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30일 화요일

고장난 조명, 비디오폰...

아파트가 오래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보수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취미로 즐기는 간단한 납땜은 언제든지 즐겨 하는 반면, 정작 모든 식구들에게 기쁨을 주는 집안 보수에는 게으른 편이다.

거실 형광등의 안정기를 전자식으로 바꾼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소켓을 예전 것 그대로 쓰느라 접촉이 좋지 않다. LED 등으로 전부 교체하는 것도 고려해 보았는데 아직은 남아있는 FPL 형광등이 있어서 소켓만을 따로 구입해서 교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거실 형광등은 55 W FPL등 5개가 달려 있다. 스위치를 작동하면 2개 및 3개를 별도로 켜게 되어 있다. 따라서 스위치 박스에서는 3개의 선이 올라오고, 이를 분배하는 부품이 있는데 열로 삭아서 곧 부서질 것만 같다. 대개 이런 부속은 굵은 동선(단선)을 쿡 찔러넣는 것으로 연결을 하는데, 선을 뺄 때에는 부속의 일부를 누르거나 뾰족한 것으로 찌르면 내부에서 물린 전선이 빠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형광등의 열로 플라스틱 부품이 망가졌는지 지난번 안정기 교체 때에는 선이 도저히 빠지지 않아서 스위치에서 올라오는 전선을 일부 잘라내야만 했다.

기왕 보수를 하려면 이 부속을 갈아야 하는데, 도대체 부속 이름을 모르겠다. 형광등 관련 부속을 파는 사이트를 뒤지다 드디어 이름을 알아냈다.

1P(2P 혹은 3P) 전선단자!

어떤 사이트에서는 검색의 편의를 위해 다음과 같은 다양한 이름을 걸어 놓았다.

3P단자 커넥터 배선커넥터 복합꽂음커넥터 전선커넥터 전선단자 단자대 전선연결단자 배선커넥터....

이제 실마리가 풀려나간다. 옥션에서 구입하여 사용하도록 하자. LED로 교체하는 것은 몇 년 뒤에나...

그 다음 문제는 비디오폰이다. 인터폰이 되질 않으니 간혹 무성의한 택배 기사가 집에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경비실에 맡기고 가는 일이 잦다. 착불로 물건을 받으려면 아주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단순히 2점 연결식 인터폰이 아니고 전화 겸용이다. 기계만 새로 사려면 20만원 이상이나 된다.

중고 전화기를 연결하여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어렵사리 기계를 들어내어 뒷면을 보니... 어라, 어느 전선이 무슨 용도인지 알 도리가 없다. 커넥터 처리가 된 가느다란 4개의 전선은 대문 바깥쪽의 카메라와 마이크/스피커 용도겠지만, 내부 인터폰용 두 가닥의 선은 도대체 어느 것이란 말인가? 잘못 건드렸다가 감전까지 되고 말았다. 220볼트가 직접 들어가는지?

퇴근하면 테스터로 찍어보면서 탐구를 해야 되겠다.

[결론] 망가진 인터폰은 초인종을 겸하고 있다. 일반 전화기로 대체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아파트 1층 입구에 각 세대의 인터폰을 호출할 수 있는 전화기가 놓여 있다. 이는 연결법을 아는 전문가가 설치한 것이겠지! 초인종 기능은 필요가 없으니...

2014년 9월 27일 토요일

신당동에서 떡볶이 먹고 황학동 벼룩시장 가려다 서울풍물시장까지 간 사연

황학동 벼룩시장, 청계천 도깨비시장... 엇비슷한 위치에 있는 중고 물품을 파는 시장이지만 90년대 들어 결혼과 함께 서울을 떠난 나에게는 중고 전자제품이나 카메라 등 남자로서 호기심을 가질만한 물건을 파는 시장으로 언젠가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으로만 남아있는 장소이다. 청계천 복원 전에는 각종 공구나 전자제품, 광학제품 등을 파는 좌판이 즐비했었고 중고 물품을 파는 가게는 주로 청계천로 큰길 뒤편 골목에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작년 초겨울에 아들과 함께 황학동 벼룩시장 골목을 찾은 적이 있다. 내가 원했던 곳은 상태가 불확실한 중고물품(수집이나 인테리어 장식 이외에는 별 쓸모가 없는?)을 파는 좌판이 아니라 중고 전자제품이나 악기 등을 파는 점포가 밀집된, 언론에도 여러차례 소개된 유명한 골목이었다.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지하철 동묘역에서 내린 다음 성동기계공고 근처를 헤매다가 원하는 곳을 비로소 찾았다. 도로명으로는 마장로3길에 해당한다.

오늘 다시 볼일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가 신당동 떡볶이거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목적지는 가끔 방문한 적이 있는 <마복림할머니 막내아들네>. 신당동 지하철역 6호선쪽 8번 출구로 나오면 성동소방서가 있는 큰 골목이 나오고 그리고 조금만 들어가면 신당동 떡볶이거리를 알리는 표지가 보인다.



아들과 함께 2인분 기본과 주먹밥을 먹은 뒤 작년에 찾았던 황학동 벼룩시장을 찾기로 했다. 주차요원에게 성동기계공고 위치를 묻고는 대충 걸어서 찾기로 했는데... 길거리에 드문드문 서있는 표지판은 황학동 벼룩시장이 아니고 <서울풍물시장>이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둘은 사실 같은 곳이 아니고 지리적으로도 거의 1km 가까이 떨어져 있다. 그러나 나는 중고물품을 파는 비슷한 곳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지나는 행인에게 물어서 <서울풍물시장>으로 가고 말았다. 이곳은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황학동 도깨비시장'등 주변 노점상가를 정리해 2004년 초 동대문운동장 축구장으로 이주하면서 동대문운동장 풍물벼룩시장이 생겼고, 동대문운동장이 공원화되면서 신설동에 새로 건물을 지어 입주시킨 것이라고 한다.


꿩 대신 닭이라고, 2층으로 크게 지어진 시장을 두루 구경하다가 신설동 지하철역으로 나가서 용산전자상가로 향했다. 1층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쓸만한 중고가구나 가전, 2층은 의류나 생활용품과 의류 위주로 점포가 입주해 있었다. 오래된 장전축에 걸린 LP에서 최성수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대전 집으로 돌아와서 오늘 돌아다닌 곳을 재구성하기로 하였다. 애초에 목적했던 황학동 벼룩시장을 크게 벗어나서 엉뚱한 곳을 돌아다닌 셈이었다. 신당역에서 2호선 길을 따라 동쪽으로 걷다가(퇴계로의 동쪽 끝까지) 북쪽으로 길을 꺾어서 청계8가까지 간 다음 엉뚱한 곳으로 간 셈이다. 황학사거리에서 중고 주방용품 가게가 즐비한 곳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서쪽으로 꺾어서 언덕받이로 향한 마장로로 접어들었어야 원래의 목적지인 황학동 벼룩시장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위 사진의 서울풍물시장 입구 표지판은 아래 지도의 별표 위치에 세워져 있다. 동묘공원 옆길에도 벼룩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작년에 황학동 벼룩시장 입구에서 찍은 사진을 아래에 남긴다. 마장로3길 입구의 표지판이 보인다. 위 지도에서 파랑색 화살표의 시작 부분에서 찍은 것이다. 도로 표지판에 보이는 110m 전방의 사거리는 <흥인사거리>이다. 다음에는 길 잃지 말자!









2014년 9월 26일 금요일

생명정보 연구성과물 등록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

[본 글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및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의 공식적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자가 연구비를 조달하는 가장 중요한 재원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이루어진 정부 R&D 예산이다. 구미 선진국처럼 민간의 기부금에 의한 연구비 지원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이 현실이다. 세금은 제한된 소중한 자원이므로 중복 투자를 막아야 하고, 연구 결과물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산업발전을 위한 초석으로 쓰여야 한다. 정부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을 통하여 연구성과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효율적 활용을 하려는 것도 이러한 취지에 근거하고 있다.
 
보통 논문이나 특허, 개발품 또는 연구 보고서와 같이 연구의 최종적인 결과물만을 연구 성과물로 생각하기 쉬우나,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연구성과물이란 연구개발을 통하여 창출되는 특허·논문 등 과학기술적 성과와 그 밖에 유·무형의 경제·사회·문화적 성과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미래부에서는 이를 구체화하여 유형(실물) 및 무형(정보)8대 연구성과물을 정의하고, 관리 및 유통의 전담기관을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8대 성과물 중 하나인 생명정보, 즉 유전체나 전사체, 단백체 등의 정보의 등록과 관리 및 유통의 책임을 지고 있다. 생명정보는 넓게는 생물자원의 일부로서, 생명연구자원의 확보·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KOBIC에서 전담하기로 규정되어 있다. 최근 차세대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NGS) 기술과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산출되는 생명정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맞춤의료·헬스케어/웰니스 대국민 서비스 등 이른바 바이오 빅데이터 경제시대에 대한 기대감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법·제도적 근거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정보 연구성과물의 등록 및 활용 실적은 크게 나아지고 있지 않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첫 번째로는 정보 공유와 개방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이 아직 널리 확산되지 못한데서 기인한다고 본다.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정이나 온정주의가 선진 사회로 진입하려는 길목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자신의 테두리를 굳건하게 지키려고만 하고 서로 나누고 타협하고 토론하면서 더 큰 가치를 누리려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일 것이다. 국민의 세금을 통해서 만들어진 연구 성과이지만 내가 연구책임자이니 이 성과물은 내 것이라는 의식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연구성과물을 남에게 공개할 경우, 이를 재빨리 다른 성과물로 가공하여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는 다소 막연한 불안감이 아직 남아있는 듯하다. 아직 이런 좋지 않은 사례가 과학기술계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나눔으로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는 연구성과물 관리·유통 전담기관이 그동안 연구성과물을 보유하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친숙하지 다가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성과물을 정리하여 등록하는 데에는 연구와는 별도로 수고로운 일이다(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노력도 연구 과정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를 이행했을 때 연구자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혜택이 있다고 느껴져야만 등록률이 올라갈 것이다. 법률에서 등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심지어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제재나 벌칙을 가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형태는 아니다. 선진국의 예를 들어보자. GenBank는 미국 생명공학정보센터(NCBI)에서 유지하는 가장 오래된 생명정보 데이터뱅크이다. 염기서열이나 단백질 서열과 같은 생명정보를 다루는 학술 논문을 출판할 경우, 이를 GenBank와 같은 공공 데이터베이스에 등록·공개하는 것이 대부분 학술지의 지침이다. 이에 따라 자발적으로 정보가 한 곳으로 모이게 되고, 이렇게 모인 정보는 그 양이 늘어나면서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GenBank 없는 바이오 및 의료 연구를 상상할 수 있는가? 이러한 이유로 성과물의 생산자는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생명정보 연구성과물을 GenBank에 등록하게 된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논문을 내기위해 GenBank에 등록을 하고, 국내 규정을 지키기 위해 별도로 국내의 전담기관에 등록을 하는 것을 상당히 번거롭게 느낄 수 있다. 최근 추진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는 사업관리주체가 아예 생명정보 성과물을 국내에 등록하지 않으면 연차평가에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추세이다. 이는 피상적으로는 등록률을 올리는 효과가 있지만, 이렇게 쌓인 성과물은 다른 사람이 검색하여 활용하고 재가공할 수 있도록 확산되어야만 한다. 책상 위에 놓인 엑셀 집계표 실적 숫자로만 존재하는 성과물은 의미가 없다. 이에 대해서는 주무 부처나 성과물 관리·유통 전담기관의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등록된 정보가 실제로 국민과 연구자에게 활기 있게 되돌려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한 데이터 뱅크가 아니라 부수적인 분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세 번째로는 과제 정보를 반드시 기재하게 되어있는 현행의 등록 시스템이 연구자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을 오히려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3M이나 구글처럼 혁신의 상징으로 알려진 기업에서는 직원이 리소스(시간 혹은 비용)15~20% 정도를 현업과 관계없는 일을 하는데 쓸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한다. 여기서 창출되는 창의적인 발상이 나중에 회사를 먹여 살릴 수도 있는 중요한 아이템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A라는 일을 하겠다고 정부 연구비를 받았으면, 그 목적에 맞는 일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계속 바뀌는 시대적 요청사항을 반영한 새로운 연구를 할 여지가 없다. 요즘은 정부 연구비를 따기 위해 어떤 제안을 하려고 하면 항상 <선행연구결과>를 요구하는데, 만약 그동안 하던 일과 관계가 없는 새로운 분야라고 한다면, 선행연구 결과가 있다는 것은 이전의 연구과제를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했음을 고백하는 일이 된다.
 
바로 여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현행 연구성과물 등록 시스템에서는 이 성과물이 산출되는데 관여한 연구과제정보를 반드시 기록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예비연구의 차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실제 성과물과 연구과제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이 존재한다. 매우 흔하게 겪는 사례를 들어 보자. 모 연구소의 김 박사는 여러 연구과제를 통하여 A라고 하는 우수한 세포주를 개발하였다. 당연히 NGS 기술을 이용하여 유전체 정보를 해독하고 싶었지만 연구비가 없었다.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이 박사는 마침 시퀀싱을 맡기려던 자신의 시료 10개에 김 박사의 시료를 추가하여 큰 추가비용 없이 유전체 해독을 실시하였고, A.fastq라는 성과물을 얻었다. 비용은 이 박사의 과제 LEE0001에서 충당하였다. 물론 LEE0001 과제의 당초 계획에는 A 세포주의 연구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 이 경우, A.fastq를 연구성과물 등록 시스템에 올리고자 할 때 LEE0001 과제를 연관 과제로 입력할 것인가? 시퀀싱 결과물만을 성과물로 본다면 LEE0001을 연관 과제로 설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틀리지 않다. 그러나 이 박사가 이 성과물에 대해 과제책임자로서 등록증을 발급받게 되면 김 박사는 매우 심기가 불편할 것이고, 이 박사 입장에서는 당초 연구 계획에 없던 성과물을 발생시킨데 대하여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A라는 세포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여러 과제가 관련되었을 수도 있는데, 이것들도 A.fastq를 생성하게 만든 과제로 간주해야 하는가? 이 점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최근 들어서는 등록된 연구성과물 자체를 평가하고자 하는 움직임까지 부처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 등록된 건수 위주로만 평가를 하면 의미가 없거나 함량 미달의 데이터까지 등록하는 일이 벌어지므로 이를 정성적으로도 평가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박사의 입장은 남을 도와주고도 더욱 난처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보다도 더 복잡한 상황을 얼마든지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김 박사가 일년 쯤 지난 후 A 세포주에 대한 연구과제를 신청하여 KIM0002라는 과제를 드디어 따냈다고 하자. 이제 이 과제에서 박 연구원을 고용하여 A,fastq라는 raw data를 성공적으로 분석하여 A.contig라는 성과물을 창출했다고 하자. A.contig의 연관 과제는 LEE0001인가, 혹은 박 연구원의 인건비와 컴퓨터 구입 비용 및 간접비를 댄 KIM0002인가? 그리고 김 박사가 A 세포주의 유전체 분석 결과물을 훌륭하게 해석하여 좋은 학술지에 발표했다고 가정하자. 과제 평가를 앞둔 김 박사는 당연히 KIM0002 과제를 단독으로 사사하고 싶을 것이다(시퀀싱 비용에서 도움을 준 이 박사는 공저자로 들어가거나 사사에 언급될 수 있고, 이는 두 사람의 합의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그러면 연구성과물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A.fastq, A.contig의 재료가 된 성과물은 LEE0001이 연관 과제로 되어 있는데 왜 논문(KIM0002)과는 과제 사사가 다르냐고 과제 관리 기관에서 해명을 하라고 요구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아직은 그런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이 성과물이 어느 과제에서 산출되었나, 혹은 어느 부처에서 발주한 연구개발사업의 성과인가를 따지는 것은 엄정한 과제 관리를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이를 지나치게 따지다 보면, 예비연구 성격의 성과물을 등록하려는 개별 연구자들은 등록 과정에서 관련 연구과제가 도대체 어느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아예 등록을 하지 않게 되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관 과제를 기재하는 것을 필수 항목으로 하지 않고 자유도를 부여하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사업단 차원에서 관리를 하거나 혹은 정보 생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제에서는 어차피 연차 평가를 위해서 정확한 과제 정보와 함께 자발적인 성과물 등록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연구과제의 당초 목적에는 명시적으로 기록되어 있지 않다 해도 연구책임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생산된 생명정보(특히 새로운 분야를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에 대해서는 연구과제 정보를 명시하지 않아도 무방하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이외에도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면에서 결정할 사항이 존재한다. 등록된 생명정보의 현황이 어떻게 되는지는 주무부처에서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지만, 연구자 측면에서는 실제 쓸 만한 정보를 풍부히 갖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등록된 생명정보를 도대체 어떤 단위로 셀 것인가? 단순히 서열의 숫자만으로 집계를 한다면, 완성도가 떨어져서 contig 혹은 scaffold가 무수히 많은 genome project가 더 우수한 성과라고 오해를 살 수 있다. 또한 전사체 정보의 경우 차등 유전자 수의 다소를 가지고서 우열을 따질 것인가? 이는 대단히 비과학적이다. 더욱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면 등록된 정보의 건수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치 혹은 실적에 연연하게 되면 줄세우기를 중요시하는 우리 문화에서 이는 항상 증가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되고, 활용을 강조하다 보면 정보분양 실적또는 창출한 경제적 가치라는 새로운 수치로 연구성과물 등록 및 활용 시스템 자체를 평가하려고 애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 기술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부분은 관리 및 유통 전담 기관이 고민하여 해결해야 할 사항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좋은 제도의 취지를 이용하고 정보를 공유하려는 분위기의 확산, 그리고 이를 촉진하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이상과 같이 생명정보 연구성과물의 등록 및 활용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몇 가지로 나누어 짚어 보았다. 이상의 사례는 필자가 수집한 200 건 이상의 유전체 데이터를 막상 등록하려다가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GenBankraw data는 물론 contig sequence까지 전부 등록하여 공개하고 논문까지 발표를 하였지만 정작 국내의 연구성과물 등록시스템에는 raw data 생산과 연관된 과제정보를 사실 그대로 기입하기가 난감하여 등록을 못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보라.
 
비록 외국 사이트이지만 성과물이 전부 등록되어 전 세계에 공개된 상태인데 다시 수고스럽게 국내 사이트에 등록을 할 필요가 있을까?”
 
국내 사이트에 정보를 등록하면 GenBank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가치를 더하거나 심층 분석을 하여 제공하는 것도 아닌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정책과 서비스(정부 및 유통관리 전담기관)과 인식의 전환(연구자)이 필요하다.

2014년 9월 21일 일요일

소설책 읽기 -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 평균보다는 조금 높은 독서량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사회과학, 과학기술, 자기계발서 등 대단히 편중된 독서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주 작정을 하고 소설책을 한권 빌렸다. 순수 문학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코넬 울리치의 <밤은 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누아르 소설이라고 불리는 쟝르의 기반을 다진 작가로서 히치콕 감독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알려지기도 했고 나도 흥미롭게 본 영화 <이창>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한나절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편중된 독서습관 때문인지 심리상태나 정경을 길고 수려한 문장으로 쓴 것을 따라 읽기가 쉽지는 않았으나 모처럼 글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레이드 부녀에게 일어나는 일을 예지하는 범상치 않은 톰킨스의 능력, 그리고 음모... 연루된 당사자들이 대부분 사망을 하는 바람에 경찰 수사로도 완벽한 전모를 밝히지 못하였지만 아쉬운대로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 나쁘지 않다.


2014년 9월 16일 화요일

브리즈 앰프 개인 조정의 실제 사례

인두를 대고 오래 가열하여 39K 칩 저항을 떼어내고, 갖고 있던 100K 저항을 붙였다.

[이건 실수다! 잠시 착각을 하였다. 20K옴을 붙였어야 했다]

패드(정확한 용어인가?)에 납을 충분히 올려서 저항이 잘 붙게 하였다. 방열판과 간섭이 있을 것 같아서 한 칸을 쇠톱으로 잘라냈다.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알루미늄 방열판 자르는 일. 실제로 열은 거의 나지 않는다. 24V 전원 어댑터를 달아서 최대 볼륨으로 쾅쾅 울린다면 열이 날 수도 있겠다.

실제로 가장 힘든 것은 직접 저항을 교체하겠노라고 결심을 하는 것이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칩 저항을 어떻게 구입하지? 인두를 한 개 더 구입해서 양쪽에서 가열을 해야 하나? 매일 기판을 꺼내 보면서 궁리를 하다가 오늘 이렇게 저지르고 말았다.

전에는 볼륨을 조금만 돌려도 음량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하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A형 가변저항도 필요가 없을 수준이 되었다. 볼륨을 9시 정도만 돌려도 들리던 화이트 노이즈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실용 가능한 볼륨 조절의 폭이 대폭 늘어난 것에서 기인한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르겠지만, 매우 마음에 든다. 프리앰프 구입을 둘러싼 고민도 일거에 해결되었다.


저항을 잘못 붙인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수정을 하였다. 20k옴짜리 저항이 없어서 18k와 2k를 직렬로 붙였다. 누더기도 아니고 이게 뭐람...


큰 실수로  R1 자리에 100k옴을 연결한 것과 큰 차이를 못느끼겠다. 제대로 개조한 것과 잘못 개조한 것을 번갈아가며 듣지 않는 이상 게인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확실하게 구별하기 어렵다. 물론 개조를 하지 않은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저항을 쥐고 앞뒤로 한번만 흔들면 납땜이 툭!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보기는 흉하지만 케이스 안에 들어가 버리면 무슨 상관이랴? 


브리즈 앰프(TPA3116D2)의 게인 조정


브리즈 앰프의 '쉿-'하는 잡음은 임피던스 부조화 및 지나치게 높은 게인(32 dB)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인을 26 dB 정도로 내려서 이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다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위 그림에서 타원으로 표시한 R1 저항을 떼어내고 20KOhm(203)으로 바꾸어야 한다.

어제 연습 삼아서 못쓰는 비디오 카드에서 칩 부품을 떼어 보았다. 한쪽 단자에 가열된 인두를 대고 살짝 힘을 준다. 부품이 열로 파손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면 열이 전달되어 반대쪽 단자의 납까지 녹으면 부품이 기판에서 떨어져 나간다. 너무 세게 힘을 주면 동박이 같이 떨어져 나갈지도 모른다.

인두가 하나 더 있으면 가장 쉽다. 양 단자에 인두를 대고만 있으면 끝. 이상의 방법은 전부 네이버 <좌충우돌, PC-FI 오디오>의 킹앤드류 회원이 알려준 것이다.

브리즈 기판은 공간이 좁아서 전해콘덴서를 몇 개 떼어낸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 정말로 개조를 할 것인가? 그냥 들을까? 학생용 싸구려 인두를 하나 더 살까?

2014년 9월 14일 일요일

원래 이럴 생각이 없었는데...

브리즈 앰프 개조 같은 것은 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커플링 콘덴서 두 개를 떼어냈다. 차이? 잡음 감소? 잘 모르겠다. 나중에 다른 부품을 꽂으려면 구멍에서 납이 깨끗이 제거되어야 한다. 이게 참 어렵다. 아직도 내공이 부족하다.

2014년 9월 13일 토요일

집 컴퓨터 보수하기

집에서 쓰는 컴퓨터가 안된다고 아이들이 난리다. 이번 10월이면 구입한지 2년이 되는 델 인스피론 660s 데스크탑이다. 2년 유지보수 계약을 해 놓았기에 망가진 부품이 있으면 그때까지는 무상 교체가 가능하다. 전면 패널의 문짝이 떨어져서 안그래도 바꾸기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부팅을 하다가 복구를 해야 된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파일이 가득 들어있어서 과감히 초기화는 하지 못하고 복구를 시도해 보았지만 다음번 부팅에서는 창문 표시가 나오다가 화면이 꺼지고 HDD도 읽지 않고 그대로 멈추어 있다. 

백업은 너무 성가신 일이라 놀고 있던 1테라바이트짜리 HDD를 하나 가져다가 윈도우를 아예 새로 설치하였다. 몇 시간 걸친 디스크 초기화까지 해서 진행을 하였으나 역시 재부팅 과정에서 먹통이 된다. 컴퓨터가 디스크를 가리나?

델 컴퓨터에 익일 출장 서비스를 부른다 해도 고객 파일의 백업까지는 책임져 주지 않을 것이다. HDD를 떼어서 외장 케이스에 넣고 다른 노트북에 연결한 다음 복사를 시도한다. 여기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탐색기에서 폴더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으니 새로 부여한다고 하는데 영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정말 미칠 노릇이다.

최후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노트북을 xubuntu CD-ROM으로 부팅하여 여기에 HDD를 연결하였다. 여분의 USB HDD를 연결하여 파일 복사를 개시하였다. 홈 NAS에 복사하면 간편하겠지만, 무슨 일인지 NAS쪽 폴더와 파일이 잘 보이기는 하는데 쓰지를 못한다. 이건 나중에 확인을 해야 되겠다.

어.. 노트북도 이상하다. 화면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면서 마우스와 키보드가 먹지 않는다. 정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2014년 9월 10일 수요일

오늘의 공작


이게 뭔가? 결론을 내리자면 깡통앰프를 해체해서 앰프 따로, 볼륨 콘트롤 따로 독립시킨 것이 전부이다. 볼륨은 여전히 오디오 전용 고급품이 아닌 대전역 앞 전자부품점에서 오늘 구입한 B형 50K짜리이다. 말이 좋아 볼륨 콘트롤이지 가변저항 전후에 입출력 단자를 붙인 것이 전부이다. 입출력을 둘 다 3.5mm 스테레오 폰잭으로 할 것인가 혹은 RCA 단자로 할 것인가를 놓고 한참을 고민하였다. 현재의 구성은 나름대로 고민한 뒤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얇은 금속판에 직경이 다소 큰 구멍을 뚫는 요령을 이제서야 터득하였다.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만들어진 프리앰프가 하나 있었으면 한다.

브리즈 본체의 볼륨은 최대로 놓고 소스와 브리즈 사이에 알토이즈 볼륨 콘트롤러(너무 거창하다)를 삽입한 뒤 중간에서 음량을 조정하니 화이트 노이즈 문제는 조금 줄어들었다. 가변저항이라도 조금 고급품을 쓰면 만족도가 가장 높을 것이다. 

2014년 9월 9일 화요일

A형으로 개조한 가변저항

주변에 흔한 B형 가변저항을 오디오용으로 적합한 A형으로 바꾸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가변저항의 1/10에서 1/6에 해당하는 고정 저항을 가운데 핀과 그라운드 핀에 연결하는 것이다. 20K 가변저항에 2K 고정저항을 연결하여 테스트를 해 보았다. 다른 배선이 다 되어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저항을 달만한 곳이 없어서 사진처럼 우스꽝스런 곳에 달고 말았다.

음량 조절이 좀더 편안해진 것은 맞지만 가변저항 자체가 저급품이라서 최소음량에서 좌우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인터넷에서 브리즈 TPA3116D2 앰프의 문제점(잡음)과 해결 방안에 대한 많은 정보를 찾아서 읽어보았다. 가장 많은 불편을 느끼는 점은 화이트 노이즈가 꽤 심하다는 것. 최소 볼륨과 최대 볼륨에서는 거의 나질 않는다. 저항치가 중간쯤일때 가장 노이즈가 큰데, 이는 이때 임피던스가 가장 높아서 잡음의 유도가 가장 크다는 해석이 있었다. 만약 볼륨을 최대치로 하거나 아예 소스라인에 직결하여 파워앰프로 쓰면 실용상 잡음 문제는 없다고 한다. 다른 간접적인 방법으로는 게인을 낮추거나 입력단의 콘덴서를 고급품으로 바꾸는 정도가 있다.

브리즈 본체의 볼륨을 최대로 하고 위에서 만든 저항을 삽입해 보았다. 이것을 돌려보면 중간쯤에서 노이즈가 가장 큰 양상은 비슷하지만, 본체의 볼륨을 돌렸을때 나타나는 노이즈보다는 훨씬 적다. 소스기와 볼륨을 최대로 한 브리즈 사이에 이 저급(!) 볼륨을 두면 노이즈가 별로 들리지 않는 위치로 맞출 수는 있다.

이것은 궁극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다. 볼륨이 본체에서 약간 멀어진 것에 불과하다. 가장 바람직하게는 게인 1 근방의 프리앰프를 쓰는 것이다. 그러면 임피던스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게인이 매우 높아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처럼 쓰이는 본질적인 파워앰프 전단에 가변저항만 하나 달아 놓은 것은 임피던스 매칭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케이벨 앰프는 프리앰프가 포함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잡음이나 임피던스 매칭 문제에서 벗어나 있는지도 모른다.

배송료 포함 3만원짜리 앰프에 프리앰프? 개발의 편자는 아닐까? 만약 욕심을 내어 프리앰프를 구하게 된다면 반도체 타입으로 할 것인가, 혹은 진공관 타입으로 할 것인가? 

2014년 9월 5일 금요일

반찬통 앰프 안의 부품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불심이 깊은 석공이 돌부처를 조각할 때에는 돌덩이에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몇날이고 몇달이고 돌덩이를 바라만 보고 있는다고 하였다. 그러면 어느날 드디어 돌덩이 안에 있는 부처님의 모습이 보이게 되고, 그 모습 그대로 돌을 쪼아 나가면 된다는...

깡통 앰프를 반찬통 앰프로 바꾸기로 결심을 하고 케이스를 구비해 놓고는 계속 바라만 보고 있다. 깡통 앰프에 들어있던 앰프 기판을 꺼내어 반찬통 안에 담아서 이쪽으로 붙였다 저쪽으로 밀었다를 반복한다. 또 단자들은 어느 면으로 뺄 것인지를 고민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보드에 붙어있는 전원 어댑터 잭과 입력 잭(3.5 mm 스테레오)를 그대로 쓸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깡통앰프에서는 케이스에 단자를 별도로 달고, 선과 플러그를 다시 달아서 보드의 잭에 연결하였다. 외형상으로는 깔끔하고, 중간에 가변저항을 넣을 수도 있었다.

보드를 반찬통 한쪽 벽면에 밀착하고 잭이 닿는 옆면에 구멍을 크게 뚫으면 외부에서 전원 어댑터와 입력 케이블을 직접 연결할 수 있다. 배치는 한결 단순해진다. 그대신 볼륨 조정의 문제가 남는다. 철저히 소스 기기의 음량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프리앰프에 대한 호기심이 드디어 발동하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처음은 아니다. 지금은 처분한 Tapco Mix60 콘솔 믹서에 마이크 프리앰프가 들어있었으니까 말이다. 이번 경우는 용도가 다르다. 라인 레벨의 입력신호이므로 증폭 자체는 크게 필요가 없고, 아마도 임피던스 매칭이 중요한 용도가 될 것이다.

별도의 프리앰프를 쓰면, 브리즈 앰프의 볼륨을 최대로 놓은 상태로 연결하여 음량 조절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한 간단한 실험을 해 본 일이 있다. 브리즈 앰프의 볼륨을 최대로 하고 아이패드를 연결하면 잡음은 들리지 않는다. 이번에는 브리즈 앰프의 볼륨을 최대로 한 상태에서 외부에 가변저항을 하나 단 뒤 그 전단에 소스를 연결하였다. 중간에 삽입한 가변저항을 돌리면, 최소와 최대에서는 괜찮지만 중간 영역에서 잡음이 발생한다. 브리즈 앰프의 자체 볼륨만을 사용할 때와 같은 증세다. 결국 중간 부분에서 단순한 음량 조정 기능 이상의 역할을 하는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Yuan-Jing 전자에서 NE5532를 이용한 보드 형태의 프리앰프를 판매한다. 가격은 $16.50이며, 알리익스프레스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게인은 3이다. NE5534를 사용하는 좀 더 고급품도 있다. 진공관을 사용하는 거창한 프리앰프는 싫다.

친구 집에서 프리앰프에 연결하여 가능성을 먼저 확인한 다음, 추석 이후의 프로젝트로 생각해 봐야 되겠다.


2014년 9월 4일 목요일

깡통 앰프를 반찬통 앰프로 개조하기

요즘 내 마음을 빼앗은 것은 네이버 카페에서 공동구입한 브리즈 TPA3116앰프이다. 놀라운 가격에 썩 괜찮은 성능을 보이고 있으나 마무리상태가 다소 부실하고 꽤 심각한 수준의 잡음 문제가 있다. 카페에서는 잡음을 없애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어떤 회원은 칩과 SMD 부품을 제외하고는 전부 탈거하여 기판을 세척한 뒤 오디오급 고급 부품으로 교체하는 수고를 계획하고 있다. 당연히 구입가를 훨씬 넘어가는 부품비와 수공료가 든다.

진공관 앰프를 제외하면, 최근 내 손에 들어온 칩앰프 중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은 케이벨의 KB20W 보드를 가지고 만든 깡통앰프였다.

잘 사용 중인 케이스를 바꾸려고 하는 이유는 대단한데 있지는 않다. 빨강색 깡통이 보기 싫고, 잘못 뚫은 파일럿 LED용 구멍도 보기 싫고, 너무 크다는 것이다.

부품 사이트에서 적당한 플라스틱 케이스가 없을지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결국은 이마트에서 락앤락 밀폐용기를 하나 구입하였다. 깡통 앰프에서 이제 반찬통 앰프가 될 운명이다.

케이스가 워낙 작아서 부품 및 기판 배치가 쉽지 않다. 구입한 밀폐용기는 납작한 직육면체이다. 브리즈 앰프처럼 책상 위에 세로 형태로 놓고 쓸 것을 가정하고 만들면 좋겠지만, 길이가 충분치 않아서 볼륨과 바인딩 포스트가 용기 내부에서 기판과 닿을까봐 걱정이다.

아예 뚜껑측에 패널부(전원스위치, 파일럿 LED 및 볼륨)를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부품의 내부 배치는 훨씬 수월해지지만 보기에는 썩 아름답지 못하다.

입력 단자를 현재처럼 3.5 mm 폰잭으로 할지 아니면 RCA 단자로 할지도 결정해야 하고, 볼륨도 기왕이면 A형으로 바꿔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시간을 두고 결정하도록 하자.

2014년 9월 1일 월요일

TPA3116 보드별 선택요령

네이버 카페 좌충우돌 PC오디오를 알게 되면서 본격적인 class D 앰프를 접하게 되었다. 납땜이 완료된 보드만으로 된 제품과 알루미늄 케이스가 씌워진 완제품이 카페를 통해서 공급되어서 이들을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마침 다음과 같이 잘 정리가 된 카페 포스팅을 발견하였다.

3116 보드별 선택요령!!!

내가 구입한 "브리즈"는 가격만으로 본다면 정말 놀라운 제품이다. 조립 기판 형태로 제공되는 '빨갱이'나 '파랭이'에 비하면 사용한 부품이나 완성도 측면에서 부족한지도 모른다. 섀시에 마킹된 번호는 무시하도록 한다. 7498이라 새겨져 있어서 TDA7498칩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실제 내용물은 TPA3116이라 한다.


'쉬-잇'하는 노이즈(아마도 hiss 또는 white noise)가 볼륨 위치에 따라서 꽤 크게 들린다. 개조 포인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구입 가격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일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같은 카페에 브리즈 3116 앰프의 화이트 노이즈를 줄이기 위한 개조 포인트 포스트가 있다. 잡음 감소에는 칩 저항의 교체를 통해 게인을 내리는 것이 주요 방편인 듯. 친절하게도 개조 작업을 하면서 회로도까지 그려낸 포스트도 있다.

밸런스드 입력을 지원하게 설계된 칩을 언밸런스드로 쓰게 만들면서 화이트 노이즈가 생긴다고 나름대로 원인 분석을 한 글도 있었다. 이게 브리즈 앰프에도 적용되는지, 오직 파랭이 보드에만 해당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카페에서 공동구매한 TPA3116 앰프 보드 및 완제품을 거의 오버홀 수준으로 개조하는 카페 회원이 제시한 브리즈 앰프의 튜닝 스토리는 여기에 있다.

역시 잡음 문제를 안고 있는 PAM8610 초미니 앰프. Vertrag 스피커 안에 넣어버릴 궁리를 하고 있다.

Class D 앰프의 첫경험에 예기치 않은 노이즈를 접하고 있다. 브리즈 앰프의 경우 아예 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 적당히 참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