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9일 화요일

PCL86(=14GW8) 수퍼 트라이오드 결선 진공관 앰프에 4옴 출력단자를 달다

엘레파츠에서 바인딩 포스트를 몇 조 구입하여 단자 설치 작업에 돌입하였다. 새시 뒷면에 구멍을 뚫고 바인딩 포스트를 고정한 뒤 트랜스 출력선을 조금 연장하여 단자에 연결하였다. 나의 주 특기는 구멍을 똑바로 뚫지 못한다는 것. 게다가 바인딩 포스트의 부속 몇 개를 깜빡 잊어버리고는 납땜을 마치고 말았다. 섀시 안쪽에서 와셔를 끼우지 않은 상태로 너트를 조이고 만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바깥쪽에는 두꺼운 금속 링을 삽입해야 하는데 와셔를 끼우고 말았다. 남은 부속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납땜을 다 풀고 제대로 조립을 하자니 너무 막막하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그때 완벽하게 고치도록 하자.


바깥쪽의 초록색 단자가 4옴 스피커를 위한 출력 단자이다.  그라운드-4옴-8옴 순으로 배열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일부러 기존의 단자를 해체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색상을 달리 하였으니 혼동될 일은 없다.



역시 내가 장착한 초록색 4옴 단자는 나머지 단자와 정렬을 하지 못하고 약간 아래로 처졌다. 좌우 간격을 맞추는 데에는 거의 성공했으나 높이를 맞추지 못하다니! 그러나 평상시에는 단자들은 전부 뒤로 돌아서 내 시선을 피해 있을 것이니 대충 이대로 참고 살도록 하자.

이제 4옴 단자를 달았으니 앞으로 새로운 자작 스피커를 만들게 되면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질 것이다. 

2016년 7월 15일 금요일

네이버와 카카오톡의 재가입 문제

오디오 관련 네이버 카페를 지나치게 들락거리는 것이 시간 낭비라 생각되어 근본적인 대책으로서 네이버를 아예 탈퇴해 버렸다. 네이버의 개인 블로그에 꽤 많은 콘텐츠가 있었기에 이를 백업 후 전부 지우는 것을 상당히 망설였었다. 간혹 개인을 짐작할 수 있는 정보를 전혀 노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활발히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떳떳하게 자신을 노출한다는 철학에 입각해서 블로그를 써 왔었다. 그러나 이것들이 내 이름을 걸고 영원히 웹 상에 머무를만큼 가치있는 글이었는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게 되면서 과감하게 백업을 하고 전부 지웠다. 구글 블로그는 예외로 하자. 현재의 유일한 개인 표현 수단이고, 취미는 물론 업무와 관련하여 공유해도 유익할 만한 자료를 올리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완전히 탈퇴를 한 뒤에도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전에 가입했던 카페를 수시로 방문한다. 그런데 최근 며칠 들어서 로그인한 상태가 아니면 아예 내용을 볼 수 없는 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카페 운영자의 전략인지, 네이버의 전략인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카페 글쓰기 설정에서 <카페 회원에게만 열람 가능>이 기본으로 잡혀 있다면(혹은 최근에 기본 설정을 바꾸었는지도 모른다), 대다수의 글 작성자들은 클릭을 한번 더 해서 <전체 공개>로 굳이 바꿀 이유가 없으니 폐쇄적인 글이 점점 늘어갈 것이다. 네이버라는 공룡 포탈의 운영자라면 더 많은 사람이 로그인을 하길 바랄 것임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댓글로 커뮤니티를 어지럽힐 권한이 없으면 기왕 올라온 글들은 네이버 가입 여부와 관계 없이 자유롭게 열람하게 만들면 안될까? 아니면 무료로 이용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그 정도의 '충성도'는 보여야 하지 않을까?

사실 어제는 네이버 재가입을 위한 절차의 거의 끝까지 갔다가 그만 두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정보를 다른 방법으로 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가?

카카오톡도 마찬가지이다. 간혹 여러 사람이 정보를 공유하거나 협의해야 할 때(대표적인 것은 모임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알릴 때)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별도로 연락을 해야 하므로 민폐를 끼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이러저러한 사연과 개인적인 철학으로 현재 카카오톡을 쓰지 않고 있는데, 덕분에 너댓명의 멤버를 갖고있는 동창 모임 정보에서 소원해지게 된 상태이다. 친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좀 더 집착해 보련다. 이 철학이 언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진공관 앰프에서 4옴 스피커를 위한 출력선을 찾아내다

한쪽 채널의 출력이 2-3와트에 불과한 소출력 진공관 앰프에게는 능률이 높은 스피커가 필수적이다. 스피커의 여러가지 사양 중에서 sensitivity라고 표기된 수치가 90 dB를 충분히 넘어야 한다는 뜻이다(94 dB 정도라면 금상첨화이겠으나 주변에 흔하지 않다). 이를 측정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스피커를 무향실에 설치하고 1 W(2.38 V, 주파수와 파형에 대한 기준까지는 잘 모르겠다)의 신호를 공급했을 때 스피커의 1미터 앞에서의 sound pressure level을 dB 단위로 측정한 것이다. 현대적인 트랜지스터 앰프는 87 dB 이하의 저능률 스피커를 연결해도 음악 감상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소출력 진공관 앰프는 그렇지가 않다. 문제는 이러한 고능률 스피커가 주변에 흔하지 않다는 것이다.

2년 반동안 PCL86 초삼결 앰프를 사용해 오면서 가장 곤란을 겪은 것이 바로 스피커 문제였다. 인켈의 89 dB 스탠딩형 스피커(90년대 초반에 생산된 AV 오디오용 제품이라서 덩치가 매우 크다)를 그동안 사용해 왔지만 어딘가 빈약한 소리가 늘 불만이었다. 동호회에서 구입한 풀레인지형 유닛(90 dB)으로 통을 만들어서 연결도 해 보았으나 임피던스가 4옴이라서 험도 약간 더 크게 들리고 어딘가 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같은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앰프에는 8옴 스피커용 단자밖에는 나와있지 않다.

출력 트랜스에서는 분명이 3개의 선이 나온다. 이 중에 하나는 분명히 4옴 스피커를 위한 것일게다. 예전에 앰프의 바닥판을 열어 본 일이 있다. 그랬더니 출력 트랜스의 3개 선 중 하나는 스피커 (-) 단자에, 나머지 2개는 (+) 단자에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니, 4옴과 8옴 출력선을 하나로 이어버렸단 말인가? 이게 말이 되나? 궁금증만을 수북하게 남긴 상태로 다시 뚜껑을 덮었다.

그 이후로 족히 1년은 지난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출력 트랜스의 4옴과 8옴 단자를 전기적으로 이어버린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어쩌면 전선을 정리하기 위해 단지 한 다발로 묶어놓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제 퇴근 후 다시 앰프의 속을 들여다보았다. 두 선을 묶은 케이블타이를 끊고 절연을 위해 감은 테이프를 풀러보니, 아... 그렇구나. 두 단자는 선 정리를 위해 그저 묶어만 놓은 것일 뿐, 4옴 출력선은 피복이 온전하게 남은 상태로 그 어느것과도 연결되지 않았다.

촬영 각도를 잘못 잡아서 마치 앰프가 찌그러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지극히 정상이다.


4옴 출력선에 단자 처리를 하려면 부품도 구입해야 하고 섀시에 구멍도 뚫어야 한다. 테스트를 하기 위해 선을 앰프 바깥쪽으로 꺼낸 뒤 피복을 벗기고 자작 4옴 스피커에 연결해 보았다. 4옴 스피커를 8옴 단자에 연결했을 때와 무엇이 다른가? 콕 찍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약간 더 단단하고 정돈된 소리가 나는 느낌이다. 볼륨 놉의 회전에 대한 음량의 반응도 좀 더 좋아진 것 같다. 언젠가는 클립쉬의 입문 제품과 같은 고능률 스피커를 구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말끔히 사라진 순간이었다. 풀레인지형 4옴 스피커 유닛 중에는 소출력 진공관 앰프에 응용하기 적당한 고능률 제품이 많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비싼 기성 제품을 기웃거릴 것이 아니라 자작 스피커에서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스피커의 임피던스 매칭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트랜지스터 앰프의 스피커 단자에는 보통 임피던스 표기를 하지 않는다. 낮은 옴 수의 스피커를 연결하면 좀 더 큰 소리가 난다. 이는 앰프 내부에서 더 많은 전류를 소모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너무 큰 소리로 들으면 앰프에 무리가 간다. 하지만 진공관 앰프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진공관 앰프의 출력 트랜스에는 4/8/(16)옴 단자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진공관 앰프에서는 4옴 스피커를 8옴 단자에 연결했다고 해서 소리가 확 커지고 앰프에서 열이 펄펄 나거나 하지는 않다. 다만 출력 트랜스와 스피커의 임피던스가 서로 같게 맞추었을 때 최대의 파워가 전달된다고 한다. 물론 임피던스가 맞지 않으면 재생되는 주파수 특성에 약간의 변화가 온다고 하지만 음악감상을 현저히 망치거나, 앰프를 못쓰게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다만 작동 시에 스피커 단자를 개방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을 많이 보았다. 그러나 일반 가정용 진공관 앰프에서 스피커를 바꾸어 듣기 위해 잠깐 동안 개방 상태로 두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피커 단자를 개방 상태로 두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무대용 기타 앰프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스피커의 임피던스 매칭에는 너무 과도하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임피던스라는 것이 주파수에 따라 변하는 것이니까. 한계선을 넘어간 장비(예를 들어 2W + 2W 진공관 싱글 앰프에 85 dB 스피커)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적당히 타협하면서 사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16년 7월 6일 수요일

방선균(放線菌)이란

방선균은 실 모양이고 가지를 내기도 하는 형태로 자라는 그람 양성 세균의 일종이다. 외생포자를 만드는 특성까지 있어서 곰팡이와 비슷하지만 방선균은 어디까지나 세균, 즉 원핵생물의 일종이다. 분류학적으로 보자면 방선균문(Actinobacteria, phylum)에 속한다. 방선균문과 대등한 위치에 있는 것이 바로 후벽균문(Firmicutes)이 있다.

항생물질 생산 공장으로 알려진 방선균 Streptomyces coelicolor A3(2)의 계보를 따져보자. 자료는 내가 즐겨 접속하는 NCBI Taxonomy Browser에서 가지고 왔다. -ales, -aceae로 끝나는 접미사는 정말 잘 외어지질 않는다.

Actinobacteria (phyum)
Actinobacteria (class)
Streptomycetales (order)
Streptomycetaceae (family)
Streptomyces (genus)

방선균을 영어로는 무엇이라고 하는가? Actinobacteria는 학명이다. 이는 마치 "물은 영어로 H2O라 부른다"와 비슷한 말이 된다. 일반 명사로서는 보통 복수 형태로 actinomycetes라고 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Actinobacteria(문 또는 강)에 속하는 모든 세균은 다 "방선균"인가? 장내 유용 미생물로 잘 알려진 Bifodobacterium bifidum은 Actinobacteria에 속하닌 방선균인가? 실 모양으로 자라난다는 방선균의 특성에는 잘 부합하지 않는다.

그런데 방선균의 명칭에 대해서 고민한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Cesar Sanches의 블로그 "Twisted Bacteria"에 이러한 글이 있다.

Actinomycetes and Actinobacteria

Actinomycetes는 문 혹은 강 카테고리의 Actinobacteria와 동의어로 보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1). 그렇다면 첫 글자를 소문자로 쓰면 옳지 않다. 그러나 이보다는 더욱 좁은 의미를 강조하는 입장도 있다. 즉 분류체계 상에서 목(order)에 해당하는 Actinomycetales에 속하는 미생물을 actinomycetes라 부르는 것이다(2).

국문 "방선균"은 (1)과 (2), 어느 것에 해당하는 것인가? 둘 다인가? 나도 모르겠다.

Streptomycetes는 그럼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가? Streptomycetales(order)에 속하는 세균을 일컫는 용어로 보면 될 것이다. 오늘 조사를 통해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소문자로 시작하는 streptomycete(s)와 actinomycete(s)는 최소한 학명은 아니라는 것이다. ~ales로 끝나는 목(目, order)에 속하는 세균을 통틀어 일컫는 것이다.

2016년 7월 5일 화요일

Metaphyler 결과물로 krona chart 그리기

kraken read classifier의 결과물을 krona chart로 그리는 방법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 과정을 복습해 보자. kraken의 출력 포맷은 매뉴얼 웹 페이지를 보면 나온다. 결과 파일의 두번째와 세번째 컬럼, 즉 sequence ID와 taxonomy ID를 뽑아서 새로운 파일을 하나 만든다.

cut -f2,3 kraken-results > kraken-results.krona
값을 지니는 옵션의 경우 이렇게 붙여 쓸 수도 있구나! 간혹 긴 옵션을 --longOption=value처럼 표준 형태로 쓰지 않고 --longOption value 또는 -longOption value처럼 비표준적인 방법으로 표기하는 명령어들이 있어서 가끔 짜증이 난다.

그 다음에는 이 명령어 한 줄이면 끝난다.
ktImportTaxonomy kraken-results.krona -o kraken-results.krona.html
그러면 Metaphyler의 결과 파일(*.classify.tab)을 보자.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OUTPUT:
       "prefix".classify.tab
           column 1: query sequence id
           column 2: phylogenetic marker gene name
           column 3: best reference gene hit
           column 4: % similarity with best hit
           column 5: classification rule
           column 6-10: taxonomic label at genus,family,order,class,phylum level
아이쿠, 눈으로 보기에는 좋은데 NCBI tax ID는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를 못하다. 두번째 컬럼이 tax ID를 탐색할 수 있는 유일한 키가 되는데, 유전체의 accession이 아니라 Metaphyler를 구성한 phylogenetic marker 정보이다. 실제의 형식은 NZ_AAXV01000023_61651_61292이다. 즉 genomeAccession_start_stop인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이 컬럼을 조작하여 genome accession을 뽑은 뒤 NCBI의 efetch를 이용하거나 taxonomy 파일을 전부 다운로드한 뒤 BioPerl 등을 이용하여 accession에서 tax id를 추출하는 스크립트를 짜는 것이다.

그러나 Metaphyler가 이미 계층적으로 분류한 결과물을 제공하고 있는데, 뭐하러 이런 미련한 방법을 쓰겠는가? 계층적 구조를 갖는 텍스트가 준비된 상태라면 당연히 krona tool은 이를 파싱하여 챠트를 그려낼 것이다. 그런 기능을 하는 명령어는 ktImportText이다. 사용법은 여기를 참조하라. 이제 해결 방법을 찾았다. Metaphyler의 *.classify tab에서 6번 - 10번 컬럼을 역순으로 추출하여 파일을 작성한 뒤, ktImportText에 공급하면 그만이다.
awk 'OFS="\t"{print 1, $10, $9, $8, $7, $6}' classify.tab > test.result
ktImportText test.result -o test.html
나머지 컬럼의 값이 같은 것을 전부 세어서 첫번째 컬럼의 숫자로 삼으면 test.result 파일이 훨씬 간단해질 것이다. 자, 그럼 firefox를 띄워 보자. 휼륭하다!


내가 쓸 줄 아는 스크립트는 Perl이 전부이니 언젠가는 Bio::DB::Taxonomy를 이용한 간단한 스크립트를 작성해 봐야 한다. 맨날 쓰는 것이라고는 Bio::Seq(IO)가 전부이니 원...


<마이너스>의 손, 또다시 무엇인가를 망가뜨리고 말다

약간의 불편함을 개선해 보겠노라고 공구를 다시 손에 쥔 것이 애초에 잘못된 것이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거의 없다. 알리익스프레스/이베이에서 배송비를 포함, 10달러 남짓에 팔리는 물건에 무슨 기대를 하겠는가? 간혹 놀라운 가격대비 성능비를 보이는 물건이 오기도 하지만, 경험을 더듬어보니 1/3 정도는 쓰기 곤란한 물건이었다. 이를 고쳐보겠노라고 '칼'을 들었다가 제대로 원하는 결과를 얻는 일이 있는가? 단 한번도 없었다. 물건은 물건대로 못쓰게 되고, 나 또한 자존심만 상한 상태로 다시는 이런 DIY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게 만드니 말이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NE5532 buffer amplifier board가 역시 그러하였다. 볼륨 조정용 포텐셔미터가 없는 앰프 보드의 전단에 접속할 목적으로 구입을 했지만 놉을 최소 위치에 두어도 미세하게 소리가 날 뿐만 아니라 저음량 위치에서는 좌우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저가형 포텐셔미터가 채용된 때문이라 생각하고 보드에서 이를 떼어내고 갖고 있는 부품으로 갈아보겠다고 가벼이 마음을 먹은 것이 고난의 연속이었다. 6개의 발이 달린 포텐셔미터를 기판에서 떼는 것부터가 쉬운 노릇이 아니었고(부품 자체를 부수지 않고는 난 이 일을 도저히 하지 못한다), 뗴어낸 뒤 기판의 구멍에서 납은 납을 깨끗이 제거하여 구멍을 드러나게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겨우 다른 포텐셔미터에 6개의 전선을 납땜하여 연결을 해 보았으나 기판쪽 납땜이 잘못되었는지 소리는 더 엉망진창이 되었다.


재능이 없다면 너무 매달리지 말자. 아니, 계속 집착함은 어쩔 도리가 없다면 그 일로 인해서 스트레스는 받지 말자.

2016년 7월 1일 금요일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와 색소폰 주자 존 콜트레인

살아가는 시대도 다르고 연주하는 음악의 장르도 다른 이 두사람의 연주자가 왜 이번 포스팅의 제목에 나란히 올라왔을까? 나는 아내와 함께 한달에 한차례 정도 대전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대전시립교향악단 연주회에 참석하면서 공연 시작 전 남는 시간에 공연장 안에 있는 음반점에 들르고는 한다. 어제(2016년 6월 30일)는 독일 출신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의 연주가 있었고, 이날 산 음반이 존 콜트레인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제 연주회의 제목은 <독일 낭만>. 브람스의 비극적 서곡, 슈만의 첼로 협주곡, 그리고 다시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 레퍼토리였다. 1988년생인 이상 엔더스의 신들린 연주는 수많은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첼로와 더불어 노래를 하듯이, 혹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춤을 추듯이, 장중하고도 현란한 연주를 펼쳤으며 앵콜곡이었던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알르망드(곡명이 맞는지 모르겠다)의 여운 또한 감동적이었다. 첼로를 가지고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정말 훌륭한 공연이었다. Isang Enders라는 이름과 동양적인 외모에 궁금증이 생겨서 검색을 해 보니 어머니가 한국인이었다. <월간 객석>에 소개되었던 인터뷰 기사(링크)를 소개한다. 물론 브람스의 곡도 아주 좋았다. 최근에 관람한 대전 시향의 공연 중 베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요즘 나는 재즈 음악을 '듣는 것을 배워 나가는 중'이다. 카페에서 흘러나올법한 귀에 편안한 음악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주말 자정에 방송되는 황덕호씨의 <재즈 수첩>을 통해 배웠다고나 할까. 리 릿나워, 데이브 그루신, 래리 칼튼, 포플레이, 팻 메스니 등 비교적 듣기에 편안한 퓨전/스무드/컨템퍼러리 곡들을 거쳐서 이제 60년대 모던 재즈의 황금기를 장식한 유명 연주가들의 음악을 하나씩 듣기 시작하였다. 가장 먼저 구입한 것이 마일스 데이비스의 도쿄 공연 앨범이었고, 어제 구입한 것은 컴필레이션 앨범인 (소개 링크)이다. 관악 파트를 제외한 피아노, 드럼 등의 녹음 상태가 내 기준으로는 약간 불만인데(당시 녹음된 음원을 좀 더 들어본다면 이것이 매우 정상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만) 전부 50년대 말에 녹음된 것이니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