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발 서울행 08시 15분 열차가 잠시 후 5번 홈에서 출발합니다."'~발(發)/~행(行)'은 원래 이런 상황에서 주로 듣던 말이다. 교통 수단의 출발지와 종착지를 뜻하는 낱말 뒤에 붙여서 쓰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그것도 주로 대중 교통에나 붙였다. 자가용 승용차를 몰면서 '서울행'이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 간혹 모임을 끝내면서 승용차에 사람을 나누어 태울 때 '제 차는 서울행입니다. 가실 분은 여기 타세요'라고 할 수는 있다.
요즘은 사람들이 매우 개인주의화되어서 어지간히 친한 사람이 아니면 차에 동승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조수석에 앉아서 졸고 있기도 민망하고, 수고비+기름값(+고속도로 통행료까지?)을 분담하려면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소액을 주고받기가 편해서 오히려 공동 비용을 나누어 내는 것에 사람들이 더욱 익숙해졌는지는 모르겠다. 1/N을 정확히 따지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사람끼리 공간을 공용하는 것은 지극히 꺼리는 것이 요즘의 세태라고 하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하숙방도 거의 사라지고 기숙사도 1인실을 선호하지 않던가.
언제부턴가 '~향(向)'이라는 말이 눈에 점점 뜨이기 시작했다. 나의 경험으로는 전자제품 해회 직구 사이트로 잘 알려진 익스펜시스(Expansys인데 왜 익스'펜'시스라고 적는지 모르겠다)에서 특정 국가의 방식에 맞게 제조된 휴대폰을 일컬을 때 처음 보게 된 것 같다. 즉 '미국향 스마트폰'하는 식으로 말이다. 어쩌면 수출입을 분야에서는 제품을 수출하게 될 대상 국가를 나타내는 말로서 아주 오래 전부터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국가에서 서비스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품이 제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 말이 지금까지도 매우 어색하다.
[연합뉴스TV] 사랑제일교회발 확진자 400명 넘어... 전광훈 입원요즘 아주 흔하게 접하는 기사 제목이다. 사랑제일교회에서 비롯된 모든 확진자를 나타내기 위해 '사랑제일교회발'이라는 표현을 썼다. 만약 '사랑제일교회 확진자'라고 하면 그 교회의 신도나 직접적인 관계자로서 교회 모임을 통해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만을 뜻하게 된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발 확진자'라고 하면 사랑제일교회를 통해서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2차 감염을 일으킨 사람까지를 전부 포함하게 된다. '~발(發)'이라는 단음절 한자 하나가 낱말 뒤에 붙어서 매우 포괄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발(發)'의 쓰임새 자체가 나에게는 매우 어색하다는 것이다. 나만 그런가? '서울발/대전발/부산발/로스앤젤레스발' 이런 쓰임새 말고는 도저히 자연스럽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사랑제일교회에서 비롯된 확진자 400명 넘어이것이 훨씬 자연스럽지 않을까? 좁은 휴대폰 화면에 제목이 두 줄 이내가 되도록 만들려고 하니 지나치게 함축적인 표현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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