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30일 일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15] 게으른 납땜

오늘 아침까지도 히터 전원 공급을 위한 전원 트랜스포머의 1차(220V)에는 아직 전원선을 납땜하지 않은 상태였다. 악어 클립이 달린 파워 케이블을 무성의하게 연결을 하여 음악을 들어 왔으니 불편함은 물론 대단히 위험한 상태이기도 하였다.

오늘 아침까지의 배선 상태. 왼쪽 위 노랑색 타원 내부를 보라.
파워 케이블을 전원 트랜스포머 1차 탭에 납땜을 하면 그만이지만 안전을 위하여 1A 퓨즈를 삽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크 틀에 구멍을 뚫고 유리관 퓨즈 홀더를 고정할까? 그러려면 홀더 고정 및 전선 통과를 위하여 최소한 두 개의 구멍을 뚫어야 한다. 너무나 귀찮다! 잔꾀를 내어 퓨즈 홀더의 단자를 전원 트랜스포머 입력측 탭에 납땜을 해 버렸다. 이런 종류의 납땜 작업에는 용량이 비교적 큰 납땜 인두(40W 혹은 그 이상)가 필요하다. 케이블 타이로 주변의 전선과 같이 묶어놓아서 덜렁거림도 별로 없고 평소에 손을 대는 곳이 아니라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전원 케이블은 매듭을 지어서 전원 트랜스포머 고정용 볼트에 플라스틱 부품과 케이블 타이를 통하여 체결한 상태라 사용 중 전원 콘센트쪽에서 잡아당긴다 해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는 테이프로 대충 둘러서 절연 처리를 하였다. 제대로 만들어진 절연 테이프를 쓴 것은 아니다.


오늘이 12월 30일이므로 최소한 올해 안에는 더 이상의 수정 작업은 없을 것이다. 


내년의 오디오 DIY 목표는 제이앨범에서 얻은 PCB를 이용하여 소출력 싱글 앰프를 하나 더 만들어 보는 것이다. 지독한 울림으로 나에게 좌절을 안겨주었던 전원 트랜스포머를 이렇게라도 사용해 보고자 한다. 제대로 만든 EI 코어의 싱글 출력 트랜스포머도 사용해 보고 싶다.

[독서 기록]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외 세 권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범죄소설 작가라 함) 지음, 황소연 옮김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 힘은 있으나 감동을 주는 소설은 아니다. 피가 튀기는 범죄 현장을 생생히 묘사한 소설이다. 주인공은 촉망 받는 신인 미식축구선수 시절 목숨이 위태로운 부상을 당하면서 모든 것을 다 기억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형사로 일하면서 온 가족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2년 뒤, 주인공이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무차별 총격 사건이 벌어진다. 연결 고리가 있는 것만 같은 두 사건(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계속 살해당한다)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을 마치 유인하듯 범인이 남겨 놓은 흔적들... 결말에 이르니 범행 동기는 허무했고 주인공의 가족은 억울한 희생자와 다름이 없었다.

쫌 앞서가는 가족('시니어 공동체 주거를 생각한다')

  • 김수동 지음

무조건 심플('비즈니스 100년사가 증명한 단 하나의 성공 전략')

  • 리처드 코치·그레그 록우드 지음, 오수원 옮김
포드, 맥도날드, 아마존, 이케아, 에어비앤비, 우버 등 역사에 남을만한 성공을 기록한 세계적인 기업의 공통적인 전략은 바로 단순화였다. 제품 단순화를 위해서는 기준은 편의성, 더 큰 유용성, 그리고 더 큰 아름다움(정서적인 매력 증대)의 세 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으로는 다음 그림의 가장 바닥에 있는 3단계에 걸쳐 제품 재설계를 진행해야 한다.
  1. 1단계: 상품의 기능, 성능을 대폭 줄이고 핵심적인 기본 기능으로 돌아가라.
  2. 2단계: 다양성을 줄여라. 범용 상품을 고안하라.
  3. 3단계: 저렴한 편익을 추가하라.


다음으로는 비즈니스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규모를 확장해야 한다. 물론 모든 종류의 기업에 단순화 전략이 먹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하이테크놀로지 생명공학 기업은 단순화가 쉽지 않다.

언어의 줄다리기('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 톺아보기')

  • 신지영 지음
'톺아보다'는 난생 처음 보는 낱말이다. 국립국어원 묻고 답하기 코너에 이와 관련한 질문과 대답이 있었다(링크). 틈이 있는 곳보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는다는 정도의 뜻을 갖는 토박이말이라 한다. 최근에 접한 '깜지'라는 말과 더불어 문화적 충격이다!

2018년 12월 28일 금요일

PC방, 그 이틀째 경험

어제 오전 PC방에서 5천원을 선불로 지불하고 세 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다. 근처에 학교가 있어서 그런지 점심시간을 지나면서 자리는 학생들로 거의 다 들어차게 되었다. 카운터에서 대충 헤아려 보니 PC 설치 대수는 100대 이상으로 꽤 규모가 큰 곳으로 여겨진다. 오늘은 점심을 먹고 나서 나머지 두 시간을 쓰려고 같은 PC방을 찾았는데... 이럴 수가! 남은 자리가 딱 두 개 뿐이다. 겨우 빈 곳을 찾아서 비집고 들어가 앉으니 전후좌우 모두 모여서 게임을 하는 십대 아이들로 부산하다. 오른편에 앉은 남학생은 왜 이렇게 말이 많은지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어도 내 PC 작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솔솔 들어온다. 바로 뒤에 흡연실이 있었다. 옆자리의 이용객은 라면을 먹고 나서 잠시 어디를 다녀오는가 싶더니 아마 담배를 피우고 온 모양이다.


나는 50원 동전을 넣어 작동하던 오락실 세대, 즉 아케이드 게임 세대이다. 간혹 둘이서 서로 겨루는 게임도 있었지만 당시의 게임이란 철저히 개인적인 활동이었다. 나는 교과 과정으로서의 체육이든 컴퓨터와 겨루는 게임이든 누군가와 '싸우는' 활동에는 그야말로 젬병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서로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온라인 게임을 하다니, 게임의 방식이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였다. 온라인 저편에 나와 맞붙어 싸우는 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한 팀을 이루는 동료들도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위키백과에서 오버워치('Overwatch')를 찾아보았다.
오버워치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하고 배급하는 다중 사용자 1인칭 슈팅 게임이다.
그러면 스타크래프트('StarCraft')는? 이것은 실시간 전략 게임이라고 한다. 2000 년대 초반, 이른 점심을 먹고 나서 강 박사와 윤 박사가 각자 헤드폰을 끼고 '스타 한 판'을 했던 것을 보면 둘이서 한 팀을 이루어서 공동의 적과 싸웠던 것 같지는 않다.


90년대 중반이었던가? 키즈(kids, 나무위키, 위키백과)라 불리던 전설적인 BBS(Bulletin Board System)에 접속하면 MUD(multi user dungeon)라는 메뉴가 있었다. 장난스럽게 붙인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설명과 함께. 순수한 텍스트 기반의 인터페이스라서 게임이라니? 스무고개 놀이도 아니고?



나는 스무번 죽었다 깨어난다 해도 동시대의 컴퓨터 게임에는 도저히 친숙해지지 못할 것 같다.


PC방 사용 시간은 12분 정도가 남았다. 컴퓨터 게임도 익숙해지기 어렵고, PC방 특유의 북적거리는 분위기도 역시 그러하다. 웹 서핑이나 하다가 시간이 종료되면 돌아가야 되겠다.


참고: 나는 지금 연차 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주)항소 고객지원실을 방문하여 만년필을 수리하다

올 겨울 들어서 최강의 추위가 몰아닥친 하루이다. 장갑과 목도리, 모자로 중무장을 하고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507 대신빌딩 5층에 위치한 (주)항소의 고객지원실을 찾았다. 바닥에 떨어뜨려서 닙이 휘고 제대로 글씨가 써지지 않는 워터맨 엑스퍼트 만년필을 수리하기 위함이다(Waterman  만년필, 망가지다 2018/12/10). '항상 웃는다'는 뜻의 (주)항소(恒笑)는 파커와 워터맨의 필기구를 수입하는 업체이다. 파커(Parker)는 우리나라에서는 '파카'로 상표가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고집스럽게도 '파커'라고 쓴다.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먼 길을 나섰다. 7호선 청담역 9번 출구를 나와서 북쪽으로 한참을 걸어 청담 사거리에 이른 뒤 길을 건너 오른편으로 네번째 건물이다. 다음의 사진에서 가운데에 위치한 밝은 갈색 계통의 5층 건물이 대신빌딩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올라 (주)항소로 들어가서 바로 오른쪽에 있는 고객지원실을 찾았다. 바닥에 떨어뜨려서 닙이 휘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잠시 기다렸다. 닙이 크게 손상되지 않아서 간단히 펴서 수리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핫트랙스에서 보낸 물건 - 아마 수리를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 이 분주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담당 기사는 수리가 되었으니 테스트를 해 보라며 만년필과 종이를 건넸다. 종이에 긁히는 느낌이 없이 부드럽게 잘 써졌으며 끊김도 없었다. 수리비는 들지 않았다. 망가진 직후에는 만년필을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해서 그냥 서랍에 넣고 잊어버리거나 사설 수리업체를 찾아갈 생각만 했었다. 이렇게 공식 수입처에서 처리를 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만약 대전에서 우편으로 수리를 의뢰했더라면 오가는 배송료를 들이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야만 했을까?


내가 사용하는 워터맨 만년필 두 종(Phileas & Expert)은 전부 캡이 매우 쉽게 여닫긴다. 그러나 이것이 밀폐 불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정 불편하다면 캡을 따로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웬만한 저가 만년필 하나 가격이 되니 이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파커 IM Preminum Vacumatik의 잉크 마름 현상에 대해서도 문의하였더니 많은 사용자가 이 문제로 고생을 하지만 오래 사용하면 나아진다고 한다. 나처럼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은 캡에 뚫린 구멍을 테이프로 막아서 쓰기도 한다(파커 IM Premimum Vacumatic 만년필의 잉크 마름 현상 해결하기). 인터넷을 검색하면 이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이 나 하나는 아니었던 것 같다.


Good replacement for Parker IM? <= 'Hard starts and drying out (thanks to that ventilation hole under the clip)'라는 표현이 내가 경험한 문제 바로 그대로이다.


수리 전후의 사진을 비교해 보았다. 왼쪽이 수리 전, 오른쪽이 수리 후이다. 변형된 닙 끝이 완벽하게 복원되지는 않았지만 글씨를 쓰는데 더 이상 지장이 없다면 무슨 문제이랴?




만년필을 이렇게 수리를 하고 나니 지난주에 구입한 3·OYSTERS의 헌터스 만년필의 활용 빈도가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세 자루의 만년필을 같이 놓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왼쪽의 소책자는 오늘 (주)항소에서 입수한 것이다.





전화 통화와 같은 직접적인 대화를 피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전화 통화를 두려워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인 콜포비아(call phobia)라는 낱말까지 생겨났다. 영어권에서는  telephone phobia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는 것으로 여겨진다(위키피디아). 이는 최근의 언택트 마케팅(untact marketing, 대면 접촉을 없애는 마케팅 방식 관련 기사 "웬만하면 말 걸지 맙시다")과 연결되면서 직접적인 대화 또는 대면을 기피하는 풍조는 점점 더 흔해지는 것 같다. 작년에 읽었던 소설 '밈:언어가 사라진 세상'에서 그린 미래가 현실화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의사 소통 수단으로서 카카오톡이나 메신저를 더욱 선호하면서 전달되는 텍스트는 더욱 넘쳐나지만, 정작 종이 위에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넘쳐나는 텍스트 역시 정제되지 않은 상태이며, 정확하지 않은 것도 많다. 악의적인 텍스트(정보)는 만드는 사람과 퍼 나르는 사람에 의해 계속 확대 재생산된다. 나는 고지식하게도 이런 세태에 역행해 보고자 애를 쓰는 사람이다. 손으로 정성들여 쓴 글씨는 진실에 좀 더 가까우며 절제되어 있다고 나는 믿는다.


소통의 방식은 low-tech에 가까울수록 더욱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보다는 직접적인 만남, 전화 통화, 아니면 손으로 쓴 편지가 더욱 진정성을 담고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의 방식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의도를 가지고 소통하려고 접근하느냐 하는 것이다. 편하게 혼자 쇼핑을 하려는데 곁에 다가와서 자꾸 뭔가를 권하고 설명하려는 판매원이 가끔은 성가시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판매원의 의도 때문인 것이지 대면 접촉 자체가 사람을 피곤하게 해서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 패스트푸드점의 무인주문기가 나는 싫다. 기계적인 ARS 역시 마찬가지다. 좀 더 인간적인 방식을 이용한 교류를 원한다.


만년필 정보를 검색하다가 미국 브랜드인 Conklin의 Duragraph Collection(링크)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화려한 무늬의 레진 몸통이 워터맨 필레아(구형)를 닮았다. 스크류 캡을 쓰는 만년필로서 매우 매력적이고 가격도 적당하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구입하여 써 보고 싶다.





2018년 12월 27일 목요일

나는 왜 쓰는가?

나는 왜 블로그 글쓰기를 하는가?


가장 큰 목적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내가 궁리하고 열심히 공부했던 것들, 기억에 남기고 싶은 경험들을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 위하여 기록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개인 일기장에 적으면 될 것이지 왜 굳이 남들도 열람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을 활용하는가? 우선 사진이나 동영상, 녹음, 다른 웹사이트 링크 등 모바일 시대에 개인이 직접 만들었거나 참조할 외부 자료들을 한데 담기 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 글을 작성해 두면 나중에 검색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기가 대단히 편리하다. 뿐만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들의 글을 통해서 지식을 쌓았듯이, 다른 사람도 내가 작성한 글을 통해 도움을 받는다면 그것도 보람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책임이 따르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텍스트를 수반하지 않고 단지 사진만을 찍어서 공유하는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작성하는 모든 콘텐츠는 나 혼자 보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내가 경험했던 사실이나 다른 사람의 언행을 비판적으로 다루어서 글을 쓰게 되면 여간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약 기자라면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고유 임무에 해당하므로 일부러라도 열심히 그런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를 불편하게 했던 사소한 경험을 떠올려 보자. 매너 없는 주차, 진상 손님, 나를 언짢게 하는 지인, 직업 의식이 부족한 서비스 업종 종사자 또는 판매원 등. 행여 그들이 나와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이고 이를 고발하는 것이 시민 정신에 입각하여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해도 이를 공개된 사이트에 올리는 것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만약 그 사이트가 개인용 블로그인지 혹은 인터넷 카페와 같은 곳인지에 따라서 약간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들이 내가 올린 글을 보고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것을 징벌이라고 생각하는가? 나의 소소한 분노에 공감하는 '좋아요' 숫자가 높아질수록 그 행위자는 자신의 행동을 더욱 크게 뉘우치게 될 것인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인터넷을 통한 글쓰기의 또 다른 동기는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욕망을 충족하기 위함도 분명히 있다. 실제 생활에서 사교성이 높거나 외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불같은 욕구를 가진 사람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작성자의 실명 공개 여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익명성 뒤에 숨으면 좀 더 대담한 글쓰기도 가능하며, 다르게 말하자면 민감한 문제를 들추는데 더욱 편리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들추기'가 항상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다. 낯선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학교와 관련한 어떤 모임에 참석을 권유하는 전화였고, 곧 이어서 밴드로 초대장이 날아왔다. 물론 모임에 참석하기를 강하게 권유하지는 않았고, 기회가 된다면 마음의 결정을 하기 전에 사전 탐색 비슷한 것을 해 볼 것을 권하였다. 30년이 넘게 단절되어 있던 인연을 이어줄 수 있으려면 같은 시기를 공유한 동기 사이의 유대감 정도가 아니라면 쉽지 않다. 고향을 떠나면서 출신교와 관련한 네트워크는 자연스럽게 끊어졌고, 나는 이를 다시 이으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간혹 필요에 의해서 - 사업이나 자녀 결혼 등에 따르는 상조 등의 매우 현실적인 - 이를 적극적으로 회복하려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는 이 관계를 회복하기에 너무 늦지 않았나 싶다.


그 모임이 두 달에 한 번씩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매우 놀랐다. 아주 친한 동기간의 모임도 아니고, 특별한 목적이 있는 동호회도 아닌 선후배 혼합 모임이 무려 두 달에 한 번?


이것을 블로그에 쓸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하였다. 혹시 나에게 전화를 했던 그 선배가 이 글을 보고 불편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이 모임에 참석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어느 모임이든 '신입'은 큰 의미를 갖는다. 새로운 사람과 함께 새로운 사상과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유입되며, 그 모임은 생명력을 갖고 더 오래 지속된다. 그런데 그 모임이 기수 등에 의해 위계가 잡혀진 것이라면? 신입이 오랫동안 유입되지 않아서 모임의 유지를 위해 애쓰는 사람(대개는 그 모임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 수 년째 고정되어 있고 그에 따르는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라면? 몇 가지 모임에서 총무 역할을 하는 친구 하나는 자기 아래로 후배들이 들어오지 않아서 총무 노릇을 하느라 힘이 든다고 하였다. 선배들 스케쥴 맞추어 모임 장소와 일시를 잡고, 연락을 하고, 회비 관리를 하고... 그 어려움이 쉽게 상상이 간다.
꽤 오래전 이야기를 상기해 보자. 어떤 모임에서 선배 한 분이 나에게 총무 역할을 넘기면서 '내가 이 일을 10년 넘게(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는다) 해 왔다'고 하였다. 내가 받은 느낌은 약간 과장을 섞어 이야기하자면 '그동안 참 지겨웠었다' 라고 고백하는 것 같았다. 시건방진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올바른 전임자의 자세가 아니다. 힘은 좀 들지만 보람이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이야기해야 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지금 입회를 권유받는 모임에 대하여 아주 이기적인 입장에서 저울질을 해 보자. 어느덧 우리 모두가 세뇌된 신자유주의적 입장에서 투입 대비 효용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모임에 신입 회원으로 들어갔을 때 막내가 될 것이 자명한데 까마득한 선배들을 모시고 새로운 후배 회원들을 수소문하는 수고를 들이면서 이 모임에서 내가 얻을 편익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 결론은 비교적 명확하다. 아니면 좀 더 간단하게 고백해 보자.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고 유지하는 스트레스를 별로 겪고 싶지가 않다. 10년쯤 전에 연락을 받았더라면 기꺼이 참석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학연에 얽매이지 않는 네트워킹, 현재 뿌리박고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교류, 나이를 묻지 않는 모임.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태원 빌리 엔젤의 추억

어제 휴대폰으로 작성한 은 나의 글쓰기 본능을 충족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였다. 오늘만큼은 근처 PC방을 찾아서 그동안 생각해 둔 바를 마음껏 글로 남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이 오십이 다 되어서 생애 두 번째로 찾는 PC방이라니! 미리 사용법을 검색해 보았다. 카운터에서 관리자를 직접 대면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 좀 어색했지만 별로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구글에서 'PC방'을 검색하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이 PC방을 경험하면서 놀라워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너무나 많이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방송을 포함하여 왜 이러한 것(동영상·기사 등)이 만들어져서 국내인을 위해 소비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생각보다 발전한 한국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외국인들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끼자는 것인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부류의 프로그램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그 외국인이 온 나라에서 방송이 되어서 인기를 얻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카운터에 앉아있는 아르바이트생은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았다. 회원 가입을 어떻게 하느냐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그저 'PC에서 하시면 돼요'였고, 가입 후 결제를 하러 다시 카운터로 가서 물었더니 '(기계에서) 직접 해 보세요'가 전부였다. 이보다 조금 더 친절할 수는 없는 것일까.


PC방은 지하 1층에 위치해 있었다. 외부 음식을 먹지 말라는 경고가 여럿 붙어있었다. 시설은 매우 쾌적하고 장비의 성능도 좋아 보였다. 먼지 방지용 투명 커버를 벗겨내니 멋진 조명의 기계식 키보드가 나를 맞는다. 평소에 사무실에서 쓰던 멤브레인 키보드에 비하여 스트로크가 다소 길지만 키를 누를때  '달각달각'거리는 느낌이 너무나 좋다. 얼마 전 KOBIC 전산실을 방문했을 때 관리자가 쓰던 묵직한 기계식 키보드에서 뭔가 전문가적인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PC방의 것은 이에 더하여 형형색색의 LED 조명이 물결 흐르듯 시간에 따라서 밝기가 변한다. 조명 때문에 키보드가 꽤 전력을 소모할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마우스도 예사롭지 않다. 나도 늘 컴퓨터로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몸에 직접 닿는 주변 기기를 바꾸어서 호사를 누려보고 싶다.



PC방 초보에게 조명 키보드는와 마우스는 큰 감동을 주었다.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어면서 작업을 하고 싶은데 설정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나? 관리자에게 물어봐야 친절한 설명을 듣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음향 관련 제어판 설정을 매만져 보았으나 자꾸 외부 스피커에서 소리가 난다. 모니터 한쪽에 '스피커&헤드셋 듣기는 해당 아이콘을 더블클릭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떠 있다. 처음에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바탕화면에 '헤드셋 듣기'라는 아이콘이 있었다. 이것을 더블 클릭을 하니 비로소 헤드셋에서만 소리가 난다. 유튜브를 열고 Corelli의  Complete Edition을 재생하였다. 헤드셋을 벗고 혹시나 외부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닌지 몇 번이나 확인을 하였다. 사용자들이 게임을 하는지 키보드를 민첩하게 두드리는 소리만 들린다. 모두가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거의 눕다시피 앉게 만들어 놓은 의자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척추 건강에 별로 좋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면 이태원 빌리 엔젤 이야기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 이태원역 교차로에서 동쪽(한남동) 방향을 따라 올라가면 언덕이 끝나가는 곳 즈음에 짙은 파랑색의 5층 건물이 하나 있었다. 1층에는 Loui Ruth's라는 베이커리 카페가, 2-3층에는 멋진 인테리어의 디저트 카페인 Billy Angel이 있었다.


2017년 2월의 모습.
2018년 2월의 루이 루스.
 


루이 루스는 와플이 맛있었고, 빌리 엔젤은 독특한 인테리어가 마음을 끌었었다. 절제미가 느껴지는 흰 바탕에 멋들어진 조형물이 있었고, 벽에는 그래픽으로 표현한 오드리 햅번, 엘리자베스 테일러(확신이 잘 서지 않음), 그리고 비비안 리의 초상이 크게 걸려 있었다. 이런 세세한 사항까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지시를 한 것인지 혹은 점주의 창의력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 아내와 함께 조각 케익을 먹으며 창밖으로 이태원 거리를 내다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달콤한 케익에 어울리는 쌉쌀한 커피는 1층에서 구입하여 들고 올라왔었다. 물론 케익의 가격은 싼 편은 아니었지만 맛은 좋았다. 자리가 없어서 발길을 돌려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분위기와 파는 음식이 판이하게 다른 두 개의 매장이 한 건물에 층을 달리하여 입주해 있었으나 의외로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2017년 2월 촬영.

이러한 독특한 인테리어를 없애면 손님을 더 많이 앉힐 수는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18년 12월, 이태원 빌리 엔젤은 그렇게 바뀌었다.


이러한 기대가 성탄절까지 이어지리라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2018년 12월 25일에 다시 찾은 이곳은 너무나 많이 변해 있었다. 예전에는 1층 루이 루스의 분위기에 맞게 건물 바깥쪽도 짙은 파란색이었는데, 다시 찾은 이곳에는 루이 루스는 없어지고 빌리 엔젤이 전부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리모델링을 하여 예전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건물 외벽도 밝은 색으로 다시 칠한 것 같았다. 홀은 더 많은 손님이 앉을 수 있도록 조밀하게 테이블을 배치하였고, 성탄절을 즐기러 나온 커플 손님들로 이미 빈 자리가 없었다. 혹시나 싶어서 3층까지 올라갔다가 여자 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고 기겁을 하였다.


특별한 날이니 손님이 많은 것은 이해를 할 수 있다. 더 많은 손님을 끌어모으고 수익을 올리기 위하여 인테리어를 바꾼 것도 업주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추억과 분위기를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내와 나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이곳을 되돌아 나왔다. 어차피 자리가 없어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없었지만, 둘 다 같은 마음이었다. 다시 이 곳을 오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루이 루스와 빌리 엔젤의 추억이여, 안녕!(2018년 2월)
어느덧 정오가 지났다. 점심을 해결할 시간이 되었는데, 또다시 카운터에 가서 어색하게 주문을 해야 하는가? 요즘은 PC에서 직접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고 하니 모니터 어딘가에 이것과 관련된 기능이 있으렸다... 인기 게임 리스트를 직접 클릭하여 실행하는 창이 몇 개 있고 오른쪽 위에 'PICA Play'라는 창에 커피를 그린 아이콘과 '상품 주문'이라는 탭이 보인다. 이를 클릭하니 라면, 빵, 음료 등 다양한 메뉴가 보인다. 편의성도 좋지만 이렇게 대면 접촉을 하지 않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니 놀랍고도 한편으로는 서글프기도 하다. 기왕 PC방에 왔으니 모든 서비스를 다 이용해 보자는 생각으로 주문을 하였다. 신용카드 결제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클릭은 되지 않았다. 컴퓨터 사용료 못지않게 음식 매출도 PC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리라.

2018년 12월 26일 수요일

글을 쓰고 싶다!

종종 들르던 이태원의 케이크 카페가 리모델링을 한 이후 너무나 번잡하게 바뀌어 실망을 하고 말았다. 하필이면 크리스마스 오후라서 손님이 평소보다 훨씬 많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고즈넉하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휴대폰만 문지르고 있는 커플들만 하나 가득이었다. 1층에서는 커피를, 2층에서는 케이크와 차를 팔던 건물이었는데 건물 전체가 케이크를 파는 곳으로 바뀐 것이다. 케이크를 파는 디저트 카페 - 실상은 커피와 조각 케이크를 곁들이면 식사 대용이 되니 디저트라고 말하는 것에 어폐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 가 인기가 있다 보니 매장 전체를 이렇게 바꾸는 것도 이해가 될 법하다.

그곳에서 찍었던 사진을 곁들여서 과거를 추억하는 글을 쓰고 싶은데 휴대폰으로는 블로거 앱에서 사진을 삽입하기가 너무 어렵다. 직장도 집도 아닌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라리 내일쯤 근처 PC방에 가서 작업을 할까?

PC방을 이용해 본 것은 딱 한 번, 아마 9년쯤 전에 출장지에서였던 것 같다. 이용 방법과 결제 방법 등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은 물론 더 첨단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고 있을 것이다. 마치 패스트 푸드점에 가서 무인 주문기 앞에 처음 서서 어쩔줄 모르는 '노인'과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그런데 PC방에서 로그인을 하는 것은 과연 안전할까? 설마 사악한(?) 사용자 혹은 관리자가 이상한 프로그램을 깔아놓고 계정명과 암호를 빼 가는 것은 아닐까? USB 메모리를 꽂는다거나 은행 업무를 보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구글 혹은 네이버 로그인조차 두려워서 못한다면 무엇을 하러 PC방에 가겠는가.

로그인이 필요한 서비스를 PC방에서 안전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미리 조사해 두어야 되겠다. 더불어서 내가 작업한 이미지 파일 등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에도 신경을 쓰도록 하자. 요즘 대학교에서 사용하는 공용 컴퓨터는 전원을 끄면 사용자가 작업한 파일을 전부 알아서 삭제해 주는 것 같은데 PC방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2018년 12월 24일 월요일

긴 휴식과 눈의 즐거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면서 연말을 컴퓨터가 없는 곳에서 보내고 있다. 이메일은 휴대폰으로 겨우 확인하는 수준이나 글을 쓰기에는 매우 불리한 환경에 처한 것이다. 음식을 직접 챙겨먹고 세탁물을 처리하는 등 생활에 따르는 필수적인 일을 잠시 하는 것 외에는 진정한 자유 시간을 누리는 셈이다. 읽을 책이 가까운 곳에 마땅히 없다는 점은 불편하다(대형 서점에 가서 사면 된다). 어떤 사연으로 인해 이런 휴식 아닌 휴식을 누리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글로 남기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노력이 아무런 성과를 맺지 못하는 것으로 끝나게 될지도 모르므로.

남는 시간에는 미술관을 다녔다. 눈이 제법 호강을 한다. 현대미술에 큰 발자욱을 남긴 마르셀 뒤샹, 그리고 뉴욕 이스트빌리의 예술인이었던 데이빗 워나로위츠. 이 두 사람의 생애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뒤샹은 항상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여성 이름을 가명으로 내세워 활동을 하기도 한 반면 워나로위츠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당당히 내세우며 투쟁적인 삶을 살았다고 한다. 물론 많은 아티스트가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이 이스트빌리지의 예술활동을 위축시킨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글도 보았다.

에로티시즘은 예술에서 대단히 중요한 주제이다. 예술 공간에서 애써 강조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강렬한 그 무엇인가를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용기 있는 성적 소수자들은 이를 좀 더 공공연하게 표출하고자 하(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이를 '문란하다'고 비난하다.

성적 경향은 개인이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는, 선천적인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일까? 타고나는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린 시절에 매체에서 이런 정보를 접하면 동성애 경향이 생겨난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후자의 입장은 동성애는 옳지 않은 것이고 사회에서 이것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가치 판단 기준을 바닥에 깔고 있는 것이다.

'변방과 마이너리티는 변화의 공간이다' 신영복 선생이 남긴 말이다. 마이너리티의 속성은 무엇인가를 계속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생물학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 역시 다양성에 있다. 마이너리티의 투쟁 목표는 세상을 뒤엎어서 주류가 되고자 함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소수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권익을 찾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돠어야 한다고 믿는다.

2018년 12월 19일 수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14] 마무리하기

초단관의 플레이트 전압을 낮추는 시도는 아무 쓸모가 없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다시 회로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나서 몇 가지의 배선 작업을 추가하여 지난 가을부터 이어진 43번 오극관 싱글 앰프 프로젝트를 마치고자 한다.

케익팬을 앞에서 바라보았을 때 왼쪽에 구멍을 뚫어서 LED 표시등을 달았다. 이 부품은 IC114의 LED indicating 표시램프 항목 중 하나인 HSP10RW-ADJ인데 1K옴 저항을 직렬로 삽입하여 12VDC에 연결하였다. 뒤쪽에는 구멍을 두 개 더 뚫어서 전원 어댑터잭을 달고 출력 트랜스로 이어지는 선을 빼내었다. 장사동에서 구입한 커넥터(출력 트랜스 교체용)는 나중에 쓰기로 한다.

43 pentode single ended tube amplifier (front).
43 pentode single ended tube amplifier (rear.
LED pilot lamp is on.



전원 트랜스 뒷쪽의 공간이 휭하니 비었다. 원래 여기에 출력 트랜스를 얹을 계획이었으나, 섀시 내부에서 DC-DC boost converter 기판을 고정하면서 볼트가 바깥쪽으로 돌출하고 말았다. 그래서 단자대를 제외하면 이 공간에 뭘 올려놓는다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

케이스 가공을 하면서 손가락을 여러 차례 다쳤다. 이 앰프는 아니지만 상당히 위험한 수준의 감전을 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진공관 앰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자신감, 경험, 즐거움, 그리고 안전에 대한 대책 등 얻은 것도 많았다. 이것을 포함하여 올해에 총 세 종류의 진공관 앰프를 경험하였다. 개인 제작자가 만든 것(6J6 푸시풀), 완제품 PCB를 구입하여 배선만 한 것(6N1+6P1 SE), 그리고 부품 구입부터 하드 와이어링까지 내가 직접 한 것(12AU7+43 SE) 등 그 폭은 매우 넓었다. 그중에서 가장 즐거운 경험이었던 것은 모든 과정을 직접 하였던 43번 오극관 앰프이다. R-core 출력 트랜스포머를 직접 감아서 만들고, SMPS도 만들었던 것까지 포함한다면 지금까지의 나의 오디오 자작 경험 중에서 가장 풍성한 한 해가 아니었던가 싶다. 제이앨범 사이트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말할 나위도 없다.

Original schematic.

Heater supply.
위에서 보인 회로도는 전혀 검증된 것이 아니다. 정확히 출력은 몇 와트인지, 왜곡 수준은 얼마나 되는지, 주파수 특성은 어떠한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오디오 취미에는 주관적인 요소가 매우 많은지라 측정 수치가 모든 것을 다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단 귀를 스피커에 아주 가까이 대지 않으면 험을 느낄 수 없고, 편안하게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소리를 내는 앰프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진공관 앰프에 대한 입문서를 하나 정해서 회로의 설계와 해석과 관련한 기본 지식을 배양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18년 12월 18일 화요일

[하루에 한 R] read.table() 함수가 컬럼 이름의 공백 또는 '-'을 '.'으로 자동으로 바꾸지 못하게 하려면

pyani로 생성한 ANI(Average Nucleotide Identity) marix를 가지고 heat map을 그리려 하였다. gplots 패키지의 heatmap.2() 함수를 쓰는 것이 내 실력 수준에서는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Row는 heatmap,2()가 알아서 클러스터링을 하게 만들었지만, column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순서를 정하게 만들고 싶었다. 이번 시도에서는 dRep에서 따로 클러스터링을 한 결과를 가지고 column을 정렬하게 만들고자 하였다. pyani는 BLAST 혹은 MUMmer를 이용해서 ANI를 계산하는 반면, dRep의 2차 클러스터링에서는 gANI(ANIcalculator라고도 부른다)를 선택하여 쓸 수 있다. gANI는 whole-genome based ANI의 약자로서(NAR 논문 링크), bidirectional best hit로 확인된 상동 유전자 사이에 대해서 계산되는 값이라서 Konstantinos 등이 제안한 오리지널 ANI(PNAS 논문 링크)와는 조금 다르다.

ANIb_percentage_identity.tab 파일을 R로 읽어들여서 데이터프레임(data)을 만들었다. 다음으로 컬럼을 원하는 순서대로 정렬하기 위하여 dRep에서 만들어진 secondary clustering 결과에서 균주 명칭을 뽑은 뒤 이를 별도의 리스트에 넣었다. 이를 drep_order라 하자. 다음과 같이 치면 row는 원래대로이지만 column은 drep_order에 정의된 순서대로 정돈이 된다.
> data_new = data[, drep_order]
처음에는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몰라서 무식하게도 for 구문을 사용했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어제부터 방법을 찾다가 이 쉬운 기법을 오늘 발견하였다. 독학으로 R을 배우다 보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깨진 접시 모양으로 어딘가 이빨이 빠진 구석이 있다. 체계적인 학습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행을 해 보면 이상하게도 그런 컬럼이 없다는 에러 메시지가 나오는 것이었다.
> data[,"Paenibacillus_peoriae_FSL_F8-0551"]
Error in `[.data.frame`(data, , "Paenibacillus_peoriae_FSL_F8-0551") :
  undefined columns selected
철자가 틀린 것이 없는데 왜 그럴까?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하여 컬럼 이름을 확인해 보니 43개 중에서 30개만 반환이 된다. 결국은 왜 이러한 불일치가 벌어졌는지를 알아낼 수 있었는데, 바로 파일을 데이터프레임으로 읽어들이면서 마이너스 기호('-')가 자동으로 마침표('.')로 바뀐 때문이었다. 이렇게 허탈할 데가 있나...



이렇게 자동적으로 변환을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원본에 충실하게 읽어들이려면 read.table(x,...,check.names=FALSE)로 바꾸어야 한다. read.csv() 함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컬럼 이름은 문법적으로도 맞아야 하고(그래서 마이너스 기호를 싫어하는지도 모른다) 중복이 되지 않는지도 따져야 한다. 한편으로는 수긍이 가는 정책이다. Row name은 건드리지 않으니 다행이다.

check.names 인자를 수정하여 파일을 읽어들였더니 컬럼 이름이 원본 파일에 있는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이렇게 또 한 가지를 배웠다.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13] 케익팬에 작업을 좀 더 진행하기

히터 전원 공급용 트랜스포머에 전선을 납땜하고, 꼬아서 임시로 연결했던 나머지 배선도 정식으로 연결하였다. 초단으로는 12AU7을 사용하였으며, 왼쪽에 보이는 트랜스포머에서 교류 12 V를 그대로 끌어다가 점화하였다.



전원 위치도 없고 파일럿 램프도 없는 아주 간소한 앰프이다. 남은 작업은 대략 다음과 같다.

  • 구멍을 뚫어서 DC 어댑터 잭 달기
  • 출력 트랜스포머를 커넥터 처리하기 - 한 조의 출력 트랜스포머를 여러 앰프에 돌려가며 사용하기 위해 이런 아이디어를 내었다. 지금 상태로는 컴퓨터 파워 서플라이에서 재활용을 위해 뜯어낸 4P 커넥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핀의 방향을 잘 맞추지 않으면 쉽게 끼워지지 않고 맨손으로 빼내는데도 힘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쉽게 탈착이 되는 커넥터를 사용할 예정이다. 오디오 등급의 제품은 당연히 아니지만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랴.

음량 조절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볼륨 놉이 10시 정도에서 적당히 들을 수준이 되면 좋은데, 8시 정도로 낮게 두어야 적정한 소리가 난다. 그렇다고 해서 놉을 많이 돌리면 귀가 찢어질 정도의 소리가 나지는 않는다. 이것이 바로 진공관 앰프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반도체 앰프라면 볼륨을 너무 올리면 귀에 매우 듣기 거북한 찌그러지는 소리가 나는데, 진공관 앰프는 분명히 왜곡이 발생하지만(측정기를 대 보면 확인 가능할 것이다) 귀에는 별로 부담이 없다.

초단관이 만들어내는 출력의 스윙폭을 어떻게 줄이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저항을 하나 이용하여 초단관의 플레이트 전압을 60 V 수준으로 낮추어 보았는데, 청감상 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제이앨범에서는 로드 저항을 낮추거나 피드백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였다.

다음에 또 앰프를 만들게 된다면 CAD로 도면을 그려서 샤시 가공을 맡기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맨날 제 위치도 아닌 곳에 구멍을 뚫으면서 난감해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손가락은 또 얼마나 많이 다쳤는지 식구들 보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2018년 12월 19일에 추가한 글

초단관의 플레이트 전압을 낮추는 것은 함부로 할 일이 아니다. 작동 상태가 이상해진 것이다. 글로 옮기기는 좀 복잡한데, 어쨌든 정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원래의 회로대로 환원하였다.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복희와 여와, the ultimate maker!

오랜만에 혼자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특별 전시인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과 [황금인간의 땅, 카자흐스탄]은 유료 전시라서 나중에 식구들과 함께 왔을 때 보기로 하고 1층 선사관부터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신라관이 새로와졌다는 뉴스를 보았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왕릉의 껴묻거리를 선반에 죽 늘어놓아서 관람객을 압도하는 분위기는 역시 국립경주박물관이 으뜸이다.


한 쌍으로 이루어진 국보 91호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중에서 지체가 높아보이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찍어보았다. 멋진데? 내 구글 프로필 사진을 저 무사의 얼굴로 바꾸어 볼까? 곁에 있는 또 하나의 도기는 하인에 해당한다고 한다. 주인에 해당하는 사람은 의관도 더욱 화려하고 무릎에 드리운 옷자락은 갑옷의 느낌이 난다.

주인과 말의 눈매가 닮았다.

이번에는 신안선에서 발견된 흑유자, 즉 검정 광채가 나는 도자기가 특별 전시되고 있었다. 이것은 일본의 차(茶)문화 발전과도 관계가 깊다고 하였다. 오묘한 색깔이 정말 아름다웠다. 일식집에서 흔히 미소된장국을 담아주는 그릇 - 주로 플라스틱이지만 - 의 색깔이 흑유자를 본뜻 것인지도 모른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잊지 않고 찾아보는 것이 바로 '백자 넥타이 술병'이다. 보물 1060호로서 실제 이름은 '백자 끈 무늬 병'이다. 어쩌면 저 병의 잘록한 목에 끈을 달아서 쉽게 들고 다녔는지도 모른다. 도공은 어떻게 하여 단순하면서도 대단히 디자인적이며 센스까지 느껴지는 끈을 그려 넣었을까? 아마 이 병이 만들어진 당시 사람들 중 몇 명은 '어라, 끈이 달린 줄 알았더니 그림이었구나!'하며 무릎을 치고 유쾌하게 속아넘어갔을 것이다.


병의 목에 실제로 줄을 달아서 사용한 것 같다. 15세기 백자 가마터에서 나온 깨진 그릇에 다음과 같은 싯구가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태백의 '술을 기다리는데 오지 않네'(待酒不至)'이다(참고 - 유홍준의 국보순례[48] '백자 넥타이 술병' 링크). 배달 음식을 기다리는 마음이랄까. 어려서 아버지의 술 심부름을 참 많이 다녔었다. 아주 드물게 외상으로 술을 사오라고 하시면 가게로 가는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은 미성년자에게 술을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키지 못한다.
술병에 푸른 끈 동여매고
술 사러 가서는 왜 이리 늦기만 하나
산꽃이 나를 향해 피어 있으니
참으로 술 한 잔 들이키기 좋은 때로다


전통 도자기에 그려진 문양 중에는 물고기가 압도적으로 많다. 물고기는 다산과 풍요, 입신출세와 부귀영화의 상징이라 한다. 물고기와 이름 모를 식물이 그려진 분청사기 세 점의 사진을 찍었다. 나는 분청사기에 그려진 저 물고기 문양을 볼 때마다 이정문 화백의 '심술통'이 생각난다. 어딘가 모르게 강인해 보이는 악다문 턱이 느껴지지 않는가?

분청사기는 대부분 생활용 그릇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약 200년 정도 만들어지다가 백자가 널리 퍼지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고려청자와 같은 명품은 아니지만 질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다음의 도자기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우리나라는 치킨 대국이다! 하지만 병에 새겨진 새는 닭이 아니고 상서로운 새인 봉황이다. 봉황은 임금의 상징이었고, 지금은 대통령 표장에도 쓰인다. '봉'은 수컷이요, '황'은 암컷으로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그리는 것이 정석인데, 대통령 표장에는 똑같은 모양의 새를 두 마리 그려 놓았으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봉황'이 아니고 '봉봉' 또는 '황황'이 되고 말았다는 신문 기사도 있었다(링크).


하지만 다음 작품과 같은 투쟁적인 새의 이미지도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 열리고 있는 '가나아트 컬렉션 시대유감'에서 찍은 사진이다. 화살을 맞은 새는 처절하게 죽어가지만 그 몸에서 새로운 새들이 날아오르고 있다. 봉황의 이미지는 특권 계층에 의해 세습되는 권력, 그리고 여기에 기대어 자손 만대에 이르도록 영광을 누리는 '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불사조(안창홍, 1985)

복희와 여와는 중국 신화에서 인간을 창조한 것으로 알려진 신으로 서로 남매지간이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뱀 모양의 하반신이 서로를 꼰 형태이다. 그러나 자웅동체는 아니다. 위 아래의 붉은 동그라미는 해를 연상시키는데 그 모양이 마치 욱일기를 닮았다. 주변의 하얗고 작은 동그라미들은 아마 별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왼쪽의 인물 여와는 컴퍼스를, 오른쪽 복희는 굽은 자를 들고 있다. 인간을 창조하는 중요한 일을 하였으니 그 일에 걸맞는 '공구'를 들고 있는 셈이다. 요즘 사회 운동으로 확산되는 Maker의 자세 아니겠는가?

공구라는 한자어보다는 연모라는 토박이말을 쓰고 싶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여러 사람을 이롭게 하려는 선한 의도, 그리고 이를 실제화할 수 있는 실력(= 좋은 연모, 연장, 공구), 그리고 주변의 도움이 잘 어우러져야 멋진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 얼마나 더 남아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대략 전후반 중간의 쉬는 시간에 접어든 것으로 생각된다(때이른 정년을 맞았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후반전을 조심스레 설계해 보는 중이라고 표현하면 정확할 것이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잘 만들어 나가고 싶다.

2018년 12월 14일 금요일

새로운 만년필, 3·OYSTERS HUNTERS

2-3만원 정도의 만년필을 1년에 한 번 정도의 빈도로 구입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큰 사치를 부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년 이맘때에 구입한 파커 IM - 이것은 5만원이 넘는 제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는 여전히 손에 잘 익지를 않고, 지난 가을부터 쓰던 워터맨 Expert 만년필은 떨어뜨려서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Expert를 수리하는 것이 당연하겠으나, 부담 없이 쓸 만년필을 하나 더 구입하고 싶어졌다. 사실은 그런 목적으로 Sheaffer VFM을 샀었던 것이었으나...

광화문 핫트랙스에서 국산 브랜드인 3·오이스터스의 헌터스 모델(제조국은 대만)을 하나 구입하였다. 브랜드의 의미, 제품 소개 등은 네이버의 블로그(링크)에 소개가 되어 있는데 포장용 상자에는 http://www.firstmate.co.kr이 인쇄되어 있다. 여기를 클릭해 들어가면 3&middot오이스터스에 대한 정보는 없다.

헌터스 만년필(제품 소개 링크)에는 다음의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내가 구입한 것은 중간의 포레스트 그린이다. 일부러 흔하지 않은 색깔을 고른 것이다. 닙은 F(0.6 mm) 단일 사이즈이다. 크기와 손에 잡히는 느낌은 꽤 오래전에 쓰던 자바펜의 아모레스를 연상시킨다. 지금은 업그레이드 버전인 아모레스II로 바뀌었다. 자바펜의 만년필에는 여분의 카트리지를 하나 더 넣을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헌터스는 그렇질 못하다. 이는 쉐퍼 VFM도 마찬가지이다. 필기구도 소형 경량화를 추구하다보니 이렇게 되고 말았다.

자료 출처: 3·OYSTERS 블로그
행사 중이라서 찬란한 색상의 10색 카트리지를 덤으로 얻었다. 기본 구성으로는 검정색 카트리지와 컨버터가 각각 하나씩 들어 있다. 3·오이스터스는 I·COLOR·U나 훈민정음 등 한국 독자 브랜드의 병잉크에도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매장에서는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으로 대만 IWI의 핸드스크립트라는 제품도 보여주었다. 이것은 헌터스보다 조금 더 짧아서 캡을 뒤에 꽂아서 써야 하고, 촉도 더 가늘며, 무엇보다도 인조가죽 마감이 얼마 쓰지 못하고 벗겨질 것만 같았다. 3&middot오이스터스 헌터스를 고른 것에 일단 만족한다. 손에 적당히 잘 잡히고 필기감도 좋다. 

독일제 이리듐 닙이다.
본체 끝에는 'TAIWAN'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매장 직원이 새로 나온 Parker Jotter도 소개해 주었다. Jotter 예전 모델과 Vector Standard는 오래 사용했더니 배럴이 플라스틱이라서 돌려서 닫는 나사 부분에 금이 가고는 했었다. Jotter 신상품은 금속 배럴 모델도 있는 것 같았다. 

독일 KAWECO라는 브랜드의 만년필도 만져 보았다. 오늘은 전혀 모르던 만년필 브랜드를 세 종류나 접한 셈이다. 언젠가는 본체 가득 잉크가 들어가는 펠리칸 M205를 써 보고 싶다.


2018년 12월 13일 목요일

독서 기록 - [소수의견을 외치는 당신이 세상을 바꾼다] 외 두 권


소수의견을 외치는 당신이 세상을 바꾼다

  • "무조건 다수의 편에 서는 당신은 비겁하다!"
  • 아케다 기요히코 저/이정은 역
동조압력의 문제점을 고발한 책. 혁신은 다른 생각을 가진 소수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요즘 나의 생각이다. 혁신은 내부에서 올 수도 있고, 외부에서 올 수도 있다. 돌연변이야말로 내부에서 발생하는 가장 원초적인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지만, 유리한 변이는 집단 내에 퍼진다. 그러려면 다양한 '변이'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한다. 가장 노력을 적게 들이는 혁신 방법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사상·인물·기술을 잘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적은 것은 책에서 주장한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트

  • "엘리트는 어떻게 사회를 기만하는가"
  • 야스토미 아유미 저/박솔바로 역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인 저자는 내면의 여성성을 자각하면서 여장을 하고 다니면서 이름도 '아유무'에서 '아유미'로 바꾸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용기 있는 태도가 아니겠는가. 안전이나 효율보다 자신의 기득권에 연연하는 전문가들이 구사하는 기만적인 화법(도쿄대식 화법)을 고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입장'이라는 낱말을 사용하지만 일본에서는 자기가 속한 조직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태도를 뜻하는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그의 다른 책 [누가 어린왕자를 죽였는가]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우리는 중국이 아닙니다(원제: Young lives in new China)

  • "모두가 착각했던 중국 청춘들의 삶"
  • 알렉 애쉬 저/박여진 역
마오쩌둥 정권 이후 태어나서 천안문 시위를 겪지 않은 젊은 중국인들의 삶을 그린 책이다. 영국 출신 작가 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현재 중국에서 살면서 직접 만난 중국 젊은이의 생애를 가까이에서 듣고 기록하여 전지적 시점으로 쓴 책이다. 넷플릭스에 본 영화 [먼 훗날 우리]를 생각나게 하였다.

도서관 신간코너 한쪽을 장식했던 [4차 산업혁명 도서]라는 안내문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이 벌써 끝났는가? 아니면 벌써 그 열기가 식었는가?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12] 케익팬에 앰프 꾸미기

언제까지 나무판 위에 얼기설기 배선한 상태의 앰프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다시 앰프를 꾸미기로 하였다. 오늘로써 [43번 오극관 싱글 앰프 프로젝트] 글이 12회째가 되는데, 과연 끝이 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소소한 개량을 거치면서 몇 년이 지날 수도?

마트에서 구입한 케익팬. 고행의 시작이었다. 이때가 약 보름 전의 일이다.


30 mm 홀쏘로 구멍 뚫기. 홀쏘는 무척 위험한 물건임을 깨달았다.


부품 고정을 시작하였다. 위 사진에서는 출력관 소켓을 내부에서 고정하는 것으로 임시 배치를 하였으나 최종적으로는 바깥쪽에 부착하였다. 초단관도 소켓을 섀시에 고정하고 하드와이어링을 하면 보기는 훨씬 좋았을 것이다. 제작 편의상의 문제 때문에 초단관 회로는 소켓을 통해서 만능기판에 직접 고정하게 되었고 결국은 아래 사진과 같이 매우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드러난 배선에 감전이 되지 않도록 적당히 가리는 일이 숙제이다. 작동 전압은 150 V 수준이다.


임시 배선을 하여 소리가 잘 나는지 확인하였다. 아래의 사진은 어젯밤에 찍은 것이다. 회로는 케익틀에 꾸미기 전과 다를 바가 없는데 소리가 훨씬 커진 느낌이다.


퇴근 후에만 조금씩 작업을 하다보니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케익팬을 쓰도록 영감을 준 것은 다음의 사이트("A Cake Tin Makes A Great Tube Amp Chassis")였다.

출처: https://hackaday.com/2016/06/05/a-cake-tin-makes-a-great-tube-amp-chassis/
보기에도 독특하고 구하기도 쉬운 재료라고 생각하여 케익팬을 선택했는데 실제로 완성을 앞둔 지금의 심경은? 글쎄,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은 재료이다. 가공은 쉬운 편이다. 전동 드릴로 구멍을 내거나 실톱으로 큰 면적을 잘라내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드릴로 구멍을 뚫으면 테두리가 날카롭게 찢어지는 성질이 강해서 손을 다치기 쉽다. 실제로 손가락을 꽤 깊이 찔려서 피를 좀 보았다. 그리고 표면에 코팅이 된 상태여서 테이프나 핫멜트가 잘 붙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사진에서 보인 배전압 정류부를 아직도 고정을 하지 못하였다. 나무판이라면 핫멜트로 붙여버리면 되겠지만.


다음으로는 히터의 접지를 통해서 험을 제거해야 한다. 출력관은 직류 점화이니 별다른 처리를 할 것이 없다. 정석대로라면 초단관 히터 전원의 중점에 해당하는 탭을 접지를 해야 한다. 중간에 해당하는 탭이 없다면 아래 그림의 방법 중 적당한 것을 택하면 된다.

출처: The Valve Wizard
오른쪽 중간의 그림에서 10R 저항을 넣는 것은 애노드와 히터 핀 사이에 단락이 일어났을 때 일종의 퓨즈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다음은 내가 사용한 전원트랜스이다. 이것은 순전히 히터 점화만을 위한 것이다. 플레이트 공급용 고전압은 12 V 어댑터 => DC-DC boost converter를 통해서 만들어지며, 케익틀 내부에 숨어있다.


히터 전압을 6 V로 한다면(9 - 15 V) 적당한 중간탭(12 V)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12 V로 점화를 하려면 마땅한 중간탭이 없다. 여기서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다섯개의 탭 중 아무거나 접지를 하면 어떻게 될까? 저항을 경유하지 않고 전선을 이용하여 실험을 해 보았다. 험이 사라졌다! 다섯개의 탭 중 그 어느것을 접지하든지 효과는 마찬가지였다. 꼭 히터의 중간 전압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선을 뽑아내어 접지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것이 대단히 위험한 시도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정확히 중간지점에서 접지를 하는 것에 비해서는 험 제거 효율이 떨어질까? 실용적으로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