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에 공구함을 열었더니 수족같이 부리던 와이어 스트리퍼가 보이지 않는다. 에휴, 피복을 무엇으로 벗긴담... 투덜대면서 기기를 분해한 뒤 납땜을 마쳤다.
실수를 발견하기 전의 모습. |
재조립을 하려는 순간, 머리를 띵~ 하고 울리는 충격을 받았다. 전원부싱을 끼우지 않고 납땜을 한 것이 아닌가. 수축튜브를 끼우지 않고 선을 납땜해 버려서 이를 다시 끊어내는 실수를 어디 한두번 하였나. 극도의 좌절감에 휩싸였다. 실수는 아마추어의 특권이지만, 이에 따르는 스트레스는 프로의 그것에 못지않다. 으아악, 다시 해야 되잖아!
선을 잘라내고, 다시 피복을 벗긴 뒤 납땜을 하였다. 싸구려 목인두는 용량이 높아서 이런 납땜 작업에 매우 유리하다. 재조립을 하려는데 드라이어 송풍구쪽 부품이 여기저기 금이 간 것을 발견하였다. 순간접착제를 바른 뒤 끈으로 묶어서 붙는 동안 벌어지지 않게 하였다. 요즘 나오는 공산품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요즘 아이들이 너무나 물건을 험하게 쓰는 것인지...
그래도 이 제품은 일반적인 스크류 드라이버로 분해할 수 있는 것이라서 자가 수선이 가능하였다. 예전에 사용하던 필립스 헤어 드라이어는 특수 드라이버로만 풀 수 있게 만들어서 고치지를 못했었다.
납땜인두의 열기와 플럭스의 향기(일부러 코를 대고 냄새를 맡지는 않는다)가 요즘 집에서 직접 내려 마시는 에스프레소와 다를 바가 없다. 공작 본능을 일깨울 소소한 프로젝트를 다시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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