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2일 일요일

돋보기 안경과 지포 라이터


사진을 찍고 나서 생각해 보니 대단히 위험한 연출이었다! 불조심...

돋보기 안경과 지포 라이터. 전혀 상관이 없는 두 가지 물건이지만 나에게는 나이가 듦을 의미한다. 나도 이제 중년이고, 잔 글씨를 보는데 점차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평소에 안경을 쓰지 않았기에 처음으로 안경을 쓴다는 것, 게다가 노안으로 인한 돋보기를 쓰게 된다는 것에 저항감을 상당히 갖고 있었다. 그러나 불편함을 어쩌랴. 아내와 함께 시내에 나갔다가 안경점에 들러서 큰 고민 없이 가장 낮은 도수의 제품을 하나 골랐다. 도수가 정해진 기성품은 의외로 가격이 저렴하였다. 막상 써 보니 이렇게 편할 수가!

그런데 왜 갑자기 지포라이터 기름을 살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나는 담배를 피지 않으므로 당연히 제대로 된 라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여름에 집에서 모기향을 켜려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시내 뒷골목에 즐비한 노점에 진열된 라이터 기름을 보면서 내가 지포 라이터-아버지께서 남긴 유품-를 갖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은행동 에스닷에 필요한 문구를 사러 들어간 김에 혹시 지포 라이터 기름이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놀랍게도 있다고 한다.

기름을 채우고 불을 붙여본다. 옛 추억과 함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나의 아버지는 그렇게 자상하시지도 않았고 잔소리가 심하셨으며 몹시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늘 무섭게만 느껴지는 그런 분이었다. 말년에는 간경화-간암으로 고생을 하시면서 간성 혼수로 혼미한 상황에서 돌아가셨다. 10년이 넘게 병수발을 드느라 곁에서 고생을 하시던 어머니와 함께 새벽녂 병상에서 임종을 지키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무척 손재주가 많으신 분이셨다. 재봉틀을 돌려서 직접 옷을 고치시고, 솜씨있게 모르타르를 바르시고, 합판을 톱질하고 난로 연통을 펴서 멋지게 개집을 만드시고, 도배와 마룻바닥 바니쉬칠을 손수 하시고, 수십개의 화분을 가꾸면서 때가 되면 분갈이를 하시고... 문과 출신의 사무직 생활을 하시면서도 어떻게 이런 기능을 익히셨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건강 때문에 담배는 끊으셨지만 아마 이 라이터는 등산을 즐기시던 아버지에게 취사를 위해 매우 요긴한 도구였을 것이다.

새로 산 물건, 그리고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옛 물건을 통해 나도 이제 아버지와 같이 나이가 들어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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