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던 70년대에는 아버지께서 매월 사다주시는 월간지 <어깨동무>를 읽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재미난 기사와 만화도 재미있었지만, 이번달에는 어떤 '별책부록'이 딸려오는지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간단한 완구나 과학교재 수준의 물건들이 될 것이다. 학교앞 문구점에서 팔던 장난감에 비해서는 조금 더 질이 좋았던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은 이러한 별책부록이 잡지의 판매부수를 올리는 효자 노릇을 했을 것이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단행본과 잡지 시장은 매우 어렵다. 한때 여성지는 매년 말에 가계부를 끼우주는 것이 관례였는데 요즘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요즘 커피 소비가 부쩍 늘면서 달달한 믹스형 인스턴트 커피 말고도 다양한 취향의 커피 제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마트에 가면 이번달에는 어떤 커피를 살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제품명보다는 모델의 이름과 얼굴로 기억하는 경우가 더 많다. 몇 개월 전에 구입한 네슬레의 '수지' 커피는 내 취향에 잘 맞지 않았다... 뭐 이런 식이다. 이번에는 '김태희'로 할 것인가, 혹은 '김연아'로 할 것인가?
대용량 포장의 커피에는 사은품이 종종 붙어있다. 한동안은 텀블러가 많았다. 몇 번의 구매를 거치면서 집과 사무실에는 쓰지않는 텀블러가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일회용 컵의 사용을 줄이고자 텀블러를 주는 것은 좋은 취지이기는 한데, 커피를 살 때마다 텀블러가 하나씩 늘어나니 오히려 처치 곤란의 상태가 되었다. 이걸 다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일회용품을 대신하고자 만든 물건이 오히려 쓰레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난주에는 색다른 사은품이 있는 커피를 구입하게 되었다. 건전지로 작동하는 거품기가 들어있는 카페라테 기구였다. 제작 단가가 몇천원은 될 터인데, 한 상자에 2만원도 안하는 커피에 어떻게 이런 물건을 끼워주는 것이 가능할까? 그만큼 커피값 자체에 거품이 많다는 뜻일까?
사은품을 원치 않는 소비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사은품만 쏙 뺀 상품을 구입하면 될까? 그러면 소비자는 사은품 값어치만큼의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울며 겨자먹기로 사은품이 끼워진 상품을 사지 않을 수 없다(마트에는 사은품이 없는 대용량 제품은 눈에 띄지 않았었다).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차라리 일정 기간 동안에만 사은품을 주는 것이 옳다. 이렇게 항상 사은품을 줄 것이라면, 사은품 없이 가격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쩌면 마트의 시식 행사도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비용을 발생하고 있을 것이고, 모르는 사이에 제품의 가격에 반영되고 있을 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언제까지 유효할까? 흔적을 적게 남기는 현명한 소비가 자리잡기를 바란다면 너무 고지식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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