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7일 월요일

다시 찾은 도서관

비가 적지 않게 내렸던 지난 토요일, 대청호 방향으로 잠시 나들이를 했다가 문득 구즉도서관에 가고 싶어졌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 필독 도서를 빌리기 위해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곳이 바로 여기였다. 그 후로는 아내와 함께 읽을 책을 빌리러 대출 기간인 2주마다 거의 항상 들렀었다. 그러다가 두 차례의 수도권 파견 근무를 장기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발길이 끊어졌었다.

오랜만에 들른 도서관에서 대출 절차를 다시 물어 보았다. 회원카드를 소지하지 않고 급작스럽게 방문했지만 휴대폰으로 유성구통합도서관 웹사이트에 접속한 뒤 QR 코드를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된다고 친절한 설명을 들었다. 로그인을 위한 ID와 패스워드를 다시 설정하느라 열람석에 앉아서 약간의 시간을 소비하였다. 소셜 로그인 서비스나 생체 인증을 도입하면 안 될까? 회원으로 가입한 각 사이트마다 ID와 암호를 기억해야 하는 상황은 거의 '재난'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록으로 남은 마지막 도서 대출은 2021년 12월 26일이었다. 2007년 1월부터 이때까지 총 517권의 책을 대출하였다. 이 블로그에도 '독서 기록' 또는 '독서기록'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글이 꽤 있다.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가끔 들춰 봐야 되겠다.

500여 권의 책 중에서 다른 식구가 볼 것을 내 이름으로 빌린 것도 꽤 있으니 아마도 이중에서 1/3에서 절반 정도를 내가 실제로 읽었을 것이다. 물론 빌리기만 하고 읽지 못한 책도 꽤 많았다. 목록을 잠시 훑어 보았다. 아내와 나는 독서 취향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책 제목을 보면 누가 빌렸는지는 대충 짐직할 수 있다. 읽은 기억이 어렴풋하게 나는 책도 있고, '정말 이런 책을 내가 빌렸었던가' 싶은 것도 적지 않았다. 

이 사진은 구즉도서관이 아니라 KAIST 장영신학생회관(N13-1)의 북카페에서 찍었다. 무엇이든 인증샷을 찍고 공개해야 하는 이 복잡한 세상에서 '서가' 인증샷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 책 좀 읽는 교양 있는 사람이야'를 자랑하고 싶음인가? 어찌보면 나 역시 이런 소소한 자랑질의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임을 고백함에 다르지 않다.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서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노트북 컴퓨터로 글을 쓰고, 그러다가 밤 9시 반이 되면 이틀에 한 번꼴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최근에는 독서에 여간 게을러진 것이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틈틈이 베이스 연습을 비롯한 음악 작업에 납땜까지 곁들이고 있으니... 구입한지 몇 달이 지나도록 다 읽지 못한 마이클 샌델의 책부터 빨리 읽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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