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일 월요일

"영어에서 'Good job'보다 나쁜 말은 없지"

There are no two words in the English language more harmful than "good job"
영화 위플래쉬(2014)에서 테렌스 플레처 교수가 한 무서운 말이다. '잘 했어, 그만하면 됐어'라는 말은 더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중도에 주저앉게 만드는 나쁜 말이라는 뜻이 되겠다. 사실 이 영화에서 더 무서운 대사는 'Rushing or dragging?'이었지만 말이다.

이만하면 됐다! 맨 얼굴보다 화장이 나은 이유. 바니쉬를 바르기 전의 모습이다.

가르쳐 줄 스승도, 곁에서 의견을 줄 동료도 없는 상태에서 하는 취미란 혼자 궁리하고 고민하고 좌절하다가도 또 만족하는 것 아니겠는가? 퇴근 후 숙소에서 손에 수성 스테인 얼룩을 만들어 가면서 진공관 앰프 바닥 틀로 쓸 나무 상자에 색을 입히고 있다. 냄새도 없고 빨리 말라서 몇 번이고 바르면서 깊은 색을 내 보려고 애를 쓰는 중이다. 중간에 사포질도 해 가면서. 최종 마감용으로 바르려고 소용량(60 ml) 투명유광 바니쉬도 다이소에서 한 병 사왔다. 스테인 칠은 마찬가지로 다이소에서 구입한 매직 스폰지를 잘라서 사용 중이다. 이 스폰지는 표면을 약간 깎아내는 특징이 있어서 도료를 바르는 용도로는 썩 좋지는 않다.

투명유광 바니쉬를 1회 바른 후. 광택이 있음을 보이기 위한 연출이다.

약 2주에 걸쳐서 열심히 LibreCAD를 익혀서 앰프 상판용 도면도 만들어서 가공 업체에 보냈다. 잘못되었으니 고쳐서 다시 보내라는 연락이 올까봐 노심초사했는데 사장님으로부터 'Good job'에 해당하는 답변을 받았다. 이번주 안에 완성품을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다.



LibreCAD의 DXF 파일을 gmail이 그림으로 친절하게 표시해 주었다.

그래봐야 취미에 불과한 일인데 결과에 연연할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만, 그래도 한번 하려면 제대로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요즘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메이커(maker) 시대를 맞아서 익혀두면 도움이 될 소소한 기능이기도 하다.

자기 전에 한번 더 덧칠을 해야 되겠다.

2020년 3월 4일 업데이트

전원부 일부를 꾸며 넣었다. 전원 트랜스를 두 개 직렬로 연결하는 해괴망측한 조합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많은 사연을 갖고 있다.






서툴게 칠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윤기가 흐르는 나무통을 어루만지면서 강한 애착을 느꼈다. 그래, 이런 재미로 앰프를 직접 만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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