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바늘에서 '미늘'에 해당하는 구조를 영어로는 barb라고 한다. 철조망을 영어로 barbed wire fence라고 부른다. 파멜라 앤더슨 주연의 1996년 영화 '바브 와이어'가 생각이 난다. 실제로 이 영화를 본 일은 없다. |
어제 여수시 웅천동 바닷가를 달리면서 이순신 마리나 근처의 주차장을 지나게 되었다. 맨땅에 만든 주차장 가장자리의 잡초 군락을 두어 차례 건너뛰어 지나면서 총 8 km를 달린 뒤에 숙소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다가 무릎 아래부터 바짓단 끝까지 무엇인가 하나 가득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운동화 끈도 마찬가지였다. 하나하나 뜯어내느라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래 사진의 것은 바지 전체에서 뜯어낸 것의 아마 1/4 쯤일 것이다.
구글의 이미지 검색 기능을 이용하여 어떤 식물의 씨앗(종자?)인지를 찾아 보았다. 이것은 주변에서 흔히 자라는 국화과의 야생식물로 도깨비바늘 종류 식의 열매인 것으로 추정된다. 도깨비바늘의 어린 잎은 나물로 먹거나 약용으로 사용한다. 확대해 본 열매의 모습은 다음과 같이 포크 모양이다. 뾰족한 바늘 모양의 것('관모(冠毛, pappus)'라 함)은 원래 3~5개 정도 있다고 하는데, 아마 옷에 붙은 것을 떼어내다가 두 개만 남은 것 같다. 이 자료에 의하면 도깨비바늘에도 여러 종이 있다.
관모의 또다른 극단에는 민들레 씨앗의 솜털 구조물이 있다. 따갑고 성가신 도깨비바늘 열매, 반대로 낭만적 감정을 자아내는 민들레 씨앗... 둘 다 식물의 생존을 위해 진화한 구조물인 셈이다.
도깨비바늘의 열매는 포크를 닮았다. 사진에는 두 날만 남았지만 실제로는 더 많다. 전체 길이는 약 1.5 cm 정도. |
미끈하고 뾰족한 바늘로 찌르기만 해서는 동물의 털이나 사람의 의복에 붙기 곤란하다. 손으로 만져보니 반대 방향으로 아주 가느다란 가시와 같은 것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블로그에 업로드하기 위해 처리를 거치면서 잘 보이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이는 낚싯바늘에서 '미늘'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늘은 낚싯바늘, 화살촉, 작살촉 등에서 널리 쓰인다. 낚싯바늘과 화살촉은 거의 비슷한 시기인 약 8천년 전에 발명되었다고 한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이것이 박히면 잘 빠지지 않으므로 큰 손상을 입게 된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신석기 시대에 미늘을 발명함으로써 큰 혁신을 이루었을 것이다. 어느 머리 좋은 선사시대인이 오랜 고민 끝에 생각해 냈을지도 모르지만, 도깨비바늘과 같은 자연물을 모방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당시에 돋보기가 있는 것은 아니니 그 구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모방하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오마이뉴스] 인류 최초 낚싯바늘이 불러온 혁신(2021년 12월 21일) - 결합식낚시(이음낚시)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참조해도 좋다.
나의 도메인명인 GenoGlobe가 표방하는 정신이 바로 '생명으로부터 배움(Learning from Lives)'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 챗GPT에게 물어보니 이는 다소 모호한 영어 표현이라서 이보다는 "Learning from living beings" 또는 "Learning from living creatures"가 더 적합한 표현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생명체와 삶 전부를 아우르는 다소 중의적인 표현을 의도했으니 그냥 두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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