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물건까지 사게 될 줄은 몰랐다. 포장을 풀고 조립을 해 보니 생각보다 품질은 별로 좋지 못하다. 만원 짜리보다야는 낫겠지만... 아크릴 확대경이 보여주는 상은 고르지 않고, 인두 스탠드는 너무 누워 있어서 인두가 쑥 빠질 것 같았다. 포닥 시절부터 쓰던 것으로 교체하여 끼웠다. 참고로 나는 생물학자임.
Korg X2의 잡음 문제가 전원부에 있다고 생각하고 요즘 구할 수 있는 '쪽보드'를 조합하여 원하는 전압을 제공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나가면서 남은 문제는 LCD 백라이트(EL 시트)의 점등 전원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완전히 새로 만드느냐, 적당한 쪽보드를 어디서든 구하느냐... 최종 결론은 오리지널 전원 보드의 일부분만을 사용하는 것.
다음 사진에서 보인 회로도에 빨간색으로 둘러친 부분이 바로 EL 시트 점등용 교류 전압을 생성하는 부분이다. 왼쪽의 보드에서 예닐곱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영역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실은 가려진 왼쪽에 피드백 제어를 위한 회로가 더 있지만, EL 시트를 켜는 정도로 갑자기 전류가 폭주하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므로 쓰지 않기로 했다.
이 회로는 보드 내의 디지털 전원부(DC +5V)가 먹여 살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외부에서 5V를 공급하면 EL 시트를 켤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예전에 구입해 둔 손바닥만한 EL 시트가 있어서 연결을 해 보았다. 갖고 있던 커넥터가 들어가지 않아서 줄로 열심히 갈았다.
성공이다! 아니, 실패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X2의 LCD 백라이트를 연결하여 실제로 잘 켜짐을 확인하였다. 이제 남은 일은 쪽보드와 트랜스포머(220V to 12-0-12V)를 X2 내부에 잘 배치하는 것. 이를 위해서 기존 전원 보드의 부품을 대폭 걷어 내었다. 방 안에서 납땜 연기를 피우는 남편을 참아 주는 아내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납땜 연기를 빨아들일 흡연기를 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납땜 작업용 흡연기를 만들어 버릴까! 디바이스마트의 동영상을 감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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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보드의 개조가 끝나면 대략 이런 모습이 될 것이다. 위는 +/-12V 공급용 보드(SMPS 아님), 아래는 +5V 공급용 보드. |
이번 주말이면 모든 작업을 마치게 될 것이다. 내 X2는 완전히 220V용으로 거듭나게 된다. EL 시트 점등용 인버터 회로는 신시사이저의 본질과는 거리가 많다. 하지만 관련 회로를 공부하면서 발진, 즉 oscillator의 기초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릴레이를 통한 발진회로로부터 EL 시트 점등용 초간단 회로의 DIY까지...
특히 Jeri Ellsworth의 동영상(위에 보인 것 중 두 번째 'EL Power Supplies - Step-up to the Tickler')은 무려 14년 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매우 쉬우면서도 핵심을 잘 짚어주고 있다. 전자공학의 기초를 설명해 주는 친절한 인도인 유튜버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사람들과 중국의 산업 덕분에 DIYer가 점점 성장할 수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2025년 4월 12일 업데이트
납땜 스탠드에 기본 부착된 확대경(85mm, 2.5X) 품질이 너무 좋지 않아서 바꾸기로 했다. 사진으로는 표현이 잘 되지 않는데, 확대경 내부의 약 60mm 직경의 동심원 테두리를 따라서 상이 일그러져 보인다.
쿠팡에서 유리로 된 확대경을 구입하였다. 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한 치수 큰 것(100mm)를 골랐다. 10X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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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가 부드러운 재질이라서 렌즈를 빼기가 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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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직경이 커서 기존의 구조물을 풀어내고 삽입할 수가 없다. 적당히 중심을 맞추어 놓은 뒤 핫멜트로 붙여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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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물건들. |
조금 무겁지만 훨씬 좋은 상을 보여준다. 지지대가 부실한 것이 또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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