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6일 일요일

샤워기 수전 갈기

전기와 관련된 것을 직접 수리하는 것은 꽤 자신이 있지만 배관, 특히 상수도와 관련된 것은 늘 자신이 없었다. 좌변기를 바닥에 고정하는 백시멘트 작업도 몇 번 해 보아서 예쁘게 마감은 못하더라도 그럭저럭은 하는 편이다.

왜 상수도 관련 배관을 주저하는가? 연결 부위를 적절한 토크로 체결하여 상당한 수압임에도 불구하고 물이 새지 않아야 하고, 나사산이 망가질 정도로 너무 세게 조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세면대 수전 교체(수전 전체 및 카트리지만 교체하는 것 전부)는 별 어려움을 겪지 않고 한 번 해 보았었다. 가장 좌절을 겪었었던 것은 변기 물탱크로 물을 공급하는 고압 호스를 교체하다가 사고를 친 순간이었다. 사실 이건 내가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니었다. 관붙이 앵글 밸브에서 고압호스를 분리하려고 너트 부분에 스패너를 대고 돌리는 순간, 앵글밸브를 벽에 매립된 파이프에 연결하는 이음매(나사산) 부분이 부서져 버린 것이다. 그와 동시에 물이 수직으로 분출되어 나왔다. 업자를 불러서 파이프 속에 박힌 부서진 부품 조각을 돌려 빼기 전까지 화장실을 쓸 수가 없었다. 1월 1일 연휴 기간 동안이라 그 난감함이란!
관붙이 앵글 밸브란 이런 것이다. 그림 출처.

그래서 샤워기 수전이 문제가 생긴 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자가 교체를 할 엄두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전 모델 명을 알아내어 카트리지만 바꿔야 되겠다고 소극적으로 마음을 먹고 있다가 더운 여름 날에 찬 물로 샤워를 하지 못하는 가족의 불편함을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미안한 마음으로 교체에 착수하였다. 철물점에서 샤워기 수전을 구입하여 작업 시작! 인터넷을 검색하여 교체 방법을 설명한 글을 두 개 정도 찾아보았다.

작업의 결과. 지저분한 화장실이 돋보이지 않도록 사진에 약간의 수정을 가했다.
 테플론 테이프를 적절한 두께로 감는 것이 힘들었다. 벽면 수도관과 수전 본체 사이를 연결하는 Z자 형의 부속('편심'이라고들 부른다)이 적절한 각도를 이루어서 본체의 냉온수 구멍과 잘 일치해야 한다. 그 상태에서 Z자 형 부속이 벽면의 수도관 나사와 알맞게 체결된 상태여야 하기 때문이다. 물이 새지 않을 정도로 돌려서 꽉 조였는데 본체의 구멍 간격에 맞지 않으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저 부속이 이름이 단순히 '편심'일리가 없다. 편심은 두 파이프의 중심이 어긋나 있음을 뜻하는 말일 뿐이다. 좀 더 검색을 해 보니 '편심 유니온'이라는 명칭이 보인다.

난이도가 약간은 있는 작업이었으나 그렇게 겁을 내고 오랫동안 미룰 일은 결코 아니었었다. 테플론 테이프를 감는 일은 최소한 대여섯 번은 더 해 봐야 익숙해지지 않을까 한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