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9일 목요일

뻘짓의 지평을 넓혀야 인생이 풍부해진다 - 자전거 이야기

'뻘짓'은 허튼짓을 뜻하는 전라남도 사투리라고 한다. 결코 비속어가 아니다. 비슷한 의미의 낱말로 '삽질'을 떠올리게 되는데, 근원이 불확실하여 별로 쓰고 싶지 않다.

젊어서 철이 없을 때 되도록 많은 뻘짓을 해 봐야 한다. 그러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뻘짓'을 재발견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뻘짓은 창조적 정신의 원천이다! 내가 경험했던 다양한 뻘짓 중에 자전거 관련 취미가 있다. 2000년대 초반에 출퇴근 길에 열심히 달렸던 자전거가 복도 계단에 자물쇠로 묶인 상태로 벌써 몇년이 흘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전거에 관한 이야기는 구글 블로그를 쓰기 전, 네이버에서 운영했던 블로그(2005-2015)에 대부분 존재한다. 네이버 블로그는 중간에 한번 탈퇴를 거치는 바람에 PDF 백업본 파일로만 남았다.

자전거 감옥. 약 10년 째 수감 중? 바람이 빠진 타이어는 옆면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고 계단에 눌린 상태라서 아마 내부의 튜브도 유착이 발생했을 것이다.

휘발유 가격도 크게 올랐고, 평소에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나의 생활 습관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어서 다시금 자전거 출퇴근에 관심을 가질까 생각한다. 매일은 어렵더라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라는 목표를 세우고 다시 습관을 들이고자 한다. 출근길은 편도로 약 9 km. 자전거를 한창 타던 시절에는 일부러 KAIST쪽으로 돌아가는 편도 11 km의 코스를 비가오나 눈이오나 매일 달렸었다.

나의 자전거는 생활형 로드 자전거(삼천리 랠리)이다. 한때 유명했던 입문 수준의 로드 자전거 랠리가 아니란 뜻이다. 일명 '도싸' 그리고 '발바리'로 알려진 커뮤니티에서 무료·중고 부품을 구입하여 순전히 재미로 조금씩 업그레이드를 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브레이크 레버는 Cane Creek(신품), 뒷디레일러는 알리비오, 크랭크셋과 BB는 캄파뇰로... 겨우 2 x 6(카세트 스프라켓이 아니고 프리휠!)단 구식 기어에 퀼 스템에 고정하는 변속레버를 쓰는 주제에 온갖 기괴한 조합의 부품을 갖다가 붙였다. 리어 액슬은 거저 얻은 부품을 이용하여 QR용으로 바꾸었다.



내 자전거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바로 크랭크셋에 있다. 휠셋은 로드 자전거의 표준인 700C가 아니고 '구식 사이클'에 널리 쓰이던 27인치이다. 내기억이 맞다면 ISO 630 규격이다. 

이탈리아에서 온 캄파뇰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자전거 정비와 부품교체도 해 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경험을 쌓았었지만 10년 가까이 이 '뻘짓'을 잊고 살았더니 이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나에게는 700C 통타이어(tubular tire)용 휠세트도 한 조 있다. 7단 카세트를 달고 있는 뒷쪽 휠의 허브를 살펴보면 현 울테그라의 전신인 Shimano 600'이라는 마킹이 보인다. 이 휠셋을 쓰기 위하여 트랙 경기 후 벗겨낸 튜블러 타이어를 싸게 팔던 것을 커뮤니티 회원과 한번에 구입하여 나눈 일도 있었으니... 겨우 하루에 20 km 남짓한 거리를 달리면서(주말 장거리 주행은 해 본 일이 없음) 부품 교체 장난질은 왜 이렇게 많이 하였는지, 지금 생각하면 정말 뻘짓이 맞다. 

하루에 20 km를 달리면서 출퇴근을 했다면 매주 100 km요, 세 달이면 1,000 km가 넘는다. 몇 년 동안 이 짓을 했으니 따지고 보면 적은 주행 거리는 아니다.

다시 자전거 출퇴근을 개시하려면 고칠 것이 많다. 이것 말고도 미니벨로가 하나 더 있는데, 타이어의 현 상태는 더욱 열악하다.

나에게 인터넷을 통해 자전거에 대한 엄청난 지식을 선사했던 전설적인 자전거 미캐닉 고 Sheldon Brown(1944-2008)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구글 검색창에서 Sheldon Brown 또는 '셸던 브라운'을 입력하면 영문 위키피디어에서 자동으로 번역된 정보 말고는 한글로 된 정보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뻘짓의 재발견은 계속된다. 다음 순서는 아마도 천체 망원경이 아닐런지...

댓글 없음: