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1일 월요일

오토매틱 시계의 오차 측정(오리엔트 469 캘리버)

지난 3월에 Creation Watches에서 구입한 일본 오리엔트의 저가형 오토매틱 손목시계인 Tristar 라인의 FEM7P007B9를 6개월째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Tristar의 가장 반대편에 있는 최고급 제품 라인은 오리엔트 스타(Orient Star)이다.

FEM7P007B9는 시인성이 매우 좋고 가벼우며(이는 금속판을 접어서 만든 시계줄을 사용한 저가형 손목시계의 운명이다) 중년의 팔뚝에서 너무 튀지도 엄숙하지도 않은 적당한 디자인을 갖춘 제품이다.

Orient 'Tristar' FEM7P007B9
오리엔트의 손목시계는 알파벳과 숫자 10자리로 이루어진 모델번호가 부여된다. 여기에서 두번째와 세번째 자리를 참조하면 어떤 무브먼트(혹은 caliber)를 사용했는지를 알 수 있다. 나의 경우는 EM이므로 469 캘리버(46943이라고도 한다)가 쓰였다. 각 무브먼트에 대한 매뉴얼은 오리엔트 웹사이트에 나온다(링크). 오리엔트 오토매틱 시계의 베스트셀러인 Mako/Ray (not Mako/Ray II) 등 여러 모델에 두루 쓰인다.

오리엔트 469 캘리버는 지난 2011년 생산 40주년을 맞았다(기념모델 "리미티드 에디션" 출시 보도자료). 1971년에 처음 생산된 설계도 그대로 지금껏 만들어질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오랫동안 모델명을 유지하면서 주력으로 쓰였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할만한 부품이라는 뜻도 될 것이다. 469는 1초에 6번, 즉 1 시간에 21,600번 초침이 움직인다. 1초를 4단계에 움직이는 다른 무브먼트에 비해서는 좀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오차 수준은 하루에 +25 ~ -15초이며 해킹(용두를 뽑았을 때 초침이 멈추는 것)도 안되고 용두를 돌려서 태엽을 감는 것도 안되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지극히 평범한 무브먼트이다. 따라서 오로지 손목에 차고 있을 때 로터의 움직임으로만 태엽이 감긴다. 작동 시간은 40 시간 이상이다. 금요일 퇴근하여 시계를 풀어놓고 월요일 아침이 되면 일요일 어느 시간에 멈춘 것을 확인하게 되는 수준이다.

그동안 이 시계를 사용해 오면서 매일 조금씩 빨라진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통상 3일 정도가 지나면 분침을 1분 뒤로 돌려야 한다. 이것이 실생활에는 큰 불편을 주지는 않는다. 시계가 여러개라서 간혹 다른 것을 이틀 정도 연속하여 차느라 풀어둔 상태라면 어차피 시계가 멈추어서 새로 맞추어야 한다. 간혹 기계식 시계를 찼더니 하루에 몇분씩 오차가 생겨서 도저히 쓰지 못할 물건이라는 글을 보게 되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기계식 시계의 정확도를 측정하는 휴대폰용 앱이 이미 여러가지 존재한다. 심지어 초침의 소리를 이어마이크셋으로 받아서 오차를 계산하는 것까지 있다. 내가 선택한 것은 WatchCheck라는 안드로이드 앱이다. 측정하고자 하는 시계의 임의의 분 00초에 맞추어(휴대폰 시각의 바로 다음 분 00초; 앞뒤로 조정 가능) 앱의 기록 기능을 터치하여 휴대폰의 시각과 얼마나 다른지를 기록하고, 다시 하루쯤 지난 뒤에 같은 방식으로 측정하여 하루에 평균적으로 얼마나 빠르거나 느려지는지를 초 단위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내 손목시계는 해킹이 되지 않으므로 시계의 시각을 실제 시각에 초 단위를 맞출 방법이 없다. 따라서 수십 초 정도의 초기 차이를 감수하고 초침과 분침을 수동으로 동기화하였다. 방법이랄 것도 없다. 용두를 뽑아서 분침을 분 눈금에 딱 맞게 놓은 다음(물론 현재 시각에 가장 가깝게 하되 빠른 쪽으로), 초침이 12시 위치를 지나갈 때 다시 용두를 눌렀다. 다음 이미지는 실제 측정 결과 목록 화면이다. 빨강색 네모로 둘러친 것은 매일 아침에 약 24시간 간격으로 측정했던 것이다. 첫 측정에서는 실제 시각과의 차이(deviation)만 나타난다. 오차 수치(rate)는 2 회째 측정부터 계산된다. +14 초/일 정도의 일관적인 값을 보이다가 별안간 네번째 측정에서는 +25.2 초/일이 되었다. 왜 그럴까? 그 전날에는 다른 시계를 차느라 종일 풀어두었었다. 아마도 이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맨 아래에 나타난 평균 오차 수치는 +16.2초/일이다. 측정 간격이 24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너무 좁을 때, 그리고 전날의 착용여부/보관상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보관 시 세우느냐 눕히느냐, 세운다면 어느 방향으로 하느냐도 차이를 불러온다고 하니깐 말이다. 종합한 오차 수치는 469 캘리버의 specification에 제시된 범위 내에 잘 들어오는 것으로 생각된다.

심각한 시계 매니아라면 시계용 공구세트를 사서 뒷뚜껑을 열고 오차 조정 장치를 돌리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 아래 사진에서 ORIENT라고 새겨진 곳 왼쪽 아래에 +로 표시된 부속을 돌려서 오차를 조절하면 된다. 그러나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다. 시계 기술자가 아닌 사람이 함부로 뚜껑을 열면 방수 기능이 약해질 수 있고, 한번의 조정으로 원하는 값이 나올리도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http://www.orientalwatchsite.com/orient-vs-eta-and-miyota-a-look-at-mov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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