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일 토요일

실수로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다

서울 출신이지만 대전에서 산 기간이 더 길어진 나에게 서울은 출장이나 관광 목적으로 들르는 곳이 되었다. 유난히 길었던 이번 설 연휴 마지막 날(어제), 국립중앙과학관에 차를 세워 놓고 근처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박물관 개장 시간부터 매우 많은 차량이 입구로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날은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특별전인 「푸른 세상을 빛다 고려 상형청자」를 둘러보았다. 원래 유료 전시지만 설날을 맞아 무료로 입장을 허용하고 있었다.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낸 뒤 400번 시내버스를 타고 이태원으로 향했다.





가끔 들르던 쟈니 덤플링에서 점심을 먹고 앤트러사이트(Anthracite)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 카페 1층에는 반려견을 끌고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에 다른 카페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2층에 올라와 보니 이태원을 지나는 멋장이들은 여기에 다 모이는 것 같다. 앤트러사이트는 무연탄이라는 뜻이다. 왜 이런 이름을 카페(로스팅샵이라고 해야 하나?) 이름으로 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로스팅한 커피가 마치 무연탄처럼 느껴져서 그런 것일까? 오래된 건물을 적절하게 리모델링하여 결코 과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태원에 처음 왔을 때는 지금은 없어진 빌리엔젤을 자주 들렀었다. 2018년에 이태원 빌리 엔젤의 추억이라는 글을 쓴 일이 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리움. 고미술이 좋아진다는 것은 나이가 든다는 뜻일까? 나는 물고기나 기하학적 무늬가 그려진 분청사기를 특히 좋아하지만, 귀얄기법을 쓴 것도 좋아한다.







우리 딸아이와 같은 도자공예 전공자를 한숨짓게 했을 커다란 항아리.



다시 400번 버스를 타고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한다는 것이 그만 실수로 405번을 타고 말았다. 버스가 크게 회전을 하더니 잠수교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오, 이런... 일단 반포한강공원·세빛섬 정류장에 내렸다. 이곳에 인공섬이 세 개가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언제 또 여기에 오겠는가 싶어서 세빛둥둥섬에 있는 카페에 들러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셨다.



이곳을 벗어나서 다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려니 마땅한 대중교통 이용 경로가 잘 나오지 않았다. 일단 잠수교를 걸어서 건너기로 했다.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는 것은 서울 출신인 우리 부부 모두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날씨가 몹시 춥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잠수교를 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역시  '서울'이란 선택받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런 혜택을 누리는 것이겠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서울. 모두가 여기에 살고 싶어 하지만,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아, 그렇지도 않구나. 어차피 수도권에는 인구의 약 절반 이상이 살고 있지 않은가. 두 아이 중 하나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절반은 성공한 것인가, 혹은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 것인가? 서울 출신 남녀가 만나 대전에 살면서 자녀 둘 중 하나를 서울로 보냈으니 인구 분산에 더 기여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자녀 중 하나는 미국에 있으니.

서울이 부러운 것은 문화적 혜택 때문이다. 편리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누릴 수 있다. 의료 혜택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비용이 따른다.   

대전으로 돌아온 나는 갑천변을 달리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잠수교를 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약간을 달려서 1월 달리기를 마감하였다. 조금만 달리면 90 km를 채우는 것으로 1월을 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도 뛰었으니 오늘은 가볍게 3 km만 채우고 싶었지만 아침에 빨아 놓은 운동화를 대신하여 고른 신발이 너무 불편하여 채 2 km도 달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로써 달리기 반년째를 맞아서 가장 많은 거리를 달린 달이 되었다. 하루 걸러 하루씩 매번 6 km를 달린 셈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한달에 100 km를 달리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페이스 단축은 달성하기 어려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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