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는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과학자들을 초청하여 '비정상회담-글로벌 기초연구 플랫폼 기초지원연에서 세계 과학자를 만나다'라는 행사를 개최하였다.
[대덕넷에 실린 기사] 외국 연구자들 "왜 한국은 논문에 치중하죠?"
마음의 문을 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던 문제,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나는 문제에 대한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다.
문제는 우리가 바깥의 시선에 대해서 너무 민감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외국인에게 어떻게 비쳐질까'하는 궁금증은 은둔의 나라,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이 땅에 정부를 수립하고 약 50년만에 압축 성장을 이룬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든 드러내 보이고 자랑하고 싶은 조바심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도 세계 어느나라 못지않은 긴 역사를 지니고 있고, 이는 결코 낡아서 내다 버려야 할 잡동사니가 아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면 현재 느껴지는 잘못된 점의 근원을 이해할 수 있고, 또 자연스런 해결책도 나올 것이다.
케이블TV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인 <비정상 회담>의 형태를 빌려서 행사를 기획한 것은 좋으나 외국인 과학자 간담회 정도로 제목을 정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게다가 '글로벌 기초연구 플랫폼 기초지원연에서'라는 긴 수식어를 통해서 주최 기관을 홍보하는 것은 애교로 봐 주자. 사실 나도 이 제목이 불편하였다. 만약 기초과학지원연구소의 성과를 홍보하는 행사였다면 모를까, 방송 프로그램 제목까지 빌려가면서 만든 행사라면 다분히 이벤트성, 일회성 행사 아니겠는가.
이 기사에 첫번째 덧글에는 "이제 외국인 포닥한테도 씹히는구나..."라는 자조적인 글도 있었다. 행사 제목에 붙은 '세계 과학자'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세계적인 과학자가 모였다는 뜻인가? 참가자들 보면 대학원생, 포스닥, 선임연구원 등 대체적으로 젊은 과학자들이었다. 노벨상 수상자라도 부른 것이 아니라면 세계 과학자라는 제목은 적절치 않았다. 물론 참여자들이 젊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들의 의견에 무게가 덜 나간다는 뜻은 아니다.
불편한 점은 또 있다. 기사에서는 '포스닥생'이란 표현을 썼다. 이는 옳지 않다. 비록 포스닥이 연수와 훈련 과정의 막바지에 있는 단계라 해도 마치 학생과 같은 느낌을 주는 '포스닥생'이라는 호칭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그들이 제기한 한국 과학기술계의 문제점은 대체로 옳다. 받아들일 가치가 있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더 큰 방점을 찍고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외국인으로서 한국 생활에서 느끼는 어려움 중 언어 문제를 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오직 한국어만이 공식 언어로 통용되므로, 외국인이 생활을 영위하기에는 다소 불편이 있을 수밖에 없다. 주변에 외국인 대학원생들이 꽤 많은데, 일절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이는 옳은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외국인에게 억지로 김치와 된장을 먹이는 것과, 그들의 현실적인 생활 터전이 되는 한국의 고유 언어를 배우게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관광객들은 예외로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언어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한(예를 들어 영어를 공용화하거나 이중언어 정책을 한다거나) 한국에서 일정 기간 생활하고자 하는 외국인이라면 당연히 일정 수준 이상의 한국어 소통 능력을 갖추는 것이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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