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음악 장비는 대부분 중고, 리퍼비시, 반품 등의 사연으로 인해 할인하여 파는 것을 구입한 것이다. 지금까지 주력으로 사용해 왔던 오디오 인터페이스 역시 그러하다. Behringer U-Phoria UM2를 2023년 여름에 구입하여 녹음용으로 써 왔다.
음율의 <파도혁명> 베이스 파트를 맹렬히 연습하는 중이다. 이러한 스타일의 최신곡이 50대 초보 베이시스트의 '갬성'을 적시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
구입가를 생각한다면 성능에 대해서 불만을 갖지 말아야 한다. 잡음 수준도 입문용 기기임을 감안하면 준수하고, 마이크 또는 기타 등 악기를 연결하여 녹음하는 용도로는 꽤 괜찮다. 다만 최대 샘플링 레이트가 48 kHz에 불과하고, 외부 기기의 스테레오 출력을 연결하기 불편하며(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채널-2는 Hi-Z 전용이라 좌우 레벨을 잘 맞추어야 함), 자체 ASIO driver도 이제는 ASIO4ALL에 자리를 내어 준 상태이다. 반면에 같은 회사에서 만든 U-Control UCA200은 정말 작고 미니멀한 오디오 인터페이스로서 특별한 드라이버 설치 없이 무난히 잘 동작하기 때문에 단순 음악 재생용으로 컴퓨터나 라즈베리 파이(볼루미오)에 거의 고정형으로 붙여서 쓰고 있다. 나는 이 물건을 무려 세 개나 갖고 있다!(관련 글 링크).
과거를 돌이켜 보니 저가형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써서 DAW에서 가상악기를 작동시켜 보려고 애썼던 노력이 정말 눈물겹다. 중고 UM2를 구입한 이후로 그 목마름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만약 Focusrite Scarlett Solo/Duo처럼 전국민이 다 사용한다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신품으로 구입한다면 기본적은 성능을 충족함은물론 번들 소프트웨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니 무료 DAW나 플러그인(이펙터 및 가상악기)를 찾아 헤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나도 이제는 제대로 된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고, 2023년 네이버에 오른 오디오 인터페이스 50종 성능 비교라는 글을 여러 차례 참고하였었다. 요즘 유난히 싼 가격에 팔리는 Kurzweil Unite-2를 비롯하여 Behringer UMC204HD, ESI U22XT(=Artesia A22XT), Steinberg UR12, ESI Neva Uno, Presonus AudioBox USB 96 등을 알아보다가 결국 찾은 곳은 뮬 악기장터. 너무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Focusrite Scarlett은 일단 건너뛰고 중고 매물을 훑어보던 중에 좋은 가격에 나온 중고 맥키 오닉스 프로듀서 2•2를 발견하였다. 원래 맥키는 믹서나 라우드스피커 등 라이브 음향 장비 전문회사로 유명하다(역사 및 설립자 Greg Mackie의 인터뷰 링크). 나도 이 회사가 만든 TAPCO 브랜드의 Mix60이라는 소형 믹서를 잠깐 소유했던 적이 있었다. 오닉스 프로듀서 전면의 XLR/6.35 mm 콤보 잭 2조는 마이크와 Hi-Z 중에 자유롭게 할당 가능하고, 후면에는 MIDI 단자가 있으니 활용성이 매우 좋다. 루프백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흠을 잡을 것이 없다.
뮬에서 발견한 맥키 오닉스 프로듀서(Mackie Onyx Producer) 2•2. 사진은 뮬 게시판에 판매자가 올린 것을 가져온 것이다. |
문자를 보내어 재빨리 거래를 완료하였다. 중고품이라서 번들 소프트웨어까지 제대로 넘겨받지 못하는 것은 그대로 감수하기로 하였다. 어차피 나는 무료 프로그램을 잘 쓰고 있으니까 말이다.
U-Phoria UM2, 그동안 수고 많았다! 녹음의 기본을 알게 해 준 고마운 장비였다. |
음악인(실제로 드럼 연주를 했다고 함)에서 사업가로!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Greg Mackie의 삶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다.
2025년 1월 21일 업데이트
어제 퇴근 후 배송된 오닉스 프로듀서를 꼼꼼하게 테스트해 보았다. 견고한 금속 케이스와 묵직하게 돌아가는 각종 노브는 신뢰감을 주었다. 별도 드라이버 설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기본적인 재생과 녹음은 된다. 드라이버를 다운로드하여 설치하였더니 ASIO 작동도 잘 되었다. 드디어 나도 24비트, 샘플링 레이트 96 kHz의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48 kHz면 충분하지만...
챗GPT는 Onyx Producer를 이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 홈레코딩에 추천하는 설정
- 44.1kHz / 24-bit: 대부분의 음악 홈레코딩에 이상적
- 48kHz / 24-bit: 영상 작업을 고려한다면 적합
다음으로는 MIDI interface의 기능도 점검해 보았다. 롤랜드 사운드캔버스 SC-D70과 오닉스를 MIDI 케이블로 연결한 뒤, MidiEditor에서 적당한 파일을 재생해 보았다. SC-D70의 오디오 출력은 오닉스의 전면부로 입력하였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테스트 과정은 OBS Studio에서 동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렸다.
Behringer U-Phoria UM2는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할 듯. |
인터넷에서 Greg Mackie(1949~)의 생애에 관한 자료를 찾아 보았다(위키피디아). 아마추어 무선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전자 카탈로그와 부품에 노출되었던 그는 보잉사에서 근무하면서 전자공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밴드 드러머로 일하면서 적은 비용으로도 더 좋은 성능의 믹서 및 프로 오디오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신념으로 기업을 설립하였다고 한다. 챗GPT에 의하면 그는 프로페셔널 오디오 장비를 대중화한 혁신가로 여겨진다고 한다.
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은 음악 관련 장비를 만드는 곳이라면 Uli Behringer(1961~)를 빼놓을 수 없다. 음악 산업이라고 하면 요즘은 음원을 만들고 유통하는 산업을 떠올리겠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장비의 개발과 제조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음악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취미이다. 이를 '제품'까지 연결해 나가는 전설적인 기업인이 정말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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