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9일 수요일

이미지로만 구성된 이메일 메시지 혹은 웹콘텐츠의 문제점

간혹 업무용 메일 계정을 통하여 학술행사 안내문을 받는다. 연구를 주요 업무로 하고 있으니 유익한 행사는 아닌지 눈여겨보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어제 받았으니 아주 최신의 것이다.

보기에는 매우 좋다. 인쇄하여 우편으로 배포할 안내문의 원본 이미지를 적절히 줄여서(아마 실제 인쇄용으로 쓰이는 AI 파일 등은 해상도가 높아서 그대로 보내면 너무 크게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메일로 발송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인가? 메일의 내용을 검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 우편함에서 나중에 이 메시지를 찾으려면 메일의 제목 혹은 발송자 이름(주소)만을 대상으로 검색이 이루어질 것이다. 발표자나 제목 등은 검색을 하지 못한다.

전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이메일이나 웹페이지 내용에 이미지가 많은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지에 담긴 텍스트를 찾아서 검색하는 기술이 아직 보편적이지 않은 실정에서 지나치게 이미지로만 만들어진 콘텐츠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옥션, 11번가, 지마켓 등에서 상품의 상세설명 페이지를 클릭해 보자. 화려하고 상세한 이미지와 설명... 그러나 모든 텍스트는 전부 이미지에 박혀있는 상태이다. 심지어 여러 판매자가 같은 상품을 파는 경우 상세설명 이미지 역시 동일한 경우가 많다. 아마 제품 공급처에서 전문 디자이너를 통해서 만든 이미지를 복수의 판매자에게 그대로 제공한 것일게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문제가 있는데 외국은 그렇지 않다'라는 분위기의 글을 쓰는 것이 참 싫다. 시각에 따라서는 그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현실에 따라 최적화 된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편한 마음을 갖고서 이번에는 이베이를 접속해 본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미지는 이미지요 텍스트는 텍스트이다. 잘 디자인된 아름다운 브로셔를 컴퓨터 화면에서 그대로 보듯이 나타내주지는 않으니 웹페이지 내에서 특정 단어를 찾는 것이 아주 용이하다.

당초에 설정한 제목과는 약간 멀어지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해야 되겠다. 보기에 좋은 것(엄밀히 말하면 윗사람이 흡족해하면서 'OK'할 가능성이 높은 형식의 문서)을 만드는데 우리 스스로가 너무 길들여진 것은 아닐까? 이러한 의도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공문서가 아닐까 싶다. 공문서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큰 글씨(나도 노안이 오다보니 이건 반갑다), 지나치게 많은 표(효과는 어느 정도 있으나 작성자에게는 부담이 된다), 짧은 포인트 위주의 개조식 문체 등. 그리고 현재 통용되는 공문서의 형식 자체도 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이미 만들어진 HWP 문서 양식을 열어야 되는 공무원에게는 물론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최종 결재자 - 물론 돈을 지불하는 사람으로서의 정당한 권한 내의 일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 의 마음에 들 문서를 만들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문서를 최종적으로 읽을 사람의 편의성을 생각하는 문서 작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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