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75옴 동축 케이블, 즉 안테나로부터 오는 선을 연결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던 시절은 정말로 모든 것이 단순하였다. VTR이 나오면서 세 가지 색깔의 RCA 단자가 나오더니 이어서 셋톱박스가 나오고 급기야 현재 통용되는 HDMI까지...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TV 설치와 작동에 대한 내 지식은 옅어져 가기 시작하였다. 어쩌다 출장이나 여행을 갔을 때 숙박업소에 비치된 TV와 관련한 리모콘이 두 개일 경우에는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심각한 기계치인 것은 아니다. 다만 TV와 관련한 최신 기술을 따라잡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TV와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결합되어 온갖 복잡한 서비스를 누리는 세상이 아닌가. LG전자에서는 가전위키 TV편을 통해서 TV와 관련된 기술을 매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으니 앞으로 TV를 새로 구입할 일이 있으면 여기를 참조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늘 최신 기술을 갈구하는 얼리 어댑터에게는 이 위키 페이지의 정보가 매우 부족하겠지만 말이다.
우리 가족이 브라운관 TV에 이별을 고하고 처음 구입한 평판 디스플레이 TV는 47인치(119 cm) 디스플레이를 갖는 LG 47LD662이다. 이 제품의 최대 해상도는 Full HD(1920 x1080)라서 아직 넷플릭스 등을 재생하는데 큰 문제는 없는 수준이다. 2011년 구입 직후 수리가 불가능한 고장이 발생하여 새 제품으로 교체한 뒤 지금껏 써 왔다. 파견 근무를 나간 총 3년 반의 기간 동안은 켜지 않았으니 14년 내내 쓴 것은 아니다.
작년 쯤부터 이 TV가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 같다. 처음에는 1세대 크롬캐스트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TV가 제대로 신호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아래 사진에 보였듯이 커넥터 부분이 무엇인가에 눌려서 꺾이는 바람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본 것이다.
크롬캐스트 역시 오래 된 물건이라서 이를 대체할 것을 찾아야만 했다. 서두에 TV 관련 기술에 대해 내가 잘 모른다고 쓴 것은 바로 이 상황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장치를 뭐라고 부르는지도 몰랐으니까. 크롬캐스트는 4세대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재고를 소진할 때까지는 계속 판매를 하겠지만, 이제는 가격도 훨씬 비싼 '구글 TV 스트리머'라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관련 소식 링크). 구글 TV 스트리머는 셋톱박스 유사한 것과 리모콘으로 구성되어 있다.
종전의 크롬캐스트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을 구입하기 위해 쿠팡을 뒤져보다가 유난히 가격이 싼 것을 발견하여 점심 한 끼 먹은 셈으로 치고 주문을 하였다. D-Link라는 기업의 'MAINSTAGE' TV 어댑터인 DHD-131이라는 것이었다. 너무 오래된 물건을 싸게 처분하는 것임을 진작에 눈치챘어야 하는 것인데... 매뉴얼 인쇄일은 우리집 TV와 같은 2011년 4월! 이 제품이 쿠팡에서 '미라캐스트 동글'을 입력했을 때 상위에 오르는 신비한 알고리즘을 나는 미처 깨닫지 못하였다.
와이다이(Wi-Di)는 무엇인가? WIDI라고 쓰면 블루투스를 통한 무선 MIDI 데이터 전송 기술이니 혼동을 해서는 안된다. WiDi는 인텔이 만든 기술로서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의 화면을 TV나 프로젝터에 무선으로 미러링(전송)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나 미라캐스트(Miracast)라는 오픈 표준 기술이 나오면서 경쟁력을 잃어서 이미 2015년에 인텔은 지원을 종료하였고 지금은 미라캐스트에 자리를 내 주었다고 한다. 가장 훌륭한 무선 캐스팅은 Wi-Fi 공유기 같은 것을 거치지 않고 완벽한 기기 대 기기 무선 연결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지금 여기까지는 상용화된 것으로 보인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미라캐스트 동글'을 주문하는 것이 현명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 물건은 Windows 11이나 최신 스마트폰(갤럭시의 경우 'Smart View')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신기술이 나와도 당분간은 하위 호환성을 지켜 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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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중인 TV는 LG 47LD6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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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화면을 캐스트하면서 '카메라'앱을 켠 장면. TV in TV? 이것은 LG의 제품이 아니라 인켈 브랜드의 32E4000이다(2018년 9월 제조). 수도권에서 파견 근무를 하는 기간 동안 쓰기 위해 서둘러 구입했던 것이다. 매우 가벼운 제품이라 집 안에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쓰기 좋다. |
몇 대의 TV를 번갈아 가면서 테스트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종합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 우리집 크롬캐스트 1세대는 정상이다.
- 우리집 LG TV의 HDMI 단자 3개 중에서 2개는 불량이다.
- 무슨 이유인지 우리집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디즈니+의 캐스팅이 잘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에서 재생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 DHD-131은 TV를 바꾸어 연결하면 작동이 잘 되지 않는다. 뒷면의 리세트 버튼을 눌러서 기존의 프로파일을 삭제해야 되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연구를 좀 더 해 봐야 한다.
- Windows 11 노트북 컴퓨터의 화면을 DHD-131를 경유하여 TV로 보내는 것은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다. [Windows + K] 단축기를 누른다는 것만 일단 암기해 두었다.
크롬캐스트 1세대와 달리 DHD-131(WiDi)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그대로 TV로 보내주는 점이 편리하였다. 처음에 테스트를 할 때에는 매번 화면에 나타나는 PIN 번호를 넣어야 하고, 전체화면을 맞추는 법을 몰라서 약간 불편하게 느껴졌었다.
다음에 새 TV를 살 때에는 아마도 인터넷 기능이 일체화된 스마트 TV를 주문하게 될 것 같다. 화면은 얼마나 큰 것으로 해야 될까? 그게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가벼움이 장점인 32E4000의 활용 방안. Apple TV+에 가입하여 파친코 시즌 2를 보는 모습이다. 이 드라마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에 대해서는 조만간 별도의 글을 쓸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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