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6일 토요일

mg-GlobOS 0.11(1911)의 탄생

이번 월요일에 있었던 미생물 유전체 해독 및 분석 교육에서 사전에 준비했던 자료를 수업 시간에 전부 소화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하여 당시에 사용한 환경을 리눅스 가상 머신으로 만들어 그 OVA 파일을 배포하기로 결심을 하였다. 이름은 mg-GlobOS라고 지었다. mg는 microbial genome, Globe는 내가 쓰는 도메인인 GenoGlobe(.com 및 .kr)에서 딴 것이며, OS는 CentOS처럼 Operating System을 의미한다. 첫 공개판의 버전은 0.11 (1911)이다.

공식 웹사이트는 다음의 위치로 정했다.

http://genoglobe.kr/kribb/mg-globos

OVA 파일 및 실습용 데이터는 나의 구글 드라이브에 올려서 전체 공개를 해 놓았다. 일루미나 플랫폼으로 읽은 미생물 유전체의 데이터를 평가, 조립, 매핑, 비교 분석 및 pan-genome analysis 등을 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bioconda 및 기타 방법으로 설치하였고, 전체 과정을 재현할 수 있는 스크립트와 샘플 데이터를 준비해 두었다.

어쩌면 TORMES 파이프라인(PubMed 링크)과 같은 것을 잘 익혀서 교육 및 실무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업 스타일에 따라서 가져다 붙여야 하는 요소 프로그램이 전부 다르므로 한 가지 파이프라인이 꾸준하게 살아남는 일은 드물다. 오히려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killer app'은 계속 살아남지만 말이다.

mg-GlobOS를 유지하고 개선하는 일 자체가 나에게는 보람있는 일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아나콘다를 설치해 놓은 다음 필요한 conda package를 하나씩 설치하다보면 dependency 사이에 inconsistency가 있다면서 거의 모든 패키지를 홀라당 뒤집어 엎는 일이 생긴다. mg-GlobOS에서도 첫번째 패키지인 khmer를 설치한 뒤 jellyfish를 설치할 때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음을 느꼈고, 나중에 다른 패키지를 설치할 때 전체를 뒤집어 엎는 듯한 메시지를 만났었다. 비록 치명적인 에러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늘 그 원인이 궁금했었다. GitHub의 conda 이슈 목록에 올라온 다음의 글에서 해결 방안이 보이는 듯하다.

After fresh install of 2019.03, second run of conda upgrade --all removes nearly all packages. #8940 (o12joyns의 7월 23일 코멘트를 참고할 것)

Anaconda 설치 직후 conda upgrade --all을 두 차례 실시하면 된다. 쉽게 말해서 설치에 사용한 anaconda distro와 현재의 차이점을 전부 없애주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부 패키지가 custom 버전으로 되돌아갔다가 다시 원상복구(혹은 업데이트?)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현실은 그러하다.

갑자기 upgrade와 update의 차이점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2019년 11월 13일 수요일

TORMES 힘겹게 설치하기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각 지역에 설립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올해로 투자 및 운영계획이 종료되면서 각 대기업들은 앞으로의 운영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동아일보 2019년 11월 11일 기사 "손떼자" vs "더 투자"... 대기업들 '창조경제혁신센터' 고심.

재직자 재교육 단기과정 유전체 데이터 분석교육(제2차)

지난 월요일(11월 11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미생물 유전체 분석 이론 강의 및 실습을 마쳤다. 실습 자료를 너무 많이 준비해서 뒷부분의 1/3 정도는 그냥 말로 때운 것 같아 수강생들에게 죄송스런 마음이 앞선다. 이를 보충하는 의미에서 실습을 위해 사용한 스크립트는 전부 다음의 웹문서로 공개를 하였다. 앞으로도 이 문서는 계속 설명을 달고 업데이트를 해 나갈 예정이다.

http://bit.ly/2WNG5XZ

무엇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은 분석용 프로그램이 잘 설치된 환경이 아니라면 이 스크립트가 별로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bioconda를 이용하여 프로그램을 설치해 나가는 과정을 별도의 위키 문서로 정리해 놓았는데, 과연 이를 재현하는데 어려움이 없을지 모르겠다. 관리자 권한이 없어도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미생물의 whole genome sequencing(WGS) 결과물을 분석하기 위해 미리 만들어진 pipeline이 있다면, 개별 application을 다운로드하여 설치하지 않아도 되므로 무척 편리할 것이다. 스페인의 연구그룹에서 최근에 발표한 TORMES가 이러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여서 실제 설치를 해서 사용해 보기로 하였다. 논문을 처음 접한지는 꽤 되었는데 dependency가 많아서(yml 파일을 보라) 성가시다는 생각이 들어 관심을 갖지 않았다가 conda를 통해서 이들이 한번에 설치된다는 것을 알고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TORMES: an automated pipeline for whole bacterial genome analysis. Bioinformatics 35(21), 2019, 4207-4212 https://doi.org/10.1093/bioinformatics/btz220
https://github.com/nmquijada/tormes
The progress of High Throughput Sequencing (HTS) technologies and the reduction in the sequencing costs are such that Whole Genome Sequencing (WGS) could replace many traditional laboratory assays and procedures. Exploiting the volume of data produced by HTS platforms requires substantial computing skills and this is the main bottleneck in the implementation of WGS as a routine laboratory technique. The way in which the vast amount of results are presented to researchers and clinicians with no specialist knowledge of genome sequencing is also a significant issue. Here we present TORMES, a user-friendly pipeline for WGS analysis of bacteria from any origin generated by HTS on Illumina platforms. TORMES is designed for non-bioinformatician users, and automates the steps required for WGS analysis directly from the raw sequence data: sequence quality filtering, de novo assembly, draft genome ordering against a reference, genome annotation, multi-locus sequence typing (MLST), searching for antibiotic resistance and virulence genes, and pangenome comparisons. Once the analysis is finished, TORMES generates and interactive web-like report that can be opened in any web browser and shared and revised by researchers in a simple manner. TORMES can be run by using very simple commands and represent a quick an easy way to perform WGS analysis.
 WGS = whole genome sequencing인가? NCBI에는 WGS를 whole genome shotgun의 의미로 쓰지만 마지막 S를 sequenicing의 약자로 이해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파이프라인은 특히 대장균과 살모넬라의 경우 플라스미드 분석, 항생제 내성 점돌연변이(유전자 획득에 의한 항생제 내성 예측은 기본 분석에 포함), 혈청형 및 fimH 타이핑 등의 상세 분석까지 진행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TORMES란 스페인 Salamanca 시를 관통하여 흐르는 강의 이름인데, University of Salamanca의 개교 800주년(2018년)을 기념하여 이 분석 파이프라인의 이름으로 사용했다 한다. 스페인에서는 가장 오래된 대학이고, 유럽 전체로는 두번째라고 한다. 유럽 최초의 대학은 1088년에 설립된 볼로냐 대학(이탈리아)이다.

TORMES의 설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9년에 작성된 내 블로그의 글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다루어진 자체발급 SSL 인증서 문제 때문이었다. 현재 근무 중인 파견기업의 모든 전산망은 SOMANSA라는 국내 보안 업체의 웹프록시 서버 뒤에서 "보호"를 받는다. 그래서 자체 인증서를 통하여 내부적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고, 리눅스 장비를 통해서 https(443번 포트)로 파일을 받으려면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git, curl, wget, R 패키지 설치 등 걸리지 않는 곳이 없다. tormes-setup 명령으로 필요한 나머지 dependency와 외부 DB를 받으려면 이것들이 다 동원되니 얼마나 번거롭겠는가. 저 메시지만 보면 머리에서 김이 날 지경이다.

Resolving ccb.jhu.edu... 128.220.233.141
Connecting to ccb.jhu.edu|128.220.233.141|:443... connected.
ERROR: cannot verify ccb.jhu.edu's certificate, issued by ‘CN=Somansa Root CA,O=Somansa,C=KR’:
  Self-signed certificate encountered.

하나씩 해결을 해야지 어쩌겠는가. 먼저 R의 필요 패키지 설치를 하려면, 홈 디렉토리리에 .Renviron 파일을 만들어서 CURL_CA_BUNDLE=.cert/Somansa_ROOT_CA.cer라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 그리고 tormes-setup 스크립트도 홈 디렉토리에서 실행해야 한다. Somansa_ROOT_CA.cer 파일은 각자 환경에 맞게 따로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CGE_module을 설치하기 위한 git 작동에서 SSL 인증을 건너뛰게 해야 한다. 이는 환경변수를 하나 건드리면 된다(export GIT_SSL_NO_VERIFY=0). 아예 설정 파일을 건드려서 앞으로 git를 실행할 때 항상 SSL 인증을 건너뛰게 할 수도 있다. git와 SSL 인증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세한 설명은 정광섭 님의 글 git 에서 https repository 연결시 SSL 인증서 오류 해결법에 잘 나와 있다. CGE_module은 아마도 덴마크 공과대학(DTU) Center for Genomic Epidemiology에서 제공하는 타이핑 도구 및 DB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minikaraken DB의 설치 문제를 해결하자. tormes-setup 스크립트를 텍스트 편집기로 열어서 wget 명령어가 있는 곳을 찾은 다음, 라인 끝에 --no-check-certificate 옵션을 추가하였다. 이것은 git에서처럼 설정 파일이나 환경변수를 조작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세 가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tormes-setup을 몇 번이나 실행했는지 모른다. 지금은 가장 마지막 단계인 minikraken DB의 다운로드가 진행 중이다(49분 남았다).

점심식사를 하고 자리에 돌아와서 최초의 테스트 실행을 해 보았다. 샘플 데이터는 E. coli RR1(HB101 RecA+)에서 유래한 220x 일루미나 시퀀싱 데이터이다(2 x 101 nt). 실험실 균주라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나 virulence factor 예측에서는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 tormes -m samples_metadata.txt -o tormes_out -t 24 -g Escherichia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abricate found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convert found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fasttree found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kraken found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kraken-report found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megahit found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mlst found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parallel found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prinseq-lite.pl found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prokka found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quast found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roary found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roary2svg.pl found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sickle found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spades.py found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trimmomatic found

ERROR: Software /opt/anaconda2/envs/tormes-1.0/bin/../share/mauve-2.4.0.r4736-0/Mauve.jar not found! Please check if:
  * Software is not installed
  * Software is installed but the path in /opt/anaconda2/envs/tormes-1.0/bin/../files/config_file.txt is incorrect

Mauve.jar 파일의 설치 위치는 mauve-2.4.0.r4736-1 디렉토리인데 /opt/anaconda2/envs/tormes-1.0/bin/../files/config_file.txt 설정 파일에는 mauve-2.4.0.r4736-0으로 표시되어 있다. tormes-1.0.yml에는 그저 mauve=2.4.0.r4736라고만 적혀 있는 상태이다. contig.txt의 해당 라인을 찾아서 0을 1로 고친 뒤 다시 실행을 하니 모든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한 뒤 trimmomatic을 실행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결과를 살펴 보았다. R markdown으로 생성된 리포트와 각 단계별 서브디렉토리로 구성된 결과물이 있어야 하는데 텅텅 비어있는 상태이다. 왜 그런 것일까? trimmomatic으로 전처리를 한 뒤 quality filtering(prinseq, sickle 또는 trimmomatic 중에서 선택; --filtering 옵션 사용; 기본은 prinseq)을 통과한 read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tormes 옵션 중에서 --min_len의 기본 크기가 125라서 그런 것 같다. 오늘 사용한 샘플 데이터의 read 길이는 101 bp이기 때문이다.

 --min_len       Minimum length to the reads to survive after filtering (default=125) 

--min_len 75로 맞추어 놓고 다시 시도를 해 보았다. quality filtering이 잘 진행되고 이어서 SPAdes가 진행된다. 결과물은 적절하게 생성되었다. 비교할 다른 샘플이 없이 단일 균주라서 pan genome analysis 등은 생략되었다.

결과 리포트는 tormes_report.Rmd라는 RMarkdown code로 생성된다. 샘플 리포트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다음 명령어를 사용하면 html 파일로 바뀐다. 마크다운 언어 또한 피해갈 수 없는 대세인 것 같다. Rmd를 컴파일하여 html을 만들다니... 아주 오래 전에 LaTeX으로 학위 논문을 컴파일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Rscript -e 'library(rmarkdown); rmarkdown::render("tormes_report.Rmd", "html_document", encoding="UTF-8")'
나중에 Acinetobacter baumannii의 일루미나 시퀀싱 결과를 몇 개 넣어 돌려볼 생각이다. 오염이 발생한 샘플이 있었는데(결국은 수작업으로 점검하여 k-mer filtering을 했지만) 이를 TORMES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하다.

2019년 11월 12일 화요일

NCBI에 등록된 미생물 유전체 정보를 기준으로 가장 많이 시퀀싱된 종은 무엇일까?

10월 하순에 다운로드한 GenBank의 bacterial genome assembly summary file(링크)을 기준으로 species 단위로 집계를 해 보았다. subspecies는 고려하지 않았다. 이 파일은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는데, 오늘 기준으로 무려 477,023 줄이나 된다. 첫 두 줄은 코멘트와 컬럼 설명이므로 등록된 유전체의 수는 477,021 건이란 뜻이 된다.

가장 많이 시퀀싱된 species 상위 100개를 정리하였다. 오른편의 숫자는 등록된 서열 건수이다. 1,000 건이 넘는 species는 28개이다. Pseudomonas sp.처럼 종이 특정되지 않은 것을 제외한다 하여도 대부분 병원성 세균이다. 특히 1위와 2위의 격차가 상당히 크다. 이 집계가 의미가 있으려면 시퀀싱된 것 중에서 complete genome level까지 된 것의 비율(혹은 수)을 산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Salmonalla enterica가 왜 이렇게 중대한 병원성 세균인지에 대한 지식은 별로 갖고 있지 않지만, 최근 출판된 논문 앞부분을 슬쩍 훑어보니 꽤 심각한 녀석임에는 틀림이 없다.

Genomic features of high-priority Salmonella enterica serovars circulating in the food production chain, Brazil, 2000-2016. Scientific Reports volume 9, Article number: 11058 (2019)
Multidrug-resistant (MDR) Salmonella enterica has been deemed a high-priority pathogen by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Two hundred and sixty-four Salmonella enterica isolates recovered over a 16-year period (2000 to 2016) from the poultry and swine production chains, in Brazil, were investigated by whole-genome sequencing (WGS).
아래 목록에서 11위를 차지하고 있는 Acinetobacter baumanii 데이터 중에는 내가 속한 연구 그룹에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같이 작업을 했던 99건의 시퀀싱 결과물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등록한 데이터의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좋은 연구 논문이 나와 주어야 하는데.. 그게 걱정이다.

Salmonella enterica 170291
Campylobacter jejuni 28931
Listeria monocytogenes 23428
Streptococcus pneumoniae 21530
Escherichia coli 20299
Campylobacter coli 11687
Staphylococcus aureus 10907
Klebsiella pneumoniae 8642
Mycobacterium tuberculosis 6680
Pseudomonas aeruginosa 5223
Acinetobacter baumannii 4394
Clostridioides difficile 2824
Pseudomonas sp. 2649
Streptococcus pyogenes 2604
Neisseria meningitidis 1971
Shigella sonnei 1847
Enterococcus faecium 1804
Mycobacteroides abscessus 1724
Burkholderia pseudomallei 1568
Helicobacter pylori 1518
Enterococcus faecalis 1451
Vibrio parahaemolyticus 1346
Streptococcus suis 1303
Vibrio cholerae 1257
Streptococcus agalactiae 1222
Bacillus cereus 1094
Bordetella pertussis 1056
Rhizobiales bacterium 1006
Mesorhizobium sp. 999
Gammaproteobacteria bacterium 925
Streptomyces sp. 874
Legionella pneumophila 824
Enterobacter hormaechei 819
Bacteroidales bacterium 800
Haemophilus influenzae 753
Shigella flexneri 751
Enterobacter cloacae 739
Staphylococcus epidermidis 737
Bifidobacterium longum 709
Neisseria gonorrhoeae 650
Prochlorococcus sp. 643
Chloroflexi bacterium 631
uncultured Clostridiales 578
Actinobacteria bacterium 565
Bacillus thuringiensis 545
Serratia marcescens 538
Clostridiales bacterium 537
Bacillus sp. 529
Alphaproteobacteria bacterium 504
Lachnospiraceae bacterium 484
Deltaproteobacteria bacterium 472
Pseudomonas syringae 469
Lactobacillus plantarum 467
Cronobacter sakazakii 456
Xanthomonas oryzae 448
Stenotrophomonas maltophilia 436
Bacteroidetes bacterium 433
Acidobacteria bacterium 423
Acidimicrobiaceae bacterium 418
Firmicutes bacterium 415
Acinetobacter pittii 414
Yersinia pestis 400
Yersinia enterocolitica 389
candidate division 367
uncultured Collinsella 354
Clostridium sp. 351
Brucella melitensis 343
Verrucomicrobia bacterium 336
Campylobacter upsaliensis 333
Acinetobacter sp. 333
Parcubacteria group 332
Ruminococcaceae bacterium 321
Flavobacteriales bacterium 321
Flavobacteriaceae bacterium 315
Yersinia pseudotuberculosis 311
Bacillus subtilis 311
Leptospira interrogans 310
Campylobacter lari 309
Burkholderia ubonensis 307
Klebsiella oxytoca 301
Burkholderia cenocepacia 301
Bacteroides fragilis 301
Rhizobium leguminosarum 298
Bifidobacterium adolescentis 298
Klebsiella variicola 295
Planctomycetes bacterium 293
Prevotella sp. 276
Klebsiella quasipneumoniae 276
Cutibacterium acnes 274
Alistipes onderdonkii 270
Ruminococcus sp. 267
Streptococcus equi 265
Proteobacteria bacterium 263
Staphylococcus haemolyticus 262
Rhodobacteraceae bacterium 261
Pseudomonas stutzeri 261
Clostridium botulinum 248
Staphylococcus sp. 246
Francisella tularensis 243
Oenococcus oeni 242

2019년 11월 8일 금요일

Canu 버전에 따라서 PacBio 조립 결과물에 꽤 큰 차이가 난다

Long read용 de novo assembler인 canu의 공식 문서 사이트에서는 샘플로 사용할 대장균 25x PacBio fastq 데이터의 링크를 제공한다.

[Canu Quick Start]
http://gembox.cbcb.umd.edu/mhap/raw/ecoli_p6_25x.filtered.fastq (233 MB)

이것을 가지고서 canu로 조립을 하면 하나의 contig가 나온다. 사용한 canu의 버전(canu --version)은 Canu snapshot v1.8 +484 changes이다.

>tig00000001 len=4639164 reads=9483 covStat=4029.14 gappedBases=no class=contig suggestRepeat=no suggestCircular=no

아쉽지만 circular 구조가 아닌 것으로 조립을 마무리하였다. 서열을 자체적으로 검색해 보아도 시작과 끝 부분에 overlap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어제 canu를 업데이트(git pull)하여 'Canu snapshot v1.8 +591 changes'로 만든 다음 똑같은 명령어를 실행해 보았다. 그랬더니 콘티그가 두 개가 생겼고, 그중 하나는 circular 형태임을 제시하였다. 길이도 이전 것보다 26 kb가 더 길다.

>tig00000001 len=4665388 reads=10601 class=contig suggestRepeat=no suggestCircular=yes
>tig00000002 len=18453 reads=13 class=contig suggestRepeat=no suggestCircular=no

오늘 다른 서버에서 canu를 업데이트한 뒤 전체 과정을 재현해 보았다. 결과는 같았다. 입력물은 동일한데 canu의 사소한 버전 차이로 인하여 contig를 circularize하느냐 아니면 못하느냐의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18 kb의 짧은 contig는 circlator를 통하여 염색체 속으로 병합되었다.

BLAST나 cross_match를 해 보면 두번째 canu에서 만들어진 contig의 앞과 뒤에서 20 kb가 넘는 overlap이 검출된다. 물론 두 영역이 염기서열 수준에서 100% 동일하지는 않다. 서열 검색 프로그램으로 명백한 overlap이 있지만 circlator는 이를 원형으로 만들어주지는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 Canu의 사소한 버전 차이가 이런 큰 차이를 만들어 내다니 정말 의외의 발견이었다.

2019년 11월 7일 목요일

'선택지'라는 말이 요즘 무척 많이 쓰인다

선택지(選擇肢)라는 낱말이 요즘 무척 많이 쓰인다. 뉴스 기사나 인터넷에서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말이 되었다. 다음은 오늘 구글 검색창에 '선택지'를 넣어서 찾은 주요 뉴스 결과이다.


다음 사전에 의하면, 선택지란 '미리 제시된 여러개의 답 중에서 물음이나 지시에 따라 알맞은 답을 고르도록 하는 설문이나 시험의 형식'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쓰인 지(肢)의 뜻은 팔다리를 의미한다. '사지(四肢)가 뻐근하다'는 것은 네 팔다리가 전부 뻐근하다는 뜻이다.

그러면 학창시절에 숱하게 접했던 사지선다형 시험에서 '지'와 선택지의 '지'는 같은 한자인가? 아니다! 四枝選多型이다. 여기서의 枝는 가지(나뭇가지)를 의미한다.

분명히 선택지라는 낱말은 우리 국어 환경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널리 쓰이게 된 것 같다. 나무위키(링크)에 의하면 본래 어원은 일본어이고, 슬램덩크 이전의 한국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설명이 나온다. 일본에서 유래한 한자어를 수용하는 것에 대해 저항감을 느끼는 것은 한국인으로서는 대단히 자연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영단어를 우리말에 그대로 섞어 쓰는 것은 과연 세련되고 고급스러우며 옳은 일인가?

국립국어원의 상담 사례에 의하면 '선택지'는 교육 전문어로서 다음 사전의 정의와 마찬가지로 시험의 형식을 뜻한다. 다음 사전에서 정의한 바와 같다.

[국립국어원 상담 사례 모음] '보기'와 '선택지'의 구분

요즘 '선택지'는 시험의 형식이라는 본래의 뜻보다는 '고를 수 있는 여러 대상'의 뜻으로 더 널리 쓰이게 되는 것 같다. 영단어로 치면 option과 거의 흡사한 의미라고나 할까? 왜냐하면 '여러 선택지들 가운데 고른다'는 표현히 점점 많이 눈에 뜨이기 때문이다.

선택지의 원래 의미에서 지(肢)의 의미를 잘 알기가 어렵다. 이 낱말을 적극적으로 쓰는 것이 우리말의 말글살이를 더욱 풍부하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단복수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던 우리말에서 어느새부터인가 '~들'이라는 표현이 많이 쓰이고 있다. 그리고 붙여서 써야 하는 조사를 지나치게 띄어서 쓰는 것도 많이 보인다. 예를 들어 오늘 글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쓰는 것 말이다.

선택지 라는 말이 요즘 무척 많이 쓰인다.

심지어 '~입니다'와 한 단어로 굳어진 '~하다'조차도 앞의 말과 띄어쓰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것은 보기에 심히 불편하다.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9년 11월 3일 일요일

2019년 11월 첫 일요일의 네이버 그린팩토리

지난주에는 날씨가 제법 쌀쌀하여 오래 네이버 그린팩토리에 오래 앉아있지를 못했었다. 그날은 잡지를 읽는 대신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 <어제까지의 세계>를 가져와서 읽느라 시간을 보냈었다. 오늘은 날씨도 제법 포근하여 편안한 마음으로 서가에서 몇 권의 잡지를 꺼내와서 읽기 시작하였다. 다음은 내가 좋아하는 잡지들이다.

책('Chaeg'), 채널예스. 그리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책' 10월호에서는 에서는 이란에서 활동하는 멀티미디어 작가 마리얌 피루지(Maryam Firuzi. 웹사이트)의 작품을 소개하였다. 테헤란 거리에서 그녀는 책을 꺼내들고 스스로의 사진을 찍는다. 연극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이야기가 가득하다. 신디 셔먼을 연상하게 하는 작업이지만 몇 편의 작품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따뜻한 느낌을 풍긴다.




'책'의 <방 안의 코끼리> 코너에서는 요즘 정치·사회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른 김지혜 교수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다루었다. 이 책은 최근 경향신문 기사에서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었다. 그러면 나도 차별주의자인가? 2007년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되었지만 2013년에 철회가 되었다는 것은 문제이지만.

[커버스토리] "결정장애" 입에 달고 사는 당신도 차별주의자입니다.

외모나 출신, 말투 등으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의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부르카 비슷한 것을 입고 목소리도 자동적으로 기계음으로 변조해 주는 장치를 달고 다니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사회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이렇게만 하면 키가 차이나는 것이 그대로 보이니 신발 굽 높이를 달리 하여 전부 비슷한 키가 되게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치 스타워즈에 나오는 클론 군단처럼... 누구나 개성이 있고 취향이 있지만 이것이 차별인 행동으로 표출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것도 차별인지 모른다'며 스스로를 지나치게 검열하는 것은 오히려 일종의 억압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월간 '책'에서 <선량한 차별주의자>에 대하여 이야기한 네 명의 에디터들도 이 책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나를 정말 안절부절못하게 만드는 일은, 속마음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뻔히 느낄 수 있는데 예쁘게 포장된 단어로 차별하지 않는 척 우물쭈물하는 모습이었다. 미국 흑인에게 흑인이란 말 대신 아프리카 계 미국인이라고 말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얼굴이 검은 것이 치욕스럽다는 전제를 이미 두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인, 황인, 흑인이라고 말하지, 그럼 뭐라고 말할까? 그 차이를 말하는게 왜 문제가 될까? - 에디터 지은경 
<포춘코리아> 10월호에서는 미국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에서 지난 8월 19일 새롭게 발표한 (미국)기업의 새로운 소명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기업의 새로운 소명 A New Purpose for the Corporation, 원문 기사 링크; 포준코리아 웹사이트에서는 국문 기사의 링크를 찾을 수 없었음). 1970년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이 있다면 그건 이윤을 늘릴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라 하였고, 이는 곧 주주들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임을 의미했다. 이 '주주 우선주의(shareholder primacy)'는 기업 활동을 위한 당연한 신조처럼 여겨져 왔으나 이제 시대가 변하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더욱 중요시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기존 자본주의는 그 앞을 수식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9년 8월 19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발표한 기업 목표에 대한 성명문.
기사를 참조하자면 (주주가 아닌) 고객을 위한 가치 창출, 직원에 대한 투자, 다양성과 포용성 증진, 공급업체들을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대우하기, 소속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 및 환경 보호를 강조하게 된 것이다. 자유경제원(현 자유기업원) 사람들이 들으면 무슨 사회주의 시대로 역행하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아직 더 배가 고파야 하고, 더 경쟁해야 하며,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서 나머지 인류가 먹고 살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유효한 것 같다. 어제도 광화문 광장에서 태극기를 휘둘렀을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아난드 기리다라다스(Anand Giridharadas)의 인터뷰 기사는 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던지고 있다(포춘코리아 기사 링크).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의 CEO들이 저마다 '착한 자본주의'를 내세우기 시작했으나, 선행을 하는 데만 집중할 뿐 해로운 활동을 줄이는 데에는 관심이 적다고 지적한다. 기리다라다스의 화제작 <엘리트 독식 사회>를 읽어 볼 필요가 있겠다.
그(아난드 기리다라다스)는 언론이 페이스북의 데이터 보안 문제를 금방 파악하지 못하면서, 마크 저커버그의 자선 활동에는 관심을 쏟는 모습을 예로 들었다.
좋은 가을이다. 딸아이의 수능 시험이라는 큰 일을 앞에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은 자꾸 길어진다.

다른 고민거리

누구나 늙는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젊음을 선호한다. 중년 이후에 나이를 말하는 것은 자신의 불리함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나이를 묻는 것을 실례로 여기며, 나이에 비해 젊은 건강과 외모는 권력이 된다. 분위기가 칙칙해진다면서 노인들이 모이는 것을 싫어한다. 수도권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복지 혜택에 대해서는 말이 참 많다. 노인은 과거에 집착하며, 시끄럽고, 냄새나며, 질서를 지키지 않고, 공연히 참견을 하는 성가신 사람들로 여겨진다. 심지어 No senior zone 요식업소가 등장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나도 곧 노인이 될 것이다. 건강 상태가 점점 좋아지니 법에서 정의하는 노인의 나이는 현재보다는 조금 더 늦추어질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노년 인구 비율 증가 속도는 아마 세계 최고일 것이다. 인구 구성 면에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에 우리는 이미 접어들었다. 그리고 노인은 과거 어느때보다 더 많은 경제력을 소유한 세대가 되었다. 요즘의 중년은 아직 막강한 경제력을 보유한 부모 세대의 영향력 아래에 있으면서 '어른 노릇'을 하지 못하고 있다. 찰스 황태자가 언제 왕위에 오르겠는가? 왕위에 오른다 해도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이는 이미 벗어난 때가 아닐까? 바로 다음 세대로 교체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 다리를 건너뛰는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직 나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멀쩡한 것 같은데, 곧 이것이 무너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 순간이 되면 이를 한사코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아직 생존해있는 우리의 부모들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풀기 어려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돋보기 안경을 쓰기 시작한지 여러해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휴대하는 것을 깜빡 잊고 외출했을 때 아직도 짜증이 난다. 준비성이 없는 나를 탓해야지 짜증을 낼 이유가 없다.

갑자기 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상태가 되었다고 하자. 내 블로그와 도메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인터넷 서비스가 실명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니, 사망신고와 같은 것을 할 방법이 없다. 그런 상황이 도래했을 때, 내 블로그는 즉시 폐쇄하는 것이 옳은가, 혹은 일정 기간 동안 이를 알리고 닫을 것인가? 혹은 충분한 재원이 남아있다면 계속 남겨 놓을 것인가? 인터넷 상에 남긴 자료에 대한 상속 또는 정리 문제를 이제는 생각할 때가 되었다.

앞으로 이에 대한 고민과 내 나름대로의 생각은 내 블로그의 꾸준한 글감이 될 것이다.


독서 기록 - 재레드 다이아몬드 [어제까지의 세계]

『총, 균, 쇠』로 잘 알려진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최근작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의 출간에 맞추어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어제(11월 2일)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사인회가 있었고, 그저께에는 네이버 V LIVE에서 라이브 방송(링크 - 현재 다시보기 준비 중)도 있었다.

지난주 토요일이었던 10월 26일 작은아버지의 팔순 모임에 참석했다가 행사를 마친 후 근처의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들러서 그의 책을 한 권 구입하였다. 신간 제목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휴대폰으로 검색된 책은 국내에 2013년 소개된 『어제까지의 세계(The World until Yesterday)』였다. 이번 7월에 17쇄를 찍었으니 꽤나 널리 읽혔던 것 같다.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는 다이아몬드의 문명 3부작으로 흔히 일컬어진다. 『총, 균, 쇠』는 이미 오래 전에 재미있게 읽었다.


서론에서 밝혔듯이 인간 심리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WEIRD(western, educated, industrialized, rich, and democratic)한 사회에 속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불과하다. 전통사회를 왜 연구해야 하는가? 여기에서 말하는 (소규모) 전통사회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회나 국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20세기에 들어서 비로소 문명 사회를 접하게 되면서 사회과학적 조사 연구(자연과학이 아니니 실험 연구는 곤란할 것이다)를 할 수 있게 된 씨족 혹은 부족 사회를 뜻한다. 아무리 전통이 오래 되었어도 국가라는 정치 체제를 도입한 사회는 일단 제외이다. 저자는 원래 새를 연구하던 생물학자로서 뉴기니에서 오랜 기간 체류하면서 겪고 탐구한 인간과 사회, 문명과 역사에 관한 경험과 통찰력을 다듬어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전통 사회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연구를 하지만, 현대 사회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해 낸 방법에 더욱 다채로움을 더해주고 참고할 것이 많기에 전통사회를 연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과거를 현재보다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전통 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서술한다. 이는 옮긴이(강주헌)가 정리한 것으로서 책의 목차에서 다루어진 것을 전부 포함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제2장과 3장에서 자세히 다루어지지만 여기에서는 전통사회에서 빈발하는 전쟁의 원인과 방법 등을 서술한 것이지 이로부터 어떤 교훈을 도출하자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 양육법
  2. 노인의 대우
  3. 분쟁 해결 방법
  4. 위험 관리
  5. 다중 언어 사용
  6. 건강한 생활 방식
  7. 종교에 대한 인식
특히 나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제9장 <전기뱀장어는 종교의 진화에 대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였다. 483쪽에 소개된 종교의 속성은 1)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 2) 사회운동이라 생각하며 그 운동에 동참하는 회원들, 3) 비용이 많이 드는 구체적인 증거를 보여줘야 하는 헌신, 4) 행동을 실질적으로 규제하는 법칙들, 5) 초자연적인 존재와 힘을 현실의 삶에 개입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믿음(즉 기도)이다.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매우 불손하게 생각하겠지만, 종교는 왜 생겨났고 개인과 사회에게 어떤 기능을 하며 앞으로 종교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나는 늘 갖고 있다. 진화심리학에서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접근법에 의하면 종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된 것도 아니고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종교는 우리 조상이었고, 그 위로 동물 조상이었던 어떤 생명체들이 지녔던 어떤 능력들의 부산물로 생겨났을 가능성이 크다. 그 능력들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영향을 미치며 점진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획득했다는 것이 진화심리학에서 파생된 접근법의 결론이다(490쪽).
어쩌다보니 생긴 종교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사회에서 뜻밖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는 것이 명쾌한 결론이다.  지난 토요일 팔순을 맞으셨던 작은아버지께서는 성직자셨기에 나는 보실 때마다 더 늦기 전에 다시 신앙의 길을 찾으라고 권하시지만, 생명과학자로서 나의 신념이 그와는 다르기에 그 권면을 받아들이지 못함을 늘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제6장 <노인의 대우>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는 온갖 정지척·경제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데, 특히 노인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물론 어른 노릇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문제가 없지는 않겠으나, 기록문화와 인터넷의 보급에 의해 지식의 전달자로서 전통 사회에서 노인이 누렷던 중요한 위치가 점차 무너면서 세대 갈등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노 시니어 존>을 표방한 영업장이 생겨나고 있으니 말이다(기사 링크).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정리해 보련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그리고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으면 인류의 미래가 다소 우울하게 느껴지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은 그렇지 않다. 『총, 균, 쇠』는 흔히 환경결정론이라 하여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어제까지의 세계』에서는 위트와 희망이 느껴지기도 한다면 과장일까? 그의 나머지 저서도 곧 읽어 보아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