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하이파이(Hi-Fi)? 누더기-파이!

진화는 독창적인 설계자가 아니라 서투른 땜쟁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큰 밑그림을 가지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개선'이나 '복잡화'는 진화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생존에 더 적합하게 변화한 것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지속적인 시행착오의 결과라는 뜻이다.

요즘 내가 몰두하고 있는 오디오 역시 마찬가지이다. 풀레인지(Full-range) 스피커란 하나의 드라이버(유닛)를 이용하여 모든 대역을 골고루 재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족스런 음악 감상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좋은 품질의 드라이버를 골라야 할 터이다. 저가의 소구경 드라이버와 어설프게 만들어진 인클로저를 가지고서는 고음도, 저음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 이것을 보충하기 위해 고음 스피커와 저음 스피커를 하나둘씩 달다 보면 애초에 풀레인지 스피커를 추구했던 의미가 전부 사라지고 만다. 지금 이게 나의 모습이다.


위 사진은 오늘 찍은 거실용 음악감상 시스템이다. 검정색 AIWA 미니 컴포넌트 오디오는 FM 스테레오 수신이 잘 되지 않아서 나중에 구입한 중고 튜너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AIWA 시스템의 제 스피커는 이미 자작 앰프들에게 자리를 내어준 상태이다. 자작나무 합판으로 직접 만든 스피커는 원래 풀레인지를 지향했지만 - 결코 그러한 목적으로 제대로 만들어진 유닛이 아니다 - 고음이 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트위터를 추가로 연결하였다. 그러나 미관만을 고려하여 지나치게 작게 만든 인클로저로는 저음도 충분히 재생하지를 못한다. 만약 사무실에서 옆방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조용히 실내악만 들을 용도라면 나쁘지는 않지만, 집에서는 워낙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니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AIWA 오디오의 음질은 최근에 만든 LM1876 앰프보다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를 거실에서 퇴출시키지 않는 이유는 CD 플레이어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오디오에 프리 출력이 있으면 이를  LM1876 앰프에 연결하겠지만.

제 스피커를 LM1876에게 내 주었으니 AIWA는 어설픈 풀레인지+트위터의 몫이 되었다. 저음은 여전히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 끝에 AIWA의 서브우퍼 출력을 LM1876 앰프에 연결하여 보았다. 서브우퍼의 단일 채널을 두 개 채널로 분배하기 위해 간단한 커넥터 납땜 작업을 하였다.

AIWA 오디오에는 고음과 저음 조절 기능이 있다. 이를 적당히 조절하고 LM1876 앰프쪽의 음량을 키워 보았다. 비로소 빈약한 저음이 풍성히 채워지게 되었다. 오늘의 작업을 마치고 나니 그 꼴이 참으로 우습다. 짐을 줄이겠다고 일부러 작은 여행가방을 선택해 놓고서는 배낭과 보조가방을 들고 이것도 부족하여 머리에 짐을 이고 있는 꼴이다.

LM1876 앰프는 제작 완료 후에도 거의 매일 뚜껑을 열게 된다. 어제는 볼퓸 포텐셔미터의 본체를 그라운드선에 연결하여 험을 줄였고, 오늘은 파일럿 LED를 달기 위해 기판에 커넥터를 연결하였다. 마침 LED와 브라켓을 갖고 있던 것이 있어서 전면 패널에 파일럿 LED 장착을 마칠 생각이었지만, 보드에서 따낸 직류 전압(46 V)에 맞추자니 갖고 있는 저항의 용량이 너무 작다.  LED를 2 V, 20 mA로 구동하려면 저항에는 44 V가 걸리게 되고, 따라서 44 V x 20 mA = 0.88 W를 감당해야 한다. 잘 쓰지도 않을 1 W급의 저항을 사느니 차라리 네온 램프를 220 V에 직접 연결하여 쓰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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