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9일 일요일

성심당 딸기시루를 처음 영접하다

나는 <오징어게임> 시즌 1도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지나치에 열광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약간 거부감을 느끼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전국민이 한 번은 다 경험해 보았다는 성심당의 딸기시루 역시 그러하다. 성심당 케익 부띠끄 앞을 지날 때마다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대단한 것이라고 왜 저런 고생을 하고 있나?'라고 느끼고 무심히 지나가고는 했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서도 동네 빵집에 들러서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조차 하기 어려운 케익이 되어 버렸으니 나에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몇 년 전만 해도 성심당 본점의 케익 부띠크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조각 케익류를 사서 자리에 앉아 커피와 함께 마시는 일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딸기시루를 비롯한 과일시루 케익이 전국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런 여유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전에도 밸런타인 데이 등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공간 확보를 위해 테이블을 일부 치우는 일이 있었다. 이제는 내부에서 여유를 즐기며 케익과 차를 즐기기는커녕 입장조차 쉽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이를 위해서 매장에서 구입한 제품을 먹을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자 카페를 겸한 성심당문화원이 가까운 곳에 생기기는 했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성심당을 대전 시민에게 돌려주세요!'

늘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우리 가족은 시루 시리즈의 그 어떤 케익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하였다.

그러던 우리 부부가 드디어 딸기시루를 오늘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일요일을 맞아 월산본가에서 갈비탕으로 점심을 먹고 우리들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대종로 쪽으로 올라와 보니 성심당 본점의 케익 부띠끄에 입장하려는 대기 줄에 사람이 매우 적었다. 건물 한쪽 면을 다 채우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아무런 주저함이 없이 줄을 섰다.



몇 분 기다리지 않고 입장을 하여 전병 등 몇 가지를 더 고른 뒤 계산대에 섰다. 딸기시루 수령은 밖으로 나가서 옆 건물로 가라고 하였다. 이동을 하던 우리는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우리가 줄을 섰던 곳 바로 옆 건물 틈바구니에 갑지기 몰린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갑자기 이렇게 사람이 몰렸다는 이야기인가? 

2.3 kg이라는 딸기시루는 포장을 받아들고 보니 상당히 묵직하였다.

여기가 바로 딸기시루 '공장'이다.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느라 성심당 직원들은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고 있을까?



맛은 어떨까? 집에 돌아와서 저녁 대신으로 딸기시루를 펼쳤다. 딸기가 쏟아지기 쉬워서 보통의 방법대로 수직으로 잘라 먹기는 좀 어렵다는 말을 들었기에 층별로 해체해 먹기로 하였다. 그러나 맨 위의 딸기를 먼저 거두어 먹은 것이 실수였다. 그 아래의 브라우니를 덜어내어 조금 잘라서 입에 넣는 순간... 아, 퍽퍽하구나! 딸기와 같이 먹을 것을!

과일이라는 것이 수분이 많고 무거우니 딸기시루와 같이 다층 케익을 만들려면 단단한 브라우니를 중간층에 넣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케익이 찌그러지면서 과일에서 나온 물을 빨아먹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성심당에서 여전히 인기리에 팔리는 생크림 케익에서 쓰이는 부드러운 재질의 것이 아니라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그런데 여름에 나오는 망고시루는 중간층에 초콜릿 브라우니를 쓰지 않았다. 왜 그럴까? 성심당의 개발자들이 모든 조합의 시도를 다 해 본 다음에 나름대로 최적의 결정을 내려을 것이니 괜한 의심은 갖지 말도록 하자. 

아직 3층이 남았다. 다음에는 반드시 딸기와 같이 한 층을 덜어내어 같이 먹어야 되겠다. 


남들 다 하는 것을 따라서 하는 것은 싫지만, 가끔은 그런 고집을 꺾는 것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가끔 어쩌다 한 번은 꺾이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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