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소비 문화는 현대 사회의 한 특징이다. 워낙 주변에 만연하여 있고 계속 퍼져나가기 때문에 마치 감염병과 유사하다. 이를 비판적으로 표현하는 신조어인 어플루엔자(affluenza = affluence + influenza)라는 말이 생길 정도니 말이다.
재활용 쓰레기 처리 문제로 전국이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미봉책으로 겨우 땜질은 하였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쓰레기를 잘 분리하고 씻어서 재활용 업체가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최선이 아니다. 일회용품의 배출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족하지도 않았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았다. 그때는 그 어느 누구도 물병을 들고 다니지 않았고, 커피잔을 들고 다니지 않았다. 여름에 길을 가다가 목이 마르면 노점에서 냉차를 사먹거나, 가게에서 유리병에 든 탄산음료를 마셨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먹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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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아일보 |
이러한 산업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한다지만, 넘쳐나는 쓰레기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제는 설거지 일손을 줄이기 위해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는 손님에게도 일회용 잔에 커피를 담아준다.
'되도록 이런 소비를 하지 말자'고 주장할 수는 있다. 기호성 음료수를 마시는 것은 선택의 문제니까 말이다.
오늘 아침, 오디오 DIY를 위한 부품을 택배로 받았다. 4월 2일에 주문한 것을 거의 3주나 걸려서 입수한 것이다. 제조사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못한 택배회사에 물건을 맡긴 것도 이런 불편을 초래한 주요 원인이 되었다. 운송장 번호도 자동으로 알려오지 않았고, 언제 배달이 될 것이라는 연락도 없었다. 기다리다 못해 지역 사무실에 전화를 하여 물어보니 배송 기사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기사는 하루 종일 전화를 받지 않았고, 사무실에서도 무슨 일인지 기사에게 연락이 안되니 다음날에는 꼭 배달이 되게 하겠다는 말만 전해 들었다.
배송 기사가 연락 두절 상태라니!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다음날에 해당하는 오늘 아침, 결국 물건을 받았다. 익일 배달 원칙이라고는 하지만 그러고도 이틀이나 더 지나서 물건을 받게 된 것이다. 저녁이 다 된 지금 배송조회 사이트를 가 보았다. 아직도 배송완료로 전환되지 않았다.
지친 배송기사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현대 사회는 대중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우리는 이를 소비한다. 얼마 되지 않는 비용을 내고서 음식이나 물건이 금방 집앞으로 배달되는 것을 보면 한국의 물류산업의 수준이 대단하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배달할 물건이 열 배, 스무 배 많아진다고 해서 배송 기사들이 행복해질까?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물류산업이 자동화와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서 영세성을 타파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이렇게 수요가 많은데 왜 수익을 못 내? 비용 절감하고 혁신하면 되잖아?"
이것은 너무나 소비자 위주의 관점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재활용 업자가 왜 쓰레기를 안 사갖고 가지? 다 돈이 되는데?"
게다가 너무나 많은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입하게 되면서 엄청난 양의 포장 쓰레기가 발생한다. 과연 내가 택배 서비스 없이 취미생활을 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없어도 상관이 없었고 있으면 고마왔던 서비스가 이제는 어떻게 되었나? 없으면 살기 어려울 지경으로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 들고 말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마시는 걸까. 이건 선택할 수 있는 거잖아'라는 논리를 택배 서비스에도 들이댈 수 있다. '직접 가서 사면 되지, 왜 쓰레기(포장재)를 만드는 서비스를 이용한단 말인가?' 어느 것은 불가피하고 다른 어느 것은 선택할 수 있고... 그런 수준의 일이 아닌 것이다.
모든 것은 시공간 단축을 향한 인간의 욕망에서 온 것이라 생각한다. 더 많은 것을 갖고, 누리고 싶은 욕망이라고 보아도 좋다. 기다리지 않고도 만들어진 음식을 먹고 싶고, 시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물건을 사고 싶고, 제철이 아닌데도 신선한 과일을 먹고 싶고, 바닷가에 살지 않으면서도 해산물을 먹고 싶고, 가게가 문 열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새벽 세 시에도 물건을 사고 싶고... 기술과 산업이 이 욕망을 충족하고 돈을 벌게 해 준다. 그런데 그 부산물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이를 뒷받침하는 저임금 노동자는 오늘 하루도 고단한 몸으로 온갖 손님을 상대하고, 길거리는 쓰레기로 넘쳐난다.
좀 더 나아질 방법은 없을까?
추가로 작성한 글
국내 물류산업이 영세하다는 뉴스를 하나 인용해 보자.
국내 물류산업 중소기업 비중 "99.9%" (카고뉴스
링크)
...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기업 규모의 영세성을 들었다. 전체 물류산업에서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업 수 기준 99.9%로 가장 높은데 평균 매출은 7,500만 원으로 대기업 5,310억 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럴때 쓰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위 '규모의 경제'를 위해서 영세한 업자는 전부 대기업에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가? 농업이 그러했고, 동네 상점이 그러했다. 그러면 밀려난 사람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