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9일 화요일

휴먼 3.0, 트랜스 휴먼, 신체증강휴먼...

얼마 전에 연구관련 기획문건을 쓰면서 참조를 했던 자료의 제목이 신체증강휴먼이었다. 구글에서 이 단어로 검색을 했던 참조했던 PDF 파일이 그대로 나온다(링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소의 하위에서 발견되는 이 자료는 첫쪽에 '2017 미래유망기술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이 붙어있지만 머리말이 없어서 어떤 취지에서 만들어진 자료인지 알 길이 없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메인페이지의 통합검색창에 '신체증강휴먼'을 입력해도 이 문서의 링크가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구글 검색을 통해서만 나오는 희한한 문서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신체증강휴먼 기술은 신체에 부착하거나 신체의 일부분으로 결합시켜 인체의 능력을 증강 보완하고 인간의 의지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 모든 기술을 의미한다.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응한 일도 있었다. 제목은 '인간기술융합의 트랜스휴먼 시대 미래사회 핵심 이슈 전문가 조사'였다. 트랜스휴머니즘이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신체의 변형, 확대, 증강을 도모하고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향상하려는 문화적이고 지적인 운동. 이를 통해 인간성(humanity), 정상성(normality)에 대한 통념을 끊임없이 허물고 확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으로 정의하였다.

조엘 가로의 책 <급진적 진화>에서는 강화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곧바로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를 읽었다. 과거의 지식과 경험으로 예측할 수 없는 고도 기술의 미래사회에서는 한계효용증가의 법칙에 따라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인간과 인공지능, 인간과 컴퓨터, 인간과 기술이 구별이 되지 않는 시대가 오면 이러한 신체증강휴먼, 트랜스휴먼, 강화인이 사회를 주도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난주에 읽은 책 <휴먼 3.0: 미래 사회를 지배할 새로운 인류의 탄생>(피터 노왁 지음)도 이러한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의 또다른 저작인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는 나중에 꼭 읽어볼 생각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까지 곁들이면 마래 담론에서 빼먹어서는 안될 모든 주제를 모두 담는 셈이 되겠다.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한낱 유행어로 끝나고 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주말, 서울 종로의 모 공공장소(서울특별시 사적의 하나)에 마련된 휴게장소에 잠시 앉아있는데 옆쪽 테이블에서는 60대 이상은 됨직한 어르신들 예닐곱이 모임을 갖고 있었다. 모임을 주도하는 강연자는 장기를 계속 바꾸어 이식해 나가면서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있게될 미래의 기술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분명히 동양철학이나 신흥종교와 관련된 모임으로 느껴졌는데 말이다!

저자가 미래에 새로운 인간이 탄생하면서 불륜은 증가하나 섹스는 감소하고, 자아를 형성하는 공간이 사라지고, 기술발전으로 종교가 소멸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결국 세계화된 조화 대 만연하는 개인주의는 서로가 윈-윈 하는 새로운 통합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견하였다. 기술의 발전이 주는 해악을 분명히 인지하면서 모두가 번영하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나는 미래에 대해서 그다지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못하다. 불확실한 것은 점점 많아지는데 사람들은 확실한 방법을 미리 찾기 위해서 지나치게 몰두한다. 단언코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고 본다.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Synology NAS의 디스크 교체는 실패인가 성공인가?

시놀로지 디스크스테이션(NAS) DS1512+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 5 개를 전부 교체하는 작업이 무려 일주일 만에 끝이 났다. 변형된 RAID의 일종인 SHR(Synology Hybrid RAID)를 사용한 장비이므로 드라이브를 하나씩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수정을 거치면 파일이 그대로 보존된 상태로 교체 작업이 아주 간편하게 끝날 것으로 기대했었다. 드라이브 하나를 교체한 뒤 패리티 수정을 하는데 하루가 걸리니 일주일이면 모든 과정이 무난히 끝날 것으로 예상을 했었던 것이다. 파일은 전부 Dell PowerVault MD1200 DAS(direct attached storage)로 백업을 하였으므로 만약 실패를 해도 자료를 원상복구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세번째의 드라이브를 교체하면서 상황이 조금씩 꼬이기 시작하였다. 전날 저녁 분명히 패리티 수정이 60% 이상 진행된 것을 보고 퇴근하였었는데 아침에 출근을 하여 확인하니 30% 정도로 오히려 후퇴한 것이 아닌가? 중간에 문제가 있어서 패리티 수정을 다시 시작한 것일까? 마지막 다섯번째 드라이브를 교체할 때까지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어쨌든 예상한 시간을 초과하여 교체가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늘어난 저장용량을 적용하려는데 드라이브에 이상이 있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NAS를 재부팅을 하였는데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제대로 부팅이 안되는 것이다. 장비 전면의 LED 표시도 이상하고, 웹으로 접속도 안된다.

무엇이 문제일까.

예전에 쓰던 디스크를 하나 꽂아 보았다. 정상적으로 부팅은 된다. NAS에 이상은 없다는 뜻이다. 저장공간 수정을 하지 않고 새 디스크를 하나씩 꽂아가면서 부팅이 잘 됨을 확인한 뒤, 아예 전면적인 저장공간 재설치를 해 버렸다. 즉 일주일에 걸친 교체와 자동 복구는 하나도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 5 개 디스크를 한번에 교체하여 새로 설정을 하였다면 하루 정도에 모든 일이 끝났었을 것이다.

이제 리눅스 클라이언트 쪽으로 가 보았다. NAS의 공유 저장소를 NFS로 마운트하는 예전 설정을 그대로 사용하였지만 오직 root가 읽을 수만 있는 권한으로 제한된 상태이다. NAS의 저장공간을 새로 설치하면서 설정을 고쳐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NFS로 파일시스템을 공유할 때에는 계정명이 아니라 숫자 uid를 기반으로 한다고 하였다. 서버, 즉 NAS쪽에서 이를 건드려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어림짐작으로 제어판의 NFS 규칙 편집 창에서 Squash 설정을 '매핑 없음'에서 'admin에 root 매핑'으로 바꾼 뒤 NAS를 재부팅하였다. 리눅스 클라이언트로 가니 이제 NAS 공간이 읽고 쓸 수 있게 바뀌었다. 실제로는 drwxrwxrwx 상태라서 하부 디렉토리 수준에서 손을 대야만 했다. 상세한 것은 Synology 지식기반의 로컬 네트워크 내에서 Synology NAS의 파일에 액세스하는 방법(NFS) 항목을 참고하라.


NAS로 ssh 로그인이 되도록 만들면 일반적인 리눅스 기반의 NFS server를 다루듯이 설정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5000번 포트로 NAS에 접속하여 설정을 건드리는 것이 편하다.

이렇게 하여 지난 6월 말부터 계획한 스토리지 증설 '사업'은 마무리되었다. 요약하자면 다음의 일들을 수행한 셈이다.
  • Dell PowerVault MD1200(DAS)을 도입하여 Dell PowerEdge R910 서버에 연결하였다.
  • 모든 유전체 관련 데이터를 DAS로 옮겼다. Synology DiskStation DS1512+(NAS)에 있던 파일도 마찬가지로 복사하였다.
  • NAS의 HDD를 기존의 4 TB에서 6 TB의 것으로 교체하여 저장 용량을 늘렸다. NAS는 만 4년이 조금 넘게 24시간 구동하던 것이다.


2017년 9월 17일 일요일

독서 기록: 차가운 계산기('I spend, therefore I am')

지은이: 필립 로스코(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부 부교수)
옮긴이: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 소개된 글


책의 서론을 읽으면서 묘한 흥분감과 함께 이렇게 몰입이 되기는 처음이었다. 세상 모든 것에 가격을 매길 수 있을까? 심지어 누구나 하나밖에 갖고 있지 않는 목숨에 대해서도? 만약 목숨에 가격표를 붙일 수 있다면 과연 얼마라고 써야 합당할까? 그 사람이 평생 벌어들이는 '급여'에 약간을 덧붙인 것으로 충분할까? 아니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 우리가 행동하는 모든 것, 심지어 감정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 공동체 의식까지도 가격표를 붙여서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하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서 행동하면 세상은 정말 합리적으로 돌아갈까?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비용-편익 분석에 따라서 행동한 것일까?

경제학의 시작은 과학이었는지도 모른다. 원시적인 공동체 사회에서 거래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화폐와 시장이 생기고, 재화에 대한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설명하려는 시도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이것은 순전히 나의 생각으로서 옮긴이의 견해는 그러하지 않다). 그러다가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이렇게 바꾸면 모두가 번영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바뀌고 만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공학을 넘어서 일종의 '규범'과 같은 것처럼 변하고 말았다.
경제학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의 근대적 의미의 <과학>을 지향한 적이 없다... 다시 말해 18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어느 시점에서 서유럽 문명에서 형성된 <공리주의적 인간관>, 즉 인간의 본성을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파악하는 형이상학적·도덕적 관점이 실증 과학으로 변장하여 마치 자연과학과 같은 의미에서의 <과학>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책이 경제학 자체를 비판한 것인지 혹은 자본주의를 비판한 것인지 명료하게 구별하기가 힘들 정도로 나의 지식 수준은 일천하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쏟아져 나오는 경제경영서를 나름대로 솔깃하게 귀를 기울이며 읽던 나에게 이 책은 큰 충격을 주었다. 결론 부분에서 저자의 글 일부를 인용해 본다.
경제학은 이 세계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무슨 전문적 지식에 대한 정답 같은 것을 댈 수 있는 학문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경제학의 도움 없이 우리 힘으로 여러가지의 선택을 이루어야 한다.
책장을 넘기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대중 저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번역가의 능력이기도 하다. 책을 다 읽은 뒤에 독후감을 쓰려고 표지를 살펴보니 홍기빈이라는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아... 그가 번역한 글을 이제 처음 읽어보는구나. 내가 하는 홍기빈은 정치경제학자이자 저술가이다. 그의 이메일 주소는 '몽양'으로 시작한다. 현실적인 정치경제학적 문제들에 대한 체계적 비판과 대안 제시라는 그의 관심 분야와도 잘 어울리는 주소이다. 물론 이 '몽양'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다 아는 유명한 사람의 아호를 딴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다.

나는 홍기빈과 고등학생 시절 일주일 동안의 인연이 있었다. 여러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모인 수련회에서 같은 분임에 속했었고 홍기빈은 분임장이어서 장기자랑을 리딩해야 했다. 학생회 '간부'들이 교련복을 입고 모여서 합숙을 하는, 80년대 중반이라는 분위기에 어울리는 그런 딱딱한 수련회였다. 교육 내용은 충효정신을 강조하고 체제에 순응하는 미래 지도자를 길러내기 위한 그런 것이 주였을 것이다. 밤 늦은 시간의 교육에서 조명을 낮추고 부모님의 은혜를 떠올리게 하는 마이크 소리에 감성을 자극받다가 갑자기 단상에 설치된 태극기에 불이 확 켜지는...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러한 감각적인 시청각적 연출에 10대의 나는 조금은 감동을 받았었다. 아마 지금의 보수층이 이 교육에 참관했더라면 무릎을 탁 치면서 '아, 그렇지. 이런 교육이 정말 필요해! 어떻게 지키고 만들어온 대한민국인데...'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내 기억이 맞다면 <서울교육원>이라는 이름의 그 교육원은 경복궁 근처 인왕산이 가까이 보이는 곳에 있었다. 교육 동기생들에게 나누어준 앨범은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렸지만 홍기빈이라는 이름만은 뚜렷이 기억을 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kids 게시판(으와, 추억 '돋는다')에서 그의 글을 발견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여 인터넷을 뒤져보았었다. 아마도 10년쯤 전이었던 것 같다. 당시 이메일을 한번 보냈지만 답장은 받은 기억은 없다. 그가 나를 기억하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어지러운 시대에 비판적인 지식인으로서 활발히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학자로서 사회 참여에 소극적인 나의 모습을 부끄러워할 뿐이다.

그 교육원의 프로그램에는 음악 시간도 있었다. 교육을 진행한 강사 중에서 유일하게 성함을 기억하는 분은 작곡가 신귀복 선생님이다. 가곡 '얼굴'을 작곡한 바로 그 분이시다(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경제학 비판서 독후감을 쓰다가 주제가 널뛰기를 하여 kids BBS까지 이르고 말았다. 나무위키 덕분에 이제 고인이 된 스테어, 픽터, 시만두라는 전설적인 아이디를 다시 기억할 수 있었다. 물론 나는 키즈의 열혈 사용자는 아니어서 특정 게시판이나 회원의 글을 탐독하지는 않았다. 나는 오히려 아라(ara) 비비에스를 열심히 쓰던 사람이었다. 첫 중고 자동차 거래(1995년)도 아라의 vehicle 게시판을 통한 것이었으니까. Dima라는  ID를 쓰던 전정열 선배에게 프라이드 EF를 구입했었다.

내 게시글에 '좋아요(+1)'를 눌러주는 거의 유일한 친구 신정식(thanks!)은 아마 키즈와 아라를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신정식은 인터넷(특히 이메일의 초기 서비스)에서 한글의 손쉬운 활용을 위하여 지대한 공헌을 한 신화적인 인물이 아니던가. 이런 이들과 인연이 있다는 것이 나로서는 영광일 뿐이다.





2017년 9월 15일 금요일

최근 관람한 대전시향 공연

운좋게도 두 주일 연속으로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대전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새로운 곡과 연주가를 만나는 것은 항상 즐겁고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살펴볼 것은 9월 7일에 있었던 유망주 발굴 콘서트이다. 예술고등학교와 음악대학에 재학 중인 젊은 인재들의 연주를 아주 즐겁게 감상하였다. 기성 연주자만큼의 원숙한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의외로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는 신인도 있었다. 평소에 듣기 어려운 새로운 곡을 듣는 것도 큰 기쁨이었. 8 명의 출연자 중에서 기억에 남는 연주를 정리해 본다. 홈스쿨링을 하면서 연주자의 길을 걷는 사람도 몇명 있었다.
  • 바이올린의 이은서. 미국 커티스 음악원 재학 중이다.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립 협주곡 라단조(작품 47)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대단히 강렬하고 안정적인 연주. 3악장은 간혹 들은 적이 있었지만 1악장은 처음 듣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지금은 유튜브에서 장영주의 연주로 전곡을 듣고 있다.
  • 호른 양지명. 충남대학교 재학중이다. 글리에르의 호른 협주곡 내림나장조(작품 91) 3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비바체. 호른은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를 낸다. 마일스 데이비스를 들으면서 트럼펫에도 매력을 느끼고는 있지만 아직은 호른이 더 좋다.
  • 테너 김동현. 충남대학교 재학생이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세상이여 이제 안녕'을 불렀다. 김동현은 2년쯤 전에 충남대 정심화홀에서 있었던 음대 발표회에서 노래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서 기억을 하고 있다. 약간 시무룩한 귀염둥이와 같은 둥글둥들한 외모에서 큰 성량이 터져나온다.
다음은 어제(9월 14일) 있었던 대전시향의 마스터즈 시리즈 9편 '전쟁과 갈등 속에 핀 조화와 승리를 만나다'. 레퍼토리는 모짜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협주 교향곡(Sinfonia Concertante), 그리고 쇼스타코비치의 교항곡 7번 다장조(작품 60) 레닌그라드. 공연 부제가 이렇게 요란하게 붙은 것은 바로 두번째의 곡 때문이리라.

첫작품에서는 대전시향의 악장을 맡는 김필균(바이올린)과 폴 뉴바우어(비올라)가 협연을 하였다. 김필균은 대전시향 공연때마다 늘 보는 친숙한 사람이고 곡 역시 귀에 익은 밝고 명랑한 곡이다. 두 현악기가 마치 대화를 하듯이 연주를 이어나간다. 항상 음반으로만 듣다가 실제 공연을 보니 정말 흐뭇했다.

처음 듣는 곡인 교향곡 '레닌그라드'는... 정말 큰 규모의 곡이었다. 쉬는 시간이 지나고 연주자들이 입장하면서 무대를 가득 채운다. 나 같은 비전문가는 그저 눈에 뜨이는 악기의 수를 가지고 연주 규모를 짐작하는 수밖에. 하프가 두 대, 콘트라베이스는 여덟 대, 타악기 주자도 여럿이었다. 2차대전 중 나치군에 포위되어 있던 1941년 레닌그라드에서 작곡되었다고 한다. 쇼스타코비치도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작품이라고 하였다. 편성도 대규모였지만 곡의 길이도 상당히 길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연주시간이 무려 80분이나 된다고 한다. CD 하나에 담기 어려운 길이 아닌가? 앉아서 감상을 하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주자, 지휘자 모두 참 힘들겠다...'

이 곡은 1악장이 모든 것을 다 말해주는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스네어 드럼이었다. 라벨의 '볼레로'가 연상되는... 연주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러다가 한번쯤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다른 악기와 달리 트라이앵글이나 북소리는 박자가 어긋나면 금방 탄로가 나기 때문이다.

전쟁과 승리를 떠올리게 하는 장대한 분위기의 곡이었다. 연주가 끝나니 박수가 끝날줄을 모른다. 내 경험으로는 너무나 긴 곡을 마치고 나면 연주단이 앵콜에 응하지 않는 때가 종종 있었다. 시간도 많이 지체되고 또 본 연주의 연습에 몰두하느라 앵콜곡을 준비하기 힘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앵콜을 요청했지만, 상임지휘자 제임스 저드는 두손을 모아 얼굴에 기대어 대면서 이제 그만 돌아가 쉬시라는 귀여운 제스쳐로 공연을 마무리하였다.

Gene map 혹은 genome map 그리기

예전에는 미생물 유전체 해독 연구 논문에 원형으로 멋지게 그린 유전체 지도를 그림으로 싣는 일이 많았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그림 자체가 제공하는 정보는 그다지 많지가 않다. 각 strand에 따른 유전자 분포, %GC 및 GC skew 등의 global characteristic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유전자의 명칭이나 기능 정보를 달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다음 그림처럼 말이다. 이런 유형의 그림을 그리려면 절제의 미덕이 필요하며, 핵심적인 메시지만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과거에 이런 그림을 논문에 실었던 것은 "이렇게 멋지고 수고스러운 일을 우리가 해냈다!"라고 자랑하려는 의도가 더 크지 않았었나 싶다.


이 그림은 잘 알려진 circular genome viewer인 CGView로 그린 예제이다. Interactive genome viewer로 더욱 발전된 프로그램인 GView도 있다. 위 그림에서는 너무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서 오히려 가치가 떨어지지만, CGView의 매우 중요한 특징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즉 아무리 많은 라벨을 달아도 서로 겹치지 않게 알아서 잘 배치한다는 것이다.

엽록체나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세포소기관의 유전체 지도를 그리는 것은 아직도 꽤 중요하다. 왜냐하면 식물의 진화를 연구하는데 아직도 중요한 재료일뿐만 아니라 그림 하나로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정보량을 갖고 있기 떄문이다. 요즘 논문 작업을 하면서 감염성 세균의 항생제 내성 플라스미드의 유전체 지도를 그릴 일이 생겼다. CGView를 쓸까 하다가 customization을 하기가 성가셔서 다른 도구를 찾아보았다. 2008년에 논문으로 공개된 GenomeVx가 꽤 쓸만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이 도구는 아일랜드에 위치한 더블린 대학의 Ken Wolfe 연구실에서 개발한 것이다. Wolfe는 효모 유전체의 전문가로서 Yeast Gene Order Browser(YGOB)를 개발한 사람이기도 하다. 효모 유전체의 진화에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매력적인 이벤트는 바로 whole-genome duplication(WGD)인데, Wolfe가 바로 이 분야의 전문가이다. 1997년에 Nature에 실렸던 논문 "Molecular evidence for an ancient duplication of the entire yeast genome"의 제1저자가 바로 Wolfe이다. 좀 오래된 논문이지만 이 주제에 흥미가 있다면 Yeast genome evolution - the origin of species(Yeast 2017; PDF)를 읽어보자.

GenomVx로 그림을 그려냈으나 몇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label이 없으면 유전자가 아예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label이 서로 겹치는 문제는 해결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설명과는 달리 '-'는 사라지고 만다. GenomeVx 논문의 초록 마지막에는 아예 이런 글귀가 나온다.

Output is in the Adobe Portable Document Format (PDF) and can be edited by programs such as Adobe Illustrator.

나한테는 Illustrator가 없지만, ImageMagic으로 테스트를 해 보니 편집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GView나 Circos를 익혀서 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GView와 Circos 모두 캐나다에서 개발된 것이다. CGView 패밀리 프로그램(CGView, CCT, 및 GView) 전체에 대한 논문은 Briefings in Bioinformatics 20017년 논문을 참고하라. 간단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Circleator도 좋다.

다음으로는 genome segment를 서로 비교한 그림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유전자가 몇 개 포함되지 않는 짧은 영역에 대한 것이라면 파워포인트로 거리와 크기에 대한 비례를 무시하고('not drawn to scale'이라고 변명하면 되니까) 그리면 되지만, 그릴 영역이 20 kb쯤 되면 여간 골치아픈 것이 아니다. 파워포인트의 가장 큰 단점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림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들 들어 어떤 거대 플라스미드의 120-150 kb 영역을 그리기로 했다가 마음이 바뀌어서 뒷쪽으로 10 kb만 더 포함시키기로 했다면? 그야말로 '멘붕'에 직면하는 것이다.

이번에 논문 작업을 하면서 크기가 100~300 kb에 이르는 항생제 내성 플라스미드 3 개의 특정 영역을 서로 비교하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2014년에 클로렐라 색소체 및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논문(링크; 그림 2)에 포함된 그림을 그리면서 genoPlotR 패키지를 썼던 일이 떠올랐다.

'사용법은 다 잊어버렸는데, 이것을 다시 익혀서 그려야 하나?'

다시 설명서를 탐독해 가면서 하루를 꼬박 투자하였다. 입력물은 GenBank 파일 3 개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유전자의 성격에 맞추어 색을 입히고, 그림에 나타낼 라벨을 결정하는 일(Resfinder 분석 결과가 큰 힘이 되었다)은 사실상 수작업이었다. GenBank 파일을 genoPlotR에서 불러들인 뒤 테이블 형태로 출력하여 엑셀에서 편집을 한 뒤, 특정 컬럼을 복사하여 별도의 텍스트 파일로 저장하여 다시 R에서 data = scan(file="name.txt", what="character")로 입력하여 기존의 dna_seg 및 annotation 오브젝트의 특정 변수에 치환하는 지난한 작업을 거쳐서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내었다.


논문 작성에 참여하는 것은 우연히 이루어진 결정이지만, 이를 위해서 상당히 고급 수준의 지식을 얻게 되는 일이 많다. 성가시다 생각하지 말고 늘 참여하도록 애쓰자.


나토 밴드(혹은 나토 스트랩) 개조하기

나토(NATO), 즉 북대서양 조약기구라는 이름이 붙은 시계줄은 직물로 짜여진 것으로서 5개 혹은 3개의 금속 고리가 달린 구조이다. 보통은 NATO 회원국의 국기를 연상하게 하는 줄무늬가 들어있는 것이 많다. 3줄이나 5줄이 흔하고 단색 구성도 있다. 나토밴드는 손목시계를 캐쥬얼하게 차고 싶을때 많이 응용하는 아이템이다. 원래는 나토의 군수품으로 공식 제공되는 시계줄로서 G10이라는 번호로 불렸으나 지금은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이 되었다. 간혹 줄루밴드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상품명이라고 한다. 나토밴드와 줄루밴드의 차이점, 그리고 시계에 끼우는 방법은 링크를 참조하자.

이미지 출처: http://blog.naver.com/playkelburn/80182848379
연초에 기계식 시계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구입했던 롤렉스 서브마리너 디자인의 저가형 시계에 언젠가는 끼워볼 생각으로 짙은 파랑색 나토밴드를 구입한 일이 있었다. 실제로 끼워보니 시계 본체 밑으로 줄이 두 겹이나 지나가게 되어 항상 손목 위에 시계가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직물 자체가 얇아서 헐거워지지 않게 꽉 조이면 마치 고무줄을 손목에 두른듯한 느낌이랄까?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 겹을 잘라내어 쓰기로 하였다. 아래 사진에서 노랑색 타원으로 표시한 부분이 가위로 자르고 난 뒤의 모습이다. 라이터로 자른 면을 지져서 올이 풀어지지 않게 마무리하였다. 여분의 밴드와 두 개의 링은 이제 제거된 상태이다. 


이렇게 개조를 하고 팔목에 두르니 한결 편안하게 밀착이 되었다. 뒷면의 시스루 백을 가려버리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원래 금속제 밴드를 쓰도록 한 손목시계에 가죽줄을 달면 시계 본체와 줄 사이에 공간이 생겨서 썩 보기에 좋지는 않다. 그러나 나토밴드를 끼우면 시계 뒷면을 통과하여 지나가므로 빈 틈이 가려진다. 

나토밴드는 나름대로 응용 범위가 넓은 아이템이다. 다만 어느 정도 두께가 되는 좋은 재료로 된 것을 고를 것, 그리고 시계와 잘 어울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다. 모든 시계에 나토밴드가 다 어울리는 것도 아니고, 시계의 크기(직경)와 두께도 감안해서 골라야 할 것이다.

2017년 9월 11일 월요일

드디어 Synology NAS DS1512+의 HDD 교체 작업을 시작하다

지난 4월달부터 계획한 NAS의 HDD 교체 작업을 9월 중순이 되어서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니 나의 게으름도 참으로 대단한 수준이다. 구입해 놓은 6TB WD HDD가 DS1512+에서 인식 가능하다는 것을 먼저 확인한 다음 6월말부터 조금씩 rsync 백업을 해 왔다. 네트워크를 통해서 다른 건물의 서버실에 있는 Dell DAS(PowerVault MD1200)으로 파일을 복사하느라 하루에 1 테라바이트를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2013년 2월부터 사용한 NAS의 HDD는 아직 특별한 문제는 없다. 그러나 저장 용량을 늘리기 위해 5개의 드라이브를 전부 새것으로 교체하기로 한 것이다. 작업을 편하게 하기 위해 NAS를 사무실로 들고와서 먼지를 털어내고 Replace Drives to Expand Storage Capacity 지침서에 나온 그대로 작업을 개시하였다. 원래는 디스크 드라이브 5개를 한꺼번에 새것으로 교체한 뒤 새제품을 설정하듯이 작업을 할 생각이었는데, RAID의 기능을 이용하여 하나씩 드라이브를 교체하면 백업 파일을 다시 설치할 필요없이 데이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먼저 기존의 드라이브를 빼낸다. RAID 유형은 Synology Hybrid RAID(SHR)이었다.


4년 넘게 사용하던 HDD가 3테라바이트 제품이라고 착각을 했었다. 실제로 꺼내어서 확인하니 4테라바이트 용량이였다. DiskStation 제어판에서도 각 볼륨은 3.64 TB로 나타났다. 쓰던 HDD(왼쪽)와 새 HDD(오른쪽)를 같이 놓고 기념촬영.


전원을 넣으면 평소보다는 한참 시간이 걸려 부팅이 되면서 3연속 비프음이 계속 울린다. 웹으로 DiskStation 제어판을 연결하면 1번 볼륨에 문제가 있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수리' 버튼을 클릭하면 알아서 재정비를 한다. 새 디스크는 5.46 TB로 표시되었다. 이렇게 간단한 작업이라면 백업을 하느라 기다리지 말고 그냥 교체를 할 것을 그랬나... 하는 안이한 생각도 든다. 그래도 백업은 기본이 아니겠는가? 


그저 수정이 완료되도록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하나의 HDD에 대한 수정 작업에 거의 하루는 걸릴 것 같다. 나머지 4개의 드라이브도 같은 방법으로 순차적으로 작업하면 된다. 이번 한 주 동안은 사무실 테이블을 다음과 같이 너저분한 상태로 두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