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31일 수요일

신의료기술평가(new health technology assessment, nHTA)는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표현인가?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오늘 쓴 글은 얼마든지 틀렸을 수가 있음을 미리 고백해 둔다.

태초에 의료기술평가(health technology assessment, HTA)라는 말이 있었다. 가천대 이선희 교수가 2018년 보건행정학회지에 발표한 논문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운영의 개선현황과 발전방향"의 서론을 잠시 인용해 보겠다.

근거중심의 의사결정을 위해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 중 HTA가 수행되는데 이는 1960년대 말 미국의회에서 공식 사용된 것이다. 당시에는 'HTA를 기술의 적용과 사용으로 인한 단기 및 장기 사회적 결과를 평가하는 포괄적 형태의 정책연구'라 하였다. HTA의 주요 목적은 보건의료기술 관련 정책결정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위 인용문의 마지막 문장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바꾼다면 '신의료기술평가의 주요 목적은 국민건강보험 급여 여부 결정에 정보를 결정하는 것이다'가 될 것이다. 신의료기술평가는 new health technology assessment 또는 nHTA라고 쓴다. 

그런데 구글 검색을 해 보니 nHTA라는 영문 용어를 쓰는 웹사이트 혹은 문서는 전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WHO나 EU의 관련 문서를 보아도 HTA는 있지만 nHTA라는 용어는 보이지 않는다. 약어든 풀어서 쓴 낱말이든 전부 통틀어서 그러하다. EU에서 발간한 Regulation (EU) 2021/2282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 on health technology assessment and amending directive 2011/24/EU라는 문서에서 HTA의 정의를 찾아 보았다.

Health technology assessment (HTA) is a scientific evidence-based process that allows competent authorities to determine the relative effectiveness of new or existing health technologies. HTA focuses specifically on the added value of a health technology in comparison with other new or existing health technologies.

그렇다. 반드시 최근에 개발된 기술만이 의료기술평가의 대상이 되라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의학 교과서에 나오는 오래 된 의료기술이라고 해서 전부 HTA 절차에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다음 중 어느 것이 맞을까?

  1. new health technolgy assessment = new + { health technology assessment }
  2. new health technolgy assessment = { new health technology } + assessment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문서의 맥락에서 본다면 (2)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이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이는 적절하지 않다. 위에서 연달아 사용한 4개의 단어 중 technolgy assessment는 보편적으로 쓰이는 어구로서 서로 강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이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이 될 정보의 보편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이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이다. 그러나 국외 문서에서는 거의 전적으로 (1)의 의미로 쓰이는 것 같았다. 'HTA의 새로운 방법' 정도의 의미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HTA란 개념을 들여와서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을 평가하는 것으로 사용하면서 신의료기술평가(nHTA)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이런 맥락을 모르고 이 단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그래? 그러면 신의료기술은 뭔데?"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러한 의문은 신의료기술이라는 개념이 먼저 생기고 나서 이를 평가하는 것이 신의료기술평가라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국어의 구조도 자연스럽게 이러한 의문을 갖게 한다. 

'의료기술평가' 또는 '기술평가'라는 개념이 먼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다소 무리하게 신의료기술평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면서 '신의료기술'의 정의를 찾아 헤매는 답 없는 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 글은 앞으로 좀 더 조사를 통해서 살을 찌워 나갈 예정이다.


2023년 5월 30일 화요일

6LQ8 SE amplifier의 개선 - 상판 바꾸기

6LQ8의 복합관(triode + pentode) 기능을 전부 이용하여 단 하나의 관으로 스피커를 구동하게 만든 소출력 싱글 엔디드 앰플리파이어를 하나 갖고 있다. 2021년에 만든 것으로 기억한다.



작동 상태에는 별다른 불만을 갖고 있지 않으나. 전반적으로 앰프가 너무 높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품의 배치를 최적화하면 백색 플라스틱 상자 안에 PCB와 출력 트랜스포머를 넣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아 보였다. 이렇게 하면 중간층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판을 없애는 것이 가능하다.

앰프를 해체하고 조금씩 작업을 시작하였다. 히터 전원 공급용 정류회로를 수정하여 지나치게 넓게 자리를 잡고 있는 부품의 위치를 옮긴 뒤 만능기판을 일부 잘라내어 옆으로 세워서 고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크릴판에 작은 구멍을 4개 뚫은 뒤 서포트를 달아서 PCB를 고정하면 된다. 좌우의 남는 공간을 적절하게 채우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이 작업이 끝나면, 다음 과제는 Sanken SI-1525HD hybrid IC를 이용한 앰프의 케이스를 전체적으로 보수하는 일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2023년 5월 27일 토요일

나의 궁둥이를 30년 넘게 괴롭혔던 것은 무엇일까

정확한 해답은 다음 주 화요일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것이다. 전부 절제해 버렸으니 더 이상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 모낭에 세균이 감염이 되어 노란 고름이 잡히면 모낭염(folliculitis)이라고 하는데, 모낭염이 심해지고 커져서 결절(비정상적으로 커진 덩어리)이 생긴 것을 종기라고 한다. 출처
  • 표피낭종은 모낭의 입구가 피부에 막히거나, 표피 부위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피부 안쪽으로 들어간 후 증식하면서 낭종의 벽을 형성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낭종의 내부는 벽에서 만들어진 케라틴이라는 물질로 채워지게 됩니다. 출처

표피낭종(epidermal cyst 또는 epidermoid cyst)을 피지낭종(sebaceous cyst)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출처). 아마도 주머니 모양의 것에 피지가 들어차는 일이 흔하기 때문일 것이다. 표피낭종은 집에서 고약한 치즈 냄새가 나는 기름 같은 것을 아무리 손으로 짜 내어도 내부의 주머니가 없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올바른 치료 방법이라고 한다. 엉덩이의 피지낭종을 제거한 사례(링크)를 하나 소개한다. 집도한 의사 선생님께서는 '월척'이라 표현하였다.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으니 용기가 없으면 클릭하지 말 것. 사실 유튜브에는 이보다 더 심한 수술 사례도 얼마든지 나온다. 피부 속에 들어 차 있는 그 무엇인가를 짜서 꺼내는 영상을 보면서 쾌감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나의 오른쪽 궁둥이에도 같이 데리고 살기에는 불편한 '덩어리'가 하나 있었다. 과거형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제 외과의원에 가서 제거를 하는 간단한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끔씩 빨갛게 부풀어 오르면서 아프고, 짜려고 노력을 해도 나오는 것은 없고, 고약을 발라 두어도 쉽게 낫지가 않는 상태로 수십 년을 그냥 두고 참아 왔다. 특히 불편한 점은 딱딱한 바닥이나 의자에 앉으려고 하면 이 덩어리가 바닥과 궁둥뼈(좌골, ischium) 사이에 눌리면서 '억' 소리가 나게 아플 때가 많았다. 이는 특별히 부풀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러하였다.

도저히 이런 상태로 살기는 너무나 불편하여 근처의 외과를 찾아서 수술로 제거하기로 하였다. 흔한 표피낭종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초음파 검사로는 특별한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초음파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만지면 딱딱하고 아픈 것은 무엇인가? 다른 가능성에 관한 설명을 들었으나 병명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쨌든 제거하기로 하고 수술대 위에 누웠다. 마취 주사가 생각보다 꽤 따가웠지만 수술 하는 동안은 아픔을 느낄 수 없었다.

수술을 마치고 제거한 조직을 보여 주었다. 주머니 모양의 것은 없었고, 딱딱한 조직을 잘게 잘라 놓은 것만이 거즈 위에 남아 있었다.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수술은 어제 낮에 받았고, 연휴가 끼어 있어서 4일 후에 다시 병원에 오라고 하였다. 이틀 정도는 물이 닿지 않게 주의를 하라고 하였으나, 다음 내원하기 전까지 집에서 드레싱을 바꾸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꿰맨 상처는 거즈 드레싱이 더 낫다고 한다. 그리고 봉합한 뒤 삼사일이 지나 피가 나지 않는다면 흐르는 물에 비누로 씻고 말린 뒤 소독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때부터는 물이 닿으면 큰일 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값비싼 습윤 드레싱은 찰과상과 같이 삼출물이 많이 배어 나오는 상처를 흉터 없이 낫게 하는데 적합하다. 어차피 눈에 보이는 곳도 아니라서 흉터가 남아도 상관은 없다. 

피지 분비가 남들보다 많은 체질이라서 그런지 몸 곳곳을 뒤지면 칼을 대서 제거하고 싶은 덩어리가 만져지는 곳이 있다. 수십 년 동안 아무런 증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나와 평화로운 공존을 하는 것도 있고, 건드리면 성을 내는 것도 있다. 이런 것들을 전부 칼을 대서 없애기도 힘든 노릇이다. 왜냐하면 돈과 시간이 드니까! 살갗에 작게 거치적거리는 것이 있다고 하여 함부로 짜거나 손톱으로 잡아 뜯지 말아야 되겠다. 잘못하면 덧나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일이 생긴다.

요즘은 주변에 피부과가 많이 있지만 이런 질환을 수술로 제거해 주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제대로 치료를 받고 싶다면 외과를 찾을 것.

2023년 5월 25일 목요일

너무나 흔하게 쓰이는 혁신이라는 낱말

혁신(革新)은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아주 새롭게 함'을 뜻하는 낱말이다. 영단어로는 innovation인데, 가끔 breakthrough(돌파구)를 혁신으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FDA에서 운영하는 Breakthrough Devices Program(혁신적 의료기기 프로그램)이 그러하다. 어떤 뉴스에서는 이를 획기적 의료기기 프로그램으로 번역해 놓기도 했다. Emerging technology(신흥 기술)도 이러한 부류의 기술에 넣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근본적으로 생물학자이고, 세부적으로는 분자생물학을 전공하였다. 직장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미생물 유전체학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이다. 예기치 않게 보건의료 관련 법·제도를 공부하게 되면서 혁신적인 의료기술이 어떻게 의료시장에 자리를 잡고 그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지불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선 혁신의료기기에 관해서 살펴보자. 우리가 어떤 용어에 대해 떠올리는 의미와, 법령에서 정의한 것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 제1조제3호에서 혁신의료기기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혁신의료기기"란 「의료기기법」 제2조제1항에 따른 의료기기 중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기술, 로봇기술 등 기술집약도가 높고 혁신 속도가 빠른 분야의 첨단 기술의 적용이나 사용방법의 개선 등을 통하여 기존의 의료기기나 치료법에 비하여 안전성·유효성을 현저히 개선하였거나 개선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기기로서 제21조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지정을 받은 의료기기를 뜻한다.

법을 근거로 식약처장으로부터 지정을 받은 의료기기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 법에 따라 혁신의료기기와 그렇지 않은 것은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따라서 혁신성을 갖춘 의료기기 전반을 지칭하려면 다른 용어를 써야만 한다. 뒤에서 설명할 신의료기술도 마찬가지이다. 법령에서 어떤 의미를 제한하여 사용하는 신의료기술과, 새롭게 개발된 의료기술을 뜻하는 신의료기술을 구별하기가 어렵다. 좋은 의미의 단어를 법령에서 다 갖다 써버려서 난처한 상황을 만들 것이 아니라, 미국의 510(K), PMA(premarket approval)와 같이 약호를 잘 만들어서 새로 만든 용어의 뒤에 붙인다면 법령에서 정의한 의미를 정확히 사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정된 혁신의료기기에 관한 사항은 고시가 아니라 공고 형태로 일반에 공개된다(2023년 5월 19일자 공고). 소프트웨어의 형태를 띤 것이 압도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혁신의료기술은 무엇인가? 혁신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기술(의사의 행위에 중점을 둔 표현)인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이해하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의료기술을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환자에게 돈을 받으려면(이에 더하여 광고를 하려면) 몇 가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새로 도입된(수입 또는 국내 개발) 의료기기에 대한 식약처 허가를 받고 이것의 활용 행위를 적법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의료기술은 먼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기존 요양급여목록에 등재된 행위와 일치하는지의 여부를 판정한다. 기존 것과 같으면 의료기관에서 기존 수가대로 쓰면 되고, 기존 것과 다르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신의료기술평가라는 것을 받아서 신청 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다. 판단 근거는 신청자가 제출한 자료가 아니라, NECA에서 전세계의 논문을 탐색하여 만들어낸다. 충분한 논문이 쌓일 수준의 기술이라면 신의료기술이 아니라 이미 '헌' 의료기술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국민건강보험은 효과가 입증되고 안전한 의료를 전국민 대상으로 베풀고 그 비용을 부담하는 취지의 제도이므로, 단지 가능성만을 가지고서 보험 대상으로 삼아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안전성은 확보되었지만 잠재성이 있는 의료기술을 의료현장에서 먼저 정해진 기간 동안 비급여 또는 선별급여로 사용하면서 근거 축적의 기회를 주고, 사용 기간이 끝나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게 하는 중간적(혹은 예외적) 제도를 만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혁신의료기술이다. 근거법령은 「의료법」과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이 중심이 된다. 혁신의료기술을 신청하려면 안전성은 이미 확보되어 있어야 하고, 잠재성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여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했을 때 혁신성과 잠재성은 서로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다. 여기에서 고개를 약간 갸웃거리게 된다.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으면 병원을 대상으로 판매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로 환자에게 쓰이고 비용을 받으려면 혁신의료기술평가 트랙으로 들어가야 한다. 의료기기 지정에서 말하는 혁신과, 신의료기술평가의 별도 트랙에서 말하는 혁신의 의미가 일치하지 않는다! 더욱 헷갈리는 것은, 바로 위에서 설명한 혁신의료기술은 혁신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기술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점이다.

작년부터 혁신의료기기 통합 심사·평가 제도라는 것이 생겨나서 혁신의료기기 지정과 이의 활용을 위한 혁신의료기술 평가 과정을 빠르게 도와주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혁신이라는 낱말이 정확하지 않게, 그리고 조금씩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어서 혼란을 초래한다. 이 글의 첫머리에서 이미 혁신의 사전적인 의미에 대해서 논하였다. 혁신은 가능성의 단계를 넘는 일이어야 한다. 지금은 인공지능이 이미 우리 주변을 뒤흔들어 놓고 있는데, 1950년대에 연구실로부터 그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에는 그 누구도 이를 혁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수십 년 뒤 세상을 뒤집어 놓을 잠재성을 가진 기술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몇 명 있었을 것 같다.

무릎을 탁! 치면서 읽었던 지난 3월의 히트뉴스 기사("언어의 향연? '혁신적 의료기기'는 최선이었나")의 일부를 약간 풀어서 인용해 본다. 부제는 '무수한 혁신들, 그래서 혁신이 평범해졌다'이다.

혁신적 의료기기(3월 2일에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에 등장한 용어) 지원 목적은 융복합 기술 발전으로 개발되는 의료기기를 통한 의료 질 개선과 의료비 절감이다. 이같은 면에서 기존 혁신 의료기기와 혁신 의료기술을 아우르고, 나아가 확장하는 혁신적 의료기기라는 용어는 재정적 한계라는 점과 부딪혀 시장진출 대기실만 넓히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2023년 5월 21일 일요일

[6LQ8-6П6С SE amplifier 제작] 회로 수정, 그리고 잡음 잡기

진공관 앰프 자작과 관련하여 늘 많은 도움을 받는 제이앨범 밴드 매니저의 조언에 따라서 다소 엉뚱한 값의 저항을 붙여 놓았던 것을 고쳐 놓았다. 이것이 마지막 버전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언제 또 바뀔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DC 265V는 그런 값이 나오도록 특별히 설계한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50VA급 220V:220V 절연트랜스포머(아세아전원 AT1OD50-2202S, 제품 링크, 구입 관련 글 링크)에 네이버 카페 '미니진공관 앰프 제작'의 콘골트(손제호) 님이 제공한 리플필터(회로도 및 정보 링크)를 연결했을 때 나오는 전압 그대로의 상태이다. 오늘 수정한 회로에 의하여 결과적으로 6V6GT의 표준적인 동작(캐소드-플레이트 간 250V)에 잘 맞는 상태가 되었다.


출력관 스크린 그리드 스토퍼 저항(5W 시멘트 저항)을 6K8에서 470R로 바꾸었고(1~2K면 적당하다고 한다), NFB 적용 포인트와 그라운드 사이의 저항(R5: 200R)의 양단을 단락시켜서 나중에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 때 잘라버리기로 했다.

수정 전 후의 중요한 전압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앞이 수정 전, 뒤가 수정 후이다. '~'로 표시한 것은 좌우 채널의 값이 다름을 의미한다.

  • 초단(6LQ8 삼극관부) 캐소드-플레이트: 93~96V ➝ 큰 변화 없음
  • 초단(6LQ8 삼극관부) 바이어스: -2.3V ➝ -2~-2.1V
  • 출력관(6П6С) 캐소드-플레이트: ~250V ➝ 큰 변화 없음
  • 출력관(6П6С) 캐소드-스크린 그리드: ~231V ➝ ~250V
  • 출력관(6П6С) 바이어스: -11~-12V ➝ -12.5~-13.1V

소리전자의 돌쇠 앰프 회로도에 표시된 전압과 비교해 보면 내가 만든 앰프의 6П6С(6P6S, 6V6GT와 동등)는 정상적인 범위에서 동작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6LQ8은? 잘 모르겠다. 제이앨범에서 설계한 6LQ8 SE amp 초단 회로와 비교하면 플레이트 전압은 더 높고, 바이어스도 더 깊게 걸린 상태이다. 그렇다 해도 maximum rating과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늘 수정 작업에서 거둔 의외의 성과는 잡음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추게 되었다는 점이다. 상판 삼아서 씌운 알루미늄 타공판에 손을 댔더니 '징~'하는 잡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타공판을 접지와 연결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볼륨 폿의 본체는 신호선의 그라운드선에 납땜을 해 놓았으므로, 전면 삼각형 금속판도 접지가 된 상태이다. 테스트 삼아서 타공판과 삼각형 금속판을 악어클립 케이블로 연결해 보았다.


최종적으로는 이렇게 마무리하였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잡음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알루미늄 타공판이 주변에서 날아드는 전자기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전자기파가 위에서만 날아드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효과가 좋았을까? 그것은 초단관의 배치를 바꾸어서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초단관 PCB를 바닥에 고정하였었다. 그러나 나무 상자가 꽤 깊어서 작업을 하기가 불편하여 전면 나무판의 위쪽 가까이에 90도 돌려 붙이는 것으로 고정 방법을 바꾸었다. 따라서 타공판과 6LQ8이 매우 가깝게, 그것도 나란한 방향으로 위치하게 되어 차폐 효과가 극대화된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려 보았다. 외부에서 방사되는 노이즈는 거의 대부분 초단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혹 진공관에 금속 원통 모양의 실드를 씌우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마이크로포닉 노이즈가 심한 진공관에 씌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늘 발견한 잡음 제거 방법을 응용할 방법이 생긴 것 같다. 즉 가공하기 쉬운 알루미늄 타공판을 접어서 초단관 또는 PCB 전체에 씌울 상자형의 커버를 만들어서 접지와 연결을 하면 될 것 아닌가? 이런 실드는 트랜스포머에만 씌우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금속으로 견고한 섀시를 만든다 해도 거기에 구멍을 뚫고 소켓을 고정하여 진공관을 노출한다면 주변에서 방사되는 전기적 노이즈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진공관 앰프는 이렇게 사용해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6LQ8과 같이 Gm(상호 컨덕턴스)가 높은 非 오디오용 관은 이렇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빨갛게 빛나는 진공관을 눈으로 즐기는 것이 감성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잡음이 없는 음악을 듣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이를 실드판 속에 숨기는 것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진공관 앰프 자작은 참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만약 이번 앰프 자작을 위해 상판을 CAD로 가공했더라면? 전체 제작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겠지만, 나는 여전히 잡음과 씨름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케이스에 비용을 적게 들이는 쪽으로 즉흥적인 결정을 내림으로써 오히려 여러가지 자유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고, 예기치 않게 좋은 결실을 맺게 되었다.

지금까지 만든 그 어떤 진공관 앰프보다 소리가 좋고 풍성하게 느껴진다. 기분 탓이겠지...

남은 숙제는 6LQ8을 사용한 전압증폭회로가 제대로 만들어진 것인지 동작 해석을 하는 것이다. 다음의 웹사이트가 도움이 될 것이다. 늘 고마운 마음으로 방문하는 곳이다.

최종적으로는 신호원과 오실로스코프를 이용하여 평가를 하는 것이 옳은데, 그러려면 또 장비가 필요하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초저가형 오실로스코프를 하나 구입해야 할까?

망가진 출력관은 책상 위 장식품이 되었다. 상자 겉면에 쓰인 키릴문자 РАДИО는 RADIO라는 뜻이다. 정식 명칭인 라디오수신기(radio receiver)는 러시아어로 радиоприёмник라고 쓴다.




2023년 5월 18일 목요일

[6LQ8-6П6С SE amplifier 제작] 완성을 향하여...

6LQ8 SE amplifier board를 개조하여 만든 드라이버 스테이지 PCB의 양 채널에 대한 패턴 수정을 모두 마쳤다. 변경 내역은 어제 쓴 글(링크)에 설명하였다. 내일 망가친 출력관을 대체할 새 6П6С가 오면 즉시 꽂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나머지 배선도 마무리하였다.




가장 최근의 부품 주문(IC114)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신호용 실드선을 고르는 일이었다. 카나레 또는 벨덴과 같이 유명한 고급 선재를 소개받기도 하였지만 기기 내부에서 쓸 신호선은 튼튼하고 두꺼워야 할 필요가 없다. 한참의 조사 끝에 남양전선의 UL 2547 2C 실드 와이어(AWG 28, 링크)을 구입하였다. 다시는 저가 RCA 인터케이블을 잘라서 쓰는 일은 없으리라!

UL(Underwriter's Laboratory)는 미국 최초의 안전 규격 개발 기관이자 인증 회사라고 한다. UL style 2547의 정의는 Multi-conductor cable using non-integral jacket이다. 내부에 들어가는 코어선의 수와 AWG에는 차이가 있다. 물건을 받고 보니 코어선이 꽤 가늘어서 작업성이 좋지는 않았다. 앞으로는 AWG 26으로 된 UL 2547 실드 와이어를 사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참, AWG는 원래 단선에 대한 규격 아니던가? AWG 28은 단선 도체부의 직경 0.0126인치(0.321 mm)에 해당한다. 연선의 규격은 단면적을 mm2로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한참을 사용했던 10색 절연전선이 다 떨어져서 이번에 약간을 더 구입했는데, 하나는 12가닥의 구리선이 PCV 외피에 싸인 0.3 mm2 규격이고 좀 더 두꺼운 것은 20가닥의 구리선이 들어있는 0.5 mm2 규격이다. 허용 전류는 각각 2.72 A 및 4.82 A 정도가 된다. 경험이 더 쌓이면 전선을 보기만 해도 대략적인 규격과 허용 전류를 짐작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요즘은 다이소에서도 파는 와이어 스트리퍼. 이것 외에도 압착 스트리퍼 Lobster FK3을 하나 더 갖고 있다.


앰프 제작에 몰두하는 동안 전기기타 연습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미안하다, 기타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한 진공관이 드디어 세관을 통과하다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한 마지막 물건 주문은 기록을 팢아보니 정확히 1년 전(2022년 5월 6일)이었다. 5월 10일에 평택항(PTK)으로 추정되는 중간 경유지에 들어온 진공관이 드디어 세관을 통과하여 국내 배송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내에 들어온 상태이기 때문에 알리익스프레스의 13자리 트래킹 번호를 인터넷우체국 국내우편(등기/소포) 배송조회에 넣으면 기본정보가 보인다.

품목 설명: 완전히 새로운 소련 튜브, 6N6C, 6P6P, 6V6, VT-107, 6V6GT, 6N2, 6H, 2n, 6N1


물품이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고 있어서 배송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불평하기 쉽지만, 따지고 보면 주문 후 아직 12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내일이나 모레 배송이 완료될 것이다. 국외에서 직접 구입한 물건이 표준 배송으로 2주 만에 도착하였다면 그렇게 느린 것도 아니다.



내일 저녁이 되면 자작 진공관 앰프의 좌우 채널로부터 나오는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