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 KRIBB스쿨에서 개최한 스승의날 행사에서 우리 밴드 KRIBBtonite가 작은 축하 공연을 하였다. 지난 2월 연구소 창립 40주년 행사에서 가졌던 공연, 연구소 마당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노래 몇 곡을 연주한 것까지 포함하면 벌써 올해 세 번째의 공연이다.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공연이 확정되었고 건반 연주자의 출산 휴가, 게다가 내가 손가락을 다치는 일도 생기는 바람에 공연을 포기할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멤버들의 열정이 결국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연습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연주자가 충분하지 않아서 배킹 트랙을 미리 준비하여 이를 틀어 놓고 나머지 악기와 보컬을 얹는 이른바 노래방 모드로 공연을 진행하였다.
배킹 트랙 준비는 언제가 그렇듯이 내가 하였다. 이번에는 모든 곡에 대해서 전체 음량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어서 만반의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음원 파일을 GAUDIO STUDIO 등에 올려서 일부 파트를 제외하게 만들면 남은 소리는 영 깨끗하지 못하다. 다음부터는 다소 수고스럽더라도 MIDI 데이터를 얻어서 최소한 드럼 트랙은 따로 만드는 게 나을 것 같다. 실전에 사용한 삼익 패드 드럼 역시 잡음이 너무 심해서 아쉬움이 많았다. 다음의 영상에서 두 번째 곡인 우효의 <민들레> 시작 부분에서 잡음이 크게 들린다.
가장 결정적인 실수는 배킹 트랙을 휴대폰에서 블루투스 수신기를 통해 파워드 믹서로 보낸 것이다. 곡을 잘못 재생하거나 타이밍을 놓치는 실수는 없었다. 세 번째 곡인 볼빨간사춘기의 <여행> 2절을 신나게 끝내자마자 갑자기 반주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수 년에 걸쳐 사용해 온 블루투스 수신기가 갑자기 말썽을 부린 일은 없었다. 블루투스 수신 기능이 있는 ALTO Uber PA를 파워드 믹서(SAMSON XML 610)에 유선으로 연결하여 모니터 스피커용으로 쓴 것이 문제의 원인으로 여겨진다.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면 적절한 위치에 두기가 어려워서 충전을 한 뒤에 작동을 시작하였는데, 이 스피커의 배터리가 다 방전되면서 불안정한 상태에서 블루투스 수신 기능을 잡아 챈 것으로 여겨진다. 공연 현장에서 무선 연결을 쓸 경우 배터리 방전이나 다른 기기와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대책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확실하지 않으면 쓰지 않는 것도 좋다.
공연이 끝나고 장비를 연습실로 옮긴 뒤 다시 케이블을 연결하면서 SAMSON 파워드 믹서의 1번 채널 레벨이 다른 것에 비해 월등히 낮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자다가 이불킥'을 할 정도로 부끄러움이 많이 남는 공연이었지만 KORG X2를 중고 구입 21년째에 처음으로 라이브 현장으로 들고 나왔다는 것, 가곡의 베이스 라인을 내 마음대로 원 없이 만들어서 사실상 즉흥 연주에 가깝게 만들었다는 것(첫 곡의 건반 연주 역시 그러했지만)에 의의를 두기로 하였다. 다음 공연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리라. 가급적이면 휴대폰 녹음이 아니라 믹서에서 직접 오디오 신호를 따서 컴퓨터로 녹음을 해 보겠다. 장비를 연결하여 제대로 점검도 하지 못했는데 본 행사 진행을 위해 장비를 거두어 들였다가 다시 설치하다여 연주에 돌입해야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아야 된다. 작년부터 연구소에서 요청하여 수락했던 세 번의 공연이 다 이런 식이었는데, 실수가 벌어지기 정말 좋은 조건이 된다.
![]() |
리허설 현장. |
![]() |
공연 현장. |
![]() |
공연이 끝나고. 왼쪽 뒤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상옥, 권태호, 김선규, 나, 그리고 이언진.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