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3일 일요일

여름 휴가 동안 읽은 책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장한 도서관 자료실에서 신간 서적을 고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이번 여름 휴가 동안 읽으려고 대여한 책을 오늘 반납하기 전에 이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려 한다. 우리지역 도서관에서는 한 사람이 다섯 권의 책을 2 주 동안 대출할 수 있다(대출과 대여의 차이). <큐레이션>에 대해서는 지난번 글 면도기 큐레이션에서 잠시 소개하였었다.

<검색, 사전을 삼키다(정철 지음)>은 네이버, 다음을 거쳐서 카카오에서 웹사전을 만드는 편찬자의 글이다. 웹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는 기존에 만들어진 사전 컨텐츠를 가져다 가공을 하여 대중에게 제공한다. 그러나 이는 사전의 개정판을 만드는 일 - 표제어를 고르고, 새로 부여된 의미를 부여하는 등 - 과는 다른 일이다. 종이사전은 말할것도 없고 잠깐 동안 학생들의 필수품이 되었던 전자사전도 이제는 완전히 물러났다. 이제 누구에게 뭔가를 물어본다는 것은 실례가 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일단 휴대폰을 꺼내서 '검색'을 먼저 해 보면 웬만한 어위에 대한 뜻은 다 나오니까 말이다. 그러나 웹 어학사전에 내가 찾는 단어의 뜻이 나온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현재 통용되는 뜻을 충실히 반영하도록 항상 개정된 상태의 정보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색이 사전을 삼켰지만, 잡아먹힌 그 날로 '죽은' 사전을 그대로 유통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경제 논리를 따르자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무척 많다. 상세하게 소개된 어학 및 백과사전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문제점을 파악하게 해 준 좋은 책이었다.

<위험한 역사시간(이주한 지음)>은 '우리 역사를 외면하는 한국사 교과서의 실체를 밝힌다'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그 동안 식민사관에 대해서 어렴풋한 관심은 있었지만 책을 통해서 심도있게 들여다 본 일은 없었다. 해방 이후 어떤 사학자들이 소위 어떤 인물들에 의하여 '강단사학'이 형성되고 우리 역사에 대한 어떠한 부정적인 유산을 남겼는지를 이제 알 수 있었다. 물론 이 저자가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역사의 여명기를 반드시 한반도 안으로만 좁혀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을 수도 있다.

원래 한반도에는 구석기 시대가 없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그러다가 공주 석장리 유적이 발굴되면서 우리나라에도 구석기 시대에 사람이 살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어디에선가 읽은 글에서는 석장리 시대에 살던 사람이 현재 우리나라 사람의 조상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보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가? 이주한의 책을 살펴보면 그 사람들이 멸망했거나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과거에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계속 이 곳에 살아남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 땅에 오래 전부터 사람이 살았고, 그 사람들이 세계 다른 어느곳과 견주어 뒤떨어지지 않은 (앞선 상태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문명 수준을 갖고 있기를 바라는 것은 매우 자랑스런 현상이나, 이는 합리적인 가설, 그리고 유물과 유적을 통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스노든 게이트: 원제 No place to hide(글렌 그린월드 지음, 박수민 및 박산호 옮김)>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911 테러 이후 자국민 보호를 앞세운 미국 국가안보국 NSA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을 실시하였고('프리즘 프로젝트'), 이는 젊은 기술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용감한 폭로에 대해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인권이든 자유든 죽은 뒤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소위 애국자법의 옹호자들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주장해야 하는가? 컴퓨터에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저널리스트가 어떻게 하여 내부 고발자를 만나서(이는 자신과 접촉하려면 보안을 위해 컴퓨터에 여러 프로그램을 깔라고 하였었다) 온갖 위협 속에 이를 기사화하게 되는지, 보수 언론과 정부는 이를 어떻게 방해하는지(심지어 저자의 동성 배우자를 테러와 관련된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내세워 공항에서 억류하기까지 하였다) 그 과정을 긴박감 속에 잘 묘사하였다. 언론정보학을 전공하는 아들에게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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