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7일 금요일

올해의 오디오 DIY 계획



요즘은 사무실에서 낙소스 웹 라디오를 연결하여 첼로 실내악을 듣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1. 진공관 추가 구입: 여러가지 실험을 위해 6N2P-EV를 ebay에서 구입. 아직 배송이 완료되지 않았다.
  2. 14GW8(PCL86) 초삼결 앰프의 초단관 교체해 보기. 초단관으로 쓰이고 있는 12DT8을 러시아산 6N2P로 바꾸어 본다. 이를 위해서 히터 전원을 병렬로 연결하는 개조를 해 본다. 단 히터의 접지 상황이 좀 이상해지므로 노이즈가 더 발생할지도 모른다. 현명하지 않은 개조였다고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3. 최초의 진공관 싱글 앰프 자작: 네이버 카페의 6P1P 싱글앰프(2W+2W) 공동제작에 참여하였다. 물품은 3월 초에 도착될 예정이다. 남편의 장난감 구입을 선뜻 허락한 아내에게 감사를! 모든 면에서 14GW8 초삼결 앰프의 적수가 되지 못하겠지만, 내 손으로 직접 납땜하여 만든 책상용 소출력 앰프를 갖고 싶었다. 
  4. 칩 앰프에 옷입히기: 허름한 반찬통, 혹은 기판 서포트만 겨우 끼워서 세워놓은 간이 앰프들에게 제대로 된 케이스를 입혀 보자. 단자류의 부품이 소량 필요하다. 되도록 국산품을 쓰고 싶지만, 알리익스프레스에 너무나 싸고 멋진 부품이 많다. 스피커 출력단자(바인딩 포스트), 입력용 RCA 단자, 3.5 mm 스테레오 플러그, 전원 어댑터 잭 등이 필요하다.

2015년 2월 21일 토요일

자전거 안장과 타이어 교체

'요즘도 자전거 타세요?'

지금도 주변에서 종종 듣는 질문이다. 2005년 네이버에서 처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하던 당시 나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자전거였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자전거를 타고 편도 약 10 km를 달려 출퇴근을 하였다. 넘어져서 턱이 찢어져 병원에서 바느질을 한 적도 있었고... 이렇게 3년 정도 열중을 하다가 열정이 점차 식으면서 자전거 출퇴근을 그만 둔 것이 아마도 7-8년 전? 그러나 당시의 이러한 모습이 주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봄도 다가오고,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하기 위해 설 연휴가 끝나면 다시 자전거 출퇴근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KAIST 옆 페달파워에 가서 벨로 VL-1475 안장을 구입하였다.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훨씬 더 싸게 장만할 수 있었겠지만, 당장 월요일부터 자전거 출퇴근을 재개하려면 근처 매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동안 사용하던 순정품 안장은 단면이 너무 둥글어서 엉덩이가 편하지 않았다. 자전거에서 떼어낸 구형 안장을 촬영해 보았다.

다음으로는 오랫동안 방치된 630 클린처 앞휠을 꺼냈다. 타이어는 흥아 27x1-1/16인치 제품이 장착되어 있다. 지금은 700C 규격이 생활용 로드차에 끼워지고 있지만, MTB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27인치가 사실상 표준이었다. 이것과 튜블러 휠셋을 교대로 써 왔었다. 연습삼아 타이어를 바꾸어 끼우다가 힘에 부쳐서 비드를 림 안에 다 밀어넣지 못한 상태로 몇년을 그대로 두었다. 그 사이에 자전거에 대한 열정이 식어서 몇년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었다. 자전거 앞바퀴로는 튜블러 휠이 끼워져 있었고. 오늘 클린처 휠의 타이어를 겨우 끼우고 펌프질을 해도 도무지 부풀지가 않는다. 여분으로 갖고 있던 튜브로 교체하기 위해 꺼내어 보니 옆으로 길게 찢어져 있었다. 아마도 타이어를 끼우다 말고 그냥 두었더니 튜브가 림과 타이어 비드에 찝혀 있었던 모양이다.

로드 바이크 타이어를 끼우는 것은 아직도 힘들다. 오늘에야 비드를 마지막으로 림에 밀어넣는 방법을 알게 된 듯. 타이어를 끼울 때에도 타이어 레버가 유용함을 오늘 알게 되었다. 타이어가 너무 오래되어 옆면의 백테(원래 연노랑색인데 이제는 갈색에 가깝다)가 탄성을 잃고 부스러진다. 갑자기 찢어지거나 터지지는 않겠지만 교체용 타이어와 튜브를 준비해 놔야 되겠다.


내일은 안장 위치와 각도를 결정하여 완전히 고정을 하고 체인에 기름도 칠해야 되겠다. 자전거를 타게 되면 아끼는 기름값 이상으로 부품이나 용품에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건강과 생활의 활력을 얻기 위한 투자로 생각하자.




2015년 2월 18일 수요일

진공관 교체

갑자기 앰프의 왼쪽 채널이 나오지 않는다. 소스의 좌우를 바꾸어 보고, 초단관을 서로 바꾸어 보았으나 달라지지 않는다. 여분으로 갖고있던 출력관 PCL86으로 바꾸니 비로소 소리가 나온다.

히터에 불이 잘 들어온다고 해서 상태가 온전한지를 알 수는 없는 노릇. 정말 완전히 망가진 것이 맞을까? 다시 문제를 일으킨 진공관을 왼쪽 자리에 꽂고 전원을 넣어 보랐다. 진공관은 전원을 넣어도 캐소드가 달구어져야 서서히 소리가 나온다. 보통 20초 정도 걸린다. 그런데 이 진공관은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퍽'소리와 함께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끌 때에도 비슷하다. 수명이 다 된 진공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세는 아닐 것이다. 게터도 아직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 열심히 들은지 이제 일년이 된 진공관이 이렇게 되다니.

이베이에서 여별로 사 놓은 진공관이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10개 사다놓은 것을 그냥 갖고있을 것을... 평생을 갖고 있어도 다 쓰지 못할까봐 6개를 처분하였었다.

사무실 책상용 소출력 진공관 앰프를 하나 더 꾸미려는 야망이 갑자기 수그러든다.

2015년 2월 15일 일요일

첨밀밀과 선셋 대로

오래 된 영화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본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아들이 구해다 놓은 DVD를 요즘 주말마다 한두개씩 재생해 보는 것이 요즘 새롭게 생긴 취미이다. 오래된 PC를 DVD 플레이어 대신 TV에 연결해 놓고서. OS는 여전히 비스타이다.

영화 내용은 잘 모르면서 삽입된 노래로만 알고있던 <첨밀밀(국내 97년 개봉)>을 이제서야 보았다. 중국 본토인들이 홍콩으로 이주하여 어려운 여건 속에 성공을 꿈꾸고자 하나 홍콩의 중국 반환, 그리고 중국 본토의 경제 부흥 등 계속되는 여건 변화 속에 주인공들의 사랑이 어렵게 이어지다 긴 시간이 흘러 등려군의 사망 소식이 흘러나오는 상점의 TV 앞에서 이들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주인공 중 하나인 소군(여명 분)의 고모가 젊었을 때 단 하룻밤의 사랑으로 끝났을 뿐인 유명 배우 윌리엄 홀든에 대해 평생 품고 있는 연모의 정 역시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이다. 등려군은 두 남녀의 인연을 만들고 이어주는 대단히 중요한 존재로 작용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둘이 극적으로 재회하는 장면이 나온 뒤 다시 처음 시작 부분으로 되돌아가서 본토를 떠나 홍콩으로 오는 기차에서 두 주인공이 머리를 뒤로 맞대고 자면서 같이 떠나왔음을 보여줄 때 '아! 저 둘은 처음부터 저렇게 깊은 인연이 있었구나'하는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내가 개봉 당시에 이 영화를 보았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감정-그러나 지금보다는 설익은 감정-이었을 것 같다. 4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서 이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되니 좀 더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러고 나서 깊은 생각없이 집어든 DVD는 <선셋 대로(1950)>였다. 주연 배우가 누구인지, 멜로물인지 액션물인지 아무런 정보나 편견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였다. 아니, 윌리엄 홀든이 주연이다! 바로 몇 시간 전에 본 첨밀밀에서 소군의 고모가 평생을 그리워했던 그 배우가 나오고 있었다. 느와르 영화의 하나로, 왕년의 유명 여배우 저택 수영장에서 총에 맞은 채로 발견된 주인공이 자기가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서 나레이션을 하며 전개하는 방식은 영화 개봉 이후 6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보아도 매우 신선하였다. 과거의 명성이 여전할 것으로 착각하며 화려한 재기를 꿈꾸는 주연 여배우 글로리아 스완슨(노마 데스몬드 역,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의 광기어린 연기는 정말 대단하였다.

고전 영화에 대하여 아직까지는 큰 흥미를 가지지 않았으나, 이번 영화 감상을 계기로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노마 데스몬드'가 회귀하고 싶었던 무성영화와 토키영화의 전환 시대 직전에 대해 좀 더 알려면 다음 글을 읽어봐야 되겠다.

10 Lessons we learned from filmmaking int the 1920s.


12DT8 대신 6N2P를 쓰기 위한 히터 전압 변경 아이디어[2]

3일전 작성한 글 "12DT8 대신 6N2P를 쓰기 위한 히터 전압 변경 아이디어[1]"를 실현에 옮기고자 앰프를 열어보았다. 6NP2는 이제 배송에 들어갔으니 아직 내 손에 입수되려면 여러날을 더 기다려야만 한다.

아직 불분명한 점이 남아있기는 하다. PCL86의 정격 히터 전압은 도대체 얼마인가? Radiomuseum에서는 14.5 V라고 되어있고, 또 다른 데이터 시트에는 13 V라 되어 있다. Radiomuseum의 본문을 상세히 살펴보니 제조업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3 - 14.5 V 범위를 허용한다고 되어 있다(13 bis zu 14,5 Volt).

어찌되었든 오늘의 관심은 PCL86이 아니고 12DT8이니 이것에 대해서만 논하기로 하자. 위에 올린 손으로 그린 스케치에 나타냈듯이 4개의 진공관에 대해서 히터 전압을 공급하기 위한 공통선이 전부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스위치를 이용하여 12DT8 위치의 진공관에 6 볼트를 공급하게 만들려면 전선을 끊어야 할 포인트가 여러 곳에 있다. 만일 모든 진공관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전선 두 개를 따로 빼서 히터에 전압을 공급하였다면 개조가 좀 더 편하겠지만, 앰프 제작자가 처음부터 그런 비능률적인 배선을 할 이유가 없다.

3일 전 포스팅을 바탕으로 새로 그림을 그려 보았다. 다음과 같이 회로를 수정하여 6P 스위치를 넣으면 된다.


말이 되는가?

말이 된다.

[2015년 2월 23일 추가 기록]
이 글타래의 시작 부분에서 밝혔다시피 12A*7 계열의 진공관을 쓰던 회로에 6N2P를 끼우기 위한 회로 변경 아이디어를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6.3볼트의 히터전압을 사용하는 앰플리파이어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내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원래 12.6볼트를 쓰게 되어 있는 앰플리파이어에 대해서 6N2P 두개를 직렬로 연결하여 히터전압을 반분하자는 것이었다.

지난 수일 동안 이 아이디어를 다시 검토해 보았다. 산술적으로는 6N2P에 정격 히터 전압을 걸어줄 수 있지만, "히터 접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현재의 구성으로는 6N2P 중 어느 하나의 히터만 접지가 된다는 것이다. "히터는 병렬 연결 후 어느 한쪽을 접지"한다는 원칙을 지킬 수가 없는 것이다.

검색을 통해서 한국진공관앰프자작동호회에 공개되어 있는 글을 하나 찾았다. 이것을 보면 히터로 연결되는 전선 양단에 47옴 저항을 통해서 접지를 하는 테크닉이 나와 있다. 이것을 적용할 수 있을까? 내 앰프처럼 12볼트와 14볼트가 혼재된 상황에서도 가능할까? 

해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극약처방으로서 아예 별도의 트랜스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2015년 2월 12일 목요일

12DT8 대신 6N2P를 쓰기 위한 히터 전압 변경 아이디어[1]

먼저 나는 진공관 앰프를 소장한지 이제 딱 1년이 된 초보자임을 밝혀 둔다. 나의 진공관 앰프는 초단관으로 12DT8(Radiomuseum데이터 시트), 출력관으로 PCL86(Radiomuseum)을 사용한 '초삼결(Super Triod Connection circuit, STC)' 앰프이다. 이 글에서 주제로 삼고 있는 히터 전압 문제는 제외하더라도 12DT8(gain 60)의 대체품으로 12AX7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gain이 동일한 12AT7이 12DT8의 대체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다른 특성으로 판단한다면 12AU7(gain 19)가 더 적합하다는 글도 보인다. 참고로 12AX7의 gain은 100이다. 12AX7 계열 진공관 계열의 호환성을 보여주는 간단한 특성 비교표는 여기를 참조하라. 국내 사이트에 올라온 초단관 12AX7 관련 자료도 하나 소개한다(원본 사이트는 아님). 여길 참조하면 12AX7 대신 12AU7을 쓸 수 있다 하고, 내 앰프의 제작자께서는 12DT8 대신 12AU7을 쓸 수 있다 하시니, 그렇다면 12DT8 대신 12AX7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약간은 비약이지만 전혀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12AX7 계열은 동등한 히터 전압을 사용하므로 같은 계열이라면 회로의 수정을 하지 않고도 소켓에 그냥 끼워넣으면 된다. 그러나 12DT8을 쓰던 앰프에는 그냥 끼워 넣을 수 있는 'drop-in replacement'가 아니다.

12AX7은 다음 그림의 왼쪽처럼 4번과 5번 핀에 12.6 볼트를 연결해도 되고(9번 핀은 개방), 혹은 오른쪽처럼 6.3 볼트를 각각의 히터에 연결할 수도 있다. 그림은 Radiomusium에서 빌려왔다.
http://www.radiomuseum.org/tubes/tube_12ax7.html
내 앰프의 12DT8에서는 4번과 5번에 12 볼트가 걸린다는 것을 테스터로 찍어서 확인하였다. 앰프를 열어서 확인해 보니 소켓의 9번 핀에는 아무것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 12DT8의 9번 핀은 원래 잡음 감소를 위한 shield로서 접지에 연결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따라서 내 앰프에서는 12DT8을 빼내고 12AX7 계열을 그대로 꽂아도 히터 전압은 정상적으로 공급된다. 만약 9번 핀이 접지에 연결된 12DT8 회로에 12AX7을 꽂으려면 진공관의 9번 핀을 잘라내면 된다고 한다.

12AX7은 현재도 생산되고 있지만, 오래전에 만들어진 '명품관 혹은 빈티지관'이 들려주는 소리가 매우 좋다고 한다. 물론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실속있는 관으로는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6N2P이라는 관이 있다. 문제는 4번과 5번 핀에 12.6 볼트가 아니라 6.3 볼트의 히터전압을 걸어줘야 한다는 것. 6.3 볼트를 사용하는 12AX7 회로에 6N2P를 쓰기 위하여 간단한 스위치를 달아주는 아이디어를 구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나의 사례로서 jalbum 사이트에 소개된 아이디어의 링크를 걸어본다.

구 소련시절에 만들어진 군용 6N2P는 매우 가격이 저렴하다. 내 진공관 앰프에 약간의 '장난질'을 해 보고자 오늘 아침 ebay에서 6N2P 8개를 $10.95에 즉시구매를 해 보았다. 배송료는 $10이다. "12DT8 대신 6N2P를 쓰겠다고? 히터 전압은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몰라도 다른 부품을 수정하지 않고는 말도 안되는 시도다!"라고 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그렇다. 어떤 문제가 생길지 난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잘못된다 해도 크게 손실을 입을 만한 것은 없다. 또 6N2P는 활용 가능성이 많은 진공관이니 몇 개 갖고 있다고 해도 문제는 안될 것이다.

자, 그러면 다른 특성이 다름은 일단 고려하지 않고 히터 전압만 맞추어 보자. 초단관이 두 개 쓰이므로 전원 트랜스에서 나오는 12 V를 각 히터에 직렬로 연결하면 전압이 반으로 나뉘므로 이것으로 끝이다. 히터로 연결되는 선말 잘라서 다시 이으면 된다. 그렇다면 스위치를 이용해서 12DT8 혹은 6N2P 어느 것을 초단관 위치에 두더라도 이에 알맞은 히터 전압이 나오도록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를 펼쳐놓고 스케치를 해 보았다. 간단한 퍼즐 맞추기 비슷한 일인데... 어라, 머리를 좀 써야 되네? 최종 답안을 얻는데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렸다.


회로도 그리는 프로그램 없이 그림을 그리느라 정말 힘들었다!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는데 굳은 머리를 쓰려니 쉽지 않았다. 혹시 오류는 없을까? 몇번이고 점검해 보았는데 오류는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나저나 나의 자작 1호기는 언제나 탄생할까? 1년짜리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천천히...

[추가 작성]
회로의 개조나 핀 절단 등이 귀찮은 사람을 위한 소켓형 어댑터는 이미 ebay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다만 기존의 회로와 대치품 진공관에 맞추어서 잘 골라야 한다.


NCBI WGS 등록 단계에서 서열 점검 작업이 좀 더 까다로와지다

NCBI에 WGS로 매번 서열을 등록하다보면 웹 인터페이스가 점점 복잡해지고 좀 더 많은 영역에서 세심하게 점검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 2012년도에 등록하여 공개했던 고온성 효모의 scaffold 정보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몇 개의 contig가 연결된 결과물을 새로 등록을 했더니 당시에는 아무런 지적이 없었던 일부 짧은 contig들을 제거하라는 오류 메시지가 배달되었다. 당시에도 세균 유전체 오염이나 어댑터 등에 대해 충분한 검증을 거친 뒤 등록을 완료했던 서열 뭉치였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동일한 서열에 대해서 오염이라는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만큼 오염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레퍼런스 데이터베이스가 더욱 충실해졌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BioProjects, BioSamples, WGS 전부 인터페이스가 수시로 바뀐다. 하물며 내가 자료를 거의 등록하지 않는 다른 섹션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단순한 변경이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현실이 이러하니 등록 화면을 캡쳐하여 교육용으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매번 기록을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새로 등록 혹은 업데이트를 할 일이 생겼을 때, 그저 NCBI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새로 바뀐 인터페이스를 접하고 잠시 혼란에 빠져들었다가, 설명을 찬찬히 읽어보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이메일을 보내면 신속하게 답장이 온다.

Annotation이 없는 WGS를 다룰 때에는 항시 오염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번에 삭제하라고 요청이 온 짧은 contig는 미토콘드리아 서열로 여겨지는 것들이었다. 만일 functional annotation을 충실히 했다면 당연히 서열 등록 전에 내가 걸러냈어야 한다. NGS 기술 덕분에 예전에는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대량의 데이터를 적은 비용으로 생산하게 된 것은 대단히 즐거운 일이지만 그만큼 만들어진 데이터를 하나하나 음미하고 철저히 점검하는데 들이는 시간은 줄어든 셈이다. 완전히 연결된 하나의 고리 형태로 세균의 염색체를 만들어 내던 시절에는 간혹 남아있는 오염 데이터를 그대로 등록할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contig가 100개 혹은 그 이상으로 많이 다루게 되면 상대적으로 이런 점검 작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NGS 시대의 '빛과 그림지'에 해당하는 현상이다.

KOBIC 생명정보 강좌 도중에 몇 자 적었다. 죄송합니다, 강사님^^

2015년 2월 11일 수요일

다시 진공관 앰프에 관심을 갖다

생애 처음으로 진공관 앰프란 것을 들인 것이 작년 구정 연휴 시작 무렵이었으니 이제 꼭 1년이 되어간다. 이것저것 대상을 가리지 않고 관심을 갖는 성격 덕분에 진공관 앰프 외에 가격이 얼마 하지 않는 칩 앰프 몇개를 들여서 거실과 사무실에 가져다 놓고 열심히 듣고 있다. 물론 진공관 앰프는 침실에서 튜너를 소스로 하여 취침 시 여전히 좋은 벗이 되어 준다.

음악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방법이 있겠다. 그러나 음악의 생산 측면에서 실제 종사하거나 취미 수준으로라도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음악의 '소비' 측면을 즐기게 된다.

음악의 '소비'라고 하면 좀 이상하니 '감상'이라고 해 두자. 여기에도 여러가지 활동이 있을 수 있다. 좋은 음반이나 음원을 찾는 사람, 좋은 오디오를 찾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디오를 직접 만드는 사람. 약간의 공돌이 기질이 있는 나는 가장 마지막 활동을 해 보고 싶다. 납땜은 조금 할 줄 알아서 장난삼아 CMoy 헤드폰 앰프를 만든다거나, 보드 형태로 구입한 앰프에 볼륨과 입출력 단자를 다는 정도는 해 보았다.

진공관 앰프는 비교적 구성이 단순하고, 개성을 살려서 나만의 앰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생각된다. 완제품 보드를 사서 트랜스만 구입하여 섀시를 꾸미는 것도 가능하고, 손수 섀시를 구비하여 구멍을 뚫고 러그판에 납땜을 해 가면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성은 단순하지만 좋은 부품이나 관은 상당히 비싸다는 것. 특히 트랜스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소출력 싱글 앰프를 계획한다면 능률이 좋은 스피커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작년부터 나만의 진공관 앰프를 만들어 보겠다고 나름대로 알아 보았지만, 그런거 하지 말라는 진공관 제작자의 충고에 잠시 보류한 상태였다. 어떻게 만들든 소리야 나지만 만족스럽지 않을거라고. 맞는 이야기이다. 전문 제작자가 정성들여 만들어서 험 하나 없는 앰프를 항상 들어왔으면서, 서툰 솜씨와 선별되지 않은 부품으로 만든 앰프에 어떻게 만족하겠는가?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자기 손으로 끓인 라면이나 직접 만 김밥이 먹고 싶을 때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집에서 라면 하나 끓인다고 5만원 10만원이 드는 것도 아니니... 그래서 되도록이면 단순한 진공관 앰프 회로를 찾아보니 초단관이 쓰이지 않으면서 출력도 비교적 높게 나오는 UL 결선의 피콜로 앰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침 PCL86 관도 여분으로 갖춘 것이 4개나 있으니...(10개 샀다가 6개는 처분하였음)

새 앰프를 만들기 전에 기존의 앰프에 조금 손을 대 보는 것도 보람된 일이다. 초단관을 약간 게인이 높은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요즘 발동하고 있다. 가격이 높은 빈티지관은 물론 고려 대상이 아니다. 12AX7과 호환된다는 러시아제 6N2P의 음질이 좋다지만 히터전압이 다르니 개조가 필요하다. 이것이 본격적인 새 앰프 제작 전의 개조 연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핀 배열과 히터 전압에 대한 상세한 사항은 추후에 조사하여 정리해 보겠다.

2015년 2월 9일 월요일

TDA7297 칩앰프는 사무실에서 근무 중


입력단자(3.5mm 폰잭)의 납땜이 너덜거리는 것을 발견하여 정말 오랜만에 인두를 들고 보수를 위한 납땜을 하였다. 12V 1A 어댑터를 연결하여 사무실에서 음악을 재생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 PCL86 초삼결 앰프를 들이면서 오디오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진공관 앰프 이외에 3개의 저가 칩앰프를 가지고 여가 시간을 즐겁게 보내왔다. 실제로는 PAM8610 초소형 칩앰프도 하나 더 구입했었지만 잡음 문제로 도저히 사용 불가라서 부품통에 버려져 있다.

자작 본능을 충족할 오디오 관련 프로젝트를 하나 더 추진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마땅한 대상이 현재 없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아직 손을 대 보지 못한 것은 스피커 시스템이다. 그러나 자작을 하면 무엇을 하나. 줄줄이 늘어놓고 취향대로 골라 듣기에는 공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집이나 사무실, 마땅한 환경이 없다.

당분간은 감상에나 집중해야 되겠다.

biosequence의 전환: gb_to_gff.pl과 Readseq

주로 세균 유전체만을 다루어 오다가 효모 유전체로 범위를 넓힌지도 꽤 되었다. 내가 즐겨사용하는 효모 유전체 자동 주석화 서비스로는 Yeast Genome Annotation Pipeline(YGAP)이 있다. Contig 서열만 넣어주면 매우 신속하게 분석 결과를 제공해 준다. 잘 정리된 효모 유전체만을 비교 대상으로 하기에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고, 현재와 같은 효모 속/종 분화기 이루어지기 전의 원시 유전자에 대한 대응 정보도 산출하여 준다.

여기서는 자체 format의 annotation 정보 파일 및 GenBank/EMBL 파일도 결과물로서 제공한다. 문제는 tophat 등의 후속 분석에 쓰려면 GTF 혹은 GFF 파일이 필요한데, GenBank에서 이를 만들어 내려면 상당히 번거로운 스크립트를 짜야만 한다.

BioPerl을 활용하여 내가 만든 스크립트는 GenBank에서 CDS 혹은 translated sequence를 FASTA 형태로 출력하는 것, 혹은 FASTA 형식의 서열 파일을 여러가지로 조작하는 것이 전부였다. GenBank 파일을 GFF로 변환하는 도구는 무엇이 있을까? artemis와 같은 GUI tool에서 Save An Entry As 기능을 쓰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에 여러개의 파일을 처리하기가 곤란하다. command line interface에서 일괄작업을 돌릴 수 있는 유틸리티가 필요하다.

내가 가장 즐겨쓰는(솔직하게 말하자면 쓸 줄 아는 유일한) 도구인 BioPerl을 사용한 방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검색을 해 보았다. bioperl-live/exmple/tools에 gb_to_gff.pl이라는 예제가 있다.

#!/usr/bin/perl
use strict;
use Bio::Tools::GFF;
use Bio::SeqIO;
my ($seqfile) = @ARGV;
die("must define a valid seqfile to read") unless ( defined $seqfile && -r $seqfile);
my $seqio = new Bio::SeqIO(-format => 'genbank',
                           -file   => $seqfile);
my $count = 0;
while( my $seq = $seqio->next_seq ) {
    $count++;
    # defined a default name
    my $fname = sprintf("%s.gff", $seq->display_id || "seq-$count");
    my $gffout = new Bio::Tools::GFF(-file => ">$fname" ,
                                     -gff_version => 1);
    foreach my $feature ( $seq->top_SeqFeatures() ) {
        $gffout->write_feature($feature);
    }
}
대단히 단순한 스크립트다. 실행을 해 본 결과 YGAP가 생성한 GenBank 파일에 대해서 잘 작동한다. $seq->top_SeqFeatures() 메서드가 핵심 기능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내가 사용하던 $seq->SeqFeatures()와는 무엇이 다른지 공부를 해야 되겠다. 

이보다는 좀 더 세련된 형태의 전환기는 없을까? 조금 더 검색을 해 보니 Readseq라는 유틸리티가 나온다. Java로 만들어졌으며 GUI 환경도 갖추고 있으나 개발된지 너무 오래되어 GFF3는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공용 소프트웨어로서 사용에 제한이 없다.

Biological sequence에 수반되는 feature를 기술하고 교환하는 포맷이 정해져 있다 하여도 실제로는 많은 변형(방언? 사투리?)이 존재하여 완벽한 호환을 어렵게 한다. 이를 감안하여 되도록 표준안을 준수하는 버릇을 들여야 될 것이다.

2015년 2월 5일 목요일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연수리를 방문하다

용문면 연수리. 대한성공회 동대문교회에서 학생회 활동에 열심이던 중고등학교 시절, 방학 때마다 수련회 장소로 자주 방문했었던 연수리 교회가 있는 곳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수리 교회의 뒤켠에 있던 주택을 인수하여 수련관으로 사용한 것이다. 청량리역에서 비둘기호를 타고 용문역에 내리면 연수리 교회까지는 약 6-7 km의 거리였다. 버스가 하루에 몇 차례 다니지 않아서 삼박사일 동안 먹을 식량과 짐을 들고 두시간 정도를 걸어가기도 했었다. 학생회 지도교사와 같이 논의하여 수련회 프로그램을 짜서 신부님께 결재를 받으며 때로는 야단도 맞았다. 중요한 행사를 위해 미리 기도할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급하게 계획안을 가져 온다는 이유였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타당한 이유이지만 당시 어린 마음에는 신부님께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당번을 정해서 돌아가면서 서툰 솜씨로 장작을 피워 식사를 준비하고, 직접 구성한 교육과 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일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어느해 겨울에는 천호동 교회 학생들과 연합으로 행사를 가서 너무 열심히 눈싸움을 하다가 감정이 너무 고조되어 진짜 싸울뻔한 일도 있었다. 그렇게 여러번을 연수리를 오가면서도 오래된 은행나무로 유명한 용문사는 한번도 가 보지를 않았었다.

평소에는 용평 리조트에서 열리던 유전체학회 겨울 심포지움이 이번에는 강원도 홍천군 대명리조트에서 열렸다. 대전에서 출발하여 생전 처음 지나는 고속도로를 타고 양평 IC로 빠져나오니 용문으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연수리 교회의 추억이 서린 곳.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용문사와 더불어서 한번 들러보아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니 연수리 청소년 수련원이 나온다. 예전에 수련장으로 쓰이던 곳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같았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출발하였다. 버스가 다니는 큰 길에서 콘크리트가 깔린 비좁은 농로로 600미터를 더 가니 현대적인 건물이 보인다. 여기가 30여년 전에 수련회를 왔던 곳인가? 수련원 마당에 차를 세우고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냇물이 흐르던 옛날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데 이곳을 관리하시는 분이 나오셨다. 평안한 표정의 관리인 아저씨는 손님들로 며칠간 바쁘다가 모두 퇴실을 하여 잠시 한가한 틈에 쉬는 중이셨다고 한다. 나를 보시더니 낯이 익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동대문 교회를 다니신 적이 있으며 우리 가족들을 기억한다고 하셨다. 커피를 얻어 마시며 이곳의 연혁과 서로 추억하는 동대문 교회 신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당시 쓰던 수련관 건물은 이곳이 아니라고 하셨다. 일반인 이용자가 꽤 많아서 재정 상황도 이제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버스가 다니는 큰 길가로 나가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새로 지어진 연수리 교회가 있는데 주일이면 신도가 35명 정도 출석한다고 하셨다.

다시 차를 몰고 큰 길로 나가 보았다. 어디에도 교회 위치를 알리는 푯말은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교회 위치를 검색하여 다시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였다. 이번에도 돌담 사이의 좁은 골목길로 차를 인도한다. 잘못 들어갔다가 차를 돌릴 수나 있을지 걱정을 하며 내비게이션의 안내와 감에 의지하여 조금 들어가니 방향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고, 이를 따라 수십 미터를 더 가니 2013년에 새로 지어진 아담한 교회가 눈에 나타났다.




낡은 한옥이던 연수리 교회가 이렇게 새단장을 하다니... 교회 바로 옆으로 돌아가면 예전 수련관이 있던 곳이란 말인데 과연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교회 마당을 지나니 예전에 세수를 하고 멱을 감던 개울이 드디어 보인다. 바로 여기였구나! 그러나 수련관이 있던 곳으로 생각되는 곳은 양옥들과 절이 들어서 있었고 줄에 묶인 개가 나를 보고 허허롭게 짖어댔다. 그렇지. 어느해 여름이었던가, 길가의 돌을 골라내는 봉사활동을 하다가 땅벌집을 건드려서 손가락과 장딴지에 두 방을 쏘여서 한참 고생을 했었다.

모친께 전화를 했다. '어머니, 제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세요? 연수리 교회!' 어머니는 현재의 청소년 수련관을 운영하는 분의 가족과 잘 아신다면서 반가워 하셨다.

다음 목적지는 천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다는 용문사이다. 집에 전화를 하니 아내는 한적한 평일 오후에 출장지에서 곧바로 귀가하지 않고 혼자서 여행이라니 갱년기라도 왔느냐면서 참 별일이라고 하였다. 용문사 초입은 관광지로 개발이 되어서 볼거리와 편의시설이 잘 정비가 되어 있었다. 매표를 하고 일주문을 지났다. 얼마나 올라가야 절이 있을까? 논산 관촉사럼 들어서자마자 대웅전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설마 4-5 km는 되는 것은 아니겠지?

시간을 너무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 걸음을 빨리하였다. 절로 향하는 길은 산책하기 좋은 정도로 적당한 오르막이다. 날씨가 포근하여 땀이 나기 시작한다. 겨울이라 지금은 얼었지만 길 가장자리에는 물이 흐르는 모양이다. 매표소로부터 1.5 km 정도를 걸었을까? 새로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천왕문 - 안에는 사천왕상이 아직 모셔져 있지 않고 대신 사진이 걸려 있다 - 곁으로 드디어 그 유명한 천연기념물 30호 용문사 은행나무가 보인다.

추정되는 수령은 1100년. 그러면 이 나무가 심겨진 서기 900년 경은 고려가 건국(918년)된 즈음이다. 정말 신라 마지막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망국의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은 것일까? 수령은 길게는 1500년까지도 추정된다 하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은행잎 모양으로 만든 시설물이 있다. 여기에 사람이 올라서서 은행나무를 뒷 배경으로 삼아 사진을 찍게 만든 포인트인 듯. 

인증샷 하나 남긴다. 팔이 가제트처럼 길어지지 않으니 배경의 은행나무가 너무나 크게 나올 수밖에 없다. 

절에 왔으니 대웅전 사진을 남기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바로 곁의 지장전에서 흘러나오는 독경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내부를 들여다보지는 못했으나 그 느낌으로 보아서 녹음된 것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필경 '라이브'였으리라.





2015년 2월 2일 월요일

꿈과 가능성의 단편들은 이제 추억이 되어...

올들어 새롭게 정비하여 문을 연 나의 웹사이트(http://genoglobe.com/)의 웹메일 보내기 양식을 통해서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져 있었던 대학 동아리 후배가 소식을 전해왔다. 현재는 IT 계열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아마추어 천문가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는 천문 프로그램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2013년에는 <성도와 밤하늘>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 송숙희 씨의 <인포프래너>가 떠오른다. 인포프래너란 information + entrepreneur의 합성어이다.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하며 100세까지 평생현역으로 사는 법'이라는 책의 부제에 모든 것이 명확히 드러나 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신 박사야말로 바로 진정한 인포프래너가 아닐까 싶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그러니까 1970년대 후반에 금성출판사의 학생과학백과 제1권 '우주와 기상'을 통해 천문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게 되었다. 청소년 시절에는 전자공학에 매력을 느꼈다가 대학에 와서는 생물학과로 자리를 잡아서 현재는 이 분야의 연구자로서 지식의 발굴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나 하늘을 향해 별을 바라보는 꿈을 잊지 못해서 대학생 시절 천문 동아리 활동을 잠시 한 바 있다.

그리고 나서는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겨우 내 망원경을 갖게 되었다. 스카이워처의 5인치 보급형 막스토프-카세그레인 모델이었다. 이제 정말 하늘을 즐겨 볼 수 있겠노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하였다. 관측 대상을 결정하여 사전에 공부를 하고, 무거운(매니아들이 보기에는 우습지만) 장비를 싣고서 조금이라도 광해가 없는 곳으로 찾아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특히 주변에 관심사를 같이 하는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 이 흥미를 계속 유지하기는 너무나 힘들었다. 물론 동호인을 주변에서 찾아보려는 노력을 특별히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내 불찰이다. 현재 망원경은 장식장에, 적도의와 가대는 발코니에 잘 모셔져 있다.

신 박사 역시 야외 관측은 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별바라기 프로그램은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직접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인스턴트 메시징이나 채팅, SNS등의 IT 기술을 통해 접하듯이, 밤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을 컴퓨터를 통해 만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그가 펴낸 책 - 종이로 인쇄된 성도집은 또 얼마나 근사한가이드인가!

망원경 이외에도 우리 집에는 장차 나의 중요한 취미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어렵게 장만한 '장난감'들이 추억의 단편으로 남아있다. 전기기타가 그러하고, Korg Synthesizer가 그렇다. 돈은 많이 들이지 않았지만 저가형 로드 바이크 역시 그러하다.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언제든지 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자만하지만 어쩌면 영영 기회가 생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요즘 몰두하고 있는 나의 주요 여가 활동은 음악 감상과 오디오, 그리고 웹사이트 관리 정도이다. 장비를 들고 어디론가 가거나, 땀을 흘려야 하는 피지컬한 활동과는 거리가 있다. 조금 부끄럽다.

나의 이러한 잡다한 관심들이 언젠가는 <인포프래너>가 되는 길로 이끌어 줄까? 송숙희 씨의 책을 열어보면, 현재 좋아하는 일이거나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정도의 수준으로는 부족하고, 현재 나의 수준으로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상태가 이미 되어 있어야 한다! 한참이나 부족하고, 기운 빠지는 말이다.

그러나 실망하지 말라, 이 책에는 이런 글도 있으니까. 단번에 인포프래너가 되는 법.
  1. 일단 시작한다.
  2. 계속한다.
  3. 잘될 때까지 한다.
좋아하고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삼성그룹에서 임원을 임명할 때 쓰는 다섯가지 기준이 있다고 한다. 

한 분야를 속속들이 아는가(知), 아는 대로 행하는가(行), 그것을 자유자재로 써먹는가(用), 그것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는가(訓), 그것에 대해 평할 수 있는가(評).

정말 멋진 말이다! IT와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여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나를 알리는 것이 가능해졌고, 나에게는 갖고 있는 지식을 정리하여 주변에 전파하고 싶은 욕구가 항상 내재되어 있다. 비록 펑펑 뿜어져 나오는 노천 온천이 아니라 겨우 메마르지 않는 정도의 옹달샘 수준이지만.

<인포프래너>의 길은 공식적인 직업 '커리어'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업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업무에 결코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인포프래너로서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무실에서 잠깐 짬을 내어 업무와 관계가 멀어 보이는 웹사이트 서핑을 누구나 하듯, 저녁이나 주말에 컴퓨터로 밀린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아졌는가.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순진한 상상일지도 모르지만 일과 놀이의 구별이 점차 모호해지고, 일이라는 '책임과' 취미라는 '열정'이 서로 만나는 접점, 나는 이런 것을 추구하고 싶다.

'프로페서널은 결과로 말한다'는 무거운 말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말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프로페셔널은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고 취미가[家](영어로 'hobbyist' 정도에 해당한다고 치자)는 돈을 내고서 일하는 사람이다. 누가 더 무서운 사람인가? 어쩌면 후자일 수도 있다. 후자에게는 열정이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