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7일 일요일

독서 기록 - <예술가로 살만합니다> 외 다섯 권


예술가로 살만합니다

  • "우리 동네 예술가들과 작업 이야기"
  • 이상진 글·그림
예술을 생업으로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장래의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며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딸아이를 보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원하는 학교에 들어간다 해도 졸업 후에 원하는 일을 하면서 과연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지은이 이상진은 드로잉 작가와 그림선생님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살고 일하는 연남동 주변의 여러 아티스트들을 만나 그들의 솔직한 모습을 그림과 글로 담았다. 수제화 공방, 1인 미용실, 음악 스튜디오, 도자기 공방 등 그 범위도 매우 다양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꿈을 꾸는 자에게는 (열심히 노력하면 대체로) 길이 열린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 괄호 안의 글에 담긴 의미가 무겁지만 말이다. 특정 지역이 이슈화되면서 사람들이 몰리고 재능있는 사람들이 샵을 내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지만, 소위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해서 처음에 분위기 조성에 가장 큰 기여를 했던 사람들이 점점 올라가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고, 결국은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이곳을 차지하면서 해당 지역의 모습이 점차 삭막해져가는 일이 되도록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아래에 소개하는 링크는 바로 다음의 책 <무용지물 경제학>의 주장과 연관지어서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임대료가 아니라 권리금이다

무용지물 경제학

  • "정통경제학의 신화를 깨뜨리는 발칙한 안내서"
  • 베르나르 마리스 지음 | 조홍식 옮김
수요와 공급의 법칙, '보이지 않는 손', 경쟁과 효율의 추구, 모든 경제 주체들이 이기적인 동기로 움직인다는 것, 심리학과 경제학이 뒤범벅이 된 요즘의 이론... 현대 경제학은 여러모로 독특하다. 현실을 이해하자는 취지를 한참 벗어나서 이제는 '이러해야 한다'는 이유로 세계를 움직이려 한다. 법칙을 더욱 손질하고 난해하게 만듦으로써 현실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저자의 결론은 이러하다.
  1.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바보다.
  2. 완전경쟁에 가까울수록 세계는 더욱 비효율적으로 변한다.
  3. 교환가지가 지배하는 '시장'이 아니라 비화폐적이고 호혜적인 행동이 발전을 이끈다.
342쪽부터 나오는 로빈스 크루쏘우와 프라이데이의 국민생산 모델(toy model)은 내 머리로는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다. 기회가 된다면 브뤼노 방뜰루(Bruno Vebtrlou)가 제시했던 원본 글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유엔을 말하다

  • 장 지글러(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 지음 | 이현웅 옮김
이번에 읽은 여섯 권이 책 중에 불편한 현실을 가장 잘 일깨워준 책이다. 장 지글러는 학자이자 활동가로서 <왜 세계의 절만은 굶주리는가>를 쓴 사람이기도 하다. 유엔 이전 존재했던 국제연맹이 무력하게 사라졌듯이 유엔 역시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쟁과 기아, 빈곤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국제적 조직이라는 점에서 희망을 놓을 수는 없다. 물론 현재의 유엔이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엔이 형성된 과정, 운영 방식, 미국의 영향력과 공작, 상임이사국이 행사하는 거부권의 문제점 등에 대하여 상세히 묘사하였다.

특히 5장 <미국의 제국주의적 전략>을 관심있게 읽었다. 
다자 외교에 견주어볼 때, 키신저는 제국주의적 이론과 전략을 육화하고 있는 인물이다... 제국주의 이론의 바탕에는 이러한 가정이 있다. 제국의 정신적인 힘, 빠르게 대처하는 능력, 법적 의지, 사회 조직은 안정을 보장한다. 제국만이 국가, 국민, 대륙 사이의 평화를 지속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히 말한다면 미국이 신으로부터 민주주의와 문명을 전파할 임무를 부여받았을 거라는 이런 메싱적 이데올로기는 아직까지도 낡은 것으로 취급받지 않는다.
키신저는 이 책에서 왜 미국이 핵폭탄을 자유롭게, 그리고 마음대로 사용하는 데 정당한 권한을 가진 세계 유일의 국가인지 설명한다... 국제법, 인권, 국제인도법의 기준에 따르면 헨리 키신저는 전범이다. 나아가 그의 세대에서도 가장 악한 전범 중 한 사람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키신저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일어난 군사 쿠데타들의 주동자였고, 당시에 그 대륙에서 성립된 폭력적인 독재 체제들의 가장 충실하고 능력 있는 보호자였다. 
156쪽부터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선출된 과정과 그 배경을 다루고 있다. 현실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한국 경제 4대 마약을 끊어라

  • "권태호 묻고 유종일 답하다"
  •  유종일(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과 권태호(한겨레 논설위원)의 대담집
촛불시민혁명에 의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급기야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 수감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철학과 정당성·도덕성이 없는 정권이 한 국가의 역사를 얼마나 잘못된 길로 후퇴시켰고, 이를 청산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 이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압축 성장만의 신화를 좇던 과거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마약에 길들여졌는지도 모른다.
  1. 투자라는 이름의 마약 - 자본과잉 시대의 투자 방향 전환
  2. 환율 마약 - 수출주도 아닌 소득주도 성장
  3. '빨리빨리 마약'과 혁신성장 - 여유가 있어야 '유레카'가 나온다
  4. '찍기'라는 마약 - '선택과 집중'을 넘어 '백화제방, 백가쟁명'으로
새 정권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하여 비정규직 철폐·최저임금인상 등을 주요 정책으로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고용지표와 같은 현실적인 경제 수치는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이에 대하여 자유주의적 경제론자들은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에 옮기고, 경제 지표를 측정하여 이를 평가하는 데에는 현 대통령의 임기 내에는 어려울 것이다.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고 약자를 배려하며 경제적 체질 개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위험한 요리사 메리

  • "마녀라 불린 요리사 '장티푸스 메리' 이야기
  • 수전 켐벨 바톨레티 지음 | 곽명단 옮김
아일랜드 이민자였던 메리 맬런(Mary Mallon, 1869~1938)은 강건한 신체에 자존심이 높고 지적 욕구도 높은 가정 요리사였다. 그런데 그녀가 일했던 집에서 연쇄적으로 장티푸스 환자가 발생하였다. 세균이 감염병이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보건 위생에 대해서 제도적인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던 시기였지만 아직 항생물질은 발견되기 전이었다. 공교롭게도 메리는 아주 건강한 상태에서 장티푸스 균을 퍼뜨리는 보균자였던 것이다. 그녀가 유일한 건강 보균자는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 추적 끝에 붙잡혀서 격리시설에 수용되어 일생을 보내야만 했다. 그녀는 황색 저널리즘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실명이 공개된 채로 자극적인 그림(요리하면서 내쉬는 숨에 해골이 그려짐)과 함께 장티푸스를 퍼뜨리는 마녀처럼 취급한 기사가 신문에 실렸던 것이다. 고용된 가사 노동자로서의 평범한 삶이 완전히 파괴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었을까? 그녀가 보건 당국에 조금만 더 협조적이었다면 조금 더 나은 처우를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메리는 자기 삶은 직접 제어하기를 원하는 사람이었고, 남의 개입을 달가와하지 않았다. 그것이 비록 공적이 권력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녀가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요리 말고는 없었다. 그러나 보균자로서 아무리 개인 위생에 조심을 한다 하여도 요리사라는 직업을 이어 나갈 수는 없다. 당시 사회는 이러한 개인에게 다른 직업을 갖도록 재교육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심지어 강제 수용 중인 그녀에게 장티푸스 균이 살고 있다고 여겨지는 쓸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항생제가 없던 시절 수술은 위험한 일이었고 그 효과도 확신할 수 없었으며, 메리 자신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저자가 지은 <검은 감자(아일랜드 대기근 이야기)>도 읽고 싶어졌다.

별난 세상을 움직이는 경제 코드

  •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서 배우는 경제학"
  • 청스 지음 | 임보미 옮김

2018년 6월 16일 토요일

6월의 일상


자전거 타이어용 펌프로도 자동차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할 수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릴 뿐이다. 공기압은 로드 자전거용 타이어에 비하면 훨씬 낮지만 워낙 많은 양의 공기를 넣어야 하기에 2-3 주에 한 번씩 이렇게 바람을 넣다 보면 등허리가 뻐근하다. 타이어는 아직 교체 주기가 되지는 않았으나 천천히 공기가 빠지는 증세를 앓고 있다. 카센터에서 비눗물을 칠해가며 점검을 몇 차례 하였지만 공기가 새는 곳을 찾지 못하였다. 그러니 가장 원초적인 방법으로 공기를 채울 수밖에... 매번 차에 오르기 전에 타이어의 상태를 확인하는 버릇이 든 것은 좋은 일이다.


알라딘에서 구입한 에스토니아의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Arvo Pärt, 1935~)의 음반. '형제들(Fratres)'에 이어서 두 번째로 구입한 패르트의 음반이다. 이번에 구입한 음반에 수록된 곡은 Tabula Rasa, Collage über Bach, 그리고 Symphony No. 3이다. Tabula Rasa는 '깨끗한 석판(위키)'을 의미한다.  깨끗한 석판 또는 빈 서판은 철학 이론으로도 매우 잘 알려진 용어이다.

패르트의 음악은 간결하고 느리며 서정적이다. 명상을 위한 음악이라고 하면 적당할까? 패르트의 음악에서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그의 신앙적 바탕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현대음악이라고 하면 마치 복잡한 수학 공식처럼 난해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음악은 그렇지 않다.

2018년 6월 15일 금요일

박테리아 유전체에서 재조합(recombination)의 흔적을 찾기

내가 생각하는 진화라는 것은 결국 유전체 서열의 변화가 표현형으로 나타나고, 환경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개체의 빈도가 집단 내에서 늘어나는 현상이다. 좀더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적합도(fitness)가 낮아진 개체의 빈도가 줄어드는 것까지 포함해야 할 것이다.

흔히들 박테리아의 진화라고 하면 단일 염기서열 수준에서 일어나는 염기치환변이 또는 indel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상동유전자 서열을 여러 종에서 모은 다음 다중서열정렬을 해 보면 기준 종에서 먼 것일수록 염기서열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난다. 이러한 염기(서열)의 변화가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DNA polymerase의 실수, radiation으로 손상된 염기의 불완전한 수복, DNA의 double-strand break가 일어난 뒤 일어나는 error-prone repair 등 다양한 메커니즘이 있지만 교과서를 쓰고자 함이 아니니 깊게 들어가지는 않겠다.

실제로는 이보다 과격한(?) 유전체 변이가 더욱 빈번하게 벌어진다. Insertion sequence의 삽입이라든가 prophage의 침입 등이 그러하다. Horizontal gene transfer도 많은 연구자들의 흥미를 끄는 주제이다.

그런데 (homologous) recombination에 의해서 외부의 유전자(일부, 전부 혹은 클러스터)가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종종 간과하게 된다. Recombination, 즉 재조합이란 기원이 다른 DNA 조각이 서로 교차하여 새로운 혼성체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ds DNA 가닥이 끊어져서 서로 근본이 다른 것끼리 연결되는 것이다. 재조합이 일어나는 정도는 미생물 종마다 매우 다르다. 결핵균처럼 매우 제한된 환경에서 '조용히' 서식하는 것에서는 그 정도가 매우 적지만, 자연적인 transformation이 가능한 세균으로서 자유롭게 바글거리며 사는 세균은 그 빈도가 매우 높다.

Recombination은 계통발생학 분석을 하는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수십 종의 미생물 유전체 서열로부터 multiple sequence alignment를 공들여 얻은 뒤 phylogenetic tree를 그리는 것이 요즘 genomics를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일인데, 유전체 상의 특정 block이 재조합에 의해서 '훌러덩' 유입된 것이라면 족보를 그리는 일이 아주 까다로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조합의 검출하는 일 역시 매우 어렵다.

Homologous recombination을 검출하려는 체계적인 노력은 Xavier Didelot의 ClonalFrame이 그 시초가 아닐까 한다(Inference of bacterial microevolution using multilocus sequence data. Genetics 2008, PMC 링크). 이것은 원래 mltilocus sequence 데이터를 이용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녹색은 mutation, 빨강색은 recombination. 
이후 수백 개의 genome sequence를 다룰 수 있는 도구가 등장하면서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졌고, 요즘 유행인 베이지언 기법을 이용한 것도 등장하게 되었다. 임상에서 분리한 Streptococcus pneumoniae의 대규모 유전체 분석을 통하여 recombination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남을 밝힌 선구적인 논문이 이미 2011년에 Science에 게재된 바 있다.

Rapid pneumococcal evolution in response to clinical interventions. Science 2011 331:430 PubMed 링크

치료 중인 환자에게서 분리된 감염균은 살아남기 위하여 온갖 전략을 구사한다. 그 중의 하나는 항원으로 작용하는 capsule의 스위칭을 하는 것이고, 바로 여기에 recombination이 크게 기여한다는 것이다. 물론 recombination을 검출하고 멋지게 그림을 그려주는 도구는 이 논문 이후에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안다. 당시에는 SNP의 density를 이용하여 recombination이 일어난 곳을 추정하였었지만 지금은 훨씬 세련된 통계학적 추론을 이용하는 도구도 있다. 아래 그림의 오른편에 보인 heatmap에서 빨강 블록으로 표시된 것이 바로 재조합이 일어난 곳이다.

출처: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648787/figure/F1/
요즘 내가 테스트하는 것은 Sanger Institute에서 개발한 Gubbins이다(링크). 2014년 Nucleic Acids Research에 'Rapid phylogenetic analysis of large samples of recombinant bacterial whole genome sequencing using Gubbins(링크)'라는 논문으로 발표가 되기도 하였었다.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데이터셋은 바로 위에서 소개한 Science 2011년도 논문의 것을 사용하였다(PMEN1 dataset 링크).

Gubbins를 실행하려면 FASTA 형식의 whole genome alignment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이 생각처럼 쉽게 뚝딱 만들어지지가 않는다. 먼저 고려할 것은 raw sequencing read에서 시작할 것인가, 혹은 assembled sequence에서 시작할 것인가이다. 처음에는 Roary(assembly 필요)가 만들어내는 core gene alignment를 활용할 생각을 했었으나, 이것은 유전자들을 concatenation한 것이다. 따라서 gubbins 분석이 끝난 뒤 재조합이 일어난 부위의 유전자를 찾으려면 별도의 파일(core_alignment_header.embl)을 참조해야 한다. 이것은 상당히 성가신 일이다. Reference의 좌표에 맞추어서 각 alignment를 배열하고 그 사이에 gap('---')을 넣은 파일이 필요한데 말이다.

Harvest suite의 parsnp를 사용하면 유전체 서열에서 유래한 alignment가 나오지만 이것 역시 concatenated sequence이다. Gubbins가 딱 필요로하는 형태의 FASTA alignment 파일을 만들 방법이 없는지 구글링을 반복하다가 Snippy라는 도구를 찾았다. 이것은 raw sequencing read뿐만 아니라 contig도 사용할 수 있으며, .aln(core SNP alignment)과 .full.aln(whole genome SNP alignment including invariant sites)를 생성해 주므로 후자를 gubbins에 투입하면 된다. 하지만 막상 설치를 하니 에러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첫번째 에러에 대해서는 개발자 사이트에 이미 보고가 되어 있었고(error with gbk #154) 임시방편으로 버전을 낮추어 쓰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했더니 vcflib의 위치와 관련한 에러가 또 발생하여 freebayes-parallel 스크립트의 40번째 줄을 고치는 수고까지 해서 겨우 성공적으로 실행을 하였다. Snippy 설치 이력에 대한 정보는 별도의 글로 상세하게 작성해 보고자 한다.

2018년 6월 14일 목요일

ANI 분석에 의한 잘못된 종명 바로잡기 - NCBI

NCBI에 유전체 서열을 등록할 때에는 여러 가지의 quality control process가 진행된다. Contig의 수가 너무 많거나 그 길이가 지나치게 짧지는 않은가? 200 bp 미만의 contig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Vector나 adaptor, 혹은 일루미나 시퀀싱 장비를 구동할 때 control로 들어가는 phiX174 서열은 섞여있지 않은가? Species 명칭은 올바른가?

이런 사전 점검 프로세스를 거쳤다 해도 균주의 species 명칭을 잘못 붙인 것에 대한 점검은 오로지 제출자의 몫이었다. 천랩의 EzBioCloud에서는 다른 어느 유전체 서열 데이터베이스보다도 빠르게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상태였다. 즉 특정 종의 type strain에 대한 유전체 서열이 이미 공개된 상태라면, 등록된 다른 미생물 유전체의 서열을 이것과 대조하여 ANI(average nucleotide identity)에 기반한 종 동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용자 Bacillus amyloliquefaciens라는 이름을 붙여서 유전체 서열을 등록했고 NCBI에서도 이 정보를 충실히 따르고 있지만 EzBioCloud의 genome 항목에서는 자체 동정 결과에 의하여 Bacillus velezensis라고 명명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시퀀싱이 된 type strain이 점차 증가하면서 NCBI에서도 'submitted organism name'이 맞는지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수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 새벽에 NCBI에서 받은 이메일에는 과거에 내가 Bacillus endophyticus의 스트레인이라고 등록한 유전자를 Bacillus filamentosus로 변경할 예정이니 이것이 옳지 않다는 합리적인 증거를 2주 이내에 제시하지 않으면 WGS는 물론 BioSample과 BioProject도 업데이트가 될 것이라 하였다.

실제로 이런 과정이 적용된 WGS 엔트리 하나를 살펴보자. 이는 안내 메일에 소개된 것이다.

https://www.ncbi.nlm.nih.gov/nuccore/JWAI00000000.1/


늘 접하던 ###Genome-Assembly-Data### 블록 위에 ###Taxonomic-Updated-Statistics###라는 블록이 새로 생겼다. 원래 Bifidobacterium longum이라는 이름으로 제출이 되었던 유전체 정보 기록이지만, ANI 분석에 의하여 Alloscardovia omnicolens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RefSeq이 아니라 GenBank 엔트리임에 유의하자. 

이는 매우 바람직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13만개가 훌쩍 넘는 유전체 정보를 전부 점검하여 일괄적으로 변경을 하는 것인지, 점진적으로 점검을 하는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리고 제출한 유전체 서열과 cutoff 기준을 만족시키는 sequenced type strain이 아직 없다면, submitted name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메일에서 소개한 관련 논문 두 가지도 인용해 본다.

Meeting report: GenBank microbial genomic taxonomy workshop (12-12 May, 2015). Stand Genomic Sci (2016 ) PMC

Using average nucleotide identity to improve taxonomic assignments in prokaryotic genomes at the NCBI. Int J Syst Evol Microbiol (2018) PubMed

그림 1. ANI process workflow for processing of pre-submission genomes.
출처: 두번째 논문(Int J Syst Evol Microbiol)

2018년 6월 11일 월요일

LinkedIn을 탈퇴하다

나도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가입이 되고, 메일을 받는 일이 잦아졌다. 지메일에서는 현명하게도 광고성 메일은 '프로모션' 항목에, 인맥 관련 메일은 '소셜' 항목으로 자동 분류해 주어서 번거로움을 덜어주고는 있다.

링크트인(LinkedIn)에서는 수시로 이메일 메시지가 날아온다. 누가 새로운 1촌이 되었으며, 누가 연락을 보냈으며, 새로운 직장으로 갈 수 있는 어떤 기회가 생겼으며... 마치 내가 인터넷 상의 정보의 바다에서 전세계의 사람들(주로 직장 혹은 비즈니스와 관련이 있는)과 연결이 되어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사실 나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네트워킹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나는 카카오톡조차 쓰지 않는 사람이다. 그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2011년 네이버에서 쓰던 내 블로그(지금은 백업 후 전부 삭제)에 몇 가지 소셜 서비스가 성격에 맞지 않아서 탈퇴한다고 글을 썼더니, 뜬금없이 이런 댓글이 붙었다.
제 생각으로 님은 사회부적응자 외톨이시군요... 좀 안스럽네요...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까다로운 인간이라는 글도 종종 보인다.

자기 나름대로의 철학에 따라서 움직인다면 다른 사람의 삐딱한 시선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휴대폰을 하릴없이 들여다보면서 다른 사람이 어떤 글과 사진을 올렸는지, 내가 올린 것에 사람들이 어떤 댓글을 달았는지 모니터링하는 것도 나의 취향에는 맞지 않는다. 나는 그저 내가 고민하고 공부하고 나누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열린 개인공간(블로그 처럼)에 꾸준히 기록을 할 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나의 기억을 돕기 위한 것이고,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 또한 기쁨이리라.

주말에 이틀 정도 고민을 한 뒤 링크트인을 탈퇴하였다. 나의 일촌(몇 명 되지 않는다) 혹은 일촌 후보들에게 '정해영님이 LinkedIn을 탈퇴하였습니다'라는 소식은 절대 가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회원이 합류하여 일촌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메일을 날릴 뿐이다. 필요하다면, 수고스럽더라도 내가 직접 인맥을 찾겠다.

2018년 6월 10일 일요일

여권 사진을 찍으며

9월에 다녀올 국외출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권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였다. 이제는 유효기간이 만료된 여권을 다시 만드는 것은 신규 발급과 같이 취급하는 것 같다. 여권 재발급은 유효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수록 정보의 정정 및 변경, 여권 분실, 훼손, 사증란 부족 등의 이유료 여권을 다시 발급받는 것을 뜻한다.

여권 발급에 필요한 구비서류는 여권발급신청서, 6개월 이내 촬영한 여권용 사진 1매, 신분증이다(외교부 여권안내 홈페이지 링크).

휴대폰으로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는다 해도 증명에 필요한 개인 사진은 사진관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사진관에서 내 사진을 찍은 것이 언제였을까? 꼭 10년 전 여권을 다시 만들 때, 그리고 2011년 승진을 하면서 출입증을 재발급 받을 때가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여권 사진을 찍기 위하여 근처의 사진관을 찾았다. 세 컷 정도를 촬영한 뒤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게 한 다음 그자리에서 보정을 완료하여 총 8 장의 사진을 넘겨받았다. DSLR로 찍은 내 얼굴을 컴퓨터 모니터로 상세하게 펼쳐보니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인다는 것이 약간 슬펐고, 생각보다 촬영 후 보정 작업을 많이 한다는 것도 놀라웠다. 약간 뻗쳐나간 머리카락, 좌우 균형이 맞지 않는 어깨 정도는 문제가 아니었다. 촬영 전 거울을 보면서 머리를 정리할 필요도 별로 없다고나 할까. 촬영을 할 때 가장 나에게 주문한 것은 고개의 각도와 표정 정도였다. 나머지는 보정으로 해결 가능하니까 말이다.

'고개의 각도'를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항공기에서 흔히 쓰는 용어인 롤링(rolling), 요잉(yawing), 그리고 피칭(pitching)으로 나누어 보면 된다. 얼굴을 정면에서 후면으로 관통하는 선을 x 축, 얼굴을 촤우로 관통하는 선을 y 축, 그리고 이에 대해 수직으로 위치한(즉 목뼈의 방향) 선을 z축이라 하자.
  • 왼쪽으로 갸우뚱하게 해 보세요(x축에 대한 회전) - 롤링
  • 오른쪽으로 돌려보세요(z 축에 대한 회전) - 요잉
  • 고개를 좀 들어보세요(y축에 대한 회전) - 피칭
자료 출처: 위키피디아(링크)

자기는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진사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거울로 자기의 모습을 보아도 어느쪽으로 머리가 기울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단, 피칭의 정도는 다른 사람이 옆에서 봐 주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근골격계 질환이 있거나 늘 바르지 못한 자세로 있는 것이 습관화된 상태라면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축에 대해서 머리가 돌아가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세 컷의 사진 중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하나 고른 다음 실제 보정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교차하였다. 사진사는 보정하는 과정을 옆에서 그대로 지켜보게 하였었다.
'나중에 오세요' 혹은 '잠시 차 한잔 하시면서 기다리세요' 하지 않고 작업하는 모습을 다 지켜보게 하는 것은 작업자 입장에서 불편하지 않을까?
사진을 촬영하면서 고객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 보라고 주문하는 것과, 사진 촬영을 한 뒤에 수정하는 것 중 사진사는 어느 것을 더 선호할까?
주름이나 잡티를 제거해 주는 정도는 모르겠지만, 증명을 목적으로 하는 사진에서 윤곽을 수정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닐까?
사진은 정말로 현실의 기록인가? 우리는 사진이라는 기록을 남기기 위하여 현실을 '조작'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의도하지 않았었지만 정성들여 준비한 뒤에 찍은 2018년 6월 나의 모습이 사진으로 남았다.

출력트랜스를 만들 자재를 준비하다

R 코어와 에나멜선, 그리고 보빈이 전부 갖추어졌다. 에나멜선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승리케이블에 주문하여 택배로 받았고, 보빈은 30 ml 주사기(그린젝트-30)의 실린더를 길이 32 mm로 자른 것이다. 작업할 때 공작물을 고정하여 두 손을 자유롭게 쓰는 것이 얼마나 작업의 효율을 높이는지는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 실톱으로 주사기 실린더를 자르는 간단한 가공에서도 왼손으로는 작업물을 지지하고 오른손만으로 톱질을 하려면 상당히 어렵다. 이제는 공작용 소형 바이스를 하나 장만할 때가 되었다.


정작 트랜스포머 코일을 감을 때 필수적인 도구인 권선기는 아직 만들지 못하였다. 권선기에 들어갈 카운터(아래 사진)는 이미 구입하여 놓았지만 베어링이나 커플링 등 구동부의 핵심 부품이 아직 배송 전이기 때문이다.


위 사진에서 보인 디지털 카운터는 자기장에 반응하는 홀(Hall sensor)를 이용한 것이다. 회전하는 물체에 자석을 붙여서 한번 회전할 때마다 센서 근처를 지나가게 하면 수치가 하나씩 올라가는 것이다. 단, 역회전인지 정회전인지는 알지 못한다. 완전 수동식 코일 권선기는 잘못 감은 것을 반대로 돌려서 풀어내면 이에 따라서 회전수도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이 카운터를 사용하면 앞으로 감으나 뒤로 풀어내나 똑같이 카운트 수치가 올라가므로 조심해야 한다. 

다음 주 중에는 필요한 부품을 전부 구해서 늦어도 주말에는 보빈에 에나멜선을 감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