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30일 목요일

SK3875 앰플리파이어 칩 이야기

이베이 혹은 알리익스프레스를 뒤적거리다보면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적당한 가격의 앰프 보드만 계속 찾게 된다. 그 중에 SK3875라는 칩을 이용한 50W + 50W급의 보드나 앰프 완제품이 종종 눈에 뜨인다. LM1875 보드는 매우 허술해 보이는 제품이 많은 반면, SK3875 보드는 사용한 부품의 질이 꽤 좋아보인다. 쓰이지 않은 새 칩인지 혹은 기존의 기판에서 뜯어낸 것인지 모를 칩도 꽤 팔리고 있다. 이 앰플리파이어 IC의 내력을 알아보기 위해 아무리 검색을 해 보아도 이를 장착한 보드나 앰프 완제품에 대한 광고 외에 IC 자체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힘들다.
이미지 출처: http://www.electronica-max.com/detalles_Circuito-Integrado--SK3875-,4497,9,0.htm


간혹 패키지가 전혀 다른 5.5W audio power amplifier chip으로 알려진 SK3875가 검색 결과로 튀어나온다.

인터넷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칩은 산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서 LM1875와 같은 핀 배치를 갖지만 출력이 월등히 높다. 성능과 출력으로는 LM3875와 비견되지만 유일한 단점은 방열판과 접촉하는 면적이 작다는 것. 다른 회사(소니?)에 OEM으로 전량 납품된 것이라서 칩 자체가 단품으로는 시장에 나온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위조 칩도 없다는 글과 함께.. 공식적으로 시장에 풀린 적이 없어서 데이터시트도 돌아다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SK라는 마킹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제조사는 산켄이 맞을 것이다.

SK3875와 관련된 글 몇개의 링크를 소개한다.

http://www.diyaudio.com/forums/chip-amps/221885-my-first-gainclone.html
http://www.audioasylum.com/audio/tweaks/messages/5/50153.html
http://www.audioasylum.com/cgi/t.mpl?f=tweaks&m=50153

지금도 사무실 책상 위에서는 산켄 SI-1525HD로 만든 앰프가 음악을 울리고 있다. 데이터시트는커녕 내력을 알기도 어렵고 이미 오래전에 단종된 골동품과 같은 앰프 부품에 왜 이렇게 관심이 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고급 부품 또는 class A 앰프, 진공관 등에는 아직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2016년 6월 27일 월요일

Desk-Fi 혹은 책상 파이

Hi-Fi(High Fidelity)란 인간의 가청영역대(20~20,000 Hz)의 음원을 원음에 가깝게 재생하는 것을 뜻한다. 즉 모든 오디오 애호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이 용어를 응용하여 아직 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이지는 않지만 PC-Fi, Desk-Fi란 말도 생겨났다. PC-Fi는 주로 PC를 소스기기로 하여 Hi-Fi를 즐기는 것이고, Desk-Fi는 책상 위에 스피커를 얹어놓고 Hi-Fi를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책상 파이는 본격적인 음악 감상실(리스닝 룸?)을 갖춘 상황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우선 스피커와 청취자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고, 음악적 쾌감을 느낄 수준으로 음량을 높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주변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 내가 근무하는 공간은 실험실과 붙어있어서 각종 실험 장비의 작동 소음(전원선을 통해 유입되는 전기적 노이즈는 선물이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차선책으로 사무실에서는 헤드폰을 이용하여 음악을 듣는 사람도 많다. 단, 여러 사람이 같이 쓰는 사무실이라면 헤드폰 밖으로 음악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무 중에 헤드폰을 끼고 있으면 아무래도 업무를 위해 찾아오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성가시게 하지 마시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아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 책상 너머에서 나를 찾아오는 사람을 미리 알아보는 것과, 책상머리까지 와서 음악 청취에 열중인 사람에게 누군가가 왔음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 사이에서 방문자가 느끼는 마음의 거리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나는 독립된 사무실을 쓰는 사람이라서 스피커를 이용한 책상 파이에는 비교적 자유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휴일이나 저녁 늦게 옆 사무실 근무자가 퇴근한 다음에는 마음껏 음량을 높일 수 있다.

어제 집에서 꾸민 3단 콤비네이션 시스템(아래 사진의 번호 1)을 사무실로 가지고 나왔다. 이제는 잡다한 장비 중에서 골라 듣는 재미를 추구할 수준이 되었다. 비싼 거 한 방이면 이것들 전부를 대체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지만, 선을 끊고 납땜을 하는 재미 자체도 결코 거부할 수 없다. 좁은 책상 위에 너무나 많은 기기들이 올라와 있어서 뒤엉킨 케이블들로 정신이 없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1. NE5532 프리앰프 + 2 개의 칩앰프(TDA7266D, TDA2030A)
  2. 12AU7 진공관 헤드폰 앰프 겸 프리앰프
  3. SanKen SI-1525HD 하이브리드 IC를 이용한 앰프
  4. Behringer UCA-200 USB 오디오 인터페이스
  5. Thonet & Vander Vertrag 스피커(내부 앰프를 제거하여 패시브 스피커로 개조)

1번 앰프 '뭉치'는 1층에 프리앰프, 2층에 TDA7266D 보드, 그리고 3층에 TDA2030A(모노블록 2개)가 장착된 상태이다. 스피커 접속을 위한 바인딩 포스트는 2층에만 마련된 상태로서, 3층(TDA2030A)을 듣고 싶으면 여기에 접속된 악어클립을 2층 바인딩 포스트에 물어버리면 된다. 두 앰프에 동시에 전원을 인가할 일은 없으니 출력이 서로 충돌하여 꼬이지는 않는다.

최근의 관심사는 앰프 전단에 볼륨 폿 하나만 연결한 것과 프리앰프를 달아놓은 것이 실용적으로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가 하는 것이다. 체감하는 조작감은 아무래도 프리앰프를 통한 것이 더 낫지만, 이것이 단지 플라시보 효과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2016년 6월 26일 일요일

3단 복합 앰프

이것이야말로 명실상부한 복합 앰프(integrated amplifier?)이다. 맨 아래는 NE5532 프리앰프, 가운데는 TDA7266D 앰프, 맨 위는 TDA2030A 앰프이다.  TDA2030A는 초소형이지만  모노+모노 구조이다. 전체 시스템을 볼 것 같으면 고급 가정용 오디오에서 볼 수 있는 분리형 프리 + 메인 앰프와 같은 구성이다. 그러나 각 단을 전부 핫멜트로 붙여놓아서 뗄 수는 없다.




원래의 의도는 NE5532 프리앰프에게 볼륨 조절을 담당하게 하고, 이를 파워앰프 기판에 직접 연결하는 것이었다. 파워앰프 입력단에 볼륨 폿이 없으면 직접 연결하고, 있으면 최대로 놓으면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연결을 해 보니 파워앰프에 직결한 상태에서는 잡음이 꽤 많이 유입되었다. 마침 갖고 있는 다른 보드 중에서 가장 무난하게 매칭(?)이 되는 것을 찾은 결과가 바로 위와 같은 모습이다. 정말 우스운 모습의 복합 앰프가 탄생하였다.

약 반년간 집에서 열심히 굴리던 TDA7265 보드(아래 사진)는 잠시 쉬는 중이다. 대신 '나도 게인클론'이라고 주장하는 LM1876이 앰프 케이스 속으로 교대하여 들어갔다.


파워앰프 보드 입력단에 덜렁 포텐셔미터 하나만 달아서 음량을 조절하는 것보다는 전단에 게인이 거의 없는 프리앰프 보드를 연결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고 아주 순진하게 생각했었지만, 이를 실제로 시도해 보니 결코 쉬운 노릇이 아니다. 전원트랜스를 공유하는 것이 좋은가, 혹은 따로 쓰는 것이 좋은가? 같이 쓰는 경우 그라운드 루프에 의한 잡음 유입이 문제될 것 같기도 하다.

파워앰프 보드의 볼륨 폿을 최대로 하고 휴대폰을 Y-cable로 연결한 다음 소스쪽에서 볼륨을 조절해 보았다. 잡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프리앰프를 사이에 연결한 뒤 프리앰프의 볼륨 폿을 조절해 본다. 소리를 줄이니 잡음이 현저하게 들린다. 보드에 따라서 개별적으로 차이는 있다. 분명히 최적화된 상태는 아니다. 이를 어떻게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이것이 앞으로의 숙제이다.

NE5532를 이용한 프리앰프 보드

최근 네이버의 오디오·스피커 DIY  관련 카페의 중고품 판매 게시판에서 고급 납땜인두를 판매하는 글을 보았다. 여기에는 '재능 없는 일은 그만 둬야 할 것 같아서' 인두를 처분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나도 빨리 이러한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데.. 아직 그 때가 오지 못했다.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을 구별하지 못하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은 아니다. 나 역시 이러한 함정(간혹 이를 '개미지옥'으로 비유하기도 한다)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프리앰프보드에 관한 관심이 나를 이 지옥으로 이끌었다.


LP player를 소스로 쓰지 않는 이상 파워앰프로 입력되는 신호를 미리 증폭할 필요는 거의 사라졌다.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파워앰프 보드의 전단에 간단히 볼륨 폿을 달아서 쓰면 그만이다. 혹은 볼륨 폿이 아예 달려서 나오는 보드도 많다. 여기에는 물론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 예를 들어서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 볼륨 놉을 중간쯤(12시 방향)으로 올리면 잡음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 상태에서 임피던스가 가장 낮아서(높은 것이었던가?) 그렇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수식을 동반한 명쾌한 설명은 아직 보지 못하였다. 그러면 왜 나는 이 프리앰프 보드를 구입하였나? 호기심 + 볼륨 조절을 좀 더 편하게 해 보자는 의도였다.

판매자의 글에 의하면 첫번째  op amp는 버퍼 역할을, 두번째 op amp는 피드백에 의한 레벨 조절을 위함이다. 만약 볼륨 폿 하나만 덜렁 존재한다면 놉의 위치에 따라서 임피던스가 달라지지만, 이러한 프리앰프를 사용하면 항상 버퍼가 전단에 존재하므로 소스기기 입장에서 바라보는 임피던스는 변하지 않는다.

이 보드는 dual AC를 전원으로 요구한다. 파워앰프에 사용되는 전원트랜스를 같이 연결하니 잡음이 심하게 느껴져서 프린터의 전원으로 쓰이는 어댑터(DC 30V)에 저항과 캐패시터로 구성된 voltage divider를 만들어서 연결하였다. 몇 가지 앰프 보드의 조합을 가지고 테스트를 해 보았다. 지금까지의 결론으로는 앰프쪽의 볼륨 폿을 완전히 제거하고 프리앰프 보드를 연결하여 볼륨을 조절하는 것이 약간 부담스러웠다. 신호선 배선과 그라운드 처리 등 잡음 대책을 완벽히 세우지 않고서는 그렇게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기존의 앰프 케이스에 완전히 넣어버리자는 당초의 계획과 달리 독립된 장치를 만들게 되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앰프에도 연결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테스트를 하다가 한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소스-프리앰프-파워앰프가 연결된 상태에서 프리앰프의 전원을 차단하면 소스-파워앰프가 직결된 것처럼 소리가 난다. 난 당연히 중간에서 신호가 완전히 끊어질 것으로 생각했었다. '전원이 끊기면 입력을 출력으로 그냥 내보낸다'라는 것이 설계 개념은 아니었을 것이지만, 이는 의외로 매우 편리한 특성이다. 여러 통로를 거치게 되니 이 상태에서는 음질이 약간은 열화될지도 모른다. 나의 귀로는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케이스에 구멍을 뚫고 커넥터에 납땜을 하는 정도의 간단한 작업을 하면서, 오늘의 포스팅 도입 부분에 소개했듯이 이러한 일에 재능과 소질 없음을 또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프리앰프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은가? 호기심 충족은 충분하게 되었다. 그리고 진공관을 사용한 버퍼 프리앰프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억누르는 매우 충분한 효과를 누렸다.


2016년 6월 21일 화요일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발표된 논문들을 뒤지며

원문 복사 신청 서비스를 이용하여 가만히 사무실에 앉아서 이렇게 쉽게 예전에 발간된 논문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대학원 시절, 두꺼운 하드커버로 제본된 학술지를 일일이 찾아서 복사할 페이지를 메모로 적은 뒤 복사실에 산더미처럼 쌓아놓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다. 아래의 이미지는 오늘 부산대학교 도서관을 통해서 받은 논문의 첫페이지이다. 저작권 문제로 공개하거나 남에게 전달하면 안된다. 하단에 보인 단락은 초록이 아닌 본문이다.


Escherichia coli(대장균) HB101의 개발에 대한 내력을 조사하면서 재조합 DNA 기술의 역사를 써내려간 대가들의 당시 발표 논문을 꼼꼼히 읽어보고 있다. 학부 시절 미생물유전학(유전'체'학이 아니다)이라는 과목을 처음 배우면서 어렵게 느껴졌던 주제들을 이제 다시 들추어보자니 감회가 정말 새롭다. 지금은 당시 얻어진 실험 결과를 이끌어내는 원리를 기본적인 지식으로 알고 있지만, 53년 전에는 전혀 그렇지 않있을 것이다.

위에서 보인 논문의 마지막 문장은 이러하다.

"The manner in which this occurs is at the moment under investigation."

후속 논문에서 이 실험결과를 성공적으로 설명하였는가? 아직 그러한 후속 논문을 찾지는 못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2016년 현재의 분자생물학적 지식으로(이미 학생 시절에 다 배운 내용이므로...)이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는 있는가? 그렇지는 못하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2016년 6월 14일 화요일

metAMOS 설치로 뜨겁게 보낸 초여름

MetAMOS: a modular and open source metagenomic assembly and analysis pipeline(Treangen et al. Genome Biology 2013, 14:R2)의 논문 첫페이지 오른쪽 단 아래에서 세번째 줄에는 이 도구가 bioinformatics expertise가 없는 연구자를 위해 제공되는 push-button solution이라고 하였다.

정말?

최소한 python을 모르는 사람은 이 프로그램을 설치조차 하기가 너무 어렵다. 나 역시 python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아니다. 대략 이 줄이 주석처리가 되었구나, 변수 선언이 잘못되었구나 하는 정도만 이해하는 수준이다. 이 방대한 프로그램이 돌아가기 위해서 미리 환경을 갖추는 일(python 2.7, gcc 4.7..)도 보통 수고가 아니었고, INSTALL.py 스크립트에 잘못 기록된 프로그램 다운로드 링크를 수정하지 않으면 설치가 완결되지 않는다. KOBIC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결코 내 서버에 이것을 설치하지 못했을 것이다.

6월로 접어들면서 이제서야 첫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것도 설치와 테스트에 눈알이 빠지도록 고생을 했기 떄문이다. 그 덕분에 아직 python으로는 스크립트 한 줄도 쓰지 못하는 실력이지만 그동안 항상 궁금했던 것 - 어떻게 python library를 설치하고 관리하는가 - 에 대해서 정말로 실용적인 지식을 쌓게 되었다.

거대 genome assembly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당연한 수순인지 모르겠지만, 미생물 유전체를 일루미나 방식으로 시퀀싱한 결과물을 k-mer abundance 및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 것이 나에게는 얼마나 큰 발전인지 모르겠다. 망친 de novo assembly의 가장 큰(haploid genome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어쩌면 '대부분의' 실패 경우에서) 이유는 오염때문이라는 것은 그렇게 썩 만족스럽지는 않은 결론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