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31일 화요일

뜻하지 않은 부상의 뒷이야기[3]

부상 19일째의 아침을 맞는다. 오늘은 등이 몹시 결려서 아침 일찍 일어나 앉았다.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 구부정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서 휴대폰을 들여다 본 것이 화근일 것이다. 최근 4-5일간은 소화도 잘 되지 않는다. 약에 의한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어제는 MRI를 찍으러 병원에 다녀왔다. 귀마개를 하고 시끄러운 가동음이 들리는 기계 안에서 40분이나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는 것은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기침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니 입에 자연스레 고이는 침을 삼키는 것도 얼마나 신경이 쓰이던지.

관절이 굳지 않도록 자주 움직이고,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요즘 신체활동의 전부이다. 어깨 보조기를 푼 뒤에 재활을 위해 또 얼마나 고생을 할지 걱정이 된다. 어깨와 그 주변부는 물론이지만 팔꿈치 관절이 더 걱정이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상반신을 씻기 위해 보조기를 풀면 팔꿈치가 완전히 펴지지 않는다. 완전히 펴려고 하면 팔꿈치가 아프고, 무리하게 펴다가 부러진 위팔뼈가 붙는데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 되어 주저하게 된다. 

장기간 부목을 하는 것은 이러한 관절굳음증(또는 강직, ankylosis)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팔을 다쳐 오랜 기간 동안 깁스를 한 뒤 풀었는데, 팔이 기역자로 구부러진 상태로 그대로 있어서 매우 놀랐고 또 이를 펴느라 무척 고통스러웠다는 글을 보았다. 나는 팔을 완전히 고정한 상태가 아니라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팔꿈치를 굽힌 채 조금씩 회전하는 것은 가능했고, 심지어 전기기타의 간단한 수리까지 하였었다(관련 글 링크). 따라서 팔꿈치를 완전히 펴는데 지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현재의 어깨보조기 작용 상태.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에서 입은 채로 퇴원한 환자복은 옆이 열려 있어서 보조기를 착용한 상태로 입고 벗을 수 있다. 그래서 집에서 쉬는 중에도 즐겨 착용한다.

어제 MRI를 찍느라 보조기를 풀고 팔꿈치를 최대한 편 상태에서 한참을 유지했던 것이 팔꿈치 관절 강직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부러진 뼈를 붙이려면 움직여서는 안되고, 관절의 굳음을 방지하려면 움직여야 하고...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자꾸 오른팔을 꼼지락거리다가 부러진 위팔뼈 대거친면(큰결절. greater tuberosity)의 전위가 더 심해지지는 않았는지를 더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위팔뼈의 해부학적 구조(출처)와 나의 골절 상태.

Neer의 근위 상완골 골절(proximal humerus fracture) 분류법. 대한골절학회지(2012)의 논문 '근위 상완골 골절 치료의 치신 지견'에서 가져옴. 이 논문에 의하면 "대 결절에는 극상근, 극하근, 소원형근이 부착되어 이 부위가 골절되면 골편은 상방 및 후방으로 전위되며 상완골 두는 내측으로 전위된다"고 하였다.


부러진 뼈의 전위가 2 mm 이하이면 비수술적 치료(보존적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위에서 보인 나의 X-ray 사진에서는 2 mm는 족히 넘어 보인다. 올바른서울병원의 블로그 글(링크)에서도 X-ray 사진에서는 나보다 골절 정도가 더 경미해 보이는데 관절경을 이용한 수술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어떤 논문에서는 골절편의 전위 방향이 더 중요하다며 5 mm 까지의 전위에도 수술을 하지 않는 보존적 치료가 가능하다고 기술하였다. 2013년 대한골절학회지에 실린 논문 '상완골 대결절 단독 골절의 다양한 수술 방법에 따른 임상적 결과'의 그림 두 편을 인용해 본다.

내 골절 상태는 Fig. 2보다 약간 경미한 상태로 판단된다. 그림 출처: 대한골절학회지(2013).

비교적 최근인 2018년 대한골절학회지에 실린 논문 '상완골 근위부 골절의 보존적 치료'도 좋은 참고 자료이다.

위팔뼈 큰결절에 붙어 있는 근육은 가시위근(극상근)과 가시아래근(극하근)이다. 혹시 내가 오른팔을 자꾸 움직이면서 이런 근육들을 자꾸 움직여서 골절된 뼈의 전위를 더 악화시킨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걸 걱정할 것이라면, 결절사이고랑에 붙은 세 개의 근육 움직임까지 생각해야 한다. 

아는 게 병이다! 어차피 다음 주 월요일에 외래 진료가 있어서 어제 찍은 MRI와 당일에 찍을 X-ray 자료를 펼쳐 놓고 회복 정도에 대한 설명을 들을 터이니 더 이상의 궁금증은 잠시 접어 두도록 한다. 무엇 하러 논문까지 찾아보면서 공부를 하고 있단 말인가.

이번 부상을 치료하면서 아직 주사 한 대도 맞지 않았다. 기왕이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보존적 치료만으로 뼈가 잘 붙기를 기대해 본다.

그 밖의 사항으로는...

  • 다친 뒤 오늘 처음으로 재채기를 했다. 견딜 만하였다. 아직 기침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갈비뼈 골절 시 처방하는 강력한 진통제는 사실 기침 지지(expectoration encourage)를 위한 것이라 한다. 가래를 배출하지 못하면 좋지 않기 때문이다.
  • 등을 짚어보면 갈비뼈가 부러진 오른쪽 등이 더 부어 있다. 골절 때문일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멍은 없다.
  • 무릎 타박상 자리에 생긴 상처가 가장자리로부터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딱지 가운데 위치까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옷에 쓸려 떨어져 나가면 곤란하므로 반창고를 붙여 두었다.
  • 오른쪽 허리에도 살 속으로 단단한 것이 만져진다. 겉으로 보이는 멍은 없으며 점점 크기가 줄어든다. 


2023년 10월 26일 목요일

데임 세인트 M250의 배선 정비 - 며칠간의 노력이 남긴 것

불의의 사고로 골절상을 입은 후 꼭 2주일이 지났다. 인체의 회복 능력은 놀랍기만 하다. 그렇게 심하던 무릎의 타박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갈비뼈 골절로 인한 옆구리와 등 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통증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위팔뼈의 골절은 어떻게 나아지고 있을까? 여기는 다른 다친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증이 적었었다. 다만 관절 자체에서 느껴지던 아픔도 점점 줄어드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있다.

어깨 보조기에 오른팔을 걸쳐 놓았기에 큰 동작은 하지 못한다. 그러나 오른손으로 무엇을 쥐는 것은 자유로우므로, 무리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약간의 기타 정비를 실시하였다. 그것은 바로 데임 세인트 M250의 내부에 장착된 오버드라이브 보드를 빼내는 것. 혹시 너무 열심히 일을 한 것일까? 약간의 열감 같은 것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오후에 한참을 쉰 다음에는 괜찮아졌다. 

보드를 적출하기 전. 기존의 배선 상태는 그다지 프로페셔널해 보이지는 않았다.

빼낸 보드는 스톰프 박스 형태로 재활용될 것이다. 필요한 부품은 전부 페달파츠에서 사면 된다.

재배선하기.

토글 스위치가 달려 있었던 구멍은 스티커로 막았다.

뒷뚜껑을 닫고 앰프에 연결하니 전혀 소리가 나지 않았다. 잭 부분의 배선을 확인하려고 몇 차례 열었다가 다시 끼우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부실했던 납땜이 떨어진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납땜 후 수축 튜브로 깔끔하게 마감하였다.


작업 끝!


뒷면에 고정할 백플레이트는 알리익스프레스로부터 조만간 도착할 것이다. 


전기 기타의 셋업 요령

스탠드에 걸린 3대의 기타 중에서 가장 신경을 덜 쓰고 있었던 녀석 - 아마도 중고품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 이 최근 며칠 동안 실험 대상이 되어 사랑을 듬뿍 받았다. 브리지의 규격 및 셋업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배선 정도는 직접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레스폴의 셋업 방법도 알아 두도록 하자.

펜더의 셋업 가이드는 10월 24일에 쓴 '데임 세인트 M250 기타가 안긴 숙제 - Vintage tremolo bridge의 정비'에서 이미 소개하였다. 국내 커뮤니티인 Mule에 게시된 '집에서 혼자 셋업 하는 방법'도 많은 사진과 친절한 설명이 듬뿍 들어 있는 좋은 자료이다.


2023년 11월 1일 업데이트

알리익스프레스에 주문한 기타 부품이 도착하였다. 빈티지 싱크로나이즈드 브리지에 올릴 새들은 기타줄을 갈 때가 되면 교체하도록 한다.


백 플레이트는 기타 뒷면에 파인 홈보다 약간 작고 나사못 구멍 간격 역시 그러하다.


백 플레이트의 구멍을 갈아내서 타원형으로 확장하느냐, 아니면 기타 바디의 구멍을 드릴로 확장하고 적당한 재료(나무젓가락을 전동드릴에 물려 둥글게 갈아내거나 우드필러 사용)로 메운 뒤 새 위치에 구멍을 다시 뚫을 것인가?




2023년 10월 24일 화요일

데임 세인트 M250 기타가 안긴 숙제 - Vintage tremolo bridge의 정비

낙원악기상가에서 구입한 트레몰로 암을 중고 데임 기타에 끼우려는 것으로부터 끝이 없는 숙제가 시작되었다. 사실 '암질' 자체에 흥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빈 구멍이 허전해서 이를 채우고 싶었을 뿐이다. 암에 파인 나삿니의 규격이 브리지와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단순한 걱정을 시작으로 새로운 문제의 발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암의 나삿니는 M6 규격으로서 브리지의 구멍과 잘 맞았다.

흔히 '브릿지'라고 표기하지만 '브리지'가 올바른 국문 표기법이다.

그러나 기타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손을 대고 싶은 구석을 자꾸 발견하게 되었다. 스프링을 거는 블록에 균열이 꽤 많이 발생한 상태이다.

파열 직전? 앞으로 몇 년을 더 이 상태로 가만히 있을지도 모른다.

새들을 밀어주는 스프링도 두 개가 없다. 데임 본사에 DSV-1 브리지를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하였으나 너무 오래된 모델에 장착된 것이라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현재 생산되는 세인트의 최저가 모델(M200)에도 여전히 6 pin synchronized tremolo bridge가 장착되어 있는데, 아무리 인도네시아 생산이라 해도 애프터서비스를 위해 최소한의 부품을 국내에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이러한 스타일의 브릿지를 정식으로 부르는 이름은 vintage-style tremolo bridge이다. 고정 나사를 6개에서 2개로 줄인 two-pivot bridge, 완전히 고정을 해 버려서 암을 사용할 수 없는 것 등 다양한 변종이 존재한다.

알리익스프레스로 눈을 돌려 보았다. '일렉트릭 기타 트레몰로 브리지'로 검색하면 스프링 세트와 암을 비롯한 모든 부품을 일체로 판매한다. 트레몰로 암은 괜히 샀군!

국내 웹사이트를 잘 뒤지면 국산 부품을 구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기타의 OEM 생산 및 부품 제조로는 탄탄한 기반이 있는 나라 아니던가? 물론 낙원악기상가에 가서 조금만 발품을 팔면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MJ기타라는 곳에서 국내 제조 브리지(링크)를 판매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매우 감사한 일이지만 트레몰로 암이나 뒷면에 고정하는 스프링 세트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레스폴 볼륨배선 세트(링크)를 구비한 것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이다. 나중에 그레그 베넷 기타의 전기부품 상태가 나빠지면 이것을 구입해서 통째로 교체하면 될 것이다. 사실 여기 말고도 완제품 배선을 파는 곳은 더 있다.

MJ기타에서 판매하는 펜더 트레몰로 브릿지 cr 빈티지 타입(왼쪽)과 레스폴 볼륨배선 세트(오른쪽).

새 부품으로 교체를 해도 정확한 셋업 방법을 모르면 소용이 없다. 암질의 유연성이나 튜닝 안정성 등에서 많은 불리함이 있는 싱크로나이즈드 브리지이지만 정확한 셋업을 통해서 최적의 상태를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기타넷에서 소개한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셋업 가이드가 도움이 될 것이다.

6개 나사를 전부 끝까지 박아 넣지 말라는 것, 그리고 셋업 완료시 브리지의 뒷면이 약간 들려야 한다는 것(펜더의 기본 세팅에서는 3 mm 정도를 띄움)이 놀라운 발견이었다. 사진을 곁들인 다음의 국문 자료가 매우 도움이 된다.

빈티지 트레몰로 브리지 6 포인트 스크류 세팅 방법

유튜브를 검색하면 싱크로나이즈드 브리지 셋업 방법을 설명한 동영상이 많이 나온다. 바로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모르던 세계였다.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 낙원악기상가에서 처음으로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유사품 전기기타(플로이드 로즈 브리지였던 것으로 기억)를 구입했던 1987년 당시에는 기타의 셋업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었고, 그러한 무지는 30년이 넘게 이어졌다. 이제는 그러한 무지몽매한 상에서 좀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기타는 참으로 오묘한 악기이다. 튜닝 자체가 완벽하기 어렵고, 벤딩이나 아밍 등 전기기타 특유의 주법이 튜닝을 틀어지게 만든다. 모든 현에 대해서 동일한 프렛 위치를 준수하게 하면 인토네이션이 맞지 않는 고유한 운명을 지닌 악기이기도 하다.

자작곡을 제대로 녹음해 보려는 단순한 동기에서 출발하여 너무 멀리 간 것은 아닌가? 기타 내부에 들어 있는 COT 50 클론 보드도 꺼내야 하고, 배선도 손을 좀 보아야 하고, 진공관을 이용하여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고...

골절된 팔뼈를 붙여야 하는데 자꾸 스크류 드라이버를 들고 설치지 말자.


2023년 10월 25일 업데이트 - 브리지의 규격에 유의하자

알리익스프레스를 뒤적이다가 적당한 빈티지 타입 트레몰로 브리지를 구입하려다가 일단 새들만 주문해 놓은 다음, 브리지의 규격을 조금 더 알아보기로 하였다. 본체 고정을 위한 6개 나사 구멍 중 가장 바깥의 것의 중심 간격은 52 mm로 측정되었다. 1번과 6번 현의 간격도 동일하다. 그러나 같은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라 하더라도 몇 가지 다른 규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데임의 DSV-1 브리지는 다음 그림에서 네 번째인 'Mexican Standard'에 해당한다(String spacing = screw spacing = 2-1/16" = 약 52 mm).

이 그림은 워낙 널리 퍼져 있어서 원본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알기가 어렵다. 혹시 여기가 아닌지 추정해 본다. E-to-E string spacing이 다르면 새들의 폭도 달라진다.

Callaham Guitars의 Stratocaster Bridge Compatability라는 웹 문서에서 이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요즘은 2 pivot 시스템이 표준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이 문서에 따르면 내 기타와 같은 규격의 브리지는 Made in Mexico Standard Series Strat, Road Worn Player HSS, Squire Classic Vibe 모델에 쓰인다고 한다.

만약 MJ기타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국산 브리지를 덜렁 주문했더라면 낭패였을 것이다. 스쿨뮤직에서 판매하는 Gotoh의 빈티지 타입 브리지인 GE101TS-Chrome의 screw spacing도 56 mm이다.

다행스럽게도 오늘 주문한 새들의 폭은 10 mm라서 기존 것과 같다.  

출처: 알리익스프레스

String spacing이 2 7/32"인 vintage American Stratocaster의 새들 폭은 0.435", 즉 약 1.1 mm이다. 

그리고... 트레몰로 암을 빼 버리고 두께 2 mm 포맥스 판을 잘라서 8장을 겹쳐 넣어서 브리지를 다음과 같이 고정해 버렸다. 포맥스 판의 폭이 더 넓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브리지는 2~3 mm 정도 뒤가 들린 상태로 마무리하였다. Fixed bridge처럼 쓰려면 본체에 완전히 밀착하도록 만들 수도 있지만, 그러한 경우 줄 높이를 조정해야 한다.

트레몰로 암은 괜히 산 것이 맞다. 차라리 브리지 규격을 더 연구한 다음에 내 기타에 맞는 브리지(스프링, 암 등이 전부 포함된)를 주문하였더라면 더욱 현명한 선택이 되었을 것이다.

기타 수리공을 할 것도 아닌데 이런 수준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지? 다음번 숙제는 COT 50 보드를 빼내고 배선을 정리하는 것이다.




2023년 10월 21일 토요일

[Tracktion Waveform FREE] 일부 트랙의 출력을 하나의 오디오 트랙에 쓰기

최종 믹스 다운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몇 개 트랙의 출력을 하나의 오디오 트랙에 써 넣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 작업하는 곡에서는 SampleTank Free의 가상악기(synth lead)를 두 개의 트랙에 할당, 각자 별도로 연주하여 이중주와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하였다. 이 사운드에 대하여 이펙터 플러그인 등을 추가로 건드리지 않을 예정이라면, 하나의 오디오 트랙에 기록하여 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중간 부분을 잘라내어 같은 곡의 다른 부분에 넣을 수도 있다.

MIDI 데이터(가상악기)가 들어있는 트랙은 최종 믹스를 만들 때까지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은가? 혹은 모든 MIDI 트랙은 각각 그 출력을 별도의 오디오 트랙으로 뽑은 뒤, 최종 믹스는 오디오 트랙만을 이용하여 만드는 것이 좋은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가상 악기 트랙이 너무나 많은 상태 그대로 최종 믹스를 만들면 컴퓨터가 허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궁금증에 대해서는 이미 정답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늘 참조하는 Waveform User Guide에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오늘 다루는 문제는 일부의 MIDI 트랙(여러 개)의 오디오 출력을 하나의 트랙에 기록하는 일과 관련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그 방법을 나름대로 알아보았다. 사용자 가이드 제15장 'Recording Audio'에 'Number of Inputs'라는 항목이 있다. 한 트랙에 최대 4개의 입력을 할당할 수 있는데, 이는 Waveform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한다. 원래 이 기능은 다르게 세팅한 마이크로폰/프리앰프 세팅을 하나의 트랙에 설정해 놓은 뒤 입력을 바꾸어 가면서 오디셔닝을 하기 위함이 목적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다음 이미지와 같이 2개의 입력을 설정한 다음, 각각에 대해서 소스 트랙의 오디오 출력을 연결한 뒤('Route audio from track') 녹음을 실시하였다. 

'Number of inputs on this track'의 설정.

성공했을까? 그렇지 않다. 새 오디오 트랙에 녹음된 것은 실제로는 각 입력에 해당하는 두 개의 오디오 클립이었다. 마우스로 드래그를 해 보면 같은 위치에 겹쳐서 존재하는 두 개의 오디오 클립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믹스 다운'이 일어난다고 착각하지 말자. 사실은 입력 수에 해당하는 오디오 클립이 하나의 트랙에 기록되는 중이다. 

어제 분명히 여기까지의 시행착오를 겪은 뒤, 어찌저찌 원하는 오디오 트랙을 얻기는 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구체적인 방법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늘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방법을 궁리하면서 해당 트랙에 마우스 포인터를 놓은 뒤 Ctrl+ A로 동일 트랙 상의 모든 오디오 클립(2개)을 선택한 다음 merge를 실행하여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는 하였다. 하지만 어제 최종적으로 성공했던 방법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모르겠다. 


가이드 제34장 - Submix Tracks?

여러 트랙으로 이루어진 submix를 이런 목적으로 쓰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졌다. 드럼을 녹음할 때에는 예닐곱 대의 마이크로폰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스테레오 버스 형태로 'submix'를 만든 다음 컴프레션이나 EQ 등을 더하게 된다고 한다. Submix는 원본 오디오 트랙을 병합하지 않고 그대로 둔 상태에서 외형적으로는 하나의 트랙처럼 쓸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Submix trackfolder track과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알아보자.

Submix의 대상은 MIDI 또는 오디오 트랙 전부 가능하다. MIDI 트랙을 서브믹스로 만든 뒤 그 출력을 새 오디오 트랙에 기록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여겨진다. 그러면 실습을 해 보자. 가상악기의 연주 정보(MIDI)가 담긴 두 개의 트랙을 동시에 선택한 뒤 Track -> 'Pack selected tracks to a Submix track'을 실행한다. 그러면 다음과 같이 새로 만들어진 서브믹스 트랙 아래에 원본 트랙이 위치하게 되고, 출력은 서브믹스 트랙을 통해서만 나가는 것처럼 표시된다.


자, 그러면 새 오디오 트랙을 생성한 뒤 'submix 1'을 입력으로 지정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마우스를 조작해 보니... 어라, submix 1을 입력으로 지정할 수가 없다. Track Destination Property를 새 트랙으로 지정해 봐도 마찬가지였다. Submix는 그런 용도로 쓰는 기능이 아니었던 것 같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Submix track을 soloing 상태로 설정하여 WAV 파일로 렌더링한 뒤 다시 Waveform에서 임포트하면 되니까 말이다. 매우 유용한 submix track 관련 기능을 익히게 된 것으로 만족해야 하겠다.

오늘 하루 종일 뭘 한 건지 모르겠다. 동네(광화문 광장 및 그 근처)에서 벌어진 주말 공연을 본 것으로 만족하자.

토리밴드(인스타그램)의 연주. 응원하고 싶은 팀이다.



모노플로(인스타그램)의 공연 모습.



[6LQ8-6П6С SE amplifier 제작] 중국산 6V6 호환 진공관을 주문하다

작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나의 오디오 자작 취미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6V6 SE 앰플리파이어를 만드는 일이었다. 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를 손수 감고, 회로도를 직접 작성하는 등 적지 않은 수고를 들였었다.

출력관의 선택에는 별로 운이 따르지 않았다. 구 소련의 6V6GT 호환관인 6П6С(6P6S로도 표기)를 국내에서 한 쌍 구입해 두었으나 가조립 단계에서 배선 실수로 하나를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고장난 관은 무신호 시에도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즉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같은 제품을 하나 구입하였으나 이것은 초기 불량인지 며칠 쓰지 않았는데 '틱...틱...틱...'하는 잡음을 내었다. 깨지지 않을 정도로 바닥에 내리친 뒤 꽂으면 몇 시간은 소리가 잘 나다가 또 잡음 발생.

그래서 요즘은 6LQ8 SE 앰플리파이어로 음악을 즐기고는 있으나, 아무래도 출력이 부족함을 느낀다. 6V6을 새로 구입하여 망가진 것을 대체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구 소련제 관은 한번 경험해 보았으니, 이번에는 다른 것을 골라보고 싶었다. 잘 알려진 구관은 가격도 비싸고 점점 구하기가 어려우므로 현재 생산되는 것을 이용해 보기로 하였다.

가장 간단하게는 국내업체 오디오파트에서 슈광의 6V6GT를 구입하는 것이다. 오늘 확인한 가격은 26,000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직접 구입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다. 오디오파트에서는 나름대로의 품질 관리(검수, 선별, 추가 비용을 지불할 경우 매칭)를 시행하고 있으므로 조금 더 높은 가격으로 파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6П6С의 알리익스프레스 가격도 슈광 6V6GT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디오파트 진공관이 타 업체 진공관과 다른 이유

1개에 1만원 이하의 것은 없을까? 찾으면 나온다! 중국 국내용으로 6P6P라는 형번으로 팔리던 출력관이 있다(판매자 스토어). 중국·러시아 진공관과 서방 진공관 사이의 호환 정보는 여기('INTERCHANGE CHART OF SOME POPULAR RUSSIAN AND CHINESE TUBES')를 참조하라.

오리지널 포스 박스 특수 유닛, 여명 6p6p 전자 튜브, 직접 세대 난징 6V6GT 튜브. '직접 세대'(direct generation)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다. 유리에 찍힌 문자는 '曙光'(Shuguang)이다. 슈광에서 제조하였으나 튜브 베이스만 금속제(염가형?)로 만들어서 저가 브랜드명으로 팔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문한 진공관은 11월 3일쯤 도착할 예정이다. 6P6P와 6П6С를 서로 다른 채널에 꽂아서 소리를 비교해 보도록 하자. 어차피 계측기 같은 것은 없으니 주관적인 평가로 만족해야 한다. 앰프 만들어서 팔 것도 아니니...

놀랍게도 오디오용 프리미엄급 진공관을 만드는 원주시 소재 국내 회사가 있었다. 기업 소개에 의하면 2018년 설립된 ZeroMountain company에서 Stradi라는 브랜드로 생산 중이라 한다. 저명한 직열 삼극관을 복각 및 개량하여 제조하는데, 내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정도로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주요 부품은 수입을 하더라도 정말 국내 공장에서 국내 기술자가 제조하는 진공관이기를 바란다.그리고 국내외 자작인들에게도 호평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2023년 11월 1일 업데이트

10월 21일에 주문한 중국제 6P6P 진공관이 오늘 도착하였다. 모양은 좀 허름하지만 그냥 음악을 듣는 수준으로는 기존에 쓰던 구 소련제 6P6S('6П6С')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6V6GT라고 인쇄된 슈광 제품을 굳이 선택하지 않기를 잘했다.





2023년 10월 19일 목요일

데임 Saint M250에 장착된 보드의 정체는? Lovepedal COT 50의 복제품(페달파츠)이었다

지난 2월에 mule을 통하여 구입한 데임 Saint M250 기타(당시 작성한 글)에는 9V 전지로 작동하는 작은 보드가 하나 내장되어 있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바로 이 기타에 관한 전 판매자(회원정보: '그냥실루엣에지나지 않았다', ID는 minlee70)의 글을 찾게 되었다. 

[mule] 데임 M250 오버드라이브 개조모델(2022년 7월 17일)

나에게 이 기타를 판매했던 사람은 아마 이 글을 보고 기타를 구입했다가 활용도가 떨어져서 6개월쯤 지난 뒤 다시 mule에 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내장된 보드는 LovePedal이라는 회사의 COT 50 오버드라이브라고 하였다. '부스터'라고 하는 것이 더욱 정확한지도 모르겠다. 사실 오버드라이브와 부스터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Dog'드립이라는 참 거시기한 웹사이트에 올라온 부스터에 대한 설명을 소개한다.

(일렉기타) 이펙터에 대해 알아보자! - 부스터

Reverb라는 웹사이트의 설명을 인용해 본다(링크). 여기에서는 'overdrive and boost pedals' 카테고리에 분류하였으니 두 종류의 페달을 완벽하게 구별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일로 생각된다. Plexi vibe란 그 당시 만들어진 마샬 진공관 앰프가 광택 플렉시글라스(아크릴을 떠올리면 될 것임) 패널을 갖고 있어서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Named after Jimi Hendrix's most notable house of worship, the Church of Tone, Lovepedal's COT 50 serves up some serious '60s plexi vibes. With just one Bias knob to bring your overdrive from a slight breakup to a roaring grind, giving you sounds akin to a plexi outfitted with 6550 tubes. Coming in a variety of models, from germanium-based to handwired as well as your basic COT 50, there are options for everyone who loves classic vintage drive.

COT는 'Church of Tone'을 의미한다고 한다. 'Crunch of Tone'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단다. Mule 게시판에 오른 사용기(2009년)와 동영상을 소개한다. 하나뿐인 노브는 바이어스 조절용이다. 


다음에 보인 K. Sakuma의 동영상에서는 바이어스 조절 노브의 위치(바이패스, 9, 12, 3시)에 따른 음색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실물의 또 다른 사례. 이번에는 검정색이다.

사진 출처: The Gear Page

내 기타에는 두 개의 노브가 달려 있으므로 하나는 음량 조절용에 해당할 것이다. 음량 조절용 폿이 보드의 입력쪽과 출력쪽 어느 곳에 달려 있는지는 아직 확인해 보지 않았다.

토글 스위치를 중앙에 두면 모든 출력을 차단한다. 아래로 내리면 바이패스, 위로 올리면 비로소 COT 50 보드로 처리된 신호가 나간다.


두 개의 노브 중 위의 것이 바이어스 전압 조절용이다. 이를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일그러짐이 증가한다.


Feelstar 님의 티스토리 글('Love Pedal COT 50 (러브페달 COT 50) Clone')에 의하면 회로 복제를 방지하기 위해 오리지널 제품은 기판을 실리콘으로 완전히 뒤덮어 놓았다고 한다. 정말 그러하다면 다음의 이미지처럼 구글 검색을 통해 확인되는 COT 50 회로도는 추정에 의하여 부품의 값을 적어 놓은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구글의 검색 결과('lovepedal cot 50 schematic')


페달보드를 만들어서 수집한 이펙터를 전리품처럼 줄줄이 늘어놓는 사치(?)는 부리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갖고 있는 것은 오직 Korg AX3G 하나뿐이다. 기타에 내장된 COT50 클론 보드와 더불어 보유한 것이나 잘 쓰도록 하자.

기타에 삽입된 보드의 실체를 알게 되었으니 이를 빼내어서 스톰프 박스(일명 '꾹꾹이') 형태로 만들어 다른 기타에도 사용해 볼까? 겨울용 프로젝트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되겠다.


2023년 10월 23일 업데이트 - 오버드라이브 사운드

전기기타 사운드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오버드라이브의 원초적 형태는 앰프와 기타 사이에 연결하는 전용 이펙터를 통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앰프라고는 진공관 앰프밖에 없던 시절, 앰프를 과도하게 작동시켰을 때 나는 약간은 뭉개지고 두툼한 소리를 연주자들이 좋아하게 되면서 유래했다고 한다. 다음의 글에서 이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보자.

이건 무슨 사운드일까? 오버드라이브

진공관 앰프를 대여섯 대 정도 만들어 보았다고 하여 보유한 진공관을 활용, 오버드라이브 사운드를 낼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지는 말자. Rob Robinette 웹사이트에 있는 관련 글(다음에 보인 링크)이라도 숙독한 뒤 생각해 볼 일이다. 게다가 내가 보유한 재고 진공관(6LQ8)은 오디오 전용관도 아니라서 기타 앰프용으로는 알려진 회로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 나의 도전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일이다.

Tube Guitar Amp Overdrive

Overdrive distortion is a type of distortion that occurs when the AC guitar signal voltage swing is too large and the output signal is clipped causing the generation of harmonic and intermodulation distortion.

그런데 다음과 같은 글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보유한 6LQ8를 사용하여 기타용 앰프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이 소출력 진공관 기타앰프는 12AX7을 사용한 전치증폭은 2단으로 하여 게인을 높이고, 쌍오극관 구성의 출력관 12L8GT는 패러랠로 연결하여 짝수차의 하모닉 디스토션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오버드라이브가 너무 쉽게 걸려서 global NFB를 적용헀다고 한다.

또 이런 글도 있다. 여기에서는 6L6을 출력관으로 사용하였다.

[ausioXpress] You Can DIY!: Build a Single-Ended Guitar Tube Amplifier

일반적인 진공관 기타앰프에는 오버드라이브의 정도를 조절하는 게인 노브가 장착되어 있다. 이것이 실제 회로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공부할 필요가 있다. 앞서 소개한 Rob Robinette의 웹사이트에서 매우 상세하게 설명해 놓았으나 한두번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결코 아니다.

다음의 글은 기타 앰프에서 쌍삼극관을 병렬로 연결한 전치증폭단 구성에 관한 것이다.

[Amp Books] Designing a preamp with parallel triodes


2023년 10월 27일 업데이트

M250 기타에서 오버드라이브 보드를 적출한 뒤(관련 글 링크)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22 x 20 mm의 작은 PCB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것은 바로 국내 업체 페달파츠였다. 자작을 위한 부품 팩이 LOVE BIAS II parts pack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판매되고 있었다. 제작에 관련된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으니 케이스를 맞추어 완성하는데 어려움이 전혀 없게 되었다.

2023년 10월 18일 수요일

뜻하지 않은 부상의 뒷이야기[2]

부상 5일째였던 어제는 진통제 없이 하루를 잘 버티고 잠자리에 들었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다시 약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타박상을 입은 오른 무릎의 통증이 꽤 심했기 때문이다. 다친 직후에는 피부가 찢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소독과 드레싱을 한 것 외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었다. 워낙 겨를이 없었고 상반신의 골절에만 신경을 쓰느라 무릎이 다친 것은 상대적으로 경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얼음 찜질이라도 했더라면 덜 붓고 통증도 적었을 것이다.

타박상을 입은 경우 RICE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RICE란 Rest(안정), Ice(얼음 찜질), Compression(압박), Elevation(올림)을 의미한다. 어느 하나도 지키지 못하였다. 

내 시점에서 촬영한 사진. 아래쪽이 허벅지.

혹시 저 딱지가 떨어지고 나면 무릎뼈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겠지? 만약 피부 두께가 너무 얇아진 상태로 아물면 그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고 위 아래 정상 피부를 당겨 붙여서 봉합해야 하는 것일까...

응급실에서 무릎 X-ray 사진을 여러 차례 찍었으나 슬개골과 그 주변의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 관절 자체도 정상적으로 움직인다. 꺾이거나 뒤틀리면서 무릎 관절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지 않았기에 이 정도 수준의 부상을 입은 것은 다행이다.

그런데, 상처 난 쪽의 무릎이 너무 아프다. 걸을 때 옷에 쓸리는 정도로도 적지 않은 아픔이 느껴진다. 이 증세가 다 나으려면 앞으로 1~2주는 더 걸릴 것이다. 부디 이번 무릎 부상이 슬개골 앞면과 피부에 이르는 조직에만 국한된 것이었으면 한다.

3주 뒤 위팔뼈 회복 상태를 보러 외래 방문 시까지 무릎이 나아지지 않으면 의사에게 상담을 받아야 될 것이다.


2013년 10월 19일 업데이트

부상 후 7일째.

아침에 일어나 보니 무릎의 통증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아픈 지점이 슬개골 가장자리로 물러난 느낌이랄까. 무릎뼈 정중앙을 누르면 뭔가 액이 들어차서 부풀어 있음을 느끼게 되지만, 더 이상 통증은 없다. 

다시 진통제 복용을 중단해 보겠다. 파라마셋세미정은 어차피 소염 효과는 없으며, 두통이나 졸음, 소화불량 등의 부작용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 16일 월요일

뜻하지 않은 부상의 뒷이야기[1]

10월 12일에 입은 뜻하지 않은 부상 이후로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기억할 만한 경험은 아닐 수 있으나 '기록할 만한' 경험은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의 의료제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른팔에 보조기를 찬 상태로 글을 쓰는 것은 참 어렵다. 보조기는 의자의 팔걸이와 책상에 전부 걸려서 자판을 치기가 쉽지 않다. 왼손으로만 자판을 두드리면 속도가 너무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 결국 바닥에 낮은 상을 펴고 작업에 임하기로 했다.

꽤 아플 텐데...?

오늘 외래를 통해 만난 S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의 말이었다. 위팔뼈 대거친면 골절이 문제가 아니라, 오른쪽 늑골 3개 골절 때문에 꽤 아플 것이라는 말이었다. 약이 좋아서인지, 운이 좋아서 통증이 덜하도록 금이 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고 후 2~3일째에는 왼쪽 몸에만 힘을 주어서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 그러나 차츰 요령이 생겨서 내일 아침부터는 견딜 만하면 투약 회수를 하루 2회에서 1회로 줄여 볼 생각을 하고 있다. 응급실에서 받은 약은 진통제인 파라마셋세미정과 소화불량 치료제인 모티리톤정.

응급실에서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못하고 긴장한 상태로 앉아서 12시간 가까이 기다린 때문인지, 또는 파라마셋세미정의 알려진 부작용 때문인지 사고 후 3일째까지 변을 보지 못해 무척 힘들었다. 대장 운동이 너무나 활발하여 하루에 1회 이상 배변을 하는 나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옆구리가 아파서 힘을 충분히 주지 못하니 성사(?) 직전에 포기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약국에서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변비약 뉴락스에프정(주성분: 비사코딜)을 먹고 겨우 배변에 성공하였다. 변기에 40분을 넘게 앉아 있노라니 엉덩이도 마비가 올 지경이었다. 아내를 포함하여 많은 여성들이 고질적으로 달고 사는 변비의 괴로움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수술로 인하여 입원을 한 환자들이 변비를 흔히 겪는다고 하니 위팔뼈 골절에 대해 보존적 치료(비수술)를 결정한 것에 대하여 마음이 놓인다.

변비 정보는 대충 약국에서 구입하여 복용하면 된다는 가벼운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되겠다. 변비약의 종류도 상당히 많고, 부작용도 각각 다르다. 무엇보다도 약물에만 의존하다가 우리 몸이 직접 변을 배출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다음의 글이 좋은 참조가 될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다양한 변비약! 전문가와 상의해 선택하세요

어깨 수술 등으로 보조기를 착용하는 기본 시간은 4~6주라고 한다. 응급실 의사는 옷 갈아입는다는 이유로 보조기를 빼지 말라고 했다. 사고 후 4일차인 오늘까지 그 지침을 철저히 지켰다. 오늘 만난 교수는 보조기를 찬 상태로 어깨를 으쓱으쓱 돌리는 운동을 해 주지 않으면 관절이 굳는다고 하였다. 어깨 관절을 너무 움직이다가 골편이 제대로 붙지 않으면 어쩌냐고 했더니, 그 정도에 떨어지면 어차피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다음번 외래 진료는 3주 후이다. 나이 및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다르지만,  4주쯤이 되면 뼈가 붙기 시작하는 것이 확인되어야 한다. 이 병원의 의사는 일단 비수술적으로 뼈를 붙이고, 인대 등 손상 가능성은 추후에 MRI를 통해 확인하자고 하였다. 만약 척추·관절 전문병원에 갔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비싼 MRI 찍고 당장 수술을 하자고 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실손 보험을 든 상태라면, 병원에서는 더욱 수술을 권했을 것이다.

  • 골절 상태에 따라 꼭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비수술적 방법으로 뼈를 붙이고, 연조직 손상은 그 후에 해결합시다.
  • 시간만 오래 걸리게 뭘 비수술적으로 골절을 치료해요? 당장 열고 플레이트 박는게 나아요. 수술하고 총 이삼일 정도만 입원하면 되고, 연조직 손상이 있는 것도 한꺼번에 수술로 해결할 수 있어요. 골절면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니 당연히 MRI도 찍어야죠. 수술 뒤 1~2주가 지나면 재활에 들어갈 수 있어요. 

대햑병원이라면 가장 최신 의료기술을 앞서서 보급하는 위치에 있을 것이고, 그러려면 더 높은 비용을 청구하는 것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는 후자의 자세에 해당한다. 하지만 내가 접한 대학병원은 오히려 전자에 가까웠다. 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비록 파업 등으로 병상이 부족하여 응급실에서 장시간을 대기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잘 한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S대병원은 사고 현장에서 구급차를 타고 처음 방문한 병원은 아니었다. 동일 건에 대하여 서로 다른 병원 응급실을 연속하여 방문한 것은 일종의 의료 남용일 수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한 것 같다.

나 하나 아픈 것만 해결하면 되는데 왜 의료제도까지 고민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직업병이다...


2023년 10월 23일 업데이트

부상 후 일주일이 경과한 뒤부터는 외래에서 처방해 준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응급실 처방약에 비하여 부작용은 훨씬 덜하지만 종류는 다음과 같이 4가지로 늘었다. 이번에는 소염제 성분을 포함하였다.

의약품에 관한 모든 것은 약학정보원 웹사이트를 참고하면 편리하다.




2023년 10월 15일 일요일

뜻하지 않은 부상

원래 오늘쯤이면 중요한 회의도 마치고 밴드 합주 연습도 2회차를 끝낸 뒤 아내와 함께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특히 복원 공사를 마친 광화문 앞 월대의 일반 공개 행사도 있어서 볼거리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왼손으로 아주 어렵게 글을 쓰고 있다.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오른쪽 몸을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불편한 자세에서 왼손으로 타이프를 치고 있노라니 멀미가 날 정도이다.

2023년 10월 12일 낮, 외부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기 위해 서울역 북측의 지하도를 내려가다 신발이 미끄러지면서 균형을 잃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무던히 애를 썼지만 아무리 발걸음을 빨리 옮겨 보아도 무너진 균형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춤을 추듯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한 걸음에 몇 계단을 내려가다가 지하 1층 바닥에 쓰러지면서 상황이 종료되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남은 상처를 보면 앞으로 쓰러지면서 오른 무릎을 먼저 바닥에 찧은 뒤 내려오던 속도를 다 싣고 몸을 뒤틀면서 오른편 상체를 바닥에 내던진 상태로 쓰러진 것으로 여겨진다. 계단에서 구르거나 머리를 다치지 않고 의식도 명료한 것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바닥에 큰 대자로 쓰러지고 나서는 오른쪽 어깨가 빠지듯이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근처에 떨어진 휴대폰을 집으러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였다. 노숙인들의 건강을 돌보는 활동가들이 근처에 있다가 소리를 듣고 달려와서 구급차를 불러 주었다. 사고를 겪은 지하도는 일반인의 통행이 매우 적은 곳이라고 하였다. 만약 이 분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꼼짝도 못하고 한참을 누워서 구조를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구급차에 실려서 도착한 곳은 을지로에 위치한 국립중앙의료원이었다.

상완골(humerus, 위팔뼈라는 쉬운 이름이 있다) 대거친면(greater tuberosity, 대결절이라고도 함)의 골절(질병분류기호 S42250), 그리고 같은 쪽 늑골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상완골 골절은 외래로 다시 방문하여 수술을 해야 하는데 대기가 밀려서 2주 정도는 기다려야 하니 필요하다면 즉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전문병원으로 가 보라고 하였다. 일단 부목으로 오른쪽 어깨를 고정하고 응급실을 나섰다. 늑골 골절은 잘 알려져 있듯이 통증 관리만 잘 하면서 뼈가 잘 붙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병원에 실려온 직후. 잘못된 부분이 분명히 보인다.


응급처치 후의 모습.


흉부 X-ray 사진. 일반인의 눈으로는 몇 개나 부러졌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무릎과 허리의 심한 타박상은 서비스 아이템. 부상 후 3일째를 맞는 오늘, 옆구리가 아파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큰 도전이다. 수술적 치료의 기로에 선 상완골 골절은 별로 아프지 않다.

그림 출처는 다운로드 후 잊어버렸다.


힘이 들어서 글쓰기는 이만 줄여야 되겠다...

(이 글은 최초 작성일 이후 계속 고쳐 쓰면서 분량이 늘어나는 중임)

 

2023년 10월 12일 목요일

어라, 볼트가 어디로 날아갔나?

오랜만에 데임 기타를 스탠드에서 꺼내 들고 연습을 하는데 1번 선의 튜닝이 영 이상하다. 개방현으로는 소리가 잘 맞는데 하이 포지션에서 음이 현저하게 낮게 나는 것이다. 왜 그런가 브리지 부분을 살펴보니 볼트 하나가 사라진 상태였다.


볼트의 직경을 측정해 보니 3 mm가 나왔다 부품통을 뒤져보니 여기에 딱 맞을 만한 볼트가 있어서 장착해 놓았다. 스프링은 없어도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다음은 수리 후의 상태이다.



도대체 이 부속이 언제부터 사라진 것일까? 중고 구입 당시부터 빠진 상태였다면 그동안 몰랐을 수는 없다. 구입 직후에 찍은 사진을 찾아서 확대해 보았다.



6개의 볼트가 스프링과 함께 잘 장착되어 있었다. 조만간 낙원상가에 들러서 트레몰로 암을 사다가 끼우자.


2023년 10월 13일 업데이트

트레몰로 암을 구입해서 장착을 시도하였다. 내부의 나사가 파인 구멍과 외부 플레이트에 뚫린 구멍의 중심이 잘 일치하지 않는 모양인지 암을 돌려 끼우면 수직을 이루지 못한 상태로 조금 들어가다가 말았다. 약간의 조정이 필요하다.

트레몰로 암을 끼우려는 시도로부터 온갖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2023년 10월에 쓴 몇 편의 글이 이 일과 관련되어 있다. 결과적으로는 전기 기타의 셋업(특히 브리지 부분)에 관해 많은 것을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2023년 10월 10일 화요일

헤드폰 앰프를 만든(솔직하게 말해서 단자만 연결함) 이유 - 공연 현장에서 사전 녹음한 음원을 틀되 드러머에게 클릭 신호를 듣게 하기

다시 고쳐 쓴 제목: click(메트로놈)과 악기의 사전 녹음이 수록된 backing track을 공연장에서 활용하되 드러머가 클릭 신호를 모니터링하게 만드는 방법

작년 5월에 MAX4410 칩을 사용한 헤드폰 앰프 보드를 3개 구입해 놓았었다. 이것 자체로 이미 훌륭한 앰프 역할을 한다. 다만 옷을 입히지 않았을 뿐이다. 출력용 헤드폰 단자는 기판에 붙어 있지만 신호 입력 단자와 전원은 연결해 주어야 한다.

출처: 내 블로그. 현재 이 보드는 개당 2,753원에 팔린다. 당연히 공급자마다 단가는 조금씩 다르다.


멋진 알루미늄 케이스를 만들어서 그 안에 보드를 수납하면 금상첨화이겠으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따라서 주변에 있는 부품을 최대한 활용하여 신호 입력 및 전원을 위한 단자 처리를 하였다. 

RCA 단자 중 1조는 아무 곳에도 연결하지 않았다. 바로 옆의 단자 1조로부터 채널을 연결하여 일종의 splitter로 사용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2조의 단자 중 어느 것에 실제 입력 신호를 연결하든지 상관이 없게 된다. 남은 단자는 제2의 앰플리파이어로 연결하면 된다. 신호를 2~개 정도로 분기하는 데에는 이렇게 단순한 passive 방식의 splitter로도 충분하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건너온 기판용 RCA 단자를 소형 에폭시 만능기판에 고정하였다. 앰프 보드로 가는 신호선은 기판 뒤에서 납땜하지 않고 기판 위에서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이어 버렸다. 전원은 DC 어댑터를 사용하도록 해 놓았으나, 현장 활용을 위해서 9V 건전지를 연결하도록 개조할 생각이다. 이를 위한 부품은 쿠팡에서 주문해 놓았다.

이 헤드폰 앰프를 만든 목적은 무엇인가? Behringer UCA200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주력으로 쓰던 시절에는 항상 헤드폰 출력 단자가 없는 것이 아쉬웠었다. 집에서는 Xenyx 802 mixer가 있어서 이로부터 모니터링용 헤드폰 출력을 사용하면 된다. 그러다가 Berhinger U-Phoria UM2를 갖게 되면서 헤드폰 앰프를 필요로 할 일은 더욱 줄어들었다.

그러면 왜 이 시점에 이런 물건을 만들어야 했나? 연말에 있을지도 모를 밴드 공연에서 드럼 연주자를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다. 워낙 멤버가 부족하여 일부 악기를 사전에 녹음해 놓아야 하는데, 메트로놈은 반대편 채널에 녹음해 둔 다음 드러머에게 직접 들으면서 연주를 하도록 만들 생각이다. 좌우 채널을 분리하여 음원을 녹음하는 과정은 어느 DAW를 쓰든 다 비슷할 것이다.

공연 현장에서 Xenyx 802 믹서를 따로 쓸 수 있다면 사실 헤드폰 앰프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구성은 창의력을 발휘하기 나름이므로, 가능한 방법을 몇 가지 구상해 두도록 하자. 실전용 음원은 click track(left) + 사전 녹음한 악기(right)라고 가정하자. 공연 현장에서 음원은 휴대폰을 통해 재생해도 되고, 노트북 컴퓨터에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통해 재생해도 된다. 어느 경우이든 1조의 RCA 단자를 통해서 출력이 나오는 것으로 가정한다.

방법 1. 헤드폰 앰프만 사용하기

헤드폰 앰프를 통해서 드러머에게 클릭 트랙(왼쪽 채널)을 들려준다. 오른쪽 채널(사전 연주 녹음)까지 연결하여 듣는 것을 선호하는 드러머도 있을 것이다. 헤드폰 앰프의 입력 전 위치에서 오른쪽 채널로부터 신호를 분기하여 공연장 증폭기로 보낸다. 일반적인 믹싱 콘솔은 왼쪽 입력 단자에만 플러그를 꽂을 경우 이를 알아서 좌우 채널로 분배한다. 위에서 소개한 자작 휴대폰 앰프의 RCA 단자쪽에 약간의 납땜을 하면 신호 분기를 할 수 있다.

이는 가장 단순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RCA 단자에 대한 개조 작업을 마친 후 테스트하기. 너무나 쉬운 작업이라 테스트를 할 필요도 없지만... 40W 납땜인두는 만능기판에 작업을 하기에는 용량이 다소 높다. 개조 결과 2조의 RCA 단자 어느 것에 입력 신호용 케이블을 꽂아도 상관이 없고, 들어오는 신호는 나머지 1조의 단자에 그대로 흘러 나가므로 다른 파워 앰플리파이어를 동시에 구동할 수 있게 되었다.

단자 개조에 따른 예기치 않은, 그러나 바람직한 부작용. 입력 신호가 모노라 하더라도 동일한 것을 다른 채널에 넣어서 헤드폰 앰프의 양쪽 출력을 전부 울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방법 2. 믹서의 2-TRACK input 사용하기

음원을 믹서의 2-TRACK input에 꽂고 2-TR to Ctrl Room을 버튼 스위치를 눌러 놓는다. 헤드폰을 연결하여 드러머에게 제공하고, Main out의 R 출력을 공연장 증폭기로 보낸다. 드러머는 음원 전체(left: click, right: 악기의 사전 녹음)를 다 듣게 된다. 어차피 클릭 신호가 포함되지 않은 Right 채널 출력만 주 증폭기로 보내게 되므로, 2-TR to Mix 버튼 스위치가 눌려 있어도 상관은 없다. 이 경우에 만약 믹서의 입력 채널에 공연장에서 직접 연주할 악기(보컬용 마이크로폰 포함)도 연결된 상태라면, 라이브 입력을 드러머가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다.

방법 3. 믹서의 stero input 사용하기

이 방법을 쓰려면 음원 신호가 재생되는 장비로부터 연결된 케이블의 끝에 1/4"(6.35mm) 플러그가 달려 있어야 한다. 이를 각각 Streo channel strip(예: Xenyx 802 mixer 기준으로 3/4)에 좌우 채널을 전부 꽂는다. 사전 녹음된 음원에 대한 EQ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다(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드러머는 헤드폰을 통해서 클릭과 사전 녹음을 모니터링한다. Main out의 R 출력을 공연장 증폭기로 보낸다. 만약 FX send 단자에서 모니터링용 헤드폰 출력을 뽑는다면 좌(click) + 우 채널이 mono 형태로 믹스가 되어 드러머 입장에서는 더 듣기에 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FX send 단자와 헤드폰의 TRS 단자를 제대로 연결하는 어댑터를 자작해야 한다.

만약 믹서의 입력 채널에 공연장에서 직접 연주할 악기(보컬용 마이크로폰 포함)도 연결된 상태라면, 라이브 입력을 드러머가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다.

방법 3의 변형 - FX send 단자로부터 메인 출력 뽑기

이 방법은 stereo channel strip을 2개(3/4, 5/6)나 써야 하므로 그렇게 경제적이지는 않다. 음원 출력의 클릭(left)은 3/4 채널의 left/mono에, 악기 연주 출력(right)은 5/6 left/mono에 연결한다. 드러머를 위한 모니터링 출력은 믹서의 헤드폰 단자에서 뽑는다. 클릭 신호와 녹음된 연주가 각각 별도의 channel 스트립에 있으므로 밸런스와 음량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그러면 공연장 증폭기로 갈 신호는 어떻게 하는가? FX send(모노)에서 뽑는다. 여기서 클릭 신호가 들어가는 3/4 채널의 FX send 조절 노브는 '0'으로 놓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입력은 빨간색 단자로, 출력(클릭 신호 및 악기의 사전 녹음)은 파란색 단자로. 라이브 악기 연주의 모니터링도 필요한가? Stero Aux Return 단자를 이용하면 된다.

믹서의 FX send(mono)/FX return(sterop)는 원래 신호를 뽑아서 외부 이펙터를 적용한 뒤 다시 main mix에 되돌리기 위함이 사용 목적이나, 이와 같이 보조적인 입출력 용도로 쓸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하다. 공식적인 입력 채널 수(모노 기준)은 6개이지만, '802'라는 모델명을 갖는 이유도 8개의 입력이 있는 것처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 11일 업데이트

쿠팡에 주문했던 9V 전지 수납용 케이스가 도착하여 헤드폰 앰프에 연결해 주었다. 기판과 케이스는 핫멜트로 붙여 버렸다. 전압은 5V가 채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많이 소모된 전지임에도 불구하고 헤드폰을 꽤 잘 울리고 있다. 능률이 꽤 좋은 앰플리파이어 칩이 아닌가 한다.

사진 오른편에 있는 것은 여분으로 구입한 부품.


2023년 10월 8일 일요일

PA(Public Address)용 스피커 관찰하기

지난 금요일 저녁,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지나다가 <소설을 읽는 밤>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원작 소설 <파이 이야기>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2012)를 상영하는 자리였다. 원작이나 영화 자체에 대한 사전 정보는 거의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그래픽 작업으로 만든 것이 분명한 사자와 한 소년이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에서 서로를 경계하는 장면을 얼핏 보았던 기억은 난다. 광화문 앞에 살다 보니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아도 문화 행사를 풍성하게 즐길 수가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마음껏 즐기는 이 호사가 내년 여름과 더불어 끝날 것을 생각하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지방은 더욱 빠르게 소멸하는 중이다. 지방의 문화적 환경은 점점 더 척박해질 것이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

행사를 진행했던 영화 평론가 윤성은 씨는 이 영화(또는 원작 소설)이 신의 존재를 체험하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 어느 참여자가 물었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 봐도 불편하지 않느냐고. 이 질문에 대한 내 기억이 정확한지는 자신할 수 없다.

나는 현재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절이든, 이슬람 사원이든, 교회든 이를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에는 아무런 저항감이 없다. 신은 있는가? 믿는 사람에게는 있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믿는 사람에게만 있다고 바꾸어 말해도 좋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인 체험이 객관적으로 옳다고 증거를 들어 설명할 길도 없고, 자신의 믿는 '진리'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도 안 된다. 너무나 복되고 기쁜 소식이라서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차고 넘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오, 물론 나는 사양하겠다.

아마 그 질문을 한 사람은 국립공원에 있는 사찰을 방문하여 사천왕문을 통과하거나 법당에 들어가는 것도 불편함을 느낄지 모르겠다.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신의 존재에 대한 개인적 체험이나 <라이프 오브 파이> 영화에 관하여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 나의 관심은 온통 PA 스피커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이날 야외에서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설치한 스피커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교보문고 남측 출입구로 내려가는 계단에 마련된 자리라서 천장이 없을 뿐 관객이 마주하는 삼면은 전부 막힌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스크린 아래 좌우에 45도 각도로 눕혀 놓은 스피커에서는 적당한 울림과 함께 충분한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야외에서 상영하는 영화의 음향용 장비로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스크린 아래 좌우에 눕혀진 파워드 스피커를 주목하라.


이날 사용된 스피커는 맥키의 12인치 액티브 스피커인 Thump 12인 것으로 보인다. RMS 500와트로서 출력도 상당하다.

실외에서 행사를 진행할 스피커의 우퍼는 최소한 12인치가 되어야 할까? 오늘 광화문 광장을 거닐면서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은 다음의 스피커이다.




Fohhn이라는 회사의 패시브 스피커 X-TOP XT-10인데 우퍼는 8인치에 지나지 않는다. 정격입력은 200와트. 그러나 상당한 수준의 저음을 뿜어내고 있었다. 휴대폰 녹음으로 이 스피커의 재생 능력이 잘 표현되는지는 알 수 없다.



야외 행사용 스피커 우퍼는 최소한 12인치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는데 그러한 편견을 깨 준 스피커이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계속 야외 행사가 주변에서 열릴 것이다. 관심을 갖고 어떤 장비가 쓰이는지 관찰을 해 나가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