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적지 않게 내렸던 지난 토요일, 대청호 방향으로 잠시 나들이를 했다가 문득 구즉도서관에 가고 싶어졌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 필독 도서를 빌리기 위해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곳이 바로 여기였다. 그 후로는 아내와 함께 읽을 책을 빌리러 대출 기간인 2주마다 거의 항상 들렀었다. 그러다가 두 차례의 수도권 파견 근무를 장기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발길이 끊어졌었다.
오랜만에 들른 도서관에서 대출 절차를 다시 물어 보았다. 회원카드를 소지하지 않고 급작스럽게 방문했지만 휴대폰으로 유성구통합도서관 웹사이트에 접속한 뒤 QR 코드를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된다고 친절한 설명을 들었다. 로그인을 위한 ID와 패스워드를 다시 설정하느라 열람석에 앉아서 약간의 시간을 소비하였다. 소셜 로그인 서비스나 생체 인증을 도입하면 안 될까? 회원으로 가입한 각 사이트마다 ID와 암호를 기억해야 하는 상황은 거의 '재난'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록으로 남은 마지막 도서 대출은 2021년 12월 26일이었다. 2007년 1월부터 이때까지 총 517권의 책을 대출하였다. 이 블로그에도 '독서 기록' 또는 '독서기록'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글이 꽤 있다.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가끔 들춰 봐야 되겠다.
500여 권의 책 중에서 다른 식구가 볼 것을 내 이름으로 빌린 것도 꽤 있으니 아마도 이중에서 1/3에서 절반 정도를 내가 실제로 읽었을 것이다. 물론 빌리기만 하고 읽지 못한 책도 꽤 많았다. 목록을 잠시 훑어 보았다. 아내와 나는 독서 취향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책 제목을 보면 누가 빌렸는지는 대충 짐직할 수 있다. 읽은 기억이 어렴풋하게 나는 책도 있고, '정말 이런 책을 내가 빌렸었던가' 싶은 것도 적지 않았다.
이 사진은 구즉도서관이 아니라 KAIST 장영신학생회관(N13-1)의 북카페에서 찍었다. 무엇이든 인증샷을 찍고 공개해야 하는 이 복잡한 세상에서 '서가' 인증샷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 책 좀 읽는 교양 있는 사람이야'를 자랑하고 싶음인가? 어찌보면 나 역시 이런 소소한 자랑질의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임을 고백함에 다르지 않다. |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서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노트북 컴퓨터로 글을 쓰고, 그러다가 밤 9시 반이 되면 이틀에 한 번꼴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최근에는 독서에 여간 게을러진 것이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틈틈이 베이스 연습을 비롯한 음악 작업에 납땜까지 곁들이고 있으니... 구입한지 몇 달이 지나도록 다 읽지 못한 마이클 샌델의 책부터 빨리 읽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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