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수요집회 있지 않아야...운동방식도 바꿔야"
제목을 보고 무슨 의미인지를 한참 생각했다. 자기의 생각을 나타내는 말로서 '~가 있어야'라는 표현, 혹은 그 반대로 '~는 없애야(또는 없어야)'는 매우 흔하게 쓰인다. 그런데 '있지 않아야'라니? 만약 이 기사를 글이 아니라 음성으로 전달한다면, 십중팔구는 '잊지 않아야'로 생각할 것이다.
본문을 읽어보니 이용수 할머니가 수요집회를 더 이상 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말한 것 같다. 아마도 할머니가 이야기한 그대로를 기사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보통 우리말 표현에서 '있지 않다'는 '~을 하고 있지 않다' 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야'라는 표현 정도에만 쓰일 뿐, 존재를 뜻하는 '있다'의 부정형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없다'라는 탁월한 낱말이 있기 때문이다.
'없다'와 '모르다'라는 낱말이 있다는 것이 우리말의 큰 특징이라 생각한다. 다른 아시아 언어는 잘 모르겠고, 영어에서는 각각 '있다'와 '알다'의 부정 표현으로 이것을 대신한다. 'absent'와 'ignorant of'가 있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수요집회는 더 이상 없어야 또는이렇게 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다. 사족이지만 한글에는 이탤릭체, 즉 기울임체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혹시 우리말을 배우기 시작한 외국인이 '~하고 있다'의 부정형태로서 '~하고 없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지는 않을까? '1도 없다'는 말이 순식간에 퍼진 것처럼.
수요집회는 없애야
장마가 기록적으로 길어지면서 전국적으로 비 피해가 심각하다. 홍수와 산사태로 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였고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도 적지 않다. 그런데 어떤 기사에서는 산사태의 토사물을 치운다는 제목을 뽑아 놓았다. 그것도 중앙 일간지의 웹사이트에 실린 기사였다.
토사(土砂)는 말 그대로 흙과 모래를 말한다. 퇴적물(堆積物)이란 낱말이 있듯이, 산사태로 떠밀려온 흙과 모래 더미를 토사물(土砂-物)이라고 표현한 모양이다. 그런데, 토사물(吐瀉物)은 원래 있는 단어이다. 다음 사전을 찾아보면 '먹은 것을 삭이지 못하고 도로 토해 낸 위의 내용물'이라는 뜻이다. 산사태로 쏟아져 내린 흙과 모래를 토사물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문제의 기사 제목은 그 후 금방 수정되었다. 하지만 구글에서 검색을 해 보면 '산사태 토사물'이라는 글이 남아서 돌아다닌다. 이 글을 보면 왠지 구역질이 난다. 밤사이 취객이 길거리에 쏟아놓은 시뻘건 그 무엇 - 가끔 출근길에서 비둘기가 이것을 쪼고 있는 모습을 본다(우웩!) - 이 바로 토사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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