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25일 수요일

중고로 풀린 하만 카돈(Harman Kardon) 스피커 부품

설 연휴 내내 일렉트릭 기타 연습만 하다가 잠시 쉬면서 인터넷 서핑을 하는 도중 전기 및 전자 관련 DIY 용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희한한 오디오 관련 중고 물품을 파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디선가 적출해 낸 것 같은 20와트급(4옴)의 스피커 시스템을 단지 몇 천원에 판매하는 것이었다. TV 등에 들어가는 납작한 타원형 풀레인지 스피커를 판매하는 글은 아주 가끔 본 일이 있지만, 이번의 것은 남달랐다. 무엇에 쓰이던 물건일까?

출처: e-홈메이드클럽. 돔 트위터가 배송 중에 찌그러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오늘 주문한 것은 AD-68(가운데) 두 세트.

스피커 유닛 단품이 아니라 밀폐형 인클로저에 소구경 유닛 2개(1.25인치 트위터, 2인치 미드우퍼)와 드론 콘(패시브 라디에이터)이 붙어 있는 상태였다. 2인치 유닛을 미드우퍼라도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정확히 말하자면 풀레인지 스피커 유닛일 것이다. 2번 정도 나무 인클로저를 짜서 스피커를 넣어 본 짧은 자작 경험에 의하면, 만족할 만한 소리를 내기가 참 어려웠다. 그러나 이 중고 부품은 인클로저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쓸 필요가 없다. 이미 어느 정도의 소리가 나도록 설계하고 튜닝을 완료한 시스템 상태로 팔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껍데기를 씌운다면 그것은 단지 외관을 위한 것일 뿐이다. 다만 크로스오버 네트워크가 문제인데, 무극성 캐패시터를 트위터 쪽에 직렬로 하나 연결하는 간이형 네트워크를 권장하고 있다. PC용 보급형 2채널 스피커 시스템에 흔히 쓰이는 그런 방식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e-홈메이드클럽에서는 캐패시터까지 판매한다. 

적당한 앰프 모듈만 연결한다면 책상 위 모니터 양 옆에 두는 스피커, 또는 악기용 스피커로 아주 제격일 것이다. 진공관 싱글 앰프에 신시사이저나 일렉트릭 기타(이펙터 출력)를 연결하는 것은 영 이상하지 않은가. 마침 작년 여름에 블루투스 앰프 모듈 ZK-502H(링크)를 구입해 두었으니 여기에 연결하면 안성맞춤일 것이다.

이 부품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하여 검색을 해 보니 유튜버 '공돌이파파'님의 상세한 리뷰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된 상태였다. 


결론은 꽤 쓸만하다는 것이다. 공돌이파파님의 의견에 의하면 트위터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소리가 더 좋게 들렸다고 한다. 2인치 유닛이므로 상당한 수준의 고음이 나올 것을 기대해도 좋다. 다. 이 물건이 재활용품 시장에 돌아다니게 된 까닭은 AI 스피커 겸 셋톱박스인 KT 기가지니 2(GiGa Genie 2)가 회수되어 이로부터 적출된 때문이라 한다. 이미 작년 상반기쯤부터 알려지기 시작하였다고 하니 나는 다소 늦게 이 소식을 접한 셈이다. 네이버에는 이를 사용하여 스피커 DIY를 한 사례가 꽤 많이 올라와 있었다. 

가격이 얼마 되지도 않는 물건을 구입하는 데에 고민을 오래 할 필요가 없다. 당장 두 세트(4개)와 무극성 캐패시터 및 스피커 연결 단자를 주문하였다. 껍데기는 당분간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트위터가 눌리지 않게 전면부를 적당한 물건으로 살짝 가리고 고무 다리만 붙이면 실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2023년의 DIY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원래는 6V6 싱글 앰프의 제작(작년에 감은 출력트랜스포머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또는 진공관 테스터 제작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이는 최소한 몇 달 뒤 또는 내년으로 미루어질지도 모르겠다.


2023년 1월 27일 업데이트

온라인으로 주문했던 스피커와 부품이 하루만에 도착하였다. 트위터에는 4.7uF 무극성 캐패시터를 직렬로 연결하였다. 스피커 유닛의 구경 한계로 인하여 저음이 풍성하지는 않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포장 상태. 돔 트위터는 눌리지 않고 온전하게 배송되었다.

왼쪽의 접착제 병은 크기 비교를 위한 것. 책상 위 모니터 양 옆에 두기에 적당하다.

'harman/kardon'이라는 새김이 보인다.

테스트하는 모습. 스프링 클립식 터미널을 하나씩 달아 주었는데, 케이블 끝에 덜렁 달려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트위터를 보호하기 위하여 R-코어 출력트랜스포머 자작 때 사용했던 보빈용 바퀴(3T 아크릴 가공, 링크)를 붙였다.

금속 프레임을 제거한 형태. 하부에는 스티커식 고무발을 붙였다. 뒷쪽의 아이와 스피커가 거대하게 느껴진다.

체구는 작아도 당찬 소리가 난다. 트위터에 직렬로 삽입한 캐패시터의 용량이 적당한지는 잘 모르겠다. '보통 혼형 트위터에는 0.1-0.2uF를, 콘형 트위터에는 1-5uF를 사용'(링크)하라는데, 돔 트위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2-way speaker system에 맞는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를 제대로 만들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수준(1st order crossover)은 되어야 하는데, 한쪽 채널을 구성하는데 3천원 + (캐패시터, 터미널)을 들인 수준에 뭘 더 투자하겠는가. 사실 스피커의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는 앰프를 만드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라서 함부로 접근하고 싶지 않다.

출처: DIY Audio & Video 2-way crossover design / calculator help

구입처의 해당 상품(AD-68) 구매 후기에는 이 물건에 맞춘 크로스오버 회로도(링크)를 소개한 사람이 있으니 나중에 참조해 보도록 하자.

탑 쌓기.

이안 반사식 카메라(twin-lens reflex, TLR)를 닮지 않았는가?


시장에 풀린 재활용 부품이 여러 사람들의 자작 정신에 자극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이보다 먼저 나왔던 스피커에 씌울 수 있는 반가공 케이스 제품도 이미 몇 개가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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