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7일 화요일

RStudio Cheat Sheets

사오 년쯤 전에 KOBIC 차세대생명정보교육을 통해서 처음으로 R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작은 종이에 R 활용 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팁을 인쇄하여 배포한 것을 받은 기억이 있다. R을 아주 가끔씩 사용하지만 절대적인 빈도가 높지는 않은 편이라 기본적인 사용법을 종종 잊어버려서 불편함을 느낄 때, 이 쪽지가 남아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그것과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RStudio Cheat Sheet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잘 알려진 콩글리시로 말하자면 '컨닝 페이퍼'에 해당하는 셈이다. 여러 상황에서의 R 사용법을 요약하여 그림과 함께 PDF 파일로 만든 것이다. Apply 함수, 데이터 임포트, 데이터 시각화 등 빠르게 참조하여 실무에 활용하기에 매우 좋은 주제를 알기쉽게 설명한 자료인 것이다.


독학, 교습, 단기강좌 등을 통해서 체계없이 R을 공부한 결과는 대단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제는 R Cookbook과 같은 자료를 참고하여 내가 원하는 분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자부하면서도 때로는 너무나 기본적인 활용법에 무지함에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어쩌면 더욱 중요한 것은 문법이나 라이브러리의 사용법이 아니라 데이터 구조 및 처리/통계적 분석/시각화에 대한 확고한 개념일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도서관에서 교양서적을 빌리면서 국문으로 된 신간 R 입문서도 한 권 빌렸다. 한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훑으면서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기본적인 활용법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내가 주로 활용하는 R 관련 자료들을 펼쳐 보았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PDF 파일을 인쇄한 것이 대부분이다. 간혹 O'Reilly 등에서 단행본으로 나오던 책의 PDF 파일이 통째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를 다운로드하여 다른 곳에 배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행법에 혹시 저촉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R에서도 권장하는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assignment operator(할당 연산자)로서 =와 <- 1.4.0="" p="">

2017년 10월 16일 월요일

가장 흔하게 오마주되는 시계들

오마주 시계는 디자인과 로고까지 그대로 빼다박은 모조품(가짜, 짝퉁, 짭, 짜가, 레플리카, 이미테이션...), 즉 의도적으로 정품 시계와 같은 물건처럼 보이도록 만든 제품과는 분명히 다른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도 시계 관련 포럼에서는 늘 회자되는 뜨거운 주제임에는 틀림없다. 오마주 시계를 사느니 세이코나 시티즌의 경제적인 모델(독자적인 디자인)을 구입하겠다는...

오랜 기간 동안 오마주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디자인적으로 완벽하다는 뜻이 아닐까?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유달리 인기가 높은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생각해 보자(관련 뉴스: 롤렉스 서브마리너는 왜 스테디셀러일까?). 국내에서 이 모델은 '섭마'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1953년에 처음 출시된 서브마리너는 아직까지도 그 기본 디자인으로부터 그다지 변하지 않았으며(참고: 롤렉스 시계의 역사: 1953-1967) 원래 목적에 맞게 이것을 차고 바닷속 깊이 잠수를 하든, 캐쥬얼한 복장을 하든, 정장을 하든 어떤 상황에서도 무난하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로서 수많은 다이버 시계의 원형이 되었다. 그래서 '최고의 다이버 워치 10선(the 10 best affordable diver watches of 201X, best affordable dive watches, best dive watches under $1000...)'류의 글을 검색하면 롤렉스 서브마리너와 유사한 시계가 줄줄 나온다. 롤렉스 서브마리너는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갖고싶어하는 유려한 스타일의 명품 시계지만 정품의 가격은 너무나 비싸다. 그래서 이를 오마주한 시계가 시중에는 수도 없이 많고, 오마주까지는 아니더라도 롤렉스 서브마리너의 스타일을 따른 시계는 더욱 많다.

https://www.flickr.com/photos/hypophyse/4356626643
롤렉스 서브마리너 5512(재사용 가능 이미지)
모든 남성이 한번쯤은 입맛을 다시는 롤렉스 서브마리너는 1천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시계라서 나 같은 서민은 꿈도 꾸기 어렵다. 미도, 오리스, 티쏘, 프레드릭 콘스탄드, 또는 해밀턴처럼 현실 범위 내의 시계는커녕 앞으로 내 일생에 실구매가가 30만원을 넘는 시계를 사게 될 날이 올 것 같지는 않다. 대신 10만원-20만원 수준의 오마주 시계를 한두 개 구입하여 호기심을 충족시키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러다가 누적 금액이 30만원을 넘길지도 모른다! 그러니 앞의 다짐은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앞으로 내 일생에 2년 누적 시계 관련 지출이 30만원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선언하면 굉장히 소박한 수준의 취미생활이 되고 만다. 물론 이를 빠져나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 규정의 실행 개시 일자를 계속 뒤로 미루면 된다.

best (or top) homage watches라는 키워드 조합으로 구글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 결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두 사이트를 고른 뒤 어떤 시계가 순위에 올라왔는지를 인용해 본다. 각각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한 시계 4개는 굵은 글씨로 표현하였다.

Top 5 Watches & Their Homage Alternatives
Five Famous watches and their Homage Alternatives

  • Rolex Submariner Date
  • Audemars Picuet Royal Oak
  • Omega Seamaster
  • Breitling Navitimer
  • Rolex Daytona
  • Panerai Luminor
이렇게 역사적으로 유명한 시계의 저렴한 오마주를 파는 곳은 어디일까? 또 어떤 브랜드 명칭을 달고 있을까? 심심풀이로 조사를 해 보았다. 다음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직접 구매가 가능한 오마주 시계의 사이트들이다. 여기서 저렴하다는 말의 의미는 150달러 내외에서 고를만 한 제품을 갖추었음을 뜻한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란 나라가 없었으면 이런 가격에 이 정도 품질의 기계식 시계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가격대가 높은 높은 Steinhardt와 Christopher Ward는 이 범주에 넣지 않았다. EPOSDeep Blue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오마주 시계, 특별히 롤렉스 서브마리너와 유사한 것들의 종합 조사를 하려는 목적이 아니니 말이다.

Parnis

이런 류의 시계 제조에서는 매우 잘 알려진 곳이다. 특히 파네라이의 오마주인 Parnis Manina Militare 47mm PVD 1950이 두번째 링크에 소개되었다.

Alpha

오메가 씨마스터의 오마주 제품이 괜찮은 듯. 별로 흔하지 않은 롤렉스 익스플로러의 오마주도 꽤 갖추고 있다. 혹시 오메가를 압도하기 위해 알파라는 이름을 지은 것은 아닌지?

Phoibos

2016년에 사업을 시작한 신생 브랜드. 1천미터 다이버 워치와 같은 고품질의 제품을 판매. 150 달러 미만의 것은 300M dive watch 카테고리의 쿼츠 제품분이다.

Tiger Concept

커스터마이제이션용 부품도 판매함.

dajiwatch

여기는 Corguet, Debert, Parnis, BLIGER, Ossnar, Neiton, GARTON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과 부품을 판매한다. 어디까지가 오마주이고 어디부터가 고유 디자인인지는 잘 모르겠다.

Tisell

국내 브랜드. 부품을 중국에서 직접 조달하여 검수 후 제작하여 판매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 국내외에서 꽤 호평을 받았지만 유달리 안티도 많은 듯.

기타 브랜드(ebay, aliexpress, amazon에서 구입 가능)

Invicta, Reginald, Steel Bagelsport 등. 인빅타를 이런 시계와 같은 등급에 놓는 것은 실은 적합하지 않다.

사면 안되는 것

Winner의 서브마리너. 이십 몇 달러의 오토매틱 시계가 국내로 수입되는 과정에서 설명서와 함께케이스에 담기면서 72,800원에 팔린다. 케이스는 스테인리스 스틸이 아니고 크롬(혹은 니켈?)을 도금한 황동이라서 날카로운 것에 긇히면 벗겨진다. 구입처 홈페이지에는 스테인리스 스틸이라고 기재해 놓았다.

이상의 것 중에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Alpha(Rolex Explorer homage, 국내의 사용기; 또는 Omega Plane Ocean homage black bezel or orange bezel), Tiger Concept의 62630 (Rolex Daytona Homage, Epson 쿼츠 무브먼트 사용, 국내의 사용기), Debert(at http://dajiwatch.com/)의 나일론 스트랩을 끼운 예쁜 Omega Seamaster homage(item code DT-024 or DT-025) 정도이다. 전부 Miyota 무브먼트를 사용하였기에 성능은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단 방수성능이나 마감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다이버 시계로서 전반적인 품질에 만족하려면 여기에 나열한 오마주 시계가 아닌 최소한 세이코 SKX007/009/013이나 오리엔트 Mako/Ray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2017년 10월 12일 목요일

FASTQ 파일에서 목록에 없는 read를 추출하기

수십만 read 이상이 수록된 Fastq 파일에서 특정 read만을 추출하고 싶을 때가 있다. 추출해야 할 read의 ID가 별도의 텍스트 파일(read.list)에 들어있다면 seqtk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실행하면 된다.
seqtk subseq in.fastq read.list > out.fastq
이번에는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read.list에 없는 read만을 in.fastq 파일에서 추출하려면? read.list를 읽어서 read ID를 key로 삼는 해쉬를 만든 뒤, in.fastq를 읽어들여서 존재하지 않는 read ID를 만나면 이것을 4줄 단위로 출력하는 펄 스크립트를 짜야 하나? 일단은 검색에 의존해 보기로 했다. 역시 누군가는 앞서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고, 성실한 네티즌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이미 제시하였다.

[Biostars] How to remove a list of reads from fastq file?

질문자는 매우 기본에 충실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우선 fastq 파일로부터 read ID를 추출하여 목록 파일을 만든다.
zcat in.fastq.gz | awk 'NR%4==1' | sed 's/@//' > in.fastq.readsID
그러고 나서 in.fastq.readsID에 해당하지 않는 read의 ID를 추출한다. grep에서 -v 옵션을 주면 match가 되지 않는 라인을 출력한다(all lines but those matching are printed). 나는 부끄럽게도 이 기능을 아직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미련하게도 이런 종류의 일에서는 늘 Perl의 해쉬를 사용하려고 했었으니...
grep -f reads-remove-list in.fastq.readsID -v > remaining.list
마지막으로 seqtk subseq를 사용한다.
seqtk subseq in.fastq.gz remaining.list | gzip - > remaining.fastq.gz
손이 많이 가는 방식이지만 기본에 매우 충실하다. awk를 사용하여 4줄마다 한번씩 줄을 출력하고, sed를 써서 서열 ID 앞부분의 '@'를 제거하고, 마지막으로 grep으로 match되지 않은 라인을 출력하고... 인스턴트 커피 가루와 프리마, 설탕을 티스푼으로 정성스럽게(그러나 취향에 맞게) 떠서 커피를 타듯이 처리를 한 것이다. 질문자는 이렇게 하는 것이 너무 번거롭다고 생각하여 믹스커피 봉지를 뜯듯이 좀더 쉽게 파일 처리를 하는 방법을 물은 것이다.

제시된 해결방법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BBMap의 filterbyname.sh 스크립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BBMap은 미국 Joint Genome Institute에서 일하는 Brian Bushnell이 만든 종합선물세트 비슷한 것이다. 지금은 BBTools라는 확장된 패키지로 불리는 것 같다. filterbyname.sh가 좋은 점은 fastq file pair를 동시에 다룰 수 있다는 점이다. seqtk subseq를 사용하려면 infile_1.fastq와 infile_2.fastq에 대해서 각각 작업을 해야 된다. 맨 뒤의 include=f가 바로 목록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 출력하게 만드는 스위치인 셈이다.
filterbyname.sh in=infile_1.fq in2=infile_2.fq out=outfile_1.fq out2=outfile_2.fq names=readID.list include=f
단, 오래전에 시퀀싱한 결과물이나 ART로 생성한 simulated read pair를 다룰 때에는 조심해야 한다. read ID의 끝부분에 /1 또는 /2의 tag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일루미나 시퀀싱 결과물에서는 read ID와 공백을 두고 direction tag이 존재하므로 read ID 목록 파일을 이용하여 원본 fastq 파일을 다루기에 좋다.

(old style) @HWI-EAS390_0001:7:120:12431:20961#0/2
(ART style) @chromosome_ST307PT01-2132000/1
(new style) @M00220:56:000000000-AML1R:1:1101:12360:1835 1:N:0:5

2017년 10월 11일 수요일

SeqKit: a cross-platform and ultrafast toolkit for FASTA/Q file manipulation (PLoS One 2016)



FASTQA/Q 서열 파일 조작용 유틸리티인 seqtk와 이름이 흡사해서 자칫 잘못하다가 그냥 지나칠 뻔하였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2016년도에 PLoS One에 발표된 매우 '신선한' 프로그램이었다. 다른 프로그램과 기능을 비교한 표를 인용하여 본다. 못하는 일이 없다!



논문의 제목에도 표현이 되었듯이 SeqKit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cross-platform과 ultrafast로 표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생명정보학 프로그램이 리눅스 혹은 Mac에서 돌아가는 것을 생각한다면 Windows에서도 실행 가능하다는 것은 매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명령행 방식의 application을 실제 Windows에서 실행하기에는 매우 불편하다(나만 그런가?). 리눅스의 command line 환경(Shell)에 너무 익숙해진 상태라서 그럴 것이다. 환경변수의 개념이 윈도우에서는 어떻게 구현되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리눅스 shell이 제공하는 직관적인 편집 기능 또한 윈도우에서는 커맨드 창에서는 먹히질 않으니 더욱 그러하다. Mac을 쓰는 사람은 리눅스의 터미널 창과 거의 흡사한 환경을 이용하게 되니 이야기는 달라진다.

많은 기능을 갖는 super tool이 나온다 해도 과거에 쓰던 프로그램을 다 버리고 새 도구로 전적으로 갈아타는 일은 잘 벌어지지 않는다. 새 도구는 특정 기능이 필요한 때에만 사용하게 되고, 기존에 익숙하게 쓰던 도구를 계속 쓰는 것이다. 그만큼 습관이란 무서운 것. 그리고 아무리 고차원적인 도구가 나온다 할지라도 shell script와 awk, 그리고 sed는 버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Paired fastq file에서 subsampling을 하는 예제

다른 것들에 비해서 사이즈가 비정상적으로 큰 fastq file의 쌍으로부터 30%의 샘플을 취하는 예제이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시길!
seqkit sample -p 0.3 ../ABA59_1.fastq > subABA59_1.fastq
seqkit seq --name --only-id subABA59_1.fastq > id.txt
seqkit grep --pattern-file id.txt ../ABA59_2.fastq > subABA59_2.fastq

쿼츠 손목시계가 망가지는 대표적인 원인

충격

손목시계에 고장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일 것이다. 충격의 정도가 약하면 케이스나 유리에 흠집이 나는 정도로 그치겠지만 심한 충격을 받으면 시계바늘이나 인덱스가 떨어져 나간다. 다이얼을 고정하는 핀이 부러지는 일도 생긴다. 다음은 복합적인 문제가 일어났던 내 손목시계의 사진이다. 처음에는 시침이 빠져서 정렬이 틀어진 것만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리점에 가서 더 큰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사진에서 빨강색 네모로 표시한 곳을 보라. 바늘의 축이 서브다이얼 정중앙에 있지 않다. 시계를 분해해보니 다이얼을 고정하는 핀 두 개 중에서 하나가 부러져서 다이얼이 옆으로 밀린 것이었다. 정식 서비스센터로 보냈더라면 사용자 부주의로 꽤 비싼 수리 비용을 물었을 것이고, 다이얼도 새것으로 교체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네 시계방에는 부품이 없으니 다이얼을 무브먼트에 접착하는 방식으로 수리를 해 주었다. 다이얼 자체는 앞으로 고장날 일이 거의 없고 변색이 될 재질도 아니니 이렇게 수리를 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쿼츠 무브먼트 내에도 움직이는 작은 부품이 있지만 워낙 작고 가벼워서 시계를 떨어뜨린다 해도 이 부품들이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게 되기 전에 바늘이나 다이얼이 떨어지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간혹 용두가 부러지는 일도 생긴다. 부러진 용두를 잃어버리면 정말 난감하다! 용두를 갖고 있다 하여도 남아있는 심을 제거하는 일이 남는다. 남은 심의 길이가 제법 된다면 돌려서 빼면 되겠지만, 용두 내에 쏙 들어간 상태라면 선반에 물려야 한다나?

시침이 똑바로 정렬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이얼 자체가 고정이 되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트 시계점에서 가죽줄로 교체를 하다가 내가 보는 앞에서 시계 본체를 바닥에 심하게 떨어뜨린 것이 이 고장을 일으킨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즉시 클레임을 제기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수분 침투

시계의 방수 성능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용두가 열린 상태에서는 물이 들어갈 수 있다. 전지 교체 후 뒷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았거나 개스킷이 노후한 상태라면 그리로도 수분이 침투할 수 있다. 침투된 수분은 금속 부품에 부식을 일으켜 못쓰게 만든다.

배터리 누액

수명이 다 된 배터리는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서 전해액이 밖으로 스며나오기 시작한다. 전해액은 부식성이 매우 높아서 내부 부품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수분에 의한 녹은 닦아낼 수라도 있지만 배터리 누액은 심각한 부식을 일으킨다. 따라서 배터리가 다 된 손목시계가 있다면 즉시 새 것으로 교체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무브먼트에 따라서는 배터리가 소모된 경우 1초 간격이 아니라 2초(혹은 그 이상?)에 한번씩 크게 움직여서 교체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기능도 있다.

국내 시계 시장은 세계 7위 규모로 급성장하였는데...

국내 시계 '산업'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80년대만 하더라도 국내 시계 산업은 꽤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산 저가품과 명품 시계에 밀려서 사람들은 더 이상 국산 브랜드의 시계를 찾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무브먼트를 자체 제작하지 못하는 기술력을 탓하지만, 매우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위에서 사진으로 소개한 시계의 줄을 갈러 이*트에 갔을 때의 경험이다. 그곳은 시계 '판매'로만 계약이 된 점포라서 수리를 하면 안된다고 한다. 시계줄 교체는 수리의 영역이고, 배터리 교체는 허용이 되는 것인지? 어쨌든 나는 두 가지 서비스를 다 받았고, 배터리 교체 비용은 카드로, 시계줄 교체 비용은 현물로(?) 결제하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설명을 하자면 시계점 주인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이*트 매장에서 골라서 내가 결제만 하고 물건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해하기 힘든 방식이었다. 시계를 다루는 솜씨가 너무나 서툴러서 손님이 보는 앞에서 몇번이나 공구와 자재를 떨어뜨리지를 않나, 게다가 앉아서 일하는 작업대가 없이 서서 일을 하게 되니 얼마나 불안한가! 그리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제 방식... 만약 내가 근거가 필요하여 영수증을 발급해 달라고 하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 이*트에 제보를 하면 이 시계점은 계약 위반으로 곤란을 겪게 되는 것인가?

시장의 규모는 커진데 반하여 일선 시장에서는 이런 상식 이하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시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손님이 맡긴 수천만원짜리 카르티에 시계를 시계방 주인이 저녁때 모임이 있다면서 차고 외출을 했다고 한다. 어차피 폴리싱을 맡겼으니 차다가 흠집이 나도 상관이 없다면서... 

2017년 10월 10일 화요일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

열흘에 이르는 긴 연휴를 보내면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주변 나들이를 한 것 말고는 지적(知的)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책은 거의 읽지 않았고 글씨도 전혀 쓰지 않았다. 몇 편의 영화를 본 것은 그저 시간 때움에 불과하다. 극장에서는 킹스맨: 골든 서클을 보았고 넷플릭스로는 배트맨 비긴즈, 맨 오브 스틸, 세렌디피티,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보았다. 바로 어제 보았던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저 심각한 갈등이 포함된 드라마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길 이름이 제목이었던 영화 <선셋 대로>를 떠올리게 했다.

이렇게 긴 기간을 푹 쉬고 있으려니 당연히 블로깅도 게을리하였다. 다시 무엇인가를 써야 하겠다는 생각에 앞어서 나는 왜 블로그를 운영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져 보았다. 연재소설 작가처럼 새 글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독자가 있는 것도 아니요, 이를 통해서 개인 홍보를 하거나 수익을 올리는 것도 아니다. 샘물이 흐르듯, 업무와 일상 생활을 하면서 자연적으로 넘쳐나는 생각과 정보,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욕구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으니, 인터넷 공간은 일기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사항이 지나치게 공개되면 본의아니게 피해를 당할 수도 있고, 이를 읽는 다른 사람에게 좋든 나쁘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단순한 화풀이를 고발 정신과 착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개인 차원 혹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충분히 자정작용이 일어나서 개선될 수 있을 문제를 너무나 쉽게 공론화를 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사회적인 피로를 불러 일으킨다. 예를 들어서 여러 형태의 갑질 논쟁이 있다. 손님은 손님대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갑질을 하는 '진상' 손님 혹은 어처구니없는 영업주를 공개하여 비난하기에 바쁘다. 거래 관계로 얽힌 경우 자신이 지불한 요금에 대한 정당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사업주 또는 다양한 형태의 감정 노동자 역시 자신의 억울함을 정당하게 호소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길을 가다가 만난 사람, 아파트 주자장에 삐딱하게 차를 세운 사람, 식당에서 만난 옆자리의 불쾌한 손님 등 고발할 일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다들 분노의 대상을 찾아서 칼을 갈고 있는 것처럼 매섭기만 하다. 인터넷이라는 존재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고발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인지, 단지 나쁜 감정(특히 혐오)을 쏟아붓는 쓰레기통인지 요즘은 알 수가 없다.

이런 글들이 주로 올라오는 커뮤니티 사이트는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바깥 세상에 어떤 일들이 돌아가는지 알아보겠다는 핑계로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러한 글들에 대해서 가벼운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나의 주관과 철학을 갖고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어제는 은행동에 나갔다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존 스토셀의 <왜 정부는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가>(리디북스 무료요약)를 만지작거리다가 말았다. 촛불혁명에 의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가 나서서 많은 일들을 해결해주기를 기대하는 요즈음 생뚱맞게 작은 정부 옹호론이라니. 물론 이러한 시각에 내가 찬성한다는 것은 아니며, 정부가 나서서 모든 일을 해결해 주리라는 기대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를 알아보고 싶은 것에 다름아니다. 아마도 곧 책을 구입하게 될 것만 같다.

마침 2017년 노벨 경제학상(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프레드 노벨을 기리는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은 <넛지(nudge)-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의 공저자로 잘 알려진 미국 시카고대의 리처드 H. 탈러에게 돌아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고전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경제적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그리고 아무리 그런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결과는 기대한 것과 영 딴판으로 나올 수도 있다. 정부가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 것도 이와 어느 정도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좋은 지도자가 나와서 단칼에 모든 문제(적폐?)를 청산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건설한다는 것은 어쩌면 영원한 신화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정부가 나서서 뭘 해도 어차피 잘 안되기 마련이니 그냥 자유롭게 놔두라는 것은 더욱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다.


2017년 10월 9일 월요일

긴 연휴의 끝

기록적인 10월 연휴가 모두 끝나간다. 개천절, 추석연휴 3일, 대체공휴일, 임시공휴일(10월 2일) 한글날, 그리고 두 차례의 주말을 합치면 총 열흘을 쉰 셈이다. 앞으로 50년 내에 이런 날이 또 올까? 온다고 해도 내가 그때까지 생존해 있을지 알 수가 없다.


별다른 여행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연휴 직전 퇴근을 하면서 집에서 보려고 논문 인쇄본등을 챙겨서 왔지만 주말이면 거의 항상 그랬듯이 지금까지 가방을 열어보지도 않았다. 만년필 잉크도 잘 나오지 않아서 수돗물에 적셔서 잘 나오게 만들어 두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린 것을 제외하면 책도 한 권 읽지 않고 완벽한 휴식을 취한 셈이다. 오늘은 공식적인 휴일이지만 아마 연구소 주차장은 밀린 일을 하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을 것이다. 아, 괜히 불안해진다.

긴 연휴 동안 멀지 않은 당일치기 나들이를 하면서 남긴 사진을 정리해 본다. 9월 30일 대전 롯데백화점 갤러리부터. 백화점 갤러리가 고마운 점은 미술작품을 촬영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관대하다는 것이다. 남성으로서는 알 길이 없는 여탕의 분위기를 재미있게 묘사하였다.




10월 2일 갑사. 가을은 갑사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계절이다. 감이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은 정말 예쁘다. 계절을 잊는 나비가 부도밭 사이를 노닐고 있었다. 모든 법당과 석조약사여래입상을 거치면서 절을 올리는 어떤 남성이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팔이 짧아서 셀카는 늘 찍기 어렵다.

10월 4일 추석 당일에는 조부모님과 아버님이 모셔진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10월 6일에는 남대문과 명동. 원래는 숭례문 수입상가에서 커피 용품(모카포트)을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 길가의 점포는 대부분 영업을 하였다. 명동 거리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10월 8일은 익산을 거쳐서 전주. 익산 미륵사지의 서탑은 복원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이번 11월이면 완성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전주에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왔는지 치명자산 주차장이 꽉 차고 셔틀버스를 타는 데에도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래도 추석 연휴때에 비하면 관광객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전주를 워낙 자주 가다보니 이제는 인파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나만의 코스를 만들게 되었다. 전주시의 노력으로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이 되고 쓰레기도 잘 치워지는 편이지만 쓰레기 봉투 사이로 삐죽 솟아난 꼬치 막대기를 보면 섬찟하다. '한옥 거리'가 '길거리 음식 거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업소나 방문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륵사지에는 두 개의 연못이 있다. 가람의 연못은 극락을 상징한다고 하였다. 복원 중인 서탑 앞쪽의 연못.

현대적(?)으로 복원한 동탑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한옥마을과 풍남문 건너편에 위치한 카페 JB Blue. 강력 추천함. 넓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내부를 장식한 미술품 역시 예사롭지 아니하다.
미륵사지에 관한 정보를 찾다가 이런 뉴스를 발견하였다.


섣부른 복원은 후대에 연구할 기회를 빼앗는다는 주장이 가슴에 와 닿는다. 폐허 위에 역사적 상상력이 깃들 여지가 있다. 미륵사지 석탑(동탑)과 부여 백제문화단지의 능사(오층 목탑) 모두 원형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미륵사지 동탑은 원래의 탑이 있던 그 자리에 지어버렸다는 것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