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8일 수요일

브리츠 BR-1800 Classic 스피커(중고)를 구하다

방 한 칸에 불과한 오피스텔에 살면서 음악 감상/작업 환경을 두 곳(TV 주변 및 책상 위)에 둔다는 것은 사실 매우 비합리적인 일이다. 책상 위에서 음악 감상 또는 작업을 할 때에는 곁에서 TV를 보는 아내를 방해하지 않도록 헤드폰을 쓰는 것이 옳다.

언젠가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 본다거나 제대로 된 녹음을 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몇 가지 악기를 비롯하여 고만고만한 수준의 장비는 대략 갖추었으나, 헤드폰을 제외한 모니터링 시스템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 마침 삼아스토어에서 프리소너스 Eris 제품군을 6월 30일까지 할인 판매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책상 위에 별도의 스탠드를 쓰지 않고도 놓을만한 우퍼직경 3~4인치급의 모니터링용 스피커를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어차피 내가 찾은 대상에서는 진지한(따라서 값비싼) 수준의 스피커는 없다. 관심을 가진 대상은 다음과 같았다.

  • PreSonus Eris E3.5
  • Mackie CR3-X
  • Artesia M200
  • Edifire MR4
  • ESIO nEar03 Classic2(단종)

그러면 기껏 장만한 하만카돈(AD-68) 스피커와 액티브 서브우퍼(Sherwood ASW-185)는 어떻게 하고? 메인 스피커가 최대 4인치급이라면, 액티브 서브우퍼의 활용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검색 끝에 갑자기 내 눈에 뜨인 것은 브리츠 BR-1800 Classic(다나와)이라는 제품이었다. 2001년에 출시된 스테디셀러 BR-1000A(현재 판매되는 것은 BR-1000A 2)의 상위 기종 개념으로 발매된 것을 알고 있다. 방열판이 외부에 돌출되어 있고, 저음용 포트가 전면에 나와 있다는 점이 BR-1000과 다르다. 물론 스피커 유닛도 다르다. 상세한 사양은 2004년 작성된 글(세비지의 IT 이야기 - Britz BR-1800 Classic)를 참조하자.

이 시점에 중고 PC/멀티미디어 스피커라니... 과거 T&V Vertrag라는 2채널 액티브 스피커를 구입하여 조금 쓰다가 앰프부를 들어내고 패시브 스피커로 개조(왜 그랬었지? 무엇이 부족해서?) -> 우퍼 교체 -> '폐기'라는 비운의 경로를 밟은 일이 있다. 순전히 호기심을 충족하려고 정말 미련한 짓을 했었다. T&V Vertrag는 브리츠 BR-1000A보다 약간 나은 수준의 액티브 스피커로 알고 있다. 그런데 역시 엇비슷한 수준의 PC/멀티미디어 스피커를 새로 들여서 만족할 수 있을까?

이렇게 크고 무거운 줄은 미처 몰랐다.


전기용품안전관리법에 의한 표시사항.

2005년 11월에 제조된 중고 액티브 스피커를 지하철을 타고 다섯 정거장이나 떨어진 곳에 가서 무겁게 들고 올 가치가 있었을까? 지불한 금액을 생각하면 작동 상태가 어떻든 크게 미련한 짓을 한 것 같지는 않고, 앞으로 활용해 내가면서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2조가 배치된 RCA 단자(A, B 중 A는 고음을 4.5 dB @10 KHz로 더욱 증폭해 준다나?) 중 A의 왼쪽 채널에서는 약간의 접촉 불량이 있었고, 일체형 전원 케이블도 본체와 접속된 곳에서 외피가 찢어져 있었다. 먼지를 닦아내고 전면 그릴도 분리하여 샴푸로 깨끗이 세척하였다. 

BR-1800 Classic의 크기는 160(W) x 190(D) x 280(H) mm, 무게는 9.5 kg. 우퍼의 재질은 케블라라고 한다.


뒷면 전체를 찍어 보았다. 2조의 RCA 입력 단자 중 'A'가 약간의 접촉불량 증세를 보인다.


RCA 단자 전체를 핫멜트 같은 재질로 막아버린 것은 인클로저 전면의 저음용 포트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막기 위함일 것이다.

TV 좌우에 놓인 음악감상용 '메인' 스피커(아이와 제품; 5인치 우퍼)와 크기 비교. 

증폭용 소자는 LM1875. 각 채널에 하나씩 들어 있다.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는 225 필름 캐패시터(2.2 uF) 하나가 쓰이는 아주 단순한 구조다.


동일한 소스(볼루미오를 설치한 라즈베이 파이 + USB DAC)를 최근 제작한 6V6 싱글 앰프 + 아이와 스피커 시스템 및 브리츠 스피커에 같이 연결하여 번갈아 들어 보면서 비교를 해 보았다.
얼마 전 만든 RCA 신호 분기 시스템이 이럴 때 쓸모가 있다.


우퍼 크기에 따른 저음의 차이 말고는 특별히 소리가 더 나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스피커를 받아 온 전날 저녁, 바닥에 둔 상태로 테스트했을 때에는 고음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혹시 트위터 유닛이 나간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는데 청취 위치를 귀 높이에 맞추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음악 감상용으로는 일단 합격점을 주겠다. 건반이나 기타 하나를 연결하여 녹음 모니터링을 하는 정도로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액티브 서브우퍼가 공존한다 해도 왼쪽 스피커(밀폐형)가 오른쪽 스피커와 같은 수준의 소리가 나기는 어렵지 않을까?

오디오 기기를 직접 만들어서 음악을 들어야만 보람이 있다는 고집을 이제는 꺾을 때가 되었다. 자작에 너무 정신과 자원을 소모할 것이 아니라 실용의 범주 내에서 음악을 듣고 만드는 즐거움 자체를 추구할 때이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