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1일 토요일

6N1 + 6P1 싱글 엔디드 진공관 앰프 조립

헤드폰 앰프를 제외하면 내가 소유한 세번째의 진공관 앰프이다. 주문제작한 전원트랜스가 어제 도착하는 바람에 조립이 늦어졌다. 엄밀히 말하자면 조립이라고 할 것도 없다. 나무판 위에 부품을 늘어놓고 배선을 한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번듯한 섀시에 꾸며 넣어야 조립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토요일 오전, 많은 기대를 갖고서 작업을 진행하였다. 혹시 잘못 배선하여 불꽃이 튀지는 않을지 걱정하며 전원을 넣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B+ 전압도 정상이고 진공관의 히터에도 불이 잘 들어왔다. 그러면 소스기를 연결할 차례이다.

어라? '두두두두...'하는 소리만 날뿐, 볼륨 폿을 아무리 올려도 음악이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전원트랜스는 왜 이렇게 우는가. 이것은 트랜스 문제라고 치자. 다 만들어진 PCB에 배선만 했을 뿐인데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이것밖에 안된단 말인가. 정말 오디오 자작은 내 실력으로는 안되는 일인가.

실망감을 가득 안은 상태로 아내와 함께 시내 나들이를 하였다. 중앙시장 원단·부자재 시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소나무집에서 오징어찌개 칼국수를 먹었다. 이 식당은 처음 방문이다. 별 다섯 개 만점에 네 개를 주겠다.


집에 돌아와서 다시 앰프를 들여다보았다. 전원 트랜스를 개조하여 출력 트랜스로 사용했다고 하여 이렇게까지 엉망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매우 단순한 오류가 아니었을까? 다시 배선을 살펴보니 입력 RCA 단자에서 그라운드쪽 선이 끊어진 것이 아닌가? 그러면 그렇지! 다시 튼튼하게 납땜을 마친 뒤 전원을 넣었다. 그러면 그렇지! 채널 당 3 W라는데 SPL 89 dB의 스피커를 아주 잘 울려준다. 소리도 만족스럽다.




못쓰는 PC용 파워 서플라이를 활용하여 전원 트랜스를 수납하고 원래 달려있던 파워 소켓과 전원 스위치를 활용하였다. 스피커 단자도 여기에 고정하였다. 전원 트랜스의 누설 자속을 차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트랜스 자체의 떨림이 심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배선 수준은 별로 아름답지 못하다.


CD 플레이어를 연결하여 음악을 듣다가 도중에 스피커 단자를 빼 보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주 작게 음악이 울려 나오는 것이 아닌가? 진공관이 울릴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면 출력 트랜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한 앰프 보드는 일단 만족스럽다. 일반 전원 트랜스(220V:9V)를 개조하여 출력 트랜스로 사용하는 실험 역시 성공적이었다. 문제는 전원 트랜스의 떨림이다. 이것은 트랜스를 바꾸는 것 말고는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일까? 절반의 성공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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