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프로그램, 과연 대본이 없을까?
요즘 너무나 많은 프로그램이 비슷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생활 주변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출연진은 마치 대본이 없는 일상 생활을 하듯이 촬영을 한다. 편집된 화면을 현장에 없었던 다른 여러명의 진행자가 보면서 양념을 더한다. 뉴스 독자들이 이제는 해설 기사에 더 관심을 갖듯이, 이러한 진행자는 마치 촬영된 내용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더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대부분의 출연자는 연예인과 그 가족이다. 사전 기획인지 PPL인지 알 수 없는 소재와 장소, 이벤트가 넘쳐난다. 만들어진 리얼리티 속에서 어디부터가 진실인지를 알 도리가 없다. <어서와...>의 출연자는 일반인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말 제작진의 사전 개입은 없을까? 재미를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인 편집은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가 외국인에게 어떻게 보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안타깝게도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만큼 외국에 널리 알려져 있지 못하다.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수준을 이룬 나라가 되면서, 한국을 더 알리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유럽에 수출된 고급 문화인 중국의 도자기가 그러했고 인상파 사조의 시작에 자극을 주었던 일본의 그림이 그러했듯이 문화적인 측면에서 한국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현재의 '한류'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면 인정을 해야 되겠지만.
진정 이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출연자의 나라에 이 프로그램을 수출해서 방송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그 식당을 평가했다고 하자. 이것을 식당 주인들만 공유하면서 즐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아직 이 식당을 찾지 않은 사람들에게 식당 평이 널리 전달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외국인들이 낯선 한국을 처음 찾아서 '한국이 이렇게 역사가 유구한 나라였어?' '한국 음식이 이렇게 맛있었어?' '한국에 이렇게 볼 거리가 많았어?'하며 놀라는 것을 우리가 보고 얕은 만족감 또는 우월감을 느끼며 자부심을 소비하는 것 같아서 나는 이 프로가 영 불편하다. 아마 출연자들의 항공료나 체제비는 제작사 측에서 부담할 것이 당연한데, 그러한 여행에서 어떻게 여행자가 불편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물론 자비로 한국을 올 가능성도 없겠지만 말이다.
오락 프로램이라면 다큐멘터리 흉내를 내지 말고, 다큐멘터리라면 좋은 그림, 재미있는 장면을 위해 제작자가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불필요한 자막은 줄이고 - 자막이 유용할 때가 있는 것은 인정한다. 청각 장애인이나 소리를 크게 내기 어려운 공공장소에서 TV를 재생할 때에는 도움이 된다 - 시청자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없애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리고 경제 수준이나 피부 색깔을 가지고 알게 모르게 외국인들을 줄세우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
이쯤에서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의 기고를 소개한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국뽕'이라도 괜찮다.
이쯤에서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의 기고를 소개한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국뽕'이라도 괜찮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식 중계에서는 입장하는 국가의 국민소득을 소개하는 어리석은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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