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합성수지 필름으로 만들어진 포장재를 통틀어서 '비닐'이라고 부른다. 영미권에서는 그 의미가 좀 다르다. 화학적으로 vinyl기를 가진 화학물질을 부를 때 쓰는 것이 ;비닐'의 가장 정확한 용법일 것이다. 예를 들자면 polyvinyl chloride(PVC)이다. 또 다른 뜻으로는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레코드판을 뜻한다.
중국이 비닐 쓰레기 수입을 대폭 줄이면서 수도권에서는 난리가 났었다. 우리가 배출하는 재활용 쓰레기가 국내에서 처리되지 않고 중국에 팔렸다는 것은 전혀 모르던 사실이었다. 중국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쓰레기'의 수입을 중단하게 된 것이다.
[BBC] '비닐 대란'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3가지
우리나라만 쓰레기 처리를 중국에 의존한 것이 아니었다. 이 뉴스에 의하면 영국은 2012년부터 폐플라스틱의 2/3를 중국과 홍콩에, 아일랜드의 경우 폐플라스틱의 95%를 중국에 수출해 왔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이를 수입하여 재처리를 거쳐 뭔가 내다 팔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여 얻는 경제적 이득보다 자국 환경 악화에 의한 손실이 이제는 더 크다고 판단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번 비닐 쓰레기 대란 뉴스를 접하면서 고전 경제학의 비교우위론이 떠올랐다. 각 나라에서 경쟁력이 있는 물건을 만드는데 집중을 하고, 그 물건을 서로 사고 팔면서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절대적인 우위에 있지 않더라도 수출을 통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면 과거에 식민지로서 커피나 사탕수수를 재배하여 선진국에 수출하던 나라 - 지배 국가에 의한 강제적인 산업 재편이었을 것이 당연하다 - 는 계속 커피와 사탕수수 농사에 몰두해야 하는가? 이로 인하여 자립 가능한 경제 구조를 이루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해졌고 토지의 활용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은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러면 이를 쓰레기의 수출입에 대입하여 생각해보면 어떨까? 현재까지 통용되는 방법으로 국내의 쓰레기 처리업자(수출업자)와 중국의 쓰레기 수입업자는 어느 정도의 이익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쓰레기 문제는 중국의 업자가 더욱 양질의 쓰레기를 다른 나라에서 싼 가격에 살 수 있게 되어서 한국의 것을 사지 않겠다고 한 것이 아니다. 중국 정부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막은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왜 서로가 이익을 볼 수 있는 자유로운 무역을 막느냐고 항의할 수 있을까? 쓰레기를 수출입하는 경제구조는 외부효과가 너무 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면 이런 상상을 해 보자. 쓰레기를 해외에 파는 것이 아니라 돈과 함께 넘기는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아주 돈이 많다면(그리고 약간 부도덕하다면) 가난한 나라에 대해서 이런 제안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는 나라는 당장의 돈 몇푼 때문에 자기 나라의 소중한 국토를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탄소 배출량처럼 쓰레기 배출량을 각 사람마다 제한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보았다. 영화 <인 타임>이 연상되는 상황이다.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로부터 구입을 한다. 돈이 많은 사람은 많은 쓰레게를 버려도 되지만, 가난한 사람은 그것도 불가능하다. 결국은 몰래 버리거나, 자기 집에 쓰레기를 계속 쌓아두는 일이 생길 것이다. 연 1톤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권리를 10만원에 공식적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 하자. 이것이 암시장에서 할인되어 8만원에 팔릴 수도 있다. 이걸 구입한 사람은 10만원이 아니라 8만원에 연 1톤의 쓰레기를 버릴 자격을 얻는다. 아니면 이런 상황도 가능하다. 가난한 사람에게 '돈 10만원을 줄테니 내 쓰레기 20톤을 떠안지 않겠소?' 가난한 사람은 돈이 생겨서 좋고, 돈 많은 사람은 적은 비용에 더 많은 쓰레기를 처분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의 집은 쓰레기로 엉망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 어떤 시나리오도 아름답지 못하다.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고, 경제적 이익이 조금 발생한다고 해서 국경을 넘어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리고 일회용으로 만들어진 포장재를 재활용하기 위해 세척하는 것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다.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 포장 비닐, 냉동식품 보관용 스티로폼, 테이크아웃 커피잔, 택배 포장 박스.... 이제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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