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3km의 저녁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땀을 식히고 있는데 TV에서는 기안84가 러닝 크루(션과 이영표 등 유명인이 포함된 '언노운 크루')와 함께 15km에 달하는 아침 달리기를 마치고 야외 수영장으로 향하는 장면이 나왔다. 아침식사를 대신하여 수영장 매점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모습을 보면서, 서울이 아닌 광역시에 사는 주민으로서는 이러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방송의 역효과를 다시 한번 느꼈다.
방송에 소개된 이번 15km 아침 달리기의 페이스는 5분 30초 정도라고 하였다. 5분대라! 기가 죽는다. 이제 달리기 입문 13개월차를 마친 나는 페이스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서 지난 몇 달 동안 가장 초라한 기록이 되었다.
8월 달린 거리는 공식 82.17km이다. |
8월 29일의 달리기에서는 런데이 앱을 잘못 조작해서 6km 정도 달린 기록이 날아가고 말았다. 대단히 아쉽다. 위에서 보인 화면 캡쳐의 기록(82.17km)에서 이를 더해야 된다. 매달 80km를 조금 넘게 달리고 있는데 평균 페이스는 지난 4월과 5월의 6분 15초를 정점으로 찍은 뒤 계속 나빠지고 있다.
약간 느리게 달린 만큼 평소 피로도는 조금 적어졌다. 나의 경우에 달리는 도중 체력 소모 정도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준비운동 여부와 기온이다. 유난히 길고 더운 여름이었지만 이제 가을로 접어들었으니 기록도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믿는다.
측정이라는 행위가 개입하면서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워진다는 글을 최근 읽은 책(저드슨 브루어, 『식탐 해방: 살찌지 않는 뇌를 만드는 21일 식습관 혁명』에서 본 기억이 있다. 그렇다 해도 지금의 페이스는 너무 느리다. 6분 30초를 유지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마음을 가다듬고 달리기에 새로 입문한다는 기분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A step too far? How fitness trackers can take over our lives by James Tapper, 가디언 2019년 11월 10일
우리는 모두 아마추어 심리학자, 민속 심리학자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는 통계학자가 아니고, 자기 데이터를 해석하는 전문가도 아니라는 점이에요. 그래서 잘못된 결론을 내리기 쉽습니다. 톰 캘버트, 에딘버러대 비즈니스스쿨
Quantified Self(QS)는 개인의 신체, 행동, 생활 패턴을 수치화하여 기록하고 분석하는 운동 또는 문화를 말한다. 2007년 Wired의 편집자 개리 울프와 케빈 켈리가 모임/블로그 이름으로 창안한 용어이며, 다음에서 두 번째로 보인 2009년 울프의 Wired 기사를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What is The Quantified Self? by Gary Wolf, 2007년 3월 3일
Know Thyself: Tracking Every Facet of Life, from Sleet to Mood to Pain, 24/7/365 2009년 Wired
웨어러블 센싱 기반의 Quantified Self 기술 동향 전자통신분석동향 2015년
내가 사용하는 런데이 앱도 QS의 실제 수단이다. 기대되는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데이터에 집착하느라 즐거움이 사라지는 부작용도 있으며, 건강 관리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게 된다. 바로 알린 T. 제로니머스가 Weathering 이론(『불평등은 어떻게 몸을 갉아먹는가』)에서 밝혔듯이 개인 책임 내러티브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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