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런데이 앱에 맞추어 정상적인 달리기를 했으니 오늘은 쉬는 것이 바함직하다. 하지만 호기심이 오늘도 신발끈을 매게 만들었다. 심박수가 경고 수준(165 bpm)을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천천히 달리면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였다. 손목형 심박계(Redmi Watch 3 Active DAD6)의 밴드를 헐겁지 않게 꽉 조여야 더 정확히 측정된다고 하기에 이것도 철저히 지켰다.
휴대폰도 소지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스트레칭을 하고 5분 준비 걷기를 한 뒤 1.5 km를 목표로 설정하고 갑천변을 달렸다. 아마 12분 정도면 목표 거리에 다다를 것이다. 심박수가 150 bpm을 넘기지 않아 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심박수를 충분히 낮추려면 조금 빨리 걷는 수준까지 천천히 뛰어야 한다. 그래서는 뛴다고 할 수가 없다. 걷다시피 느리게 달리는 것에 대한 주저함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뛰는 동안 경고 울림이 다섯 번 정도 울렸다.
천천히 달리니 30분까지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초 목표와는 달리 25분 동안 지속적으로 뛰기로 했다. 별로 힘은 들지 않았다. 뛴 거리는 당초에 목표로 설정한 1.5 km를 훌쩍 넘어서 2.96 km였다.
집에 돌아오니 휴대폰으로 데이터가 자동 전송되었다. 단, 달릴 때 휴대폰과 블루투스 페어링을 하지 않으면 경로 정보는 표시되지 않는다. 오늘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 평균 페이스 8분 27초(시속 7.1 km)
- 평균 심박수 157 bpm(최대 166 bpm)
- 케이던스: 평균 159, 최대 166
2분 10초가 되면 심박수가 150 bpm을 넘어간다. |
'827'에 불과한 낮은 페이스로 심박수가 160 bpm에 오른다면 요즘 중요하게 여겨지는 zone 2(low intensity) 달리기를 하려면 걷는 수준으로 뛰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유튜브 러닝비하인드의 동영상('난 걸어야 되던데... 진짜 zone 2 러닝 하는 법')에 의하면 심박수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숨은 조금 차지만 대화가 가능한 정도, 그리고 30~40분 운동을 끝냈을 때 아주 힘들지 않고 조금 더 할 수 있겠다는 정도의 강도로 하면 유산소 능력을 늘리는 존2 운동(~조깅)이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몸이 달리기에 아직 적응되지 않은 초보자 상태에서는 심장의 stroke volume(일회박출량)이 낮으므로 조금만 뛰어도 심박수가 급상승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 높은 심박수에도 힘들지 않네?' 이것은 바람직한 평가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운동을 하는 것 같지 않은 정도로 더 느리게 달려서 유산소운동 능력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키고, 페이스를 올리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단, 기록이 나아지는 것을 원한다면 훈련의 10~30%에서는 능력의 최대치를 이끌어 내는 포인트 훈련을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몇 분간 힘껏 달리다가 걷는 것을 반복하는 인터벌 훈련이 좋은 사례이다.
에휴... 뭘 이렇게 공부까지 하면서 뛰어야 되나. 더 느리게 달리자. 달리면서 편안하게 혼잣말을 중얼거릴 수 있을 수준으로. 오늘 실험의 성과는 '나도 페이스를 적절히 낮추면 20분은 무난하게 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곧 30분으로 늘어날 것이다. 단, 30분 동안 달릴 목표 거리에는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