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7일 월요일

미늘은 자연의 모방품인지도 모른다

낚싯바늘에서 '미늘'에 해당하는 구조를 영어로는 barb라고 한다. 철조망을 영어로 barbed wire fence라고 부른다. 파멜라 앤더슨 주연의 1996년 영화 '바브 와이어'가 생각이 난다. 실제로 이 영화를 본 일은 없다.

어제 여수시 웅천동 바닷가를 달리면서 이순신 마리나 근처의 주차장을 지나게 되었다. 맨땅에 만든 주차장 가장자리의 잡초 군락을 두어 차례 건너뛰어 지나면서 총 8 km를 달린 뒤에 숙소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다가 무릎 아래부터 바짓단 끝까지 무엇인가 하나 가득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운동화 끈도 마찬가지였다. 하나하나 뜯어내느라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래 사진의 것은 바지 전체에서 뜯어낸 것의 아마 1/4 쯤일 것이다.



구글의 이미지 검색 기능을 이용하여 어떤 식물의 씨앗(종자?)인지를 찾아 보았다. 이것은 주변에서 흔히 자라는 국화과의 야생식물로 도깨비바늘 종류 식의 열매인 것으로 추정된다. 도깨비바늘의 어린 잎은 나물로 먹거나 약용으로 사용한다. 확대해 본 열매의 모습은 다음과 같이 포크 모양이다. 뾰족한 바늘 모양의 것('관모(冠毛, pappus)'라 함)은 원래 3~5개 정도 있다고 하는데, 아마 옷에 붙은 것을 떼어내다가 두 개만 남은 것 같다. 이 자료에 의하면 도깨비바늘에도 여러 종이 있다. 

관모의 또다른 극단에는 민들레 씨앗의 솜털 구조물이 있다. 따갑고 성가신 도깨비바늘 열매, 반대로 낭만적 감정을 자아내는 민들레 씨앗... 둘 다 식물의 생존을 위해 진화한 구조물인 셈이다.

도깨비바늘의 열매는 포크를 닮았다. 사진에는 두 날만 남았지만 실제로는 더 많다. 전체 길이는 약 1.5 cm 정도.


미끈하고 뾰족한 바늘로 찌르기만 해서는 동물의 털이나 사람의 의복에 붙기 곤란하다. 손으로 만져보니 반대 방향으로 아주 가느다란 가시와 같은 것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블로그에 업로드하기 위해 처리를 거치면서 잘 보이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이는 낚싯바늘에서 '미늘'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늘은 낚싯바늘, 화살촉, 작살촉 등에서 널리 쓰인다. 낚싯바늘과 화살촉은 거의 비슷한 시기인 약 8천년 전에 발명되었다고 한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이것이 박히면 잘 빠지지 않으므로 큰 손상을 입게 된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신석기 시대에 미늘을 발명함으로써 큰 혁신을 이루었을 것이다. 어느 머리 좋은 선사시대인이 오랜 고민 끝에 생각해 냈을지도 모르지만, 도깨비바늘과 같은 자연물을 모방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당시에 돋보기가 있는 것은 아니니 그 구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모방하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오마이뉴스] 인류 최초 낚싯바늘이 불러온 혁신(2021년 12월 21일) - 결합식낚시(이음낚시)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참조해도 좋다.

나의 도메인명인 GenoGlobe가 표방하는 정신이 바로 '생명으로부터 배움(Learning from Lives)'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 챗GPT에게 물어보니 이는 다소 모호한 영어 표현이라서 이보다는 "Learning from living beings" 또는 "Learning from living creatures"가 더 적합한 표현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생명체와 삶 전부를 아우르는 다소 중의적인 표현을 의도했으니 그냥 두어도 될 것 같다.








여수 밤바다에서 8 km를 달리다

여수시 웅천동의 밤바다를 헤집고 달려서 8 km를 채웠다. 한번에 달린 거리로는 최장 기록이다. 페이스는 부끄러워서 말할 수준이 아니다.


모처럼 길게 주어진 설 연휴를 맞아서 가족과 함께 여수 여행길에 올랐다. 작년부터 미국에서 살고 있는 딸아이는 함께하지 못하여 아쉽다. 아마 올해 추석 무렵이나 되어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인천공항은 연휴를 즐기러 출국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라고 한다. 우리 가족은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소박한 심정으로 국내 여행을 택하였다.

차를 몰고 여수로 가는 길에 어디를 들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진안 마이산을 택하였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왔던 적이 있었다. 말 귀를 닮은 두 개의 산을 제외하면 기억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방문객이 제법 많았고, 입구의 식당도 성업 중이었다. 네이버에서 리뷰를 검색하여 찾아간 식당도 나쁘지 않았다. 비빔밥과 불에 구운 등갈비의 조화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가는 길에는 사양제라는 저수지가 있었다. 얼음이 얼어서 오리배는 한데 묶여 있었다. 마치 70~80년대의 유원지를 보는 느낌이었다.




마이산은 남쪽과 북쪽 양 방향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고속도로를 벗어나기 전 진안 휴게소에서 마이산의 봉우리가 보여서 IC만 벗어나면 금방 다다를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마이산 탑사를 가기 위해 남쪽 방면에서 접근하려면 꽤 먼 길을 돌아서 가야만 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탑사로 가능 약 2 km 남짓의 고즈넉한 길이 마음에 들었다. 북측 지역은 더 가파르다고 하였다.

이갑룡 처사(1860-1957)은 어떤 마음으로 탑을 쌓았을까? 탑사는 현재 태고종 소속 사찰이지만, 이갑룡 처사 자신은 불교를 표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태고종에 사찰 등록을 한 것은 그의 손자 이왕선에 의한 것이라 한다.









비탈을 넘는 약간의 수고를 들이면 은수사에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음에도 또 오겠노라는 생각을 담고 두 시간을 더 달려 여수 웅천동에 예약한 호텔에 도착하였다. 점심을 너무 많이 먹어서 호텔 방에서 간편식으로 저녁을 먹은 뒤 달리기를 하러 바깥에 나갔다.


마리나 주변으로 평탄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달리기에는 정말 좋은 여건이었다. 몇 번을 오가며 달려서 8 km를 채웠다. 중간에 갑자기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페이스가 흐트려져서 6분대를 간산히 유지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여행 이틀째인 오늘은 오동도와 돌산도를 둘러보려 한다.


2025년 1월 25일 토요일

백년가게 협신전자(IC114)에서 몇 개의 부품을 주문하다

온라인에서 전자부품을 주문할 때 IC114를 즐겨 이용한다. 엘레파츠나 디바이스마트보다 웹사이트 구성은 약간 소박하지만 배송이 빨라서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부품 주문을 위해 접속을 해 보니 2018년에 부산지역 최초의 백년가게 중 하나로 선정되었었다는 안내가 있었다(관련 기사 링크). 1973년에 창업하여 1999년이라는 이른 시기에 온라인 쇼핑몰인 IC114를 설립하였다고 한다.

[백년가게] 현대사회의 기초가 되는 전자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2023년) 

2018년의 어떤 기사에서는 권우현 대표의 사진을 실었다(링크). 주문을 완료하고 입금을 할 때 늘 보이는 익숙한 이름. 당시 74세라고 하니 절로 존경심이 우러난다.

이번에 주문한 부품은 6П6С(6P6S, equivalent to 6V6GT) 진공관 싱글 앰프 개작을 위해 사용할 조광형 시소 스위치와 퓨즈 홀더였다. 나무 수납상자에 얼기설기 만든 상태로 오랜 실험을 거쳐 음악을 들어 오다가 이제 제대로 된 집을 지어줄 때가 되었다고 느낀다.


상판 설계를 마무리하기 위해 여기에 고정할 부품의 정확한 외형 치수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IC114에서 기본적인 panel hole size를 제공하지만 다음에서 '?'로 표시한 부분의 폭을 정확히 나타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실물 부품을 받고 나서 제대로 측정을 한 뒤 다음과 같이 제대로 된 그림을 LibreCAD에서 그릴 수 있었다.



조광형 전원 스위치를 구입하여 상판 왼쪽에 고정하기로 했으니 다른 파일럿 램프를 달 필요가 없다. 원래 파일럿 램프는 중앙에 둘 예정이었다. 따라서 전원 스위치와 볼륨 폿 구멍만 내면 되므로 구멍 간격을 약간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에 따라서 구멍의 위치를 조절하였다. 


아직 도면을 점검할 일이 남아 있다. 상판에 올릴 부품을 고정하기 위한 구멍은 꼼꼼하게 설계하였으나, 상판 아래에 놓일 SMPS(히터 전원용)와 정류용 기판이 놓일 공간이 충분한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면을 최종적으로 점검한 뒤 설 연휴가 끝난 다음에 네이버 카페 사운드머신에 보내어 가공에 들어갈 예정이며, 나무틀도 직접 만들 생각이다. 이것이 바로 2025년 상반기의 오디오 DIY 목표이다.

정류용 기판은 매우 기이하게 만들어 놓았기에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원본 글은 2024년 3월 15일에 작성(링크).


2022년 11월 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를 감는 준비부터 시작하여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조만간 나무상자 앰프는 재건축을 위해 발전적 해체를 겪게 될 것이다. 몇달 뒤면 다음의 모습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전면부에 붙인 손잡이를 떼어다가 새 앰프 상판에 붙여 볼까? 저 검정색 손잡이는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의 문고리닷컴에서 구입했었는데, 여기도 2024년 6월에 파산했다고 한다(관련 기사 링크). 어허...







런데이 앱을 이용한 달리기 - 누적 378 km를 달리다

어제도 5 km를 달렸다. '하루만 더 쉴까'하고 생각했다가 달리기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올 때 느끼는 마약과 같은 개운함을 잊기 어려워서 다시 집 밖으로 나갔다. 기온은 영상 3도 정도라서 매우 적당하였다. 컨디션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니 딱 30분만 뛰기로 하였다. 4.65 km, 6분 26초의 부끄러운 페이스. 과연 올해 안에 딱 6분의 페이스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년 8월에 시작하여 약 반년 동안 달린 거리는 반올림하여 이제 겨우 378 km이다. 이게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거리인가? 구글을 찾아보니 자동차로 서울을 출발하여 통영까지 가는 거리라고 한다.



1월 내에 3-4회를 더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1월 한달에 90 km 정도는 채우는 셈이 된다. 만약 약간 무리를 해서 6 km 이상을 4회 달리면 100 km를 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요즘은 런데이 앱에서 '시간 달리기 도전'과 '거리 달리기 도전'을 섞어서 쓰고 있었다. 거리 달리를 예로 들자면 3, 5, 7 km와 같이 목표가 정해져 있어서 가령 6 km를 달리고 싶다면 7 km로 목표를 설정한 뒤 중간에 멈추어야 했다. 그런데 아직 선택하지 않은 운동 플랜 중에 '자유 달리기'라는 것이 있었다. 이것이라면 원하는 대로 그날 달리기의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쉬지 않고 한 시간을 달릴 때까지, 5분대 페이스를 진입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달려 보겠다. 올해 안에는 어떻게 해서든 되겠지...

2025년 1월 23일 목요일

아침에 만난 어떤 자전거

한때 로드용 자전거의 규격을 줄줄 외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웬만한 자전거 정비용 공구를 다 갖추고 있었고, 쉴 새 없이 도싸, 발바리, 파크툴 등의 웹사이트를 들락거렸다. 2006년 미국 보스턴에 장기 출장을 갔을 때에는 Harris Cyclery에 꼭 가 보고 싶었으나 그 꿈을 이루지는 못하였다. 자전거 기술 정보에 관련하여 세계 최고의 웹사이트라고 할 수 있는 Sheldon Brown's Bicycle Technical Info도 오늘 오랜만에 들러 보았다. 여기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었었나! 다시 한번 셸든 브라운(1944-2008, 위키백과, 생전에 유지했던 개인 이야기 링크)을 추모한다. 셸든 브라운은 Harris Cyclery의 웹마스터이자 'general Tech Guru'였다. 

70년 동안 가족 소유 기업이었던 Harris Cyclery는 아쉽게도 2021년 6월 13일 폐업하였다(관련 글 링크, 이에 관한 reddit의 언급 링크). 사람들의 관심이 바뀌고, 자전거를 소유하는 것보다 대여해서 쓰는 일이 더 많아지니(특히 두 바퀴를 지닌 전기 충전식의 탈것) 일반 소비자 대상의 부품 판매나 서비스로는 지속적인 경영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가 유지되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자가 정비와 개조에 몰두하던 시절은 벌써 약 20년 전의 과거가 되고 말았으며, 다른 취미가 내 정신세계 깊숙하게 자리잡으면서 자전거에 대한 관심은 거의 사라졌다.

블로그에 가장 마지막으로 올린 자전거 관련 사진과 글 '뻘짓의 지평을 넓혀야 인생이 풍부해진다 - 자전거 이야기'(2022년)을 소개한다.

오늘 문득 자전거 이야기를 써야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침에 출근버스를 기다리다가 편의점 앞에서 접한 어느 국산 브랜드의 700C 하이브리드 자전거 때문이었다.

출근길에 우연히 만난 어떤 하이브리드 자전거. 지금은 알톤으로 넘어간 코렉스 브랜드의 R21로서 단종된 모델이다. 


내 자전거는 알루미늄 프레임이라서 전통적인 로드 자전거보다 튜브 직경이 크다. 알루미늄을 쓴 프레임의 경우 30 mm를 넘는 것이 많다(Bike Frame Design - the influence of tubing diameter and wall thickness). 대충 top tube의 직경을 측정해 보니 32.4 mm(1.28인치)에 해당하였다. 



고전적인 로드 자전거는 직경 28.6 mm(1 1.8인치)의 강철(고급품이라면 크로몰리라고도 불리는 크롬-몰리브덴 스틸) 튜브를 써서 프레임을 구성하되 top tube는 수평으로 뽑아낸다. 저가품 자전거는 경우 하이텐(high tensile steel)을 쓰는데 강도가 높지 않아서 가느다란 튜브로 뽑아내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위 예전에 '철티비'로 불리던 자전거가 이런 재료를 쓴다.

가느다란 탑튜브가 수평으로 지나가는 고전적인 로드 자전거는 보기에도 아주 멋지다. 드롭바, 림 브레이크, 다운튜브 시프터... 이런 것이 고전적인 로드 자전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평 탑튜브는 키가 작은 사람이 제 몸에 맞지 않는 사이즈의 프레임을 택했을 때 상당한 불편을 초래한다... 유럽 출장을 갔을 때, 큰 키의 서양인들이 엄청나게 큰 프레임 사이즈의 자전거를 타고 일상적인 복장으로 도로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확실히 우리나라의 자전거 문화와는 매우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출처: Reddit


내 자전거에 이런 전통적인 밴드 고정형 downtube shifter를 달고 싶다는 욕망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지만 실은 다운튜브 직경이 너무 커서 불가능하다. 

1세대 시마노 Dura-Ace 다운튜브 시프터(출처 링크)


그래서인지 28.6 mm 튜브 직경의 자전거를 보면 무척 반갑다. MTB 스타일의 유행이 지나가고, 픽시나 로드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더 늘어나서 그런지 주변을 돌아다니는 자전거의 형태가 좀더 다양해진 것 같다. 만약 이런 자전거가 하나 있다면, 구식 부품들을 하나씩 달아서 개조를 할 수도 있으리라. 

지금 나의 자전거는 아파트 계단 난간에 묶인 상태로 몇 년이 지났다. 요즘은 방화문을 닫아놓고 지내고 있으니 자전거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도 잘 되지 않는다. 튜브 바람도 다 빠지고 아마 지금쯤 림에 눌려서 타이어도 변형이 되었을 것이다. 중고로 구한 부품으로 교체한다고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었는지 모른다. 페달 클립(클릿 + 전용 슈즈가 아님)을 달아서 쓴 일도 있었고.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바람을 가르고 싶다. 요즘 관심을 갖는 달리기나 자작 진공관 앰프 및 밴드 연습 수준으로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겠지만. 그러려면 정비를 해야 할 것도 많다. 


참고 - 자전거 브레이크 레버의 위치

내 자전거는 왼쪽 브레이크 레버가 뒷바퀴, 오른쪽 브레이크 레버가 앞바퀴를 제동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행정안전부의 고시로 인해 이것이 바뀌었다. 요즘 생산되는 자전거는 오른쪽 브레이크 레버가 뒷바퀴를 제동하게 만들어진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왼손으로는 수신호를 하기 위함이다. 만약 한 손으로만 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 대상이 하필 앞바퀴라면? 뒷바퀴가 들리면서 앞으로 홀라당 넘어가는 사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자전거 핸들 브레이크 위치는 왜 바뀌었을까?

2025년 1월 19일 일요일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것이 아니라던데, 악기용 케이블은...

밴드 멤버들이 모여서 합주 연습을 시작하려고 분주하게 장비를 세팅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악기(베이스 기타)에서 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파워드믹서의 8개 채널 스트립 중 잘 써 왔던 어느 하나가 갑자기 망가질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테스트를 해 보니 악기와 DI box를 연결하는 6.35 mm TS 케이블이 문제인 것 같았다. 일단 다른 멤버의 여분 케이블을 얻어서 연습을 마쳤다.

문제의 케이블은 오래전부터 쓰던 기타 케이블의 커넥터를 직접 납땜하여 교체한 것이었다. 집에 케이블을 들고 와서 커넥터를 돌려서 열어보니 신호선쪽이 끊어져 있었다.

단선이 일어난 신호선 끄트머리를 관찰해 보면 커넥터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다. 단선이 일어난 뒤 알지 못한 이유로 수축이 일어난 것인지, 또는 내가 서툴게 납땜을 하여 신호선에 장력이 가해진 상태로 마무리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이 케이블은 내가 처음으로 전기기타를 샀을 때부터 쓰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건 80년대 후반의 일이니 아마 케이블 내부의 심선이 많이 '썩은' 상태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 납땜을 하기 위해 피복을 벗겨 냈더니 그라운드선의 색깔이 좋지 않았다. 선 끝을 조금 잘라내면 조금 더 온전한 선이 나올까 싶어서 몇 번을 더 끊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그나마 심선은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나의 경험으로는 구리선이 검게 변색되면 납땜이 잘 되지 않는다. 솔더링 페이스트의 힘을 빌려볼까? 그러나 어디에 보관해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대충 납땜하여 쓰기로 했다.

과연 현명한 수리였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음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프로 음악가라면 아마 진즉에 내다 버렸을 것이다. 몇 개 되지 않는 케이블이 사라지지 않고 제자리에 있는지 수시로 세어보는 소심한 방구석 음악인이자 DIYer인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행방이 묘연한 6.35 mm TS 케이블 하나가 어디로 갔는지 기억을 더듬고 있다.

2025년 1월 18일 토요일

LibreCAD로 그리는 도면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자주 그려야 사용법에 익숙해진다. U볼트를 통과시킬 구멍은 완전 원형이 아니라 약간 길게 만들어야 한다. trim이나 divide 명령어를 사용하여 내 수준에서는 꽤 복잡한 조작을 해야 한다. 이번에 그린 도면에서 가장 복잡한 부분에 해당한다.


 

한참을 작업하여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였다. U볼트는 다음 사진과 같이 길쭉한 구멍을 통해 들어가게 될 것이다.


Construction layer를 적절하게 이용한 뒤 스냅 기준점을 '현명하게' 잡으면 도면을 더욱 편하게 그릴 수 있다. 다음에 그릴 때까지 잊지 말고 잘 기억을 해야 하는 것이 문제이지만 말이다.

LibreCAD에서 symmetry/center line은 빨간색 일점쇄선으로 그려야 한다. 하지만 선과 점 사이의 빈틈이 너무 커서 보기에 썩 아름답지는 않다. 그래서 녹색 construction line을 적절히 사용하면 편리하다. 나는 상판에 고정할 부품의 외곽선을 나타날 때에도 construction line을 즐겨 사용한다.


하면 할 수록 상당히 재미있다! 길이나 위치를 잡기 위해 가끔 계산도 해야 한다. 초보 수준의 CAD 작업은 두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유용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그림은 자작 6V6 싱글 엔디드 앰프의 상판 설계도 2025년 1월 18일 버전이다. 남은 것은 가장 아래에 위치한 전원 스위치, 파일럿 램프, 그리고 볼륨 폿(pot, potentiometer)의 고정을 위한 구멍 직경을 확정하는 것이다.  

6V6 SE amplifier top plate (20250118).dxf

만약 이 도면을 몇 번 반복하여 그린다면, 그리고 똑같은 트랜스포머 고정용 구멍을 그리더라도 매번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본다면 나의 LibreCAD 실력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2025년 1월 16일 목요일

달리기 1월 중간 결산 - 국문 기사를 근거로 논문의 원문을 찾기가 이렇게 어렵다

달리기를 시작한지 6개월째를 맞는 사이 해가 바뀌었다. 겨울 날씨(특히 기온)에 따라서 옷 입는 방법에 대한 데이터도 충분히 쌓았다. 결론은 간단하다. '뛰면 덥다.'



1월 들어서는 하루 건너 하루 뛰기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 특히 최근 3회의 달리기에서는 매번 7 km를 채웠다. 소요 시간은 대략 45분으로, 페이스로 환산하면 6분 26초에 해당한다. 현재의 내 수준으로는 45분 내내 6분 30초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하려면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 평균적으로는 이 페이스가 되지만, 고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운동량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피로가 누적되거나 다리에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좀 과하다 싶으면 하루는 5~6 km 정도로 목표를 줄여서 뛰면 될 것이다.

작년 8월 달리기를 시작하던 당시를 떠올려 본다. 처음 며칠은 근육통이 와서 며칠을 고생했고, 그 뒤로 몇 주는 숨이 차서 힘들었다. 초보자는 천천히 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해서 '터벅터벅' 느리게 뛰면 관절에 더욱 많은 체중이 실리게 되니, 보다 바람직하게는 케이던스를 올리되 좁은 보폭으로 시작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몇 개월이 지난 다음이었다. 

어젯밤에는 비로소 엉덩이의 근육을 써서 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은 주로 종아리 근육을 써서 종종걸음을 걷듯이 뛰는 편이었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앞발을 멀리 착지하는 오버스트라이드(overstride)는 좋지 않다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속도를 올리려면 땅을 힘차게 밀면서 허벅지를 높이 들어 올려야 한다. 드디어 어제 이런 자세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요즘 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달리기 전 고관절 워밍업(사례)'를 눈여겨 본 것도 도움이 되었다. 6개월이 되면서 몸이 스스로 더 효율적인 달리기의 방법을 체득해 나가는 것 같다.

보통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는데, 실제로 운동 전후 스트레칭이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운동후 몇 시간 뒤에 나타나는 통증을 줄이려면 스트레칭보다는 맛사지가 더 낫다는 논문 소개를 본 일이 있다. 달리기 전에 해야 하는 것은 몸을 깨우는 워밍업이다. 요즘 나는 고관절을 풀고 간단히 어깨 돌리기 등을 한 뒤 기록을 재기 시작하는 출발점까지 약 300 미터를 가볍게 뛰는 것으로 워밍업을 대신하며, 달리기를 마친 뒤 액 5분 정도 걸으면서 쿨 다운을 한다.

체중은 아직도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이다. 너무 달리기를 많이 하면 근손실이 오기 때문에 근력 운동을 별도로 하거나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달리기에 의한 체중 감소나 근손실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2024년 2월 13일 메디컬투데이기사 링크). 달리기는 대표적인 지구력 운동이다. 이 논문의 시사점은 달리기만으로도 정상적 기능에 필요한 근육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근력 운동이 꼭 필요한지 고민하던 나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물론 기록 단축을 강렬하게 원한다면 하체 운동을 별도로 해야 될 것이다.

Frontiers 저널에 실렸다고 하는 핀란드 연구자 논문의 원문을 찾고 싶어서 챗GPT에게 기사 내용을 준 뒤 원문을 찾아달라고 해 보았다.  기사는 단순히 '지구력 운동과 근력 운동이 체중, 근육량, 체지방량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가 ‘프론티어(Frontiers)’에 실렸다.'라고만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챗GPT가 제시한 링크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쯤에서 메디컬투데이의 기자는 실제 Frontiers 논문을 찾아보고 기사를 쓴 것이 아니었음을 진작에 눈치챘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논문 원문을 찾을 수 있을까? 운동 의학 분야는 잘 모르니 여기에서 쓰는 용어에는 익숙하지 않다. 기사 첫머리에 나오는 '달리기가 일정 수준 이상의 체중이나 근육량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를 영어로 번역하게 한 뒤 여기에 저널명이 Frontier를 넣어서 그대로 구글 검색창에 넣어 보았다. 그랬더니 상단의 [Search Labs | AI 개요]에서 몇 개의 링크를 제시하였다.



맨 위의 것을 클릭해 보았다. 영국에서 발간하는 Medical NewsToday라는 미디어의 기사('Running has limited benetits for weighting loss, but it can help prevent weight gain')가 나온다. 논문의 링크는 아니라서 실망을 하였는데, 가만히 보니 메디컬투데이의 기사는 이것을 가져다가 그대로 번역하여 요약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나는 메디컬투데이가 Frontiers 저널에 실린 '논문'을 보고 국내에 소개할만 하다고 생각하여 기사를 낸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것이 아니라 국외 미디어에 실린 '기사'를 보고 번역해서 냈을 것 같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기사를 너무 쉽게 쓰는 것이다. 다른 미디어의 기사를 참조했다고 언급했어야 옳을 것 같다.

Medical News Today의 기사를 챗GTP에게 요약하게 하였다.

  • 달리기는 단기적으로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체중 유지에는 더욱 효과적입니다. 핀란드 유바스큘라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달리기는 체지방 증가를 방지하는 데 유용하지만,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달리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운동 생리학자인 사이먼 워커 박사는 주당 2-3회의 지구력 운동(예: 달리기)과 저항 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조언합니다. 또한, 주 4-6회의 규칙적인 운동이 체지방 감소에 더욱 효과적이며, 일주일에 두 번 집중적으로 운동하는 것보다 낫다고 합니다. 
  • 연구진은 20-39세의 젊은 남성과 70-89세의 고령 남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지구력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낮은 체지방률을 유지하면서도 근육량이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달리기가 근육량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그러나 고강도의 장거리 달리기는 근육량 증가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균형 잡힌 운동 프로그램이 중요합니다. 또한, 충분한 칼로리 섭취가 필요하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주당 150분의 중등도 강도의 신체 활동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 결론적으로, 달리기는 체중 유지와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 유익하지만,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저항 훈련과 균형 잡힌 식단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기사를 살펴보니 이런 문장이 있었다. 

Researchers from the University of Jyväskylä in Finland have published these findings in the journal Frontiers.

어라? 여기에는 Frontiers 저널의 논문 원문 링크가 있네?

Body composition in male lifelong trained strength, sprint and endurance atheletes and healthy aga-matched controls. Front. Sports Act. Living, 31 October 2023 | Volume 5 - 2023 | https://doi.org/10.3389/fspor.2023.1295906 (PMID: 38022768)


논문의 제목을 보라. 메디컬투데이의 기사를 보고 이 분야의 비전문가(내가 아무리 생명과학자라고 해도 스포츠의학이나 운동생리학을 꿰뚫고 있지는 못하다)로서 적당한 영문 키워드를 생각해 낸 다음, 이를 PubMed 검색창에 넣어서 기사의 소스가 된 논문의 원문을 찾아낼 수 있었겠는가? 오늘의 경험에 의하면 구글이 실험적으로 서비스하는 AI를 이용하여 겨우 가능하였다? Abstract를 보아도 비전문가가 단순한 키워드 검색을 통해 PubMed에서 이 논문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결론은 이러하다.

  • 달리기는 이제 완전한 나의 일상이 되었다. 계속 달리자.
  • 국내 온라인 매체의 기자는 기사를 너무 쉽게 쓴다.
  •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면 논문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으며, AI가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준다(챗GPT가 최고인 것은 아니다).
  • sarcopenia(노화와 영양 결핍 등으로 인한 근감소증)라는 용어에 관심을 갖자. 어차피 누구나 늙는다. 노화를 극복하거나 최대한 늦추고 건강한 삶을 살려면, 이 분야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나오는지 계속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연구 성과로부터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것을 찾아낸다면 더욱 좋다.


2025년 2월 3일 업데이트

오늘 한겨레신문에는 조깅에 스트레칭 더하면 '금상첨화'...최적 시간은 '4분'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Sports Medicine이라는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근거로 하였으며, 원문 'Optimising the dose of static stretching to improve flexibility: a systematic review, meta-analysis and multivariate meta-regression'의 링크도 실었다. 모름지기 기사란 이렇게 써야 한다. 


2025년 1월 14일 화요일

새로 나온 책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을 읽고

중앙부처 공무원은 나(그리고 직장 동료)에게는 어떤 존재일까? 먼저 밝혀 둘 것은 나는 공무원은 아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있으니 일반인이 보기에는 둘 다 비슷해 보일지도 모르나 결코 동등한 관계는 아니라는 입장을 먼저 밝힌다. 

세상엔 참으로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느 집단이든 남을 힘들게 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같은 조직의 식구를 힘들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 조직과 상호작용하는 외부 조직의 식구를 힘들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외부 조직 사람들에게 어떤 한숨을 자아내게 하든, 가시적인 성과라는 것을 만들어 내니 내부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받기도 할 것이다. 물론 어떤 사함의 평판은 내부와 외부가 한결같지는 않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관계는 매우 특수하다. 공무원과 일반 국민(또는 '민원인') 사이의 관계와 사뭇 다르다. 공공기관이라는 말을 '산하기관'이라는 말로 바꾸어 놓으면 '아~!'하고 이해가 갈 것이다. 산하(傘下)란 말 그대로 '우산 아래서 그 신세를 진다'는 뜻이다. 즉, 산하기관이란 어떤 조직이나 세력에 속하여 그 영향이 미치는 범위 아래 있는 기관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블로그와 같이 노출된 공간에 공무원에 대한 나의 개인적 경험을 털어놓기는 매우 조심스럽다. 그 관계가 절대로 수평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온갖 형태의 민원인은 공무원에게 또 중요한 존재이다. 공무원을 힘들게 할 수도 있고, 공무원이 어떤 사업을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게 하는 중요한 근거를 마련해 주는 집단이 되기도 한다. 민원인은 동사무소를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는 부류의 사람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익집단의 다른 표현으로 보아도 좋다.

요즘 잔잔히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책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노한동 지음)을 구입하여 오늘 단숨에 읽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중앙부처에서 10년 동안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서기관까지 진급한 사람이 '먹던 우물에 침을 뱉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왜 공직 생활을 그만두어야 했을까? 나의 체험을 통해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던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저자의 문제의식과 얼마나 많은 부분이 겹칠까? 이런 호기심이 주저함 없이 나를 책 주문으로 이끌었다. 주문은 5일 전에 하였지만 오늘이 되어서 초판 3쇄로 찍한 책이 도착하였다. 참고로 초판 1쇄는 지난달 26일이니 꽤 잘 팔리고 있는 듯하다.

나는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이란 표현을 볼 때마다 이보다 공직사회를 잘 묘사하는 문장은 없다고 생각한다.(프롤로그)

내가 블로그에 글을 열심히 쓰는 것은 순전히 사적 정열의 측면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그 누구도 공무원을 한가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중앙부처 공무원은 물론이거니와, 일선에서 민원인을 상대하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지방공무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힘들게 만드는 노동에서 '가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 문제이다. 늘 '위'를 지향하는 공직 사회에서는 책임감과 전문성을 가지고서 알뜰하게 나라 살림을 돌보는 것이 어렵다. 한 쪽짜리 문서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위한 대책을 담는 것은 곤란하다. 형식에 그치고 그저 윗분들이 읽기 편한 보고서를 만들고 정무직 공무원들의 존재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간담회를 준비하는 일, 이 모두가 가짜 노동이다. 

한 번은 간담회에 단골로 불려 나오던 한 스타트업 대표가 간담회가 모두 끝난 뒤, "고위 공무원들이 의견만 듣고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는 걸 이미 경험했다. 제발 나를 다시 부르지 말아달라."라고 볼컥 화를 냈다...(142쪽)

책의 후반부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고, 앞부터 중반까지는 일반적이라 할 수 있는 공직사회의 일반적인 문제점에 대하여 논하였다. PMO(Project Management Office, 109쪽)라는 생경한 용어의 시스템을 통한 사업 수행 방식은 내가 작년 1월 말부터 현재 일하고 있는 조직에 몸담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이렇게 일을 함으로써 적은 수의 사람이 더 많은 일을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는 어떤 면에서는 착각이 아닐까? PMO 업체에게 발주자는 '갑'이다.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되니 갑작스런 상황 변동에 따른 긴급한 대처가 어렵고, 나라의 돈을 정말 알뜰하고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발주자에 대한 심리학적 대처에 더 신경을 쓸 수도 있다. 책에서는 고작 몇 달 정도의 실무 경험밖에 없는 인턴 직원이 실제 일을 하는 폐해를 다루었다. 이미 만들어진 산업적인 시스템을 돌리는 방법일 수도 있겠으나, 효율성 추구라는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어떤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가까이에서 모셨는지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면 이 또한 불합리한 일이 아니겠는가? 다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점심시간을 할애하여 열심히 자기를 파는 사람의 사례에서 느끼는 서글픔은 어느 조직에나 있을 것이다. 나?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혼밥러'이다. 컴퓨터 앞에서 일하면서 점심 도시락을 먹는... 그래서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혼자 밥먹지 마라>(교보문고의 책 소개 링크)라는 종류의 책은 여전히 읽기가 싫다. 공무원 사회의 맥락에서 따진다면 점심식사라는 행위조차 때때로 상관을 모시는 숙제가 되지 않는가? 심지어 돈을 모아서! 요즘은 거의 사라진 문화라고는 하니 다행이다.

수많은 위원회와 정책용역과제는 책임 회피를 위한(또는 결정을 2년 정도 뒤로 미루기 위한, 즉 인사 이동에 의해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올 때까지만) 아주 합법적인 장치이다.

직업공무원인 관료는 책임을 싫어한다. 특별히 승부를 걸어야 하는 때가 아니라면, 본인이 있을 땐 결정을 최대한 미루고 싶어 하는 것이 공무원의 태생적 속성이다. 연구용역과 위원회는 정책의 전문성과 민주성 증진을 핑계 삼아 공무원이 시간을 벌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결정의 완충지대이다. (116쪽)

이 책은 공직자 사회 내부를 고발하기 위한 비장한 각오로 쓴 것은 아니다. 공직 사회가 필요한 일을 소신 있게 하기 위해서 가짜 노동을 걷어 내야 한다는 주장으로 끝을 맺고 있다. 비판적 시각을 갖고서 정말로 효율적으로 일하려는 고민과 사명감으로 무작한 공무원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그리고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보다 경쟁력있는 국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공공기관 종사자들과 동료로서 수평적인 입장에서 같이 일한다는 생각을 갖는 공무원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GTDB-Tk 설치 후 첫 실행하기 - 유전체를 이용한 다수의 미생물 동정을 내 컴퓨터에서!

요즘 시대에 새롭게 분리한 미생물을 동정하는 가장 빠르고도 확실한 방법은 아마도 유전체 해독일 것이다. 이미 공개된 type strain(표준균주)의 유전체와 비교하여 ANI가 일정 threshold 보다 크면(대략 95% 이상이며, 종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한다고 알려짐) 그 종에 속한다고 판명하면 된다. 그동안의 문제는 이 과정을 빠르게 진행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대충 어느 genus에 속하는지 알게 되면 여기에 속하는 미생물의 공개된 유전체(특히 공인된 종의 표준균주 포함)를 전부 받아서 pyani나 fastANI로 분석을 해야 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16S rRNA 분석에 의해 대충 어느 종에 가까울 것이라고 판단하여 후보 종을 줄여 나갈 수도 있으나, 재수가 없으면 비교 대상을 더 넓혀야 한다. 특히 BacillusPaenibacillus와 같은 대책이 없는 genus의 경우 XYZbacillus라고 이름이 붙은 녀석들까지 건드려 봐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 22,176개의 type strain 정보를 갖고 있는 DSMZ의 Type (Strain) Genome Server, 즉 TYGS도 좋은 자원이지만 웹사이트에 유전체 서열 파일을 제출하고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50개 정도 유전체 파일을 밀어 넣으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상당히 미안해진다. RAST server에 작업을 제출할 때에는(꽤 오랜 전의 일이 되었지만) 별로 미안한 느낌이 없었는데 말이다.

1990년대에 Jean P. Euzéby가 시작하여 LPSN이라는 약자로 잘 알려진 List of Prokaryotic names with Standing in Nomenclature가 DSMZ로 넘어가면서 TYGS는 미생물 명명법 체계와 유전체 정보에 기반한 더욱 좋은 자원이 되었을 것이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에서 개발한 GTDB(Genome Taxonomy Database)는 마커 유전자(박테리아: 120개, 고세균: 53개)를 이용하여 계통수를 구성하고, ANI를 이용하여 종 구분을 하여 구축한 유전체 기반 미생물 분류 DB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웹 인터페이스에서는 이미 구축해 놓은 정보(2024년 4월 24일자 공개버전에서는 596,859개 유전체 수록)를 보여주는 것과 FastANI calculator를 제공한다. 


만약 수십 건 정도의 유전체를 이용하여 정확한 종 분류를 하고 싶다면 GTDB-Tk를 로컬 컴퓨터에 설치하면 된다. 이에 대한 논문 2020년에 별도로 나왔다(링크). Query genome에 대한 taxonomic classification 세부 사항은 논문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요즘은 업무를 하는 틈틈이 10여년 전에 일루미나로 시퀀싱해 둔 72개의 미생물 유전체 정보를 선별하여 국가 바이오 데이터 스테이션에 등록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데, 시퀀싱 당시에 붙여놓은 각 균주의 종 분류가 올바른지 확인하기 위해서 GTDB-Tk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이에 관한 상세한 스토리는 72 prokaryotic genomes에 작성해 나가고 있다.

Bioconda를 이용한 설치는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테스트 실행을 하는 과정에서 일찌감치 문제가 발생하였다. 개발자가 제공하는 Docker image를 사용함으로서 설치에 따르는 문제를 우회해 보려고 시도하였으나 이 역시 잘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Docker image와 reference database의 버전 문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첫 실행 단계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하여 GTDB 포럼을 검색해 보니 numpy의 버전을 낮추라는 제안이 있었다. Conda 자체를 새로 깔아서 해결했다는 코멘트도 있어서 일단 가장 쉬운 방법을 택했다. 즉, 내 데스크탑 서버에 아예 다른 계정을 새로 만들어서 conda를 깨끗하게 설치하고 GTDB-Tk를 환경도 구축하였다. Mamba가 나온 뒤로 conda 생태계도 조금씩 세분화되는 것 같다. 물론 환경 구축이나 패키지 설치에는 mamba가 훨씬 편리한 것은 맞는데, 'mamba activate <env>'라는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이 아직은 어색하다. 예전에는 mamba가 conda이 패키지 매니징 기능만을 대체한다고 생각하였는데 점점 그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새 계정에 conda를 설치하기 위해 miniconda가 아닌 miniforge를 사용해 보았다.

그래도 여전히 GTDB-Tk의 테스트 실행, 즉 첫 단계인 'gtdbtk identify'(prodigal을 이용한 gene prediction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화면으로 나오는 메시지를 잘 살펴보았다.

...
AttributeError: module 'numpy' has no attribute 'bool'.
`np.bool` was a deprecated alias for the builtin `bool`. To avoid this error in existing code, use `bool` by itself. Doing this will not modify any behavior and is safe. If you specifically wanted the numpy scalar type, use `np.bool_` here.
The aliases was originally deprecated in NumPy 1.20; for more details and guidance see the original release note at:
    https://numpy.org/devdocs/release/1.20.0-notes.html#deprecations
...

numpy 버전을 1.20보다 낮은 것으로 바꾸어야 할 것만 같다. Bioconda를 이용하여 GTDB-Tk를 최신 버전으로 깔면 numpy는 1.24.4가 되는데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다음 명령어를 이용하여 gtdbk-2.1.1 환경을 그대로 유지한 채 numpy를 다운그레이드하였다.

(gtdbtk-2.1.1) $ mamba install -c conda-forge numpy=1.19.5

numpy 버전을 내리고 나서 다시 gtdbtk 명령어를 실행해 보았다. 비로소 identify - align - classify로 이어지는 전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화면으로 표시되는 진행 상황을 살펴보니 마커 유전자를 발굴하는 데에는 TIGRFAM protein family를 쓰는 것 같았다. 아, 추억의 TIGRFAM이여... 언제 기회가 된다면 미생물 유전체 분야의 값진 유산인 TIGRFAM에 대해서 글을 남겨야 되겠다.

최종 결과는 박테리아와 고세균 각각에 대해서 별도의 summary.tsv 파일(<prefix>.bac120.summary.tsv and <prefix>.ar53.summary.tsv)로 제공된다. 이 파일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참조하라. 결과 파일의 맨 마지막 컬럼인 'warning'(indicates unusal characteristics of the query genome that may impact the taxonomic assignment)에서 어떠한 글을 남겼는지 확인해 보았다. 72개 유전체 어셈블리 중 8개에 대해서 경고문이 나왔으며, 다음과 같은 세 부류로 압축된다.

  1. Genome has more than ##.#% of markers with multiple hits
  2. Genome not assigned to closest species as it falls outside its pre-defined ANI radius
  3. Insufficient number of amino acids in MSA (#.#%)

1번은 아마 다른 균주로 오염이 된 것일테고, 2번은 type stain과 비교 시 ANI threshold 이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며, 3은 sequencing coverage가 충분하지 못하여 genome completeness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GTDB-Tk 분석을 하기 전 k-mer analysis, phyloFlash 및 ZGA pipeline을 통해서 read 및 assembly 차원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샘플를 추려 놓았으니 이를 GTDB-Tk의 결과와 비교해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남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멋진 도구나 자원을 늘 가져다 쓰기만 하는 것이 부끄럽다. 은퇴하기 전에(아직 꽤 많이 남았다!) 뭔가 나도 이 업계에 기여했다는 흔적은 남겨야 하는데...

챗GPT에게 anaconda, conda, miniconda, mamba 및 miniforge의 차이를 설명해 달라고 부탁해 보았다. anacond~miniconda~miniforge(배포판), conda~mamba(환경 및 패키지 관리 도구)라고 보면 쉽다. 다음은 챗GPT의 답변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Bioconda와 같은 '채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추천 사용 시나리오(챗GPT 답변)

  1. 초보자: Anaconda
    데이터 과학 및 머신러닝을 빠르게 시작하고 싶다면 Anaconda가 적합합니다.

  2. 고급 사용자: Miniconda 또는 Miniforge
    최소 설치 후 필요한 패키지를 선택적으로 설치하려는 경우 Miniconda나 Miniforge를 권장합니다. 특히 M1 Mac과 같은 ARM 기반 환경에서는 Miniforge가 적합합니다.

  3. 빠른 속도: Mamba
    Conda의 느린 속도에 불만이 있다면 Mamba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Conda와 동일한 명령어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2025년 1월 11일 토요일

산켄(Sanken) SI-1525HD 앰프에 스피커 보호회로를 달았다

전원을 넣을 때 스피커에서 '퍽'하는 팝업 노이즈가 나는 것이 귀에 거슬려서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스피커 보호회로 장착을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이런 종류의 스피커 보호회로는 전원 투입 후 수 초가 지난 다음에 스피커와 앰프의 출력부를 연결해 준다. 만약 앰프의 증폭용 반도체 소자가 망가져서 전원의 직류가 그대로 스피커로 나가게 될 때 이를 차단하여 보호하는 기능도 있다. 진공관 앰프는 아무리 망가진다고 해도 출력 트랜스포머가 있기 때문에 스피커로 직류가 나갈 수는 없다. 스피커에 만약 직류 전압이 가해지면 보이스 코일이 한쪽으로 과도하게 튀어나가므로 곧 망가질 것이다.

스피커 보호회로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하였다. 많은 종류가 있기 때문에 적당한 것을 고르면 된다.


이 기판을 동작시키려면 직류 또는 교류 12-15V의 전원이 필요하다. IC114에서 구입해 놓았던 35밀리 전원트랜스(0.25A, 제품 링크)를 쓰기로 했다. 실제로 기판을 연결하여 테스트를 해 보니 12V 탭에서는 10V 정도의 전압이 나와서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따라서 15V 탭을 쓰기로 하였다.


주말 아침이 되어 판을 벌였다. 전원트랜스와 스피커 보호회로를 삽입해야 하므로 앰프 기판을 앞쪽으로 이동하여 고정해야 하고, 약간의 타공 작업을 더 해야 한다. 삼십분에서 한 시간이면 넉넉하게 끝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앰프의 속판에 구멍을 잘못 뚫지 않나, 트랜스를 엉뚱한 곳에 연결하지 않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바보 아닌가?'

예를 들자면 속판 오른편 가장자리 아주 좋은 위치에 이미 구멍이 나 있어서 여기에 볼트를 아래쪽에서 위로 넣어 IC의 방열판(오른쪽)을 고정하였다. 그런데 이 구멍은 원래 속판을 플라스틱 케이스에 고정하기 위한 볼트를 위한 것이었다. 구멍은 6개이지만 네 귀퉁이만 평소에 쓰고 있으니 그 용도를 잊고 있었다. 이 구멍에 볼트를 아래에서 위로 관통하여 방열판을 고정하면, 플라스틱 케이스 하판의 나사산 삽입용 돌기에 볼트 머리가 닿아서 속판이 위로 뜬다...



작업을 마친 뒤 CD 플레이어와 스피커를 연결하였다. 전원을 넣으니 약 3초가 지난 뒤 '짤깍'하고 릴레이가 붙는 소리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렇게 간단한 작업을 하면서 엉뚱한 실수를 몇 개나 하다니... 포플레이, 비틀즈, 제시카(소녀시대의 '제시카'가 아니라 1998년에 Goodbye라는 노래를 발표해서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스웨덴 여가수 Jessica Folcker)의 것을 꺼내어 재생해 보았다.



91년대 초반에 생산된 롯데 LCD-7500를 2014년에 중고로 구입하여 지금껏 잘 사용하고 있다. 2015년에 직접 픽업(KSS-210A)을 갈았고, 작년에는 전면부의 택트 스위치를 교체하였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호환 픽업과 메커니즘을 요즘도 팔고 있어서 앞으로도 유지보수를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해가 지기 직전 7 km를 달리고 돌아와서 저녁을 먹은 뒤 거실에서 PCL86 싱글 앰프로 KBS 클래식 FM의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여느 때보다 풍성한 소리로 음악이 흘러 나온다. 

자작 6V6GT 싱글 앰프의 섀시 작업이 올해 오디오 DIY의 가장 큰 목표이다. 상판 설계는 다음과 같은 상태까지 이르렀다. 알리익스프레스에 주문한 R-코어 출력트랜스 고정용 U 볼트가 도착하면 나머지 부품을 주문한 다음 정확히 치수를 재서 도면을 확정할 예정이다.




2025년 1월 10일 금요일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영하 11도에 달려 보았다

올 겨울 들어서 최강의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오늘 아침은 영하 15도를 기록하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도 퇴근한 어제, 영하 11도임을 확인하고 밤 9시 40분쯤 딱 3 km만 뛸 요량으로 밖으로 나섰다. 상의는 반팔+긴팔+패딩조끼+바람막이, 하의는 타이즈와 약간 두꺼운 바지. 영하 2도 정도에서 입었던 복장에 한 겹씩을 더하였다. 

실제로는 30분, 4.7 km를 사뿐사뿐 뛰었다. 눈이 내려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다. 달리기를 마쳤더니 영하 12도로 기온이 더 떨어졌다. 



'이 정도의 온도에서는 이렇게 입고 뛰면 되겠다'는 데이터를 쌓아가는 셈이다. 어제보다 더 추울 때 달리는 일은 앞으로도 흔치 않을 것이다. 미국 스포츠의학회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영하 22도 이하로 떨어질 때에는 야외 러닝을 자제하라고 한다(관련 기사 링크). 

마스크는 꽁꽁 얼었지만 바람이 없어서 달리는데 문제는 없었다. 밤에 바람이 없는 데에는 충분한 기상학적 근거가 있다고 한다. 새벽 해뜨기 전에도 바람은 없지만, 공기 중에는 오염물질이 가득하다고 한다. 바람이 가장 심한 때는 해가 지기 전의 낮이라고 한다.


어제 회의를 위해 만났던 사람(두 그룹의 공무원)으로부터 많은 문화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중에서 하나는 일방적인 반말 문화에 관한 것이었다. 정황을 상세히 적으면 대상을 특정할 가능성이 있어서 소심한 나는 <말 놓을 용기>라는 책을 지은 이성민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대신 소개한다.

'말 놓을 용기' 이성민 "한국·일본만 존댓말 써...수평적 관계 이끄는 '평어' 보편화되길" - 투데이신문 2023년 1월 10일

화제의 신간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을 주문해 놓았는데 예정보다 훨씬 늦게 도착할 예정이다.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