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6일 토요일

나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 드롭바, 바 테이프, 2016년도 다이어리

하나 더 있다. 은행동에 위치한 중고 책 매장 알라딘에서 구입한 Fourplay의 음반, Heartfelt(2002년)이다. 들을만한 중고 CD를 구하는 것은 매번 쉽지 않다. 그래도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 음반을 어렵지 않게 골랐다. 크리스마스 당일 오후의 으능정이 거리에는 제법 사람이 많아서 오랜만에 외출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가족들 저마다 책과 CD를 구입한 셈이다.


드롭바와 바 테이프는 성탄절 전날 유성 바이키에서 구입한 것이다. 이것을 사게 된 것에는 사연이 있다. 지난 6월 네덜란드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그곳의 자전거 문화에 매우 큰 자극을 받았고, 좀 더 실용적인 자전거 생활을 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자전거 용품이나 장비(심지어 헬멧까지!)에 연연하지 않는 네덜란드인(+관광객)들의 자전거 문화에 감명을 받은 나는 실생활에 가까운 자전거 생활을 추구해 보고자 로드 자전거의 드롭바를 과감히 쇠톱으로 잘라서 불혼바 비슷하게 만들어서 좀 더 편한 자세, 즉 상체를 세운 자세로 출퇴근을 해 보겠다고 다짐하였다. 팔길이가 짧은 나에게는 표준 사이즈의 로드차가 아무래도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드롭바의 양 끝을 정확히 같은 길이로 자르는데 실패를 하고 만 것이다... 게다가 로드용 브레이크 레버는 정확한 위치에 놓지 않으면 육각렌치가 들어가지 않는다. 핸들바를 자른 이후로 이틀이나 탔을까, 도저히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자전거는 다시 계단 난간에 모셔진 상태로 반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다시 원상복구를 하기로 했다. 따라서 새 드롭바를 사지 않을 수가 없는 터였다. 드롭바에 상처를 내지 않고 퀼 스템에 끼우느라 애를 먹었다. 스템의 육각 볼트를 풀고 벌어진 틈에 동전 두 개를 끼운 다음 드라이버를 그 사이에 넣고 비틀어 벌렸다. 이렇게 하면 스템과 드롭바 모두 상처가 나지 않는다.

난간에 오래 묶여있던 앞타이어에서는 바람이 거의 다 빠져 있었다. 펌프를 끼우고 바람을 넣으니 줄줄 새는 소리가 들린다. 드롭바를 끼우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이젠 펑크 수리까지 해야 하다니... 튜브를 빼서 바람이 새는 곳을 찾아보았다. 바람이 빠진 상태로 림에 눌려서 꽤 넓은 부위가 닳듯이 해져 있었다. 잘라놓은 폐튜브 조각으로 때우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에 쓰던 번개표 본드가 보이질 않는다. 이걸 뭘로 붙이나? 미술용 고무풀이 튜브 수리에 사용 가능할까? 라텍스를 솔벤트로 녹인 것이라는 점에서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일단 터진 곳을 이것으로 붙인 뒤 80 psi 정도로 바람을 채운 뒤 동네를 15분 정도 돌아 보았다. 시험 주행을 하는 동안 수선한 곳이 다시 터지지는 않았다.

문구용 고무풀로 자전거 튜브를 수선하는 것에 대한 토론이 외국 사이트에 이미 있었다. 현명한 노릇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정말 '생존'을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할 시기이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벌써 10년 가까이 흐른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당시의 열정을 다시 되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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