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4일 월요일

[KORG X2 Self-Repair] 마무리 -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돌고 돌아서 간단한 MIDI 기기 DIY를 위한 아두이노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 것인가?

약 한 달에 걸친 KORG X2 Music Workstation(신시사이저)의 자가 수리를 마쳤다. 아날로그 출력단에서 들리는 잡음을 잡아보겠다는 당초의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하지는 못하였다. 정확한 원인 진단도 어려운데다가, 설사 원인을 알아냈다 해도 이를 고치는 것은 내 기술 수준으로 함부로 접근할 영역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앰프 DIY 경험을 통해 쌓은 얄팍한 전원회로 관련 지식으로 겨우 약간의 개선을 이루었을 뿐이다. 복잡한 디지털 회로 안에서 사운드를 만들어 아날로그 회로로 내 보내기 직전까지의 단계에서 문제가 벌어졌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eBay에서 해당 중고 보드를 구해서 교체하는 것 말고는.

그렇지만 2025년 벚꽃 시즌 동안 벌어진 나의 노력이 전혀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작동 상태가 좋지 않았던 tactile switch를 전부 고쳤기 때문에 속이 다 시원하다. LCD 백라이팅용 EL 시트의 전원공급회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던 것도 의미가 있다.

전원보드의 일부를 현대적인 '쪽보드'로 고침으로서 220V 작동 기기로 완벽한 변신을 이루었다. 특히 오랜 시간이 흘러 언제든 문제를 일으켜도 이상할 것이 없는 전원보드의 핵심 부품을 교체하는 성과를 이루었고, 오리지널 보드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전원보드에 대해서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일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Dream의 SAM9703(데이터 시트 PDF)을 이용한 음원 보드 관련 작업물을 다시 꺼내들게 되었다. 

SAM9703 데이터시트 1쪽.



이 물건은 '미디라이프'라는 회사에서 만들었던 Artist Sequence Interface(모델명은 ML-20; 2 port 32 channel sound & wave)에 내부 음원으로 들어 있는 보드 형태의 부품이다. ML-20은 라이브 연주자를 위한 일종의 반주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용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와 패러랠 케이블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고, MIDI 신호는 내장 음원(SAM9703)이나 외부 장비로 보낼 수 있다. 그리고 별도의 TV/VGA 단자를 통해 모니터로 악보 정보를 내보내는 그런 장비이다. 인터넷 상에 남아 있는 정보는 거의 없다. 지금은 개점 휴업 상태인 미디라이프 다음 카페에 반주기 소개와 매뉴얼 및 사진 자료가 있을 뿐이다.

SAM9703이 포함된 보드는 DAC가 포함되어 상태로 금영 코러스라는 노래방 기계에 널리 쓰였다고 한다. 이것을 떼어내서 DOS 게임용 배경음악을 재생하는 용도로 가공하여 쓰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내가 이 일에 흥미를 갖게 된 것도 이러한 선구자들 덕분이었다.

2020년 가을, MIDI 신호를 입력하는 회로를 구성하여 재생이 이루어지는 것까지 확인만 하고 뚜껑을 닫아서 멀리 치워 놓고서는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다. 당시 이 보드를 직접 작동하는 회로를 만들기 위해 네이버 '도스 박물관' 카페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내 블로그에도 작업 진행 상황을 정리하여 올리고는 하였다. 브레드보드에 프로토타이핑만 해 놓은 상태라서 그런지 접촉이 좋지 않아서 동작이 약간 불안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사실 뚜껑을 덮은 뒤 동작이 원활하지 않아서 내다 버리기로 생각하고 발코니에 방치하고는 몇 년이 지난 것을 최근에 X2 수리 작업을 하면서 다시 관심이 생겨서 되살려보기로 하였다.

2020년 가을에 이 개조한 기기를 이용하여 MIDI 파일을 재생하여 녹음해 둔 것에 며칠 전 화면을 붙여 유튜브에 올렸다.



노트북 컴퓨터와 개조한 ML-20을 오랜만에 USB MIDI 케이블로 연결한 다음 컴퓨터의 MidiEditor 프로그램에서 몇 가지 MIDI 파일을 재생해 보았다. SAM9703의 소리를 거의 5년 만에 들어본다. 이 프로그램은 MIDI 편집기에 해당하므로 단순한 재생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매번 설정에서 MIDI out을 USB MIDI cable로 바꾸어 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탐색기에서 MIDI file을 더블클릭하여 Windows Media Player Legacy를 실행하되 외부 MIDI 기기로 신호를 내보낼 수는 없을까? 최근의 Windows에서는 MIDI mapper에 해당하는 것을 제공하지 않아서 무조건 컴퓨터의 내장 Wavetable Synth로 재생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MIDI out setter를 사용하여 USB MIDI cable을 기본으로 설정하니 매우 편리하다. 한번 이렇게 맞춰 놓으면, MIDI cable을 뺐다가 나중에 다시 끼워도 기본 MIDI 기기로 동작하게 된다.

이번에는 X2와 개조한 ML-20을 MIDI 케이블로 연결하여 연주해 보았다. 5년 전의 테스트에서는 버려진 MIDI 키보드를 연결하였던 경험이 전부였다. 당연하게도 잘 작동한다. 키보드에서 채널과 프로그램 전환은 가능하지만, 뱅크 전환까지는 곤란한 것 같다. 사실 [SAM9703 + GMS963200-B 사운드 롬] 조합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성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variation sound까지 꺼내서 쓸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애를 쓸 가치는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GM MID file을 재생하는 용도로 손색이 없고, 아두이노를 응용하여 MIDI 관련 DIY를 하기에 아주 적합한 물건이라서 당분간 더 내 곁에 두기로 하였다. 예를 들어 MIDI looper/sequencer를 만들어 본다거나... 유튜브에 널린 MIDI controller DIY 관련 입문 비디오를 통해서 무엇을 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공부해 나가면 좋을 것이다.

당장 해 볼 수 있는 작업은 헤드폰 앰프를 달아 주는 것. 현재는 RCA out 단자뿐이라서 앰프를 연결해야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헤드폰 앰프 보드의 실례. 빈 공간에 넣기 적당하며, 내부에서 5V/12V를 제공하므로 전원을 따기에도 좋다.

그뿐만 아니라 내부의 '주기판'에 해당하는 것도 실은 거기에 붙어 있는 MIDI 단자와 RCA 단자만 사용하고 있는 셈이니,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적당히 처리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주기판의 수많은 칩에서 괜히 전기만 소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4월 15일 업데이트

이렇게 훌륭한 MIDI Player 소프트웨어가 있다는 것을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니... 최신 Windows 환경에서도 MIDI out 경로를 자유자재로 지정함은 물론이요, 심지어 사운드폰트를 로딩하여 쓰는 것도 가능하다. 마치 리눅스의 Fluidsynth를 다른 부가 기능과 함께 Windows로 가져온 느낌이다.

Free Windows software from Falco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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