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요일

일요일에 정부세종청사 방문하기

일요일에 일을 하러 나간다는 것은 별로 유쾌하지 못하다. 개인 업무가 밀려서 출근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하더라도, 그 외의 사연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출근 혹은 출장을 가는 것은 더욱 즐겁지 않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출장 신청은 하지 않은 상태로 차를 몰고 정부세종청사로 향했다. 목적지는 4동에 위치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세종청사는 항상 대중교통이나 남의 차에 동승해서 다녀온 것이 전부였고, 손수 운전을 해서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의 네비게이션을 따라서 대전쪽으로부터 진입을 하였는데 영 엉뚱한 곳에서 좌회전을 시킨다. 과기정통부가 세종청사 4동으로 이전하기 전에 입주했던 민간 건물로 보내는 것이 아닌가? 현재 과기부와 함께 4동에 위치한 조세심판원을 네비게이션 목적지로 입력하고, 휴대폰 T맵으로는 목적지가 제대로 표시되는 과기부를 입력하여 다시 운전을 재개하였다.

보건복지부(10동) 근처를 막 지나려는 찰나, 근처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보건복지부(10동)을 지나면서.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너른 땅에 차가 드문드문 주차해 있었다. 여기가 바로 11동 옥외주차장14-1동 임시주차장이다. 4동에 차량 출입 신청을 해 놓아도 평일에는 주차장이 만차라서 차를 세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약간 떨어진 이곳에 주차를 하고 조금만 걸으면 된다는 말을 들었었다. 오늘은 4동에 차량 출입 신청을 해 놓았었지만 미리 정부세종청사의 주차 시설 현황을 익힌다는 생각으로 일찌감치 먼 곳에 차를 대 보기로 했다.



11동 옥외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북서쪽 모서리의 보행자 통로를 통해 사거리로 빠져나왔다. 과기정통부까지는 약 7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날씨만 허락한다면 걷기에 매우 적당한 거리다.



북쪽을 향해 걷다가 농림축산식품부(5-3)의 남쪽 끝에서 만난 정부세종청사 안내도.

위 안내도에서 11동의 동쪽 길 건너편에 🅿️11, 🅿️14-1 로 표시된 곳이 오늘 이용한 주차장이다. 평소에 부처 방문할 일이 있을 때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승용차를 외부에 두고 간 것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주말에는 방문신청자를 위한 차량 자동인식 시스템도 쉬는 모양인지 만나기로 한 공무원이 차량 출입구까지 나와서 근무자에게 확인해 주지 않으면 차로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건물로 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 평소에는 무인방문자 안내시스템에서 방문 신청을 한 뒤 승인을 받으면 건물 입구까지 들어갈 수가 있는데, 주말에는 출입문을 잠가 놓기 때문에 누군가 건물 바깥까지 나와서 동행해 주어야 한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많은 실용적인 지식을 얻었다. 

전민동으로 돌아가려면 세종정부청사를 나와서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해들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여 행복대로로 진입한 뒤 구즉세종로를 타면 된다. 물론 그대로 남쪽으로 달려 노은지구를 통해서 가도 큰 상관은 없다. 



산뜻하고 쾌적한 곳에 조성된 세종특별자치시에 자리잡은 정부세종청사는 독특한 구조로 많은 화제를 낳았던 것 같다. 어떤 취지로 설계를 했는지 과거 기사를 찾아보니 의외로 부정적인 기사가 눈에 뜨였다. 낮은 층고의 건물이 길게 연결되어 업무협의를 위해 자주 만나야 하는 공무원에게는 최악의 구조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앙동이 다시 만들어졌는데 갑갑하고 고압적인 고층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존 정부세종청사와 중앙동에 대한 비판은 양립하기 어렵다. 낮고 길다고 뭐라 하고, 높다고 뭐라 하고...

정말 유명해지려면 멋진 건물을 설계하고 지어서 거기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 나을 것 같다.

2024년 4월 28일 일요일

오디오 케이블 제대로 감는 법

"케이블을 못감으면 음향 못하는 거야" - 출처: 네이버

오늘의 최종 실습 결과.


정말 그렇다. 내가 갖고 있는 몇 개의 기타 케이블 중에 위의 사진에서 보인 것은 거의 40년 가까운 시간을 간직하고 있던 것인데, 길이도 가장 길어서 5미터가 약간 넘는 것 같다. 오랜 세월을 반영하듯, 커넥터 내부에는 녹이 슬고 납땜도 거의 떨어져 버렸다. 다시 납땜을 하느니 선 끝을 잘라낸 다음 새 커넥터를 사다가 연결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필요한 저가 부품을 쿠팡에 주문해 놓았다. 비싼 뉴트릭이나 카나레 제품은 차마 고르지를 못하고, 차선책인 국산 SKY 제품조차 구입을 망설일 정도로 소심하다.

아마 이 기타용 케이블은 1987년쯤 처음으로 일렉트릭 기타를 구입할 때 갖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오래되어 내부가 심하게 열화되었을지도 모를 낡은 케이블에 새 커넥터를 납땜한다는 것은 미련한 일일까?  


이 케이블은 쓰려고 하면 심하게 꼬인 것이 잘 풀리지 않아서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일반인이라면 긴 케이블을 감을 때 그저 한 방향으로 둘둘 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케이블을 자체적으로 꼬이게 만들어서 나중에 사용을 위해 케이블을 풀려고 하면 쉽게 뒤엉키고는 한다.

수년 전, 군산시에 놀러 갔다가 공연을 마치고 장비를 정리하는 사람을 본 일이 있다. 케이블을 감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케이블을 감으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한번씩 꼬아 주는 기술은 분명히 나중에 선을 쉽게 풀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대충 관찰한 것으로는 따라하기가 어려웠다.

유튜브를 뒤지면 케이블을 감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역시 지식의 보고 유튜브에는 오디오 케이블을 감는 요령을 설명한 동영상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따라하기 쉬운 것을 하나 찾아서 몇 번 연습을 해 보았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현장에서만 익힐 수 있는 기술! 바로 이런 것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LEEM 마이크로믹서(WAM-490)도 공연에 동원될 것 같다

Behringer Xenyx 802 믹서로는 두 개의 마이크로폰, 일렉트릭 기타 3 대, 일렉트릭 베이스 하나, 키보드, 그리고 backing track까지 수용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 지난 며칠 동안의 연습 후 내린 결론이었다. 스테레오 채널(CH3/4, 또는 CH5/6)의 좌우에 서로 다른 악기를 꽂고, FX return과 2-TR IN 단자까지 동원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막상 일렉트릭 베이스를 DI box를 통해 믹서에 연결하여 소리를 들어보니 다른 채널보다 레벨을 훨씬 많이 높여야 함을 깨달았다. Active DI box임에도 그러하다는 것은 나의 짧은 경험으로는 의외였다. 따라서 단일한 레벨 놉으로 조절되는 다른 채널까지 영향을 미친다. 고민 끝에 CH3/4 스트립의 CH3(mono)에는 베이스만 연결해 두기로 했다.

CH5/6은 다른 기타리스트에게 제공해야 하니, 나머지 악기를 연결할 곳이 영 마땅치 않다. 주말 내내 고민을 하다가 LEEM 마이크로믹서를 활용하기로 하였다. 마이크로믹서의 출력은 베링거 믹서의 FX return으로 찔러 넣기로 하였다. Backing track은 2-TR IN으로 넣어도 무방하나, 그렇게 할 경우 레벨은 소스 기기에서만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마이크로믹서로 넣기로 하였다.

인터엠 파워앰프의 상부가 아주 복잡해졌다. 파워앰프는 좌우에 붙은 방열판을 통해 열을 뿜어내므로 상판에 자질구레한 기기를 올려 놓아도 한두 시간 정도의 연습을 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이다. 마이크로믹서의 입력은 왼쪽부터 (1) 김선규 박사의 야마하 THR30II 충전식 앰프의 line out, (2) 내가 연주할 기타에 연결한 Korg AX3G modeling signal processor, (3) NanoPiano, (4) backing track(휴대폰 또는 PC)가 차례로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에서 찾은 다음의 사양을 보라. 이 마이크로믹서는 그렇게 좋은 성능을 갖고 있지는 않다. 입출력 임피던스도 영 이상하게 표기되어 있다.

  • Power : 9V Battery (Inset)PV DC Adaptor(tip negative 정격전압)
  • Input Impedance : =600 Ohm
  • Output Impedance : =1.5 ㏀
  • Signal/Noise : 55dB
  • Frequency Response : 20~20000Hz
  • Output impedance : =1.5 Ohm/Unbalanced
  • Clip LED : LED indication at onset of distortion
  • Supply volage : 9V Battery (internal)or 9V DC adaptor
  • Talk variable range(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음) : 1dB~22dB
  • Dimension(W X H X D) : 148 X 46 X 120 / 320g

예를 들어 S/N비는 겨우 55dB로서 노이즈 발생기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Xenyx 802는 110 dB 수준은 된다. 그러나 9V 배터리로도 동작하므로 공연장에 들고 갈 어댑터를 줄일 수 있다. 현장에서는 Korg AX3G도 건전지를 넣어서 사용할 계획이다.

실은 어제 일이 있어서 서울을 다녀오는 대중교통 안에서 중고 파워드믹서를 눈이 아프게 찾아 보았었다. 작은 공연을 계기로 너무 장비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름답지 않고 검색 자체도 고통스러운 일이라 오늘 쓴 글처럼 연결을 완결해 놓은 뒤 잠시 그 욕심과 관심을 내려 놓기로 하였다. 이번 5월 공연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평가를 한 뒤, 그때 추가적인 장비를 고민해 보아도 늦지 않다.

이렇게 날씨 좋은 일요일, 이제 잠시 뒤면 세종시 정부청사에 회의를 위해 들어가 봐야 한다... 


2024년 4월 26일 금요일

뉴욕 닭발

엉클국밥, 존슨부대찌개, 뉴욕 닭발, 뉴욕 떡볶이, 런던 베이글 뮤지엄...

각각의 음식이 유래한 곳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지명(또는 이름)을 이어 붙여서 사람의 눈길을 끌게 만든다. 친근한 '엉클'이 국밥을 말아 줄 수는 있는 있겠지만, 한국에서 영업하는 프랜차이즈 닭발집이 뉴욕에서 영감을 얻었을 리는 없다. 베이글도 원래 북미 동부 지역의 유대인들이 만들어 먹던 빵인데, 웬일인지 북촌에서는 돌아가신 영국 여왕이 베이글집 광고 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달에 출국한 딸 아이는 뉴욕 퀸스 자치구의 우드사이드라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첫 달은 브루클린의 Vernon Ave.에 있는 에어BnB에서 지내면서 맨해튼의 회사로 출퇴근을 하다가, 나머지 1년을 보낼 집을 직접 알아보고 힘들여 이사까지 하였다고 한다. 필요한 물건을 사느라 아마존을 많이 이용했는데, 집에 사람이 없는 경우 물건을 받기가 힘들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계좌를 개설하고 휴대폰을 개통하는 등 외국인으로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느라 비싼 수업료를 내 가면서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딸 아이의 표현에 의하면 '뉴욕에서는 숨만 쉬어도 돈이 들 지경'이라고 하였다.

딸 아이는 대학 4년을 따로 나가 살면서 요리를 하는 실력이 제법 늘었다. 다른 젊은이들처럼 바쁠 때에는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할 때도 있지만, 비싸지는 않더라도 식기류와 조리도구 및 양념과 향신료 등을 직접 구비하여 야무지게 요리를 잘 해 먹는다. 우드사이드에는 걸어갈 수 있는 위치에 아시아 식료품을 파는 곳이 있어서 아주 편리하다고 하였다. 마침 싼 가격에 파는 닭발을 발견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이를 사다가 요리를 했다고 한다. 냄비에 밥을 하여 다음날 도시락까지 직접 싸면서... 이것이야말로 참된 '뉴욕 닭발'이 아닌가?

딸 아이가 닭발을 매우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뉴욕까지 가서 생활비를 아끼려고 싼 식재료를 찾아서 점심 도시락까지 해결하는 것을 보면 부모로서 측은한 생각이 든다. 현지 시간으로 매일 밤마다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아내와 수다를 떨면서 혼자 외국에서 생활하는데 따르는 어려움과 외로움을 한바탕 늘어놓는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이렇게 부모와 전화를 자주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전화기로 종알종알 쏟아내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부모가 너무나 먼 곳에 있어서 단숨에 달려가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결국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참다운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웹툰 회사에서 열심히 스토리를 쓰고 콘티를 그리면서 끊임 없이 기획서를 내던 아들에게도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

Copilot에게 뉴욕을 배경으로 닭발 요리를 그려 보라고 시켰더니 별로 먹음직스럽지 아니한 닭발 샐러드를 만들어 놓았다. 아직 외산 인공지능은 한국 스타일의 닭발 요리를 그림으로 재현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는 갖고 있지 않은 듯하다. 브루클린 다리는 중간에서 끊어져 있어서 부득이하게 그림의 왼쪽은 잘라버려야 했다. 

Copilot에게 뉴욕을 배경으로 닭발 요리를 그려 보라고 시켰다. 결과물은 좀 기괴하다.


그래서 진정한 한국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언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우리의 생활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학습을 해야 될 것이다. 외산 인공지능은 분명히 그러한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본다.

2024년 4월 24일 수요일

공연 연습 사흘째

Microsoft Copilot이 그림. "A 4-member mixed band playing energetically at a daytime park with pizza and beer. The female is playing the ukulele, and they should be drawn as a mix of different races." 맥주에 빨대?

시간이 되는 멤버들끼리 점심시간에 모여서 연습을 시작한 지 오늘로 사흘째이다. 곡은 거의 결정된 상태이고, 기타를 어떻게 나누어서 맡을지 의논하는 단계이다. 최소한의 악기를 사용하되 나머지는 backing track을 사용하는 형태라서 오히려 자유도가 높다. 단, 실제 현장에 가서는 소리가 많이 허전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는 한다.

공연에 주어진 시간은 단 15분. 현장 리허설도 할 수가 없는 상태라서 각 파트의 레벨 세팅을 현장에 맞게 맞추는 어려운 일이 남았다. 모든 악기(마이크 포함)가 믹서에 물려 있다면 연습실에서 밸런스를 맞춘 뒤 현장에서는 파워앰프의 레벨만 적정한 수준으로 올리면 될 것이다. 그러나 건전지로 작동되는 포터블 앰프(야마하 THR30II)가 하나 더 쓰일 예정이라서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주 파워앰프(인터엠 R150Plus)와 스피커(FdB CX8)에 비하면 출력이 낮기 때문이다. 라인 아웃으로 출력을 뽑아서 믹서(Behringer 802)를 거쳐서 주 파워앰프로 보내고 포터블 앰프는 모니터용으로 쓸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자니 믹서 채널이 부족할 지경이다. 내가 보유한 모든 악기용 케이블은 전부 동원된 상태이고...

차라리 파워드 믹서 하나가 있었더라면 모든 것이 다 간단해졌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소리가 너무 건조하니 리버브 적용을 위한 외장 이펙터도 하나 있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욕심을 부리자면 끝이 없다.

방구석에서만 굴리던 장비가 공연에 쓰이게 된다는 것은 장비나 그 주인(나)에게 모두 영광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Alesis NanoPiano가 이렇게 하여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Alesis NanoPiano.


이번 공연을 계기로 야마하 사일런트 기타를 구입한 멤버도 있다. 나도 패시브 스피커와 스탠드 등을 구입하기는 했으나 사일런트 기타에 비할 바는 아니다. 멤버들의 충만한 의지에 내가 살짝 가속 페달을 얹어 준 셈이다.

연습실은 점점 화려해지고...


아무도 없는 지하실에서 믹서의 레벨미터에 한껏 불이 들어오는 것을 즐기면서 이렇게 큰 음량으로 악기를 연주해 본 일이 었었던가? 아파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기회는 있을 때 붙들고 즐겨야 한다. 

게놈 고물상 영업 시작

K-BDS(Korea BioData Station, 국가 바이오 데이터 스테이션)에 기여하는 것은 양질의 자료를 충분한 관련 정보와 함께 등록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을 실행에 옮기기 위하여 얼마 전부터 족히 20년은 묵은 Sanger sequencing chromatogram 묶음을 K-BDS에 등록하기 시작하였다. 이 일을 가칭 '게놈 고물상' 또는 '게놈 박물관'이라 부르기로 했다. K-BDS에 이를 위한 전용 공간을 할당받은 것은 아니다. 사실 이런 고전적인 데이터가 널리 활용되리라고는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NGS가 완전한 대세가 되었고, 시퀀싱이 외부 업체에 의해 진행되는 연구서비스업의 생태계가 정착하면서 유전체 시대를 열게 만든 과거의 주역인 Sanger sequencing raw data file(chromatogram)이 어떻게 생겼고 또 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점점 드물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던 터였다. 

GPU, 즉 첨단 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인공지능 시대에 무슨 2극 진공관 같은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논리라면 박물관은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러나 모든 현재에는 그것을 비롯하게 만든 시작이 있다. 기록을 남기고 기억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20년 전이면 내가 회사를 떠나 정부출연연구소에 새파란 계약직 선임연구원으로 입소하여 호기심어린 눈망울을 굴리던 시절이다. 1 메가베이스를 finishing 수준의 품질로 해독하려면 족히 1억원이라는 막대한 연구비가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간은 또 얼마나 오래 걸렸던가?

지금까지 서너 개의 BioProject를 등록하고 그에 부속된 데이터 파일을 업로드하였다. ab1/sff 크로마토그램은 물론이요, 이를  phredPhrap 파이프라인으로 처리했던 당시의 작업 디렉토리를 그대로 묶어서 등록하는 중이다. 따라서 당시의 조립 상태를 Consed로 열어 볼 수 있다. 약간 나중에 생산된 자료 중에는 Roche/454 pyrosequencing 장비에서 만들어진 flowgram file(sff)도 있다.

오늘은 Paenibacillus polymyxa의 표준균주인 ATCC 842를 대상으로 실시한 genome snapshot sequencing 데이터 파일을 등록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시작하였다. 20년 전에는 세균 하나의 whole-genome sequencing을 하려고 해도 선정 위원회를 열어서 논의를 할 정도로 중대한 일이었다. 게놈 스냅샷은 유전체의 일부만 시험적으로 해독하여 대략적인 맛보기를 하는 수준의 분석을 하는 것이다. 이는 GenBank의 dbGSS라는 섹션에서 다룬다. 요즘은 long read를 이용하여 한꺼번에 수백, 수천의 미생물 유전체를 완성 수준으로 조립해 버리므로, dbGSS에 새로운 데이터가 들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GenBank는 이미 등록된 자료를 내다 버리지는 않는다. 이것이 염기서열 저장소의 당연한 역할이고, 미덕이다.

오늘 준비한 데이터는 2천 개 조금 넘는 Sanger chromatogram 원본과 그 처리 과정 및 결과와 관련한 것이다. Basecalling 뒤 벡터와 low-quality 영역을 제거하여 일정 길이 이상이 되는 high-quality read를 선별하여 dbGSS에 accession number DU532978-DU534724로 등록하였고, 결과를 분석하여 2006년에 국내 학술지에 논문으로도 발표하였다. 얼마 되지 않는 수의 read이지만 시험적으로 Phrap assembly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K-BDS에 등록할 데이터를 준비함과 동시에 설명문을 작성하느라 예전 논문을 다시 들여다보다가 contig 수를 잘못 적은 것을 발견하였다. 356개인데 365개라고 쓴 것을 18년이 지나서 발견한 부끄러움이란... 그래도 제목이나 초록에 오타가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KRIBB에서 연구자로서의 본격적인 경력을 시작하는 첫 성과가 되었던 2005년의 논문에는 초록에 오타가 있는 그대로 발간이 되어 그 실수가 부끄럽게도 영원히 박제가 된 상태이다. 나를 포함하여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 

게놈 고물상 사업이 '수익'을 거두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누군가 기억해 주고 또 이따금씩 데이터를 열어서 봐 준다면 난 그것으로 만족한다. 앞으로도 고물상을 채워 나갈 미생물 유전체 데이터가 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담겨 있으니 이를 곶감 빼먹듯이 하나씩 열어서 K-BDS에 등록할 때마다 남다른 희열을 느낄 것이다. 어쩌면 당시에 손으로 적은 연구노트를 다시 펼쳐 봐야 할지도 모른다.

ChatGPT에게 오늘의 블로그를 쓰게 한다면?

ChatGPT에게 약간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일기 형식의 글을 500 단어 정도로 작성해 달라고 주문해 보았다. 다음은 그 결과물을 그대로 실은 것이다.

오늘은 우리 밴드의 두 번째 연습이 있었어. 건물 지하실에서 시작한 이 특별한 순간, 음악의 매력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어. 나는 기타와 베이스를 맡았고, 그 책임감은 상당히 무거웠지만 동시에 설레임으로도 가득 차 있었어.

연주할 곡을 선택하고, 그에 맞는 반주용 backing track을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매우 흥미로웠어.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우리 밴드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찾아나가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한 여정이었어.

연습이 시작되자마자, 우리는 서툴러 보이기도 했지만 서로에게 격려와 응원의 말을 건네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었어. 그 과정에서 멤버들의 흥미와 열정이 눈에 띄었고, 그것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었어.

특히, 각자 다른 역할을 맡아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느낄 수 있었어. 서로 다른 음악적 취향과 스타일을 가진 멤버들이 하나의 음악으로 통합되는 그 순간, 우리 밴드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어.

연습이 진행됨에 따라, 우리의 연주는 점점 더 완성도를 갖추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어색했던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음악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어.

이렇게 함께 연습하면서, 5월 중순에 예정된 첫 공연에도 무사히 대중 앞에서 무대를 잘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자신감이 생겼어. 연습을 통해 얻은 경험과 노력이 더 큰 무대에서의 우리의 자신감과 퍼포먼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어.

오늘의 연습은 나에게 음악이 단순히 연주와 노래를 넘어서, 함께 성장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어. 우리 밴드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 오늘, 나는 이 특별한 여정을 함께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어.

다음 연습을 기대하며, 음악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래.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작성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어색하지 않은가? 그러나 영어로 작성하도록 주문했다면 더욱 완성도가 높은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웹 서핑을 하다 보면 '2024년 최고의 DAW 10가지'와 같은 부류의 글을 많이 접하게 된다. 자연인이 이를 일일이 취재하여 글을 쓰려면 상당한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그런 종류의 글을 읽으면서 어딘가 약간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고는 하였다. 처음에는 영문으로 작성된 웹사이트를 구글이 자동으로 변역을 하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아예 AI에게 글 작성을 하도록 시켰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도 한번 ChatGPT에게 일을 시켜 보겠다. "가장 인기 있는 Digital Audio Workstation 10개를 선정하고 간단하게 성능 비교를 해 줘. 가능하다면 가격도 제시해 줘."

자동으로 작성된 글은 다음과 같다.

물론이죠! 아래는 인기 있는 10개의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의 성능 비교와 가격 정보입니다. 1. Ableton Live - 특징: 실시간 오디오 및 미디 시퀀싱, 루프 기반 작업, 라이브 퍼포먼스에 최적화 - 가격: Standard - $449, Suite - $749 2. FL Studio (Fruity Loops) - 특징: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높은 루프와 샘플 라이브러리, 다양한 플러그인 지원 - 가격: FL Studio Producer Edition - $199, FL Studio Signature Bundle - $299 3. Logic Pro X - 특징: 애플 전용, 고급 오디오 편집 기능, 풍부한 가상 악기 라이브러리 - 가격: $199.99 4. Pro Tools - 특징: 전문적인 오디오 믹싱 및 마스터링, 높은 호환성 - 가격: Pro Tools Standard - $599, Pro Tools Ultimate - $2,599/year 5. Cubase - 특징: 고급 미디 편집, 다양한 오디오 효과 및 플러그인 - 가격: Cubase Pro - $579.99, Cubase Artist - $329.99 6. Studio One - 특징: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고성능 오디오 엔진 - 가격: Studio One Professional - $399.95, Studio One Artist - $99.95 7. Bitwig Studio - 특징: 모듈러 디자인, 높은 커스터마이징 가능성 - 가격: Bitwig Studio - $399 8. Reason - 특징: 가상 스튜디오 환경, 통합된 하드웨어 시뮬레이션 - 가격: Reason - $399, Reason+ Subscription - $19.99/month 9. Avid Sibelius - 특징: 악보 작성 및 편집 전용, 전문적인 악보 출력 - 가격: Sibelius Perpetual License - $299, Sibelius Ultimate Subscription - $239/year 10. GarageBand - 특징: 애플 무료 DAW, 초보자 친화적, 기본적인 오디오 편집 기능 - 가격: 무료 (애플 기기 구매 시 포함)

각 DAW는 고유한 특징과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가격도 다양합니다. 개인의 필요와 예산에 맞는 DAW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놀랍다! 이렇게 쉽게 글을 쓸 수 있다면, 하루에 수십 편의 블로그 포스팅을 남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구글 검색창에 '블로그 포스팅 AI'라는 단어 몇 개를 넣어 보니 정말 가관이다. 이러한 행태에 대하여 비판적인 기사 및 읽어볼 가치가 있는 글에 대해서만 링크를 달았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있는지 하나를 골라서 훑어 보았다. 유효성 높은 고단가 키워드를 수집해 AI에게 포스팅을 시키고, 결과적으로 수익을 올리자는 것이다. 이렇게 자동으로 글을 써 주는 프로그램을 수십 만원에 팔기까지 한다. AI가 직접 글과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신기한 기능을 일상 업무 또는 취미에 어떻게 적용할까 이제 막 흥미롭게 알아보기 시작하려는 찰나에, 이미 이 기능을 수백% 남용하여 쓰레기와 같은 글을 양산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져 버렸다니 여간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다.

ChatGPT가 만들어 준 글이 어색하다고 느낀다면 이는 초보적인 수준으로만 잠깐 사용해 봤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질문을 영어로 던져야 더 질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OpenAI라는 회사가 당연히 영어 위주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학습을 시켰으니 그럴 것은 자명하지만, 최적의 결과가 나오도록 질문을 던지는 방법에 익숙해 진다면 이는 바로 국어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나아가서는 모국어의 파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중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영어를 접하고 - 나와 비슷한 시대에 태어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 이와 더불어 영'문법'이라는 규칙을 처음으로 배우면서 오히려 국어의 구조가 덜 논리적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처럼, ChatGPT가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하도록 영어로 질문하는 일이 익숙해지면 마찬가지로 영어가 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언어라는 편향에 빠질 수 있다. 

AI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이나, 각 모국어에 최적화된 개발에 소홀해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어차피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영어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처럼 이미 예견된 일이기는 했지만.

4월 들어 바쁘다는 핑계로 블로그 포스팅이 현저히 줄어든 것에 불만을 품고 침대에서 졸다가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너무 몰두한 것 같다. 밤이 깊었다...

2024년 4월 22일 월요일

Dell Inspiron 3668의 상태가 갑자기 좋아지다

2017년에 구입한 가정용 PC에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으랴! 지금은 2024년, 이미 구입한 뒤 7년이나 지났고 무슨 이유인지 엄청나게 느린 속도 때문에 조만간 폐기를 하겠노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컴퓨터가 Windows 업데이트 뒤에 갑자기 정상에 가까운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전원을 넣고 뭘 좀 하려고만 하면 하드디스크만 주야장천 긁어 대면서 도무지 뜨지 않는 애플리케이션 창만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고는 했었다. 오늘은 ThinkPad 노트북 컴퓨터를 사무실에 두고 오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이메일 확인을 하기 위해 Dell Inspiron을 켜 보았다. 며칠 전에 Windows 업데이트를 하였더니 크롬과 백신 프로그램이 보이질 않아서 이들을 새로 설치한 것 외에는 특별히 한 일은 없었다.

2022년 1월에 이 컴퓨터의 사양 정보를 기록해 놓은 일이 있다(링크). Windows 11은 설치할 수 없는 낡은 하드웨어로 구성된 컴퓨터가 갑자기 회생의 기미가 보이다니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유는 알기 어려우나 당분간 웹 서핑이나 문서 작성 용도로 쓰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당분간'이 해를 넘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집에서 쓰는 모니터는 거의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을 구해다가 몇 년째 쓰고 있다.

항상 새로운 물건으로 주변을 채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5월에 소규모 공연을 한다고 또 얼마나 많은 물건을 사다가 차곡차곡 쌓고 있는지... 패시브 스피커와 마이크 스탠드에 이어서 내일 새벽에는 XLR female to 6.35 mm TRS male 케이블이 배송될 것이다. 개인 연습이 부족한 상태에서 첫 연습을 했던 오늘은 몹시 실망스러웠다. 다른 멤버의 탓을 하는 것이 아니다. 연습을 위한 음원은 겨우 준비를 하였지만, 실질적으로 음향 엔지니어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각 파트의 레벨 세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Backing track은 노트북 컴퓨터의 3.5 mm 스테레오 출력 단자로부터 믹서의 2-TRACK IN으로 넣었는데 다른 채널로 입력한 악기에 비하여 레벨이 너무 높았다. 이를 적절히 줄이는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컴퓨터에서 음량을 조절하거나, 레벨 조절 놉이 있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중간에 경유하든지 또는 믹서의 정상 채널에 넣어 주어야 한다.  

기타용 케이블 중 일부는 접촉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단 세 곡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도 정말 준비할 것이 많다.


2024년 4월 23일 업데이트

하루가 지나서 컴퓨터를 켜 보았다. 부팅에 걸리는 시간은 예전과 별로 다를 바가 없이 여전히 느렸다. 하지만 일단 부팅이 된 다음에는 그런대로 참고 쓸 만한 속도가 나온다. 

2024년 4월 21일 일요일

생활 주변에 스며든 인공지능 서비스 - 이제는 피하기 어렵다

우연한 기회에 (주)켈라웨이브의 김은연 이사가 진행하는 온라인 워크숍 "ChatGPT를 활용한 언어 생성 기술의 이해 및 실제 적용 사례 분석"에 참여하게 되었다. 개최 시각은 토요일 아침이라서 집에서 Zoom 미팅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Wi-Fi 접속이 너무 불량하여 오디오 전송 상태가 나빠지다가 접속이 끊어지는 현상이 반복되어 전달되는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였다. 이것은 전적으로 우리집 인터넷의 문제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지금 쓰는 이 글도 노트북 컴퓨터를 공유기에 유선으로 접속하여 작성하는 중이다. 앞으로 집에서는 이더넷 케이블을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전부 치워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다.

OpenAI가 개발한 ChatGPT 무료 버전을 크롬 익스텐션(확장 프로그램)으로 설치하여 잠시 써 본 일은 있었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정리된 답을 얻는 정도로 체험을 하면서 꽤 흥미롭다고 여기고 있었다. 이미 유료 버전을 쓰는 동료의 말을 빌리자면 영문을 작성하거나 이를 국문으로 번역하는 성능에서는 구글 번역보다 훨씬 낫다고 하였다. 

지금은 크롬 웹 스토어 검색창에 'ChatGPT'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너무나 많은 확장 프로그램이 나와서 도대체 뭘 설치해야 좋을지 어리둥절할 정도가 되었다. 오랜만에 OpenAI 웹사이트에 직접 로그인해 보니 텍스트로부터 비디오를 생성하는 Sora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광고하고 있었다. 이것이 더욱 발전하면 상세한 시나리오를 입력하여 영화를 만들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강좌를 통해서 AIPRM, Google Gemini, Google Colab 등의 서비스를 접하면서 내가 잠깐 체험했었던 간단한 대화식 인공지능을 이제는 훨씬 뛰어넘는 기술이 주변에 즐비함을 깨닫게 되었다. 파워포인트 요약본(명령을 내리면 보다 상세한 내용을 써 내려갈 수도 있다), 시험문제 제출(모범답안 및 배점 가이드까지), 이미지 생성은 물론, 예전 '심심이'와 같은 기계와의 대화를 직접 구현할 수 있었다. 이는 Google Colab(hosted Jupyter Notebook)으로서 기계학습 관련 라이브러리를 설치하여 코딩을 하듯이 구현하면 된다. 선생님 혹은 교수님들의 숙제 검사가 한층 힘들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내 크롬 브라우저에서 설치된 확장 프로그램을 내려 보니 '구글의 채팅GPT 플러스'가 아직 남아 있었다. 오늘은 'AIPRM for ChatGPT'를 추가 설치하였다. 이 확장 프로그램은 선별된 프롬프트 템플릿 및 고급 기능을 추가해 준다고 한다.

이 글을 쓰면서 컴퓨터 화면 한쪽 끝 트레이에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Copilot 아이콘이 자리잡고 있음을 깨달았다. 'PRE'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아직 안정화가 되지 않은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 같았다. 저 아이콘을 본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원래 'Bing' 어쩌고 하는 대화형 서비스가 자리잡고 있던 곳이 아니었었나? 



마이크로소프트의 Copilot이 무엇인지 검색을 해 보니 Bing 채팅이 2023년 12월 1일에 리브랜딩된 것이라고 한다. 이를 클릭하여 창을 열고 ChatGPT가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다.



흠, 제법인걸. 사실 구글 검색창에 뭔가를 입력하여 관련 웹문서를 찾아내는 방식으로는 내가 궁금해하는 낱말의 정확한 설명을 찾기가 어렵다.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하여 대답하는 대형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 Copilot의 설명에 의하면 수많은 파라미터를 가진 인공 신경망으로 구성된 언어 모델) 서비스가 전통적인 키워드 검색보다 만족스런 대답을 제공하고 있으며,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웹브라우저와 OS라는 자신의 제품 영역 내에서 소비자를 더 오랫동안 붙들어 두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Copilot에게 직접 정체를 물어 보았다.

Microsoft Copilot은 기존의 빙 챗 (Bing Chat) AI 챗봇을 기반으로 하는 챗봇, 가상 비서 및 생산성 도구입니다. AI를 사용하여 질문에 답변하고, 이메일 요약하거나 프레젠테이션 초안 작성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Microsoft 365 앱에서도 Copilot을 활용할 수 있으며, 비즈니스용과 개인용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인공지능 기반 챗봇 서비스를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ChatGPT의 경우 2022년까지의 데이터로 학습을 했다는 것, 가끔은 거짓말을 한다는 것 등.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 주는 결과물의 저작권에 관해서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지 않다. 물론 이들이 데이터를 적정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무료로(무단으로?) 가져다가 학습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실존 인물에 대한 가짜 뉴스 또는 가짜 이미지는 이미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Copilot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멋진 여자 기타리스트를 그려 줘'라고 주문을 하였더니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음과 같이 1024 x 1024 픽셀의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 내었다.

프렛 포지션 마크의 위치가 정확하지 않다.

피크가 없네? 손가락으로 뜯을 수도 있는 거니까...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꾸어 보았다. '피크를 쥐고 검정색 깁슨 레스폴 커스텀 스타일의 전기 기타를 연주하는 멋진 흑인 여성 기타리스트의 그림을 그려 줘'라고... 생성된 이미지 중 내가 의도한 것과 가장 가까운 것을 골랐다.

그러나 이런 왼손 손톱으로는 기타를 연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왼손 손가락의 모습도 부정확하다.

정상적인 기타 연주자의 손톱 모양이 나오도록 몇 차례 질문을 구체적으로 바꾸어서 올려 보았지만 100% 만족할 수준의 이미지는 나오지 않았다. 생성형 AI가 사람의 손을 정확하게 그려내지 못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내가 시도하여 그린 기타리스트 이미지 중에서는 엄지손가락의 안쪽에 손톱이 붙어 있는 것도 있었으니 말이다. 다음 요청 사항은 '멋진 한국인 남자 기타리스트'이다.

훌륭한데? 앨범 자켓으로 써도 충분할 수준이다. 왼쪽 뒤에 세워진 악기는 첼로 같은데 줄감개가 5개! 드물지만 5현 첼로도 있다고 한다.


이런 요청을 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GPU는 돌고 있을 것이며, 전력도 소모할 것이다. 인터넷 저편으로 날리는 엔터 한 번이라는 행위가 A4 용지 서너 장에 연필로 줄만 죽 긋고 구겨서 버리는 행위와 같은 수준으로 자원을 소모한다면(실제로 계산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자제하게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림을 그려주는 DALL E-3은 역시 OpenAI의 생성형 AI 서비스이다. 원래 유료 버전($20/월)인 ChatGPT-4에서 사용 가능한데,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따라서 지금은 Copilot)에서 사용 가능한 것이다. 약간의 기능 제한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Copilot이 ChatGPT보다 편리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경험적으로 찾은 장점이 하나 더 있다. Copilot은 검색을 통해서 최신 정보를 찾아주는 것까지 겸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Copilot에게 보스톤의 현재 기온을 섭씨로 알려달라고 물으면 충실하게 답변을 제공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ChatGPT(3.5)는 그렇지 못하다.

Sure! To find out today's weather in New York City in Celsius, you can check a reliable weather website or app. As of now, I don't have real-time access to current weather data. You might want to try checking websites like Weather.com, AccuWeather, or the National Weather Service for the most accurate and up-to-date information.

앞으로 '인간의 힘으로 공들여' 만든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은 이렇게 AI가 만든 논리정연한 내용과 화려한 그림에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 아직도 스마트폰/스마트워치를 안 쓰세요?
  • 아직도 카카오톡을 안 쓰신다구요?
  • 아직도 종이 통장을 쓰세요?
  • 아직도 파워포인트에서 도형을 그리세요?
  • 아직도 손으로 글씨를 쓰세요?
  • 아직도 손으로 타이핑을 하신다구요?
  • 아직도 AI 서비스 구독을 안 하신다구요?
  • ...
  • 아직도 직접 요리를 하세요?

이러다가 '아직도 직접 숨을 쉬세요?'라고 묻는 시대가 오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미처 깨닫지도 못한 사이에 미래는 이미 우리 주변에 와 있다. 그저 재미있고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던 기술을 이제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시기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이나 눈 앞의 이득에 대해서는 늘 철학적 고민이나 판단이 필요하다.

2024년 4월 18일 목요일

연습실 또는 노래방 만들기

하나 둘 사서 모은 음향장비를 차에 싣고 출근하여 내가 근무하는 건물 지하 1층에 설치하였다. 가장 마지막에 구입한 것은 오늘 아침 배송된 카날스의 T자형 마이크 스탠드. 따져보니 두 종류의 스탠드(마이크와 스피커)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고품을 구입한 것이다.


블루투스 수신기를 믹서에 연결해 놓았기에 누구든 휴대폰을 연결하여 음악을 재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마이크만 잡으면 바로 노래방이 된다. 누구든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같이 인쇄해 놓은 QR 코드를 찍으면 별도의 위키 문서로 작성한 상세한 기기 사용법(링크)으로 연결된다. 점심 시간을 이용하여 찾아온 동료들과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문어발처럼 케이블이 복잡하게 연결된 믹서를 일반인이 접할 일은 별로 없다. 나도 익숙해 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을 잘 알기에, 되도록 간단하게 사용법을 기술하려고 노력하였다. 아날로그 믹서 + 파워앰프의 조합보다 더 단순한 장비가 많다. 휴대용 앰프가 그렇고, 오디오 인터페이스 역시 그렇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이런 고전적인 장비를 통해 정말 배우는 것이 많다.

욕심을 부리자면 지금 보유한 장비에 대해서 아쉬운 점도 많다. 특히 믹서의 경우 채널이 더 많았으면 좋겠고, balanced output을 지원했으면 좋겠고(파워앰프에서 balanced input을 지원하므로), PFL(pre-fader listen) 버튼이나 이펙터가 내장되어 있으면 좋겠고... 그런 믹서는 아마 Behringer의 10채널 미만 믹서에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내가 쓰는 장비는 아마추어를 위한 것이니 이 정도 수준에서 만족하도록 하자.

5월 중순에 간단한 공연을 하기로 했다. 주말에는 선정된 곡을 분석하고 개인 연습을 좀 해야 되겠다. 악기는 2-3인이 연주하고 나머지는 backing track으로 채우는 방식의 공연을 생각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공연할 곡을 찾아서 녹음한 다음 각 악기별로 분리하는 작업을 시도해 보는 중인데, 의외로 AI 기반의 무료 서비스가 놀라운 수준의 결과물을 제공해 주고 있다. 내가 요즘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내에서 개발한 GAUDIO STUDIO라는 것이다. 처리 품질도 매우 만족스럽고, 다른 사람에게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는 링크도 제공한다. 웹 인터페이스에서 각 악기 기준으로 솔로 및 뮤트를 설정하여 재생도 할 수 있다.

Gaudio Studio가 음악을 처리한 뒤의 화면. 그 자체가 플레이어이다.


이런 작업을 최근 며칠 동안 하면서 스템이라는 새로운 개념도 알게 되었다. DAW에서 말하는 트랙과 유사하지만 유사한 악기 단위로 묶었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스템은 이러한 방식으로 제공되는 음악 파일의 포맷이기도 하다. Native Instruments의 설명(링크)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이를 다루기 위한 전용 컨트롤러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A Stem file is an open, multi-channel audio file that contains a track split into four musical elements – bass, drums, vocals, and melody for example. With each element available independently, you can mix in ways that just weren’t possible until now.

참 놀라운 세상이다. 음악을 만들기에 정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하였다. 그만큼 창작은 더 쉬워진 것일까, 혹은 어려워진 것일까?

2024년 4월 12일 금요일

4·10 총선 이후 - 다시 안보(安保, security)를 생각하다

22대 총선이 끝나고 개표도 완결되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실제 결과와 매우 다르다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전투표에 대해서는 조사를 금지하기 때문에 차이가 난 것이라면 그건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투표소를 나서면서 조사원에게는 일부러 자신이 기표한 결과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아마도 출구조사를 바탕으로 예측한 결과가 실제로 뒤집어졌을 때 통쾌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사회는 대단히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침 출근길에는 교차로에 서서 당선 인사를 올리는 특정 당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국내 정치는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까? 그 결과는 바람직한 곳으로 흘러가게 될까? 관심을 갖고 지켜 볼 일이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국외 상황은 더욱 불투명하다. 장벽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서로 자유롭게 교역(물자와 정보를 전부 포함)을 하는 세상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바이오안보 이슈와 관련해서 보다 더 자세하게 공부하고 싶다면 국가안보전략연구원(미 생물보안법(Biosecure Act))과 한국바이오협회(민감정보 해외이전 규제)에서 상세한 분석 자료를 공개하였으니 이를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납땜질이나 하고 공연용 스피커를 구입하겠다고 그렇게 검색을 해 대면서도 정작 바깥 세상이 돌아가는 일에는 너무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 적절한 세계관과 철학을 지닐 나이가 이미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순진한 것 같다. '안보'는 한물 간 이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실질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항상 '적'이 있다고 믿는 것(혹은 믿게 만드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지도? 촌충을 일부러 자기 장 속에서 3년 동안 기르면서 더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했다는 일본 과학자의 유명한 이야기도 있다. 이것은 믿음이 아니라 실제의 문제였다.  

얼마든지 길게 쓸 수 있는 무거운 주제이나, 오늘은 논문을 하나 소개하는 것으로 끝을 맺겠다. 

시큐리티(security)는 어떻게 '안보'가 되었을까? '안전', '안전보장', '안보'로의 전환 과정을 중심으로. 국제정치논총  제60집  4호  (2020),  41-77. 원문 링크, doi: 10.14731/kjir.2020.12.60.4.41

2024년 4월 10일 수요일

소규모 공연에 사용할 스피커(FdB CX8)를 구입하다

흩날리는 벚꽃잎을 보면서 문득 마음에 맞는 사람을 한두 명 모아서 건물 앞에서 '벚꽃 엔딩'을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이미 벚꽃은 다 진 다음에나 가능할 것 같고, 어쩌면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주변 사람들과 이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5월 중순에 뭔가 일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멤버를 섭외하기 시작하였고, 아직 참여에 대한 아직 확답은 듣지 못한 상태이다. 잘 성사된다 하더라도 나를 포함하여 2명에서 3명 정의 미니 팀이 될 것이고, 각자 악기를 하나씩 연주한다고 하여도 backing track은 반드시 별도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행사 주최측에서 장비 대여 등 비용을 지원할 가능성은 전혀 알 수 없으니 일단 내가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220V 전원이 있는 곳에 장소를 마련하기로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에 상황은 나쁘지 않다. 마이크로폰, 믹서, 파워 앰프는 전부 개인적으로 갖고 있지만 문제는 적당한 라우드스피커가 없다는 것.

아예 앞으로도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질 것을 감안하여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앰프 + 스피커 일체형 앰프를 구입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하였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 적지 않았다. 케이블 연결 등 세팅의 불편함이 따르지만 내가 보유한 인터엠 R150 Plus에 직접 물리도록 적당한 패시브 중고 스피커를 알아 보기로 하였다.

우퍼 직경은 얼마나 큰 것을 고를 것인가? 하나만 살 것인가, 또는 한 쌍을 살 것인가? 브랜드는? 신품과 중고 사이에서 어느 것이 좋을까? 예산이 많지 않으니 며칠에 걸쳐 고통스런 검색을 피할 수 없었다.

Behringer의 8인치 액티브 스피커인 PK108A를 거의 마지막까지 고려 대상에 놓고 고민을 하다가 결국 선택한 것은 중국 브랜드인 FDB의 CX8(중고)를 개인 거래로 주문하였다. 

사진 출처: 사운드파워(FDB Audio 공식 대리점)


제품 카테고리는 live portable speaker이다. 실은 같은 회사의 12인치 우퍼 채용 제품인 중고 CX12를 구입할 생각도 했었다. 8인치를 넘는 우퍼를 써 본 일이 없기 때문에 대구경 스피커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렉트릭 베이스를 가끔 연결하여 연주할 것을 생각하면 저음을 더 잘 내어 줄 12인치급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CX12 무게가 15.3 kg이나 되어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겁고 크다. 반면에 CX8은 6.6 kg에 불과하여 휴대하기에 적당하다. 휴대 편의성을 고려하여 이와 같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기로 했다. 흥미롭게도 FDB 공식 웹사이트의 CX 시리즈 정보에서는 CX8이 보이지 않고, 10/12/15인치 모델에 관한 정보만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CX8이 널리 판매되고 있다. CX8/10/12/15의 사양 비교표(국문)는 여기에 있다.

CX8의 사양은 다음과 같다.

"선스크린 하우징 및 방수가 가능한 플라스틱 재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Frequency resonse: 55~18 KBz
  • Drivers: 8인치 및 1인치(컴프레션 드라이버) 각 하나씩
  • Rated power: 100와트(RMS), 400와트(피크)
  • Sensitivity: 92 dB(1W/1m)
  • Maximum SPL: 112 dB continuous, 118 dB peak
  • Impedance: 8옴
  • Dispersion(-6 dB): 90 x 60도
  • Crossover: 2.8 kHz passive
  • ConnectorsL 2 x Speakon NL4
  • 6.6 kg, 296(W) x 415(H) x 230(D) mm

Maximum rating은 인터엠 R150 Plus를 bridged mono로 설정했을 때 잘 어울린다. 이를 적당한 스탠드에 올려도 좋을 것 같다. 

국내 브랜드인 Leem(임산업)에서도 정확히 같은 모델명인 CX8/CX-8(다나와)이라는 8인치 우퍼 채용 패시브 스피커를 판매하는데, 인클로저의 재질은 나무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동일 회사의 유사 제품은 SR8/SR-8(다나와)이다. 인터엠의 오래된 모델 SC-28(월드음향)도 Leem CX8과 유사하게 나무로 짜여져 있다. 그런데 유독 FDB의 CX8는 다른 회사의 동등한 제품보다 유난히 국내 판매 가격이 높은데 왜 그러한지 자세한 사연은 알 수가 없다. 

만약 한 곳에 설치해 두고 쓸 용도라면 목재 인클로저가 더 나은 소리를 들려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글에서 소개한 Leem 및 인터엠의 스피커는 오래전에 나온 것이라서 제품 카탈로그 최신판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요즘 소규모 야외 공연에서 쓰이는 스피커의 대세는 별도의 서브우퍼를 채용한 다음과 같은 스타일의 것이 아닐까? 앰프는 서브우퍼에 내장되어 있다.

그림 출처: 임산업


파워앰프와 스피커의 연결은 스피콘 커넥터를 구입하여 직접 선을 연결한 뒤 사용하기로 하였다. TPA3116D2 앰프 보드(링크)는 비상시에 사용하면 될 것이다.

보컬 2(메인과 보조), Hi-Z 악기 2대, 백킹 트랙(또는 건반)을 포함하는 것으로 하여 5~6 채널로 구성한다면 내가 갖고 있는 Behringer Xenyx 802 믹서를 꽉 채워야 한다. 어쩌면 기타 두 대는 마이크로 믹서로 묶은 뒤 DI 박스를 거쳐서 802 믹서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듀엣이나 트리오에 불과하지만 - 악기 연주는 2인이 도맡아서 함 -  공연은 실전이다. 많은 것을 경험하며 배우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2024년 4월 14일 업데이트

스피커를 받은 뒤 프로 오디오 영역에서나 쓰이는 스피콘 단자에 케이블을 연결한 다음 들어 보았다. 스테레오 2 채널이 필수가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스피커 뒷편에는 다른 명판이 붙어 있었던 것 같다. 

스피콘 단자는 처음 사용해 본다. Bridged mono 모드를 사용하려면 스피콘 단자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일반적인 스테레오 모드에서는 +1과 -1 단자만 이용하면 된다.

InterM R150PLUS 매뉴얼에서 작동 모드에 따른 스피콘 단자 연결 방법을 살펴보았다. 앰프 뒷편의 모드 셀렉터 스위치를 채널 1쪽, 즉 'bridged'로 전환하면 1번 채널에 들어온 신호가 크게 증폭되어 1번 및 2번 채널의 (+)핀 사이에 걸린다. 스피콘 단자에서는 2+/2- 단자를 쓰면 되며, 내부적으로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이 경우에는 어느 채널에 스피커를 연결해도 상관이 없다.

Stereo(위) 및 bridged mono(아래) 작동 모드의 출력 연결 방법.

회로도를 보면 bridged mono 모드에서 스피콘 단자를 사용할 경우 어느 출력 채널에 연결을 해도 상관이 없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엠 R150PLUS 앰프를 bridged mono 모드로 사용할 경우 8옴 부하에서 150와트(THD 0.05%)가 나온다. 집에서 스테레오 모드(8옴 부하, 50W + 50W)로 음악감상을 하든, bridged mono 모드로 전환하여 바깥에서 소규모 공연을 하든 충분한 출력이다. 전원 트랜스포머를 사용한 고전적인 앰프라서 요즘의 class D 앰프와 비교하면 덩치가 크고 무겁다는 한계는 있지만 말이다.


2024년 4월 15일 업데이트

이것도 일종의 믹서다! 라인 레벨의 스테레오 신호를 하나로 합쳐서 bridged mono 모드로 작동하는 R150PLUS 앰프의 1번 채널에 입력하기 위한 목적으로 직접 만들었다. 케이블이 너무 두꺼워서 6.35 mm TS 플러그에 넣기 위해 외피를 칼로 깎아내야 했다.



2024년 4월 8일 월요일

바쁜 4월 초순을 보내며

벌써 4월 9일이다. 

봄이 더디게 오면서 예년보다 매우 늦게 벚꽃이 피었다. 아내와 함께 주말에 들른 KAIST는 벚꽃을 즐기러 온 인파로 유원지를 방불케 하였다. 태울관 퀴즈노스에서 주문한 간식거리가 나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리면서, 외부인으로서 무분별한 방문을 하여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졸업생에게는 출입을 조금 자유롭게 해 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 시절에는 정문에서 출입 자체를 차단당했었으니 말이다. 약간의 연간 회비를 지불하면서 출입 제한을 조금 풀어주는 졸업생용 신용카드 겸용 멤버십 카드 같은 것을 만들어 주면 안될까?

고 이정오 학장(1932~2007)께서 수백 그루의 벚나무를 황량한 KAIST에 심도록 하신 것이 벌써 30년도 훨씬 넘은 오래전의 일이 되었다. 원장으로 재임하던 기간은 1986년부터 1988년까지. 학장(현재는 총장)으로 일하시던 당시에 심은 것인지, 혹은 물러나신 뒤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04년 2월 25일 KAIST 신문에 실린 기사를 캡쳐해 보았다.

자료 출처: 링크


이 기사가 실린 꼭 20년 전에 나는 순수하고 철없는(?) 계약직 선임연구원으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입사 2년차의 봄을 맞고 있을 때이다. 아마도 Hahella chejuensis의 유전체 해독을 하느라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2024년 4월의 첫 며칠은 PacBio 아시아-태평양 지사에서 개최한 학술행사인 Population Genetic Forum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방콕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권을 살펴보니 마지막으로 다녀온 국외 여행 - 공무 및 사적인 것을 전부 포함하여 - 은 2018년이었다.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22차 Lake Arrowhead Microbial Genomics Conference(LAMG)에 포스터 발표를 위해 다녀왔었다.

최근 수년 동안은 외부 파견 근무를 많이 다녀오는 바람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학술대회를 다니지 못하여 많은 목마름이 있었다. 국외 출장지에서 모처럼 공부도 많이 하였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었던 태국(첫 방문)에 대해서 좋은 인상도 많이 남겼다.



이것은 가네샤?



이것이 SMRT cell이다!

PacBio의 Revio.


PacBio 공동 설립자인 Jonas Korlach와 전산생물학 분야 부사장 Michael Eberle. 




평생 먹어 본 과일 주스 중 이보다 달고 시원한 것은 없었다. 너무나 더웠기 때문이리라.



20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나는 어떻게 변했나? 주름도 많이 늘고 노안이 심해졌으며, 머리에도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어깨에 지워지는 책임과 부담감은 점점 늘어나는데 머릿속 총명함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 

사람은 이렇게 익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