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일 일요일

세번째의 진공관 앰프(6N1 + 6P2 SE amplifier)를 준비하면서

헤드폰/프리앰프를 제외하면 2014년 이래 두 대의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고 있다. 이 중에 가장 최근에 마련한 것은 블로그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했던 6J6 푸쉬풀 앰프이다. 호기심에 뚜껑을 열고 이것저것 건드렸다가 소리가 나지 않게 되어서 지금은 제작자에게 가 있는 상태이다.

집에서든 사무실에서든 음악을 들을 환경이 이미 충분히 갖추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을 하나쯤은 갖고 싶다는 욕구는 잦아들지를 않는다. 반도체 앰프에 대해서는 이미 몇 번의 체험을 하였다. 인터넷에서 이미 만들어진 앰프 보드를 구입하여 적절한 케이스를 마련한 뒤 전원부와 입출력 단자를 연결하는 정도의 일은 몇 차례 해 보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완성품 중 두 개는 이미 주력 기기로 쓰이고 있다.

이에 비하여 진공관 앰프는 직접 만드는 재미를 좀 더 느낄 수 있다. 반도체 앰프에 비하면 회로가 훨씬 단순하므로(고전압을 취급하느로 주의를 해야 한다) 손으로 직접 부품의 다리에 배선을 하면서 앰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hardwirng'이라 한다. 하드와이어링으로 잘 만든 앰프를 보면 멋진 수공예품을 연상시킨다. 물론 요즘은 인쇄회로기판(PCB)에 꾸미는 일도 많다.

출처: http://www.hificlub.co.kr/

언젠가는 나도 이런 앰프를 만들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인 목표는 키트류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섀시를 포함한 모든 부품이 갖추어진 보드와 부품만 제공되는 키트, 심지어는 보드만 제공하여 부품을 직접 조달해야 하는 것까지 그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제품을 구입하려 하지 말고 경험을 산다고 생각하라.
비용 절감에만 너무 몰두하지 말아라.

요즘은 이런 자세를 갖고 살기위해 노력한다. 일단 한번 저지르고 보자는 용기를 북돋아준 곳은 제이앨범(Jalbum) 사이트이다. 회원의 추천에 따라서 다음의 앰프 보드를 주문하였다. 가격은 $14.29. 초단 증폭에는 쌍삼극관인 6N1을, 전력 증폭에는 beam tetrode 관인 6P1을 사용하였다. 진공관 형번 뒤에 'P'가 더 붙으면 구 소련제 관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중국에서 만든 카피품이다.



출처: 알리익스프레스

출력트랜스와 전원트랜스는 따로 마련해야 한다. 그 가격은 $14.29보다 훨씬 높다! 어떤 부품을 고를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공부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웹에서 계속 자료를 찾아 읽으면서 트랜스포머는 정말 마술상자와 같은 수동 소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겁고, 손실도 많고, 주파수 특성도 좋지 못한 소자이지만 진공관 앰프의 출력 말단에서는 아직까지 없어서는 안될 중요 부품이다. 예전처럼 큰 회사의 연구부서에서 총력을 모아 고급 오디오용 출력 트랜스를 개발하던 시대는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소규모 제작소에서 적은 물량을 제작하는 것이 현실이라 예전과 같은 품질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호기심과 열정을 가진 DIYer가 직접 감아서 만들 수도 있는 것이 바로 트랜스이다. 진공관이나 트랜지스터, 하다못해 저항·캐패시터는 개인이 직접 만들 수가 없지 않은가? 제이앨범에서도 이와 관한 새로운 실험을 하여 R 코아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강기동 박사님(인터넷에서는 KDK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진)의 기여가 크다(링크).

각 임피던스와 출력 별로 제작된 기성품 출력 트랜스를 구입할 수는 있지만 그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일반 전원용 트랜스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Jalbum 링크). 1차에 220V가 들어가는 트랜스는 2차 전압에 따라 다음과 같은 임피던스 비율이 나온다.

30K 3.59V
15K 5.08V
10K 6.22V
8K 6.96V
7K 7.44V
6K 8.03V
5K 8.8V <==
3.2K 11V
3K 11.36V
2.5K 12.455V

출력트랜스 대용으로 쓰기 위해 구입한 일반 전원 트랜스.

즉 220 V:9 V 전원트랜스를 사용하면 대략 5 kΩ: 8 Ω 싱글 출력 트랜스 대신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완벽한 대체품은 아니다. 감은 횟수와 방식, 그리고 코어의 배치 방식이 진공관 싱글 앰프에 적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세한 이론은 Lenard Audio Institute의 Output transformer 항목을 참조하자.

다음으로는 전원 트랜스를 선택하는 문제가 남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원 회로에 대한 최소한도의 지식이 필요하다. 몇 개의 공부할 사이트를 소개한다. 앰프 자체의 이론도 알아야 하는데 전원회로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이외에도 주옥 같은 정보를 수록한 사이트가 많이 있으나 지면 관계 상 몇 개만 소개하였다.

출처: Lenard Audio Institute
위 그림에서 보인 것은 (1) 전파 정류 방식(full wave), (2) 브릿지 정류 방식, 그리고 (3) 배전압 정류 방식(voltage doubler)이다. 다른 방식도 있으나 널리 쓰이지는 않는다. 내가 주문해 놓은 앰프 보드는 트랜스의 규격에 따라서 (1)과 (2) 중에서 고를 수 있고 기본 구성은 (1)번이다. 나는 2개의 정류 다이오드(1N4007)을 추가하여 (2)번 방식을 쓸 생각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이런 용도에 맞는 트랜스(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단파 트랜스'라고 한다)가 조금 더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중간탭이 있는 전원트랜스의 전류 계산 방법(오디오파트)은 아직도 이해하기 힘들다... 다음주에는 전원트랜스의 사양을 확정하여 주문해야 되겠다.

2018년 4월 20일에 추가한 글



드디어 전원 트랜스가 도착하였다. 주문한 곳은 오디오파트이고 실제 제작은 광진전기이다. 40 W급의 무차폐 트랜스이다. 1차는 220V, 2차는 6.3V/1.6A, 230V/120mA이다. 주문은 4월 2일에 하였는데 받은 날짜는 4월 20일이다.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트랜스 울림 문제로 두고두고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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