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3일 목요일

새로운 만년필, Waterman

Waterman의 제품으로는 Phileas에 이은 두번째 경험이다. 모델명은 Expert II일 것으로 추정된다. 카트리지에 병잉크를 넣어서 써 보았다. 손에 잡히는 느낌, 필기감 모두 좋다.


만년필을 세 자루나 필통 속에 넣어서 다니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잉크 색은 전부 다르다. 아마도 맨 왼쪽의 Sheaffer 만년필이 곧 서랍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만 같다.


형이 쓰던 것이라 뚜껑에 이름 각인이 새겨진 상태였는데 검정색 매니큐어를 덧발랐다. F닙을 채용하여 매우 적절한 굵기로 글씨를 쓸 수 있다. 이러다가 주력으로 쓰던 파커 IM 프리미어 배큐매틱까지도 밀어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유튜브의 동영상 클립을 소개한다.


판교 테크노밸리를 방문하다

나에게 판교라는 곳은 성남시 분당구에 사시는 어머니를 방문하러 갈 때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는 곳이라는 의미 이상을 갖지 못하였었다. 지난 일요일, 판교에 있는 진단 관련 회사의 관계자를 방문하기 위해 SRT(수서역 하차)와 버스를 이용하여 '판교 테크노밸리'를 방문했을 때, 이곳의 규모와 활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지도 서비스의 이미지를 캡쳐하였다. 내가 방문한 곳은 아래 그림에서 D-1-2 지구쯤에 해당하는 건물이었다. 점심을 먹은 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밖으로 나와보니 아마도 근처 기업에 근무하는 것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마침 날씨가 좋아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젊음과 하이테크가 어우러진 멋진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카페의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서 노트북 컴퓨터 혹은 인쇄한 회의 자료(게임의 바탕 화면이었음)를 들고 무엇인가를 논의하기에 바빴다. 첫눈에 보기에도 IT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바이오 관련 기업도 많이 입주해 있다고 하였다.

내가 방문한 곳은 유스페이스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대덕연구단지(대덕'밸리'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이미지가 좋아지지는 않는다)의 모습과 비교가 되었다. 인프라는 일찍 조성되었으나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연구단지 내의 주요 도로는 출퇴근 시간에만 반짝 붐빌 뿐이지 사람들의 자연스런 교류가 눈에 뜨이지 않고, 주말에는 썰렁함이 감돈다. 지역 매체에 나온 기사를 인용해 본다.
얼마전 대덕을 다녀간 도시생태계 전문가의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대덕은 소통 슬럼가, 유령도시 같다."
과학기술과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멋진 곳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인재는 수도권으로 떠나고, 별 의미 없는 쇼핑센터·주상복합건물 건설 공사만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이 입구에 디딤돌 플라자를 만들어서 소통의 공간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엔씨소프트 R&D센터. 신분당선을 타기 위해 판교역까지 내려오는 길에 찍었다.
수도권은 이렇게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고 있는데 반하여 나머지 지역은('지방'이라는 말을 쓰기 싫다) 어떻게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할 것인가?

2018년 9월 8일 토요일

좀 더 다양한 진공관을 경험하고 싶다면? (two digit types)

S.Ito라는 일본인의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그림을 하나 소개한다. 1972년부터 아마추어 무선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진공관 및 전자회로 DIY에 관한 정보를 많이 수록하고 있다. 아마 인터넷에서 진공관에 관한 자료를 찾아 본 사람이라면 이 그림이나 혹은 S.Ito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우람한 어깨를 자랑하는 ST(shouldered tube), 중간의 GT(glass tube), 그리고 가장 작은 MT(miniature tube). 물론 이와 다른 모양의 외형을 지닌 것도 많다. 이 그림이 수록된 Vacuum tubes for beginner에는 참조할만한 좋은 정보가 많다.

Types of tubes. 출처: http://www.atatan.com/~s-ito/vacuum/vacuum.html

내가 2014년부터 지금까지 경험해 본 진공관은 다음이 전부이다. 위 그림에서 보이는 MT에 해당한다.

  • PCL86 (=14WG8)
  • 12DT8
  • 6N2P
  • 12AU7
  • 6N1
  • 6P1
  • 6J6

MT는 진공관 역사에서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것이고, 가장 발전한 형태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른 진공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제조시기가 늦은 편이라서 품질이 좋은 NOS(new old storck) 관이 많이 남아있다고 보아도 좋다. 유리와 열팽창률이 같은 핀 재료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별도의 베이스를 쓰지 않게 되었다.

진공관 오디오의 재미는 그 특유의 음색도 있지만 빨갛게 빛나는 진공관을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다. 33 kHz 정도의 고주파을 이용해서 필라멘트를 가열했더니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푸른 빛이 보인다. 마치 어두운 도시 거리에서 고풍스런 옛날 건물을 보는듯하다.


그래서 짧은 진공관 경험이지만 MT가 아닌 다른 유형의 관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씩 들기 시작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직열 삼극관 2A3).

2A3. Radiomuseum

이런 관을 쓴 앰프를 한번 정도는 경험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가격이 그렇게 싸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슈광 제품이 하나에 거의 80 달러 가까이 하니 말이다. 심심풀이로 오디오파트의 "빈티지출력관" 카테고리에서 가장 싼 진공관을 찾아보았다. MT관을 제외하니 41, 43이라는 단순한 숫자만으로 이름이 붙은 진공관이 보였다. 이것은 어떤 진공관일까? 구글을 뒤지니 다음과 같은 웹문서가 나왔다.

Two Digit Types From 1 to 100

이에 의하면 41(데이터시트, Radiomuseum)부터 43(데이터시트, Radiomuseum, The National Valve Museum)까지는 power pentode이다. Hi-Fi 기준으로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오디오용으로 만들어진 진공관으로서 아마 라디오의 최종 출력단이나 극장용 오디오 앰프에 쓰였을 것이다. 43 pentode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자. 히터 전압이 25 V나 되는 것은 동일한 진공관 여럿을 직렬로 연결하여 트랜스포머 없이 그대로 상용 전원에 연결하기 위했던 것이다.
The Type 43, is an audio output pentode that is designed for use in receivers with a series heater chain. It is electrically identical to the IO based 25A6. The valve is rated for use in low power single ended output stages.
한때는 현재에 재생산되는 진공관만을 사용해서 앞으로의 자작에 이용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수고를 들여서 검색을 하면 아직도 구입 가능한 NOS관이 많이 있으며, 오디오 회로가 아닌 다른 용도의 고주파 회로(예: TV)를 위해 만들어졌다가 재고가 된 진공관을 오디오용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

출력 트랜스의 임피던스가 조금 높은 것을 제외하면 오디오 증폭용 회로를 만들기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년을 위한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조금씩 자료를 모아 보겠다.

출처: https://www.radiomuseum.org/tubes/tube_41.html

이렇게 많은 진공관을 모은 사람도 있다(링크).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는 수준이 아니겠는가!

2018년 9월 6일 목요일

Nanopore sequencing 결과물의 조립(de novo assembly)

대장균에서 유래한 미지의 박테리오파지 - 염기서열을 얻어서 NCBI에서 blast를 해 보니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 의 유전체를 Oxford Nanopore Technologies(ONT)의 방법으로 해독하였다. Rapid sequencing kit을 사용하여 시퀀싱 라이브러리를 만드는데 30분 이내, 그리고 MinION에 꽂은 flow cell에 반응물을 주입하여 러닝하는데 24 시간, 만들어진 140만 개 이상의 read를 fastq file로 전환(basecalling)하는데 약 5일!

사실 컴퓨터의 코어 수가 충분하다면 basecalling에 걸리는 시간은 충분히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MinION을 구동하는데 사용한 낡은 Xeon E5520(2.27 GHz)에서 basecalling을 그대로 진행하느라 이렇게 된 것이다. 이 CPU는 코어 4 개를 갖고 있어서 동시 실행 스레드는 8 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local basecalling을 해서는 소용이 없고 /var/lib/MinKNOW/data/reads/tmp 아래에 저장된 백만 개 이상의 raw fast5 파일을 코어가 많은 다른 서버로 복사한 뒤 albacore(실제로는 read_fast5_basecaller.py 스크립트)를 수행해야 한다. 복잡한 디렉토리 구조 하에 파일이 존재하므로 rsync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행히 read_fast5_basecaller.py는 recursive하게 실행되므로 fast5 파일을 한 곳에 옮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파일의 확장자(.fast5.tmp)는 .fast5로 바꾸어야 한다. 파일 이름의 맨 끝에 있는 .tmp를 어떻게 recursive하게 한꺼번에 제거할 것인가?
$ find tmp -name "*.fast5.tmp" -type f | while read filedomv ${file} ${file%.tmp}done
 세번째 줄은 ${file%%.tmp}라 해도 이번 경우에서는 똑같은 결과가 된다. Bash string manipulation examples - length, substring, find and replace(링크)에서 풍부한 사례를 맛볼 수 있다.

24 시간의 러닝 타임 동안 3만 개가 조금 못되는 fast5 파일(이 경우에는 basecall이 완료된)과 8개의 fastq 파일이 생겼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분량이므로, PacBio 데이터를 다루면서 가장 익숙하게 사용해온 de novo assembler인 canu를 사용하여 조립을 해 보았다. Contig는 총 2 개가 생성되었으며 각각의 크기는 2G, G + r이다. G는 예상되는 genome size이고 r은 redundant한 서열이다. 이는 circle 형태의 DNA를 대상으로 시퀀싱 라이브러리를 만들어서 염기서열을 만든 뒤 조립하면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Circlator를 실행하니 작은 contig는 큰 것에 병합이 되었다. 하지만 redundant한 서열은 없어지지 않았다. 남은 contig(size = 2G)를 가지고 gepard로 자체 dot plot을 그려 보았다.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 서열 단위가 tandem하게 반복됨을 뜻한다(=====>======>). 원래 circlator는 이를 알아서 처리하여 하나의 반복 단위(즉 1G = genome size에 해당하도록)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작은 contig를 큰 contig에 병합하는 것 말고는 원형화('circularize')를 시키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cross_match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약 49 kb의 단위가 두 차례 반복되지만 서열이 100% 동일하지는 않다. Phage genome이 원래 이렇게 생겼을 가능성은 극히 적고, 아마도 long read sequencing 고유의 error 문제일 것으로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다른 assembler를 사용하면 한번에 깔끔한 결과가 얻어질까? ONT의 공식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Pomoxis를 써 보기로 하였다. 나는 GitHub의 클론을 만들어 설치하지 않고 각 구성 프로그램(minimap2, minisam 및 racon)을 별도로 설치하였다. 실제 실행 방법은 University of Washington의 Genome Assembly - minimap/miniasm/racon overview 페이지(링크)를 참조하였는데, 여기에 약간의 오류가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그러면 각 단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1. minimap으로 long read를 자체 비교하기

minimap -t 16 -x ava-ont ont-reads.fastq ont-reads.fastq > ovlp.paf
Self-overlap을 검출한다기 위해서 하나의 read file이 연속해서 인수로 주어졌다. PAF 파일은 base-level alignment가 없는 approximate mapping 결과물이다. Reference sequence에 read를 매핑하거나 spliced alignment를 할 경우, 그리고 결과물을 SAM으로 얻으려면 각각 이에 맞는 옵션을 주어야 한다. Read file이 여러 개라면 하나로 합쳐야 한다. PacBio read를 사용하는 경우 -x ava-pb 옵션을 적용한다.

2. miniasm으로 조립하기

miniasm -f ont-reads.fastq ovlp.paf > miniasm_reads.gfa

3. FASTA file 추출하기

 awk '$1 ~/S/ {print ">"$2"\n"$3}' miniasm_reads.gfa > miniasm_reads.fasta

4. Contig 서열에 다시 read를 매핑하기(minimap2)

이는 racon 단계에서 필요한 overlap 정보 파일(HMAP/PAF/SAM)을 얻기 위함이다.

minimap2 -t 16 miniasm_reads.fasta ont-reads.fastq > ovlp2.paf

5. racon으로 consensus 추출 

racon -t 16 ont-reads.fastq ovlp2.paf miniasm_reads.fasta > consensus.fasta

miniasm 결과는 길이 48328 bp의 contig 하나였고, racon 교정 후에는  49546 bp가 되었다. 혹시 이 contig 서열의 양 끝에서는 더 이상 정돈할 것이 없을까? 이것이 남은 숙제이다.

2018년 9월 5일 수요일

[Ubuntu 14.04 LT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후 application list에 보이는 것이 없다!

우분투가 깔린 컴퓨터에서 Oxford Nanopore 시퀀싱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 년 전과 비교하면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프로토콜이 훨씬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져서 한결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작년에는 프로토콜과 동영상을 보아도 flow cell의 밸브를 여닫고 용액을 주입하는 방법이 약간 혼동스러웠었다.

심혈을 기울여 flow cell에 시료를 주입하는 이수현 연구원.

Rapid sequencing kit를 사용한 반응물을 주입하고 24 시간 running을 실시하였다. MinKNOW 프로그램에서 local basecalling으로 설정을 하였으나 러닝이 끝날 때까지 겨우 2% 밖에 진행이 되지 않았다. 만들어진 read는 140 만 개가 넘으며 추정되는 염기쌍은 무려 10 Gb! 1 년 전에는 48 시간 표준 러닝에서 1 Gb 정도가 얻어질 것이라 하였는데 이제 throughput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놀랍기만 하다.

포어 하나를 DNA가 통과하면서 획득된 모든 정보는 하나의 fast5 파일에 저장된다. 이것이 basecalling을 거치면 내부에 염기정보가 수록된 fast5 파일과 fastq로 각각 저장된다. fastq 파일은 4,000 개의 서열이 차곡차곡 담긴 상태이다.

러닝 중에 추출된 겨우 8개의 fastq 파일만으로도 de novo assembly를 하기에 충분하였다. 평균 길이는 6.1 kb, total length는 98 Mb이다. 추정되는 genome size는 50 kb 정도이므로 이미 2,000x나 된다. 일단 이것으로 canu assembly를 하였고, circlator를 거치니 하나의 contig가 나온다. 그러나 교정이 충분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서열 시작과 끝 부분의 redundancy를 제거하지는 못하였다(circular genome으로 추정). 이는 Racon으로 polishing을 하여 다시 circlator를 실행하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MinKNOW를 실행하던 중에 우분투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퀀싱을 마치고 하루가 지난 다음 이를 적용하여 재부팅을 했더니 application list에서 프로그램 아이콘이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새로 만든 파일은 보인다). 이건 또 무슨 버그인가? 터미널 창을 열 수가 없다! 파일 매니저를 열고 프로그램이 있는 디렉토리로 이동하여 xterm 혹은 gnome-terminal을 여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구글을 검색해 보니 우분투에서 발생하는 버그라고 한다.

Newly installed applications do not show in the dash

실행 중인 프로세스 중에서 unity-scope-loader를 죽이면 된다고 한다. 이를 따라서 했더니 프로그램 목록이 잘 보인다. 재부팅을 하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수정 후 정상 작동하는 대시보드.

2018년 9월 3일 월요일

SMPS 실험 끝내기

약 한 달에 걸친 SMPS 실험을 어제 날짜로 모두 마쳤다. 이번 실험의 목표는 SMPS를 사용하여 진공관 앰프의 B 전원 및 히터용 전원을 전부 공급하는 것이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실험을 모두 마쳤다고 하였었으나 글을 작성하던 당시에는 SMPS를 앰프 섀시 안에 넣기 전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주말을 맞아 최종 작업을 하다가 너무나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모듈화된 각 기판을 연결하면서 선을 잘못 연결하였고, 이를 바로잡고 난 다음에는 출력 전압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모든 테스트를 다 마치고 앰프 섀시에 넣는 과정에서 전혀 작동을 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으니 말 그대로 '멘탈 붕괴'에 빠지고 말았다. 핵심 부품인 반도체 소자는 정상적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수동 소자가 망가졌단 말인가? 그래봐야 저항과 캐패시터가 전부인데, 어디가 터져 나가거나 탄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부품을 점검하느라 테스터봉을 찍고 부품을 탈착하는 과정에서 또 애꿎은 반도체 부품만 여러개 날려버렸다. 처음부터 다시 회로를 꾸며야 하는 것인가? 이제 남은 부품이 없는데? 그동안 만든 것을 전부 잡동사니 상자에 넣어버리고 잊어버릴까?

실수와 좌절로 토요일 하루를 다 보내고 말았다. 이렇게 간단한 회로 하나도 제대로 꾸미지 못한단 말인가. 한 달 동안의 노력이 고스란히 들어간 프로젝트에서 이대로 좌절할 수는 없다! 다시 스위칭 회로 기판을 들고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을지를 꼼꼼하게 확인해 보았다. 스위칭 회로의 출력과 고주파트랜스의 1차 코일을 연결하는 납땜이 영 부실해 보였다. 전날 오배선으로 인하여 발생한 전기적 충격 때문인지 고주파 트랜스쪽으로 연결된 부실한 납땜이 거의 떨어진 상태인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단단히 납땜을 하고 도통 테스트를 한 뒤 전원을 넣어 보았다.

출력 전압이 나온다! 다행이다.

나머지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고정되지 않은 상태로 바닥면에 그냥 놓여있었던 자작 R-core 출력 트랜스도 세워서 흔들리지 않도록 확실하게 고정을 하였다.


섀시 내부에 SMPS를 넣었다. 왼쪽의 전원 트랜스들은 실직 상태가 되었다.

조립을 전부 마치고 수 시간 동안 튜너를 연결하여 음악을 들어보았다. 고주파 트랜스에서는 그다지 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 스피커에 귀를 바싹 대고 온 신경을 집중하였으나 잡음은 실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음질은 어떠한가? 트랜스를 이용한 전원회로를 사용하였을 때보다 나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노력이 헛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으면 SMPS의 원리를 배울 기회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나를 SMPS 자작의 길로 인도하신 제이앨범의 회원 '고야'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복습을 하는 의미에서 이번에 만든 SMPS의 실제 모습을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이전의 포스팅에서도 이미 소개하였었지만 내가 참조한 회로는 이미 인터넷에 널리 공개가 된 것이다(링크1, 링크2; 두 회로는 사실상 동일). 참조 회로와 내가 꾸민 SMPS가 가장 다른 점은 250 V 이상의 DC를 얻기 위해서 배전압 정류회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위칭 동작을 위한 핵심 부품인 IR2153의 정상 동작 여부를 확인하는 회로(IR2153 칩 점검을 위한 간단한 회로)를 자작하여 사용함으로써 훨씬 일손을 덜 수 있었다.

1번 회로기판(노랑 박스)는 고야님이 직접 만들어서 보내주신 것이다.
교류 220 V가 1번 회로로 들어가면 노이즈 필터를 거친 뒤 브리지 정류를 통해 280 V 정도의 직류가 얻어진다. 이는 직렬로 연결된 저항 양단에 공급되어 반분된다. IR2153는 입력된 직류를 30 kHz 정도의 고주파로 전환하여 트랜스로 공급한다. 트랜스 2차 권선은 B 전원과 히터용 권선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히터용은 0.7 mm 에나멜선을 단 두 번 감은 것인데, 특별한 정류를 거치지 않고 고주파 그대로 사용한다. 고주파는 일반적인 디지털 멀티미터로는 정확한 전앖값을 측정할 수가 없다. 따라서 3번 정류회로 기판을 거쳐서 나온 값으로 확인하였다. 3번 정류회로에서 쓰인 다이오드는 고속회복형인 UF4007이다.

3번의 최종 정류회로는 고전압을 얻고자 약간의 꼼수를 부린 것이다. 겉모습만으로는 매우 일반적인 다이오드 브리지 정류회로에다가 고주파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한 초크 코일을 단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사용하려면 노랑 원으로 표시한 두 곳에 교류를 입력하면 된다. 그런데 이 중 하나(사진에서 8.2 ohm 저항이 연결된 것)와 평활용 캐패시터를 연결한 중앙에 교류를 공급하면 배전압 정류회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류 다이오드 중 뒤쪽의 두 개는 쓰지 않는 셈이 된다. 

약 250~280 V 수준의 높은 출력 전압이 얻어지지만 실제 싱글 엔디드 진공관 앰프에서 필요로 하는 전류는 120 mA 수준이라서 단순 계산으로 32.2 W면 충분하다. 싱글 엔디드 앰프이므로 입력 신호의 크기에 관계없이 늘 일정한 전류가 흐른다. 히터쪽에서는 역시 단순 계산으로 17 W 미만의 전력이 필요하다(교류이므로 단순히 전압과 전류를 곱해서 전력을 계산할 수는 없다). 따라서 SMPS 입장에서는 50~60 W 정도를 안정적으로 출력할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전원 변동에 따른 보상이나 단락에 대한 보호 등 복잡한 기능은 하나도 넣지 않은 대단히 단순한 SMPS이지만 진공관 싱글 엔디드 앰프라는 부하의 특성과 소전력만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구성만으로도 실용상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호기심, 좌절, 보람, 그리고 성취감으로 범벅이 된 지난 한 달이었다.

2018년 8월 30일 목요일

SMPS 실험의 결론

SMPS는 요즘 많은 전자기기의 전원 공급원으로 매우 널리 쓰이고 있다. 보통 사용되는 전압의 범위는 DC 수십 볼트 혹은 그 이내이다. 진공관 앰프용으로 이를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무거운 전원 트랜스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7월부터 이 실험을 시작하였다. 다양한 종류의 기성품 SMPS가 주변에 널려있지만 진공관 앰프 회로에 필요한 250 V 혹은 그 이상의 직류 전압을 출력하는 SMPS는 찾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제이앨범 사이트의 도움으로 이를 자작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에서 키트 혹은 완제품으로 팔리는 PCL86 싱글 앰프 TU-8100은 어댑터로 공급되는 DC 12 V를 내부에서 전환하여 사용한다고 들었다(인버터 사용). 이 주제와 관련하여 제이앨범 사이트에 내가 지속적으로 작성한 글을 소개한다.

다음의 제작 목표는 SMPS 활용 전원회로?

바로 어제까지의 실험을 통해서 하나의 SMPS에서 히터와 B전원을 전부 공급하는 것이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아래 사진은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진 출력용 정류 및 평활회로 모듈이다. 브리지 정류 및 배전압 정류가 모두 가능하다.


히터용으로 꼭 맞게 전압을 조정하는 일이 아직 남았다. 두 가지의 고주파 트랜스를 가지고 실험을 진행해 왔는데, 권선수가 서로 달라서 최종 선정된 트랜스에서는 아직 정수배로 2차 선을 감았을 때 딱 6.3 V가 나오게 만들지를 못하였다. 두 번 감으면 6 V를 겨우 넘고, 세 번 감으면 훨씬 넘는다. 적절히 저항을 삽입하거나 에나멜선 위치를 절묘하게 뽑아 고정하여 6.3 V를 만들거나 해야 되겠다.

SMPS 자작을 통해서 전력 전자공학의 아주 작은 부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것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만약 내가 작성한 실험기를 전문가가 본다면 매우 한심하고 또 위험하다고 평가할지도 모른다. 특히 가장 어려운 것은 트랜스를 설계하고 감는 일이다. 흘릴 전류에 맞추어 에나멜선의 두께를 선정하고, 권선수와 비율을 결정하고, 감는 방식을 결정하고(1차를 둘로 나누어 감고 사이에 2차를 넣을 것인가, 둘로 나누어 감은 1차 권선을 직렬 혹은 병렬로 연결할 것인가, 혹은 1차를 다 감고나서 그 위에 2차를 감을 것인가, 감기 시작/끝 위치와 보빈의 핀은 어떻게 일치시킬 것인가), 절연 대책을 세우고, 발열이 심할 경우에 대비하고...

안전에 극도로 주의하자. 나는 300 V에 가까운 고전압을 다루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주말까지는 현재 사용하는 6N1+6P1 싱글 앰프에 자작 SMPS를 실장하여 넣는 것까지가 목표이다.

2018년 8월 28일 화요일

Genome Pair Rapid Dotter, GEPARD

Gepard는 독일어로 '치타(cheetah)'라고 한다. 3 초만에 시속 100 km의 속도를 낸다는 바로 그 치타를 말한다.

2007년에 발표된 소프트웨어에 관한 글을 2018년에 쓴다는 것이 참 부끄럽다(PubMed 링크; 공식 웹사이트 링크). 항상 박테리아 유전체의 1:1 alignment를 할 때에는 MUMmer를 기계적으로 사용하여왔고, 아주 가끔 Mauve를 썼었다. MUMmer는 알고리즘적으로 더 이상 손을 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프로그램이다. 대신 결과를 그림으로 만든 다음 대화식으로 조작하는 것이 불편하다. Gnuplot 문법을 잊지 않게 해 주는 일등공신이 바로 MUMmer이다. 결과물을 그래픽 파일로 저장하려면 스크립트 파일을 조금 건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Gepard는 MUMmer와 비슷하게 suffix-structure 기반의 데이터 구조를 활용한다고 한다.

외부에서 입수한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검토하다가 Gepard로 그린 그림이 있어서 직접 써 보기로 했다. jar 파일이라 설치라고 할 것도 없었다. 두 개의 파일을 업로드하고, 직관적으로 조작을 하면 된다. 특정 영역을 상세하게 보고 싶으면 마우스로 해당 부분을 드래그하여 표시를 한 다음 확대경 버튼을 클릭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MUMmer와 다른 점이 있다면 alignment를 생성하는 기능이 제한적이고, 이를 위한 파라미터 설정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 정도이다. 다시 말해서 dot plot viewer의 기능에 매우 충실한 프로그램이다.

Genome 비교를 위한 dot plot viewer 소프트웨어에 새로운 것은 없는지 구글을 뒤적이다가 다음과 같은 웹문서를 발견하였다. 2018년에 게시된 글이니 꽤 최근의 것이라 할 수 있다.

DOT: an interactive dot plot viewer for comparative genomics

이는 DNAnexus 안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DNAnexus란 무엇인가? 웹사이트의 소개글을 읽어보았다. 유전체 데이터와 도구를 관리하고 공유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제공 회사로서 2009년 스탠포드 대학에서 스핀오프 형태로 창립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유전체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기 위한 서버를 직접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상에서 subscription 기반으로 필요한 때에 필요한 도구/스토리지를 할당받아 사용하는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Google Genomics(링크)도 마찬가지 개념의 서비스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말하자면 Galaxy의 상용 버전 비슷한 것이라고 여기면 된다.

Dot plot program은 생물정보분석의 매우 고전적인 사례인데, Gepard를 처음으로 써 보다가 최신 트렌드인 cloud computing을 이용한 유전체 데이터 분석 서비스까지 이르게 되었다. 도대체 어떤 서비스가 존재하는가? 게으른 사람의 솔루션 - 2018년 최신 리뷰 논문을 하나 읽어보자.

Cloud computing for genomic data analysis and collaboration. Nature Genetics Review 2018 19(4):208-219. [PubMed]


2018년 8월 27일 월요일

SMPS 실험 - 300 볼트 이상의 고전압을 뽑아내자!

진공관 회로가 특히 다루기에 까다롭고 위험한 것은 애노드(플레이트)에 걸리는 놓은 직류 전압(+) 때문이다. 이를 B 전원, B supply, 혹은 B+라고도 한다. B 전원이라는 이름은 과거에 배터리로 작동되던 진공관 증폭기 회로에 쓰던 명칭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고 한다.
  • A supply: 필라멘트(히터)
  • B supply: high voltage
  • C supply: bias
  • D supply: screen grid
소출력의 싱글 엔디드 앰프에서 필요로하는 B 전원은 보통 +250~330 V 정도가 된다. KT88 앰프에서는 무려 400 볼트가 필요하다. 이것을 자작 SMPS로 해결하자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히터 전원 공급 실험은 이미 성공하였다(지난번 게시글 'SMPS를 이용한 진공관 히터 점화' 링크).

B 전원의 전압은 매우 높다 하더라도 전류는 100~200 mA 수준이다. 내가 만들었던 중국제 6N1+6P1 싱글 엔디드 앰프에서는 230 V - 0 V - 230 V를 양파 정류한 뒤 120 mA 초크를 거쳐서 B 전압을 얻는다. 정류 다이오드에 의한 전압 강하를 무시한다면 평활회로를 거친 뒤 출력되는 전압은 230 V x 1.414(√2) = 325.22 V인데 이는 이론적인 값으로서 부하를 걸면 더 내려간다. 실제로 디지털 멀티미터로 찍어본 경험에 의하면 290 V 이상 나온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쨌든 300 볼트, 150 mA 정도를 목표로 하면 될 것이다.

내가 만드는 SMPS는 2 x 50V 350W for Audio Power Amplifier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최초에 이 회로를 제안한 것은 체코의 Dan이다(링크). 사용할 고주파 트랜스포머의 페라이트 코어 규격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단 권선법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 직경 0.6 mm 에나멜선 사용
  • 1차 20회를 먼저 감고 절연 테이프를 감은 뒤 그 위에 2차(14회 + 센터탭 + 14회)를 감는다
  • 다시 절연 테이프를 두른 뒤 1차 20회를 더 감는다. 1차를 두 번 나누어 감되 그 사이에 2차 권선을 끼워넣는 이른바 샌드위치 감기이다.
에나멜선의 직경에 따른 허용 전류를 알아보자. 아래에서 나열한 것 중에 가장 가는 것을 써도 200 mA는 충분히 견딘다. 물론 한가지 주의할 것은 있다. 내가 승리케이블에서 0.3 mm 및 0.7 mm 에나멜선을 구입했는데 이것이 코팅을 포함한 두께인지, 혹은 동선만의 두께인지를 잘 모르겠다.
  • AWG 23(0.644 mm): 2.2 A
  • AWG 24(0.511 mm): 0.588 A
  • AWG 25(0.455 mm): 0.477 A
  • AWG 26(0.405 mm): 0.378A
  • [중략] AWG 29 (0.286 mm): 0.212 A
6N1+6P1 싱글 엔디드 앰프의 전원은 100 와트로 충분할 것이다. 친절한 Jalbum 회원님을 통해 얻은 고주파 트랜스포머용 페라이트 코어와 보빈은 종 두 가지가 있는데, 큰 것은 대략 300 와트, 작은 것은 100 와트가 나온다고 하였다. 작은 것의 규격은 아래 그림을 기준으로 하여 대충 측정하였을 때 A = 28 mm, B = 21 mm, C = 11 mm 정도가 되었다.


마침 직경 0.5 mm를 조금 넘는 에나멜선이 있어서 이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2차에 정확히 얼마를 감아야 할지 알 수가 없으니 1차를 40회 전부 감고 그 위에 2차를 50회로 감아보았다. 만약 (1차 권선 수) = (2차 권선 수)로 한다면 1차에서 220 V를 브리지 정류하여 얻은 직류가 이론적으로는 거의 그대로 2차에 걸릴 것이니, 2차에서 300 V 이상을 얻기를 원한다면 1차보다 더 많은 횟수를 감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뒤에서 밝히겠지만 이것은 착각이었다. 2차를 훨씬 더 많이 감아야 한다!). 정렬 권선을 하려고 무척 애를 썼지만 보빈과 밀착되는 첫번째 층을 제외하고는 또 실패하였다. 게다가 보빈의 내부 높이가 딱 10 mm에 불과하여 한 층에 도저히 20회를 감을 수가 없었다.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렬 권선을 하지 못하였으니 2차까지 다 감은 뒤에는 권선의 두께가 고르지 못하여 코어에 끼우는 것이 쉽지 않았다. SMPS 설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트랜스포머 설계라고 한다. 내가 아무런 개념도 없이 너무 쉽게 접근하는 것은 아닐까! G. K. Agrawal 선생의 동영상 강좌 "SMPS transformer working concept tutorial"을 감상해 보자.



여기까지 한 뒤에 SMPS 회로에 연결하고 2차를 오실로스코프로(Tektronix TDS 210) 측정해 보았다. 값이 좀 이상하다. 왜 그럴까. 아마도 2차 전압이 너무 높아서 오실로스코프의 측정 범위를 넘어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TDS 210의 측정 범위는 RMS 300 V이다. 고주파 트랜스 2차에서는 이보다 높은 전압이 나올 것이 뻔하다. 

혹시 너무 높은 전압을 걸어서 오실로스코프가 이상해지지는 않았을까? 지난주에 실험했던 다른 트랜스포머를 연결해 보았다. 2차에 연선을 3회 감아서 6.3 V 정도를 만들었던 바로 그 트랜스포머이다. 연선을 풀어서 2회를 만든 뒤 오실로스코프를 찍어 보았다. 4점 몇 볼트가 나온다. 오실로스코프가 망가지지는 않았다.

만약 2차 전압이 수십 볼트 수준이라면 수십 kHz의 고주파라 하여도 오실로스코프로 정확하게 실효치를 얻을 수가 있다. 그러나 38 kHz, > 300 V의 square wave를 도대체 어떻게 제대로 측정한단 말인가? 정류를 해서 DC로 만든 다음 디지털 멀티미터로 측정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다음의 회로(DC 70 V용 버전)을 참조하여 고주파 트랜스포머 2차에 정류회로를 만들어야 한다. 전해 캐패시터의 내압은 최소 200 V는 되는 것으로(두 개를 직렬로 연결할 것이므로) 바꾸어야 한다.

고속회복 다이오드 UF4007을 사용하였으며 가장 마지막의 저항은 27K 5W로 바꾸었다.

회원께서 보내주신 기판에는 200 V 220 uF 캐패시터 두 개를 활용한 전파 정류회로가 있을 뿐이다. 이것을 직렬로 연결하면 내압을 높일 수는 있다. 이렇게 해서라도 실험을 진행해야 되겠다. 그리고 PC용 power supply에서 적출한 초크를 이용하여 고주파 노이즈 필터로 사용해야 한다. 감긴 횟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들었다. 총 32 회 감이로 두 개의 초크를 맞추었다. 왼쪽 것은 두 층으로 감긴 것을 일부 풀어내고 다시 감았더니 에나멜선이 꽤 두꺼워서 모양이 고르지 않게 되었다. 오른쪽 것은 두 둘의 에나멜선이 겹쳐서 총 16회를 감은 형태이다. 서로 다른 가닥의 시작과 끝을 연결하면 32 회 감은 것과 같아진다.



출력용 정류회로를 만들다



너무나 간단한 회로라서 실수를 할 여지는 거의 없지만 전원을 넣기 전까지 거듭 확인을 하였고, 200 V:13 V x 2 전원트랜스를 연결하여 직류가 제대로 출력이 되는지를 점검하였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어 앞부분의 SMPS 회로와 고주파 트랜스를 연결하고 출력 전압을 디지털 멀티미터로 측정하였다.



출력은 약 166 볼트에 불과하다. 40 와트 백열등을 연결하여 점등이 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부하가 연결된 상태에서도 출력 전압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고주파 트랜스를 40회:50회로 감았는데 최종 DC 출력이 160 V에 불과하다니! 1차 정류회로에서 약 280 V의 직류가 생성되었고 트랜스 권선비가 1:1.25이므로 당연히 2차 DC 출력이 300 V는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이는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220 V를 정류하면 이론적으로는 220 x √2 = 311 (V)가 나온다. 하지만 나의 실험 결과로는 항상 280 V 수준이었다. 이를 스위칭하면 전압의 중점을 기준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므로 +140 ~ - 140 V의 사각파가 만들어져서 고주파 트랜스의 1차로 들어간다. 그러면 권선비에 의해서 140 x 1.25 = 175 (V)의 직류가 출력된다. 166 V 정도가 측정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사각파 교류이므로 최대치가 실효치와 (거의) 같을 것이다. 

2 x 50V 350W for Audio Power Amplifier에서도 예상 출력 전압을 계산해 보자. 공급 전압은 230 V, 권선는 40:28(1:0.7)이다. 일차 정류회로의 출력은 DC 325 V이고 고주파 트랜스로 들어가는 사각파는 +162.5 ~ -162.5 V이다. 권선비를 곱하면 113.8 V 정도인데 원본 사이트에서는 +50V ~ -50V로 표현하였다. 내 예상과 다르지 않다.

SMPS로 300 V 정도의 직류를 얻으려면 고주파 트랜스의 권선비는 1:2.14 정도가 되어야 한다. 1차를 40회로 고정한다면 이번 실험에 사용한 트랜스로는 어림도 없다! 40회:50회를 감는 것만으로 보빈이 꽉 차서 코어를 끼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전압 정류회로를 쓰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배전압 정류회로에 대해서는 KDK Labs에 좋은 자료가 많고, Jalbum에서도 이를 기본 전원회로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일반적인 60 Hz 상용 전원에 대한 자료이다. KDK님은 특히 Rt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SMPS에서 출력되는 고주파에도 이를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가? 만약 그렇다면, RF noise 방지용 초크는 어디에 삽입해야 하는가? 이것이 나의 다음번 숙제이다.

2018년 8월 25일 토요일

독서 기록 - <실패는 나의 힘>외 네 권


실패는 나의 힘(The Power of Failure Tolerance)


  • 김아영 지음
대부분의 사람들에 현실은 지극히 공평하며, 무수한 실패와 이따금씩 벌어지는 성공의 연속에 다름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는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으로서 절대적으로 기피해야 한다는 행동주의 강화이론(reinforcement theory)이 널리 퍼지면서 사람들의 심리상태와 행동방식을 지나치게 왜곡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을 길을 골라서 가는 것이 아니라 실패 내성을 키워가는 것이다.

인간은 필요없다(Humans Need Not Apply)


  • 제리 카플란 지음|신동숙 옮김
이 책은 도서관 신간코너에 새롭게 마련된 <4>코너에서 찾은 것이다. 전국민이 아직 제대로 개념 정립도 되지 않은 4차산업혁명을 알지 못하면 뒤쳐질세라 이렇게까지 몰두하는 나라는 아마 전세계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는 '출연(연) 4차 인재양성 과정'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까지 하였다.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는 '4차산업혁명'의 기반을 이루는 기술은 바로 인공지능이다. 과거의 산업혁명에서는 산업 재편에 따른 기존 산업 종사자의 아픔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부가 증대되었고 생활과 기술수준이 혁명적으로 변화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의 산업혁명(과연 이런 용어를 갖다 붙이는 것이 옳았는지는 100년쯤 지난 뒤에 알게 될 것이다)은 기존의 일자리가 무서운 속도로 줄고, 이러 말미암아 얻어지는 수혜는 극소수 자본가에게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아니, 인공지능 자체가 법인에 버금가는 법적 지위를 얻고 자기 앞으로 부를 축적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결국 부의 공평한 분배에 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것은 공익지수가 높은 기업에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다. 공익지수란, 잘 알려진 소득의 지니계수를 금융자산(주식과 채권)에 대해 적용한 것이라 보면 된다. 이렇게 혜택을 본 기업은 주식을 더 많은 사람에게 판매하기로 결정한다. 즉 일정 기간(예를 들어 5년)동안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조건으로 주식을 처음으로 매입하는 신규 고객에게 할인된 금액에 주식을 판매하고, 새로운 주주를 모집한 증권판매인이게는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어떤 세상을 펼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국 현지에서는 IMB의 Watson for Oncology에게 학습용으로 투입할 데이터가 부족해지면서 회의론이 부상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올 지경이니 말이다(AI의사 가르칠 '데이터'가 없다...수조원 쏟은 왓슨도 '위기').

두 얼굴의 베트남


  • 심상준·김영신 지음
무엇이 베트남의 두 얼굴이라는 뜻인가? 바로 갈대와 강철 같은 모습이 혼재한다는 것이다. 대나무 울타리도 둘러쳐진 모든 촌락이 하나의 소국가와 같으면서 그 안에서는 끈끈한 공동체 정신으로 뭉쳐져 있다는 뜻이다. 오랜 탄압을 받으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대등한 의식을 고수해왔고, 세계 열강등과 혹독한 전쟁을 치르면서도 결국 그들의 땅을 지켜왔다. 어떠한 지정학적 위치와 환경, 역사적 배경이 이러한 현재의 베트남을 낳았을까? 베트남과의 건설적인 동반자적 관계를 위해 우리에게 부족했던 베트남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책이다.

대한민국 프레임 전쟁


  • 미디어오늘 지음
이 책의 부제인 <뉴스로 뉴스를 덮는 언론을 말하다>가 모든 것을 다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남이가!'로 너무나 유명한 초원복집 사건을 떠올려 보자. 지역 기관장들의 부정선거 모의가 엉뚱하게도 불법도청 사건으로 변질되지 않았던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해방 이후 찬탁 대 반탁 갈등, YH 노동자 투쟁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그리고 매우 최근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이르기까지 15개의 사건을 통해서 돌이켜보는 부끄러운 언론과 정권의 역사를 상세히 파헤치고 있다.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권의 책(One for the Books)


  • 조 퀴넌 지음 | 이세진 옮김
자유기고가인 조 퀴넌은 책을 맘대로 읽기 위해서 남들이 꺼리는 굴뚝 청소 아르바이트를 일부러 택해서 했다고 한다. 굴뚝 아래에서는 청소가 제대로 되었는지 알 길이 없으니 적당히 쿵쾅거리며 소리를 내서 일을 하는 척 한고는 F. 스콧 피츠제럴드를 읽었다고 한다. 첫 장의 제목은 '책만 읽고 살면 소원이 없겠네'일 지경이니 그의 독서열을 짐작할만하지 않은가? 저자는 거의 전적으로 픽션만을 읽는다고 했는데, 국내에는 번역되어 나오지 않은 것이 틀림없는 책들이 너무 많이 소개되어(내가 문학과 독서를 등한시해서 미처 알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읽는 내내 조금 불편함이 느껴졌다. 

서점에서 직접 책을 사고, 이러는 과정을 통해 인연을 맺고, 또 한동안 연락이 끊긴 사람을 이렇게 하여 다시 만나게 되고... 그래서 4장은 '킨들로는 어림도 없지'가 아니겠는가?

쓸만한 국산 만년필은 없는 것일까

현재 만년필을 생산하는 국내 제조사는 자바펜과 모나미 정도이다. 국산 만년필의 대명사였던 아피스는 거의 문을 닫은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라고 한다. 구글을 뒤져보면 부산의 공장까지 직접 찾아갔던 열성적인 사람들이 남긴 기록이 있다. 2018년도에 작성된 글을 보면 문이 당힌 공장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한다,

부산 아피스 공장 방문기(2014년)
아피스만년필 공장 견학 실패기(2018년)

모나미는 그 유명한 153 볼펜의 디자인을 계승한 153 네오 만년필을 최근 내놓았다. 컬러풀한 플라스틱 몸체를 보면 라미의 '사파리'를 경쟁상대로 겨냥하여 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매장에서 실물을 보기는 하였으나 중년의 남자에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필기구라 여겨졌다. 사무실 책상 위 필통에 꽂아두고 손에 잡히는대로 가볍게 쓸 메모용으로 구입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용도로는 이미 펠리칸의 트위스트가 자리를 잡은 상태이다.

모나미에서는 올리카라는 저가형 만년필도 만든다. 이것은 플래티넘의 프레피 만년필에 대적하기 위한 것일까? 일회용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모닝글로리의 캘리캘리펜/스마일캘리 등도 국산 만년필의 대열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금속 본체를 사용한 본격적인 만년필을 만드는 국내 브랜드라면 자바펜뿐이다. 안타깝게도 닙은 수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 문구매장에 들었다가 자바펜의 최상위급 만년필인 로얄 플래티늄을 권장소비자가의 절반 가격인 35,000원에 세일을 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황동 몸체를 백금으로 도금한 '고급' 제품이다.

출처: 자바펜 웹사이트

이 정도의 가격이라면 부담 없이 구입하여 써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제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진열장 위에 꺼내진 제품은 그러나 배럴의 도금상태가 좋지 않았다. 마치 길이 방향으로 길게 줄이 간 것처럼 도금이 제대로 되지 않은 흔적이 보였다. 진열품이라 그런가? 바로 곁에 쌓여있는 박스를 열어보았다.

너댓개 정도의 상자를 열어보았는데 놀랍게도 전부 배럴에 입혀진 은색이 균일하지 않았다. 쓰다보면 도금이 조금씩 벗겨지기야 하겠지만, 새 제품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구입을 포기하고 말았다. 예전에 자바펜의 저가 제품을 써 본 일이 있다. 몸체가 비교적 가늘어서 쥐기가 편하고 필기감도 좋은 편이었으나 래커 도장이 부풀면서 벗겨지는 일이 있었다. 그래도 국산품을 애용하겠다는 생각에 한번쯤은 자바펜의 고급 제품을 써 봐야겠다는 마음을 늘 품고 있었다.

요즘 주력으로 쓰는 만년필은 파커 IM 프리미엄 배큐매틱(핑크)이고, 필기하면서 분위기를 바꾸거나 강조할 부분이 있으면 파랑색 계열의 잉크를 채운 쉐퍼 VFM NT를 가끔 꺼내어 사용한다. 워터멘 Phileas는 장기 휴식 상태.

자작 SMPS에 사용할 고주파 트랜스포머를 감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1차쪽에 40 회 정도만을 감으면 되는 일이라서 아주 쉽게 생각했었는데 보빈이 매우 작고 에나멜선이 두꺼우니까 도대체 마음처럼 밀착이 되게 감기지를 않는 것이었다. 권선기를 쓰지 않고 완전 수작업으로 감으려미 몇 번을 감았는지 알기도 어렵다. 겨우 40 번 감으면서 몇 번 감았는지가 헷갈린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감다가 중간에 멈추고 에나멜선을 밀착하기를 반복하보면 그렇게 된다. 서너차례 감고 풀고를 반복하가다 그만 두고 말았다. 오늘의 아날로그 라이프는 이것으로 마감한다!

0.7 mm 에나멜선 감기. 다시 풀어버리고 말았다.


2018년 8월 24일 금요일

"교수님이세요?"

오늘은 국내 최고의 '생활문화기업'임을 자처하는 모 기업체가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참석을 하였다. 친구로부터 이 행사에 관한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었지만 이미 사전 참가신청이 마감된 상태였다. 뒤늦은 참가 신청이 가능한지 게시판에 글을 남겼고, 현장 등록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서 매우 고마운 마음으로 이틀째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출장길에 올랐다. 새벽 여섯 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각에 집을 나서야 했다.

철도와 시내버스를 통해 행사장 근처에 내리니 멋지게 지은 큰 규모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나쳐 가는 중이었지만 우려와 달리 세력도 많이 약해졌고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지나고 있어서 비만 간간이 내릴뿐 매우 쾌적한 날씨였다. 상쾌한 마음으로 건물로 들어서니 분주하게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제품 전시대, 이 기업 소유 브랜드의 매장(카페 및 헬스&뷰티 스토어) 등이 멋진 인테리어와 잘 어울러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등록 데스크를 향했다. 곳곳에 직원들이 배치되어서 안내를 하고 있었다. STAFF라고 적힌 명찰을 단 사람이 먼저 다가와서 나에게 물었다

"교수님이신가요?"

왜 그걸 묻는 것인가? 교수와 비(非)교수에 대한 대우가 다른가? 교수 자격으로 참가한 청중은 더 각별하게 모시라는 지시가 있었나? 내가 과연 교수인가? 굳이 따진다면 UST 겸임 교수이니 교수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평소에 이러한 점을 전혀 강조하지 않고, 또 그러고 싶지도 않다. 몇 초간 생각하다가 '그건 아닌데요'라는 어색한 대답을 하고 말았다. 갑자기 내가 이등 시민으로 전락한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 어떤 학술 행사 비슷한 것에 간 적이 있다. 식사가 제공되는 자리였는데, 진행자가 '교수님들은 앞쪽 테이블로 오시고, 학생·연구원은 뒷쪽으로 앉으세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 난 연구원이지. 나는 뒷쪽 테이블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교수라는 직함이 갖는 사회적 지위는 엄청나다. 정부출연연구소에서 대학 교수로 옮기지 못한 연구'원'의 '신포도 이론'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능력과 기회가 된다면 다들 학교로 가고 싶어한다는 편견이 싫다. 난 권위와 위계 자체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고, 다음과 같은 표현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친구, 내 밑에서 일하던 사람이야(=내가 데리고 있던 사람이야).
애들 다 어디갔어? 그런 건 애들 시키지 왜 직접 해?
출연연구소 안에서도 이런 소리가 들리는데, 하물며 대학 안에서는 어떻겠는가? 지금은 많아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국 대학 안에서는 전근대적인 요소가 많이 남아있다. 몇년 전이었던가, 어느 국립 대학교의 연구실을 잠시 방문했더니 학생을 시켜서 음료수를 내오는 모습이 너무나 불편하였던 기억이 있다. 한국 문화의 이런 특성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을 많이 내놓는 박노자 교수의 최근 한겨레신문 기고를 살펴보자.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높으신 분' 없는 세상을 위하여!(2018년 8월 14일)

학부생은 약간의 소비자적인 입장에서 교수를 대하지만(비싼 등록금을 지불하므로 이에 해당하는 교육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대학원생은 교수에게 영원한 '을'이다. 그리고 교수들은 사회적으로도 존경을 받으며 정치적 입김을 불어넣을 기회도 많다. 출연연 종사자들에게 왕처럼 군림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도 교수들은 깍듯이 모시는 경우를 본 일이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서 토론을 해 본 일이 있는데, 학교에서 교수로 있다가 공직에 오르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출연연 종사자들은 과학기술계의 공직에 오르기는커녕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지도 못한다. 요즘은 국민의 폭넓은 지지도 별로 받지 못해서 대덕넷에는 걸핏하면 출연연을 없애라는 댓글이 올라온다. 'PBS제도 이대로는, 과학기술 역량 추락 막을 수 없어'라는 대덕넷 기사에 달린 댓글 잔치를 보라.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함은 물론이요, 가끔은 출연연 내부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자조적인 글을 올리는 것 같아서 더욱 안타깝다.

공부와 연구를 하는 집단은 교수와 학생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도매금으로 취급되는 집단에는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책임지며 주도하는 연구책임자(Principal Investigator, PI), 실무를 담당하는 연구자(학사·석사·박사 등 다양), 그리고 연수생 등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수가 그렇게 적은 것만도 아니다.

연구원이라고 뭉뜽그려서 부르는 집단 안에 전문성이나 직무에 따라 다양한 계층이 있고, 난 그 중에서 어느 수준 이상에 이르는 사람이니 구별해서 대우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직책에 따르는 이름을 가지고서 사람을 이분법적으로 취급해서는 아니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행사는 매우 유익한 자리였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업에서도 정말 열심히 한다는 좋은 이미지를 느끼게 되었다.

점식식사로 제공된 치킨가스. 제법 괜찮았다. 

2018년 8월 20일 월요일

SMPS를 이용한 진공관 히터 점화

메가헤르쯔 이상은 되어야 진정한 고주파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오디오 앰플리파이어를 다루는 사람에게는 가청 주파수 이상이면 고주파라고 이야기해도 수긍을 할 것이다. 고주파를 진공관의 히터에 연결하려는 시도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High-frequency filament suppky(회로도를 아무리 보아도 어떻게 사인파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왜 사인파를 만들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직은 내가 실제 앰프에 SMPS를 연결하여 성공한 단계까지 오지는 않았다. 고주파 트랜스 2차 권선을 적당히 조절하여 실효값 6.3 V에 가까운 전압을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다. SMPS의 장점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고주파 트랜스의 권선수를 조절하여 그때그때 필요한 전압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내가 사용한 회로의 주파수는 약 32 kHz이다.

주말을 기해서 IR2153과 MOSFET(IRF740)을 이용한 SMPS 실험에 겨우 성공을 한 상태이다. 고주파 트랜스의 2차에는 다음과 같은 반파 정류회로가 연결된 상태이다. 맨 끝에 +와 -를 가로질러 연결하고 있는 것은 5 와트 27 kOhm 시멘트 저항이다. 부끄럽지만  '발'로 그린 회로도이다. CircuitLab 사이트를 공부해서 멋진 회로도를 그려야 하는데... 이 회로는 높은 주파수로 작동하므로 일반 정류용 다이오드를 쓸 수 없다. UF4007과 같은 초고속 회복 다이오드를 써야만 한다.


오실로스코프를 이용하여 출력 전압을 측정해 보았다. C에 그라운드용 탐침을 연결하고 A와 B에 번갈아서 프로브를 대 보았다. 먼저 A지점을 측정한다. 전압이 급격히 오르고 내리는 위치에서 스파이크 비슷한 것이 보인다. 이것을 없애야 하나? 아니면 없앨 필요가 없는가?


다음은 정류회로를 거친 B 지점에서 측정한다.


지글거리는 스위칭 노이즈가 있지만 실용적으로 따지자면 귀에 들리는 주파수는 아닐 것이다. Square wave라서 정류 전후의 실효치에 큰 차이가 없다. 2차 권선은 18회 - 센터탭 - 18회를 감은 것이었다. 단순한 비례식으로 계산하니 세번 감으면 6.3 V 근처가 나올 것 같다. 다음은 실험 결과이다. 실효치 6.28 V가 나왔으니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진공관을 몇 개 연결하면 전압에 변동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작동 중에 부하(히터)의 조건이 바뀌지는 않을테니 처음에 조건을 잘 잡으면 실용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것을 진공관 히터에 연결하여 험(hum)이 정말 나지 않는지, 새로운 종류의 노이즈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실험을 해 볼 것이다. 만약 잘 작동한다면, 현재 사용하는 전원 트랜스의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을 것이고(히터와 B 전원을 같이 제공해야 하므로), 그렇게 되면 전원트랜스에서 발생하는 떨림도 사라질지 모른다. 왜냐하면 히터를 연결하지 않으면 트랜스 떨림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8월 21일 추가한 글

집에서 사용하는 6N1+6P1 싱글 엔디드 앰프에 사용하는 모든 진공관(3 개)의 히터에 SMPS에서 만든 ~32 kHz 고주파 전원을 연결한 뒤 음악을 들어 보았다. 평소와 다를바가 없이 소리가 잘 나고, 놀랍게도 험(hum)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만하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2018년 8월 19일 일요일

IR2153 + IRF740을 이용한 SMPS 실험에 성공하다

어제 토요일을 맞아서 만능기판에 아주 간단한 회로를 꾸몄다. 다음 링크의 회로도를 참조하여 최초의 정류회로와 고주파 트랜스 사이에 들어가는 스위칭 회로를 만든 것이다.

Simple non-regulated supply 2x35V 350W for audio amplifier

실제로 만든 것은 다음 사진에서 빨강 점선 상자로 둘러친 부분에 불과하다. 그 아래에 보인 IR2153 점검용 보드는 이번 제작에서 일등공신 역할을 하였다.



제작에 대한 모든 정보와 이미 만들어진 회로 및 부품은 제이앨범의 어느 친절한 회원으로부터 무상으로 얻은 것이다. 원래 여기에는 컴팩트형광등에서 적출한 기판을 개조한 발진회로가 들어있었으나 내가 잘못 건드려서 망가뜨리고 말았다. 고전압을 잘못 다루어서 조그만 사고를 친 것이었는데 부끄러워서 그 사연을 다 기록할 수는 없다.

그래서 IR2153과 IRF740을 이용한 아주 간단한 회로를 만들어 보았는데 전혀 작동을 하지 않았다. 사전에 실체 배선도를 그리고 이에 맞추어서 공들여 납땜을 했는데 고주파 트랜스의 2차에서 전압이 잡히질 않는 것이었다. 도대체 문제가 무엇을까. 일단 방바닥에 어지럽게 널린 '가내수공업'의 흔적을 모두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제 만든 기판을 앞뒤로 뒤집어가면서 도대체 무슨 실수가 있었는지 확인해 보았다. 범인은 아주 쉽게 잡혔다. IR2153에 전원을 공급하는 39 kOhm 저항을 100 uF 캐피시터에 연결하는 것을 빼먹은 것이었다.

납땜을 수정한 다음 220 V에 연결하기에 앞서서 안전을 위해서 220 V:26V 트랜스를 통해서 전원을 연결하였다. 전원 전압을 낮추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고주파 트랜스에서는 전혀 전압이 검출되질 않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전원을 넣은 채로 한참 고민을 하고 있는데 IR2153을 소켓에 꽂지 않은 것을 발견하였다. 상태가 정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점검용 보드에 IC를 꽂아놓고는 다시 원래 자리에 돌려놓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MOSFET에서 열이 펄펄 나고 있었다. 방열판을 임시로 고정하느라 사용한 핫멜트가 다 녹아내릴 지경이었다. IR2153이 없는 상태였으니 말하자면 MOSFET의 게이트가 오픈된 상태에서 직렬로 연결된 드레인-소스 사이에 직류 약 36 볼트가 걸려있었던 것이다. IRF740은 드레인-소스 사이에 걸린 최대 400 V까지의 전압을 제어할 수 있지만 이는 게이트에 제대로 전압을 걸어 준 상태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재빨리 전원을 끊고 MOSFET을 식힌 뒤 디지털 멀티미터로 점검을 해 보았다. 다행히 정상이었다. 만약 IR2153을 소켓에 끼우지 않은 상태에서 220 V를 그대로 걸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IR2153을 꽂은 뒤 다시 입력측에 AC 26 V를 걸어 보았다. 고주파 트랜스 2차에서는 전압이 거의 잡히지 않았다. 이건 또 왜 이런가? 다시 곰곰이 그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AC 220 V를 전원으로 공급하는 경우 정류를 거치면 300 V에 가까운 직류가 발생한다. 이를 IR2153의 전원으로도 공급해 주어야 하므로 수십 kOhm의 저항(나의 경우는 39K 2W)을 거쳐서 1번 핀에 접속이 된다. 하지만 전원으로 AC 26 V를 걸어주면 39K 저항을 거쳐서는 IR2153에 충분한 전압을 공급하지 못한다. IR2153을 사용한 12 V / 230 V 인버터 회로의 사례를 보라(링크). 직류 12 V가 그대로 1번 핀에 들어간다. 그러니 AC 220 V를 걸어야 할 곳에 AC 26 V를 거는 것으로는 회로의 정상 작동 여부를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최종 점검은 결국 220 V를 연결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런 일이 없기를 기대하면 조심스럽게 220 V를 연결하였다. 반도체 칩이나 전해 캐패시터가 터져나가는 일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전원을 넣을 때 일부러 고개를 돌린다. 터져나간 칩 조각이나 전해액이 눈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노안이 와서 공작을 할 때에는 안경을 쓰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조심스레 전원을 넣었다. 220 V에 연결한 1 A 퓨즈가 돌입전류에 의해 순간적으로 빨갛게 되었다가 식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3 A 정도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 회로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고주파 트랜스 2차에 디지털 멀티미터를 대 보았다. 생전 처음 보는 표시다!


-1. . .

이게 뭐지? 수십 kHz의 고주파라서 그런가? 그렇다면 2차측을 정류하여 나오는 전압을 측정해 보는 수밖에 없다. 고주파 트랜스 1차는 총 70회, 2차에는 18회 - 중간탭 - 18회가 감긴 상태이며, 전파정류회로가 2차에 연결된 상태이다.


정류회로를 거친 최종 출력단에는 DC 36.1 V가 검출되었다. 성공이다! 그동안의 좌절이 보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다음의 숙제가 남았다.

  • 고주파 트랜스를 직접 감아서 원하는 DC 전압 만들기
  • 인턱터를 2용한 2차 출력 필터 만들기(PC용 파워 서플라이에서 원하는 부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고주파 교류를 직접 진공관 히터에 공급해 보기(교류 6.3 V 실효치에 해당하는 출력을 얻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2018년 8월 17일 금요일

MinION을 사용하기 위한 컴퓨터 준비

꼭 일 년 전에 MinION을 테스트한 일이 있다. 계획은 원대하였으나 lambda control DNA를 시퀀싱하여 de novo assembly를 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말았다. 당시에 이를 구동하기 위해서 Xeon CPU E5520(4 cores, 2.27 GHz)가 장착된 Supermicro X8SAX 보드 조립 서버에 우분투 14.04를 설치한 다음 MinKNOW와 Albacore(base caller)를 깔아서 사용했었다. 메모리는 겨우 16 GB. MinION 구동을 위한 컴퓨터의 최소 사양은 다음과 같다(MinION IT requirements version 1.0.0 링크).

  • Windows - 7, 8, 10
  • OSX - Sierra, High Sierra
  • Linux - Ubuntu 14.04 or 16.04
  • Memory: 16 GB RAM
  • CPU: i7 or Xeon with 4+ cores
  • Storage: 1 TB internal SSD
  • Ports: USB3

다시 MinION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일이 생겨서 어제 오후부터 최신 MinKNOW(2.1 v18.05.5)를 설치하였다. 그런데 application list에서 MinKNOW가 보이질 않는다. 원래 프로그램 아이콘이 나타나야 한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우분투 버전을 14에서 16으로 바꾸어 보고(이미 둘 다 깔려 있어서 grub로 전환하여 부팅), 아예 DVD 매체를 이용해서 우분투의 각 버전을 새로 설치해 보기도 하였다. 그러고나서 MinKNOW를 다시 설치하기를 반복하였으나 여전히 프로그램 아이콘은 어디에도 없다. 참고로 이 글 역시 현재 작업을 진행 중인 우분투 서버에서 작성하고 있다.

좌절의 기분이 슬슬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일 년 사이에 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프로그램이 고도화된 것일까? 성과 없이 뒤늦은 퇴근을 하고 다시 아침을 맞았다.

어쩌면 NanoPore community에 뭔가 힌트가 있을지도 모른다. 로그인하여 질문과 답을 뒤져보았다. 내가 겪은 것과 동일한 문제에 대한 질문과 답이 있었다.

Installing MinKNOW on linux - Can't find executable

질문이 언제 작성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답변은 7월 26일에 올라온 것으로 봐서 매우 최근에 불거진 문제로 보인다. 답변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해결이 시급한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This is being worked on and will be addressed ASAP.
해결책으로는 /opt/ui/MinKNOW를 터미널 창에서 직접 실행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  문제는  instance manager라는 것이 연결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systemctl 명령으로 실행하라고 하였다.

sudo systemctl daemon-reload
sudo systemctl enable minknow
sudo systemctl start minknow

이것은 또다른 문제를 낳는다. 우분투 14.04에는 systemctl 명령이 없기 때문이다. 없으면 설치하면 된다.

sudo apt-get install systemd 

Configuration test cell을 장착한 MinION을 USB 3.0 포트에 끼우고 MinKNOW를 실행하였다.



얼마나 오랜만에 만나는 화면인가! Anaconda를 이용하여 python 3.6 환경을 만든 뒤 albacore도 설치를 완료하였다.

2018년 8월 14일 화요일

IR2153 칩 점검을 위한 간단한 회로

인버터는 직류로부터 교류를 얻어내는 회로이다. SMPS에 쓰이는 IR2153 "self-oscillating half-bridge driver" 칩을 이용하면 이것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다음은 12V 직류를 230V 50Hz의 방형파를 만드는 인버터 회로이다. 가정용 전기와 같은 사인파가 아니므로 파형에 민감한 기기는 연결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백열등이나 전열기라면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기기 내부에서 직류로 정류를 한다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출처: http://danyk.cz/menic230_4_en.html

MOSFET는 디지털 멀티미터를 이용하여 점검하는 방법을 알아냈지만 IR2153 칩은 정상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저전압으로 작동하는 SMPS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아니면 MOSFET를 쓰지 않고 LED를 점등시키는 회로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IR2153의 2-3번 핀 및 3-4번 핀에 연결되는 oscillator timing resistor(RT) 및 capacitor(CT)의 값을 바꾸면 작동 주파수를 바꿀 수 있다(값이 커지면 주파수가 낮아진다). 다음은 유튜브에서 찾은 IR2153 동작 점검 회로의 활용 사례이다.


회로도는 다음과 같다. Gate driver output(7번: HO, 5번: LO)에 330 Ohm 저항을 통해 직접 LED를 점등한다. 갖고 있는 부품만으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출처: https://drive.google.com/open?id=0B6D-TEuZKf4hLW81bEYzWlZWN28
RT 및 CT의 변화에 따른 작동 주파수 변동 특성은 다음의 그래프를 참고하라.

자료 출처: Infineon(링크)
갖고 있는 부품의 형편에 맞추어 실제 구현은 다음과 같이 하였다.

  • RT: 20 kOhm(B) 가변저항
  • CT: 10 uF 50 V 전해 캐패시터
  • LED 전류 제한용 저항은 1 kOhm 1/4 W
  • LED는 IC114에서 구입한 HSP10RW-ADJ(링크)
  • 전원은 DC 12 V 300 mA 어댑터 사용(무선전화기용 어댑터 재활용)
정말 오랜만에 만능기판에 납땜 작업을 하였다. 브레드보드는 취향에 잘 맞지 않는다. 가변저항은 갖고 있는 것이 2련뿐이라서 아깝지만 그것을 사용하였다. LED 역시 샤시용이라서 이렇게 쓰기는 좀 아깝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작동 동영상


그동안 망가뜨린 칩(2018년 8월 30일 업데이트)


이 정도면 양호하지 않은가? 이 글에서 소개한 IR2153 점검용 보드가 없었다면 SMPS 작동 이상의 원인을 찾기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2018년 8월 13일 월요일

SMPS 실험의 나아갈 방향

작은 브레드보드에 IR2153을 비롯한 몇 가지 되지 않는 부품을 끼워넣고 전원을 넣었다. 퓨즈에서 불이 번쩍. MOSFET은 무사할까?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디지털 멀티미터(소위 '테스터')를 이용한 점검법을 참고하여 IRF740을 체크하였다.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

다시 회로를 점검하여 보았다. 배선 오류를 하나 발견하였다. IR2153의 6번 핀에서 두 개의 MOSFET으로 이어지는 배선을 빼먹은 것이다. 이 실수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생각한다.

핵심 반도체 부품이 없으니 더 이상 실험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IR2153과 IRF740은 어디에서 판매할까? IC114에 재고가 있어서 일단 몇 개를 주문하였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훨씬 싼 값에 판매하지만 여기에 주문을 하면 족히 2~3 주일은 걸릴 것이다.

SMPS 실험에서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300 볼트를 넘기는 전압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백열전구를 이용하여 평활회로용 대용량 캐패시터를 방전시키는 기구를 만들도록 하자. 안전 제일!

2018년 8월 12일 일요일

독서 기록 - <당선, 합격, 계급> 외 네 권


당선, 합격 계급

  • 지은이: 장강명
  • '문학상과 공채는 어떻게 좌절의 시스템이 되었나'
주목받는 신진 소설가 중 하나인 그의 화제작 <한국이 싫어서>을 읽은 적이 있다. 지망생들의 세계와 합격자들의 세계를 나누는 관문인 공채 시스템.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과거제도가 바로 한국 사회에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공채 시스템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나름대로의 효율성은 있었지만 변화하는 세계에 맞추어 우리의 미래를 지탱해 나갈 창의적인 인재들을 걸러내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치열한 공채를 뚫고 그들만의 세상에 입성한 합격자들은 새로운 인재가 들어오는 것을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번 부여된 간판은 그 이후로 어지간해서는 재평가되지 않는다. 소설 공모전을 사례로 들추어본 우리 사회의 자화상. 

파괴적 혁신

  • 제이 새밋(Jay Samit) 지음 | 이지연 옮김
제목만 보고서 테크놀로지에 관련된 책으로 생각하고 빌렸는데 실제로는 비즈니스 서적에 가까왔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란 용어를 처음 주창한 사람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다. 구글을 조금만 뒤지면 이와 관련된 정보가 무척 많이 나온다.


'업계에서 가장 쿨한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되는 제이 새밋이 어떻게 남들이 놓친 기회를 어떻게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일구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사내 스타트업의 유용성을 알 수 있었다.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 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 서유리 옮김

물결의 비밀

  • 바오 닌 외 지음 | 구수정 외 옮김
아시아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바오 닌(베트남)의 '물결의 비밀', 츠쯔첸(중국)의 '돼지기름 한 항아리'가 특히 감명깊었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아시아 문학작품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 허영선 지음
논문 작성, SMPS 실험 등에 몰두하느라 총 다섯 권의 책을 읽고서도 독서 기록을 남기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못함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요즘은 끈기를 가지고서 소설을 읽는 버릇을 들이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SMPS 실험 - 일단은 실패!(유용한 링크 포함)

[주의!] SMPS는 220 V를 직접 정류하여 만든 고전압의 직류를 다루는 물건이다. 브리지 정류를 하므로 이론적으로는 220 V x 1.414 = 311 V가 만들어진다. 일단 전원이 공급되면 회로를 끊은 뒤에도 평활용 캐피시터에 엄청난 양의 전기가 축적되어 있으므로 안전을 위해 이를 제거해야 한다. 60 W 전구를 연결했더니 번쩍! 하고 불이 들어왔다.

SMPS 회로의 핵심은 직류를 칼질(?)하여 사각파 형태의 교류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각형의 모양이 직사각형인가 혹은 정사각형인가에 따라서 부르는 이름이 약간 다른 것 같은데 그것은 넘어가도록 하자.

눈에 보이는 속도의 칼질로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약 50 kHz, 즉 1 초에 5만 번 정도의 칼질을 해야 하고 전기가 흐르는 방향도 바꾸어야 한다. 고속 스위칭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된다. 다음과 같이 그림을 그리면 개념을 잡기가 편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것은 half-bridge circuit에 해당한다. 실제 스위칭은 반도체가 담당한다.

311 V 정도를 고속으로 스위칭하면 트랜스포머(tr)의 양단에 155 V의 전기가 방향을 바꾸어가면 걸리게 된다. 그러면 트랜스포머의 2차측에는 권선비에 맞추어 변동된 사각파가 걸리게 될 것이다. 이를 정류하여 직류로 전환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용적인 SMPS는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고급 SMPS라면 2차의 부하에 따라서 전압이 내려가면 이를 검출하여 다시 앞단에 보내는 보상 회로가 존재한다. 그리고 2차 출력 전압에 포함된 스위칭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한 필터(코일)도 넣어주어야 한다. 또 잊어서는 안될 것은 2차측의 교류를 정류하려면 1N4007과 같은 일반 정류 다이오드를 쓰면 안된다는 것이다. 1N4007은 60 Hz 주파수에나 어울리는 물건이다. SMPS의 2차에서는 UF4007과 같은 (ultra)fast recovery rectifier를 써야 한다.

현재 게이트 드라이버 IC인 IR2153과 N-channel MOSFET IRF740(데이터시트)을 이용한 실험을 하는 중이다. 참고한 회로는 다음과 같다(링크). 참고 회로에서는 IRF840를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담배갑 정도 크기의 작은 브레드보드에 회로를 꾸며서 전원을 넣으면... 가장 처음에 위치한 유리관 퓨즈에서 불이 번쩍 나먼서 끊어지고 만다. 회로에 실수가 없었다면 IC나 MOSFET가 망가진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디지털 멀티미터로 MOSFET를 점검하는 방법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나오지만, 이것으로 반도체 부품이 완전한지를 확인할 수 있는지는 자신이 없다.



형광등의 전자식 안정기를 이용하여 MOSFET가 정상임을 테스트할 수는 없을까? 아래는 예전에 직접 형광등 기구를 수리하면서 떼어낸 망가진 안정기이다.


IRF730B가 보인다.

이것도 썩 쉬운 방법은 아니다. 왜냐하면 형광등은 점등 단계, 그리고 점등 이후에 다르게 동작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공부할 것이 많다. 구글 검색을 통해 찾은 유용한 링크를 몇 가지 소개해 본다. 이들은 전부 SMPS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들로서, 수시로 업데이트될 것이다.

MOSFET as a Switch
[Texas Instruments] Introduction to power supplies
[Texas Instruments] Input and output capacitor selection
[Analog Devices] Practical power solutions
[Tom's Hardware] PSUs 101: a detailed look into power supplies
16 Ways to Design a Switch-Mode Power Supply
High voltage-current half bridge driver using IR2153 & IGBT
Why SMPS open fail after just a few years of service
[Digi-Key] Minimizing noise generated by switched-mode power supplies - 참고문헌도 읽어볼 것.
[DIY SMPS] Transformer winding practices for SMPS
Regulated half-bridge switching mode power supply using ATX transformer
[디바이스 매거진] 전력 전자 부품의 삼총사! SMPS / SSR / Noise filter
[한일변압기] 변압기의 기본원리
[P&L] LED Converter의 회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