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30일 토요일

이마 펑크(+펑키타운) 최종 버전

이마 펑크(Leema funk)는 나의 자작곡이다. 곡 뒷부분에서는 Lipps Inc.의 대히트곡 Funkytown을 약간 변형하여 넣었다. 9월 초에 가사를 제외한 부분을 완성하여 놓고 현재 파견근무 중인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의 연말 워크숍에서 밴드(삼마 트리오)를 조직하여 직접 연주를 할 계획이었다. 삼마(三馬)란 말 그대로 말 세마리라는 뜻이다. 이마(利馬) 빌딩 - 영어로는 'Leema'로 표기 - 에서 일을 하는 세 사람이 조직한 밴드라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 대학 시절 밴드에서 활동을 해 본 경험은 있지만 공연용 음향장비를 직접 대여하고 설치하는 일에는 아무런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내 위키 사이트에 별도의 글(소규모 공연을 위한 음향장비 세팅)까지 정리해 가면서 정보를 수집하였다.

합주실을 빌려서 겨우 딱 하루를 연습하고 며칠이 되지 않아서 뜻하지 않은 부상을 입었다. 부상의 경위와 치료 과정은 내 블로그에 뜻하지 않은 부상의 뒷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상세히 정리해 두었다.

오른팔과 갈비뼈가 부러졌으니 어떻게 기타를 치겠는가! 공연 계획은 전면 백지화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들인 노력이 너무 아까웠다. 원래는 곡 연습을 위해 참고하라고 만든 음원을 수정하여 완성도를 높이고, 심지어 중고로 일렉트릭 베이스를 구입하여 방구석에서 직접 녹음해 넣었다. 마지막으로 멤버들에게 보컬을 직접 녹음하자고 제안하였다. 노래 대부분은 내가 불렀고, 랩은 나머지 두 멤버가 멋지게 소화해 주었다. 자작곡이므로 특히 보컬에서 아마추어 냄새가 나더라도 용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뮤직 비디오 형식을 갖추면서 음악적으로는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단 세 명의 멤버가 기타 + 베이스 + 드럼만으로 연주를 해야 하고 보컬까지도 직접 해결해서 공연을 하려면 소리가 많이 빈약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일부 악기를 사전에 녹음하여 공연 시 재생하면서 라이브를 하려 해도 싱크를 맞추기가 어렵다. 만약 backing track에 드럼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나마 좀 낫겠지만.

음원을 준비하고 내가 틈틈이 찍어 둔 영상 자료 및 규제혁신추진단에서 입수한 자료를 사용하여 동영상을 제작, 지난 12월 20일 드디어 행사 자리에서 공개하여 호평을 받았다. 많은 분들이 즐거워해 주신 것에 감사를 드린다. 이에 용기를 얻어서 유튜브에도 올렸다. 같이 일했던 규제혁신추진단 식구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디서 이런 추진력이 생겨나서 기꺼이 수백 시간(약간은 과장일 듯)을 투자하여 이런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나도 신기하기만 하다. 앞으로 음악 만들기(작곡, 편곡, 연주, 가능하다면 노래 부르기까지)를 진지한 취미로 해도 되겠다는 용기를 가져도 될 것 같다.

이 과정에 즐겁게 동참해 준 삼마 트리오의 나머지 두 멤버(김대중·이찬주 전문위원)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갤럭시 M12의 최적화 시도 - 마이크로SD 카드 추가 및 디바이스 초기화

내 휴대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M12(Galaxy M12)이다. 2021년 4월 출시를 알리는 삼성의 공식 뉴스에서는 스마트폰의 필수 기능에 집중한 온라인 전용 자급제 모델이라 하였다. 이를 솔직하게 말하자면 '가장 성능이 낮은 스마트폰'이 될 것이다. 이 제품을 2021년 10월에 구입하여 지금까지 2년 2개월 정도 사용하여 왔다. 당시에 쓴 글은 '드디어 휴대폰을 새것으로 바꾸다(삼성 갤럭시 M12)'이다.

나의 삼성 갤럭시 M12. 아내의 휴대폰으로 촬영.

갤럭시 M12는 우리 네 식구가 갖고 있는 스마트폰 중에는 가장 성능이 떨어지는 물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집해 온 것은 알뜰폰 요금제를 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돌아다니면서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고, 높은 사양을 요하는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므로 통화와 웹서핑, 그리고 은행 업무 등으로 그럭저럭 사용하면서 큰 불만을 느끼지 않고 잘 버텨 왔다. 배터리 용량이 6000 mAh로 매우 크고 3.5 mm 이어폰 단자가 있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일 것이다. 자세한 사양은 나무위키를 참조하자.

최근 들어서 이 휴대폰의 동작이 매우 느려졌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메모리가 3 GB, 저장공간은 32 GB에 불과한 이 휴대폰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디바이스 관리 앱의 아이콘을 아예 홈 화면에 두고 수시로 실행하여 최적화를 실시하거나 사진이나 동영상은 며칠 간격으로 후 삭제하는 일을 반복해야만 했다. 구글 포토로 자동 동기회가 되므로 자료가 사라질 걱정은 없다.

휴대폰이 느려진 것이 너무 불편하여 적당한 중고품(리퍼비시 포함)을 구입할까 싶어 이틀 정도 눈이 아프게 검색을 해 보았으나 마땅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 S23 FE(나무위키)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수십만 원의 돈을 일시에 쓰는 것도 아깝고, 새 휴대폰을 사기 위해 비싼 요금을 억지로 수 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내는 것도 싫었다. 우선은 갤럭시 M12를 최적화하여 조금 더 써 보기로 하였다.

첫 번째 시도는 저장 공간을 늘리는 것이다. 쿠팡에서 128 GB 마이크로SD 카드를 구입하여 장착하였다.



유심 트레이를 빼는 핀이 없어서 종이클립을 펴서 사용하였다. 핀바이스용 0.8 mm 또는 1.0 mm 드릴비트도 구멍에 쏙 들어간다. 

마이크로SD 카드를 장착했다고 해서 저절로 사진 저장 공간이 옮겨가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 앱은 마이크로SD 카드 장착 이후 처음 실행하면 친절하게도 저장위치의 변경에 대해서 묻는다. [설정->애플리케이션->저장공간]에서 개별 앱의 저장공간을 바꾸어 주어도 되는데, 모든 앱에서 변경이 가능하지는 않다. 



시스템 차원에서 모든 앱이 생성한(첨부된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것 포함하여) 자료를 기본 저장공간에서 마이크로SD 카드로 옮기게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검색을 해 보니 그런 용도의 앱이 있었다. 앱 자체를 마이크로SD 카드로 옮기는 '앱'도 있는 것 같으나 그렇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동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앱도 있고, 마이크로SD 카드에 옮기면 카드를 뽑을 경우 실행이 안 될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저장공간 설정 변경을 통해 사진기와 녹음기의 저장 공간을 마이크로SD카드로 바꾸고, 오디오 파일은 직접 옮겨서 겨우 기본 저장 공간을 6 GB 넘는 수준으로 확보하였다.

그러나 아직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았다. 휴지통이 왜 1 GB나 되는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내 파일 -> 휴지통]으로 들어가 보면 아무 것도 없는데 말이다. 4 GB로 설정한 RAM Plus를 위한 사전 예약 공간인지, 또는 기기 전체 초기화를 해야 겨우 없앨 수 있는 파일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왜 휴지통의 용량이 이렇게 큰가? 정작 들어가 보면 아무것도 없다.


자, 그러면 최적화를 위한 두 번째 시도인 기기 전체 초기화(또는 공장 초기화)를 해 보자. 초기화 후 이전에 설치해 둔 온갖 앱 - 특히 은행 관련 - 과 홈 화면 설정을 이전 상태로 복원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앱이 Play 스토어에 많이 있을 터인데, 삼성 스마트 스위치가 가장 적당한 도구일 것 같다. 그러나 이것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고 한다. 은행 앱, 보안 관련 앱, 카카오톡 대화 기록 또한 이것으로는 백업 및 복원이 되지 않으므로 카카오톡 실행 뒤 [더보기 -> 설정 -> 채팅 -> 대화 백업]을 이용해야 한다. 이 안내문은 나중에 PC로 백업을 할 때 친절하게 표시된다.

삼성 스마트 스위치를 써 보기로 하고 PC 버전을 노트북 컴퓨터에 설치하였다. 다음으로 갤럭시 M12로 들어가서 모바일 버전을 설치해 보려 하였다. 구글 플레이에서 키워드 서치를 하면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개발사에서 만든 앱이 주루룩 나오기 때문에 웹 브라우저에서 찾는 것이 더 낫다. 

그런데...



버전이 맞지 않는다니! One UI Core 버전 5.1, 안드로이드 버전 13에서 이를 실행할 수 없다는 뜻인가? [설정->계정 및 백업->Smart Switch->외장 저장공간으로 전송]을 선택해 보니 자동으로 앱을 다운로드하여 설치를 완료하였다. 설치 후 구글 플레이로 들어가 보면 이 기기와 호환되지 않는다는 경고 메시지가 나오지만 '열기'를 누르면 실행은 된다. 


갤럭시 M12와 컴퓨터를 USB 케이블로 연결해 놓고 백업을 실시하였다.


3개의 항목이 백업에 실패하였다. 앱(보안 Wi-Fi), 설정(맞춤형 서비스), 동영상(열어 보니 항목은 없음). 별로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백업이 끝났으니 초기화를 실시해 보자. [설정->일반->디바이스 전체 초기화]를 선택하여 실행하였다. 정말 잘 하는 짓일까? 안전하게 복원이 될 것인가? 어차피 휴대폰을 새로 구입했다면 데이터 복원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리를 건너고 되돌아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부수어 버리는 느낌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몇 분이 걸려 무사히 초기화를 마치고 나니 Wi-Fi 등 기본적인 설정 화면이 나왔다. 초기화를 실시한 결과 휴지통은 깨끗이 0%가 되었고, RAMP Plus는 2 GB로 돌아왔다. 주요 앱을 업데이트한 뒤 삼성 스마트 스위치 모바일을 새로 설치한 다음 USB 케이블을 연결하여 복원을 실시하였다. 호환성 경고는 여전히 뜨지만 사용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초기화 직후의 심플한 모습.



전송이 끝나서 케이블을 분리해도 되지만 갤럭시 M12는 여전히 바쁘다. 


홈 화면, 기본 키보드 등 기본적인 설정이 원래대로 복원되었다. 이제 남은 작업을 할 차례이다.

  1. 카카오톡 대화 복원
  2. 카카오톡 인증서 재발급
  3. 지문 재등록(등록된 지문 정보가 복원되는 것 같지는 않다)
  4. 모든 금융관련앱 및 코레일톡의 재인증(주민등록증 촬영 등... 아이고 지겨워라!)

로그인이 필요한 모든 서비스는 전부 새롭게 등록해야 한다. 로그인 정보가 백업 과정에서 전송되는 것은 결코 안전한 일이 아니니 이런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장공간은 초기화 전 6.2 GB에서 9.9 GB로 증가하였다.


소중한 2023년의 마지막 토요일을 이렇게 소비하고 말았다. 과연 이렇게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었을까? 오늘의 최적화를 거쳐 앞으로 1년만 더 쓸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때가 되면 배터리 용량도 많이 줄어서 새 휴대폰 구매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

삼성 스마트 스위치 덕분에 백업과 복원은 꽤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금융 관련 앱은 전부 개별적으로 다시 인증을 받느라고 매우 불편했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휴대폰 하나에 금융과 관련한 앱이나 정보를 다 넣고 다니고, 또 쉽게 백업 및 복원이 가능하다면 사고에 더 쉽게 노출될지도 모른다.

지문은 과연 안전한 생체인식 수단일까? 칼 한 자루만 있으면.... 음, 무섭다. 


2023년 12월 27일 수요일

뜻하지 않은 부상의 뒷이야기[7] - 부상 후 76일째, 영상의학자료 모음

부상을 입은 날로부터 정확히 76일, 11주에 가까운 시일이 흘렀다. 오늘은 다쳤던 당일에 응급실에 갔던 것을 포함하여 여섯 번째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흉부의 통증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며칠 되지 않았다. 정말이지 갈비뼈 골절에 의한 통증은 지긋지긋하였다. 아직 오른쪽 어깨와 팔꿈치에는 약간의 통증이 남아 있고, 어깨 관절의 운동 각도가 완벽하게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운동을 통해 현저히 나아졌음을 느끼고 있다. 관절의 가동 범위에 관한 정보를 몇 차례 소개한 일이 있는데, 오늘은 그림과 함께 매우 쉽게 설명한 자료를 발견하여 인용하고자 한다.

상체의 관절가동범위(ROM - Range of Motion) - 목, 몸통, 어깨, 팔꿈치, 손목

이 웹문서의 그림에 나온 어깨 관절의 가동범위를 거의 만족할 정도로 회복은 되었다. 그러나 오른팔을 등 뒤로 돌리는 동작은 예전에도 왼팔보다는 못하였지만 이번의 부상 뒤에는 더 악화되었다. 마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트레칭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팔을 등 뒤로 돌리는 기가 막힌 스트레칭 - 구성회|운동조절연구소

담당 교수는 더 이상 오지 않아도 되니 팔꿈치의 통증이 낫지 않고 계속해서 문제가 되면 근처 병원을 가라면서 모든 의무기록을 떼어 가라고 하였다. 진료협력센터에서 요양급여회송서와 지역의 협력병의원 목록을 받은 뒤, DVD에 구운 의무기록과 영상의학자료를 받아 병원을 나섰다.

오늘의 글에서는 X-ray 사진을 통해서 골절이 치유되는 과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것도 일종의 '셀카 놀이'인 셈이다.

다음은 부상을 입었던 10월 12일에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찍은 사진이다. 왼쪽 절반이 다쳤던 오른쪽 어깨이고 오른편 절반은 왼쪽 어깨이다. 오른쪽 위팔뼈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상완골 근위부, Rt. proximal humerus)에 벌어진 부분이 보인다. Neer의 분류체계에 의하면 일분 골절(Neer 1-part, GT)이다. GT는 greater tuberosity(대거친면 또는 대결절)이다.



처음 들렀던 병원에서 감아 준 석고붕대를 떼어내고 다시 찍은 사진.


자세히 관찰하면 갈비뼈가 부러진 곳도 보일 것이다.


다음은 10월 16일에 첫 외래 방문 때에 찍은 모습이다. 분명히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다친 당일에 찍은 사진보다 손상 부위가 더 명확하게 드러나 보인다.



235매나 되는 MRI 사진(10월 30일 촬영)은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알 수가 없으니 사진 소개는 생략하기로 한다. 의무기록에서는 상당히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는데 반하여 정작 의사를 대면해서는 별로 중요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 판독 결과의 두 줄 요약은 다음과 같다.

  1. Rt. humeral GT fracture(우측 상완골 대거친면의 골절)
  2. Focal articular sided tear at SST/IST conjoined tendon(뭔 소리여?)

SST는 가시 위근(극상근), IST는 가시 아래근(극하근)의 건(tendon)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서 흔히 접하는 회전근개 파열은 rotator cuff tear라고 한다. Focal articular side는 회전근개의 관절면을 뜻한다고 한다. 회전근개는 어깨 관절 주위를 덮는 4개의 근육을 말한다. 어깨를 덮고 있으므로 한자로 '덮을 개(蓋)'자를 써서 표현하며, 보다 정확하게는 회전근 개라고 써야 한다(당신의 어깨는 편안한가요? 회전근 개 질환 - 분당서울대병원). 증세는 비슷하지만 원인과 치료 방법이 다른 오십견과 회전근개 파열을 정확히 구별하려면 이 글을 클릭해 보기를 권한다.

그림 출처: Anatomical Justice


다음은 11월 6일에 찍은 사진이다. 골절 부위가 조금씩 질서를 잡아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1월 27일이 되니 한층 더 정돈된 모습이 되었다. '치유가 제대로 되고 있구나'하는 안도감을 비로소 갖게 된 것이 바로 이 날이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사진인 오늘 촬영본을 공개한다.





순간의 실수로 2023년 가을의 소중한 시간에 큰 공백기를 남겼다. 비록 수술 없이 보존적 치료로 끝났으나 MRI 촬영(78만원!)을 포함하여 약 130~140만원 정도의 의료비가 들었다. 계속 재활 운동을 하여 내년 상반기는 훌쩍 지나야 완벽하게 치료가 되었음을 판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상이 나에게 남긴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아직은 전혀 알 수 없다. 해부학과 재활의학에 대한 약간의 지적 호기심을 채운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다치지 않았어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2023년 12월 25일 월요일

ZK-502H 블루투스 앰프의 스피커 단자 처리

2023년의 마지막 오디오 관련 DIY 작업을 마쳤다. 초소형 블루투스 앰프에 스피커 연결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바인딩 포스트 단자대를 달아 준 것이다. 앰프가 너무 작고 가벼워서 케이블에 끌리는 바람에 쉽게 뒤집어지는 것도 불편하였기에, 적당히 무게를 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예전에 트위터 유닛을 거치하는 용도로 만들었던 자작나무 가공물이 다른 용도로 하나 둘 쓰여 없어지고 남은 것을 이용하여 보았다. 바인딩 포스트 역시 기존에 쓰던 것. 납이 잘 떨어지지 않아서 채워진 4 mm 볼트를 빼고 다시 끼우기가 쉽지 않았다. 고무발까지 달아서 최대한 멋을 내었다.


볼륨 노브를 바꾸어 보았는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축이 너무 짧아서 갖고 있던 것을 활용하기도 좋지 않다.

2014년에 진공관 앰프를 처음 구입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대를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위 사진에서 보인 조그만 앰프에 비해서 과연 어떤 점이 더 나았다고 말하기가 정말 어렵다. 자작에 투입된 시간, 비용 그리고 노력, 크기와 무게, 전력 소모, 출력, 음질 등... 측정기를 걸어서 냉정하게 평가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음질(또는 귀를 편안하게 해 준다고 알려진 진공관 앰프 특유의 소리) 면에서는 더 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단지 감성적인 측면 때문에 진공관 앰프가 더 멋있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내가 힘들여서 손수 만들어 나갔다는 이유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편견이 더욱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라즈베리 파이(볼루미오)와 짝을 이룬 ZK-502 블루투스 앰프.

어차피 나의 전자공학 실력으로는 새로운 진공관을 발굴하여 오디오 앰프용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을 하기는 어렵다. 생활용품을 케이스로 이용하여 어설프게 만들어 두었던 앰프를 조금씩 건드려서 외관을 멋지게 꾸며 나가는 것 정도로 만족하련다.

2023년 12월 21일 목요일

갑자기 작동 불능 상태가 된 볼루미오(Volumio) - 단순 재설치 또는 모니터 장착?

라즈베리 파이 3B에 볼루미오 2를 설치하여 1년 반 가까이 잘 사용하여 왔다. 부득이하게 볼루미오 3에서 2로 돌아간 이야기는 여기에 기록해 놓았었다. 그 후로 작동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라즈베리 파이를 켠 후 휴대폰으로 볼루미오에 접속하여 파워 오프 전에 들었던 KBS FM의 재생버튼을 터치하면 거의 매번 엄청나게 긴 에러 메시지를 내면서 소리가 나지 않아서 개인 라디오 메뉴로 되돌아가서 작동을 시키야 했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부터 별안간 라즈베리 파이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다. 전원 어댑터를 연결해도 작동 표시등은 빨간색에서 멈추어 있다. 제대로 power off를 하지 않고 부득이하게 어댑터를 몇 번 뽑아서 끄는 바람에 파일 시스템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아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 

자체 디스플레이가 없는 상태로 라즈베리 파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팅이 아예 되지 않거나 휴대폰으로 접속이 되지 않는 경우 그 원인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점검을 위해 모니터와 키보드를 가져다가 연결하는 것은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다. 라즈베리 파이 전용 7인치(800 x 480) 터치 스크린(디바이스마트)을 장착하여 음악 전용 재생장치로 만드는 것을 생각해 본 일이 있지만 투자 비용도 많이 드는 데다가 케이스 또는 거치대를 마련해야 하므로 감히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공식 터치스크린은 라즈베리 파이의 HMDI 포트가 아니라 DSI(Display Serial Interface)로부터 리본 케이블을 통해 연결하며, 저전력 기기라서 GPIO 단자를 통한 전원 공급이 가능하다. 볼루미오를 설치한 라즈베리 파이에 7인치 터치스크린을 적용한 모범적인 사례가 여기에 있다.

라즈베리 파이에 터치스크린을 더하다

놀랍게도 3.5인치(480 x 320) 터치스크린도 있다(쿠팡). 라즈베리파이 본체의 크기와 거의 같으며 아크릴 케이스도 포함된 것이라서 몹시 구미가 당긴다. 그러나 볼루미오에서 쉽게 설정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말자. 다음의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Volumio with 3.5" TFT touch screen (GPIO) RPi 3B+

매우 친절하게도 구글 드라이브에 튜토리얼을 정리해 둔 사람이 있다.

내가 쓰고 있는 것이 라즈베리 파이 3B인지 또는 3B+인지를 잘 모르겠다. 두 모델의 차이점은 여기에서 확인해 보자.

Header Cell - Column 0Model 3BModel 3B+
ProcessorBroadcom BCM2837 SoC @ 1.2GhzBroadcom BCM2837 SoC @ 1.4GHz
Ethernet100Base1000Base
Wi-Fi802.11b/g/nDual-Band 802.11ac
PoENoYes
RAM1GB LPDDR21GB LPDDR2
PortsDSI x1, RCA x1, HDMI x1. USB x4DSI x1, RCA x1, HDMI x1, USB x4

과거에 찍은 사진을 보니 "Raspberry Pi 3 Model B V1.2"라는 인쇄 글씨가 선명하다. 모델 3B가 맞는 듯하다.

왼쪽 끝에 전용 디스플레이를 연결할 수 있는 DSI 포트가 보인다.

볼루미오를 구동하는 라즈베리 파이에 즉시 사용 가능한 디스플레이는 DSI 인터페이스를 갖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라고 한다(Screen / Display options for Raspberry Pi?). 이 글의 맨 처음에 소개한 전용 7인치 디스플레이가 바로 DSI 인터페이스를 갖춘 것이다. 7인치 제품보다 약간 저렴한 4.3인치 또는 5인치 호환 제품도 나오는 것 같다.


라즈베리 파이를 위한 소형 모니터를 만들어 볼까?

오래된 아이패드나 업그레이드 후 방치된 스마트폰을 모니터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을 택할 경우 볼루미오의 작동 상태는 확인 가능하나 조작을 할 수는 없다. USB 포트에 키보드를 연결해야 될 것이다.

 (1) 아이패드의 경우 HDMI 연결이 가능하도록 해 주는 컨트롤러를 구입하여 개조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터치패드 디스플레이처럼 쓰는 것은 곤란할 것이다. 아이패드를 분해하여 화면을 적출하고, 케이스를 새로 만드는 등의 노력이 들어간다. (2) 스마트폰을 라즈베이 파이의 디스플레이로 직접 연결하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물품을 구입해야 한다. 이 노하우는 유튜브의 How to use android phone as raspberry pi display에서 참고하였다.

  • HDMI 케이블: 이건 누구나 집에 하나씩 갖고 있을 것이다. 
  • USB type C adapter
  • HDMI to USB dongle: USB type C adapter를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쿠팡에서는 "USB 3.0 to HDMI 4K 60Hz 영상 캡쳐보드"라고 하여 판매를 하고 있는데, 이 제품의 경우 신호의 흐름은 HDMI → USB 3.0임에 유의하라. 정반대의 용도, 즉 휴대폰의 화면을 TV로 보내기 위한 기기도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출처: 유튜브

출처: 쿠팡


안드로이드폰에는 USB Camera라는 앱을 설치하여 실행한 다음, 이상의 물품이 제대로 연결준비되었다면 안드로이드폰을 라즈베이 파이의 모니터처럼 쓸 수 있다.


깨끗하게 볼루미오 재설치를...

가장 돈이 적게 드는 방법은 메모리 카드에 볼루미오 이미지를 새롭게 구워서 재설치를 하는 것이다. 기왕이면 최신 버전으로. 현재 버전은 2023년 10월 20일 최종 업데이트된 3.569라고 한다. 그런데 내 노트북 컴퓨터에는 마이크로SD 카드를 꽂을 공간이 없다!

쿠팡에서 마이크로SD 카드 리더기(USB 3.0)을 주문해 놓았다. 외형적으로 완벽히 동일한 TF(TransFlash) 카드와 마이크로SD(Secure Digital) 카드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도 오늘 알게 되었다.



디지털 카메라용 저장 매체로 널리 쓰이는 SD카드는 1999년 탄생하였고, TF카드는 2004년 출시되어 같은 해 SD협회를 인수한 뒤 microSD 카드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정확히 따지자면 TF카드는 SD 카드의 '마이크로' 버전이 아니며, 계보도 전혀 다르다. 보다 상세한 이야기는 메모리 카드 비교 분석: TF 카드 vs. SD 카드 또는 TF 카드란 무엇이며 microSD 카드와 어떻게 다른가요?를 참조하자. 

카드 리더기를 받은 뒤 볼루미오 재설치를 시도해 보고 다시 글을 이어서 쓰도록 하겠다.


볼루미오 3 설치 - 가볍게 성공!

밤 8시 반이 넘어서야 현관 앞에 당도한 카드 리더기의 포장을 풀고 볼루미오 설치 작업을 진행하였다. Rasberry Pi Imager를 노트북 컴퓨터에 설치한 뒤 미리 다운로드한 볼루미오 이미지 파일(Volumio-3.569-2023-10-20-pi.zip)을 카드 리더기에 꽂은 32 GB microSD 카드에 구워 넣었다.


라즈베리 파이의 전원을 넣었다. 얼마 만에 보는 녹색 LED 불빛인가!


같은 와이파이 망에 물린 노트북 컴퓨터에서 크롬을 열고 주소창에 http://volumio.local을 입력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반응이 없다. 휴대폰의 볼루미오 앱에서 새 기기 설정('Configure a new device')을 실행하여도 여전히 인식은 되지 않았다. 본체에 늘 꽂혀 있던 802.11N USB 무선랜 어댑터를 뺀 다음 전원 어댑터를 멀티탭에서 분리했다가 다시 연결해 보았다. 


이번에는 휴대폰의 볼루미오 앱에서 새 기기로 인식이 되어 설정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설정이 일사천리로 끝이 났다. Personal Radio 플러그인 1.1.6을 설치하여 KBS 제1FM 방송부터 들어 보았다.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생각해보니 최초 부팅 후 노트북 컴퓨터에서 연결이 될 수가 없다. 와이파이 설정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 부팅이 되어 음악을 재생하면서도 여전히 노트북 컴퓨터의 웹브라우저에서는 접속이 되지 않는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유튜브 플러그인을 이용하여 Queen의 음악도 찾아서 재생해 보았다.


YouTube cast receiver도 잘 작동하였다. 볼루미오 2를 계속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오늘의 결론은 이러하다. 라즈베리 파이에 볼루미오 최신 버전을 재설치하여 잠시 작동 불능이 되었던 것을 훌륭하게 살려 놓았고,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모니터를 일부러 구하여 연결할 필요도 없음을 깨달았다. 만약 상태가 또 이상해진다면 microSD 카드를 꺼내서 최신 볼루미오 이미지를 구운 뒤 재설치를 하면 그만이다. 휴대폰 앱을 이용한 첫 설정에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그동안 사용하던 플러그인을 찾아서 다시 설치하면 된다.

하루를 투자한 것 치고는 괜찮은 성과를 이루었다.

2023년 12월 20일 수요일

Microsoft 365 Basic에서 Personal로 업그레이드

Microsoft 365 Basic으로는 오프라인으로 문서 작업을 하지 못한다.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에서 파워포인트 작업을 할 일이 잦아지게 되어서 Personal로 업그레이드를 하였다. Personal 플랜부터 지원하는 전통적인 다운로드 방식의 오피스 프로그램을 쓰는 것이 아직까지는 더 익숙하고 편리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1년 단위로 결제할 경우 부가세를 포함하여 89,000원을 내면 된다. 1 테라바이트의 저장 공간도 덤으로 얻었다. Basic 플랜의 남은 요금을 알아서 때문에 내년 3월 6일에 89,000원을 결제하면 된다.



HWP 문서는 오래전에 구입한 한컴오피스 NEO와 한컴독스(무료 버전)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한컴독스는 현 파견 근무지의 외부망 컴퓨터에서도 열리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게 쓰는 중이다. 다만 기본 저장 공간이 2 GB에 불과해서 남은 용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 한컴독스를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 12일부터이다(관련 글 링크). 한컴독스의 개인용 구독 요금은 연간 49,000원인데 저장 공간은 10 GB라서 Microsoft 365 Personal에 비해서는 매우 적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개인 용도의 도메인 유지 비용이나 웹호스팅 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위한 요금 등의 지출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DAW(Digital Audio Workstation)나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및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등은 무료 프로그램을 쓰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Waveform Free, LibreCAD, GIMP, Inkscape, OpenShot Video Editor 등이 그렇다.

알뜰폰을 사용하느라 매월 나가는 휴대폰 요금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비싼 요금제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유일한 혜택 - 최신 휴대폰을 갖는 것 - 을 누리지 못한다. 내가 2년째 사용하는 휴대폰은 삼성 갤럭시 M12이다(관련 글 링크). 사진과 동영상이 조금만 쌓이면 저장 공간이 부족해져서 수시로 삭제를 해야 되고, 백그라운드로 돌아가는 앱도 일부러 지워 주어야 한다. 카메라 성능도 별로 좋지 않다. 그래도 배터리 용량은 매우 높아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다들 무선 이어폰에 스마트 워치로 무장하고 다니는 시대에 너무 구식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2023년 12월 12일 화요일

내 논문도 아닌데 갑자기 '한빛사'에서 연락이?

한빛사, 즉 '한국을 빛낸 사람들'은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논문 관련 정보 서비스이다. 생명과학 분야 주요 학술지에 게재된 한국 과학자(제1저자 및 교신저자)의 논문과 인터뷰 등을 소개한다. 취지와 선정 기준 등은 한빛사 안내를 참고하자. 부끄럽지만 한빛사에 내 논문 정보가 존재한다(링크). 나보다 더 유명하신 부산대 약대의 정해영 교수라는 분도 있다(링크). 개인적으로 친분은 없으나 이메일을 잘못 받은 적은 몇 번 있다. 아마 그분도 검색을 통해서 동명이인인 나의 존재를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BRIC 인물정보에 나타난 두 명의 정해영. 아래 사진이 젊은 시절의 나.

지메일 계정을 통해서 한빛사 담당자로부터 갑자기 이메일로 연락이 왔다. 최근 Jourmal of Thrombosis and Haemostasis(JTH, 2023 IF = 16.041)에 실린 논문(링크)이 확인되었으니 이를 소개하고 싶다는... 엉? 내가 모르는 논문이 나올 수는 없는 일이다. 확인해 본 결과 같은 연구소에 근무하는 이름이 비슷한 다른 박사님('정해용')의 연구 성과였다. 수신인을 영문으로 표기한 정해용 박사님의 우편물이 나에게 잘못 배달되는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한빛사 담당자에게 이 논문은 나의 업적이 아니니 정해용 박사께 연락을 해 달라고 답장을 보냈다.

갑자기 1997년의 추억이 떠올랐다. 이름이 살짝 다른 저널인 Throbomsis and Haemostatis(IF는 6.7)에 레터 형태로 실었던 짤막한 논문이 내 공식적인 학술 경력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4년만 더 지나면 30년 전의 일이 된다. 아래에 논문의 앞머리를 실어 두었다.

미국 National Library of Medicine에서 검색한 정보에 따르면 두 저널 전부 International Society on Thrombosis and Haemostasis(ISTH)에서 발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ISTH의 공식 간행물 목록에는 JTH만 보인다. 한 학술단체에서 제목이 거의 유사한 저널을 별도로 발간할 리는 없다. Thrombosis and Haemostatis는 JTH보다 발간 역사가 더 오래되었는데, 정작 저널 소개 웹사이트에는 ISTH가 보이지 않는다.

NGS를 거쳐 3GS 시대가 된 요즘 보기 힘든 염기서열 판독 사진. 아마 집에 보관 중인 연구노트에 원본 X-ray 필름이 남아 있을 것이다. 멋지게 현상한 시퀀싱 필름 전체(아마도 14x17인치 크기였을 것이다)를 한 장이라도 기념으로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아쉽다. 대학원 시절에는 너무나 흔해서 보관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위 논문은 안티트롬빈(항트롬빈)의 유전자 이상으로 발병한 결핍증과 관련한 것이다. 이 단백질은 이렇게 생겼다. 

Crystal structure of native antothrombin in its monomeric form. 출처: RCSB PDB

안티트롬빈은 혈액 응고 경로의 가장 마지막에서 작동하는 단백질 분해효소(그 역시 단백질) 트롬빈에 결합하여 작용을 저해하는 인자로서, 혈중 농도가 떨어지거나 구조가 바뀌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혈전증이 생긴다. 발생 빈도는 매우 적은 유전질환이다. 위 논문은 내 기억으로는 국내 안티트롬빈 결핍 환자의 원인을 유전자 수준에서 밝혔던 것으로 거의(?) 최초의 논문일 것이다. 

왜 '거의'라고 표현하는가? 사실 석사 과정 때 이보다 앞서서 발견한 변이체(Antithrombin Seoul이라고 명명)가 있었으나 유전자 및 변이 단백질의 분석이 완벽하지 않아서 정식으로 국외 저널에 발표하지는 못하고 학술대회 및 국내 학술지에서만 소개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대한내과학회지). 

대학원 시절을 끝으로 유전성 antithrombin 결핍증에 관한 연구는 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학위 논문(인쇄본)을 전부 수거해다가 파기해 버리고 싶은 생각을 늘 갖고 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너무 부끄럽기 때문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고지혈증(2009년 학계에서는 이상지질혈증dyslipidemia으로 변경)으로 늘 약을 먹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헌혈자 감소에 관한 문제점을 공부하게 되면서, 잘못 전해진 이메일로 인하여 추억 한 조각을 소환하게 되었다.

2023년 12월 11일 월요일

노트북 컴퓨터의 전원 어댑터를 활용하기 위한 부속 구입

활용도가 떨어진 낡은 노트북 컴퓨터(컴팩 프리자리오 CQ61)의 전원 어댑터의 이용 방안을 생각해 보았다. DC 19V 4.62A의 정격 출력은 약 87.8W에 해당한다. 스위칭 모드라는 점을 제외하면 단일 DC 전원을 요구하는 오디오 앰플리파이어에 적용하기에 적당하다.



노트북 컴퓨터용 어댑터는 커넥터의 모양이 제각각이라서 일반 전자제품에 꽂아서 쓰기가 매우 나쁘다. 그렇다고 하여 니퍼로 케이블을 끊은 뒤 범용 커넥터를 달아버리면, 노트북 컴퓨터에는 영원히 쓰지 못하게 된다. 이 컴퓨터에는 광학 디스크 드라이브가 달려 있어서 가끔 오디오 CD를 리핑하는 용도로 쓰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노트북 본체에 달린 기판용 커넥터를 구입하면 어댑터의 선을 잘라내지 않아도 된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이를 3개 세트로 팔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얼마 전에 주문을 하였고 오늘 도착하였다.



단자를 확인하기 위해 어댑터를 연결한 뒤 멀티미터로 각 단자를 찍어 보았다. 아래에 보인 사진에서 1번은 그라운드, 2번과 3번에서 +19V가 잡혔다. '?'로 표시한 핀 두 개는 무슨 기능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금속판은 어느 핀과도 전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자작 6V6 앰프에서 다시 잡음이 발생하면서 요즘은 진공관 앰프 자작에 대하여 회의를 느끼고 있다. 구 소련제 6V6에서 발생하던 잡음과는 상황이 다르다. 내부에 먼지가 차서 상태가 나빠진 것인지, 또는 부품의 열화가 발생하거나 접촉이 나빠진 것인지 알기 어렵다. 작업용 책상 위를 쾅쾅 울리는 브리츠  BR-1800 Classic 액티브 스피커를 보고 있노라면, 만들기도 어렵고(고전압에 의한 위험성 포함) 무거우며 전력 소모도 많은 진공관 앰프를 여러 대 만들면서 내가 과연 무엇을 성취했는지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나의 자작 진공관 앰프는 박력 넘치는 소리로 보답하였나? 그건 아니다. 맑고 고운 소리로 보답하였나? 어떤 앰프는 그러했지만, 어떤 앰프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이제는 새로 무엇을 만드는 것에는 덜 치중하기로 하고, 그저 유지보수나 조금씩 하면서 나머지 진공관을 소진하고 싶다. 그러나 진공관의 수명은 의외로 길다... 

오늘의 부품 구입을 계기로 어쩌면 class D 앰플리파이어로 정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2023년 12월 13일 업데이트

요즘 며칠 동안은 대충 아래와 같은 세팅으로 음악을 듣는다. DC 12V 전원 어댑터를 연결한 상태이다. 이 블루투스 앰프의 전원은 DC 9~24V 범위의 것을 연결해야 한다. 높은 공급전압을 가하면 출력이 높아짐은 당연하다. 위에서 언급한 19V 어댑터를 사용하면 훨씬 큰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19V용 어댑터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려면 이 사진에서 보인 class D 앰프보다 조금 더 출력이 큰 것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발동할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과 욕심이란...

지식의 크기와 입의 크기 - Power of silence, knowledge of silence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의 새로운 전시 '우리가 모여 산을 이루는 이야기'(2023.12.07. ~ 2024.03.03.)를 관람하다가 매우 재미있는 그림을 발견하여 사진으로 담았다. 작가는 김홍석. 아래 그림에서 왼쪽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인물은 빅마우스, 즉 말이 많은 사람 또는 허풍장이 정도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여겨진다. 영단어 'bigmouth'는 원래 입이 큰 물고기를 뜻하지만 파생된 의미로서 loudmouthed(given to loud offensive talk), 즉 시끄럽고 공격적으로 말하는 것을 뜻하는 형용사 또는 그러한 사람을 가리킬 때 쓰인다. 형용사로는 bigmouthed라고 표기하는 것이 옳다.

아래 링크의 글에서는 빅마우스가 '큰소리 치는 사람'이나 '허풍을 떠는 사람'의 뜻으로 쓰이는 것은 일본에서 비롯되었으며, 영미권에서 사용하는 bigmouth의 정확한 의미와는 다르다고 비판하였다. 즉 '여론에 대한 영향력이 큰 사람'의 의미로 확장되었다는 것. 말 많은 사람이 결과적으로 주변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또는 그러한 사람이 속에 품은 의도?)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잘못된 쓰임새는 아닐 수도 있다.

[오마이뉴스] 빅마우스? 이상하게 쓰이고 있는 말입니다(2021.11.22.)

나는 말 많은 사람, 다른 청자로 하여금 피로감을 느껴서 입을 다물게 하는 사람을 몹시 싫어한다. 대개는 나이가 들면서 권력이 자기에게 집중되고, 그에 따라서 조금씩 빅마우스 성향을 띠게 된다. 물론 이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에 한해서 그렇다는 뜻이다.


왼쪽부터 1~4로 번호를 매긴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람이 가장 바람직한가? 지식은 많지만 말수는 적은 3번 freaky type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일단 학자(scholar)가 여기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러나 어쩌면 지식도 빈약하고 말도 잘 못하는 4번 silly type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은 이러한 네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사회에 전부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어느 한 타입만 있어서도 곤란하다. 입만 살아있는 정치인을 비난한다고 해도 결국 정치인이 현실 세계에서는 필요하니까. 다만 어느 한 편이 너무 많아지지 않게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네 가지 타입 사람들의 황금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각 시대 상황에서 필요한 (또는 잘 살아남는?) 유형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대 상황과 네 가지 타입 사람의 비율은 분명히 깊은 연관성이 있지만 어느 것이 원인이고 결과인지 알기는 어렵다. 빅마우스가 많아서져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고, 혼란한 사회에서 적자생존에 의해 빅마우스가 많이 살아남을 수도 있다.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면에서 마이크로바이옴과 건강의 상관관계와 유사한 면이 있다. 

2023년 12월 10일 일요일

베이스 기타는 피크로 치는 것이 아니다?

일렉트릭 베이스 기타는 절대로 피크로 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아주 많다. 기타에 대한 경험이 일절 없이 베이스를 처음 잡는 사람이라면 손가락으로 줄을 퉁기는 핑거 피킹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일렉트릭 베이스의 세계에서는 '꼭 이래야만 한다'는 불문율이라는 것이 상대적으로 적다. 연주에 사용하는 손가락은 처음에는 엄지였다가 엄지+검지, 검지+중지로 점차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은 검지와 중지를 사용하는 것이 대세이지만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얹는 곳, 검지와 중지의 각도, 피크를 쥐는 법 등 개인마다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서 익숙해지면 그만이다. Think Lizzy의 메인 작곡가이며 베이시스트이자 보컬이었던 필 리놋(Phil Lynott) 또한 피크로 베이스를 연주하지 않았었던가. 두 장의 LP(Live and Dangerous와 Black Rose)를 오래전에 소장하였으나 지금은 찾을 길이 없다.

익선동의 한 카페에서 약속이 있었던 아내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낙원상가에 들렀다. 베이스 전용 피크를 사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 매장을 가는 것이 좋을지 결정하지 못하고 무작정 골목을 따라 걷고 있는데 멋진 베이스 연주 소리가 들렸다. 그곳은 바로 더원악기라는 베이스 기타 전문 매장이었다. 박승원 대표는 베이스 전공자로서 기타 매장에서 일하다가 11월에 베이스 전문 매장을 열었다고 한다. 유튜브 핸들도 운영하고 있는 박 대표는 박점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하였다.



베이스 기타용 피크를 종류별로 전부 구입해 보았다. 기타 교본에서나 보았던 정삼각형 모양의 피크, Hina Hikawa라는 만화영화 등장인물이 그려진 ESP 피크(1.15 mm로 추정), 그리고 Ken Smith의 1.5 mm 피크. Ken Smith는 하이엔드 베이스를 만드는 회사라고 한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Hina Hikana는 2014년부터 시작된 BanG Dream!(한국에서는 반도리, 방도리, 밴드림 등으로 불림)이라는 미디어 믹스 프로젝트(이건 또 뭔지?)의 등장인물이라고 한다. 이런 쪽 문화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크기 비교를 위하여 던롭 Jazz III(0.88 mm)와 같이 늘어놓고 촬영을 해 보았다.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알려진 가장 오른쪽의 정삼각형 피크도 그렇게 어색하거나 불편하지는 않았다. 반드시 손가락으로 쳐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피크도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고 싶다. 슬랩? 그런 것은 나중에...

다음은 연말 행사를 위해 만든 자작곡 '이마 펑크'(Leema funk)의 뮤직 비디오 일부이다. 제목의 '이마'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이마빌딩과 관련이 있다(내가 썼던 글 '이마빌딩으로 출근하기'). 기타 솔로 영상은 오늘 따로 녹화하여 넣어 보았다. 녹화와 편집 과정 전부에서 싱크로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휴대폰과 무료 프로그램 덕분에 비록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이렇게 즐거운 일을 20년쯤 전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더라면 지금은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베이스가 좋은 점은 무슨 음악을 틀어 놓고도 같이 맞추어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 연습곡은 Earth, Wind and Fire의 September. 연습할 곡은 유튜브에 얼마든지 널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