것이다. 내가 호기심을 갖고 있는 부분을 묘사한 문장을 찾아 보았다.

막 적출된 안구는 흔히 영화 등에서 묘사되는 매끈한 탁구공 모양이라기보다는 안구의 절반 이상이 뒤쪽에 끈이 달린 치밀한 그물 같은 조직에 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끈은 안구에서 뇌로 이어지는 시각신경 다발이고, 치밀한 그물 조직은 눈을 둘러싼 근육들이었다. 

내 생각이 맞았다. 망막은 당연히 안구와 일체이며, 안구 전체와 함께 움직인다. 안구의 회전에 따라서 시신경 다발이 얼마나 느슨해졌다가 팽팽해지는 것을 반복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정되어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PIXELSQUID 웹사이트에 가면 안구의 해부학적 3D 이미지를 직접 돌려 볼 수 있다. 

수정체와 홍채는 현재의 카메라 기술로 비교적 쉽게 구현 가능할 것이다. 배터리 교체 문제의 해결 방안은 나도 잘 모르겠다. 혈액으로부터 공급되는 영양물질(예: 포도당)을 이용하여 전기 에너지를 발생하는 기술이 생긴다면 정말 유용할 것이다. 그런데 이는 이미 생체전지연료라는 이름으로 proof-of-concept 수준으로 구현이 된 기술이다('몸속에서 전기 생산하는 섬유전지 나왔다', 2018). 실용화 수준은 아직 찾아보지 않았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을 생각한다면 직경 24 mm의 인공 안구에 넣을 시각 센서는 충분히 작게 만들 수 있다. 역시 전원 공급 방법을 해결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이를 시신경과 인터페이싱하는 기술을 해결해야 한다. 위에서 내가 제기한 문제는 단순 무식하게 인공 눈알 뒤에 마치 하네스 케이블과 같은 다발을 연결하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보다 현명한 엔지니어라면 이런 방식 대신 인공 눈에 붙은 센서와 시신경을 직접 연결하는 기술을 먼저 개발할 것이다.

나는 염기서열 해독 결과를 매만지는 분자생물학자/유전체학자일 뿐, 눈을 인공화하는 현대 공학기술이 어느 수준으로 발전했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자료를 조금 검색해 보니 디지털 카메라에 쓰이는 반도체 센서에 시신경을 인터페이싱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접근 방식으로 보인다. 차라리 스탠포드 의과대학의 The Stanford Artificial Retina Project 웹사이트부터 읽어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연구의 목표는 이식 가능한 인공 망막을 개발하는 것이다. 황반변성 등 요즘 점점 흔해지는 망막 질환을 생각하면 대단히 유용한 기술임은 자명하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상상의 지평을 넓히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때로는 이런 만남이 선례에 집착하지 않은 창의적 발상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2024년 7월 14일 일요일

Samson 파워드믹서 XML610의 테스트 - 프리부의 게인을 중심으로

 DI box를 통해 일렉트릭 베이스를 연결한 뒤 시험 연주를 해 보고 있다. 아내의 시점에서 촬영(의도하지 않게 찍힌 아내의 발은 'cropped out'). 바닥에 놓인 멋진 기타 이펙터 프로세서(BOSS GT-5)는 내 것이 아니다.


일요일 아침, 중고로 구입한 파워드믹서를 임시 연습실(근무하는 빌딩의 지하 1층)에 가져다 놓고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우선 다이나믹 마이크로폰(카날스 BKD-101)을 1번 채널에 꽂은 뒤 채널 레벨을 거의 최대로 올리고 음성을 입력해 보았다. 생각보다 소리가 작다. 어지간히 큰 소릴 내도 레벨미터 LED(-10, -5, 0, +3, +6)의 가장 낮은 위치(-10)에도 불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MASTER LEVEL은 12시 정도로 두었다. MASTER LEVEL을 올리면 당연히 레벨미터의 점등 수준도 올라갈 것이다.

연습실에 자리 잡은 '삼손' 파워드믹서 XML610. 4옴 패시브 스피커에 대하여 정격 300 와트 x 2(0.1% THD at 1 KHz)의 파워를 낸다.

Behringer Xenyx 802에서는 마이크로폰을 대고 소리를 입력하면 레벨 미터가 당연히 반응하였다. 레벨 미터의 LED는 -20, 0 +6, CLIP에 해당하므로, XML610보다 더 낮은 레벨에서 LED의 불이 들어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장비의 프리앰프의 성능, 특히 게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Behringer Xenyx 802의 마이크로폰 전용 채널인 1번과 2번에는 모든 채널 스트립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최 하단의 레벨 조절 노브 외에도 다음과 같은 게인 조절 노브가 별도로 존재한다. 다이나믹 마이크로폰은 -10~+40 dB, 팬텀 파워를 공급했을 시 콘덴서 마이크로폰은 +10~+60 dB의 게인 조절 범위를 제공한다.

Behringer Xenyx 믹서의 매뉴얼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The XENYX preamps provide undistorted and noise-free gain as is typically known only from costly outboard preamps... They are perfectly matched to every conceivable microphone with up to 60 dB gain and +48 volt phantom power supply." 

내가 갖고 있는 어떤 마이크로폰도 이 게인 노브를 12시 이상으로 돌리지 않고는 만족스런 레벨이 나오지 않는다. 콘덴서 마이크로폰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리고 액티브 DI box를 경유하여 연결한 일렉트릭 베이스 역시 이 게인 노브를 올려 놔야 다른 악기와 합주를 할만 한 정도의 레벨이 된다. 컴퓨터로 녹음을 할 때에는 이 레벨 노브의 위치에 크게 의존하지는 않았다.

자, 이 게인 노브는 Xenyx 802 믹서로 하여금 XML610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사전 증폭을 제공하는 것일까? XML610에는 오직 레벨 조절 노브(패널에서는 'VOL'로 표시)와 -20 dB PAD 토글 버튼 스위치(채널 1-4)만 있을 뿐이다. 패드 버튼은 피크 LED에 불이 들어올 때 누르라고 되어 있다.

Samson XML601의 프리부 전압 게인 사양을 살펴 보았다. 어느 채널이든 마이크로폰을 위한 추가적인 게인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신호가 다다르는 최종 출구에 따라 게인이 전부 다르다. 1-4 채널(마이크로폰)에 대해서는 36 dB 이득이라고 기억해 두면 되겠다. 

반면 Behringer 믹서의 사용자 매뉴얼에는 Xenyx 프리앰프가 최대 +60 dB라고 하였으며, 라인 입력의 경우 grain range는 -10 dB to +40 dB라고 하였다. 국내 브랜드인 카날스의 믹서인 BKG-50의 사양을 살펴보면 게인 범위는 라인 입력의 경우 -10~+40 dB, 마이크로폰 입력의 경우 +10~+60 dB이다. 엠앤에스(미디앤사운드)에서 세일 중인 ICON NeoPreAmp는 마이크로폰 입력에 대하여 역시 60 dB의 게인을 제공한다. 따라서 Samson 파워드믹서 XML610이 제공하는 36~42 dB의 게인은 다소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파워드믹서의 사양과 아직 비교해 보지는 않았으니 섣불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

파워드믹서라는 물건은 어디까지나 편의성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내장된 믹서 자체가 좋은 품질의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믹서와 파워 앰프가 하나로 합쳐진 장비로서 한 손으로 번쩍 들 수 있다는 것, 그 이상으로 뭘 더 기대할 필요가 있겠는가? 위에서 살펴본 것은 프리앰프부의 게인이 약간 낮다는 자체 평가이고(동등한 600와트급 파워드믹서가 일반적으로 어떠한 수준인지는 아직 잘 모름), 잡음 수준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팬텀 파워를 쓸 때에는 각별히 주의하자

팬텀 파워는 콘덴서 마이크로폰이나 일부 액티브 DI box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필요하다(내가 쓴 관련 글 링크). 액티브 DI box의 전원을 믹서 측에서 팬텀 파워의 형태로 제공하려면 아마도 XLR-XLR 케이블을 써야 할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실험을 해 본 것은 XLR-XLR 케이블을 사용한 것이 유일하다. XLR-TRS 케이블도 갖고 있기는 하다. 

Xenyx 802 믹서의 다이어그램(일부, 원본). 마이크로폰 전용의 채널 1번 및 2번에서는 6.35 mm (1/4인치) TRS 커넥터를 통해서 팬텀 파워를 공급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팬텀 파워를 공급하려면 XLR 커넥터에 케이블을 꽂아라!


어쨌든 팬텀 파워가 걸린 상태에서 마이크로폰 케이블을 연결하거나 뽑으면 좋지 않다는 것은 매우 잘 알려져 있는 주의사항이다. 특히 unbalanced 기기는 더욱 위험하다.

다이나믹 마이크로폰이 꽂힌 상태에서 팬텀 파워를 걸면 어떻게 되는가? 만약 제대로 만들어진 XLR 케이블을 통해 연결되었다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오늘 XML610에 콘덴서 마이크로폰을 연결한 뒤 팬텀 파워(+48 V)를 걸어서 소리가 잘 남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다른 채널에 연결되어 있던 다이나믹 마이크로폰 본체의 ON/OFF 스위치를 무심코 작동시켰다가 매우 큰 소리와 함께 갑자기 파워드믹서가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닌가?

"어이쿠, 사자마자 망가뜨린 것 아닐까?"

떨리는 마음으로 본체의 파워를 내렸다가 다시 넣으니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하였다. 전기적 충격에 의한 오동작이었는지, 또는 자체적인 보호 기능이 작동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2024년 7월 13일 토요일

Samson 파워드믹서 XML610의 주요 사용법 공부하기

XML610이 배달된 것은 이틀 전이었으나 아직 작동 테스트를 하지 못하였다. 스피콘 커넥터로 연결된 PA 스피커와 악기 등은 전부 직장(지하실)에 있지만 거듭된 출장으로 아예 가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이전 모델로 추정되는 XM610(specification)은 채널 수도 6개에 불과하고 중량은 무려 18.2 kg이나 나간다. XML610이 6.5 kg밖에 나가지 않는 것은 class D amplifier를 채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Hum & noise 사양은 구 모델인 XM610이 조금 더 우수하다.



지금껏 사용해 온 Behringer Xenyx 802와는 달리 이펙터를 내장하고 있으므로 그 사용법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자 매뉴얼을 숙독하면서 Xenyx 802와 다른 점을 공부해 보았다. 

채널 스트립을 따라 세로로 배치된 노브 중 3-band EQ 바로 아래에 위치한 파란색 AUX 1/MON은 pre-fader에 해당하므로 바로 아래 위치한 볼륨 컨트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노브는 모니터 버스로 가는 신호의 양을 결정한다. 그 아래의 자주색 AUX 2/EFX는 post-fader이므로 볼륨 컨트롤의 영향을 받으며, 내부의 이펙터 프로세서와 EFX 2 SEND로 나가는 신호의 양을 결정한다. 외장 이펙터를 쓰려면 사용 가능한 5/6~11/12 채널의 6.5 mm TS 단자에 이펙터 출력의 케이블을 꽂아 넣어야 한다.

AUX 1/MON과 AUX 2/EFX의 조절 노브를 확인하자.

모니터 출력 단자는 전면 왼쪽 아래에 있다. 그러나 설정용 슬라이드 스위치('MODE')를 조절하여 오른쪽 채널에서 나오게 할 수 있다. 모니터는 메인 믹스와는 별도로 작동된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각 채널의 볼륨 레벨 설정과는 무관하다.

전면의 MAIN OUT 단자는 라인 레벨 신호(+4 dBu)를 내 보낸다는 것을 명심하자. MONITOR OUT은 balanced(mono),  EFFECT(AUX 2) SEND는 unbalanced(mono) 출력이다.

이펙터가 가해지는 정도는 (1) AUX 2/EFX, 이펙터 섹션의 (2) LEVEL, 그리고 7-band graphic EQ 왼쪽 부분에 위치한 (3) EFX 2 MAIN의 총 세 곳의 노브에서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노브를 돌림으로써 얻는 조절의 실제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1)은 입력 신호를 얼마나 내부 이펙터로 보낼 것인가, (2)는 모든 입력 채널에서 전송된 신호를 합쳐서 내부 이펙터로 보내는 정도, (3)은 이것을 다시 메인 믹스에 합치는 양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노브를 12시 방향으로 놓으면 unity(=1), 즉 입력을 가감 없이 보내는 것이다.

REC OUT(RCA 단자)은 graphic EQ를 거치지 않은 신호이다,

스피커를 구동하지 않고 믹서 용도로만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반도체 파워 앰프에 스피커를 연결하지 않은 상태로 사용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XML610 및 910 모델의 블록 다이어그램.
 


밴드 연습을 잘 하기 위해서 더 필요한 것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당분간은...


2024년 7월 14일 업데이트 - 사용 시 주의사항


'24-Bit Digital Effects Section'의 EFX ON 스위치 작동이 원활하지 않다. 한번 누르면 쏙 들어가서 ON 상태가 되고 다시 누르면 튀어나와서 OFF가 되어야 하나, 이물질이 끼었는지 부드럽게 들락날락하지 않는다. 전기적 접촉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나중에 분해를 할 일이 있으면 내부 청소가 필요할 것 같다. 중고품이므로 이 정도의 결함 아닌 결함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48 볼트 팬텀 스위치를 팝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 MASTER/MONITOR level control을 최소로 둔 뒤에 작동시키도록 한다. 



2024년 7월 12일 금요일

오픈 사이언스 시대의 연구데이터 공개 정책

서울 출장에서 돌아와서 치과까지 들렀다 집에 오니 너무나 피곤하여 잠시 퍼져 있다가 노트북 컴퓨터의 덮개를 열었다. 어제(7월 11일) KISTI, 즉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열렸던 <2024 연구데이터 관리 및 활용 세미나>의 생생한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참석 후기를 쓰기 위함이었다.

세미나가 열렸던 키움관 1층 컨퍼런스룸의 반대편에는 KISTI Studio가 자리잡고 있었다.

'오픈 사이언스란 과학 연구의 결과물과 데이터, 방법론 등을 누구나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ChatGPT는 말하였다. 주요 원칙 중 1순위는 오픈 액세스, 즉 학술 논문(연구 결과물)을 누구나 무료로 읽고 다운로드하게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픈 데이터, 즉 연구데이터를 공개하여 다른 연구자들이 이를 재사용하고 검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오픈 데이터 정책은 가뜩이나 업무에 시달리는 연구자에게 부담을 하나 더 지우는 것은 맞다. 데이터를 정제하여 친절한 설명을 단 뒤에 정해진 리포지토리에 올리는 일은 논문이나 보고서를 쓰는 일 못지않게 수고스럽기 때문이다. 그나마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서열 데이터 등을 전문 리포지토리에 올려서 공개를 해 놓아야만 학술지에서 논문을 받아 주는 전통이 잘 수립되어 있어서 이에 따르는 연구자의 저항감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국가 바이오 데이터 스테이션(K-BDS)이 그러한 데이터 리포지토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등록 실적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학자가 얻는 기본적인 보상은 어떤 연구 결과를 누구보다도 먼저 발표하여 인정을 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 결과(또는 데이터)의 개방이 근본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데이터를 공유하는 과학자들은 학술적 크레딧을 얻고 있는가? 연구 데이터를 공유하게 만드는 정책은 연구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 데이터의 독점적 사용은 과학의 발전을 저해하는가? 이번 KISTI 세미나의 오전 세션에서 발표를 했던 성균관대학교 권석범 교수(논문 목록)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였다. 

발표 중인 권석범 교수. 죄송하게도 앞자리에 앉은 다른 발표자의 뒷모습이 찍혔다. 왼쪽부터 KAIST 이경찬 책임('IR 및 IDR 통합을 통한 연구데이터 서비스 방안 모색'), STEPI 신은정 박사('국내외 연구데이터 정책 동향과 과제').

연구 방법론은 생명과학자인 내가 이해하기는 힘들었으나 결론은 이러했다. 

  • 데이터 공유 과학자의 연구 성과는 더 많이 인용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용회수는 더 적어진다. 이는 더 진보된 연구 결과가 등장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연구데이터를 공유(강제?)하는 정책은 연구 성과를 저하시키는 것 같지는 않다. 데이터를 인용하는 과학자가 데이터를 공개하는 과학자를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삼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좋은 전략이 아니다. 이를 활용하여 다른 연구 질문을 해결하는 것(diversion)이 더 나은 선택이다.
  • 독점적 연구 데이터 활용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른 차원의 오픈 사이언스를 촉발할 수 있다. 

권 교수의 결론은 '데이터 공개는 무조건 좋다'는 우리의 막연한 기대를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데이터를 모두에게 공개하면 분명 이를 이용하여 이득만 취하는 무임승차자가 생길 수 있다. 데이터가 필요한 사람에게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direct exchange가 더 이득이라고 생각한다면 막을 길은 없다. 따라서 연구 데이터의 공유 활성화를 이루려면 분명히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연구 데이터의 공개가 어떠한 성과물을 창출하는지 분석할 수 있는 체계 또한 필요하다. 

권 교수의 발표에서 다룬 본인의 연구 논문은 다음과 같다.

  • Incentive or disincentive for research data disclosure? A large-scale empirical analysis and implications for open science policy. International Journal of Information Management (2010)
  • Competition or diversion? Effect of public sharing of data on research productivity of data provider. (under review)
  • Dual role of data in corporate research on machine learning and artificial intelligence. (under review)

지난해 과기정통부에서 <국가연구데이터 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하였으나 21대 국회와 함께 종료되었고, 22대 국회에서는 두 건의 법률안이 의원입법으로 다시 올라온 상태이다(복기왕의원 등 23인, 박충권의원 등 11인). 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온갖 진흥법의 구조와 많이 닮은 것은 전자이고, 다른 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정보를 포함하는 국가연구데이터에 대한 공개 제한 규정을 담은 것은 후자이다. 바이오헬스 데이터와 같이 생명윤리법 또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데이터를 위한 배려(?)로 보인다.

연구데이터와 관련한 법률이 생긴다고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미 공공데이터법(2013)과 산업 디지털 전환법(2022)이 있어서 공공데이터 및 연구데이터와도 영역 다툼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공데이터란 공공기관이 직무상 혹은 목적성을 가지고 생성·취득·관리하는 전자(기록)자료인데, 출연연이 생성한 연구 데이터 역시 이 범주에 당연히 들어가지 않겠는가.

일단 이러한 법률이 제정되면 몇 년 단위의 기본계획 수립(너무나 많이 보아 온 방식), 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운영 등 고정적으로 예산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니 한편에서는 이를 분명히 환영할 것이다. 국내외 연구데이터 정책과 법제도 - 동향과 과제에 대해서는 STEPI의 신은정 박사가 발표하였고, 이는 연구보고서인 <연구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 및 법제와 전략 연구>(김권일 외 2023.9.)로 발표된 바 있음을 밝혔다. 

이외에도 KISTI가 구축한 국가연구데이터플랫폼 DataON과 표준형 기관 연구데이터 리포지토리인 NaRDA(National Research Data Archive), 그리고 데이터 리포지토리의 인증 체계 중 하나인 CoreTrustSeal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모든 발표를 듣느라 거의 하루를 꼬박 투자했지만 전혀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연구데이터 공개가 진정으로 가치를 발휘하려면 연구자의 선의에 기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책이 그 빈 팀을 잘 메워 주어야 하고,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면밀하게 추적해서 이를 평가해야 한다. 한국사회과학자료원(KOSSDA)의 데이터 인용 캠페인인 'Cite the data'가 떠오른다.

KOSSDA 웹사이트의 팝업 창에서 '질적연구'라는 용어를 접했다. 부끄럽지만 질적연구라는 용어는 2년 전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에 파견을 나와서 다른 전문위원에게 처음 들었다. '당신들과 같은 논리실증주의자들은~'을 부르짖던 이 모 박사님이 생각이 난다.

KOSSDA 웹사이트의 팝업 창. 이것이 요즘 사회과학의 연구 방법론이로구나...


2024년 7월 11일 목요일

[자작곡] 호수 섬 이니스프리, 버전 1(보컬은 synth로 대신함), 2, 그리고 3

「호수 섬 이니스프리(The Lake Isle of Innisfree)」는 예이츠(1865-1939)의 시로 잘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유명한 시를 가사로 삼아서 멜로디를 붙였던 것이 아마 중학교 1~2학년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호도'라는 한자어가 호수 속의 섬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원작은 영시라서 번역본은 몇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내가 당시 작곡에 참고했던 것은 지나치게 짧게 의역이 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번역본(참고 링크)이 멜로디를 붙이기에는 적당했을 수도 있지만, 시어(詩語)의 뜻을 정확히 모른 채로 적당히 가공하는 실수를 하였었다. 이 시를 원작에 충실하게 번역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을 하나 소개한다. 복사를 허락하지 않아서 원본 링크로 대신한다.

「이니스프리의 호수 섬」과 아일랜드의 자유와 독립

이 시에서 우리말로 옮기기 가장 어려운 곳은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 sings;

나 그곳에서 얼마간 평화를 누리리라. 평화는 천천히 내리므로(방울지듯?), 아침의 베일(안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까지 'dropping'하는데...

중학생 시절에 가사로 삼았던 번역본에는 '그러면 내 마음 평화로우리/안개 낀 아침부터 귀뚜라미 우는 저녁때까지'라고 하였다. 이는 지나친 의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직역을 해 놓으면 우리의 정서에 잘 맞지 않으니 번역자도 무척 고심을 했을 것이다. 이 번역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평화롭다'고 읽히도록 옮겨 놓았다. 그러나 원래의 의미는 이랬을 것이다.

(폭포수처럼 줄줄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라) 물방울이 맺혀 하나 둘 떨어지듯 평화가 내려오고, 그것을 나는 얼마간 누릴 것이고... 아침의 베일부터 귀뚜라미가 우는 곳까지 (평화가) 방울져 떨어지는데...

Dropping from A to B라고 표현하였으므로 A와 B는 장소 또는 위치에 해당하는 낱말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의미상 시간을 뜻하는 어구(phrase)가 차지하고 있다. 영시에서는 멋진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국문으로 옮기면 의역으로도, 직역으로도 그 아름다움이 잘 전해지지 않는다. 외국어로 쓰여진 시를 번역하는 사람은 정말 위대하다!

음악을 만들고 녹음하는 취미를 새로이 시작하면서 중학생 시절에 너무나 대충 만든 이 포크송 스타일의 노래를 반드시 새로 고치겠다는 다짐을 하였고, 며칠 전에 초안의 녹음을 마쳤다. 가사는 원작에 맞게 손을 보았고 - 실은 몇 달이 걸렸으며, 아직도 계속 변경 중 - 새롭게 한 구절을 창작하여 추가하기도 하였다. 80년대 초에 만들었던 곡은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40여 년 전의 자작곡을 녹음으로 남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음악적으로 많은 영감을 주고 받았던 친구 JH와 비교적 최근에 카카오톡을 하다가 문득 이 곡을 기억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 이 곡이 들을 만하였는지, 또는 그저 그랬는지에 관한 평은 미처 듣지 못했지만, 친구의 말에 용기를 얻어서 컴퓨터를 열고 녹음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자작곡인 「친구 JH에게 바치는 노래(+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Sirius를 뒷부분에 삽입)」의 가장 마지막 작업 버전은 작년 11월에 만들어 내 블로그에 올린 일이 있다(링크). 2014년에 나를 진공관 앰프의 길로 빠져들게 해서 아직까지 여기에서 헤매게 만든 것도 바로 JH였다. 매우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다시 대출력 반도체 앰프의 길로 돌아오고 있다. 직장 동료들과 밴드를 결성해 합주를 하려니 이동이 쉽고 튼튼하며 일정 이상의 출력을 내는 앰프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 

마이크로폰을 붙들고 목소리를 뽑아내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어서 sine wave로 보컬을 대신한 초안을 이 블로그에 공개한다. 내 유튜브 자작곡 목록에 올리기에는 아직 완성도가 많이 떨어진다. 보사노바 드럼 트랙은 유튜브에서 딴 것이고, 기타와 베이스 및 키보드는 직접 연주하였다. 7월 9일에 작성한 글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올바른 방식에서 보였던 끔찍한 오디오 클립 편집 작업이 바로 이 곡에 해당한다. 사실 스케치 수준의 녹음이라서 블로그에 올리기에 민망한 면이 없지 않다. 신서사이저는 AKAI MPK mini로 대충 연주했더니 영 엉망이다. 미니 건반 특유의 불편함에, 스펀지 같은 작동으로 벨로시티를 원하는 수준으로 컨트롤하는 어려움이 더해진다. 그러나 기타릭 플레이어로 뽑은 소리는 나쁘지 않다.



조만간 일일 보컬 교습을 받은 뒤 녹음을 해 보려는 야심에 찬 계획을 가슴에 품고 있다. 원래 C 메이저였던 곡이 A 메이저가 되어서 장6도가 올라갔으니 '특별 수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일반인에게는 별로 높은 곡이 아니지만, 나에게는 조금 어렵다.


2024년 7월 21일 업데이트(유튜브 공개, 그 후)

다음은 유튜브에 처음 올린 7월 20일 버전(v2)이다.


서둘러 올리고 나서 다시 들어보니 기타 솔로 연주 중에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딱 한 마디가 있어서 이를 재녹음하였다(버전 3). 곡 구조상으로는 몇 차례 반복이 된다. 다음의 유뷰트 공개 버전은 보컬을 녹음한 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