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8일 목요일

국민건강보험 공부하기 - 어려운 몇 가지 핵심 용어

보통 '급여'(給與)라고 하면 일을 하고 그 보수로 받는 돈을 떠올린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이 표제어를 찾아보자.

급여(給與)「명사」 돈이나 물품 따위를 줌. 또는 그 돈이나 물품.

어라? 물품으로도 급여를 줄 수 있구나! 그러면 의미를 확장하여 물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급여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요양'(療養)이라는 낱말을 알아보자. 이 낱말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번잡한 도시를 떠나 공기 좋은 한적한 곳에 만들어진 시설에 머물면서 병을 치료하는 모습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사전에서도 '휴양하면서 조리하여 병을 치료함'이라고 뜻풀이를 하였다.

그러면 국민건강보험법에서 말하는 '요양급여'는 뭔가? 국민건강보험법에는 요양급여를 정의하지 않고, 다만 제41조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제41조(요양급여) ①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요양급여를 실시한다.

1. 진찰ㆍ검사

2. 약제(藥劑)ㆍ치료재료의 지급

3. 처치ㆍ수술 및 그 밖의 치료

4. 예방ㆍ재활

5. 입원

6. 간호

7. 이송(移送)

쉽게 말해서 병원에서 받는 의료 서비스의 일부가 요양급여이다. 우리나라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의해 모든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역시 한적한 곳에 위치한 요양소를 떠올리면 안 됨)으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모든 병원에서 요양급여를 실시한다. 요양급여비용 중 환자는 전체의 10~30%를 낸다. 병원이나 처방을 받아서 약국에 내는 비용이 바로 이것으로서, 본인부담금이라 한다. 

의료 서비스 중 일부는 요양급여가 아니다. 예를 들자면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실시하는 행위는 건강보험 급여가 아니므로, 환자가 100%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것을 모아서 비급여대상 목록으로 고시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 2]). 근거 법령은 같은 규칙 제9조제1항(비급여대상). 진료비 또는 약제비 영수증을 보면 내가 지불한 금액(본인부담금)과 공단부담금이 각각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다(NECA [알쓸상식] 건강보험의 급여, 비급여). 민간의료보험은 본인부담금까지 지급을 해 준다. 이것이 전체 의료비를 늘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 즉 우리나라에는 하나뿐인 공보험의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우려가 높다.

자료 출처: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역할 정립을 위한 쟁점. 보건복지포럼(2017.6)


(정확히 말하자면 병상 수에 따라 병원과 의원을 구분해야 하지만, 위에서는 편의상 이를 통틀어서 '병원'이라고 하였다.)

오래전 의료보험법에에서는 보험급여를 요양급여, 장제급여 및 분만급여로 나누었지만, 현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장제급여를 제외하고 전부 요양급여라는 개념에 포함시켰다. 예전 의료보험법에는 이런 규정이 있다.

①보험의료기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보험의료기관에서 행한 요양급여에 소요된 비용(이하 “診療報酬”라 한다)을 보험자에게 청구한다.

현 국민건강보험법 기준으로 고쳐 말하자면 보험의료기관은 요양기관, 한자로 표현한 진료보수(診療報酬, 일본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알고 있음)는 요양급여비용으로 바꾸어야 한다. '요양급여에 소요된 비용'이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요양급여는 돈의 형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건강보험)수가'(酬價)는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보수로 주는 대가'라고 하였다. 국민건강보험법 자체에는 수가라는 낱말은 나오지 않는다. 건강보험에서 수가란, 의료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의미한다. 아주 복잡한 과정과 협상(매년 5월 진행)을 통해서 결정된다. (수가) = (요양급여비용)라고 보아도 되는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해 두자. 특정 의료행위의 건강보험수가는 (상대가치점수 x 환산지수 x 종별가산율 + 정책수가)라는 복잡한 공식을 따른다. 

진료의 대가로 의료공급자에게 지불되는 보상 방식을 '진료비지불제도'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행위별수가제와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및 정액수가제가 같이 쓰이고 있다. '진료'는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내가 작년에 쓴 글 '의료와 진료는 무엇이 다른가? 보건은?'을 참조하라.

개인부담, 공단부담, 비급여 등에 대해서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 요양급여 대상을 정하는 방법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 약제·치료재료(이것은 건강보험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인데 정확히 정의조차 되어 있지 않음)·의료행위에 서로 다른 방식이 적용됨 - 를 알지 못하면 현 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모든 의료 서비스가 전부 건강보험 급여인 것도 아니다. 의사는 최선의 진료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 이외의 행위를 하고 환자로부터 비용을 받으면, '사기죄'로 처벌 받을 수도 있(었)다! 지금은 판례에 의해 의학적으로 필요한 행위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아직 규제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의' 시행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는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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