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9일 수요일

6LQ8 PP 앰프 전원 커넥터의 개량

좀더 고급스런 방수 원형 커넥터를 이용하려다가 갖고 있는 부품 중에서 다른 것을 골라서 연결 작업을 마무리하였다. 이것은 접촉이 나쁘지 않다. 뭐하러 자꾸 새로운 부품을 구입하겠는가.

케이스 안이 너무 더러워서 이미지를 살짝 편집하였다.

이제 남은 작업은 6LQ8 싱글 앰프를 완성하는 것이다. 원래의 PCB에는 스크린 그리드와 접지 사이에 전해 캐패시터(1uF 250V)를 연결하도록 되어 있지 않았다. 최근 배포된 제이앨범의 제작 지침서를 따라서 핀바이스로 PCB에 새로 구멍을 내고 IC114에서 구입한 4.7uF 250V 전해 캐패시터를 납땜하였다. 국내에서는 1uF 250V 전해 캐패시터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알리익스프레스에 한달 전에 주문을 하였는데 아직도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10uF까지도 괜찮다고 하여 국내에서 금방 구할 수 있는 것을 다시 주문한 것이다.


맨 왼쪽에 돌출한 것과 윗줄 세번째 몰렉스 커넥터에 가까이 위치한 전해 캐패시터가 이번에 구멍을 새로 뚫어서 부착한 4.7uF 250V 제품이다. 핀바이스가 효자다!


전원트랜스의 험 차폐용으로 구입했으나 전혀 효과가 없었던 1T 스테인리스 스틸판은 정육면체 통 모양으로 붙여서 R코어 출력트랜스(OTP)의 케이스로 쓰기로 하였다. 차폐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고정이 쉽지 않은 R코어 출력트랜스를 담아두는 용기에 불과하다. 핫멜트로 가조립을 한 뒤 실리콘으로 내부에서 모서리를 접착하였고, 최종적으로 백색 접착시트를 발랐다.



접착시트를 깔끔하게 붙이기는 참 어렵다. 가까이서 보면 기포가 들어가서 엉망이다. 

6LQ8 싱글 앰프의 제작 컨셉트는 다음과 같다. 전체적으로 케이스를 씌우지 않고 작은 나무판 위에 올려놓기로 했다. 전원장치는 6LQ8 PP의 것을 커넥터로 연결하여 사용하는 방식이다. 전원부를 분리하니 앰프부가 단순해진다.




OTP를 바닥판 위에 고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변저항 고정부를 고정할 얇은 판재도 마련해야 한다. 너무 두꺼우면 볼트를 끼우기가 어렵다. 스피커 연결용 단자 및 RCA 단자는 나사부가 길어서 두꺼운 패널을 써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2020년 4월 28일 화요일

readstats.py는 너무 느리다

Fastq 파일이 얼마나 많은 read와 base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readstats.py를 쓰고 있었다. 문제는 너무 느리다는 것. 그런데 어느날 BBMap의 stash.sh를 read statistics 산출에 쓰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러 파일을 다루어야 하니 statswrapper.sh를 쓰는 것이 옳다.

프로그램 실행 시간을 비교해 보았다. Fastq 파일의 QC(단지 statistics을 추출하는 것으로부터 quality trimming/adapter clipping 등의 적극적인 조작까지)를 위한 소프트웨어는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내가 가끔 쓰는 FastQC까지를 포함해서 비교해 보기로 했다. 입력물로 사용할 fastq file 두 개는 총 811 Mbp 정도의 read를 갖는다. 화면 출력은 생략한다.

$ time readstats.py KCTC3164_1.fq.gz KCTC3164_2.fq.gz
real 1m41.304s
user 1m40.721s
sys 0m0.339s

$ time statswrapper.sh format=6 in=KCTC3164_1.fq.gz,KCTC3164_2.fq.gz
real 0m9.528s
user 0m9.888s
sys 0m0.329s

$ time /usr/local/apps/FastQC/fastqc KCTC3164_1.fq.gz KCTC3164_2.fq.gz
real 0m49.393s
user 0m57.077s
sys 0m2.492s

비교가 되지 않는 실행 속도이다. 당연히 statswrapper.sh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출력 포맷에서 필요하지 않은 컬럼이 많으니 이를 적당히 정리하면 좋다. 여기에 awk를 이용하자. Contig가 아니라 scaffold에 대한 데이터를 출력하게 만들었다. 만약 contig에 대한 수치를 다루게 되면, N이 들어있는 read를 둘로 나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stats는 평균 길이에 대한 정보는 주지 않으니 awk 명령어 안에서 계산을 시키면 된다. statswrapper.sh를 실행할 때 나타나는 첫 줄(java -ea 어쩌고...)은 표준출력이 아니라 표준에러이므로 파일로 리다이렉션을 하면 파일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다음의 awk 사례에서는 file name(전체 경로를 제고), read 수, 총 bp 수, 평균 bp, 그리고 평균 GC 함량이다. format=4로 실행하면 scaffold에 대한 수치만 나오게 되고 '#'로 시작하는 헤더 라인도 나오지 않으니 아래의 사례(format=6)을 쓰는 것보다 awk 명령을 더 단순하게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 statswrapper.sh format=6 in=KCTC3164_1.fq.gz,KCTC3164_2.fq.gz | awk -vOFS="\t" '!/^#/{sub("^.*/", "", $20); print $20, $1, $3, $3/$1, $18}' > readstats.txt
java -ea -Xmx200m -cp /usr/local/apps/bbmap/current/ jgi.AssemblyStatsWrapper format=6 in=KCTC3164_1.fq.gz,KCTC3164_2.fq.gz
[hyjeong@tube Fastq_46_final]$ cat readstats.txt 
KCTC3164_1.fq.gz 2687642 405833942 151 0.35005
KCTC3164_2.fq.gz 2687642 405833942 151 0.35068

타성에 젖어서 늘 하던 방식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때로는 살짝 일상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가고픈 그곳으로만 고집했지 - '변해가네' 가사에서

2020년 4월 23일 목요일

독립 전원 장치를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 정리

어제 쓴 글 [6LQ8 PP 앰프] 전원 독립 만세!에서 밝혔듯이 전원장치가 앰프로부터 독립을 하고 말았다. 뚜껑도 없이 모든 부속이 외부로 노출된 상태 그대로 쓸 수는 없으니 이를 개선하기 위해 또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전원장치를 영원히 이런 모습으로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먼저 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하이박스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함이 적당해 보인다. 하이박스란, 예를 들어서 CCTC 카메라의 전원 어댑터를 수납하여 실외에 설치하는 상자로 쓰인다. 케이블이 이를 관통해야 하고 물이 새서는 안된다. 내가 사용하려는 용도에서는 물이 새지 않게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방열을 위해 일부러 구멍을 더 뚫어야 할지도 모른다.

[TKSECURITY]하이박스·콘트롤박스 모음
[대한종합전기] 국산 하이박스(내부 치수를 밝히고 있어서 유용함)

전원부를 담은 상자와 앰프를 연결할 케이블은 커넥터로 처리하면 좋을 것이다.

방수형 서큘라 몰딩 케이블

상자에 구멍을 뚫어서 케이블을 관통시킬 때 꺾이거나 움직이지 않게 하는 부속이 필요하다.

케이블 그랜드 혹은 전선 스토퍼

전원장치 상자에는 출력 전압(B supply이므로 고전압)을 표시할 소형 디지털 전압계가 달려있으면 좋겠다. 이것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싸게 살 수 있다. '디지털 전압계 500V'로 검색하면 2달러 미만의 물건이 줄줄 나온다.

디지털 전압계(각형)
디지털 전압계(원형)

DIY 애호가에게는 참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발품을 팔지 않고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주문하고 집에서 앉아서 물건을 받으면 되니까. 포장 쓰레기를 버릴 때는 항상 죄스런 마음이 들지만.

6LQ8 싱글 엔드 앰프도 완성해야 된다. 너무 일을 많이 벌인 것 같다. 제작안내서는 제이앨범 밴드에 포스팅이 올라와 있다(링크).

언젠가는 이런 것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아두이노를 이용한 VU 미터이다. 물론 꿈과 같은 이야기이다. PCB도 떠야 하고, SMD 부품도 올려야 하고...

https://github.com/adamples/VU_meter/


코로나19, 항체가 생긴 환자에게서 계속 바이러스가 검출된다?

2019년 말부터 지금까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바이러스성 질환의 공식 명칭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Coronavirus Disease 2019)라 부른다. 이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이름은 SARS-CoV-2다. 더 이상 신종코로나바이러스(novel coronavirus, nCoV)라고 부를 이유는 없다.  2002-2003년에 전세계에 번졌던 SARS(흔히 '사스',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우리말로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원인 바이러스는 SARS-CoV이다.

대학 교과서에서 보던 pandemic이라는 용어를 전 국민이 다 알게 만든 원흉이 바로 SARS-CoV-2 아니겠는가. 2000년대 초반의 SARS는 pandemic이었나, 혹은 epidemic이었나? Pandemic, epidemic, 그리고 outbreak의 차이를 알아보자. WHO가 뭐라고 선언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pandemic을 선언했을 때 경제에 미치이 워낙 심해서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니...) 실제 단어의 의미를 알아보자는 이야기이다.

https://intermountainhealthcare.org/blogs/topics/live-well/2020/04/whats-the-difference-between-a-pandemic-an-epidemic-endemic-and-an-outbreak/

  • AN EPIDEMIC is a disease that affects a large number of people within a community, population, or region.
  • A PANDEMIC is an epidemic that’s spread over multiple countries or continents.
  • ENDEMIC is something that belongs to a particular people or country.
  • AN OUTBREAK is a greater-than-anticipated increase in the number of endemic cases. It can also be a single case in a new area. If it’s not quickly controlled, an outbreak can become an epidemic.
Pandemic의 'P'에서 여권(passport)을 연상하면 쉽다. Pandemic은 여권을 가지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epidemic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타깝게도 이들 용어는 우리말로 표현하기에 아직 적당하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pandemic과 epidemic을 각각 '(감염병) 세계적 유행'과 '(감염병) 유행'으로 일컫기로 했다는데(링크), 아직 입에 잘 붙지 않는다. 보건의료 측면에서 쓰이는 outbreak도 적당히 번역할 말이 없다.

백신의 명칭에는 질병의 이름과 병원체의 이름 중 어느 것을 앞에 붙이는 것이 옳은가? 나는 전자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무슨무슨 바이러스 백신'이 아니라 'COVID-19 백신'이 맞다고 본다. 감염병이 아닌 경우에도 백신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옳은가? 병의 예방을 위한 것이라면 가능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치매 백신' 말이다. 2016년 기사(링크)에 의하면 수년 내 치매 백신의 상용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았는데, 2020년 4월 현재 특별한 새소식은 없다.

어제 있었던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의하면 COVID-19 확진자 25명을 조사한 결과 모두 중화항체가 생겼으나 이들 중 12명(48%)는 여전히 호흡기 검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 양성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동아일보 뉴스 질본 "항체 형성된 확진자 48%, 코로나19 '양성' 판정"). 뉴스만으로는 검사 대상이 된 25명이 COVID-19의 모든 증세에서 회복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 희한한 현상이다.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이라 해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 입자를 뿜고 다니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혹시 비활동성 B형간염보유자와 비슷한 상황인 것일까? 바이러스 감염과 면역학에 대한 지식은 수십년전 대학 다니던 시절에 미생물학·면역학·바이러스학 수업을 들은 것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으니 짧은 지식에 근거하여 함부로 내뱉지 말아야 되겠다.

COVID-19 대유행에 의해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어쩌면 다시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되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감기 등이 덜 걸리고, 여행이 줄면서 관광지의 환경도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반면 경제가 곤두박질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문제이다. 운동이나 야외 활동을 덜 한 것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머지 않아 나타날 것이다. 관광지의 환경은 잠시 좋아졌지만 급속하게 늘어난 쓰레기 - 마스크, 방호복 등 의료용 쓰레기, 배달이 늘어나면서 급증한 포장재 등 - 는 튀어오르는 공처럼 환경에 큰 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교역이 줄어들면서 꿀벌(농업인에게는 대단히 중요하다)의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고, 주요 곡물 수출국도 식량 안보를 위해 수출길을 막고 있다(경향신문 - "코로나 식량위기? 반도체를 먹을 수는 없다").

문화도 이미 많이 바뀌었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가까이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마스크를 늘 쓰고 다녀도 범죄자가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행위로 인식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에 올라서 다른 사람을 타라고 버튼을 눌러서 문을 닫히지 않게 했더니 '저 같이 안 탈거예요'라고 거절했다는 일화를 엊그제 보았다. 낯선 사람은 일단 더욱 경계하게 되는 모습은 마치 인류가 수렵시대 혹은 부족시대로 돌아간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여담이지만 인사를 할 때 악수를 하거나 손을 들고 손바닥을 펴 보이는 것(손을 들되 주먹을 쥐고 있으면 공격하겠다는 의사이지 인사가 아니다), 혹은 머리를 숙이는 것은 '나에게는 당신을 공격할 무기가 없고, 당신이 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임을 믿음'을 보여주는 몸짓이 행위가 지금까지 전해내려와서 관습이 된 것이라고 믿는다. 문화인류학자는 다른 해석을 내릴지도 모르겠으나...

영화 '데몰리션 맨'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구역질 나는군요! 액체 관계 말이죠? 그 방식은 이제 안 써요. 체액 때문에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체액 교환이 사회 몰락의 원인이라고요! AIDS 다음에 NOS, 다음에 UBT! 콕도 박사가 처음에 한 일이 액체 전이 불법화예요. (링크)
악수 금지법, 공공장소 재채기 금지법 등이 생기지 말란 법이 있을까. 뉴 노멀 2.0을 사는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2020년 4월 22일 수요일

[6LQ8 PP 앰프] 전원 독립 만세!

꽤 여유가 있는 크기의 금속제 섀시로 바꾸었건만 전혀 차폐가 되지 않는 전원 트랜스에서 유발되는 험은 좀처럼 줄어들지를 않는다. 내가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여 트랜스를 가려 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전원 트랜스를 주 회로부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것이다. 퇴근길에 다이소에 들러서 천원짜리 플라스틱 바구니를 하나 구입하여 모든 전원회로를 옮겨버렸다. 손바닥 아프게 핀바이스를 돌려서 구멍을 뚫어 가면서...




이제 더 이상 전원트랜스에서 유발되는 잡음은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보기에는 별로 좋지 않고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바구니를 앰프 위에 올려 놓을 수는 있다. 도로 앰프와 전원트랜스가 가까워지고 말았지만 이정도로는 잡음이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는다.



바구니는 임시 방편이다. 안전을 위해서 커버가 있는 케이스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고, 전원 스위치와 파일럿 램프도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하이박스'라는 것을 검색하면 쓸만한 것이 눈에 뜨인다. 플라스틱이라서 가공도 편리할 것이다. 요즘 중국산 디지털 볼트미터가 매우 싼 값에 팔리고 있으니, 이것을 달면 다른 소출력 앰프용 전원부로서 범용으로 사용하는데 좋을 것이다.

예쁘지 않은가? 작동 전압은 12-500V나 되어서 B전원의 상태를 표시하기에 아주 좋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Diy 미니 디지털 전압계 22mm 라운드 ac 12-500 v 볼트 전압 테스터 미터 모니터 전원 led 표시기 파일럿 램프 표시 등'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으니 적당한 키워드를 넣어 검색하면 된다.

커넥터는 품질이 좋은 것으로 바꾸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지금 사용한 4핀용 커넥터는 예전에 장사동을 지나다가 구입한 것이다. 탈착은 쉬운 편이지만 접촉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 PC 파워 서플라이에서 재활용한 전원 커넥터(몰렉스 8981 기반 - IDE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에 전원을 연결할 때 쓰던 것)만큼 확실하게 접촉이 되질 않는다. 차라리 컴스마트 같은 곳에서 IDE용 전원 연장 케이블을 사다가 잘라서 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원형 커넥터를 다는 것이 좋겠지만...

퇴근 후 약간의 개량을 하였다. 네온 램프를 LED로 바꾼 것. 앰프 본체에 직류만 공급이 되니 기존에 220V 교류로 점등하던 네온 램프를 계속 쓰기가 적당하지 않다. 네온 램프는 직류에서 사용하면 수명이 크게 줄어든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갖고 있던 LED 파일럿 램프가 적색뿐이라서 매우 촌스런 빛을 낸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한 1uF 250V 전해 캐패시터가 한 달 가까이 배송이 되지 않아서 6LQ8 싱글 앰프 보드는 모든 부품을 전부 납땜한 상태로 중단되었다. 이것은 스크린 그리드와 접지 사이에 연결을 하기 위한 용도인데, 국내에서 잘 찾아지지를 않는다. 1uF라면 필름 캐피시터로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접지 사이에 연결할 용도라면 이보다 조금 더 용량이 크고구하기도 쉬운 전해 캐패시터(예: 2.2~4.7uF)를 써도 되지 않을까?


2020년 4월 20일 월요일

[6LQ8 PP 앰프] 참을 수 없는 전원 트랜스 유발 잡음

여러 날에 걸쳐서 금속 케이스에 앰프를 다시 꾸몄지만 전원을 넣음과 동시에 '터-어어엉'하고 지속되는 소리를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려웠다. 스피커를 통해서 들리는 것은 물론이요 케이스에 귀를 대면 같은 음높이의 진동이 느껴진다. 110V 가전제품을 쓰기 위해 작동시킨 강압용 트랜스에서 나던 바로 그 종류의 기계적 소음과 똑같은 음조다.

얇은 철판으로 트랜스를 가려봐야 소용이 없어서 1t 스테인리스 스틸 판을 구입해서 너댓 겹이나 덧대어도 잡음은 줄지를 않았었다. 덕분에 새로운 공구(항공가위)만 구입하게 되었다.

최후 수단이라 생각하고 전원 트랜스를 고정한 볼트를 푼 다음 트랜스를 회로와 멀어지게 해 보았다.


이렇게 해야 스피커에서 잡음이 참을 수 있을 수준으로 줄어든다. 전압강하용 저항을 케이스에 고정했던 볼트까지 풀어서 전원 트랜스를 전선의 길이가 허락하는 한도까지 멀리 떨어뜨리니 잡음이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참으로 대단한 자속 누설이 아닐 수 없다. 코어가 그대로 드러난 노출형(즉 오디오용이 아님) 전원 트랜스의 당연한 문제일 것이다. 차라리 별도의 케이스에 전원 트랜스, 정류용 다이오드, 리플 제거 기판 및 히터 점화용 어댑터까지 다 넣은 뒤 본체에 연결을 할까? 이런 구상을 전에도 했던 일이 있다. 그러면 나중에 소출력 진공관 싱글 앰프를 하나 더 만들었을 때 같이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거라면 뭐하러 넉넉한 케이스에 새로 조립을 하는 고생을 했을까...

토글 스위치는 며칠 쓰지도 않았는데 벌써 망가져서 위치와 상관없이 계속 ON 상태를 유지하는 중이다.

공작 거리가 남았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에휴...

2020년 4월 17일 금요일

6LQ8 푸시풀 앰프의 리모델링 작업 완료

올해 상반기의 오디오 자작질은 2018-2019년에 시험적으로 만들었던 두 대의 진공관 앰프를 거의 신축(?) 수준으로 고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싶은데, 언제나 그렇듯이 이러한 결심은 늘 거짓말이 된다. 아직 4월 중순에 불과하고, 없는 불편함을 만들어 내면서까지 뭐든 자꾸 개선하고 싶어하니 말이다.

티라미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어제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로 공식 휴일이라서 그저께 IC114에 주문했던 두세가지 부품은 하루를 건너뛰어 오늘 배송이 되었다. 극성을 반대로 연결하여 폭발했던 리플 필터 보드의 전해 캐패시터와 과열로 깨진 전압 강하용 시멘트 저항을 교체하기 위함이었다. 오늘 받은 부품을 가지고 최종 작업을 하였다.

전압 강하용 10 와트 시멘트 저항(220 옴)에 방열판을 달았다. 아니다! 방열판에 저항을 붙들어 매었다고 해야 옳겠다. 저항을 식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곁의 전원 트랜스에서 발생하는 열이 케이스를 타고 와서 방열판을 데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방열판을 고정하는 브라켓을 금속이 아닌 다른 것으로 바꾸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

방열판을 반대편에서 본 모습
만능기판을 쓰지 않고 1N4007 네 개를 묶어서 만든 다이오드 브리지. 여러 차례 끊었다 이었다를 반복해서 수축 튜브를 몇 겹이나 덧대었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작동하면서 발열과 전압을 체크하였다. 리플 필터 기판에서는 198 V 정도가 출력되었다. 목표치는 202~202 V이니 더 이상 조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디스플레이가 있던 자리가 비어서 허전하다. 현란하게 LED가 번쩍이는 레벨 미터라도 달아볼까?

꽤 큰 섀시라고 생각했었는데 부품을 하나 둘 담아내기 그렇게 공간이 넉넉하지도 않다.

잘못된 곳은 없는지, 혹시 노출된 전선이 뚜껑에 닿거나 하는 것은 아닌지 몇 번이고 확인한 다음 드디어 뚜껑을 덮었다.



전체가 다 케이스로 뒤덮이니 겉으로 보기에도 안전함은 물론 들고 이동하기에도 좋다. 전면 패널이 진공관의 열을 받아서 꽤 뜨거워지지만 이것 때문에 특별히 망가질 부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전원 트랜스와 직접 접촉하고 있는 바닥판도 꽤 뜨겁다. 그러나 이로 말미암아 방열 효과를 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난 1년 동안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갖혀서(구멍이 숭숭 뚫리기는 했으나) 열을 발산할 방법이 없었던 전원 트랜스가 불쌍하다.

예기치 않은 폭발 사고와 철제 케이스를 맨손으로 만지면서 입은 상처를 보며 괜히 일을 벌인 것은 아닐까 하고 아주 잠깐 후회를 했었다. 그러나 방열과 안전을 생각하니 케이스를 옮기기를 정말 잘 한 것 같다.

43 싱글 앰프와 6LQ8 푸시풀 앰프

대전 집과 분당 숙소에 진공관 앰프가 각각 두 대씩이나 있다니... 남은 진공관은 15개쯤 되던가?

2020년 4월 15일 수요일

전해 캐패시터 폭발 원인을 알아내다

괜히 부품의 품질을 의심했었다. 미안하다!

부품통에 마침 100 uF 400 V 삼영 캐패시터가 있어서 교체하였다. 괜히 IC114에 주문을 했다!

터진 캐패시터를 제외하면 리플 필터 기판의 다른 부품은 이상이 없으리라 가정을 하고 갖고 있던 캐패시터로 교체를 하였다. 혹시나 또 터질까봐 종이 상자를 위에 씌우고 아주 조심스럽게 점검을 시작하였다.

풉!

캐패시터가 폭발한 이유를 알아냈다. 입력 전원의 극성을 반대로 연결했던 것이다... 충전 후 단락을 시켜도 리드에서 불꽃이 튀는데, 200 볼트가 넘는 직류를 반대로 연결했으니 전류가 얼마나 신나게 달렸겠는가. 그래도 다른 부품에는 손상을 주지 않고 가장 초입에 있는 캐패시터만 장렬히 전사했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폭발 이후에도 1N4007이 멀쩡한 것을 보니 1 암페어 이상은 흐르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1 암페어는 50 VA급의 전원 트랜스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부하가 연결된 상태에서 리플 필터 기판의 입력단에 들어오는 전압은 직류 210 볼트 정도이다. 만약 여기에 연결된 캐패시터가 단락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전단의 시멘트 저항(합성 저항으로서 210 옴)에는 사실상 1 암페어의 전류가 흐른 셈이다! 그러면 이 저항이 소모한 전력은? 전류에 전압을 곱하니 210 와트? 그러니 색이 변하고 충격을 가하니 깨질 정도가 되지 않았겠는가.

연기가 나기 시자하면 즉시 전원을 차단해야지 캐패시터가 터질 때까지 그저 관찰을 하고 있었다니... 여러모로 한심하다. 내일 IC114에서 저항이 배송되면 IN4007 브리지도 새로 만드는 것이 낫겠다. 마침 여분으로 갖고도 있고 가격도 싸니 다행이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플라스틱 통 + MDF 상판에 구성했던 6LQ8 PP 앰프는 인켈 TX-858 튜너 섀시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지금은 임시로 연결을 하여 KBS 클래식 FM의 '명연주 명음반'을 듣고 있다. 티라미수 앰프 때보다는 험이 많이 줄었지만 완벽한 무음 상태는 아니다.





단자를 고정할 철판을 오려내는데 최근 구입한 항공가위가 쓰였다. 철판은 버려진 형광등 전자식 안정기의 케이스를 재활용한 것이다.


제작자 이름 남기기.

아직까지도 중학생 수준의 실수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면 내 모습이 참 한심하다. 화재가 난다거나, 크게 다치는 일이 생기지 않는 것에 감사를 해야 할 노릇이다. 마무리나 하면서 여름이 지날 때까지는 좀 조신하게 있어야 되겠다.

2020년 4월 14일 화요일

리플 제거 회로 기판의 전해 캐패시터 폭발!

..이라고 하면 "뻥!" 소리와 함께 파편이 사방에 튀고 자욱한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풍기는 사고 현장을 연상하기 쉽다. 어제 겪은 일까지 포함하여 내가 경험한 두 번의 전해 캐패시터의 폭발은 그렇게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폭발에 대비하여 제조 당시 윗부분에 이미 십자로 금을 그어 놓았기에 그 사이가 벌어지면서 내용물(전해액)이 분수처럼 치솟는다.

지난 주말, 티라미수 앰프(6LQ8 푸시풀 앰프)의 전원트랜스 유도 잡음을 줄이기 위하여 섀시 교체라는 대대적인 작업을 개시하였다. 전원트랜스를 다른 회로와 되도록 떼어 두어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발코니에 처박혀 있던 인켈 튜너(스테레오 불량)의 섀시를 쓰기로 하였다. 홀쏘로 힘겹게 방열용 구멍을 뚫고, 어제는 배선 작업을 마무리하려던 참이었다.





전조 증상이 없지는 않았다. 전원을 넣은 직후 어디선가 연기가 솔솔 나는 것이 아닌가. 전압 강하용 시멘트 저항을 섀시에 에나멜선으로 붙들어 맨 상태라서 열이 나면서 에나멜선 피복이 조금 탄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퍽' 소리와 함께 리플 필터 기판의 전해 캐패시터 하나가 '뚜껑이 열린'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하얗게 분출되는 전해액 세례를 맞았다.

오른쪽 전해 캐패시터(400 V 100 uF)가 폭발하였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내압 400 볼트의 전해 캐패시터가 터졌을까? 이 기판 앞에는 1N4007 다이오드 브리지가 있고, 그 앞에는 전압을 낮추기 위한 시멘트 저항 몇 개, 그리고 그 앞에는 220 V: 220 V 절연 트랜스가 전부이다. 별안간 전압이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리플 필터 회로의 그 어떤 부품도 작동 중에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열이 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부하를 걸치 않아서 그랬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치솟았다가 방바닥으로 떨어지는 전해액과 함께 자작인의 자존심도 뭉개진다. 아주 오래 전에 LM1875 앰프를 가지고 놀다가 캐패시터를 터뜨린 일이 있었다. 그때는 전압의 방향을 반대로 연결하는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했기 때문이었다.

이 보드에 사용된 부품이 저급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일단 IC 114에 몇 개의 캐패시터를 주문하였다. 혹시 FET(도시바 2SK1119, 단종 예정이며 이 보드에 쓰인 것은 중고품임)가 죽지는 않았을까? 마침 집에 같은 부류의 N-채널 FET인 IRF740이 몇 알 있으니 교체하면 된다. IRF740의 드레인-소스 간 최대 전압은 400 볼트로서 2SK1119보다는 낮지만 어차피 내가 사용할 전압 범위를 훨씬 초과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SMPS 실험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면서 FET의 작동 원리 공부도 중단한 상태였다. FET를 이용한 리플 필터 회로의 설명 자료를 몇 가지 찾아서 소개해 본다. 전원회로는 결국 오디오 앰플리파이어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고, 사용자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2020년 4월 10일 금요일

오디오 자작 관련 꿍꿍이는 계속된다

"이것까지만 만들면 다 끝나."

자작인의 거짓말(?)은 계속된다. 만드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에 중독되기 때문이다.

JBL의 FE-M2125는 소출력 진공관 앰프에 별로 어울리는 스피커는 아니다. 책상 위에 두고 쓰기에도 너무 크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빛을 발한다. 소구경 스피커 드라이버(=유닛)를 쓰는 한계로 인해 저음을 강조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을 동원한 인클로저가 아니라면, 6.5 인치의 우퍼는 더 줄일 수 없는 기준점이 될 수 밖에 없다. 

휴대폰으로 가까이 찍으면 나타나는 왜곡은 피할 방법이 없다. 최근에 마무리한 앰프도 개선할 곳이 많은데, 스피커까지 흥미를 느끼면 어쩌란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3~4인치급의 소구경 풀레인지 드라이버로 아담하게 만든 스피커 시스템은 낮은 효율이지만 책상 위 환경에서는 어울리는 물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병윤 선생님의 3인치 풀레인지 드라이버(링크1, 링크2, 링크3)가 그렇고, Kirby Meet Audio(KMA)에서 판매하는 DIY 키트가 그렇다. KMA가 제공하는 DIY 동영상을 보면 당장 손에 목공 본드를 묻히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KMA의 소개에 의하면(동영상 링크), 처음 스피커 자작을 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스피커 드라이버는 Dayton Audio의 PS95(Point Source Full-Range Driver)라 한다. 국내에서는 '아빠의 보물창고'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팔린다. TL, QWT, TQWT(이것이 전부 스피커 '통'과 관계된 용어라니...) 등을 사용하여 작은 구경의 불리함을 딛고 저음을 강조할 수 있다고 한다.



사운드포럼에 의하면, 모든 주파수 대역을 다 가질 수 없는 경우에는 고음보다 저음을 잃는 것이 낫다고 한다. 풀레인지 드라이버 하나로 이를 만족시키려면 직경이 3.5인치보다 작아서는 곤란하다는 설명과 함께(Vifa TC9FSD13). 이 유닛은 사운드포럼의 스테디셀러인 '포도'(Podo)에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알게된 업체인 사운드레시피의 홍승의 대표(일명 홍마녀)가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면 꽤 흥미가 당긴다. 백로드혼 방식을 사용한 포도2(판매처, 동영상)에서는 스캔스픽의 3.5인치 드라이버인 10F를 사용한다. 드라이버의 가격은 Vifa TC9FSD13보다는 훨씬 높다. Peerless/Tymphany/Vifa 브랜드는 이재 전부 한 회사의 브랜드 같은데 왜 이렇게 이름이 여러 개인지...
Peerless는 1926년 덴마크에서 설립되었다. 2000년, 덴마크 회사인 Vifa는 Peerless와 합병하여 Danish Sound Technology(DST)가 되었다. Tymphany는 2005년 DST를 인수함으로써 Peerless, Vifa 및 Scan-Speak 브랜드와 기술력도 넘겨받게 되었다(근거 링크: https://www.tymphany.com/peerless-drivers/).

잘 알려진 회사의 스피커 드라이버는 최적 인클로저의 수치까지 제시해 주므로 잘만 하면 나도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의욕을 돋군다. 사실 요즘은 중국제 스피커 드라이버가 약진을 하고 있다. 유명한 스피커 회사도 많은 경우 중국에서 OEM 납품을 오랫동안 해 왔으니 품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신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소개한 업체 외에도 사운드 그래비티 등에서 스피커 드라이버를 구입 가능하다.

소구경 스피커 시스템을 두 번 정도 만들어 보았지만 전부 흡족하지 않았다. 지나친 실험정신을 발휘하지 말고, 검증된 인클로저의 도면을 구해서 제작하거나, 아니면 아예 전문 제작업체의 것을 쓰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일지도 모른다. 

다음주에는 6LQ8 PP 앰프의 전원트랜스 유도 잡음을 줄이는 일부터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스피커에 대한 관심은 장기 프로젝트로 남겨 두겠다. 새로 알게된 진공관 앰프 및 스피커 공방 몇 곳의 관련 정보와 함께 이 글을 마무리한다. 소규모 공방에서부터 번듯한 사업체 형태를 갖춘 제조사에 이르기까지 그 다양함의 폭은 매우 크다 하더라도, 이러한 곳들이 항상 인터넷 상에서 제품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2020년 4월 8일 수요일

R에서 GO.db 패키지를 설치하다가 SSL 인증서 문제를 만났을 때 해결 방법

웹프록시 서버 뒤편에서 '안전하게' 보호된 사내 전산망을 통해 작업을 하다 보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참 많다. 윈도우가 설치된 PC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느끼지만, 리눅스 머신에서 https://로 시작하는 주소로부터 wget을 한다거나, pip를 실행할 때에는 파일 전송이 막혀서 정말 답답한 순간을 겪게 된다. 전산망 관리자가 이 모든 현상 혹은 작업의 중요성을 다 이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지난 일년 동안 내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글로 기록한바 있다.

이번에는 R 환경 안에서 GO.db를 설치하는데 애를 먹었다. RNA-seq 데이터를 다루는데 통달한 사람이라면 늘 Bioconductor를 끼고 살 터이고, '이쯤이야 뭐 식은 죽 먹기지'하면서 쉽게 해결하겠지만 이러한 자료에 대한 작업 빈도가 높지 않은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다른 이야기이다. 몇 년 전에 초보적인 microarray 자료 작업을 조금 하면서 Bioconductor를 잠깐 썼던 것 같고, 그 이후에는 R의 일반적인 사용 방법을 익히고 실무에 활용하는 것에 집중했을 뿐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번의 문제는 Bioconductor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지도 모른다.

R 버전 3.6.0에서 다음을 입력하면 GO.db 패키지를 설치할 수 있다고 한다.

if (!requireNamespace("BiocManager", quietly = TRUE))
    install.packages("BiocManager")

BiocManager::install("GO.db")

그러나 내가 만난 것은 다음과 같은 에러 메시지 뿐이었다.

file(con, "r")에서 경고가 발생했습니다 :
  URL 'https://bioconductor.org/config.yaml': status was 'Problem with the SSL CA cert (path? access rights?)'

정말 지긋지긋한 SSL CA cert 관련 에러다. GO.db는 bioconda에서 패키지명 bioconductor-go.db로 제공한다고 하니 conda install 명령어를 쓰면 잘 될 것이 생각했지만, Solving environment: 상태에서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자, 검색을 해 보자. 어디든 방법이 있겠지. GitHub의 Bioconductor 사이트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Guidance on solving SSL error?

여기에서 설명한대로 R 프롬프트에서 'httr::set_config(httr::config(ssl_verifypeer=0L))' 명령을 실행한 다음 GO.db 설치 명령어를 날리니까 비로소 에러 없이 진행되었다. httr::set_config() 함수가 httr configuration을 영구적으로 보관하는지 혹은 R 세션 종료와 함께 사라지는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것은 GO ID와 description이 수록된 tab-delimited text file이다. R 환경에서 다음 명령어를 실행하면 된다.

> library(GO.db)
> goterms <- Term(GOTERM)
> write.table(goterms, sep="\t", file="goterms.txt",col.names=F,quote=F)

출력을 하니 45,000 줄이 넘는다. 나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이 파일 하나뿐이지만, GO.db가 할 수 있는 일은 훨씬 많을 것이다. GO ID의 목록이 있다면 Blast2GO용 annot file을 임시로 만들어서 GO description을 가져오는 꼼수를 부릴 수도 있다. annot 파일의 형식이 워낙 단순하니 가능한 일이다. SeqName 대신 적절한 부여하고, 한 라인에 하나씩의 GO ID를 넣은 annot 파일을 만들어서 임포트한 뒤 Export Table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2020년 4월 6일 월요일

독서 기록 - 의자의 배신(원제: Primate challenge)

바이바 크레건리드(Vybarr Cregan-Reid)가 짓고 고석현이 옮긴 신간 서적 '의자의 배신'을 읽었다. 부제는 '편리함은 어떻게 인류를 망가뜨리는가(How the world we made is remaking us)'이다.

오랜 시간 앉아있으면 대사율이 낮아지면서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진다. 말 그대로 편하자고 앉는 의자가 배신을 때리고 있는 것이다.


제목만 보아서는 의자에 대한 문화인류학적인 접근을 한 책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정확히 따지자면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한 진화의학 서적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번역서를 내는 출판사에서는 원저를 국내에 소개할 때 국내의 정서에 맞게 적절한 제목을 결정하기 위해 무척 고심을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자의 뜻이 훼손되기도 하고, 전혀 엉뚱한 길로 잘못 접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취지에서 이 번역서의 제목은 아주 잘 지어졌다고 보기는 조금 어렵다. 물론 이는 내 개인적인 견해이고, 어쩌면 나도 이 제목에 끌려서 책을 즉시 구입하게 되었으니 출판사의 의도는 성공을 한 셈이다!

인류의 역사를 오전 9시에 출근하여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업무 시간으로 줄인다면 농업혁명은 퇴근 2분 전, 즉 오후 4시 48분에 일어난다(26쪽). 인류의 유전자에 아로새겨진 진화의 역사는 맨발로 하루에 길게는 수십 킬로미터를 뛰거나 걷고 의자라고는 몰랐던 수렵 채집 시대의 상태에 아직 머무르고 있다.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여러 도구와 생활 방식, 더 크게는 문명과 문화라는 것에 우리의 몸은 아직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부조화가 만들어내는 질환이 얼마나 많은가? 충치, 당뇨병, 근시, 요통, 아토피...

의자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고 한다. 과거에는 왕과 같이 높은 권력을 가진 사람만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앉은 자세로 장시간 일을 하거나 교육을 받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면서 더불어 요통도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서 있는 것보다 의자에 앉는 것이 허리에는 더 좋지 않다는 것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서서 일을 할 수 있는 책상이 보급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무릎 아래쪽으로 불편함을 주기는 마찬가지이다. 가장 좋은 것은 책상에 오래 않아서 일을 하는 직업을 갖지 않는 것인데, 현대 문명과 결별을 고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서서 오래 있기 힘들다면 차라리 쪼그려 앉으라고 한다. 이것은 다소 의외였다. 왜냐하면 양반 다리를 하거나 쪼그리고 앉는 한국 특유의 관습이 무릎 관절에 대단히 좋지 않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오지 않았던가? 이와 관련한 재미난 최근 기사를 하나 소개한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쪼그려 앉기... 은근히 '운동' 되네

우리의 발은 신발 안에 갖히면서 많은 감각을 잃어야 했다. 이것 역시 어찌보면 불행한 일이며, 저자도 이에 대하여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다.

인류가 앞으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가의 문제는 인류가 만든 환경(자원고갈이나 공해도 여기에 포함된다)에 우리가 적응을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19 사태도 지나친 밀집 생활, 과도한 이동 등 인류의 생활 방식이 그 전파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정말로 이 단계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논의하고 그 방법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파국과 다름 없는 결말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항공 가위? King Tony의 Aviation Tin Snips No. 74030

얇은 금속판을 자르기 위하여 삼화문구몰에서 King Tony의 '항공 가위'라는 것을 구입하였다. 왜 이것을 항공 가위라고 부르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비행기 정비할 때 널리 쓰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이런 가위에는 오른손잡이용, 왼손잡이용 및 겸용이 있다. 내가 구입한 것은 곧은 날을 가진 겸용이다. 이런 종류의 가위에는 용수철이 내장되어 있어서 벌리는 동장을 할 때 힘을 줄 필요가 없다.

Tony 74030. 



양철과 함석은 매우 다르다. 양철은 얇은 철판 위에 주석을 도금한 것으로 통조림이나 석유통 등에 쓰이며, 함석은 대신에 아연을 도금한 것으로 연통이나 덕트, 지붕재료 등에 쓰인다. 표면에 독특한 꽃무늬가 나타나는 것은 함석이다. 함석은 산과 알칼리에 약해서 통조림용으로는 쓸 수 없다. 그러나 화학적 내성에 있어서는 양철보다 우수하다고 한다. 양철은 표면의 주석이 떨어지면 녹이 빨리 진행되지만 함석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학창시절에 배운 이온화 경향과 관계가 있다.

함석 표면의 아연 결정. 출처: 서진종합금속

이런 특수한 가위를 구입한 것은 진공관 앰프의 험 잡음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하여 차폐용 철판을 덧대기 위함이다. 통조림 등 재활용품에서 철판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이것을 자유자재로 잘라서 쓰려는 것이다. 실제 첫 사용을 해 보니 얇은 철판이 잘 잘려지지만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고, 잘려진 날카로운 단면에 다치치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 똑바로 자르려면 잘려진 면을 잘 벌려나가는 요령도 필요하며, 가위를 한번 뺐다가 다시 자르기 시작하는 경우 절단면에 매우 날카로운 가시와 같은 형태가 생기기 쉬우니 반드시 장갑을 끼고 작업하기를 권한다. 어제 연습하다가 손을 세 군데나 찔리고 말았다!

가끔은 얇은 알루미늄 판이 필요할 때도 있다. 빈 캔음료나 통조림이 제격이다. 알루미늄과 양철(캔)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자석을 쓰면 된다. 물론 무게나 느낌으로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2020년 4월 1일 수요일

[2020년도 6LQ8 푸시풀 앰프 `티라미수` 리모델링] 2. 끝내기

기필코 끝을 내겠다는 비장한 각오와 함께 퇴근하여 작업용 테이블을 폈다. 출력 트랜스와 스피커 연결용 단자를 납땜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NFB 회로, 커넥터 등을 차례로 연결해 나갔다.

속칭 '하모니카 단자대'를 상판 하부에 붙여서 본체에서 올라오는 B전원과 히터용 전원을 연결하도록 하였다.

절묘하게도 상판을 본체 위에 안정적으로 90도 가량 세울 수 있다. 최종 배선을 마무리하였다.

'혹시 실수는 한 것이 없을까?'

작업을 마치고 처음으로 전원을 넣을 때에는 늘 긴장하게 된다. '퍽'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고 연기가 나면서 누전차단기가 내려가는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지 늘 조심스럽다. 그저께 작업을 할 때에는 전원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리플 필터 보드(eBay 링크)의 대용량 캐패시터에 남은 전기로 인해 감전이 되었었다. 전원을 내린 상태에서 리플 필터의 출력단을 멀티미터로 찍어보니 250 볼트가 그대로 걸린 것이 아닌가? 회로도를 살펴보니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방전용 저항이 달려있지 않았다. 이번 작업에서는 갖고 있는 시멘트 저항(5W 6.8K)을 이용하여 안전하게 방전부터 시켰다. 이런 용도라면 30K 이상의 저항이 더욱 안전해 보인다. Digi-Key에서 제공하는 캐패시터 안전 방전 계산기를 참고해 보자.

상판을 닫으니 빅 사이즈 티라미수 케이크가 완성되었다. 43 오극관 싱글 앰프와는 다르게 크고 단단한 소리가 난다.

스크린 그리드로부터 출력트랜스의 중간탭은 연결한 선에 흰색 수축 튜브가 씌워져서 보기에 좋지 않다. 속에는 200R 저항이 숨은 상태이다. 검정색 수축 튜브가 가장 먼저 소모되어서 그렇다. 혹은 200R 저항을 상판 아래에서 연결하고 위에는 나타나지 않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2020년도 1분기에 생각지도 않게 많은 오디오 자작활동을 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2018-2019년에 걸쳐서 프로토타입 수준으로 만들었던 것을 개작하여 좀 더 보기 좋게 만든 것에 불과하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매우 단순한 수준의 일이지만 LibreCAD로 도면을 만든다든지, 나무판에 수성 스테인을 발라보는 등 경험의 폭이 꽤 많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벌써 다음번 프로젝트를 구상하느라 즐겁다. 이미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으로 계획을 짜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